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ntroduction
20세기 초 본격화된 패션사진은 단순히 패션에 대 한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일차적 의 미에서 벗어나, 복식과 몸, 그리고 그 문화적 맥락 간의 관계에 대한 시대적 정의와 해석을 주로 다루 며, 여성을둘러싼다양한젠더정체성(gender identity), 섹슈얼리티(sexuality), 미의 규범, 여성에 대한 환상 이나 신화 등을 가시화하여 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성에 대한 공유되는 사회적 믿음이나 가치관, 나 아가 여성 스스로에 대한 자기 인식과 역할을 고정 하고 조건 짓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여성에 대한 주된 사회적 인식의 객관적 틀로 작 용하는 패션사진은 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비평의 대상으로 주목받지 않는다. 주로 잡지, 신문, 인터넷, 옥외 광고, 게시판 등을 통해 유통되는 패션 사진은 의도적인 선택에 의해 특정한 시공간에 한 정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곳 곳에 산재하여 나타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패션사 진은 대중에게 무의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소비되 는 매체적 특성을 지니며, 그것에 재현되는 의미는 자연스럽고 본질적인 것으로 쉽게 내재화된다.
그러나 Bourdieu(1965/1989)가 자신의 이미지론 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사진의 실천은 이데올로 기로서의 지식의 작용’으로 그 의미는 중립적인 것 이나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과의 연관성 속에 서 생성되는 것이다. 사진과 같은 일점시점에 기반 을 둔 시각적 재현 매체인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 의 재현은 단순히 주어진 것, 자연적인 것,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스크린이 작동하는 기 호의 체계’(Foster, 1988)에 의해 구조화된 문화적 구축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용자의 반성적 사 고를 방해하며 자연화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무비판 적으로 지각되는 패션사진에 나타나는 여성의 재현 적 이미지와 그 의미의 해석에 대한 비판적 재고가 필요할 것이다.
패션분야에서패션사진에대한국내의연구는2000 년 이후부터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 만, 패션사진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본다면 그 수가 아직 미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패션사진 이미지의 외적인 표 현 특성에 관한 연구(Cho & Choy, 2002; Kim & Lee, 2006; Yang & Yun, 2010)나 패션사진 이미지에 나 타난 복식과 모델의 형태적 표현에 관한 연구(Kim & Yang, 2002; Park, 2003)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며, 본 연구와의 관련성 속에서 살펴볼 수 있 는 젠더에 관한 연구(Choi & Woo, 2007; Park, 2012; Shin, 2004)에 있어서도 젠더의 표현 이미지에 관한 단순한 시각적 분류에 그치고 있는 한계를 나타내 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여성에 대한 의미를 주로 생산하 고 유통하는 패션사진의 매체 담론적 영향력에 주 목하여, 패션사진 이미지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에 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적 틀을 제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특히 보는 자의 시각 담론을 구체화 하는 패션사진의 특성을 중심으로 여성의 재현을 논의하고자 한다. 본다는 행위는 단지 눈과 대상의 관계로만 이루어진 순수한 시각의 차원으로 제한되 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된 인식을 수반하는 것으로, 패션사진 이미지와 같은 시각적 재현은 보는 자의 인식론이 투영된 담론의 체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상화된 보이는 자와의 사이에 시각적 권력 관계를 전제하는 것이다. 본고는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적 틀을 제시 하기 위해, 패션사진에 나타난 시각적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이미지가 패션사진에 표상되는 메커니즘 을 시각적 재현체제(visual representation system)라 하고,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체제에 나타나는 성별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여성의 재현 양상을 구조화하 고자 한다. 이상의 연구는 자연화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본질적이고 고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에 관해 비판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데에 그 의 의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를 위해 관련 서적과 선행 연구에 관한 문 헌 연구를 행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Lacan의 응시 를 중심으로 한 시각 이론, 사진 이론, 정신분석학 이론, 그리고 페미니즘 이론 등의 다양한 학문적 접 근을 통해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을 분석 하기 위한 방법론적 틀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본문 2장에서는 우선 Lacan의 응시 이론을 고찰하고, 이 를 토대로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체제의 구조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세우고자 하였 다. Lacan의 응시 이론은 권력과 연관된 지식이나 이 데올로기로 채워지는 상징계(the Symbolic)에 의해 매개되는 응시(gaze) 아래 시각적으로 구성되는 주 체(subject)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자 의 시각 담론을 구체화하는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 현체제의 특성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이론적 기 반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어 본문 3장에서 는 정신분석학적 성차 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을 토 대로 앞서 개념화한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체제에 나타나는 성별에 따른 시각적 권력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구조화되는 여성의 재현 양상을 살 펴보고자 하였다.
