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임신과 출산은 계속되고 있다. 출산은 생물학적인 과정일 뿐 아니라 심리학적인 과정으로(Walker, 1992), 여성이 일생동안 경험하는 가장 의 미 있는 사건이며,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 중에서 개인의 삶에 가장 즐겁고 감 격적인 경험이자 정서적이고 극적인 사건이다(Standley & Copans, 1979). 또한 출 산은 여성에게 있어서 삶의 한 과정임과 동시에 성숙 하는 과정에서 맞이하는 발달상의 위기이기도 하다 (Shin, 1988).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 극적이고 감격적인 경험의 과정임과 동시에 여성의 일상과 신 체에 큰 변화를 부여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신체의 변 화는 여성의 건강뿐 아니라, 자기인식 및 정체성에 영 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외모관리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때로는 비정상적인 외모 가치관이 매체를 통해 계속적으로 주입되는 사회문화 적 환경 속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본인 의 신체와 외모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식의 발현으로 서의 패션스타일의 선택에 있어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출산율의 저하를 막고, 유자녀 기혼여 성의 고용을 높이고자 하는 다양한 논의가 정책기관 및 학계를 아우르며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으로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부여하는 개인적 가치 와 의미는 뒤로 하고, 사회적․국가적 의미에 방점을 두는 연구와 정책들을 살펴보면 임신과 출산의 주체 가 되는 여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이끌어내지 못하 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직 접 경험하는 일상과 그 안에서의 외모에 대한 인식변 화, 그리고 외모에 대한 인식의 발현으로서의 패션스 타일을 살핌으로써 여성들에 대한 심층적이고 다각화 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현대의 엄마는 그 특수성에 따라 타 집단과 구별되어 심층적으로 연구되어야 함 에도 불구하고, 미혼 직장여성이나 여대생의 연구를 위한 비교 군집이나 아동의 외모행동이나 패션제품 소비에 대한 영향요인으로 활용되는 등 관련 선행연 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성 의 사회진출이 증가하고, 임신과 출산이 가지는 의미 와 양육의 모습이 변화함에 따라 현대의 ‘엄마’들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소비주체로서 주목받고 있으 며, 학술연구뿐 아니라 해외의 저널이나 소비자 조사 리포트를 통한 지속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 국의 경우 엄마 집단을 세대와 나이에 따라 세분화하 고, 그 안에서도 유형을 분류하여 각 집단의 특징과 추구하는 가치, 선호하는 스타일과 브랜드, 패션 준거 집단, 롤모델, 식습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Expotential, n.d.;Miley & Mack, 2009;Rees, 2015a, 2015b;WGSN, 2014). 그러나 국내의 연구를 살펴보 면 ‘엄마’로 대변되는 유자녀 기혼여성을 중요한 소비 집단으로 인식하면서도 집단의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 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선행연구의 방법적 측면을 살펴보면 유자녀 여성의 일상과 패션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마케팅 분야의 양적 연구 방법을 활용 한 논문이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하여 도출된 결과들은 연구 대상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기획 과 판매에 있어서는 유용하나, 패션소비자로서의 집 단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함 이 있다.
선행연구에서 활용해온 다양한 변인을 활용한 양 적 연구는 삶의 양식을 유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 닌 반면, 지나치게 연구 대상을 단순화시키고, 행위의 패턴만을 강조하는 약점을 갖는다. 그러므로 질적 연 구를 통해 유자녀 여성들이 출산 경험을 그들의 생생 한 언어로 이해하고, 외모에 대한 인식과 인식의 발현 으로서의 패션스타일 표현을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 인 관점으로서 접근하여 분석하는 연구의 시도가 필 수적이다. 일상의 상황 속에서 개인이 실질적으로 경 험하는 패션스타일의 표현을 세분화된 시각으로 이해 하고 파악하는 것은 다면화된 현대 소비자의 선호와 인식을 분석하는 관점을 확장한다. 이는 나아가 여성 개개인이 어떠한 주관적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 며, 그 안에서 여성 본인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로 발전이 가능하다.
본 연구는 출산의 주체가 되는 현대 한국 여성의 경 험을 살피고, 일상에서 인지하는 신체 및 외모에 대한 인식과 이에 연관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써의 패션을 살핀다. 이를 위하여 질적 연구 방법의 하나인 문화기 술지 중 부분적 문화기술지(focused ethnography)를 실시하여 그들의 행동과 언어를 관찰하고, 삶의 전반 적인 방향을 들여다봄으로 일상 속 패션스타일에 나 타나는 그들의 패션에 대한 가치, 신념, 태도 및 행위 를 확인하며, 한국의 유자녀 기혼여성들이 경험하는 실질적 의미의 출산, 그로 인한 외모 변화 그리고 외 모인식의 발현으로서의 구체적인 스타일 표현 양상을 생생한 언어로 밝히고, 이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도모하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한다.
Ⅱ. Theoretical Background
1. The body and appearance of women
근대 이전에 인간의 몸이 자연적인 존재로 취급되 고, 자연적 특성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존재로 인식되었던 것에 반해, 현대의 몸은 물질적․개인적 인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되고 있다. 즉, 근대적 관점에서 인간의 몸이 개인적 관점에서의 하나의 형상으로서 또는 몸이 지닌 생리 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물질적 관점에서 정의되었 다면, 현대의 몸은 사회문화적으로 부여된 존재이자 주체의 의식적인 실천에 따라 정의되며, 나아가 몸에 내포된 의미는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에서 몸은 일상의 공간 속에서 특정하게 구성되 어질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개인의 가치체계 혹은 존 재의 의미를 찾는 자아의 함축적 의미를 내재한 대상 으로 해석이 가능하다(Lee, 2017).
오늘날의 몸은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소비의 대상 으로 부각되고 있어(Chung, 2007), 몸을 가꾸는 것은 미적차원을 포함하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차 원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급격히 팽창한 상업문화의 영향력은 과거와 달리 몸에 부여 된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생산의 주체로서 존중되었고 절제가 미덕이었으나, 과거 조심스럽고 신중했던 몸의 부분들이 요즘은 젊 음의 기호가 되고 삶의 활력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특 히 자신의 몸의 의미나 중요성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개인의 몸은 타인에게 보 이는 모습으로써 자아를 전적으로 반영하는 대상인 것이다. 몸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대상이자, 삶을 만족시키는 대상이며, 개인적 삶의 중요한 가치로 부 상한 것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현대의 몸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 보면, 후기 산업주의 후기 포디즘, 후기모더니즘과 같 은 문화적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소비주의의 특성 (Hong, 2004)이 나타난다. 몸 이미지들은 쾌락, 욕망, 놀이 등을 중요시하는 대중문화와 소비문화를 매개로 하여 부각되고 확산되는 현상이 강화된다. 이는 몸이 정치, 경제 구조로부터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문화적 결과들이며, 몸을 멋진 삶의 상징과 문화자본의 표식 으로 삼으려는 상업주의적 관심과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Featherstone(2005) 은 20세기 초 이래 몸에 대한 자기관리 통치체계가 극 적으로 증가하였으며, 몸을 수정, 변화, 변형이 가능 한 자아의 일부로 간주한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몸은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개인은 적극적으로 몸무게와 몸매를 변형하는데 몰입한다. 현대소비문화 에서 개성이 강조되면서 몸은 개인의 욕구와 욕망에 순응하여 형성될 수 있는 변형 가능한 존재양식으로 인식된다(Hong, 2004).
