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직결되는 중요한 커뮤 니케이션 도구이다. 아이덴티티를 지나치게 내세우다 보면 식상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고 아이덴티티를 무시한 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 에 혼란을 주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시장의 속 성상 패션 브랜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려하면서 생존을 위해, 브랜드의 발전을 위해 사회상과 소비자 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브랜 드 아이덴티티가 존재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패션 하 우스(fashion house)나 메종(maison)이라 하는데, 이는 ‘집’을 뜻하는 말로, 오랜 역사와 전통, 유산과 창작을 보유한 명품 브랜드의 특징을 잘 대변해 주는 단어라 할 수 있다(Gu, 2016).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창업 자인 디자이너가 패션 하우스를 일으키고, 이를 이어 서 고용된 디자이너들이 활약해 왔는데, 최근엔 브랜 드 디자인의 전반적인 과정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총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활약 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최근의 글로벌 명품시장 은 주 소비층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며, 밀레니얼 세 대가 새로운 명품 소비자군에 포함되면서 보다 젊고 감각적인 제품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 한 이유로 글로벌 명품브랜드의 경우 참신한 아이디 어를 지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하여 변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시대상에 맞 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검증 된 능력이나 경험이 있는 유명 디자이너를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로 영입하였지만, 최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나 해당 브랜드 내의 무명 디자이 너를 과감하게 영입하고 있는 추세이다(Her & Chun, 2017). 이는 젊고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여 브랜드 의 정통성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여 동시대의 사람 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젊고 새로운 감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가장 중요 한 덕목이 되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트멍을 이끌 고 있던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를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로 영입하였고, 새롭게 변화된 디자인으로 언론의 주목과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발렌시아가 브랜드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obal Balenciaga)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니콜라스 게르키에르 (Nicolas Ghesquiere)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브랜 드의 부활을 이끌었고, 뎀나 바잘리아가 2016년부터 수석 디자인을 맡으며 제 2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발 렌시아가는 영국 패션 플랫폼인 리스트(Lyst)가 검색 량, 판매 데이터, 페이지 뷰를 집계하여 매긴 순위에 서 2019년 3분기 최고 인기 브랜드 2위로 선정되는 등 대중적인 인기와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두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브랜드 리뉴얼에 성공했다고 평 가받는 뎀나 바잘리아가의 발렌시아가컬렉션 분석과 디자인에 대한 언론 분석을 통하여 브랜드 아이덴티 티의 현대적 계승과 재해석을 고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브랜드 헤리티지에 의해 형성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변화하는 동시대적 감성과 접목시킨 디자인 사례로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시대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브랜드 디자인 기획에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으로는 문헌고찰과 디자인 컬렉션 분석, 에디토리얼 기사 분석을 병행하였다. 첫째, 문헌고찰 에서는 발렌시아가 하우스를 이해하기 위해 설립자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와 그의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 았다. 둘째, 디자인 컬렉션 분석은 2016 F/W부터 2020 F/W까지 뎀나 바잘리아가 발표한 발렌시아가 컬렉션 을 디자인의 주요 요소인 컬러, 소재, 실루엣, 아이템, 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셋째, 에디토리얼 기 사 분석은 구글에서 2020년 4월~5월까지 ‘Cristobal Balenciaga & Demna Gvasalia’를 검색어로 검색된 해외 전문 패션잡지와 신문의 기사자료를 대상으로 하였다. 단순 보도기사나 특정 시즌의 컬렉션 리뷰, 브랜드 홍보 기사 등을 제외하고 크리스토발 발렌시 아가와 뎀나 바잘리아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디자이너 에 대한 평론이 주를 이루는 에디토리얼 기사를 중심 으로 살펴보았다. 보그(Vogue), 뉴욕타임즈(NYtimes), 어나더매거진(Anothermagazine), 데이즈드 디지털 (Dazeddigital) 등에서 총 11편의 영문 기사의 내용을 분석하였다. 각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디자이 너의 디자인 특징을 묶어서 정리하면서 중심 키워드를 찾았고, 컬렉션 분석과 기사 분석 내용을 토대로 종합 하여 뎀나 바잘리아가 보여주고 있는 발렌시아가 디자 인의 현대적 계승과 재해석의 내용을 도출하였다.
II. Cristobal Balenciaga’s Design
1. Cristobal Balenciaga’s design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1895년 스페인 북부 태 생으로, 1917년 처음 자신의 부티크를 열고, 1968년 은퇴하기까지 완벽한 드레스 메이커로 활동하였다.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쿠튀리에로 ‘가위의 마술사’, ‘패션계의 법왕’이라 불리었으며, 특히 모던 하면서도 구조적인 단순성과 기하학적 구조미를 강조 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불필요한 장식을 절제하면 서 특유의 실험정신으로 독창적인 형태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발렌시아가는 20세기를 대표하 는 위대한 쿠튀리에로 샤넬은 그를 진정한 쿠튀리에 라고 하였고, 디올은 우리 모두의 마스터(master)라고 칭송하였으며, 보그 편집자였던 다이아나 브릴랜드 (Diana Vreeland)는 살아 생전 가장 위대한 드레스 메 이커라고 평가하였다(Ahmed, 2017).
