I. Introduction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동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회 의 관심과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 고, 장애인의 더 나은 일상생활을 위한 다양한 방면에 서의 제도 개선 및 서비스 제공이 시도되고 있다(Yi & Kim, 2019). 특히 의식주 해결에 방점을 두었던 그 간 장애인 관련 지원들은 최근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하 는 사회 기조 및 장애인 욕구에 대응해야 할 과업에 직면해 있다(Lee, Park, & Ye, 2018).
2021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2,644,700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1%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시각장애인은 251,620명으로 전체 장애 인구 중 9.5% 를 차지하여 지체장애, 청각장애에 이어 세 번째로 높 은 수치이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1). 시각장애인은 다른 장애 유형보다 낮은 물리적 접근 성으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한을 경험한다(Park & Lee, 2005).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유형의 장애 인보다 의복 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National Rehabilitation Center(2009)의 조사에서는 시 각장애인의 38%가 의복 생활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 고 있다고 응답하여 2위로 의복 생활에 어려움을 겪 고 있는 뇌병변장애인(10.4%)보다 3배 이상 높게 집 계되었다. 의복 생활은 대부분이 시각정보로 구성되 어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의복 생활은 어 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Yi & Kim, 2019).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쇼핑, 세탁, 착장 등의 의복 관련 생활에 있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으 며, 특히 쇼핑을 할 때는 이동에서의 제약과 제품 정 보 확인을 위해 타인과의 동반을 필요로 한다.
일상생활의 영위를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는 점은 장애인의 심리와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타인 의존은 인간의 존엄성을 결정하는 개인 의 자율성과 독립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 다(Kittay, 2011). 또한 타인 의존의 정도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며 이는 자신에 대한 능력의 인지인 자기효능과 전반적 인 삶의 만족을 결정하게 된다(Lee & Chung, 2020). 즉, 타인 의존도가 높은 의복 생활은 시각장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효능성을 낮게 인식하도록 하며 나아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의 장애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장애인으로 서의 자신에 적응하려는 과정인 장애 수용은 장애인 의 삶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장 애로 인해 변화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 느냐는 삶에 대한 태도와 만족 수준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면서, 장애인 및 장 애인 가족의 삶의 만족도 연구에서는 장애 수용의 중 요성을 강조하고 있다(Lee & Park, 2022). 장애를 가 진 자신에 대한 태도를 설명하는 장애 수용은 의복 생 활을 통해서도 향상될 수 있다. 의복 생활은 자신에 대한 태도와 감정의 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 문이다. Moon and Yoo(2001)는 의복의 긍정적 기능 에는 자기 수용, 자존감, 자신감의 향상과 긍정적 감 정으로의 변화가 포함된다고 하였다. 또한 Kim and Ryu(2019)는 의복을 통한 외모 관리의 관심과 노력은 시각장애인의 행복감과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혔다.
장애인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재활치료의 제공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이 타인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의 마련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더욱이 일반적인 사회의 편견과는 달리 시각장애인의 의복 생활 관련 욕구는 정안인과 비교하여 낮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Kim & Kim, 2019), 이들의 편리한 의복 생활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의 제공과 관련 사회․복지 제도의 마련이 필 요한 실정이다. 우선, 시각장애인의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장애정도, 사회경제적 수준 등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의복비 지출 현황의 연관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소비자로서의 시각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더욱이 시각장 애인의 자립 및 삶의 만족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의복 생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의 의복 생 활 관련 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발표되어왔고, 이들 의 일생생활에서의 자립 수준과 장애에 대한 태도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관련 이론을 바탕으로 고찰 한 연구가 부족하다. 장애인과 의복 관련 연구는 주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지체장애인을 위한 의복 디자인 연구(Hong, 2001),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복형 보행보 조기기 개발(Kim, Lee, Kang, & Song, 2007), 장애인 의 의복 디자인 선호 및 기능성 의복 개발 연구(Chung & Lee, 2006) 등의 의복 디자인, 구성, 기능성에 중점 을 두어왔다. 더욱이 장애인의 의복 생활을 그들의 심 리 및 행복감과 관련하여 분석한 연구가 지금까지 이 루어지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장애인고용패널조사 2차 웨이브의 6차 자료를 활용하여 (1) 우선 시각장애 인의 의복비 지출 현황과 인구통계학적 특성, 타인 의 존도, 자기효능감, 행복, 장애 수용 태도의 관련성을 확인한 후, (2)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타인 의존도와 장애 수용 태도가 자기효 능감과 행복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검증함으로써, 이들의 의복 생활을 위한 사회․정치적 관심과 의복 과 관련한 시각장애인의 심리 연구의 필요성을 제안 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시각장애인의 개인적 및 심리적 특성과 의복비 지출 간의 관계를 조사하고, 장 애 역설 이론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의 타인 의존도 와 행복의 관계에 미치는 자기효능감과 장애 수용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인 대상의 의복 관련 후속 연구의 내용과 방향성을 위 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학술적 의의를 지니며, 시 각장애인의 의복 생활을 위한 타인에의 의존, 심리 상 태 및 행복감 사이의 관계를 장애 역설 이론으로 설명 한다는 이론적 의의를 갖는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자 립적 의복 생활은 일상생활에서의 타인 의존을 낮추 고 자기효능감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의복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체계의 수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 한다는 사회적 의의가 있다.