한편, 외모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으로, Hillestad (1980)는 외모란 총체적 개념으로 신체와 복식이라는 주요한 구성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몸이라는 인간의 신체적인 속성과 신체적 외모를 돋 보이도록 하는 의복, 장신구 등이 모두 포함되며, 인 간의 전체적인 시각적 이미지, 즉 외면적인 형상을 포 함함을 의미한다. 또한 외모는 일상생활에서 개인의 내면적인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개인이 속한 사회 와 문화가 반영된 대상이다. 이는 철학적,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문화적으로 이상적이라 여기는 외모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개인 의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Ahn & Ha, 2019). 외모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외모의 아름다움에 대 한 인식을 통해 인간은 자의식을 형성하고, 외모의 아 름다움을 유지, 향상, 발전시키기 위한 외모 관리 행 동을 시행한다. S. W. Kim(2013)은 문화의 영향을 받 아 형성되는 외모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결과를 개 인의 심리적 상태, 자의식 형성과 외모 관리 행동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도 했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유지, 향 상시키기 위한 외모 관리 행동을 체중 관리, 성형을 포함하는 신체변형과 의복, 화장을 포함하는 신체 부 착으로 구분하여 선행연구를 고찰하였다. Ahn and Ha(2019)는 외모의 개념, 의미, 속성으로 계층화된 외 모 텍사노미를 도출하였는데, 여성의 외모를 신체와 복식으로 구분하고, 다시 신체의 중위개념을 각각 신 체형태, 신체동작, 신체표면, 얼굴구성으로, 복식은 신 체변형, 신체부착, 복식의 속성에 따라 구분하였다. 이와 같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외모에 대한 구분과 기분을 제안하는 외모 텍사노미는 연구자가 몸과 복 식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의 외모를 중심주제로 하 는 반구조화된 설문지를 구성하고, 인터뷰를 진행하 는 과정 중 외모에 대한 다각도의 관점을 제안하는데 매우 유용한 기준으로 활용가능 하였다. 본 연구에서 는 선행연구의 신체와 복식을 모두 포함하는 외모에 대한 정의와, 외모 텍사노미의 상위, 중위, 하위를 포 함하는 개념범주를 활용하여 예비조사의 연구 및 설 문항목의 범주를 구축하였다.
상술한 몸과 복식을 포함하는 외모에 대한 관점은 특히 여성의 몸에 보다 강력하게 작용, 신체를 비롯한 외모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해왔다. 선행연구를 살 펴보면, 정형화된 몸과 이를 관리하는 행동에 대한 사 회문화적인 환경, 특히 잡지, 광고, TV 프로그램 등의 매체를 매개로 하는 사회적 압력과 규범에 대한 논의 (Ahn & Ha, 2019;Hong & Lee, 2005;Lee, 2019;Lim, 2004)가 진행되어 온 바 있다. 여성의 외모와 몸 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 여성, 사회학 등 다수의 분야 에서 꾸준히 논의되어오고 있다. 몸에 대한 사회문화 적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과 더불어 중요한 학문적 개 념으로 등장하고 있는 여성의 몸과 외모의 개념은 정 신, 육체, 개인과 사회의 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론적 가정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Wilson(1992)은 과거 여성의 외부에서 복부를 훈 련하던 강력한 미의 기준인 코르셋이 사라진 것이 아 니라, 현대에는 오늘날 미의 기준으로 삼는 근육이라 는 현대의 코르셋으로 변형된 것이라 설명한다. 이는 운동과 식이요법이 병행되어야 하는 여성의 자아훈련 이며, 이것에는 개인의 노력과 책임이라는 더욱 강력 한 통치체계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몸을 어떻 게 가꾸고, 무엇을 입고 장식하는가는 여전히 남성에 비하여 도덕적 관심사가 되기도 하며, 여성의 외모에 는 더 큰 요구를 통한 외모의 강조가 발생한다. 결국 여러 가지 복식 코드, 특히 상황에 따라 남성보다는 여성의 몸에 보다 강력한 통치체계가 부과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여성이 비교적 남성보다 몸과 동일시하 는 경향을 보인다는 의미이며, 여성의 자아와 정체성 은 상대적으로 몸을 의식하고, 외모와 복식에 있어 경 험적인 체현을 중시한다는 뜻이다(Entwistle, 2000/ 2013;Entwistle, 2001). 같은 맥락으로 Berger(2018) 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몸을 ‘보여지는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한다. 외모와 몸에 대한 의식은 복식 으로 확장되는데, 외모에 대한 의식과 패션스타일 발 현의 패턴들은 개인을 중심으로 경험되어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개인적 차원의 실천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 다. 일상 속의 외모와 복식은 대부분의 사회적 공간 에 미시적인 사회적 질서를 형성하며, 특히 여성들은 무의식적으로 상황에 내포된 규율과 복식코드를 내면 화한다. 나아가 여성들은 일상의 성별화된 공간을 관 리하기 위하여 공적, 사적인 일상 상황의 성격에 따 라 복식전략을 고려하고 이를 발전시킨다(Entwistle, 2000/2013).
2. Pregnancy, birth experience and appearance
여성이 경험하는 임신과 출산은 개인적인 의미와 경 험을 넘어 가족적,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여성의 생명 잉태과정인 임신과 출산은 고통과 불편을 수반한 신체 적․심리적 변화만이 아니라, 어머니됨(motherhood)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포함한 통합적인 현상으로 복합적 삶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출산을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어머니가 된다는 것으로, 이는 삶에 서 가장 큰 변화의 경험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임신 중 입덧과 무거워진 몸은 여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 지 못하며, 분만의 고통은 어떤 고통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여성은 이러한 임신과 출산을 통해서 스 스로 강한 존재가 된다는 느낌에 나아가 생명을 창조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양육을 통한 성취감을 얻어 모성을 형성해 나간다. ‘부부간의 관계’에서 ‘부모’로 의 전환, ‘남편과 아내’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로의 전 환을 가져옴으로써 한 개인에게 심리적․사회적인 역 할 변화를 가져온다(Yeo, 2014).
