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2383-6334(Online)
DOI : https://doi.org/10.7741/rjcc.2013.21.2.234
영국의 문화 정체성이 반영된 영국패션의 내재적 특징
The implicit meaning of British fashion into English culture identity
Abstract
- 07_정혜연외(리뷰).pdf5.41MB
I. Introduction
문화 정체성은 사회현상에 대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생성되는 산물로써, 단순히 적용되는 사회구조뿐만 아니라 서서히 형성되는 생활방식을 포함한 총체적 개념 혹은 인간의 내적, 정신적 활동의 소산이다. 따라서 문화는 사회의 흐름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집합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화의 다양화 속에서 패션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일상적 문화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작용된다(Barnard, 1996). 패션이란 특정시대와 문화의 시각적 반영이며, 한 나라의 패션은 근본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 정체성이 반영되었다고 보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오랜 귀족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국은 과거로부터 세습되어온 계급주의적 관념과 전통적인 보수주의를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문화의 나라이며, 현대화의 과정 속에서 청소년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하위문화패션의 변형인 스트리트 패션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은 영국에서의 귀족주의적 경향의 고급문화와 노동자계층에 의해 변질된 하위문화가 동시에 공존하게 했으며, 패션에서도 두 가지 형태의 스타일이 동시에 존재하여 영국만의 패션 정체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따라서 차별화된 문화 정체성을 가진 영국의 문화와 패션을 연구하는 것은 문화와 패션의 관계를 규명하는 사례로 적합하다고 보며, 이에 영국문화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현대 영국패션의 특징에 담긴 문화 정체성의 의미와 패션에 담긴 내적의미를 규명하는 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문화와 관련된 패션의 선행 연구는 패션문화 상품 개발에 관한 연구이거나 문화에 기반한 패션 스타일의 변화 및 정체성 분석을 통해 특정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 분석, 혹은 국가별 패션문화 특징 분석이 주를 이룬다. 반면, 한 나라의 문화적 특징이 그 나라의 패션 정체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결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재한 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문화 정체성 분석을 통해 패션의 내적 의미를 규명하여, 국가의 패션 정체성을 문화와의 관계 속에 규명하는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의 범위는 이론적 고찰을 위해 영국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관한 문헌자료에서 하위문화의 초기 출현부터 70년대의 영국 하위문화 패션의 전성기까지 그 변천과정을 파악하고, 역사적 전통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습득되어온 고급문화 패션은 영국인의 습성을 다룬 서적과 기사의 내용을 수집하여 분석한다. 이를 통해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패션에 나타난 영국의 정체성을 분석하기 위해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인 버버리사와 영국적인 패션 이미지들을 대거 등장시켰던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작품을 포함하였다. 또한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맥퀸의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컬렉션을 분석하였으며, 하위문화 패션에 관한 분석을 위해 젊은인들의 스트리트 패션의 트렌드를 반영한 SPA 브랜드 중 영국의 대표적인 TOPSHOP에 출시된 제품을 분석요소로 활용하였다. 또한 영국의 대표 스트리트 패션 잡지인 NYLON과 DAIZ의 스트리트 패션 특집 부록편을 참조하였다.
연구방법은 먼저 영국의 전반적인 사회, 경제, 문화에 대해 살펴 본 후, 영국인만의 문화정체성을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영국내 전통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분석 후 실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실례분석에 사용된 주요 자료는 NYLON과 DAIZ 영국판 2012년 12월호 잡지와 회사 자체 웹사이트 및 디자이너의 자체 웹사이트, 관계 선행논문 등을 참고하였다.
II. The Notion of Englishness and Character
과거 세계 강대국이었던 영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침체기를 겪으면서 나라가 점진적으로 쇠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영국사회를 지배하였고,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과거 영국의 모습이 제국의 잔재, 역사적 기념물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Kim, 2007). 또한 과거의 제국주의는 영국내의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한 인종과 계층의 문제는 영국 곳곳에서 사회적, 경제적 갈등구조를 조장하였다. 이러한 사회 혼란 속에서 주류 계층은 과거의 순수한 영국성(Englishness)를 찾으려 하는 경향을 나타냈고, 새로운 문화구조를 형성하는 대중문화 계층은 현재의 영국성(Britishness)을 만들어갔다. 영국성이라는 개념 하에 존재하는 두 단어는 미묘한 차이의 의미가 존재하는데, Britishness는 보다 현대적이고 정치적인 용어로 통합되어 있는 영국이라는 정치 공동체, 정부나 조직체에 사용된다. 반면, Englishness는 전통적으로 유럽 내에서 형성되어온 영국에 대한 정서, 감정, 태도와 좀 더 관련 있는 낭만적인 개념으로서,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영국 고유의 문화와 예술의 전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쓰인다(Aileen, 2002). 본 연구에서는 영국성을 문화적 측면의 성향으로 쓰이는 Englishness의 영국성을 의미하며, 영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정체성의 의미를 내포한다.