II.Visual representation system of fashion photography
1.Lacan’s gaze theory
Lacan(1973/2008)은 정신분석학의 네 가지 기본 개념(The four fundamental concepts of psycho-analysis) 에서 본다는 것을 주체의 의식적인 눈이 보는 시선 과 대상의 영역에서 주체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응시로 구별하고, 보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보이는 존재로서의 주체를 상정한다. 그리고 응시를 중심으 로 하는 시각 주체의 형성 과정을 <Fig. 1>의 세 가 지 도식을 통해 설명한다. <Fig. 1>의 세 가지 도식 의 구분을 통해 Lacan은 자아(ego)와 주체의 개념을 구별하고, 상상계(the Imaginary)에 대한 상징계의 우위성을 주장한다. 즉, 존재가 주체로 구성되는 과 정에서 상상계에 속하는 거울단계(mirror stage)의 이 미지에 대한 상상적 동일시(imaginary identification) 를 통해 구성되는 자아가 실은 오인에 기반을 둔 주 체 개념임을 지적하고, 진정한 주체는 주체에 대해 선행하는우월적구조로서상징계의기표적질서에자 신을안착시키는상징적동일시(symbolic identification) 를 통해 구성되는 존재임을 주장한다(Kim, 2007).
본고는 응시를 중심으로 하는 시각 주체의 형성 과정을 나타내고 있는 <Fig. 1>의 세 가지 도식을 아 래와 같이 각각 눈의 차원(dimensions of eye), 응시 의 차원(dimension of gaze), 그리고 실제 시각장의 차원(dimension of visual field)으로 구분하여 고찰 하고자 한다.
1)Dimensions of eye
<Fig. 1>에서 기하학적인 점(geometral point), 이 미지(image), 대상(object)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삼 각형 도식은 15세기 말부터 17세기까지의 회화 기법 을 지배했던 원근법적 체제에 기반을 둔 광학(optics) 을 보여준다. 삼각형 도식에서 기하학적 점은 원근 법적 이미지의 기원인 “기하 광학적 조망점”(Lacan, 1973/2008)으로, 화가가 그림을 그릴 대상을 바라보 는 시점인 눈(eye)을 나타낸다. 원근법적 관점에서 세 상을 바라보는 눈은 초월적 주체(transcendental subject) 인 데카르트적 주체(Cartesian subject)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Batchen, 1999/2006). 데카르트 적 주체는 이성을 중심으로 자신을 완결된 총체로 인식하는 존재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이 의미의 중심이 되는 존재이다. 이와 같은 주체 개념 은 Lacan의 주체 발달의 초기 단계인 상상계의 거울 단계에서 실체로서의 자기와 거울에 비친 타자적 자기 이미지에 대한 상상적 동일시를 통해 구성되 는 오인에 기반한 주체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 다. 결국, Lacan은 이 첫 번째 삼각형 도식을 통해 근대적 인식론의 주체 개념과 시각관을 설명하고 있 다. 즉, 타자에 의해 보이는 상호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의식적인 눈을 중심으로 보는 것만 있는 주체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2)Dimension of gaze
빛의 점(point of light), 스크린(screen), 그림(picture) 으로 이루어진 <Fig. 1>의 두 번째 삼각형 도식 은 기하학적인 원근법적 체계를 나타내는 첫 번째 삼각형 도식을 반전시켜 놓은 형태이다. 이 두 번째 삼각형 도식에서 빛의 점은 주체의 외부에 있는 응 시이고, 그림은 주체의 위치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 를 스크린이 매개한다(Lacan, 1994).