임신은 여성의 체내에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는 과정으로서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일 반적으로 임신 중에 겪는 신체적 현상을 살펴보면 월 경이 사라지고 입덧 증상, 임신선이 생기며, 체중이 증가하고 임신 후기에는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리적 변화로는 여성의 삶에서 부모라는 새로운 역 할의 부담감 그리고 호르몬의 변화, 신체적 변화를 통 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임신을 통하여 여성의 몸 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임신 기간 동안 자궁 은 성장하는 태아를 수용하도록 팽창하게 되어 임신 말기에는 비임신시의 500~1,000배까지 커지게 된다. 임신 1~4개월 사이에는 겉으로 표시가 거의 나지 않 지만 임신 4개월부터 자궁이 커지면서 아랫배가 눈에 띄게 나오게 된다. 임신 4개월과 5개월 사이에는 유두 간격, 가슴너비, 가슴두께가 커지게 되고, 6개월에서 7 개월 사이에는 복부의 변화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임 신 말기로 가면 몸무게, 목둘레, 엉덩이둘레, 넓적다 리두께, 위팔둘레의 변화가 커진다(Lim, 2015;Yeo, 2014). 임산부의 체형의 변화는 태아의 성장에 기인한 다. 임신 중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인 체중의 증가는 대개 임신 중기 15~28주부터 시작되며, 임신 후기 29주~출산기가 되면 급격히 증가한다. 임 부들 중에는 체질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체중이 20kg 이상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출산 후 임산부는 임신으 로 인한 신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분만 시의 진통, 분만 후 육아의 책임 등으로 인하여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피로감 을 느끼며, 임신 전 상태로 회복되는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통증, 산후출혈, 수면부족 등과 같은 불편함이 따르게 된다. 출산 후 대표적인 후유증은 산후비만과 산후부종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80% 이상에서 출산 후 비만이 나타나고 있으며, 산후부종 은 출산 후 3개월에 걸쳐 서서히 빠지게 되지만, 다리 나 발목의 부기는 없어지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산후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Lim, 2015).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여성의 외모와 몸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연구는 간호학을 비롯하 여 신체 건강 측면에서의 관점을 중심주제로 한다. 여 성의 임신 출산 후 체중 변화 양상과 관련 요인을 다 루거나 이로 인한 우울증 등의 생리학적 관점에서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다루고 있다(Kim, 2014;M. H. Kim, 2013;Lim, 2015). 그러나 실질적으로 임신과 출 산을 겪은 여성들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일상과의 단 절, 역할의 변화와 함께 동반되는 신체와 외모의 변화 를 절실히 경험하며, 몸이 가지는 신체적 의미뿐 아니 라, 사회문화적 의미변화와 가치변화를 겪는다. 현대 사회의 도구화된 몸 이미지와 외모에 대한 인식은 일 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임산부, 그리고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현 시대의 임산부 들은 여성의 사회성 증가와 고령 출산 등으로 과거와 는 달리 임신과 출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 하고, 계획하는 능동적인 의식과 태도가 증가하고 있 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꾸준한 운동과 피부관 리로 출산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 전과 달 라지지 않은 외모와 몸매로 많은 여성에게 부러움을 사는 사례가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송출된다. 이러 한 현상과 더불어 출산 후 다시 출산 전의 ‘S라인으로 돌아오는 엄마들’을 비유하여 이르는 ‘스키니맘’이라 는 신조어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Kwon, 2010), 자신 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임부를 일컫는 ‘골든 매터니 티(golden maternity)’가 등장했다(BuzzMetrix, 2014). 이러한 사회분위기로 인하여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와 외모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여성생 애주기 동안의 가장 큰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일으 키는 사건인 임신, 출산 후 관리수행정도에 따라 평생 의 건강과 사회적 참여가 좌우된다는 사고가 더욱 뚜 렷해졌다. 이는 출산 후 건강관리를 도모한다는 긍정 적인 면면을 드러내는 한편,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 성들에게도 사회문화적으로 고착된 몸 이미지에 대한 기준이 동일하게 강요되고 적용됨을 반증한다. 이는 나아가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이러한 외모 규범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귀결 된다.
임신 중에 있는 임부에게도 몸은 사회적 압박의 대 상이 되며, 의복을 포함한 외모의 꾸밈과 관리가 동반 되는데, Nash(2008)는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 것으로 임부복을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의 임부 복은 임신한 배를 감추는 것이 특징이었다. 즉, 임신 한 티가 나지 않게 하는 펑퍼짐한 옷들이 주로 소개되 었다. 반면 1970년대 들어서 신축성이 좋은 인공섬유 인 라이크라(Lycra) 사용이 증가하면서 임신한 여성 들 사이에서도 몸매가 다 드러나는 청바지나 레깅스 와 같은 임부복의 디자인이 증가했다. 또한 이러한 옷 을 입는 임산부들은 ‘트렌디한 엄마(trendy mums)’로 묘사되었다. 나아가 1990년대 서구의 대중매체와 언 론을 기반으로 임신한 신체의 이미지는 생물학적 임 신의 담론에서 임신을 한 여성의 몸을 다루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는데, 부유한 여성의 이 상적 이미지를 포함하는 성적인 관점의 ‘섹시한 엄마 (yummy mummies)’가 공개적으로 제시된다. 미디어 를 통해 ‘pregnancy chic’이라는 임산부의 패션 이미지 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Longhurst, 2005). 신체를 편안 하게 하거나, 임신을 통해 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윤곽을 드러내고, 패션스타일에 있어서도 노 출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Ogle, Tyner, and Schofield- Tomschin(2013)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급 격한 신체변화에 동반되는 불편한 감정이 위와 같이 배를 드러내고, 임신 전에 입었던 옷과 유사한 스타일 을 입는 것을 통해 긍정적인 신체에 대한 감정으로 연 결된다고 주장한다. 137명의 미국인 임산부를 대상으 로 연구한 Sohn and Bye(2015)는 현대의 임부복은 임 산부에게 자신의 몸을 축하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수단으로, 이것은 단지 그들의 몸을 가리는 방법이 아 니며, 임부복을 위장으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 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임신한 여성을 위한 디자인의 확 대와 의류 소비 확산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한편으로 는 출산 패션(maternity fashion)을 통해 임산부의 몸 을 통제하는 기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하자 면 출산 의복이 구별 짓기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었 다. 먼저 ‘임신한 몸’과 ‘뚱뚱한’ 몸을 구분하는데 있 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비만 인 여성의 신체는 게으름과 탐욕으로 연결 지어지며, 평균적으로 할당된 표준 공간의 범위를 넘어서는 비 정상으로 여겨진다. 임신한 여성의 몸 또한 공간적 관 점에서 표준의 공간에 대한 양보를 넘어서는 것으로 기준이 되는 평균에서 벗어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 다(Musial, 2003). 즉, 여성의 임신한 배를 강조하는 옷은 여성 스스로 자신이 임신한 몸임을 강조함으로 서 뚱뚱한 몸과 구별 짓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 신한 여성들 내부에서도 몸에 대한 규제, 특히 사이즈 에 대한 규제가 나타나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를 가진 임산부의 경우에는 옷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 며, 대부분의 상점들 역시 다수를 위해 ‘평범한 사이 즈’를 중심으로 판매를 하고자 하기 때문에 플러스 사 이즈의 옷을 많이 구비해 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 되었는데, 이는 상점들의 경우 이익과 관련된 측면에 서 ‘어쩔 수 없는 전략’임에도 한편 이것이 ‘뚱뚱한 몸’을 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Nash, 2008). 뿐만 아니라 임부복 소매업자의 경우, 임산부들에게 날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기 법(vanity sizing)을 사용하여 매출을 증대시킴과 동시 에, 소비자인 임산부들에게는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 적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상품 판매 전략으로 임신한 여성의 ‘뚱뚱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Nash, 2013). 이 는 임부들의 몸과 외모에 대한 압박을 반증하는 것이 며, 이상의 연구들을 통해 여성들이 임신이라는 급격 한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도 신체 및 외 모에 대한 일종의 압박을 비롯한 다양한 상황을 경험 함을 알 수 있었으며, 그에 따른 패션스타일의 표현의 양상이 다면화 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3. Images and fashion styles in daily situations