<Fig. 1> The influence of factor for Englishness
영국성 형성 요소를 크게 지역적 특성, 사회적구조, 그리고 정치적 제국주의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영국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 나라의 문화적 특징은 상당부분 지리적, 기후적 여건에 의해 좌우된다(Persuer, 1997)는 학설에 근거하여 영국성을 분석할 수 있다. 영국은 지역적으로 유럽대륙 서해안에서 나타나는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서안해양성 기후의 전형을 보여준다. 기압에 의한 변화가 잦아 변덕스러운 날씨로 하루 동안 사계절의 날씨를 경험할 수 있을 정도이며, 영국의 변덕스런 날씨와 흐린 날씨는 우울증(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을 유발하기도 한다(Park, 2001). 또한 섬나라 영국인들에게 ‘섬’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립된 의미가 아닌 신에 의해 경계가 그어져 그 속에서 받는 축복의 의미로 통한다(Choi, 2009). 즉, 영국은 이웃 나라의 괴롭힘으로부터 바다에 의해 보호받는 안정적이고 영원한 이미지로 표상되어 유럽대륙과 분리시켰다. 이와 같은 영향으로 영국인들은 타민족을 싫어하는 성향(Xenophobia)이 있으며(Park, 2001), 이러한 요건에서부터 습득된 현상은 영국인들의 무뚝뚝하며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의 철저한 개인주의로 변질되었으며, 이는 영국 패션에서의 전통적이면서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스타일의 경향과 영국 예술형성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가 된다.
또한, 유럽대륙 서북쪽에 위치한 섬나라인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 아일랜드로 이루어진 통합국가로써,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4개의 나라가 통합되어 다양한 문화와 민족성 공존하고 있다. 지형적으로 4개의 나라를 합쳐서 연합국이 된 영국은 연합국민뿐 아니라 그들이 통치하였던 식민국가의 국민들도 같이 공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여러 문화들이 혼합된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영국인이 국가적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주장과 영국다운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한 국가에 내재된 고유의 정체성이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속에 과거와 미래에 걸쳐 계속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변형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Fox, 2004).
둘째, 영국은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엄격한 계급사회로서의 귀족계급이 여전히 명백을 유지하고 있으며, 귀족사회의 윤리와 원칙이 나라 전체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현대 영국인은 아직도 계급을 크게 의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The little class game, 1992). 귀족사회에서의 영국 귀족은 부를 소유하는 것 이외에도 품격이라는 무형자산을 지녀야 하며, 품격이란 외적인 갖춤이 아닌 자신의 노력에 의해 본분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에 있다. 이는 전형적인 영국 신사 이미지인 ‘고결하고, 정직하고, 심성이 곧으며,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으로 형성된다(Kang, 2007). 오랜 왕실 문화를 바탕으로 다져진 전통성이 그 뿌리에 있기 때문에(Jang, 2009), 영국에는 아직까지도 귀족계급이 존재하며, 귀족사회에서 즐겼던 윤리와 격식 또한 중요시 여긴다. 반면, 이러한 귀족문화는 인간관계에서 지나친 친밀감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며,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도 연결된다. 영국인들은 과거부터 주위의 국가들에게 배타적인 면모가 강한데, 일례로 미국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영국인들이 미국인들을 ‘천박’하다고 하고 문화가 없다고 무시하는 경향에서(Park, 2001)자부심 강한 영국인의 국민성을 엿 볼 수 있다. 언어적 측면에서도 외국학생을 자신들의 섬으로 건너온 이방인의 의미를 가진 ‘oversea student’로, 동양을 ‘The far east’로 지칭하는가 하면, 영국의 내무부가 외국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alien’을 사용하여 제국주의 시절의 식민국이었던 타국을 내국으로 인식하는 사례에서도 영국의 배타적 자부심이 내포되어 있다.