첫 번째 삼각형 도식에서 시각적 지배의 전지전 능한 존재(Batchen, 1999/2006)인 주체는 두 번째 삼 각형 도식에서 응시에 의해 사진 찍히게 되고(Lacan, 1973/2008), 거꾸로 시각장 속에 그림으로 사로잡히 는 존재가 된다. 응시에 의해 주체가 그림으로 사로 잡히게 될 때, 주체는 응시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이라는 상징계의 매개를 통해서만 응 시를 볼 수 있다(Lacan, 1973/2008). 상징계를 의미 하는 스크린은 주체와 세계 사이에 삽입된 기호들 의 막으로서 직접적인 시각(vision)과 구분이 되는 시각성(visuality)이라는 문화적 구축물로 만들어진 담론의 체계이다(Foster, 1988). 그것은 주체에 선행 하는 선험적 구조로 주체에게 있어서 의미의 한계 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Lacan은 스 크린을 우리의 시야에 막을 드리우고 억제하는 암 점 혹은 얼룩이라고 언급한다(Foster, 1988). 이 막에 서 주체는 욕망의 동인이자 기표인 오브제 a(object a)를 발견하고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데, 가시성의 영역에서 오브제 a는 응시이고, 응시 는 주체로 하여금 결핍을 메우도록 그의 욕망을 활 성화시킨다(Goak, 2008).
스크린이라는 기호의 막을 통해 주체가 응시를 (재)발견할 때 주체가 보는 것은 주체 이전에 이미 전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의미의 체계로 이루어진 문화적 산물에 조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응시의 현 전(presence)은 주체를 대상으로 위치 지우게 된다. 응시의 차원을 나타내는 두 번째 삼각형 도식을 통 해 Lacan은 바로 응시가 주체의 시선에 앞서 존재하 며, 주체가 응시에 의해 보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 하고 있는 것이다(Lacan, 1973/2008). 이는 보는 주 체가 더는 시각적 경험의 중심에 있지 않고, 사회 환 경으로부터 오는 기표의 그물망에 의해 주체의 시 각이탈중심화되어있다는것을의미한다(Foster, 1988). 결국, Lacan은 응시의 차원을 통해 첫 번째 삼각형 도식이 나타내는 Descartes의 코기토(cogito)적 주체 개념과 시각관을 비판하고 있다.
3)Dimension of visual field
응시, 스크린/이미지(image/screen), 그리고 재현 의 주체(subject of representation)로 이루어진 <Fig. 1>의 세 번째 도식은 첫 번째 삼각형 도식이 나타내 는 눈의 차원과 두 번째 삼각형 도식이 나타내는 응 시의 차원이 중첩된 모습을 나타낸다. 첫 번째 도식 의 기하학적인 점의 위치에 재현의 주체가 있고, 두 번째 도식에서의 빛의 점의 위치에 응시가 위치한 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응시와 눈을 매개하는 이미지/ 스크린이 있다.
이 세 번째 도식을 통해 Lacan은 실제 시각장의 모습을 설명한다. 실제 시각장의 한편에는 내가 나 를 재현의 주체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눈의 차원 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응시 아래 나 자신을 그림으 로 바꾸는 응시의 차원이 있다(Lacan, 1973/2008). 실제 시각의 장에서 주체는 시각의 주체이면서 동 시에 객체로 존재하며, 상반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각적 영역 속에 동시에 위치하게 된다. 즉, 주체는 응시를 보는 주체와 주체를 보는 응시의 두 이중적 인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Collins, 1996). 눈과 응시 의 차원이 중첩된 실제 시각장의 차원을 나타내는 이 세 번째 도식을 통해 Lacan은 결국 시각의 장이 시각의 한계인 응시에 의해 구조화되고 작동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시각의 장에서 주체는 항상 상징계에 의해 매개되는 응시 아래 사회적으로 제 공되는 시점과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이미지에 대한 동일시의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Joo, 2005). Lacan이 주장한 ‘인간의 욕망은 대 타자(the Other)의 욕망이다’라는 명제가 나타내는 바와 같이, 주체의 구성은 결국 주체에 앞서 있는 기 표들의 총화인 대타자로부터 온 상징질서의 산물이 라는 것이다.
응시와 재현의 주체를 매개하는 이미지/스크린은 응시로 대변되는 상징적 질서의 규제 아래 동일시 가 일어나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눈의 차원을 통한 이미지에 대한 상상적 동일시와 이를 확증하는 대 타자에 대한 상징적 동일시가 동시에 일어난다.