현대 사회에서 패션은 착용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정체성을 반영하는 효과적인 표현수단으로 착용자 자 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착용자를 어떻게 인지하기를 원하는지 설명하는 강력한 매개이다(Swain, 2002). 또 한 상황에 적합한 개인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인 패션은 대면관계에서 타인이 형성하는 인상에 영향을 주고자 하며, 인상에 대한 타인의 반응과 생각을 통제 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Leary & Kowalski, 1990). Goffman(2012/2016)은 일상생활을 하나의 연 극무대에 비유하였는데, 연극적 관점으로 일상을 분 석한 그의 이론에 따르면 공연자로서의 개인 행위자 는 상황에 맞는 가장 이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 하며, 자기의 인상을 조정 및 관리함으로써 청중, 다 시 말하면 상호작용하는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을 행하며, 이는 상황과 역할에 따른 소통의 과정으로 설명된다. 연행론적 관점에서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 역은 각각 하나의 무대공간이 되며, 그 무대 위에서 개 인 인간은 상황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며, 이 때 역할 수행의 수단으로 특정 패션스타일을 추구하는 의복, 화장, 장식 등이 선택적으로 활용된다. Lee and Burns (1993)의 연구는 사회적 인상(social impression)을 중 요시하는 개인은 의도적으로 공적인 외모관리의 수단 으로 의복을 구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Miller, Davis, and Rowold(1982)의 연구에서도 개인은 자신 스스로 를 상황에 위치한 사회적 대상(social object)으로 보 며, 의복을 상황의 역할 수행에 있어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행위 자로서의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이미지와 본 인을 부합시키기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한다. 개인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이나 관련 제품 등을 매개 로 전달되는 패션스타일은 상황에 따른 이미지를 표 현하는 방법 또는 도구인 동시에 자기의 가시적․비 가시적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즉, 패션스타일은 의복 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양식으로 다른 것과 구별되 는 디자인의 구체적인 특징을 의미하며(Kim & Kim, 2014), 상황에서 착용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패션스타일의 표현, 추구이미지나 자기이미지, 의 복이미지 등을 분석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첫째, 시대와 문화, 인종과 지역이라는 기준축을 중심으로 구분된 패션이미지를 활용한다. 과거와 미래라는 시 간적 축을 중심으로 하는 ‘클래식’, ‘아방가르드’, 여 성성과 남성성을 기준으로 하는 ‘로맨틱’과 ‘매니시’, 정적인 성질과 동적인 성질을 기준으로 ‘엘레강스’와 ‘액티브’, 지역성과 문화성을 축으로 하는 ‘모던’과 ‘에스닉’ 등의 구분이 가장 일반적이다. 선행의 연구 (Cha, 2016;Choi & Kim, 2019;Hong & Kim, 2016;Hong, 2018)들을 살펴보면 상술한 8개의 이미지에 더 하여 ‘캐주얼’, ‘내추럴’, ‘섹시’, ‘키치’, ‘레트로’, ‘젠 더리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둘째, 의복이나 이미 지에 대한 시각적 느낌을 표현하는 형용사 어휘를 활 용, 반대의 뜻을 지닌 형용사를 쌍으로 이루어 구성하 는 Osgood(1957)의 의미미분척도를 분석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들은 주로 이전 선행연구에서 수 집한 형용사와 자유기술식 응답 등을 통해 ‘귀여운’, ‘지적인’, ‘발랄한’, ‘깔끔한’ 등의 형용사 어휘를 범주 화하거나, ‘수수한-화려한’, ‘현대적-고전적’, ‘여성적- 남성적’ 등의 반대되는 형용사 쌍을 도출해낸다. 추구 이미지나 패션스타일에 따른 의복의 디자인과 아이템 활용에 대한 여러 선행연구(Chung, 2001;Kim & Lee, 2011;Mun & Park, 2000;Ryoo & Kim, 2001)가 형 용사 혹은 형용사쌍을 활용하여 패션스타일 및 이미 지의 표현을 범주화하고 있다.
Ⅲ. Research Method
본 연구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 일상에서 경험하 는 외모에 대한 가치관을 규명하고, 이에 따라 구축되 는 외모 인식과 관련 행태를 밝히며, 외모인식에 기반 한 자기표현의 발현으로서의 패션스타일 양상을 분석 하는 것으로, 먼저 문헌연구 및 실증적 연구를 병행하 여 한국 여성이 경험하는 출산을 이해하고 그 양상을 확인한다. 이어서 연구참여자들의 임신 및 출산 경험 에 대한 이해와 실증적 연구를 기반으로 일상에서의 외모에 대한 인식을 도출하는 동시에 연구참여자들이 직접 경험하는 외모 변화를 밝힌다. 나아가 연구참여 자들의 외모에 대한 인식을 영향요인으로 작용하는 자기표현의 발현으로서의 패션스타일 표현 양상을 분 석하고, 이에 내재된 특성을 규명한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인식과 패션스타일을 실증적으 로 분석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문헌연구와 문화기술 지(ethnography)를 활용한 질적 연구를 병행하였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패션스타일의 변화와 표현 양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양적 연구가 가지는 객관화와 계량화를 통한 단순화라는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질적 연구를 활용했다. 질적 연구 방법은 대상의 행위와 개념을 구체적 맥락 속에서 파 악하며, 그들의 경험과 경험에 대한 의미를 주관적 세 계 속에서 해석한다. 이것은 일상에서 사람들이 경험 하는 패션에 대한 종합적 연구에 타당한 연구 방법이 며, 양적 연구가 놓칠 수 있는 현재성, 현장성을 극복 할 수 있는 방법이다(Min, 1999).
연구 방법으로서의 문화기술지는 집단에 속해 있는 자신들의 세계를 지각하고 해석하는 방법과 행동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특정 집단의 생활 접근 방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생활방식, 사고, 감정, 행위 등에 대하여 ‘무 엇이’, ‘왜’, ‘어떻게’의 식으로 진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부분적 문화기술지(focused ethnography)는 1960년대 이후 미국 인류학의 입지와 연구 초점의 변 화에 따라 등장한 것으로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문화 체계 내의 차이의 중요성, 특정 사회집단의 구체적인 일상생활의 삶을 연구의 주제로 삼는다(Knoblauch, 2005). 전통적인 문화기술지 시각 을 유지하되,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초점을 두 고, 부분 문화, 도시 내의 하부 문화, 조직이나 작은 지 역사회에 부분적으로 참여하여 일상생활을 연구하며, 문화적 이해를 도모한다. 부분적 문화기술지는 문제 중심적이며, 개별 사회, 조직과 사회현상을 중심으로 연구자의 개념적 관찰로 연구되고 제한된 수의 참여 자의 참여 및 에피소드식 참여관찰 등이 그 특징이다 (Cruz & Higginbottom, 2013). 연구자는 부분적 문화 기술지를 패션 분야에 적용, 유자녀 기혼여성의 일상 내 출산 경험을 통해 대상자의 삶을 알고, 이해함과 동시에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외모의 변화와 이에 따른 외모에 대한 가치관을 규명하고자 한다. 또한 연구 대상자들의 경험을 통해 외모 변화와 인식과 관련한 패션스타일의 표현을 분석하고, 그 특 성을 해석한다. 이를 통해 학문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획득하고,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세분화된 소 비자 집단으로서의 연구 대상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 제품의 실질적이면서 실효성이 높은 디자인 전 략에 대한 근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분적 문화기술지의 자료수집 기법은 ‘심층 면접’ 과 ‘선택적 참여관찰’로 구성된다. 질적 연구 진행 과 정 동안 연구자는 본인의 느낌, 반응, 의문점, 편견, 내 적 성찰의 여러 결과와 연구 현장 구성원 간의 사회적 상황을 충분하고 상세히 기록하기 위해 인터뷰 녹음 과 더불어 현장 기록지 및 메모를 활용한다. 연구참여 자를 대상으로 (1)연구대상자가 경험하는 임신과 출 산을 경험한 엄마로서의 일상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 로 (2)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과 일상적인 경험과 (3)출산을 기점으로 연구대상자가 인지하는 외모에 대한 인식과 변화 등을 외모 텍사노미를 기준으로 분 류하여 이야기하며, (4)임신과 출산이 연구대상자의 일상 내 패션스타일의 표현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 치고 있는지, 또한 실질적으로 패션을 어떻게 활용하 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연구자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 한 여성의 일상과 특징 및 외모인식에 대한 질문을 구 성하기 위하여 여성들의 임신, 출산 및 양육경험에 대 해 연구한 Kim(2011), Yeo(2014) 등의 연구를 참고하 였으며, 외모에 대해 분류하고, 이를 연구한 Ahn and Ha(2019)의 연구와 함께 여성의 임신상태와 바디 이 미지를 분석한 S. W. Kim(2013)의 연구 결과 등을 토 대로 반 구조화된 질문지를 작성하였다(Table 1).