셋째, 영국성 형성은 정치적 제국주의 정책으로 부터 분석될 수 있다. 영국은 16세기부터 다른 나라의 국토 정벌을 시작하여 수 세기 동안 대제국을 이어갔으며, 19세기 내내 제국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단된 적이 없는 강대국으로 식민국들을 통솔하였다. 즉, 영국의 제국주의는 식민지국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우세한 영향력이나 직접적인 통제를 하였다(Kim, 2011). 제국주의는 제국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정책이지만, 직접적인 식민지배가 끝난 후에도 특정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뿐아니라 문화적 영역에도 그 잔재는 남겨지게 된다. 특히 영국의 식민국 중 인도와 파키스탄은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중심지로 영국 제국주의의 꽃이된 나라로써 영국의 강력한 영향권에 있었다. 현재 영국 내에 존재하는 인도 문화는 영국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이국민들의 지역사회를 형성하거나 종교적인 사원을 건립하는 등 영국 내에 그들의 문화를 다른 형태로 형성하여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다민족 다문화의 혼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18세기 세계 최초로 일어난 영국의 산업혁명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전통문화의 분열을 가져왔다. 산업혁명은 잉여생산품의 과잉으로 해외투자 개척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생산품의 수출과 식민정책으로 경제적인 호황을 가져왔으며, 또한 많은 일자리 창출과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풍족한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급격히 진행된 산업혁명은 환경 파괴와 황폐화를 초래하였고, 급격한 현대화는 영국이 추구했던 전통성의 분열을 야기시켰으며,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혼란의 시기를 조장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에 위기감으로 전통을 고수하려는 국가적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 결과 현재까지도 영국은 과거의 건축물과 공예품, 의상들을 잘 보존한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이러한 자료들은 영국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III. British High Culture and Subculture in Fashion
영국 사회에는 귀족계급 사회에서 형성된 주류가되는 고급문화와 하위 계층에 의해 저항적 태도로 나타난 하위문화가 공존한다. 이들 계층 간 문화들은 시대의 흐름과 문화의 변화 과정 속에 존재하므로 영국문화의 정체성을 알아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대영제국시절의 영국은 과거로부터 세속되어 내려왔던 전통에 기반을 둔 귀족적 고급문화를 바탕으로 품위를 지켜 나갔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중소비시대의 대두로 귀족적 계급주의 의식은 과거와 같지 않게 되었다. 또한 20세기 중반 대중매체 대두와 교육기회의 증대는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기존의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세력의 형성으로 그들만의 하위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고급문화와는 달리 하위문화는 사회에 수용되기는 어려운 아방가르드한 형태였고, 특히 계급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는 영국에서는 기존의 고급문화와 하위문화가 한 사회에서 다른 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이중구조가 생겨나게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영국의 문화 정체성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1. British high culture
고급문화란 귀족의 문화적 전통을 이어받아 소수의 지식인이 생산하고 향유하는 문화이다. 즉, 귀족의 문화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귀족문화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지만,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엘리트 계층을 통하여 유지되고 있는 문화의 형태이다. 그러나 현대 대중사회로 오면서 계급의 분리는 무의미해졌고 여러 차례의 저항 운동의 역사 속에서 더 이상 표면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급문화의 형태는 각 나라의 사회 구조적 특성에 따라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변화된 모습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나, 과거의 계층적 분리는 존재하지 않고 관습적인 형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계층의 차이는 여전히 문화의 계층화를 야기시켰고, 전통에 기반을 둔 이와 같은 형태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고급문화는 현대적 측면에서 변하지 않는 전통에 대한 집념, 그리고 전통과 현재가 혼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영국의 고급문화는 현대화된 외적인 형태와 함께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왕실의 정신까지 포함되어 있는 문화의 형태로써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 고급문화와는 차별성이 있다. 영국은 여전히 왕실의 품위와 계급적의식이 국민들의 자의식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영국인은 전통을 사랑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매우 보수적인 국민이다(Choi & Han, 2007). 이러한 영국인의 성향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측면뿐 아니라 생활방식 속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재판 시 여전히 가발을 착용하는 판사와 좌측통행을 고수하는 제도 등은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성향을 증명하고 있으며, 결혼식에서도 신랑은 연미복을 착용하며 신부는 어머니의 웨딩 소품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전통을 고집하며 현재까지 내려오는 영국 브랜드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며, 특히,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버버리는 영국의 라이프 스타일, 전통 및 품격을 잘 나타내 주고 있으며, 유행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통을 고수하며 ‘대를 물려 입는 옷’으로 클래식의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오늘날,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들을 복종시켜왔던 봉건적 전통이 소멸된 가운데 현대적 풍토들이 과거의 전통을 해체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면서 계급이 없이 소통하는 대중문화로 변화되었다. 지식계층과 소수의 상위계층 그룹은 이와 같은 대중문화에 의한 문화적 전통이 파괴되는 것이 곧 영국만의 전통이 있는 고급문화의 소멸됨으로 인지하였다. 이에 과거 소수의 귀족에게만 공급되던 기존의 전통적 고급문화를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례의 전통적 관습들을 일상화 시킴으로써 음식, 예술, 생활에 관련된 모든 요소를 사회적 습관으로 발전시켰다.