발렌시아가는 디자인 스케치에서 패턴, 재단, 봉제 까지 옷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뛰어난 쿠튀리에였기 때문에 생각하는 디자인을 완벽 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의상 디자인에 있어 선과 색 채, 장식이 중요하지만, 절대로 이 세 가지를 모두 강 조해서는 안된다고 한 그의 디자인 철학에서 알 수 있 듯이(Kim, 2007), 조형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디자인의 포인트가 잘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가는 허리와 풍성한 스커트의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여성의 우아한 아름다움 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감을 제시하였다. 그는 스커트를 부풀리기 위한 후프나 패티코트 등에 의존 하지 않고 소재 자체의 특성을 활용하였으며, 형태감 을 잘 살릴 수 있는 더블페이스 울, 오토만 실크, 산퉁 실크, 가자, 파이유 등의 소재를 즐겨 사용하였다(Kim, 2007). Kwak(2009)은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에서 보이 는 새로운 구조의 형태미를 ‘볼륨 미니멀의 심플리시 티’라고 규정했는데, 실루엣에서 보이는 구조적인 형 태가 여성의 인체 위에 완만한 볼륨감을 형성하여 우 아하면서도 모던하다고 하였다.
발렌시아가는 특히 여유 있는 사선의 등 라인을 통 해서 유동성을 주었고, 디자인의 포인트를 앞이 아닌 뒤에 두는 신선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앞면은 피트되 면서 뒷면에 여유가 있는 세미 피티드 슈트는 혁신적 인 디자인으로 평가받았고(Fig. 1), 볼록한 코쿤 코트 와 색 슈트(Fig. 2), 벌룬 라인 드레스 등은 전형적인 실루엣을 깨뜨리는 새로운 실험이었다(S. N. Kim, 2019). 1950년대 말 발표된 베이비 돌 드레스(Fig. 3) 는 풍성한 볼륨으로 여성의 인체 라인을 모호하게 표 현하였으며, 1960년대 말 발표된 드라마틱한 형태감 을 지닌 엔벨롭 드레스(envelope dress)(Fig. 4)는 추상 적인 실루엣의 정점을 찍는 것이었다(V & A, n.d.).
또한 발렌시아가는 소매 형태를 탐구하여 다양한 디자인의 소매를 선보였다. 가느다란 팔과 팔찌를 돋 보이게 하는 7부 길이의 ‘브레이슬릿 소매(bracelet sleeves)’는 그의 시그니처와 같이 유명하며, 몸판과 균형을 이루면서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멜론 소매, 파고다 소매, 바이어스 소매, 배트윙 소매, 기모 노 소매 등 다양한 형태의 소매는 디자인의 포인트 역 할로 손색이 없었다. 또한 여성의 아름다운 목선을 강 조하는 데콜테 라인의 네크라인이나 쇄골을 감추는 칼라 없는 네크라인으로 목을 길고 가늘어 보이게 하 는 착시효과를 주었다(Kim, 2007).
한편, 형태지향의 구조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루지 만, 비즈, 플라운스, 프린징 장식 등과 같이 화려한 스 페인의 장식요소를 활용한 디자인도 발표한 바 있는 데, Kim and Park(2014)은 발렌시아가 디자인에서 자 주 나타나는 구조적인 형태와 비비드한 컬러는 스페 인 취향의 웅장성, 생동성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고 보았다.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은 그의 작품은 그의 사후 에도 수차례 추모 전시회나 회고전으로 재조명된 바 있다. 2017년 영국의 V & A 뮤지엄에서는 발렌시아 가의 대표 작품들을 엑스레이로 찍어서 그 구조를 탐 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V & A Museum, 2017). 그의 작품은 비단 과 거에 머물지 않고 후대 디자이너들에게 끊임없이 탐 구하게 하고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재조 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Design characteristics of Cristobal Balenciaga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 대한 에디토리얼 기사분 석을 통해 그의 디자인 특징을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 대한 여러 기사에서 그의 디자인을 언급하면서 등장한 내용들을 유사한 내용끼리 묶어서 정리하였고, 여기서 중심 키워드를 찾은 후, 이를 토대로 디자인 특성을 도출하였다.
첫째, 장인정신을 토대로 한 거장으로서 ‘예술적 귀재(master artisan)’라는 평가가 두드러졌다. 흔히 20 세기를 대표하는 쿠튀리에로 평가받는 그의 패션사적 위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벽한 테일러링(masterful tailoring), 유일한 디자이너(the only designer)’라는 찬 사로 표현되고 있으며 ‘마스터(master), 천재(genius), 신성(divinity)’ 등과 같은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우아한 볼 가운과 구조적인 디자인의 다양한 슈트 디 자인 등에서 이러한 평가가 많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장인정신에 입각한 거장으로서의 평가가 지 배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발렌시아가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적인 디자인(sculptural design)’을 들 수 있 다. 기사분석에서는 특히 ‘심오한 실루엣(pronounced silhouettes), 여성의 신체를 모호하게 표현(obscuring the form of the female body), 대담한 건축적 형태 (bold architectural shapes)’ 등의 표현이 등장하며, 이 를 통해 ‘구조적(sculptural), 건축적(architectural), 실 루엣(silhouette)’ 등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발렌 시아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에 전형적인 여성 미를 강조한 디올의 뉴 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시 기에도 이러한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 을 개척하였다. 기사 분석에서 색 드레스나 코쿤 코 트, 벌룬 스커트와 독특한 소매 디자인 등 대담하고 혁신적인 실루엣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였고, 이 를 통해 구조적인 디자인 특성을 도출하였다.