연구 대상의 범위는 임신 및 출산 경험이 있는 25~ 40세 사이의 여성을 중심으로 한다. 25~40세는 취 업․결혼․출산․육아와 같은 삶의 과제들이 한꺼번 에 몰려드는 러시아워(rush hour)시기로 결혼․육아 세대로 일컬어지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후반에 서 30대 초반의 출산률이 전체의 45.2%의 비중을 차 지하며, 35세 이상 출산비중이 전체 출생아의 29.3% 를 차지한다(Seo, 2018). 즉,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경험 과 일상에서의 가치관 및 패션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 서는 25세 이상 40세 이하의 여성으로 연구대상의 범 위를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먼저 본 조사 에 앞서 2019년 11월과 12월에는 5인의 유자녀 여성 에 대한 예비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이때 의도적 표본 추출 전략을 기반으로 표집한 후 심층 면접을 진행, 분석 결과를 본 조사에 반영하였다. 예비조사를 바탕 으로 본 조사는 2020년 6월에서 2020년 12월까지 24 명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심층 면 접과 참여관찰로 이루어진 부분적 문화기술지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때 대상자는 예비조사와 마찬가지로 접근 용이성이 높은 대상자를 표집하며, 목적적 표집 방법을 사용하였다. 또한 연구 대상자와의 심층 면접 으로부터 주요 사례를 찾고, 이후 연구 참여자의 주변 을 다시 소개받는 형식의 눈덩이 표집방법(snowball sampling)을 병행하여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연 구 대상자의 인원은 약 25명 내외로 정했는데, 이것은 문화기술지 분석 대상자 수는 일반적으로 20명 이상 이 적당함을 주장한 것에 기초한다(Creswell, 2013/ 2016). 또한 선행연구의 사례 등을 참고하여 참여자의 진술이 포화되는 시점, 즉 동일한 진술이 반복되는 시 점을 적정 대상자 수로 정하는 것을 근거로 하였다. 연구참여자 24명의 세부정보는 <Table 2>와 같다.
심층 면접과 병행한 선택적 참여관찰은 총 24명의 연구 대상자 중 이에 동의한 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 었다. 선택적 참여관찰의 방식은 연구대상자의 자택 으로 방문하여 실제 착용하는 그리고 보관 중인 연구 대상자의 의복들을 확인해보고, 직접 옷을 보고 만지 면서 자신들의 경험과 의견을 유추해내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연구 대상자와 동행하여 실제 쇼핑 을 위한 과정에 참여하거나, 온라인 구매의 과정을 살 펴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은 연구자의 질적 연 구 자료수집에 순환적으로 반영되었고, 수집된 자료 의 해석에도 반영되었다. 부분적 문화기술지를 통해 수집된 자료의 체계적인 내용의 분석과 결과의 명확 한 제시를 위하여 Spradley(1980/1996)의 12단계에 걸친 질적 연구 단계와 분석 기법을 부분적 문화기술 지의 특성에 맞게 변형 및 수정하여 적용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행하는 인간 대상 연구이므로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교의 생명윤리위원회 심의과정 을 거쳤다(IRB No. 2020/005-009-A). 이를 통하여 연 구의 윤리적, 과학적 타당성과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 보 보호 대책 등에 대해 승인을 받았으며, 참여관찰이 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연구 참여 자에게 연구 참여자용 설명서 및 동의서를 제시하고, 연구의 목적과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진행하였다.
Ⅳ. Recognition of the Appearance and Fashion Style of Women Who Experience Childbirth
1. Experiences of appearance and fashion in pregnancy stages
임신단계를 거쳐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자신의 일상을 통해 외모에 대해 겪은 양상들은 임신 초기 단 계, 출산 전 단계, 출산 이후 육아의 단계의 세 단계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되며, 아래의 8가지의 범주 로 구분된다.
1) Early stages of pregnancy
(1) Pregnancy not to be sensed
임신 초기 단계에 임신을 확인한 연구대상자들, 특 히 인공수정 등을 비롯한 계획 임신이 아닌 경우에는 신체 변화뿐 아니라, 일상 전반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약간의 피로함이나 심 리적 우울감이 동반되었지만, 임신 전 근무해온 직장 을 그대로 다니고, 특히 배가 불러오는 등의 신체에서 의 변화도 크지 않아, 기존에 착용하던 옷을 그대로 입고 출근한 경험을 설명했다.
“임신초기는 임신 전이랑 거의 비슷했어요...(중 략)... 주변에서도 임신한지 몰랐다고 했고, 저도 회사 다닐때도 그렇고, 크게 달라진게 없어서 초반에는 실 감이 잘 안났던거 같아요.”(연구참여자 H)
(2) Anxiety from unpredictable and unprepared physical changes
생애 중 처음 겪는 상황과 그에 따라 동반될 외모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연구대상자들은 맘 카페의 글을 찾아보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경험담을 묻는 등 적극적인 탐색의 과정을 거쳤다고 이야기했 다. 이들은 간접적으로 습득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막 연한 정보들을 찾을수록 당시 본인의 신체나 상황과 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져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후 예정되어 있는 급격한 신체 의 변화들은 예방하거나, 바꿀 수 없는, 즉 대비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겪기도 했으며, 이 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신체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황 에서도 추후의 급변을 예측, 임산부들에게 필요한 크 림이나 관리용 아이템을 준비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평생에 처음 겪는 거니까... 친구들 이야기도 듣고 출산대백과 뭐 그런 책도 보고 대략적으로 임신하면 (몸이)이럴거다 막연하게는 알지만, 막상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좀 걱정되더라구요.. 맘카페 엄청나게 들락날락거렸어요.”(연구참여자 S)
“(첫째 임신했을 때) 주변에 애기 키우는 사람들이 다 임신 때가 제일 편하다 그러고 이제 몇 주차되면 배가 어떻다 피부가 어떻다 말해주면 더 불안하고... 추천하는 제품 사 놓은 거도 많았어요. 결국은 다 쓰 지도 못했지만..둘째 때는 대략 아니까 수월했고...” (연구참여자 W)
2) Pre-birth stage
(1) Awareness of the changing body and changes in daily wear
연구대상자들이 임신이라는 현상을 몸으로 체감한 시기는 대략 임신 4개월에서 6개월 즈음으로 체형의 변화와 함께 신체에 동반되는 불편함으로 임신을 더 욱 강하게 자각하였다. 대체로 배가 나오면서 복부의 둘레가 커지는 것이 가장 큰 신체의 변화로 꼽혔으며, 임신 중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가슴도 부풀어오름을 경 험했다. 특히 임신 전이나 임신 초기에 착용했던 일상 의 의복이 불편하여 입기 어려워짐에 따라 꼭 임부복 이 아니어도 몸을 편안하게 하는 여유로운 실루엣의 옷을 착용하게 되었다. 특히 하의의 경우 배 부분에 신 축성이 강한 원단이 대어져 있는 임부용 팬츠를 별도 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상의의 경우도 배와 가슴 을 조이거나 실루엣을 드러내지 않는 블라우스나 원 피스 등을 착용하고, 변화하는 일상복 스타일에 따라 주변에서도 신체의 변화를 일부 인지하면서 임신에 대 한 언급이 증가하고, 연구대상자 스스로도 본인의 신 체적, 일상적 변화를 보다 실감하였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부종, 골반통, 요통 등 신체의 통증 또한 임 신에 따른 신체 변화를 실감한 요인으로 꼽았다.