전통을 유지하려는 전통에 대한 집념은 이렇듯 다양한 형태와 시도로 남아있다.
한편, 영국의 고급문화는 대중문화 속에 모던함과 결합된 새로운 전통의 형태를 보여준다. 영국인들이 즐기는 전원생활과 승마, 테니스, 폴로 등의 스포츠 문화에도 계급사회적인 모습이 남아 상류문화의 산물인 유니폼을 선호하는데, 영국인들에 복식이란 단순한 겉모습을 치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들의 전통과 정체성이 포함된 하나의 역할로서 작용한다. 이렇게 전통성을 중시하는 영국의 정체성은 디자인 부분에도 적용되어 대표적인 정통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의 레인 코트, 아큐아큐텀(Aquascutum), 던힐(Dunhill)의 클래식 정장류, 스코틀랜드의 스웨터 등의 패션제품과 롤스로이스(Rolls Roys)의 클래식 자동차, 포트메리오(Portmeirion), 로얄 알버트(Royal Albert) 등의 꽃무늬의 본차이나 등의 브랜드를 통해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에 맞추어 디자인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세계적으로 그 명성과 품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즉, 전통의 재해석 속에 현대화된 디자인을 새로이 이끌어 내지만, 그 새로운 디자인 속에는 여전히 전통의 봉제법과 전통적 제조법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2. British subculture
하위문화(subculture)는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의식으로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비주류의 문화로서, 계급이나 성, 세대 등으로 구분되는 커다란 범주속에 속하면서 주류집단과 구분짓기 이외에 다른 특징적인 속성에 의해 구별되는 다양한 소집단의 독특한 정체성을 반영하는 문화이다(Kim, 1994). 특히, 지배문화에 대립․저항하는 대항문화(counter culture)로서의 하위문화의 특징은 독자성이 강하여 그 내용이 주류 문화에 대하여 비판적이며 적대적이다. 더욱이 그것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 때에는 대항문화로서 작용, 지배적 문화구조의 동요와 변동을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문화형성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가령, 히피(hippie), 펑크(punk) 등의 하위문화패션의 등장과 신좌익운동이 등장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의 선진적 산업사회에서의 청소년문화에서는 그와 같은 대항문화적인 성격을 확실히 찾아볼 수 있다. 하위문화 집단은 사회변화의 척도이자 지배문화에 동의하고 저항하는 관계들을 탐사하고, 불만을 표현하기 때문에 주로 젊은이들이 실제 구성원이 된다(Brake, 1995).