셋째, 디자인 작업에 나타나는 ‘실험적이고 현대적 인 시도(experimental and novel approach)’를 들 수 있다. 그는 색 가운, 엔벨롭 드레스 등 유행과는 상관 없는 새로운 디자인을 끊임없이 시도하였고, 오트 쿠 튀르 조합에서 탈퇴하는 등 패션 시스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그의 행보에 대해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작업(experimental and modern work), 아방 가르드 비전(avant-garde vision), 단순성, 모더니스트 (simplicity, modernist), 시스템을 분열시키는(disrupted the system)’ 등의 표현이 나타났고, 이를 통해 ‘혁신 적인(innovative), 창의적인(creative), 실험적인(experimental), 현대적인(modern)’ 등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넷째, 스페인 태생으로 그의 작품에서 내재되어 나 타나는 ‘스페인 취향(Spanish taste)’을 들 수 있다. ‘비 비드 컬러(vivid colour), 블랙 레이스(black lace), 플 라멩코 드레스(flamenco dress)’ 등에 대한 언급이 등 장하는데, 이를 통해 ‘스페인 회화(Spanish painting), 스페인 유산(Spanish heritage)’ 등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다. 발렌시아가는 1937년 파리로 건너가서 스 페인의 바로크 화가 벨라스케스(Velazquez)에서 영감 을 얻은 의상들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래 만틸라 숄 이나 플라멩코 스타일의 드레스 등 스페인 문화를 토 대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평 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여성의 신체를 아름답게 표현하면서도 대담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아방가르드한 비전을 가지고 시대를 앞 서가는 새로운 실험과 창조를 즐긴 쿠튀리에임을 알 수 있다.
III. Demna Gvasalia’s Design for Balenciaga
1. Designer Demna Gvasalia
뎀나 바잘리아는 1981년생으로 구소련의 조지아에 서 태어났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7년 가량을 조지아를 떠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니며 성장하였고, 이 과정에서 공산권의 붕 괴 직후의 빈곤함과 서양문물의 거대한 유입을 경험 하게 된다. 20대에 독일의 뒤셀도르프로 이사하게 되 고, 이곳에서 접한 서구의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경험은 그의 디자인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자산 이 되었다(Jo & Park, 2017). 국제 경제학을 전공하였 으나 패션으로 진로를 전향하여, 2002년에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벨기에 앤트워프의 왕립 예술학 교에 입학하였다(Mower, 2018). 이곳에서 그는 마르 지엘라와 드리스 반 노튼의 해체주의와 같은 벨기에 식 미학에 영향을 받게 되었으며, 창의성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에 대해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 침을 얻게 된다(Amed, 2016).
졸업 후에는 앤트워프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일 을 하다가 마틴 마르지엘라가 은퇴한 메종 마르지엘 라(Maison Margiela)로 이직해 3년 반 동안 여성복 디 자이너로 경력을 쌓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발견하고, 해체주의적인 방식을 통해 어 떻게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터득하게 된다. 이후 루이비통 여성복으로 옮겨와 마크 제이콥스와 두 시즌, 니콜라스 게르키에르와 두 시즌 함께 일하게 되는데, 즉흥적이고 재미있게 일하는 마크 제이콥스 와 수십번 가봉을 통해 완벽한 핏을 찾는 니콜라스 게 르키에르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Amed, 2016).
2014년에 뎀나는 본인을 중심으로 하여 7인의 동 료들이 함께 자유롭게 프로젝트 형태로 디자인 작업 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브랜드가 바로 ‘베트멍 (Vetements)’이다. ‘베트멍’은 프랑스어로 ‘옷’을 뜻하 는데, 일상적인 아이템과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 운 멋으로 놈코어 룩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뎀나 바잘리아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였으며, 그의 동생 후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가 경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베트멍은 제품을 소량 생산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 키는 경영 전략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선망하는 브랜 드가 되었고, 성공적인 제품 마케팅을 이루어냈다.
베트멍은 일상적인 아이템을 주로 하면서 복식의 구조나 디자인의 원리를 무시한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Kim & Ha, 2016), 다양한 디자인 요소와 컨셉이 공 존하는 디자인으로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였다. 인체 의 비례를 무시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이나 길게 늘어 뜨린 소매, 두꺼운 굽의 투박한 운동화는 보편적인 미의 개념을 벗어난 독특함을 주었으며(Y. E. Kim, 2019),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러 한 베트멍의 디자인 특성에 대해 Kim and Ha(2016) 는 미의 개념을 넓히기 위한 의도라기보다는 소비자 의 빠른 니즈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위문화의 재 조합을 통해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 하였다. 한편, Cho and Kim(2019)은 베트멍의 패션에 대해 일상의 이미지가 패션의 주제가 되게 한 선두주 자라고 평가하였다.
이렇게 베트멍은 실험적인 창의성과 함께 희소가 치를 내세운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충성도 를 높이며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였다(Rhy, 2018). 베트멍의 의상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점에 주목한 발렌시아가 하우스는 뎀나를 주목하게 되었고 발렌시 아가를 새롭게 이끌어 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 탁하게 된다(Kering, n.d.).
2. Analysis of Demna Gvasalia’s Balenciaga collection
뎀나 바잘리아는 2016 F/W 시즌부터 발렌시아의 여성복 디자인을 총괄하였고, 2017 S/S부터 2018 S/S 까지 남성복 컬렉션을 따로 진행하였다. 2018 F/W 시 즌 이후부터는 컬렉션 비용절감과 컬렉션 현장직구의 유용성 등의 이유로 남녀통합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 다. 여기서는 여성복, 남성복, 남녀 통합 컬렉션으로 나누어 그가 최근까지 발렌시아가에서 디자인한 총 12개의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살펴보았고, 이를 정리 하면 <Table 2>와 같다.