II. Literature Review
1. People with visual impairments and clothing
의복 생활에 관한 시각장애인의 관심은 정안인에 비해 낮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는데, 시각장애 성인 여 성의 외모관리 성향을 분석한 Kim and Kim(2019)의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70.4%가 향후 의류 및 액세서리 등의 패션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으 며, Kim and Ryu(2019)의 연구에서는 시각장애여성 의 외모관리행동 중 체형 및 의복 관리 행동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 비장애 성인여성의 외모관리행동 유 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지적되었다. 하지만 다수의 시각장애인은 외출 시 필요한 의상의 색상이나 디자 인을 고르는 문제, 옷을 갈아입는 일과 같은 의복 관 련 일상생활에서 부분 혹은 완전 도움을 필요로 한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적절한 의복을 착용하기 위해 의류의 색과 재질, 사이즈, 그리고 세탁 방법 등을 식 별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된다. 이와 관련 하여 Yang(2016)의 연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 로 의복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의 82%가 옷을 입을 때 의복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 려움이 있으며, 응답자의 78%가 오프라인 매장을 방 문하여 의복을 구매하거나 타인에 의해 구매하는 경 우(14%)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나, 의류 구매경로가 제한적임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또한, 시각장애인들 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의류를 구매할 때, 의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동반인의 도움이 필요하다(37%)고 응답하였고, 원하는 스타일을 찾기 어려운 것(18%)으 로 확인되었다(Yang, 2016). 이런 이유로 의복 구매욕 구가 있는 시각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의복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활동보조 인 서비스 시간이 시각장애인의 의생활에 투자될 만 큼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활동보조인에 의한 의복 구 매는 시각장애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Yi & Kim, 2019).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 로 의복을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Kim & Cho, 2017). 하지만 신체 능력의 제한으로 인하여 의복 소비와 착장 등의 일상생활을 자립적으로 행하 지 못하며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부 분을 포기한 채 생활하고 있다(Yi & Kim, 2019). 또 한 의복 생활이나 쇼핑 등의 활동은 시각장애인이 지 역사회로 복귀하는 데 있어서 독립성과 자립성을 확 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의복 관련 일상생활에 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시각장애인 삶의 질에 큰 영 향을 미칠 수 있다(Yang, 2016). Kim and Ryu(2019) 의 연구에서도 시각장애여성의 행복감과 삶의 질에 체형 및 의복 관리 행동이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체형 및 의복 관리 관련 프로그램 개 발 및 운영이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개인의 의복비 지출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주관 적 사회경제적 수준과 관련이 있다. 청년기에서 중년 기에 이르기까지는 의복비 지출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주로 여성이 남성보다 의복 쇼핑을 자주 하고, 교육 수준과 사회경제적 수준 이 높을수록 의복 소비가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Park & Yoon, 1994;Pentecost & Andrews, 2010). 하지만 장애인의 의복비 지출과 인구통계학적 특성의 관련성 은 거의 보고된 바가 없는데, 중노년기 지체장애인의 월평균 의류 및 신발 소비 지출은 학력과 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많아진다고 밝힌 H. Kim(2016)의 연구가 유일하다. 또한 장애인 가구는 전국 가구와 비교하여 월평균 소비 지출이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기 때 문에(Park & Kwon, 2015), 비장애인과는 다른 소비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의 중증 정도도 그들의 의복비 지출과 연관될 수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장애에 따른 추가 지출이 생길 수밖에 없으 며 의복 소비를 위한 이동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의복만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장애 의 중증 정도가 심할수록 의복비 지출은 낮아질 것으 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앞서 설명되었듯이 시각장애 인의 의복 생활은 정안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 은 타인 의존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은, 장애인의 자기효능 감을 낮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의복 구매 행동 에 제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절한 의복의 활 용은 개인의 긍정적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긍정 적 사회관계 및 개인의 행복과도 연결될 수 있다(Kim & Ryu, 2019;Moon & Yoo, 2001). 즉,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은 타인 의존과 자기효능, 행복 등의 심리 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Dependency on others, self-efficacy, and happiness
타인 의존(dependence)의 반대 개념으로는 독립 (independence) 혹은 자율(autonomy)이 있다. 독립은 의사결정과 일상생활의 활동 수행에 있어서 타인에게 최소한의 의존을 하는 것을 기초로 둔 자신의 삶에 대 한 통제력으로 정의되며(Szymansk, 1994), 자율은 자 신과 관련된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조절함을 의미 한다(Plath, 2009). 즉, 타인 의존은 일상 활동에서 자 신과 관련된 일들을 결정․조절하고 수행하는 데 타 인의 도움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좀 더 거시적으로는 자신 삶에 대한 약한 통제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애 인에게 있어 독립적인 생활이란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스스로 결정하여 대인관계 형성 및 사회통합을 꾀하는 삶의 한 형태로, 장애인의 자립 및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이다(Yang & Hwang, 2020). 따라서 타인 의존도가 높은 장애인은 전반적 일상생활에서 선택과 결정 그리고 활동의 주도성이 낮 고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인 이 될 수 있다. 자기효능감(self-efficaty)은 자기의 능 력에 대한 믿음으로(Bandura, 1977;Eden & Aviram, 1993), 여기서 자기 능력이란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 신의 자원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Gist & Mitchell, 1992). 또한 자기효능감은 어떠한 과업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능력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행동 변화의 중요한 중재자이며 노력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동기를 형성 하는 요인이라고 평가된다(Bandura, 1986).