영국에서 하위문화의 등장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의 불안정한 사회적 상태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위문화 형성의 원인을 노동자 계급 공동체 형성의 붕괴로 보고 있는 필 코헨은 1950년대에 있었던 런던의 재개발 과정을 하위문화 출현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고 있다(Lee, 1997). 영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진행하였던 지역의 재개발 계획은 표면적으로는 빈민층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재개발된 거리 환경은 거리, 지역의 선술집, 구멍가게들이 담당해왔던 공동체적 공간기능을 파괴했으며, 이는 새로운 환경에 의한 “물리적인 소외, 인간에 대한 염려의 결핍, 완전한 비인격성”이 지배하게 되었다. 또한 재개발은 핵가족을 위해 계획된 주거환경이었기 때문에 저소득계층의 대가족 제도의 해체현상을 유발하여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하위문화는 노동자 계급들의 생활의 위기와 부모들이 간직했던 전통문화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들 자녀들의 불만과 공포와 자유가 담겨진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청년문화’이다(Lee, 1997). 따라서 영국에서의 하위문화는 반문화적 태도와 함께 1960년대 이후 활발한 성향을 보이면서 영국패션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Song & Kim, 2006). 이러한 하위문화적 현상은 보수적이고 전통성을 추구하는 영국의 주류문화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으나, 저항적이고 일탈적인 내적 의미를 제외한 그들의 패션의 형태는 하나의 스타일로 세계인들에게 받아들여져 현재는 스트리트(street) 패션의 일환으로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출현한 테디보이(Teddy boys), 모즈(Mods), 펑크(Punk), 그리고 미국에서 먼저 출현했지만 영국의 다민족 공동체라는 사회적특성과 소수민족에 관한 인종차별에서부터 발생되었던 저항적인 심리의 영국만의 히피(Hippie) 스타일은 대표적인 영국의 하위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테디보이는 1950년대 초반 출현한 사회 반항적 양상으로 등장한 젊은이들의 집단으로, 에드워드 7세 시대의 복장을 모방하며, 다분히 상류층 스타일을 흉내내며 다니던 프롤레타리아 계급 출신의 자녀들이었다(Jeong & Yang, 1999).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젊은 노동력들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계층의 패션 스타일을 모방하였다. 이들의 스타일은 처음으로 인정할 만한 영국 젊은이들의 문화이다(Gelder & Thomton, 1997). 이어 등장한 모즈는 대중문화, 대량 생산 문화, 플라스틱, 모조문화이며, 소비문화의 시기로서 급격한 변화가 전 세계의 정치, 경제를 휩쓸었던 시기에 출현하였다(Kim, 2004). 또한 모드는 영국 전후에 형성된 청년문화에 있어 전형적인 하위노동자 계급의 댄디즘을 표방했다. 이들은 계급적으로 하층노동자 계급이었지만, 이전의 청년 노동계급과는 다르게 세련된 스타일을 선호했다. 그들은 또한 60년대 초 런던시의 외각에 대거 형성된 서인도제도인들과 같은 지역을 공유했기 때문에 모즈는 서인도제도인들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그들의 스타일을 모방하고자 했던 최초의 노동계급들이다.
영국 내에 존재하는 하위문화의 형태로 특이한 형태를 지니는 히피는 1966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된 저항문화의 형태로 부르주아의 가치와 서양의 전통에 반대하는 히피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으나(Jeong & Yang, 1999), 영국에서의 히피는 중류계층 대항문화 집단으로 반항의 개념을 신비로운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Stratton, 1997). 1940년대 후반부터 인도, 파키스탄 서인도제도의 새 영연방(new commonwealth) 국가의 유색인들은 영국 경제가 팽창하면서 생겨난 육체노동과 저임금 노동 분야의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하였고, 서인도 제도 사람은 대도시에서 공공운송, 요식업, 육체노동을 하는 직종에 일했다(Park, 2008). 이 이민자들은 곧 자신이 계급과 지위에서 차별의 대상임을 알게 되었고(McDowell, 2001), 영국에서 태어난 많은 유색인종 젊은이들은 그러한 인종 차별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교육, 고용의 기회와 진급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없다는 깊은 현실에 절망감을 겪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따른 반감은 1970년대 여성 환경 장애자 운동과 더불어 반 인종주의와 반파시즘 운동이 일어났고, 반인종주의 정치단체에서는 소수 인종 의식이 새로이 대두되었다(Lent, 2001). 문화적 심리주의 반항의 표본이 된 히피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타고 영국에 흡입되었으며, 이로 인해 소수인종들의 주를 이루었던 인도, 파키스탄인들의 외모적인 차림이나 종교적 의식은 히피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히피족이 추구했던 세계평화와 현실의 기피 의식은 힌두교의 종교적인 성향이었던 윤회(輪廻)와 업(業), 해탈(解脫)의 길, 도덕적 행위의 중시, 경건함의 내재적 의미와 비슷했기에 쉽게 차용할 수 있었다.