1) Womenswear collection
발렌시아가에서의 첫 컬렉션인 2016 F/W에서는 라이더 재킷과 스포츠 감성의 패딩 점퍼와 오버사이즈 푸퍼, 플로럴 드레스 등의 믹스 앤 매치를 통하여 스 포티브 룩과 멀티 레이어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스 타일링을 보여주었다(Fig. 5). 아우터의 경우 V존을 강 조하면서 뒤로 젖혀 입는 독특한 착장을 보여주었다.
2017 S/S에서는 각지고 과장된 어깨의 박시 재킷 과 1980년대 글램 룩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대조배색 과 플로럴 패턴의 스키니 팬츠 등을 선보였다. 특히 형광 컬러의 반짝이는 스타킹 부츠는 글램 감성의 신 선한 컬러 감각을 보여주었다(Fig. 6). 2017 F/W는 발 렌시아가 하우스가 추구하였던 모던한 세련미에 집중 하면서 박시 코트와 헤비 니트 등의 아이템으로 시티 룩을 대거 선보였고, 발렌시아가의 베이비 돌 드레스 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쿠튀르풍의 드레스를 선보였 다(Fig. 7).
2018 S/S에서는 패턴의 믹스 앤 매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유틸리티 재킷, 펜슬 스커트 등의 아이템이 등장했으며, 특히 데님 재킷 위에 트렌치 코 트, 반팔 셔츠 위에 긴팔 셔츠를 목에 걸친 듯 마르지 엘라 풍으로 착장에 흥미요소를 준 유머러스한 감각 의 작품들과 함께 크록스와 협업한 플랫폼 슈즈와 프 린지 백이 스타일링에 독특함을 더했다.
2) Menswear collection
2017 S/S에서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미완성 코트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 테일러링 방식을 사용한 미니멀 코트와 슈트를 선보였다(Fig. 8). 어깨를 강조 한 박시한 라인과 대조적으로 몸매를 드러내는 피티 드 라인이 공존하였고, 바지와 부츠가 결합된 비비드 컬러의 레깅스 부츠를 오버사이즈 재킷과 매치하여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였다. 2017 F/W에는 포멀 웨어, 아웃도어, 캐주얼 등 경계가 없는 다양한 스타 일과 아이템이 등장하였고, 로고를 활용한 패딩 점퍼, 패딩 스카프, 후디와 청키 슈즈 등을 선보였다.
2018 S/S에서는 피크닉을 나온 편안한 아빠와 아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였는데(Fig. 9), 오버사이즈 재 킷과 다양한 패턴 셔츠 등으로 빈티지 캐주얼과 놈코 어 룩을 선보였고, 다양한 패턴의 스트라이프 셔츠, 배색 처리된 바지와 아노락 등으로 다양한 패턴의 믹 스 앤 매치를 보여주었다.
3) Overall collection
2018 F/W는 첫 남녀 통합 컬렉션으로 바디 컨셔스 룩부터 스노보드, 프레피, 멀티 레이어드 룩까지 다양 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다양한 체크패턴과 지브라, 추상 패턴 등이 사용되었고, 3D 프린팅으로 본딩 처리하여 허리와 힙 라인을 강조한 재킷(Fig. 10)과 슈퍼사이즈 쇼퍼백, 9겹 레이어드로 극단적으 로 과장된 실루엣의 아우터 등이 특징적이었다.
2019 S/S에는 심플한 슈트와 쿠튀르적 테일러링이 돋보였는데, 3D 모델링 테크닉에 의해 인위적으로 강 조된 어깨와 허리 라인이 특징적인 재킷과 코트, 발렌 시아가의 로고 플레이(Fig. 11)와 에펠탑을 활용한 핫 픽스 장식 등을 선보였다. 2019 F/W에서는 놈코어 룩 과 함께 모던한 파리지앵을 위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날렵한 슈트와 볼륨감 있는 아우터, 조형적인 코트 등 이 등장하였고, 어깨 라인이 인위적으로 날카롭게 솟 은 실루엣을 대거 선보였다.
2020 S/S에는 성별과 나이가 다양한 일반인과 특 수 분장한 모델들을 내세워 파워 드레스, 패션 유니폼 을 주제로 의회의 위원 같은 심플한 슈트들을 선보였 다. 또한 놈코어 룩과 글리터링 소재의 바디 슈트 룩, 어깨선을 심하게 올린 패딩으로 강렬한 실루엣을 보 여주었다. 2020 F/W에는 발렌시아가가 즐겨 사용한 블랙 컬러를 테마로 길고 검은 사제복과 같은 올 블랙 의 강렬한 패션을 선보였고, 후반부에는 네오프렌 슈 트와 바이커 슈트, 트랙 슈트 등과 같은 스포티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Fig. 12).