타인 의존도와 자기효능, 행복감의 관계를 다룬 선 행연구를 살펴보면, Bandura(1986)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확신 정도와 원활한 자기표현은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낮고 자기표현이 원활하지 못하며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 기효능감은 낮아진다고 하였다. 또한 선택의 자율성 은 자기효능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McCay & Seeman, 1998;Reeve & Jang, 2006), 자기관리능력 과 자기효능감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보고되 기도 했다(Padgett, 1991). Park(2011)의 연구에서는 정신장애인의 타인 의존과 자기효능감 사이의 부(–) 적 상관이 보고되었다. 이와 함께, 타인 의존도와 자 기효능은 모두 행복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되는데, Raghavan, Le, and Berenbaum(2002)은 의존 성은 우울, 적대감과 정(+)적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였 고, Fresco, Sampsom, Craighead, and Koons(2001)의 연구에서는 의존성은 불안 예측의 주요 요인으로 작 용하였다. 자기효능감은 삶에 대한 적응과 긍정적 태 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Bandura, 1986)이며, 비 수용적 태도와 무력감 등과 부(–)적 관련성을 갖는다 고 보고되었다(Devins et al., 1982). 또한 정신장애인 의 자기효능감은 삶의 만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Park, Lim, & Bae, 2013). 자신의 장애로 겪는 어려움은 장애인의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인 자기효 능을 낮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이는 궁극적으로 자기 삶의 행복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행 연구에 서는 장애로 인한 차별경험(D. Kim, 2021)이나 장애 정도의 심각성(Ditchman, Sung, Easton, Johnson, & Batchos, 2017)과 삶에 대한 포부 및 만족도의 부(–)적 관계에는 자기효능의 매개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기 본적인 일상 생활을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생활을 혼자 해나갈 수 없다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자기효 능감의 저하는 이들의 전반적인 행복감을 낮아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타인 의존은 자기효능에 부정 적 영향을 미치며, 우울과 불안 등과 관련되어 결과적 으로 개인의 행복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Disability paradox theory
장애 역설(disability paradox)은 장애로 인한 제한 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개인 성향과 변화된 상황에 적 응해 가는 과정에 따라 장애의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하는 개념이다(Albrecht & Devlieger, 1999).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애를 가 진 삶을 불행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심각하고 지속 적인 장애가 있는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에 비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높은 삶의 질 수준을 보고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O’hara et al., 2021). 장애 역설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 안된 개념으로, 개인의 자아, 세계관, 사회적 관계를 정의함에 있어 장애에 대한 개인적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고,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자신의 장애로 인해) 삶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 인식을 갖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Weinberg, 1988).
이와 유사하게, Sprangers and Schwartz(1999)는 중 증 또는 만성질환의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적응하 고 극복해 나가는 일련의 사회, 심리적 과정을 반응 전환과 삶의 질에 대한 이론적 모형으로 설명하였다. 이 모형에는 다섯 가지의 주요 요인이 포함되는데 첫 번째는 생애 변화사건(catalyst)으로 건강 상태의 변화 를 의미한다. 두 번째, 선행요인(antecedents)은 안정 적 또는 기질적인 개인의 특성으로 성별, 교육 수준 등의 인구학적 및 자존감, 통제력, 낙관주의 등의 성 격적 특성과 개인의 기대 수준, 종교적 신념 등을 의 미한다. 세 번째 요인은 기제(mechanism)로 생애 변 화사건에 적응하기 위한 개인의 인지․행동․심리적 노력과 과정을 의미하며, 변화에 대한 대처 전략의 사 용, 사회적 비교의 시작, 사회적 지지의 활용, 목표 및 기대치의 재설정 등이 포함된다. 네 번째는 반응 전환 (response shift)으로 삶의 질에 대한 개인의 평가 기준 과 개념의 변화를 뜻한다. 마지막 요인은 지각된 삶의 만족(perceived quality of life)이 포함된다. 이 이론적 모형은 질병이나 장애의 발생 및 치료 과정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행동적, 인지적, 감정적 과정을 경험하게 하며,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삶의 질 을 평가하는 기준과 가치 기준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서 겪는 다양한 기제의 유형과 범위는 개인적 특성인 선행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개인적 특성은 반 응 전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 한다.
장애 역설 이론(Albrecht & Devlieger, 1999)과 반 응 전환과 삶의 질에 대한 이론적 모형(Sprangers & Schwartz, 1999)은,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는 장애를 가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응해 가 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Albrecht and Devlieger (1999, p.983)는 개인의 심리적 성장과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은 “삶에 대한 균형적인 시선”을 갖게 하며, 이는 현재의 삶의 질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이 이론들과 관련하여,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의 질 관련 연구에서 장애로 인한 여 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애인과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은 높은 삶의 만족 수준을 보고하고 있다는 점 이 밝혀지면서, 장애 역설의 존재와 장애를 받아들이 는 태도의 중요성이 검증되어왔다. 예를 들어, Carona, Pereira, Moreira, Silva, & Canavarro(2013)의 연구에 서는 장애 아동을 돌보는 부모와 장애가 없는 아동을 돌보는 부모들의 삶의 만족 수준에는 차이가 없음이 밝혀졌는데, 이는 장애 역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장애 아동을 돌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만, 장애와 관련된 긍정적, 부정 적 경험의 균형을 찾는 과정은 그들의 삶의 만족에 미 치는 장애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강 조하였다.