<Fig. 2> The form of modern British fashion
또한 영국의 대표적 하위문화인 펑크는 1976년 충격적이며 요란한 형태를 한 청소년 집단으로, 그들은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내적 갈등과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표출하려고 했다. 펑크족은 모즈가 갖고 있었던 사교적 댄디즘을 배제하고, 공격적이고 거친 스타일을 추구했다. 펑크족은 다른 어느 하위문화 그룹들에 비해 서인도제도의 흑인문화와 가장 친화적이었다. 그들은 인종적 차이보다는 계급적인 차이와 반주류적 스타일의 차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스타일의 반란을 통해 주류사회에 안정된 틀을 흔들어 놓으려는 역할을 했다.
모든 문화는 민족의 특징적인 정체성과 생활이 반영되는 것이라 할 때, 다른 주류 고급문화와 같이 하위문화 또한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적응하려는 젊은이들의 과도기적 성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하위문화가 외적으로 보여지는 스타일의 저항심으로 인해 기존의 질서나 전통을 거부하고 차단하려는 듯 보이나, 실제적으로는 과거의 양상에 뿌리를 두고 그들만의 집단적 문화의 다양성으로 새로운 룰(rule)을 적용한 것이기에 시대 흐름에 따른 문화의 사회적 변형 틀이라 할 수 있다.
IV. The Implicit Meanings of British Fashion into British Culture Identity
현대 영국 패션의 정체성은 과거의 보수적인 클래식 스타일의 고급문화 패션과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을 외적으로 표출하면서 형성된 하위문화 패션으로 나눌 수 있다. 영국에서의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공존은 사회 전반적인 흐름의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문화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두가지 개념은 내면에서 작용하는 영국의 보수적인 전통성과 주류 사회에 대한 저항 심리, 영국의 지리적, 기후적 조건에서 생겨난 개인주의, 그로 인한 차별화된 성향 등으로 인해 변형된 형태일 뿐이다. 이는 영국의 패션에 내재된 문화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 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이 두 가지 계보에 얽혀있는 보수성과 우월성, 차별성 안에 표현된 패션에서의 영국 문화정체성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1. The era of transformed in the historical conservatism
영국인은 대체로 과거를 존중하며 보수적이고 역사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다. 이러한 영국인의 보수성은 불확실한 현재보다는 대영제국 시절의 풍요롭고 안정된 시절에 대한 강한 향수에서 연유된 것이기도 하다(Park, 2008). 격식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영국인은 현재까지도 TPO에 맞는 옷을 착용하는 문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남성 수트의 전통테일러링 기술은 영국의 전통 클래식 룩에 따른 전통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을 대변해 준다. 이러한 특징적인 국민성은 디자인 부분뿐만 아니라, 생활방식 및 건물구조까지도 보존력이 강하며, 특히 전통장인들의 브랜드들은 변화되지 않는 디자인과 형태로 현존하고 있다.
반면, 주류계층의 보수적이고 계급의식이 강한현실에 불만을 느낀 하위계층들은 선망하고자 했던 주류계층의 복식을 차용하여 그들만의 형태로 바꾸어 착용했다. 테디보이와 모즈는 기존의 엘리트층과 상류층에 대한 불만 및 미래에 대한 불안, 초조, 좌절을 느끼면서 이러한 심리적 위축됨을 해소하고자 19C 영국의 왕조 에드워드 의복 스타일을 초 근대적으로 흉내내어 사회에 초연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Kim, 1984).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영국 전통 테일러링인 새빌 로우의 수트 스타일을 통해 테디보이들은 상류계층에 대한 야심과 열망을 표현하고자 했고, 한편으로는 반항적인 심리를 풍자적으로 표출했다. 또한 과거의 남성에 대한 보수적이었던 미의 표현, 복장의 규제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깨뜨리는 역할도 했다. 그들은 에드워드왕조의 변형된 형태의 의복으로 한껏 멋을 부린 댄디 집단으로 남성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할 의복의 형태나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모가꾸기에 대한 일반적 상념들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처럼 테디보이에 대한 상징적 문화 의미란, 사회적으로 존재의식의 표현 및 상류계급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사회적 야망을 그들의 복식과 행동을 통해서 나타내려한 시도였다. 모즈족 역시 초기에는 테디보이처럼 에드워드 왕조의 스타일을 차용하여 흉내내었지만, 그들은 테디보이의 외모 꾸미기적인 댄디 집단의 현상을 기존 사회구조 속의 남성적인 측면과 여성적인 측면에 대한 전통적의식에 대해 도전했다(Fig. 3). 따라서 테디보이나 모즈는 하위문화의 특성인 반항과 사회적 불만으로 시작되었지만, 깊은 내면에는 전통적인 계급문화로 이루어진 상위계층에 대한 동경과 열망에서 표현되었기에 이 두 부류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공존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Fig. 3> From. Choi, K. W., & Lee, S. H. (2004). p. 514-512.