“배가 확 커지는 시기가 있어요. 점점 두둑해지는 느낌...그때부터는 전에 입던 옷은 못입고 임부복 사 야 하는데, 윗도리는 그냥 헐렁한 거로 사고. 바지는 근데 임부용으로 확실히 사야 해요. 일반 옷은 안 맞 아. 앉아서 일하려면 불편하고”(연구참여자 O)
(2) Pressure on the body that has to be healthy
임신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들은 건강한 몸을 유 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경험하는데, 이때의 압박은 연 구대상자 개인의 건강과 신체적 안정보다는 모체로써 배 속의 아기를 위한 건강의 유지로 집중된다. 연구대 상자들은 스스로도 건강한 태아를 위해 노력을 기울 이지만, 그 이상으로 주변의 조언이나 당부 등을 심리 적 압박으로 인식했다. 또한 일상적으로 수행해오던 외모 관련 행동, 예를 들면 염색이나 펌, 네일아트 등 을 모체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한편으로는 좋은 예비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기피하 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한다 는 압박은 그 대척점에 있다고 인지되었던 외모 가꿈 으로 다시 연장되는데, 임신 기간 중 체중 조절과 식 이조절, 튼살 방지를 위한 피부관리, 탈모 방지를 위 한 케어 등 건강한 신체관리와 외모관리가 서로 함께 수행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건강 및 외모 관리가 수행되는 ‘예비맘’이 현명한 엄마라는 암 묵적인 분위기를 맘 카페 등에서 느낀 경험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임신하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지. 주변에 서 특히 어른들이 몸조심해라 이런 말들 해 주시면 처 음에는 그냥 듣는데, 점점 나중에는 내 건강이 아니라 애기를 위해서 나를 지운다는 느낌? 그런게 좀 느껴 질 때도 있었고...임신 때는 뭔가 작은거에도 되게 서 운해서 더 그랬나...”(연구참여자 K)
“임당 (임신성 당뇨) 올 수 있다고 해서 식이를 신 경 쓴 편이에요. 매일 걷고...이 때 임신 전보다 더 몸 매관리 열심히 한 거 같아요. 그리고 맘카페 들어가면 제품 홍보도 많고 우리 때부터 만삭 사진도 한창 많이 찍고, 태교여행도 갈 때라 사진 찍을라고 다들 처녀 때보다 더 열심히 관리하는 분위기...안하면 나만 좀 뒤처지는 것 같은...”(연구참여자 X)
(3) Opportunity to let go of the pressure on appearance management
한편, 임신 기간은 일부 연구대상자들에게 있어 미 혼 때 혹은 임신 전까지 경험해온 외모에 대한 다각도 의 압박을 잊어도 되는 시기로 설명되었다. 특히, 임 신 전 종사하는 직군에 따라서 이러한 경험은 더욱 구 체화 되는데, 비서로 근무했던 연구참여자 M과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V는 임신을 다이어트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면죄부’로 표현하기도 했다. 외모의 관리 와 평가가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정형화된 외모와 스 타일의 유지가 업무 능력으로 대변되는 직장 분위기 안에서 경험해왔던 외모관리에 대한 압박을 ‘합법적’ 으로 놓아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착용하는 의복에 있어서도 직업의 특성 상 암묵적으로 착용해 야 했던 몸을 죄이는 펜슬 스커트, 딱 붙는 블라우스, 높은 하이힐 등의 출근복과는 다른 성격의 패션 아이 템을 자연스럽게 착용하게 되었다. 출근 시에도 기존 의 암묵적 출근 복장에 대한 압박은 일부 여전하였으 나, 부드러운 면 원단의 티셔츠나 루즈한 핏의 원피스 등의 착용이 높은 빈도로 늘어났고, 특히 출근을 그만 둔 이후에는 과거에는 선호하지 않았던 루즈한 핏의 일상복이나 임부복을 자연스럽게 착용했을 것으로 이 야기하였다.
“난 임신했을 때가 더 편했던...임신중이니까 배가 나와도 이건 임신해서 그런거고...(중략)...음식도 먹고 싶은거 더 잘 챙겨 먹었어요...일종의 면죄부야...나 임 신해서 그래”(연구참여자 V)
“(직장 내에 비서는)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배 나오기 시작하면서 못 입는거지...블 라우스에 스커트에 힐이 거의 유니폼인데, 입을 수가 없어요... 근데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입을 수도 없고 불편해서 입기 싫어지더라고. 약간 배째라 하는 마음 으로 벙벙한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는데 편한 것도 편 한거고, 왜 여태 안 입었나 싶은거지”(연구참여자 M)
3) Childcare stage after childbirth
(1) Management of appearance being alienated by hard parenting
출산의 단계를 거쳐 산후조리와 함께 본격적인 자 녀의 육아가 시작되면서 연구대상자들은 전에 없는 시간부족감을 경험했음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제 시간에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기본적인 일상의 시간과 구조가 신생아의 육아 하에는 유지될 수가 없었고, 특 히나 초산인 경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육아 자체에 대한 부담감과 고됨으로 외모관리 자체에 대한 관심 을 기울이기 어려웠음을 이야기했다. 출산 직후 산후 조리원에 있을 때에는 산후 마사지나 산후 요가 등을 경험했지만, 이후 연구대상자들이 엄마로서 주양육자 가 된 후에는 외모관리나 패션스타일에 관심을 기울 일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참여자 D는 본인 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 과거에 본인의 언니가 출산 후 조카를 돌볼 때의 기억을 함께 이야기했다.