3. Design characteristics of Demna Gvasalia’s Balenciaga
뎀나 바잘리아가 선보인 발렌시아가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큰 관심 을 두고 뎀나의 발렌시아가 디자인에 대해 평가하거 나, 뎀나와 크리스토발의 발렌시아가를 비교하였다. 에디토리얼 기사를 중심으로 뎀나가 선보인 발렌시아 가 디자인에 대한 기사 분석 내용을 정리하면 <Table 3>과 같으며, 기사 분석을 통해 뎀나의 발렌시아가 디 자인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뎀나 바잘리아는 스트리트 캐주얼웨어를 과 감하게 발렌시아가에 도입하여 밀레니얼 세대들을 발 렌시아가의 의류와 소품에 열광하게 만들었고, 브랜드 를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성공적으로 리뉴얼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이에 대해 ‘주로 캐주얼웨어 (predominantly casual wardrobe), 스트리트 웨어 전용 (appropriation of streetwear),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의 선봉장(a pioneer of luxury streetwear)’등의 표현이 나타났다.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luxury streetwear), 캐주얼 의류(casual wardrobe)’가 주요 키워드로 나타 나, 최근 시대를 관통하는 캐주얼 패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뎀나 바잘리아는 발렌시아가 컬렉션을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위주로 현 대인의 보편적인 일상을 감각적으로 보여주었다. ‘리 얼리즘(realism), 실제 사람들("real" people), 동시대적 인 맥락(contemporary context), 쿠튀르적 사고방식에 의한 유용성(utility as a series of couture attitudes)’ 등의 표현이 나타났고, 이를 통해 ‘유용성(utility), 리 얼리즘(realism)’ 등을 주요 키워드로 도출하였다. 지 금까지 대부분의 유명 패션 하우스가 선택된 일부 소 수를 위한 디자인을 전개한데 반해, 뎀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일반인을 위한 실용적인 옷, 현실적 인 착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크리스토발이 구조적인 실루엣의 디자인을 선보인 것과 비교하여 뎀나가 선보인 발렌시아가 디 자인에 있어 그의 구조적인 실루엣에 대한 평가가 자주 나타났다. 과장된 어깨 라인에 대해 ‘구조적 실 루엣(structural silhouettes), 부풀려진 어깨(inflated shoulders), 어깨 라인에 대한 집착(obsesses over the shoulder line)’ 등으로 표현되었고, 이에 대해 아이러 닉하면서 대담하고 신선하다(ironic, bold and fresh)라 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타난 ‘구조적(sculptural), 넓은 어깨(broad shoulders), 재해석(reinterpret)’ 등의 키워드를 통해 뎀나가 크리스토발이 보여준 독 창적이고 구조적인 실루엣을 넓은 어깨를 중심으로 구조적이고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다양하게 재해석하 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뎀나 바잘리아는 크리스토발의 여성을 바라 보는 관점에 주목하며, 실험정신을 토대로 한 창의적 인 접근방법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감행하였다. 그의 이러한 디자인 특징은 ‘해체론(deconstructionism), 해체된 실루엣(deconstructed silhouettes)’ 등의 표현 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마르지엘라 하우스에서의 경험 을 토대로 해체주의와 스포티즘을 결합한 디자인에 대 한 언급이 많이 나타났다. 또한 ‘패션에 대한 개념적 (conceptual)인 접근방식,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 (redefining luxury), 지위에 대한 재측정(recalibrating status), 어글리 패션(ugly-fashion)’ 등의 평가를 통해 럭셔리 패션과 정형화된 미의식에 대한 스테레오 타 입을 탈피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해체된(deconstructed), 개념적인(conceptual)’ 등의 키 워드를 도출하였다.
다섯째, 뎀나 바잘리아는 변화하는 시대 분위기와 럭셔리 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내면서 시대변화에 맞 게 브랜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템을 성공적으로 선 보였다. ‘어글리 패션 트렌드의 중요한 선동자(the key instigators of the ugly-fashion movement), 잇 핸드백 에 상응하는 21세기 아이템(21st-century equivalent of the “it” handbag), 전형적인 밀레니얼 소비자를 만 족시키고 유인하는(entertain and entice a typical millennial consumer)’ 등의 표현에서 그가 제시한 운 동화가 브랜드 혁신에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 상응하는(21st-century equivalent), 컬트적 지위(cult status)’ 등의 키워드를 통해 시대정신을 파 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아이콘을 제시하여 추 종세력을 거느린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Ⅳ. Modern Succession and Reinterpretation of Balenciaga Design by Demna Gvasalia
1. Lux mode representing the sense of era
뎀나 바잘리아는 2000년대 이후 메가 트렌드로 자 리잡은 스포츠, 캐주얼 감성을 발렌시아가 하우스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스트리트, 스포츠 감성을 도입 한 럭셔리 스트리트 룩을 선보였지만, 다양한 감성이 공존하는 최근 패션의 경향에 맞게 스트리트 룩만을 고집하지 않고, 폭 넓은 스타일을 전개하면서 시대감 성에 입각한 럭스모드를 선도하였다.
그는 본인의 주 장기인 스트리트 감성을 도입하여 발렌시아가를 새롭게 재편하였다. 발렌시아가 이전에 몸 담았던 베트멍의 자유로운 스트리트 감각과 오버 사이즈 실루엣의 실용적인 스타일을 발렌시아가에 걸 맞는 럭셔리한 감각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후디나 스 웻셔츠, 패딩점퍼, 푸퍼 재킷(puffa jackets) 등과 같은 데일리 아이템으로 실용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일련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가 선보인 발렌시아가의 스타 일을 럭스 놈코어(luxe-normcore)라고도 하는데, 럭스 놈코어란 화려한 아름다움을 뜻하는 럭스와 평범한 옷을 독특한 방식으로 착용하는 방법을 일컫는 놈코 어의 합성어로 일상에서 손쉽게 착용 가능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이 깃들어 있는 디자인 특성을 보여 준다(Fig. 13).