이러한 형태는 보수적인 형태의 클래식 디자인과 파괴적인 하위문화적인 디자인을 조합하여 디자이너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는 시즌별 컬렉션에서 영국의 전통적인 복식의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파괴적인 하위문화적 성향의 스타일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2012 FW 컬렉션에서는 17세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것으로 당시의 복식의 형태와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Fig. 4). 또한 패션계의 천재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2006 FW 컬렉션은 영국의 전통 체크 패턴과 컬러를 현대적인 실루엣에 접목하여 디자인하여 세련된 영국만의 정체성이 표출되는 디자인을 발표했다(Fig. 5).
<Fig. 4> From. 2012 FW Collection www.vivienne westwood.com
<Fig. 5> From. 2006 FW Alexander McQueen Collection. http://www.alexandermcqueen.co.uk
2. The social superiority of reflected
영국인들은 서구의 다른 나라의 국민성과 다르게 보수적인 경향으로 인한 우월성이 강한 민족으로, 빠른 현대화의 흐름에의 적응 또는 타문화의 수용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현대화에 차용하는 독특한 형태로 분류시켜 받아들이는 성향을 지니고있다. 이는 과거의 여러 식민 국가를 지배했던 역사적 발자취와 세계 최초로 산업 혁명을 일으켜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었다는 부분으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자국에 대한 우월 심리가 작용된 것이다. 급격한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이 현대 문명화를 경험한 영국은 그로 인한 폐해를 빨리 겪었기 때문에 더욱더 전통을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성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국가 브랜드라 지칭할 수 있는 버버리(Burberry) 디자인에 사용되어지는 체크의 형태와 컬러 매치는 직물의 분류 속 체크 구분 중 한 종류의 대명사로 사용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버버리 사에서 150년 동안 꾸준한 스타일을 고수하며 생산했던 트렌치코트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트렌치코트라는 전문적인 용어보다 바바리라는 버버리사의 브랜드 이름의 표기어로 일반인들에게 사용되기도 한다(Fig. 6, 7). 또한 알렉산더 맥퀸은 영국 국기를 패턴으로 사용하여 디자인에 활용하면서 자국에 대한 우월성을 표출하였고(Fig. 8), 영국의 대표적인 SPA 브랜드인 TOPSHOP에서도 영국 국기를 캔버스백에 프린트하여 출시하였다(Fig. 9). 이처럼 영국의 디자이너, 패션전문회사에서도 자국의 국기를 디자인에 반영하여 출시하면서 영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우월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영국인의 우월주의에서 나오는 성향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디자인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00년을 기점으로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주택가의 형태와 거리, 컬러 등은 현대화로 발전되고 있는 건축물의 구조나 방식을 무시한 채 여전히 그들의 우월성 아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클래식한 거리 분위기와 함께 과거 역사 속의 영국 복식 차림은 현재에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장소에서의 품위 유지 차원에서 꾸준히 착용되어지고 있다.