2.Visual representation system
Lacan의 실제 시각의 장에서 주체가 시각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결국 주체가 주체의 외부에 있는 대타자로 대변되는 상징계의 논리에 의해 조직된다 는 것을 의미한다. Lacan의 시각장의 상징계의 논리 에 의한 조직화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 권력에 의한 지식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채워지는 것으로, 시각 장은 특정한 문화적 조건이나 역사적 제한에 기반 을 두고 있는 담론의 질서가 관통하는 의미작용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과 사진의 만남 이후 패션사진은 고유한 주 제의 표현을 위해 최신의 사진 테크닉을 적용해왔 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패션사진이 표현하고자 하 는 대상이나 주제는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지만, 시 각적 재현양식으로서 패션사진은 일점시점에 기반 을 둔 카메라의 장치적 역할을 중심으로 보는 자의 시각 담론을 재현해왔다. 이에 본 연구는 Lacan의 응시, 이미지/스크린, 재현 주체의 시각 메커니즘으 로 구성되는 실제 시각장의 도식을 토대로 보는 자 의 시각 담론을 구체화하는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 현체제에 관한 개념적 틀을 구조화함에 있어, 카메 라를 중심으로 한 사진매체의 장치적 특성을 그 논 의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
1)Camera, signifier of gaze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하는 카메라 옵스큐 라(camera obscura)라는 광학 장치에 기초를 두고 있 는 사진은 공간을 원근법이라는 기하 광학적 원리에 따라 평면적으로 배열하는 장치이다(Newhall, 1982/ 1987). Burgin(1982)은 원근법이 하나의 재현체제로 서 사진의 본질적인 요소를 이루는 것임을 언급한 바 있다. 원근법적 투사의 체계를 바탕으로 사진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즉 관찰하는 주체와 관찰 당하 는 대상의 경계를 분리하고, 데카르트적 주체의 이데 올로기를시각체계에정립한다(Batchen, 1999/2006). 이 때 카메라는 원근법적 이미지의 기원으로 작용하며, 사진의 재현 공간을 질서 지우고 의미를 배치하는 중심에 서게 된다.
카메라에 의해 매개되는 사진의 재현 이데올로기 의 생산에 있어, 카메라의 원근법적 광학구성이 창 조하는 이미지의 환영적 실재는 그 현실모사적 특성 으로 인해 카메라와 주체의 눈을 중립화시키며, 사 진적 진실(photographic truth)을 창조하는 듯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에 대한 어떤 흔 적(Berger, 1980/2000)이나 지표적 성질을 가진 이미 지 생산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그것은 가치관련 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실천 행위와 결부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Barthes(1977)가 언급한 바와 같이 사진 이미지는 서로 연관성 없는 내포(connotation)가 외 연(denotation)의 통사(syntax) 관계를 통해 결합되고 실현되는 것이다. 이는 사진의 의미구조에서 내포적 의미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선택에 의 해 그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즉, 카 메라의 일점시점을 매개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의미작용의 문제와 결부되는 것으로, 사진적 실천은 특수한 문화적 조건, 역사적 제한에 바탕을 둔 기호 화된 담론을 구성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 한 점에서 카메라는 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생산 하는 도구가 되고, 한 장의 사진 안에는 상징계의 규 제를 받는 스크린이 항상 작동한다.
사진의 시각적 재현에서 카메라는 회화에서의 화 가의 눈과 일치하는 것으로, 데카르트적 원근법적 체계(Cartesian perspectivalism)를 질서 지우는 초월 적이고 자기구현적인 주체의 은유라고 할 수 있다 (Foster, 1988). 이런 의미에서 카메라는 Lacan적 응 시와 상통하는 것이며, 자신이 상징적 의미의 근원 이 되는 응시의 주체가 된다. 응시의 주체로서 카메 라는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 주체를 구조화하는 힘 으로 작용하며, 시각 주체에게 시점을 할당하는 가 시성의 한계로 작용한다(Joo, 1998). 카메라는 원근 법적 시각 양식을 기본으로 하는 사진의 재현체제 에서 Descartes의 코기토에 해당하는 시각의 장을 지배하는 응시의 기표(signifier as gaze)(Silverman, 1996)가 되는 것이다.
2)Seeing subject, subject of representation
응시의 기표로서 카메라는 일점시점에 기반을 둔 원근법적 투사의 체계를 바탕으로 공간상의 직선들 이 수렴되는 소실점(vanishing point)을 시각 주체의 시점과 일치시킨다. 원근법적 시각체제에서 소실점 은 Lacan의 응시의 장소로서, 시각 주체를 위한 텅 빈 위치, 신의 자리 또는 나아가 궁극적인 기표를 위 한 전지전능한 위치를 설정한다(Metz, 1986). 시각 주체는 오브제 a로서의 응시의 자리인 소실점에 대 한 동일시를 통해 구성된다(Joo, 1998). 그러나 시각 적 0으로서의 소실점은 그 자체가 부재한 맹점으로 응시의 생략을 나타내는 것이다. 응시의 생략은 시 각 주체에게 카메라에 의해 구조화되는 사진의 의 미가 자생적으로 나온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로써 시각 주체는 사진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코드를 인 식하지 못하고, 사진의 기호학적 체계에 전적으로 사 로잡힌 Foucault의 판옵티콘적 주체(panoptical subject) 로 구성된다(Sturken & Cartwright, 2001/2006).