그는 폭 넓은 컬러의 사용으로 컬러 스펙트럼을 확 대하였고, 대조, 강조배색 등 배색효과를 극대화하여 경쾌한 이미지를 전달하였다. 형광 컬러나 과감한 패 턴의 사용, 패턴의 믹스 앤 매치와 그래피티의 활용을 통해 강렬한 시각 효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편안한 오 버사이즈의 후드 티셔츠와 큰 어깨 라인의 아우터, 다 양한 스타일의 패딩 제품들을 발표하였고(Fig. 14), 비 대칭적인 형태감, 로고의 활용 등을 통해 과감하면서 도 럭셔리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럭셔리 스트리트웨어로 유명하지만, 뎀나가 보여준 발렌시아가 컬렉션은 스트리트웨어 스타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컬렉션을 기 획하는 데 있어 일정한 컨셉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디자인을 전개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뎀나가 보여 준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은 특정 컨셉의 표현에 치중 하기보다는 하나의 컬렉션에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하 는 특성을 보인다. 몸매를 드러내는 피티드 실루엣과 과장된 오버 사이즈의 실루엣이 한 컬렉션에서 공존 하며, 스포티브 스타일과 포멀한 정장 스타일이 함께 제시된다. 이는 그의 성장배경과도 관련이 있는데, 소 비에트 연방에서 모든 것이 부족했던 유년시절 이후 연방이 해체되면서 정보와 문화를 급속히 흡수하였 고, 다양한 것들의 조합이 그의 창의성 발현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Jo & Park, 2017). 이러한 이 유로 그는 한 시즌의 컬렉션에서 성별, 인종, 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 다양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그는 하이패션에 스트리트 감성을 도입한 럭셔리 스트리트웨어로 일상에서 손쉽게 착용 가능하 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이 깃들어 있는 스타일을 선 보이고 있으며, 각 시즌별 컬렉션에서 특정 컨셉에 얽 매이지 않고 폭 넓은 취향과 스타일을 아우르고 있다.
2. Universal sensibilities based on pragmatism
뎀나 바잘리아는 문화적 격동기를 경험한 ‘포스트 소비에트 세대’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패션으로 전향하기 이전에 경제학을 공부 하였던 그는 현실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소유하고 있 다.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앤드워프 패션 스쿨 에서 사람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드는 것의 중요 함을 깨달았고, 바이어의 관점에서 패션을 보는 자세 를 익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그는 발렌시아가에 서 비즈니스 마인드를 토대로 실용주의에 입각한 보 편적 감성을 표현하였다.
그는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남녀, 노소, 인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모델을 기용하며, 이들 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보편적 감성을 표현하였다. 2019 F/W에서는 그로서리 쇼핑, 모터바 이크 출퇴근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모 습을 보여주었고(Fig. 15), 2020 S/S에서는 ID 카드를 목에 건 사람들을 통하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었다(Fig. 16). 그는 길에서 마주치는 평 범한 사람들이 옷을 입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 고, 이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대중 의 니즈를 파악하면서 힙스터 감성을 잘 혼합하여 일 반인이 일상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고 있 다. 이처럼 그는 발렌시아가에서 사람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판매 와 직결되는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3. Exploration of structural beauty of brand archive
뎀나 바잘리아는 ‘전통적 구조미에 대한 새로운 탐 구’를 통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즐겨 보여주었 던 심오한 실루엣의 구조적인 디자인을 새롭게 재해 석하여 브랜드의 유산을 현대화하였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코쿤, 색, 엔벨롭프 드레스 등 당시의 트렌드와 무관한 혁신적인 실루엣을 선보인 것과 같 이 뎀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새롭고 대담한 실루엣 으로 전통적 구조미를 새롭게 탐구하였다.
크리스토발이 종종 몸의 뒤편에 볼륨감을 두었던 것에 비해, 뎀나는 볼륨감을 인체에 비해 전체적으로 크게 설정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착용자가 당돌해 보 이거나 혹은 작고 압도되어 보이는 오버사이즈 실루 엣을 자주 발표하였다. 특히 구조적인 실루엣을 만드 는 데 있어서 어깨 라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2019 F/W, 2020 S/S에는 어깨 라인을 들어 올린 패딩 점퍼 (Fig. 17), 2020 F/W에는 어깨 끝을 뾰족하게 올린 일 련의 시리즈를 발표하였다(Fig. 18). 그는 어깨 라인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뒤로 젖히는 스타일을 즐겨 선보 이면서 “어깨선이 자신감을 줄 뿐 아니라, 위협적인 실루엣을 만들 수 있다”라고 하였다(Givhan, 2019).
그는 발렌시아 아카이브의 구조적인 디자인 특징 을 아이템의 전환, 중첩된 착장, 하이테크 기술의 도 입 등을 통해 극적인 형태감으로 보여주었다. 첫째, 아이템의 전환은 2016 F/W 컬렉션에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1950년대 쿠튀르 코트를 조각품처럼 몸을 감싸는 보머 재킷으로 재해석하여 발렌시아가의 우아함에 스포티함을 더한 사례를 들 수 있다(Fig. 19). 뒤로 열어젖히는 독특한 착용법으로 당당하고 자 신감 있는 현대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둘째, 중 첩된 착장은 상의에 여러 겹의 볼륨감 있는 아우터를 겹쳐 입는 9겹 레이어드 룩으로 극강의 인위적인 볼 륨감을 표현한 2018 F/W 컬렉션에서 잘 보여졌다. 셋 째, 하이테크 기술의 도입은 2016 F/W 컬렉션에서 3-D 바디 스캔과 프린팅을 통해 선보인 입체적인 실 루엣의 코트와 블레이저를 예로 들 수 있다. 트위드나 울, 벨벳 등의 전통적인 소재를 경량의 폼으로 본딩하 여 처리한 이 아이템들은 허리라인을 잘록하게 표현 하면서 이어지는 선이 입체적인 아워글래스 실루엣을 만들며, 발렌시아가의 구조적인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Fig. 20).