4. Moderating effect of disability acceptance
장애 수용은 장애는 삶에 제한을 초래하는 불편한 것임을 인정하고 가능한 그 상태보다 나아지려고 노 력하는 것으로(Wright, 1983), 장애로 인한 상실에 대 한 내성을 키우고 현실을 인지하는 자아 기능의 향상 을 의미한다(Heled, 2021). 또한 장애 수용은 장애에 대한 점차적인 조절 및 적응 과정(Geis, 1972;Naugle, 1988;Wright, 1983)으로 장애인의 사회심리적 적응 이나 역량 강화, 건강 유지 및 회복을 위한 필수 단계 (Livneh, 2022;Starr & Heiserman, 1977)로 재활치료 의 주요 목표로 여겨진다. 선행연구에서는 장애 수용 의 수준에 따라 장애인의 자기효능감이 달라질 수 있 음을 일관되게 보고해 왔다. 장애인은 장애 수용으로 장애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게 되며 동시에 부 정적 정서가 소거되어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잔존 능력을 찾아 이를 활용하고자 노 력하는 과정(Smart, 2001)을 통해 긍정적 자아정체성 의 형성 및 자기효능감의 향상(Starr & Heiserman, 1977)을 꾀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Oh and Lee (2017)의 연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의 긍정적 장애 수용 은 삶의 만족 및 행복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 로 나타났다. 더욱이 장애 수용은 장애의 부정적 효과 를 차단 또는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Wright, 1983). 즉, 시각장애인이 겪는 일상생활에서의 타인 의존도 는 자기효능을 낮아지게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그들 의 낮은 행복 수준으로 이어지지만, 이러한 관계는 장 애인 자신의 긍정적 장애 수용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III. Methods
1. Research questions, research model, and hypothesis
본 연구는 시각장애인의 인구통계학적 및 심리 특 성에 따른 의복비 지출 현황의 차이를 알아보고(연구 문제), 타인 의존도와 행복 사이의 관계에서 자기효능 의 매개효과와 장애 수용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 하고자 한다(연구 모형 및 가설). 제안된 연구 문제, 연구 모형 <Fig. 1>과 가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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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문제 1. 시각장애인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연 령, 성별, 교육수준, 장애정도, 주관 적 사회경제적 수준)은 의복비 지출 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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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문제 2. 시각장애인의 심리적 특성(타인 의존 도, 자기효능, 행복, 장애 수용)은 의 복비 지출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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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1. 타인 의존도와 행복의 관계에는 자기효능 의 매개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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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2. 타인 의존도와 자기효능의 관계에는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가 있을 것이다. 즉, 타인 의존도와 자기효능의 부(–)적 관계는 장애 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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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3. 타인 의존도와 행복의 관계에 미치는 자기 효능의 매개효과에는 장애 수용의 조절효 과가 있을 것이다. 즉, 자기효능을 거쳐 행 복에 미치는 타인 의존도의 부(–)적 간접효 과는 장애 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약할 것 이다.
2. Study data and samples
본 연구는 개인의 경제 및 고용 활동의 변화를 관 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는 장애인고용패널조사에서 수집된 자료 중, 총 4,577명 의 패널을 대상으로 2021년에 시행된 2차 웨이브 6차 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우선 498명의 시각장애인의 응답자료를 추출하였고, 이 중에서 모든 문항에 본인 이 직접 응답한 484명을 연구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추가적으로, 장애인고용패널조사 자료는 가구의 한 달 평균 지출 의복비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각장 애인이 자신의 의복 구입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과 다 른 가구 구성원의 의복 지출비를 모두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본인 의복 지출비를 명확하 게 확인하기 위해, 전체 시각장애인 484명의 응답자 료 중에서 1인 시각장애인 가구의 응답인 128명(남성 95명, 여성 32명)의 자료를 분류하여, 한 달 평균 의복 비 지출과 인구통계학적 특성 및 심리적 특성의 관련 성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였다. 즉, 연구문제 1과 2의 검증에는 전체 시각장애인 자료와 1인 가구 시각장애 인의 자료를 분류하여 분석하였고, 연구 모형 및 연구 가설의 검증은 전체 시각장애인 자료를 활용하였다.