Foucault의 판옵티콘적 주체는 Lacan의 자아 형 성의 초기 단계에 속하는 거울단계의 동일시 개념 과 연결된다(Braudy & Cohen, 1975; Metz, 1986). 즉, 거울에 비친 이미지에 대해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진 이미지에 대해 자신을 동일 시한다는 것이다(Burgin, 1982). 그러나 이미지와 이 데올로기적 주체의 형성에서 시각 주체의 상상적 동일시를 통해 구성되는 Foucault의 판옵티콘적 주 체는 카메라와 자신의 눈을 일치시킴으로써 중심화 된 감각을 중심으로 시각장을 경험하기 때문에 외 부에 존재하는 응시에 의해 구성되는 Lacan적 주체 라고 할 수 없다. Lacan적 주체는 대타자로 대변되 는 상징질서의 관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상 징적 동일시에 의해 구성되는 주체이다. 상징적 질 서에 의해 구조화된다는 의미에서 Lacan적 주체는 Foucault의 판옵티콘적 주체와 마찬가지로 권력에 포 박 당한 주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Lacan적 주 체는 상징질서가 부여한 자신의 정체성이 아니라, 상징질서의 균열이자 틈, 의미 사슬의 공백에서 자 신의 욕망의 기표인 오브제 a로서의 응시를 발견하 고, 자신의 욕망을 찾는 욕망의 변증법을 통해 자신 을 구성하는 주체이다(Kim, 2007).
따라서 응시의 기표인 카메라에 의해 구성되는 시각 주체는 첫 번째 도식에서처럼 오로지 보는 것 만 있는 초월적 주체의 자리인 기하학적인 점의 위 치나 응시에 의해 전적으로 포획되는 그림의 자리 에 있지 않고, Lacan의 눈과 응시의 두 삼각형의 도 식들이 포개져 나타나는 최종 도식에서 재현의 주 체 자리에 위치한다. 재현의 주체는 고전적인 의미 에서 재현을 관장하는 주체인 동시에 바로 그 자리 에서 그림 속에 있는 주체이다(Chun, 1999). 즉, 재 현의 주체 자리에 위치하는 시각 주체는 이데올로 기에 순응하며, 이상상에 전적으로 포획되는 판옵티 콘적 주체가 아니라, 자신이 문화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이미지들, 즉 사회적으로 승인되 는 이미지들과 동일시를 통해 구성되는 주체이다.
3)Representation of seeing subject, image/ screen
시각 주체는 Lacan의 두 번째 삼각형 도식에서 빛의 점인 응시에 의해 그림 속에 사로잡히며 표상 의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시각 주체는 두 번째 도식에서처럼 응시 에 의해 완전히 수동적으로 사로잡히는 그림과 같 은 존재가 아니다. 재현의 주체 자리에 위치하는 시 각 주체의 표상적 이미지는 Lacan이 매체의 중심 (locus of medium)이라고 본 두 삼각형의 도식들이 포개져서 나타나는 최종 도식에서의 이미지/스크린 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Chun, 1999). 이미지/스크 린은 응시와 시각 주체의 시선을 매개하는 기표들 의 자리로서, 시각 주체의 의미의 세계인 상상계를 구조화하는 대타자에 의해 용인되는 기표들의 저 장소이다. 시각 주체의 표상적 이미지는 이러한 기 표들에 대한 상징적 동일시를 통해 이미지/스크린 에 최종적으로 나타난다. 이미지/스크린에 나타나는 시각 주체의 표상적 이미지는 시각 주체를 구성하 는 상징계적 질서의 이데올로기와 담론으로 구성된 ‘기호학의 스크린(screen of semiotics)’(Kendall & Pollock, 1991)이라는 의미의 체계에 투영된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 체제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구조화 하면 <Fig. 2>와 같다. Lacan의 세 번째 삼각형 도식 에서의 응시, 이미지/스크린, 재현의 주체 자리에 각 각 응시의 기표인 카메라, 재현 이미지, 시각 주체가 위치한다. 응시의 기표인 카메라는 사진의 재현 이 데올로기를 산출하는 메커니즘의 중심에 서서 시각 주체를 구조화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카메라 와 시각 주체를 매개하는 이미지/스크린에 나타나 는 시각 주체의 표상적 이미지는 시각적 재현체제 를 구조화하는 권력과 지식에 의해 생산되는 이데 올로기와 담론이 개입되는 통로이다.