<Fig. 6> From. 1930's Burberry advertise campaign. http://kr.burberry.com
<Fig. 7> From. 2013 SS Burberry advertise campaign. http://kr.burberry.com
<Fig. 8> From. Alexander McQueen. http://www.alexander mcqueen.co.uk
<Fig. 9> From. TOPSHOP 2012. http://www.topshop.com
3. The expression of differential identity
영국은 타 유럽 국가보다 중앙집권의 역사가 오래 되었음에도 자유로운 풍조와 향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강한 개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영국에서의 개인과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풍토는 17세기에 시민 사회가 성립하고, 자유주의가 점차 발전하면서 확고한 정치적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Park, 1998). 영국은 국가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규칙과 규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적으며, 이러한 개인과 개성을 중시하는 사고는 패션 스타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현재 패션은 전통적인 보수성에 바탕을 두고 하위문화적 경향의 파격적인 패션과 혼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영국인들의 옷차림은 다른 나라보다 유별나고 괴짜적인 형태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는 철저한 개인주의로 인하여 어떠한 괴리한 복장에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주위사람들 또한 개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유럽 국가의 국민 가운데 가장 자유로운 복장을 하거나 허름한옷을 입는 국민이 영국인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발전된 영국인의 패션은 그들의 스트리트패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Fig. 10). 이렇게 다양하면서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영국의 뉴스타일에 대한 칭찬은 대중잡지뿐 아니라, 영국 패션에 대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서 저자들도 인정한 사실이다(Fox, 2010). 하지만 영국의 독특한 스트리트 패션은 색다르지도 않고 괴짜적이지도 않다. 그들의 스타일은 단지 그들이 속한 집단문화 속의 소속감의 표시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류문화에 반항하고 반 순응주의적인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며, 주류문화집단이 해석하기 어려운 자신들만의 드레스코드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과 행동양식도 그들만의 집단 안에서의 규칙과 암호가 정해져 있다. 펑크족은 다들 펑크족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 히피들도 그들의 외부적인 차림새 이외에도 정신적 공유를 하는 규칙이 존재해야만 한다. 즉, 집단화된 특이한 복장과 저항적 행동은 개인의 창의성이라기보다 주류문화집단과 차별화를 원하는 하나의 산물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1970년대에 국제적인 경제침체로 인한 극심한 실업률로 청소년계층에 끼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영국의 이민자의 소수층 자녀들에게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더욱이 영국정부의 인종차별적 행위는 영국의 청소년들에게 반항과 분노, 좌절, 절망, 공포를 주었으며, 이러한 내적인 감정을 파괴적인 펑크 스타일을 통해 주류사회를 향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인류 역사의 영원한 숙제인 사회계층, 인종 차별에 대한 무언의 항거, 기성세대가 독점한 사회에서의 좌절,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야망의 포기는 펑크로 하여금 철저한 허무주의, 무질서, 무정부주의로 도피하는 수단으로 작용되었다(Dick, 1979). 또한 철저한 귀족계급사회의 영국에서는 기득권층에 가려져 자신을 숨기고 살아왔던 노동자계층이 하위문화에 가담하고, 거기서 모두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와 반항 심리를 표출하며 개인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국을 오늘날 스트리트 패션의 중심으로 꼽는 것은 그들의 개인주인적인 국민성과 하위문화계급의 저항적 표현과 집단적 차별화 안에서 표현되었던 개성들이 독특한 표현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실험적인 표현에 의한 개인적 차별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Fig. 10> From. 2012 FW, 2013 SS British street fashion. www.nylonmedia.co.uk
위에서 다룬 영국 패션에 나타난 정체성과 내적의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Fig. 11>과 같다.
<Fig. 11> The identity and inner signification of British fashion.
V. Conclusion
영국 패션의 정체성을 분석하기 위해 영국의 문화에 대해 살펴보았고, 그 중 영국의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에 내재된 패션의 독특한 특성을 고찰해 보았다. 영국의 고급문화는 현재까지도 세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계급화로 인한 보수적인 우월성에서 나온 전통적인 형태인 반면에, 하위문화는 노동계급의 생활위기와 기성세대들이 고수해 왔던 전통문화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의 불안감과 자유의식이 담긴 새로운 형태의 문화로 시작되었다. 두 가지의 상반된 성향이 공존하는 영국 문화정체성 속에 나타난 현대패션의 특성을 정리해 보면 같다.
첫째,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 내재되어 현재까지이어져 오고 있는 영국의 보수적 성향의 클랙식한 패션과 주류 계층에 대한 반항심을 파괴적인 형태의 패션으로 변화시킨 하위문화적 패션의 공존속에는 보수적인 영국의 독특함이 있다.
둘째, 과거의 대영제국의 역사 속에서부터 세습되어왔던 자국문화에 대한 우월성으로, 이는 영국을 클래식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다른 두 형태의 문화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만들어 주었다.
셋째, 영국의 패션은 영국인 특유의 개인주의적 정체성이 만들어낸 문화 속 소속감의 표현방법이다. 이는 패션을 통한 외적 표현으로 개성있게 어필하여 차별화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영국 패션의 정체성은 그 나라 안에 내재되어 있는 지형적, 역사적 배경, 제도적 관습을 포함한 사회구조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어 두 개의 다른 양상으로 나뉘어졌다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형성된 문화는 영국만의 차별화 된 패션의 정체성을 형성하여 패션에서도 전통의 지속성과 변화의 시도가 되어 현대 패션의 독특함으로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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