3. Measures
연구 변수에는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 자기효능감, 행복, 장애 수용 태도, 인구통계학 적 특성이 포함되었다. 타인 의존도는 일상생활에 타 인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측정한 한 문항(“________ 님은 일상생활에서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 요하십니까?”)이 사용되었으며, 4점 리커트 척도(1= 전혀 필요없다~4=매우 필요하다)로 측정되었다. 자기 효능은 한국판 일반적 자기효능감 척도(Generalized Self-Efficacy Scale: Schwarzer & Jerusalem, 1995, 한 국판: Lee, Schwarzer, & Jerusalem, 1994)의 10문항 이 사용되었으며, 연구대상자의 응답은 4점 리커트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4=매우 그렇다)로 측정되 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강 한 것을 의미하였다. 행복은 연구대상자의 일상생활 에 대한 주관적 행복 정도를 묻는 한 문항으로 측정되 었다. 행복 정도는 “______ 님은 요즘 얼마나 행복하십니 까?”의 질문에 10점 리커트 척도(1=매우 불행~10=매 우 행복)의 응답지가 제공되었다. 장애 수용은 장애 수용 척도(Disability Acceptance Scale [DAS]: Kaiser, Wingate, Freeman, & Chandler, 1987)와 장애인의 자 아인식․자아수용검사(Baek, Kim, Yu, & Kim, 2001;Kang, Park, & Gu, 2008)를 기반으로 선정된 12문항 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문항은 5점 리커트 척도(1=전 혀 그렇지 않다~5=매우 그렇다)로 측정되었다. 점수 가 높을수록 장애로 인해 변화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였다. 인구통계학적 특성에는 연령, 성별, 교육수준, 결혼상태, 장애정도, 주관적 사 회경제적 수준, 한 달 평균 의복비 지출 문항이 사용 되었다. 장애정도는 중증장애인 시각장애 1~2급은 장 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로, 이외에는 장애의 정도가 심 하지 않은 경증장애로 구분되었다. 한 달 평균 의복비 지출은 “2020년 한 해 동안_______ 님 가구에서 지출한 한 달 평균 생활비(패널 포함 전체 가구원)의 항목별 지출 내역은 어떻습니까?-피복비(옷, 신발 등의 구입 비)”의 질문에 만 원 단위로 응답하도록 구성되었다. 개인의 기본 정보인 연령, 성별, 교육수준, 결혼상태, 장애정도를 제외한 모든 문항에는 모름/응답거절의 응답지가 제공되었다.
4. Data analysis
연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및 주요 변수의 특성에 대한 기술통계분석, 상관관계분석, 독립표본 t-검정, 탐색적 요인분석, 신뢰도 분석은 IBM SPSS version 27을 사용하였으며, 연구 모형 및 가설 검증은 PROCESS version 4.1(Hayes, 2017)을 활용하였다. 연구 모형에서 단순매개에 대한 분석은 PROCESS model 4를 활용하였고, 조절된 매개에 대한 분석은 PROCESS model 7을 사용하였다. 상호작용 효과는 Johnson-Neyman technique로 검증하였다. 조절된 매 개효과는 간접효과와 조절변수 사이의 선형 관계에 대한 구간 추정치를 의미하는 the index of moderated mediation으로 검증하였다(Hayes, 2015). 유의한 조절 된 매개효과는 그래프로 제시하였으며, 평균–1표준편 차, 평균, 평균+1표준편차 수준에서의 조절된 매개의 유의성은 단순기울기분석으로 검증하였다(Preacher, Rucker, & Hayes, 2007). 부트스트랩 반복 횟수는 5,000번으로 설정하였고, 변수 간 경로 검증은 95% 신뢰구간에서 추정하였다. 모든 변수는 평균중심화된 점수로 분석하였다. 성별, 연령,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는 연구 모형에서 통제변수로 사용되었다.
IV. Results
1. Descriptive statistics
연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Table 1>에 정 리되었다. 성별은 남성 311명(64.3%)과 여성 173명 (35.7%)으로 구성되었다. 연령은 60대 이상 143명 (29.5%), 50대 116명(24.0%), 40대 108명(22.3%), 30 대 87명(18.0%), 20대 30명(6.2%) 순이었고, 평균연 령은 49.93세(SD=12.87)로 조사되었다. 최종학력은 고졸 206명(42.6%)과 대졸 134명(27.7%)이 과반을 차지하였고, 결혼 상태는 미혼 145명(30.0%)과 결혼/ 동거 248명(51.2%)이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장 애의 중증 정도에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가 123명(25.4%),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가 361명(74.6%)이었다.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신 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중하층(255명, 52.7%)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하층(161명, 33.3%), 중상층(62명, 12.8%), 상층(2명, 0.4%) 순으로 나타났 다. 시각장애인 가구의 한 달 평균 피복비 지출은 평 균 7만 5,700원(SD=6.99)으로 나타났으며, 범주화하 여 정리하면 3~5만 원(191명, 39.5%)과 6~10만 원 (109명, 22.5%)이 과반을 차지하였다. 보다 세부적으 로 1인 가구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한 달 평균 4만 3,500원(SD=4.35)을 의복비로 지출하고 있었으며, 1~ 2만 원(46명, 35.9%)과 3~5만 원(52명, 40.6%)에 대 부분이 분포되었다.
연구 변수의 기술 통계량은 <Table 2>에 정리되었 다. 각 변수의 왜도와 첨도값은 일반적인 기준치인 절 대값 왜도 2 이하와 절대값 첨도 7 이하를 충족하여, 정상성이 확인되었다(West, Finch, & Curran, 1995).