III.Representation of women in visual representation system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응시의 기표로서 카메라 는 회화에서의 화가의 눈과 같이 데카르트적 원근 법체계가 만들어낸 재현 이데올로기가 산출하는 시 각장의 중심에 서서 가시적인 세계를 질서 지우고 사진의 의미를 배치하게 된다. 시각적 재현체제를 구조화하는 응시의 기표로서 카메라는 시각 주체의 눈의 한계로 작용하며, 보이는 자와의 관계에서 시 각적 권력관계를 만들어낸다. 본 장은 패션사진의 재현체제에 나타나는 시각적 권력관계의 성별 특성 을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구조화되는 여성의 재 현 양상을 논의하고자 한다.
1.Male gaze
주체에 앞서 존재하는 응시는 주체가 주관적 특 권을 상실하고 대상 속에 완전히 포획되어 버리는 지점으로, 응시를 중심으로 하는 시각적 제현체제에 서 남성과 여성을 불문하고 모든 시각 주체는 응시 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대상이고 결핍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여성이 표상 속에 자리 잡을 것 을 요구 당했을 때 그것은 남성의 욕망을 대신하는 것으로, 여성은 주체보다는 대상으로 능동적이기보 다는 수동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한 사회의 남성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지점에 묶이게 된다(Foster, 1983/ 1993; Wallis & Tucker, 1984). 시각의 영역에서 여 성은 자신을 제시하기 위해 남성의 눈과 자신의 눈 을 일치시키는 위치에 서게 되는 반면에, 남성은 응 시와 자신의 눈을 쉽게 일치시킬 수 있는 위치에 서 게 된다(Berger, 1972).
젠더의 구분에 따른 위계화된 바라보기의 방식은 Lacan이 1958년 발표한 남근의 의미작용(The signification of the phallus) 이라는 글에서 기술하고 있는 성별 주체의 형성 과정에 관한 논의를 통해 잘 설명 된다. 이 글에서 Lacan은 성별 주체의 형성 과정을 주체가 남근(phallus)과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설명 하고 있다. Lacan에 의하면, 남성은 주로 ‘남근을 갖 은(having the phallus)’ 위치로 자신을 설정하는 데 반해, 여성은 주로 ‘남근이 되는(being the phallus)’ 위치로 자신을 정립한다(Lee, 2002). 이때 남근은 모 든 욕망의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기표이자, 대타자의 법을 상징하는 핵심적 기표를 의미한다 (Grosz, 1990). 남성과 여성 모두는 남근과의 관계에 서 결여이자 결핍이다. 하지만 남성은 남근을 가진 척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Oedipus complex) 단계에서 상징적 거세(symbolic castration)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상징계의 창 시자라고 믿는 반면, 여성은 남근적 결여를 받아들 이고 남근인 척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남근을 결 여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근인 상태로 자신을 전환 시킨다. 여성은 타자의 남근이 됨으로써 상징계에서 자신의 결여를 채우고자 한다. 이로써 여성은 스스 로 욕망하는 주체가 되기를 포기하고, 남성적 욕망 을 재현하거나 반영하는 기표가 된다(Butler, 1990/ 2008).