4. Deconstructive and conceptual approach to fashion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실험성과 현대성은 뎀나 바잘리아에 있어 해체주의와 패션에 대한 개념적 접 근으로 이어지고 있다. 뎀나 바잘리아는 해체주의, 어 글리 패션 등을 통해 럭셔리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 면서 패션에 대해 해체적, 개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 으며, 재기발랄한 액세서리와 패션소품 등을 통해 창 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트있게 표현하고 있다.
해체적 접근의 사례를 보면, 구조를 해체하면서 여 밈의 방법을 비대칭적으로 자유롭게 변형하거나(Fig. 21), 극단의 사이즈나 착장방법의 유희성을 보여준 작 품들을 들 수 있다. 2018 S/S에는 마르지엘라 풍으로 일반적인 착장 위에 또 다른 아이템을 목에 걸친 듯한 해체주의적인 착장으로 유희적 감각을 표현하였다 (Fig. 22). 패션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의 사례로는 정 형화된 미나 럭셔리의 개념에 대한 과감한 탈피를 들 수 있다. 2018 F/W에 발표한 9겹 레이어드의 극단적 인 확장 룩(Fig. 23)과 2019 F/W에 선보인 어깨선이 과도하게 올라간 패딩 점퍼는 정상적인 인체 실루엣 을 왜곡하며 고정된 미의식을 깨뜨린 것이었다. 또한 뎀나는 복식이 지닌 사회적 표현성에 주목하면서, 2020 S/S 시즌에 과장된 광대뼈, 부푼 입술의 특수 분 장을 한 모델들로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거부하였고, 의회에서 착장할 듯한 슈트를 부드럽고 실키한 소재,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표현하여 권위를 파괴하고 누 구나 입기 편한 옷을 만들고자 하였다(Cho, 2019). 또 한 그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감성과는 거리가 먼 일 상의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액세서리 디자인을 선보여 럭셔리에 대한 고정된 관습에서 벗어난 접근 법을 보여주었다. 캔 뚜껑 모양을 연결한 체인 팔찌와 싸구려 시장 가방 같은 이케아 쇼핑백을 영감으로 만 든 빅 사이즈의 비닐 백 등을 통해 럭셔리 개념을 해 체시키는 위트를 보여주었다(Fig. 24).
5. Reinterpretation of Balenciaga house heritage and presentation of new icon
뎀나 바잘리아는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유산에 얽 매이지는 않았으나, 크리스토발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2017 S/S에는 크리스토 발의 미완성 코트에서 영감을 받아 각진 어깨 라인이 인상적인 박시한 남성 테일러링 슈트를 선보였고, 2017 F/W에는 크리스토발의 베이비 돌 드레스를 풍 성한 볼륨감의 심플한 드레스로 재해석하여 현란한 형광색 스타킹 부츠와 매치하였다. 2020 S/S에는 우 아한 테일러링의 볼 가운을 레드, 블루, 블랙의 선명 한 컬러에 극도로 심플한 드레스로 표현해 현대적인 미감을 보여주었다.
한편,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시대 사람들의 니즈와 취향을 반영한 제품 기획력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1990년대 명품 패션하우스의 매 출과 직결되는 가방에 주목한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시티 백’으로 발렌시아가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제시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뎀나 바잘리아는 21세기에 중요하게 부각된 운동화에 주목하였고, 이를 변화된 발렌시아가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제시하였 다. 운동화는 모델명과 디자인을 쉽게 기억할 수 있어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기 좋은 아이템이며, 최근 운 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사라지는 애슬레저 트렌드로 인해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 되 었기 때문이다(S. N. Kim, 2019).
뎀나 바잘리아는 스피드 러너와 트리플 S를 연속 으로 히트시켰는데, 스피드 러너는 삭스 슈즈 형태로 실용성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Fig. 25), 트리플 S는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인 리스트 (Lyst)에 의하면 2018년 검색 순위 1위인 스니커즈로 (McDonald, 2018), 뎀나에 의해 새롭게 전개되는 발 렌시아가를 대중에게 알리는 결정적인 아이템이 되었 다(Fig. 26). 특히 트리플 S는 거대하고 투박한 형태로 인해 추악하다고 평가되기도 하였지만, 어글리 슈즈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처럼 뎀나는 운동화가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 된 시 대의 흐름을 읽고, 동시대적 감성에 맞게 브랜드를 대 표하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콘을 제시하여 브랜드의 리뉴얼에 성공하였다.