“그 때는 언니네 가면 부스스하게 매번 얼룩진 목 늘어난 티셔츠만 입고 있어서, 보는 내가 너무 속상하 고 짜증나서, 우리 언니가 진짜 꾸미는거 좋아하는 사 람인데 그러고 있으니까 너무 짜증나는거야. 그래서 언니! 집이래도 옷 좀 제대로 입고 있어! 빽하고 소릴 질렀었는데...내가 애 낳고 키워보니까 알겠더라고... 애는 맨날 우유먹고 토하지...하루종일 안아줘야 하니 까 그렇게 티셔츠밖에 못 입었던 거였는데...”(연구참 여자 D)
(2) Pressure to recover
출산 후 대략 생후 100일을 전후로 육아가 어느 정 도 익숙해지면, 그리고 직장으로의 복귀를 계획했던 연구대상자들의 경우, 시간부족감을 경험하는 일상 안에서도 회복에 대한 압박을 경험했는데, 이 때의 회 복은 출산 전의 몸매와 건강으로 돌아가겠다는 신체 의 회복뿐 아니라, 직장생활이나 일상의 전반을 포함 한다. 외모와 건강에 대한 회복은 특히 미디어나 SNS 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들이 출산 후에도 완벽하게 몸매를 만들어서 복귀하는 모습들이 촉매가 되어 자극이면서도 동시에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말했 다. 또한 한정된 육아 휴직기간으로 직장으로의 복귀 를 앞두었던 연구대상자들은 특히 워킹맘으로서 앞으 로의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일상을 문제 없이 해내야 한다는 걱정으로 인해, 새로운 일상의 구 조에 위치하였음에도, 과거의 자신의 모습과 일상으 로 복귀해야만 할 것 같다는 스스로의 압박을 느꼈다 고 이야기했다.
“연예인들 보면 다들 너무 빨리 돌아오는 거에요, 몸이. 나도 한 1년 지나면 돌아오겠지 했는데, 애 키우 면서 운동다닐 시간도 없고...나만 못 빼고 있나 싶 고...”(연구참여자 B)
“100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데...다시 직장으로 복귀는 해야 하고...약간 막막하더라구요. 내 삶이 분 명 변했고, 나도 이제는 변했고...어려운거를 알지만, 근데 복귀하려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 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연구참여자 I)
(3) Experiencing physical changes in unmanageable areas and inevitable changes in fashion style
출산 이후 경험하는 외모 변화에 대해 연구대상자 의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체형의 변화 였다. 연구대상자들은 단순히 출산 이후 부종이나 산 후 비만으로 인한 체중의 증가가 아닌, 체형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내용분석 중 자주 등장한 키워드로는 ‘뼈 대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탄력에 관 련된 ‘처진 배, 처진 엉덩이’, ‘머리숱’, ‘속살’ 등이 많 이 언급되었고, 이것은 신체 자체의 변화와 함께, 의 복의 착용으로 더욱 강하게 체감하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참여자 T 등 다수의 응답자들이 오히려 출산 전 보다 체중은 감소하였으나, 임신 전에 착용했던 옷들 을 입을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체형 자체’, ‘뼈대 자 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임신 전 착용했던 청바 지, 타이트스커트 등을 다 정리하고, 특히 직장복귀를 앞둔 경우 출근을 위한 복장을 모두 새로 구입한 경험 들을 이야기했다. 여유가 있는 슬랙스나 와이드 팬츠, 배와 가슴의 윤곽을 강조하지 않는 상의 등을 구입함 으로써 새로운 패션이미지와 스타일로 연결되는 아이 템들이 옷장을 채우게 되었다.
이처럼 단순한 다이어트를 요하는 비만과는 맥을 달리하는 체형의 변화를 경험함에 따라, 출산 이후 여 성의 몸은 다시 새로운 권력과 과시의 장(場)으로 전 환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관리가 어려운 산후의 몸 매를 가꾸고 출산 전처럼 되돌리는, 혹은 그 전보다 개선된 외모를 가지게 되는 여성은 신체와 복식을 포 함하는 외모의 표현에 있어 적극적이고 과시적인 모 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제 살이 찌는 것도 맞는데, 그냥 살이 찐게 아니 라, 몸이 완전 변해버리는... 팔뚝도 커지고...뼈가 커 진다니까... 전에 입던 옷, 청바지 같은거 골반에서 안 올라가”(연구참여자 B)
“애들이 어린이집 가면서 오전에 시간이 나서 필 라테스를 다시 다녔어요...몸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면 서...(중략)...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애기 엄마인줄 몰 랐어요! 이러면 기분이 너무 좋고, 옷도 다시 좀 붙게 입으려고..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뺐냐고 물어보면 너 무 뿌듯한거지”(연구참여자 O)
2. Fashion tyle characteristics of women with childbirth experience
위와 같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단계를 거치며 경 험하는 몸과 외모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출산을 경험 한 여성의 패션스타일을 구성하는 데에 매우 밀접하 게 연관되어 있다.
1) Supplementation of body shape after childbirth: Fashion style as a means of camouflage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외모의 변화는 체형의 보완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복식의 활용으로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연구대상자들은 변화한 체형을 가리거나 드러내기 불편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패 션을 활용하였다. 이 때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이 수행 하는 패션을 활용한 가장은 뚱뚱한 여성이 옷을 활용 하여 몸을 가리거나 날씬하게 보이고자 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실제 연구참여자의 대부분은 출 산 이후 과거의 몸무게로 돌아가거나 혹은 임신 전보 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들은 임신 전에 착용했던 의복 대신 새로운 옷들을 쇼 핑하고, 다시 체형에 맞는 옷들로 옷장을 채워나갔다. 패션을 활용한 신체의 가장이 전체적인 스타일을 중 심으로 활용되기보다는 각자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된 신체의 부분적 부위를 은폐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을 수행된다.
2) Body accustomed to comfortability: An extension of the fashion style worn during pregnancy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임신 중에 착용한 편안한 실루엣의 패션스타일이 출산 이후의 옷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 육아 시기에 착용했던 피부에 자극이 덜하고 부드러운 면 소재의 패션 아이템이나 신축성 있는 소재가 덧대어 진 임부복 팬츠, 몸을 조이지 않는 루즈한 핏의 일상 복은 출산 이후 밴딩이 포함된 와이드 팬츠나 플리츠 아이템, 오버사이즈의 블라우스, 굽이 없는 단화나 운 동화 등으로 확장되는데, 이 때 연구대상자들이 설명 한 편안한 이미지의 패션스타일은 스타일에 있어 신 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지 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함께 어울리는 구성원들에 따라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한 패션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연구 대상자들의 출산후 변화한 패 션스타일에 대한 묘사를 살펴보면 ‘꾸안꾸’, 즉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스타일로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 ‘적당히 세련된’, ‘내추럴한’ 등으로 치환할 수 있다.