시각의 영역에서 남근은 오브제 a의 역할을 물려 받은 응시로서(Grosz, 1990), 남근을 가진 척하는 남 성은 응시와 자신을 일치시키는 반면, 남근인 척하 는 여성은 남성의 응시와 자신을 일치시킨다. 남근 을 ‘가짐(having)’과 남근 ‘임(being)’은 시각의 영역 에서의 응시와 시선 사이에 성별적으로 위계화된 권력관계를 만들어 내며, 남성을 보기의 능동적 주 체로 여성을 보기의 수동적 주체로 위치 지운다. 젠 더 내의 바라보기의 방식에 관해 Berger(1972)는 보 는 방법(Ways of seeing) 에서 ‘행동하는 남성과 보 이는 여성’의 개념을 통해 특히 고전 회화의 전통에 나타나는 남녀의 위계화된 성별 시각을 설명한다. Berger에 의하면 남성은 행동을 취하는 능동적 보기 의 주체이고, 여성은 수동적인 보이는 대상이다. 즉, 남성은 여성을 바라보지만, 여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에게 보이는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기의 방식에서 여성은 자신을 스스로 바라 보아야 하는 관찰자(surveyor)로서의 자신과 남성에 게 바라보여지는 피관찰자(surveyed)로서의 자신이 라는 두 상반된 개별적 요소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 을 정립한다. 자신 내부의 관찰자로서의 여성은 자 신을 바라보는 남성의 응시를 내재화하고, 이를 통 해 자신을 주시하게 된다. Berger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의 자아는 항상 남성에 의해 감상되고 평 가되는 자아로 대치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Berger는 서양 회화에 나타난 여성이 남성 화가 혹 은 남성 감상자를 위한 하나의 대상이자 광경으로 규정되는 관습을 발견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화가 의 눈과 같은 카메라의 일점시점이 가정하는 초월 적 주체는 남근 중심적인 담론의 산물로 여성적인 것을 억누르면서 획득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카메 라의 성별 특성에 관해, Hall-Duncan(1979)은 삼각 대에 대한 성적 은유로서 카메라를 ‘세 개의 발이 달린 음경’에 비유하며, 카메라의 남성적 성격을 강 조한 바가 있으며, Sontag(1977/2005)는 권총이나 자동차 등과의 연관성 속에서 카메라의 공격성을 설명하면서 카메라를 남근에 직접적으로 비유한 바 가 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겨눈다(aiming the camera)’든지, ‘사진을 찍는다(shooting the picture)’ 든지 하는 사진 행위 속에 함축된 공격성은 남성적 특성과 연결되는 것이다(Wells, 2003).
패션사진의 시각의 장을 지배하는 응시의 기표로 서 카메라는 남근으로 성별화되며, 보는 자로서의 남성적 시선과 남성적 욕망을 여성에게 투사하게 된다. 이때 남성적 응시는 이미지의 외부에 위치하 며 이미지를 기록하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존재하든 지, 혹은 이미지의 내부에서 카메라의 눈을 대리하 는 남성 모델을 통해 여성 모델을 바라보는 방식으 로 나타나든지 간에, 역사적으로 강화되어온 일련의 기호나 약호로 구성된 문화적 언어를 특권적으로 사용하는 위치에 서게 되며, 여성을 대상으로 위치 지운다.
2.Representation of women
1)Women as masquerade
남근으로 성별화된 카메라는 패션사진의 시각장 을 질서 지우고, 보는 자로서 남성적 응시와 보이는 자로서 여성의 시선 사이에 성별화된 권력관계를 구조화한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시각적 권력관 계에서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남성적 응시에 대해 종속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위 치 지우며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다. 여성은 남성적 응시에 자신의 눈을 맞추며, 타자의 욕망을 위한 대 상이 됨으로써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간다.
응시는 시각장을 구조화하는 힘으로 시각 주체의 눈의 한계로 작용하지만, 시각 주체의 형성에는 항 상 상징계에 의해 매개되는 응시 아래 상상적 동일 시로 요약되는 시각적 차원이 작동한다(Lacan, 1973/ 2008). 이로써 여성은 남성적 응시에 의해 시점을 할당받지만, 응시에 전적으로 포획되는 존재가 아니 라, 자신의 눈의 한계인 응시를 바라보고 사회적으 로 승인되는 이미지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을 구성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여성이 남성적 응시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을 구성한다는 것은 보임 을 당한다는 수동적인 측면과 함께 스스로 보이도 록 만든다는 적극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 라 할 수 있다(Lacan, 1973/2008). 남성 응시와의 관 계에서 자신을 스스로 어떤 존재로 보이게 한다는 것, 즉 여성이 스스로 남근인 것처럼 보임으로써 남 성의 욕망에 참여한다는 것은 여성의 재현이 가장 (masquerade)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 다(Butler, 1990/2008).