또한 뎀나 바잘리아는 발렌시아가의 기존 로고를 세로로 좁게 늘이고 굵기를 추가하면서 변화시켰고, 의류와 액세서리 디자인에 적극 활용하였다(Fig. 27). 로고의 리뉴얼은 디자이너가 하우스의 유산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데, 2017 F/W에는 미국 정당의 로고를 오마주한 100주년 기념 발렌시아가 웨 이브 로고를 컬렉션에 적용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으 며, 로고를 전면에 드러낸 일련의 시리즈로 과감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2019 F/W에는 정장 소재에 로고 플레이를 통해 로고 활용의 폭을 더욱 확 장시키기도 하였다. 이처럼 그는 로고의 변화를 통해 새 하우스 출범을 알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포 티한 의상과 운동화, 액세서리 등에 로고를 활용하여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잘 접목 시켰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며 뎀나 바잘리아의 발 렌시아가 디자인에 나타난 현대적 계승과 재해석의 내용을 크리스토발의 디자인 특성과 함께 연계시켜 정리하면 <Table 4>와 같다. 크리스토발의 뛰어난 쿠 튀리에로서의 장인정신은 뎀나에게는 전통미에 대한 새로운 탐구로 계승되었는데, 현대적 기술이 더해진 3D 모델링의 재킷과 코트에서 새롭게 계승되어 나타 났고, 여러 시즌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깨를 강조한 과장된 실루엣과 멀티 레이어드, 극단의 실루 엣의 공존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또한 크리스토발이 보여준 실험성과 현대성은 뎀나에게는 시대감성을 반 영한 새로운 럭스모드의 표현과 일반적인 럭셔리 패 션 브랜드의 전략과는 거리가 먼 실용주의에 입각한 보편적 감성의 공유, 그리고 패션에 대한 해체적, 개 념적 접근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토발이 보여주었던 스페인 취향은 뎀나의 디자인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동시대적 글로벌 감성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바질리아는 발렌시아가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하고, 발 렌시아가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운동화를 제 시하여 브랜드를 새롭게 혁신하였다.
V. Conclusion
오랜 쿠튀르적 전통을 지니고 있는 발렌시아가 하 우스를 고유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최신 유행을 선도 하는 브랜드로 만든 뎀나 바잘리아가 새롭게 제시하 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을 컬렉션 디자인 분석 과 에디토리얼 기사분석을 통해 살펴보고, 이를 토대 로 그가 보여주고 있는 발렌시아가 아이덴티티의 현 대적 계승과 재해석을 살펴보았다.
발렌시아가의 창시자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뛰어난 테일러링 기술의 소유자로 장인정신, 거장으 로서의 평가가 두드러졌고, 색 드레스, 코쿤 코트, 벌 룬 스커트 등 구조적인 디자인에 능했으며, 새로운 소 재,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엔벨로프 드레스 등과 같은 실험적, 현대적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뎀나 바잘리아가 2016 F/W부터 발렌시아가에서 선보인 디자인은 스트리트 패션의 감성을 럭셔리 패 션에 녹여낸 것으로 발렌시아가를 젊은층들이 환호하 는 브랜드가 되게 하였다. 뎀나 바잘리아에 의한 발렌 시아가 브랜드의 현대적 계승과 재해석의 내용을 살 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대감성을 반영한 럭스 모드로, 뎀나 바잘리 아는 스트리트, 스포츠 감성을 도입한 럭셔리 스트리 트 룩을 선보였으며, 한 컬렉션에서 양극단의 실루엣 과 스타일을 함께 전개하면서 특정한 컨셉 없이 자유 롭게 폭 넓은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실용주 의에 입각한 보편적 감성의 공유로, 대중의 니즈를 파 악하면서 일상에서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의상을 제안 하여 패션의 보편성과 일상성을 보여주었고, 이를 판 매와 직결시켰다. 셋째, 전통적 구조미에 대한 새로운 탐구로, 크리스토발이 자주 보여주었던 구조적인 디 자인을 아이템의 전환, 중첩된 착장, 하이테크 기술의 도입 등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하였고, 특히 어깨 라인 을 과장한 대담한 스타일로 새롭게 표현하였다. 넷째, 패션에 대한 개념적 접근으로, 크리스토발이 보여준 실험성과 현대성의 정신을 새롭게 계승하였다. 해체 주의와 어글리 패션 등을 통하여 럭셔리에 대한 개념 을 다시 정의하고, 왜곡된 실루엣, 독특한 분장 등을 통해 고정된 미의식을 전복시켰다. 다섯째, 새로운 아 이콘의 제시로, 캐주얼 패션의 메가 트렌드화로 운동 화가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 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트리플 S, 스피드 러너와 같이 기 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운동화를 브랜 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제시하여 브랜드의 리뉴얼에 성공하였다.
이를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정체성과 연결시켜 논 의하기 위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디자인 특성과 함께 살펴보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마스터로서 의 특징과 구조적 디자인의 특징은 뎀나 바잘리아의 어깨를 강조한 구조적 실루엣으로 계승되었는데, 이 는 뎀나가 베트멍 시기부터 줄곧 디자인했던 스트리 트 감각의 오버 실루엣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크리스토발의 실험성과 현대성은 뎀나 디자인에 서는 시대감성을 반영한 럭스모드와 실용주의에 입각 한 보편적 감성의 공유, 패션에 대한 개념적 접근방식 등으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뎀나가 새롭 게 혁신한 부분은 동시대적 감각을 토대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트리플 S와 스피드 러너 를 제시한 것이다.
뎀나 바잘리아는 혁신적인 형태감과 실험성이라는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변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 시키는 새로운 패션스타일과 시그니처 아이템의 제시 로 새로운 시대상에 맞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 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하우스의 창 시자인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독창적인 사고방식 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접근법을 이어 받았고, 이를 동 시대적인 스트리트 감성과 실용주의적인 관점으로 재 해석하였다.
본 연구는 컬렉션 분석과 에디토리얼 기사 분석을 토대로 뎀나 바잘리아가 보여준 발렌시아가 디자인의 계승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기존 발렌시아가 고객층이 디자인 혁신을 어떻게 수용했는지에 대한 측면은 다 루지 못한 점이 연구의 한계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브 랜드의 헤리티지를 현대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이를 동시대적 감성으로 표현한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 가 디자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동시대적 해석과 적 용의 기획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