3) Fashion as a ‘baby’s mother’: Establishment of fashion style according to implicit norms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출산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 와 더불어 엄마라는 역할의 추가로 여성들의 패션스 타일에는 변화가 생긴다.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은 생물학적 결과가 아닌 인간 사회에서 부모가 된다는 중요한 사회적 행동이며, 사회제도의 신념과 규범이 내면화되어 나타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즉, 임신 중 이거나 출산을 한 여성 그 자신으로서 또한 자녀가 있 는 어머니로서, 패션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기호와 선 호는 외모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다분화된 상황과 역 할에 적합한 스타일의 추구로 연결된다. 응답자들은 ‘아이 엄마로서’, ‘엄마답게’, ‘나이와 위치에 맞게’라 는 키워드들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역할에 따른 이상 적으로 판단되는 이미지와 타협하고, 패션스타일을 재구성했음을 설명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노출이나 지나치게 화려하고 튀는 이미지나 행동을 ‘아이엄마 답지 않다’고 표현하였다. 이들은 연구 참여자 본인의 실제 나이나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 이미지가 직장이 나 다른 상황에서는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자녀와 관 련된 상황에서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임을 설명했 다. ‘어려보이는 이미지’는 ‘나잇값을 못하는 이미지’ 로, ‘젊고 늘씬한 신체의 과시’는 ‘지나친 노출’로 치 환되었다. 이들은 외모나 행동에 있어서 ‘애 엄마가 왜 저래’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으 며, 엄마로서 자신의 나이와 위치에 적합한 이미지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지나친 노출 및 신체의 윤곽이 드 러나는 옷을 피하고, 아이를 안아주거나 돌볼 때에 적 합하지 않은 소재의 옷과 장신구 등을 피하는 등의 특 성이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특성은 서구의 임신한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의 바디이미지와 임부복 등을 분석한 선행연구(Longhurst, 2005;Nash, 2008;Nash, 2013)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자 녀의 양육과 교육에 있어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국의 모성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으며, 자녀와 관련하여 어머니로서 역할을 수행 하는 상황에서 특히 전통적 가부장제 하의 정숙한 여 성의 모습을 이상적인 이미지로 채택, 그에 적합한 패 션스타일을 표현하게 된다.
4) Mom who doesn't look like a ‘middle aged woman’: Reinforced body-centered fashion style
시대적 일상을 반영하는 잡지나 광고 등의 매체 속 여성상을 살펴보는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한국의 엄 마나 아내의 이미지는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 육체 적 매력을 추구하는 여성의 이미지와 대치된다. 어머 니 역할에 있는 여성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엄마로부 터 여성성을 배제시키고 역할만을 남겨놓는다. 어머 니가 외모를 가꾸고 신체적 여성성을 과시하는 것은 어머니 역할의 수행에 있어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그 대척점에는 젊음을 유지하여 동안으로 보이고, 맑은 피부와 관리된 몸매 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미디어나 매체의 강요가 끊임 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요구는 젊은 여성이나 미혼의 여성들에게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작용한다. 매체에 등장하는 출산 후에도 아가씨 몸매를 유지하는 유명인들을 이상적이 라고 여기는 아름다운 엄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작 동하며, 이에 아줌마 같지 않은 엄마, 이모 같은 엄마, 애를 낳아도 그대로 변함이 없는 엄마의 모습을 추구 하게 된다. 출산 후 회복된 건강과 외모에 대한 과시 로서 신체를 강조하고, 윤곽을 드러내는 패션스타일 의 강화가 이루어진다. 연구대상자들은 본인의 자기 만족적 수행으로 신체를 가꾸고, 이를 드러내는 노출 형 혹은 밀착형의 패션스타일을 추구하거나, 스키니 한 데님팬츠, 조거팬츠, 레깅스, 슬리브리스 등 캐주 얼 혹은 스포티한 아이템을 통해 젊어 보이는 스타일 을 강조한다. 한편, 이와 같은 젊은 혹은 젊어진 신체 와 외모를 강조하는 현상은 자녀의 요구에 따라 이루 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말하면, 자녀가 바라는 엄마의 이미지에 대한 언급은 엄마의 모습을 결정하 는 데에 영향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하면서 변 화하는 신체를 다시 아름답게 가꾸고 젊은 엄마로서 의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은 제재를 받는다고 설명했 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패션아이템의 구매와 스 타일링, 신체의 관리나 다이어트, 운동, 화장, 미용 등 외모 가꾸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적으 로 시간의 부족으로 여가로서의 스포츠나 다이어트를 위한 활동 등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은 어려웠으나, 관 리되고 유지된 몸이나 젊게 유지되는 피부 등에 대한 타인의 칭찬을 기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외모적인 특성의 강조나 과시가 일상에서 쉽게 드러 나지는 않았다.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이 수행되는 상 황의 경우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갖춘 것을 선망의 대상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에는 반감을 표했다. 이러한 제재가 서구권을 중심으로 하 는 임산부나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바디이미지나 패 션의 표현을 분석한 연구의 결과와는 다른 결을 보이 는 현상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것은 출산을 경험 한 여성의 패션스타일의 발현에 있어 자녀와 연관된, 엄마라는 역할이 가지는 의미가 한국이라고 하는 사 회문화적 배경 안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 가능할 것이다.
Ⅴ. Conclusion
본 연구는 출산의 주체가 되는 한국 여성의 경험을 살피고, 일상에서 인지하는 신체 및 외모에 대한 인식 과 그 발현으로써의 패션을 살피고자 하였다. 특히 임 신과 출산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여성이 일상에서 경 험하는 실질적인 외모의 변화를 그들의 언어로 기록 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들의 패션스타일을 출산을 경 험한, 자녀가 있는 현 시대 한국의 여성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자 하였다. 이는 최근 사회적ㆍ 정책적 관심과 더불어 논의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 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 집단의 일상과 가치관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로 연결되는 기초자료로서 활용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들의 생생한 언어로 기록되 는 심층면접의 자료들은 현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 고 하부집단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아카이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특히 다양한 선행의 연구에서 도출한 학술적 관점의 추상적인 언어로서의 패션 이미지와 스타일의 명명과 구분이 보다 생생한 언어로 연구되어야 할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여성의 삶에 있어 임신과 출산, 자녀의 육아를 거 쳐 부모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시기는 삶의 변화가 크고, 자녀로부터의 영향력이 큰 시기이다. 이들은 미 혼 때의 스타일을 그대로 입거나 보여주는 것은 불가 능하며, 동시에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이 템간의 매치나 컬러의 매치 등을 통해 본인의 취향에 대한 소구를 해소한다. 그 기저에는 엄마의 이미지와 패션스타일은 단순히 엄마에 대한 호불호와 판단을 넘어서 자녀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판단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꾸미고 젊어보이 게 하는 다양한 외모 꾸밈의 시도 또한 개인의 자기만 족적 수행임과 동시에, 자녀로부터 그 동기가 시작되 기도 한다. 육아와 가사의 부담이 여전히 여성 개인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구조적 특성과 모성의 역할을 강 조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성 안에서, 이들이 표현 하는 패션스타일의 양상은 서구의 엄마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가진다. 이에 본 연구의 결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 소비자 집단의 연구에 있어 그 영 역을 세분화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 히, 임신과 출산이라는 일상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이것이 외모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 을 찾아내고자 한 것은 본 집단을 의미 있는 집단으로 서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며, 나 아가 소비자 집단의 이해에 대한 관점을 확장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또한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일상 내 패션스타일 표현을 규명하는데 있어 양적 연구를 기 반으로 하는 일반화 된 선호의 우선순위를 밝히기보 다는, 무엇이, 왜 연구 대상의 패션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요인을 확인하여, 소비자로서의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산업 내 디자인을 비롯한 실무적 인 적용에 있어 다각화된 관점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된다. 다만 본 연구는 조사대상자의 수가 한정 되어 있어 그 해석에 있어 신중해야 하며, 연구참여자 의 거주지가 서울 및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어 일반 화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후속연구는 출산을 경 험한 중년여성 등 이외의 다양한 세대를 포함하는 세 분화된 여성 소비자들의 패션스타일과 외모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로 확장될 것을 기 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