2. Exploratory factor analysis
다문항으로 측정된 자기효능과 장애 수용의 변수 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교차적재와 낮은 적재의 문제로 장애 수 용의 4문항을 제거한 후, 자기효능의 10문항과 장애 수용의 8문항에 대한 탐색적 요인분석 결과는 <Table 3>에 정리되었다. 전체 문항에 대한 KMO값(=.94)과 Barlette’s 구형성 검정 결과(χ2=3,791.54, df=153, p< .001)는 자료들이 요인분석에 적합함을 보였다. 두 요 인의 전체 설명변량은 52.76%로 나타났고, 각 변수에 포함된 문항들의 요인계수는 자기효능 .65~.79, 장애 수용 .56~.72였다. 자기효능과 장애 수용의 Cronbach’s α값은 각 .91, .85로 높은 신뢰도가 확인되었다.
3. Tests for research questions
연구 문제 1과 2의 검증을 위해 인구통계학적 특성 및 심리적 특성에 따른 한 달 평균 의복비의 차이를 분석하였고, 전체 시각장애인(n=484) 자료에 대한 분 석과 이 중에서 1인 가구 시각장애인(n=128)으로부터 의 자료를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성별과 장애수준에 따른 의복비 지출은 독립표본 t-검정으로 분석하였고, 연령, 교육수준, 주관적 사회경제적 수준, 타인 의존 도, 자기효능, 행복, 장애 수용에 따른 의복비 지출은 상관관계분석을 활용하였다(Table 4).
연구 문제 1과 관련하여, 우선 1인 가구 시각장애 인의 응답을 대상으로 독립표본 t-검정 결과, 한 달 평 균 의복비 지출에 대한 남녀의 차이(남성: mean=4.64, SD=4.58, 여성: mean=3.66, SD=3.57, t(125)=1.11, p=.27)와 장애수준에 따른 차이(심한 정도의 장애: mean=3.62, SD=2.66, 심하지 않은 정도의 장애: mean=4.90, SD=5.12, t(125)=–1.63, p=.11)는 유의하 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각장애인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독립 표본 t-검정 결과, 한 달 평균 의복비 지출에 대한 남 녀의 차이(남성: mean=7.63, SD=6.92, 여성: mean= 7.45, SD=7.12, t(481)=.27, p=.79)와 장애수준에 따른 차이(심한 정도의 장애: mean=6.78, SD=7.33, 심하지 않은 정도의 장애: mean=7.83, SD=6.85, t(481)=–1.45, p=.15)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와 전체 시각장애인의 자료에서 모두 나이가 젊 을수록, 교육수준과 주관적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 수록 의복비 지출이 많았다.
연구 문제 2와 관련하여,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 출 금액은 1인 가구와 전체 시각장애인의 자료에서 모두 자기효능 및 장애 수용과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타인 의존도와는 부(–)적인 상관관계가 있 었다. 의복비 지출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1인 가구와 전체 시각장애인 자료에서 모두 정(+)적 관계가 있었 으나, 1인 가구의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 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었다.
4. Tests for research model and hypothesis
앞서 보고된 상관관계분석 결과는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은 일상생활에서의 타인 의존도와 장애 수용 태도와 유의한 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결 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두 번째 목적인 타인 의존 도, 자기효능감, 행복감 사이의 관계 분석과 변수 간 관계에 미치는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 분석을 전체 시 각장애인의 응답자료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연구 모형의 검증에는 PROCESS model 4와 model 7을 활 용하였으며, 타인 의존도는 독립변수로, 자기효능은 매개변수로, 행복은 종속변수로, 장애 수용은 조절변 수(model 7)로 입력되었다. 모든 모형 분석에서 연령, 성별,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가 통제변수로 사용되 었다. 연구 모형에 포함된 변수들의 공차한계는 .66~ 0.99로 분포되었고, 분산팽창요인은 1.01~1.52로 나타 나 다중공선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본 연구의 가설 1의 검증을 위해 PROCESS model 4를 활용하여 타인 의존도와 행복의 관계에 미치는 자기효능의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 단순매개 분석 결과, 타인 의존도가 자기효능을 거쳐 행복에 미치는 간접효과는 부(–)적으로 유의하였다(B=–.17, SE=.04, 95% bootstrap CI [–.24, –.10]). 따라서 가설 1은 지지 되었다. 이와 함께, 타인 의존도는 자기효능과 유의한 부(–)적 관계가 있었으며(B=–.15, t(473)=–6.47, p< .001), 자기효능은 행복과 유의한 정(+)적 관계(B= 1.13, t(472)=8.88, p<.001)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ig. 2).
가설 2와 3의 검증을 위해 PROCESS model 7을 활 용하여 조절된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Table 5). 우선 타인 의존도와 자기효능의 관계에 미치는 장애 수용 의 조절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B=.09, R2=.01, p<.01). 즉, 가설 2는 지지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타 인 의존도와 자기효능 간의 부(–)적 관계는 장애 수용 수준이 낮은 경우(–1표준편차: B=–.17, t=–6.11, p< .001)와 평균인 경우(Mean: B=–.11, t=–5.34, p<.001) 에는 유의하였지만, 높은 경우(+1표준편차: B=–.05, t=–1.83, p=.07)에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ig. 3). The Johnson-Newman technique 분석 결과, 타인 의존도는 장애 수용이 –.59보다 낮은 경우에 자 기효능과 유의한 부(–)적 관계가 있었으며, 이는 전체 표본의 81.8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설 3에서는 타인 의존도와 행복의 관계에 미치는 자기효능의 매개효과에는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가 있 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조절된 매개효과 분석 결과, 타인 의존도가 자기효능을 매개하여 행복에 미치는 간접효과에는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가 있음이 확인되 었다(index of moderated mediation=.11, SE=.04, 95% bootstrap CI [.03, .19]). 즉, 가설 3은 지지되었다. 조 절변수인 장애 수용 수준이 평균–1표준편차, 평균, 평 균+1표준편차의 세 수준인 경우에서 확인된 간접효 과는 <Table 6>에 정리되었다. 간접효과는 장애 수용 수준이 낮은 경우(평균–1표준편차)와 평균인 경우에 부정적으로 유의한 반면, 장애 수용 수준이 높은 경우 (평균+1표준편차)에는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타인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기효능이 낮아지고, 이는 개인 의 행복 수준을 낮아지게 한다는 변수 간의 간접관계 는 장애 수용 수준이 낮거나 평균인 사람들에서만 확 인되었다.
V. Conclusion and Implications
본 연구는 시각장애인의 사회심리적 특성과 의복 비 지출 현황을 조사하고, 그들의 의복 생활과 관련이 깊은 타인 의존도가 자기효능과 행복감과 보이는 관 련성 및 장애 수용 수준에 따른 변수 간 관계의 차이 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변수 간 관계를 고찰하였으며, 수립된 연구 모형과 가설을 검 증하였다. 구체적으로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과 타인 의존도, 자기효능, 행복감, 장애 수용의 상관관 계를 분석하였고, 타인 의존도와 행복의 관계에 미치 는 자기효능의 매개효과, 타인 의존도와 자기효능의 관계에 미치는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 타인 의존도와 행복의 관계에 미치는 자기효능의 매개효과에 대한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를 검증하였다. 분석 자료는 장 애인고용패널조사 2차 웨이브 6차 조사 중 시각장애 인의 응답을 활용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에는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은 인구통계학적(연령, 교육수준, 주관적 사회경제적 수 준) 및 심리적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점과 일 상생활에서의 타인 의존도, 자기효능, 행복, 장애 수 용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 타인 의존도가 자기효능의 형성을 거쳐 개인의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 기효능의 유의한 매개효과의 확인 및 변수 간의 관계 에 있어 장애 수용의 조절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는 점이 포함된다.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은 성별 과 장애수준에 따른 차이는 없었으나, 연령이 낮을수 록, 교육수준과 주관적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많았다. 비장애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 다 의복비 관련 지출이 더 많다고 보고되어왔다(Kim & Kim, 2007). 본 연구의 결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의 생활은 의복 관련 소비에서의 성별 차이에서도 차 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선행연 구에서 보고된 장애인의 의복비 지출과 교육 수준 및 사회경제적 지위의 관련성 결과와 일치한다. 중노년 기 비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의 월평균 소비지출금액을 비교한 H. Kim(2016)의 연구에서는 장애인의 의복비 지출이 비장애인의 지출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준을 보이며, 지체장애인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의복비 지출이 크다고 보고하였다. 더욱이 시각장애 인의 의복비 지출은 타인 의존이 낮을수록, 자기효능 감, 장애 수용, 행복감은 높을수록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본 연구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의복비 지출 현황의 관계를 분석한 거의 첫 시도이기 때문에, 선행연구 결 과와의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일상생활에서의 자립적 생활 여부와 자신의 신체적 상황에 대한 인정 여부가 그들의 의복비 지출과 관련 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의복구매는 도움을 주는 누군가와의 동행 쇼핑이 많은 경우를 차 지한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Kim & Cho, 2017). 따라서 의복 생활에서의 자립은 시각장애인의 자기효능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전반적인 행복과도 관련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일상생활의 영위를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은 장애인이 경험할 수 있는 주요 사회적 장벽이며, 이는 장애로 인한 차별 경험과 편견 등의 다양한 사회 장벽 및 배제요인과 함 께 장애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역할을 한다(S. Kim, 2016). 또한 이러한 사회 장벽의 경험은 장애인 의 자기효능감을 낮아지게 하며, 나아가 개인의 정신 적 웰빙 수준을 낮아지게 한다(예, 높은 우울, 낮은 삶 의 만족도, 낮은 행복감)(Gu, 2018;Kim & Yeum, 2013;Lee & Chung, 2020).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선 행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여, 높은 타인 의존도는 낮은 자기효능감 및 행복감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으며, 타 인 의존도가 자기효능을 거쳐 행복감에 미치는 부정 적인 간접효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지 체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애 에 따른 어려움인 장애 차별 경험과 진로 포부의 관계 에 미치는 자기효능의 매개효과를 밝힌 D. Kim(2021) 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밝혀진 중요한 결과는, 타인 의존도와 자기효능, 행복의 부정적인 관련성, 그리고 이러한 부 (–)적 관계는 자신의 장애에 대한 수용 수준이 높을수 록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타인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기효능은 낮아지지만, 이러한 관계는 장애로 인해 변화된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약해 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타인 의존도가 높을수 록 자기효능이 낮아지고 이는 개인의 행복감을 떨어 뜨리게 되는데, 이러한 간접효과도 장애 수용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애인 본인이나 장애아동의 부모가 경험하는 장애로 인한 차별 경험, 스트레스, 사회적 지지 등의 다양한 사회심리적 요인이 정신적 웰빙에 미치는 영향력은 장애 수용의 수준에 따라 달라짐을 보고한 선행연구 에서도 자신 또는 가족의 장애를 인정하고 변화된 상 황에 적응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 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Bae & Bae, 2015). 장애 수용의 향상은 궁극적으로 장애인을 포함하여 이들의 가족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 문이다.
장애 수용 수준의 향상과 함께 자기효능과 행복 수 준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상생활에 서의 타인 의존도의 중요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본 연 구의 결과 타인 의존도는 자기효능과 행복감과 모두 부(–)적인 관련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타인 의존이 높다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이며 스스 로의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더욱 이 장애인에게 있어 자립적인 일상생활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유형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확인된 바 있다(G. Kim, 2021). 시각장애인에게는 의 복 제품의 정보를 시각 이외의 방법으로 전달받을 수 만 있다면, 의복 생활에서의 타인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패션 업계에서는 점자나 QR코 드의 활용 등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복 제품이 소 개되고 있지만, 매우 한정적인 부분에만 적용되고 있 다. 특정 브랜드의 제품뿐만 아니라, 이미 소유하고 있는 제품을 포함하여 모든 의복에 활용할 수 있는 정 보 전달 체계가 제공된다면, 시각장애인의 타인 의존 도를 낮춤으로써 이들의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의 타인 의존, 자기효능, 행복의 관계는 장애 수용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 을 장애 역설 이론으로 설명함으로써 관련 연구 분야 의 학문적 심화에 기여한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 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필요한 다양한 의 사 결정에 있어 스스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누군가의 도 움이 많이 필요할수록 주어진 일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낮아지게 되며, 이는 결국 시각장애인 의 정신적 삶의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 만 삶의 질에 미치는 타인 의존의 부정적인 영향력은 개인의 장애 수용 수준에 따라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변화된 상황에의 적응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 애 역설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결 과는 시각장애인의 정신적 웰빙을 결정짓는 타인 의 존도와 장애 수용 인식의 중요성을 밝혔다는 데 실무 적 의의를 갖는다. 타인 의존의 수준을 낮추는 것과 자신의 장애를 바라보는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는 것 은 시각장애인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높이 고 그들이 느끼는 전반적인 행복 수준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밝힌 본 연구의 결과는,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 나가야 할 사회적 지원 및 체제의 변화를 강조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의복비 지출은 일상생활에서의 타인 의존도가 낮을수 록, 자신의 장애에 대한 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많아진 다는 점은, 자립적 의복 생활이 가능한 환경의 제공과 의복 생활을 통한 자신감 및 자존감 향상을 통한 긍정 적 태도의 형성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임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의복 생활과 관련하 여 시각장애인의 상황과 욕구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 작하여 쇼핑 준비, 구매, 일상에서의 착장, 구매 후 관 리까지의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시스 템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학술적 및 실무적 의의와 함께 다음의 제한점을 가지며, 이와 관련한 여러 후속 연구가 요구 된다. 우선, 장애인고용패널조사인 2차 자료를 분석자 료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연구 문제와 모형의 분석에 사용된 변수의 특성에 대한 한계점이 있다. 해당 조사 에서는 의복 관련 변수가 월평균 피복비 지출 수준의 한 문항밖에 없었기 때문에 장애인의 의생활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연구 모 형에 포함된 타인 의존도와 행복 변수가 각 한 문항으 로 측정되었다는 점도 연구 결과의 해석에 있어 제한 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선행연구에서 타당성과 신뢰성이 검증된 의생활 관련 행동 및 심리 변수를 포함한 후속 연구가 제안된다. 또한 타인 의존 도와 장애 수용 변수는 일상생활에서의 전반적인 수 준을 측정한 것으로 의복 생활과 관련한 타인 의존도 및 의복을 통한 장애 수용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의복과 관련한 타인 의존도를 줄이고 장애 수용을 높임으로써, 즉 자립적 의복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의복을 통해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높이 는 것이 시각장애인의 자기효능 및 행복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제시할 수는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 의 복 생활에 있어 다른 유형의 장애보다 타인 의존도가 높으며 의복을 통해 장애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복 생활과 관련한 시각장애인 대상의 후속 연구의 필요성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본 연구의 분석에는 시각장 애인의 응답만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 는 시각장애 이외의 장애유형을 가진 사람들에게로 일반화하여 해석할 수 없다. 다양한 장애유형 및 장애 정도를 모두 고려한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 는 장애인의 심리와 의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분석 자료는 단면조사 자료이기 때문에 결과에서 밝혀진 변수 간 관계는 인 과관계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자립적 일상생활을 위 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사용한 후에 장애인의 삶 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관한 실험 연구의 진행이 필요하겠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의 자립을 통한 타인 의존 수준의 감소가 시각장애인의 긍정적 심리와 삶 의 질 향상에 미치는 인과관계, 즉 변수 간의 선후관 계를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