가장은 보이기의 입장을 취하는 여성의 성적 태 도이다. 가장으로서의 여성은 여성이 본질로서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외부에 이미 존재하는 여 성성의 모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가장 은 자신에 선행하는 모델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구 성되는 ‘성적 존재론의 수행적(performative) 산물’ (Butler, 1990/2008)이라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의 미에서 여성의 존재론은 외양이라는 형식으로 환원 될 수 있다. 외양으로서의 여성에 관해 Riviere는 총 체로서의여성은 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을감추는 상 징적 동일화의 과정으로 설명하며, 여성의 외양과 본 질 사이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음을 강조한다(Saguaro, 2000). 여성의 외양과 본질에 관해 Riviere가 외양에 선행하는 여성 본질에 대한 가정을 거부하고, 진정 한 여성이 모방이고 가장임을 주장한다면, Lacan은 여성의 가장이 그에 선행하는 어떤 존재나 존재론 적 특징이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Lacan에 의하면 여성의 가장은 그 이면에 부정되고 가려지는 여성 의 욕망이나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즉, 남근이성중 심주의(Phallogocentrism)적 의미화의 파열을 가능 하게 하는 여성적 욕망이나 욕구가 가장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다(Butler, 1990/2008; Irigaray, 1977/2000). Lacan적 입장에서 여성의 가장은 진정 한 자신을 감추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남성 응시를 중심으로 구조화되는 패션사진의 시 각장에서 여성의 재현적 특성이 가장이라면, 여성은 남성 응시에 순응하고 이를 동일시하는 가장을 통 해 남성적 욕망을 반영하는 기표로 나타나거나, 또 는 남성적 욕망에 참여했던 가장을 벗어버림으로써 남성적 응시를 해체하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자신 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남성 응시를 중심 으로 하는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체제에서 여성의 재현은 남성 응시에 대한 동일시와 남성 응시의 해 체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2)Identification of male gaze
남성 응시와의 동일시를 통해 여성이 재현된다는 것은 여성이 남근 ‘임’ 혹은 남근으로 ‘보이기’의 성 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상징질서 안에서 자신의 욕 망을 포기하고, 남성적 욕망을 재현하거나 반영하는 기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적 권력이 스며들거나 표시되고 체현되는 장소로 역할을 하게 된다(Butler, 1990/2008).
남성을 위한 욕망의 기표가 되기 위해 여성은 남 성 주체들에 의해 강요된 모델들과 법칙들, 요컨대 가부장적 사회와 문화에 의해 발전된 가치들, 즉 소 유권, 생산, 질서, 형태, 통일성, 가시성의 건립 등에 참여한다(Irigaray, 1977/2000). 그리고 이를 통해 가 부장적 상징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가게 된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특성으로 언급되는 유혹, 교태, 자기애, 허영, 질투, 약한 정의감이나(Freud, 1916/2003), 패션, 치장, 장식(Beauvoir, 1972) 등과 같은 화려한 유혹의 표시들(Lipovetsky, 1997/2007) 은 여성이 자신의 남근에 대한 결여를 받아들이고, 타자를 위한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고 하게 하도록 개발된 전략들이다. 이와 같은 전략들 에 나타난 여성의 특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가 부장적 상징질서 속에서 여성이 문화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통로들, 즉 가부장적 담론에서 여성에게 부 과되는 이미지들이다. 여성은 이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비진정성을 받아들이고, 가부장제에 스 스로 동조하게 된다(Beauvoir, 1972).
남성적 응시에 순응하는 가장을 통해 여성은 스 스로 타자를 위한 욕망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그렇 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자율성과 능동성을 부여받는 듯하지만, 가부장적 상징질서 속에서 다양 한 활동을 수행하는 행위자(agency)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욕망의 체계적인 투사와 연관되 며 대상의 질서 속에 속하게 된다. 대상의 질서 속에 서 여성은 남성의 자기동일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평평한 거울과 같은 역할만을 담당하며, 성차를 드 러내는 부정적인 형태, 섹슈얼리티의 대상, 물신화 된 스펙터클 등 남성 욕망에 대한 모든 반영적 이미 지로 재현된다(Lauretis, 1984).
<Fig. 2>의 시각적 재현체제의 개념적 틀을 중심 으로 패션사진에 나타난 남성 응시에 대한 동일시 를 통해 구성되는 여성의 재현을 구조화하면 <Fig. 3>과 같다. 응시의 기표로서 카메라의 자리에 남성 이 위치하고, 시각주체의 자리에 여성이 위치한다. 여성은 여성과 세계 사이에 삽입된 가부장적 담론 의 상징질서의 기표들의 연쇄 속에서 결핍으로서의 자신을 채우며, 남성적 질서를 되비추는 종속적 대 상물로 표상된다.
3)Destruction of male gaze
남성 응시와의 관계에서 응시에 대한 동일시를 통 해 타자를 위한 존재로 자신을 위치시켰던 여성은 남성의 욕망에 동조했던 외양의 가면을 벗어버림으 로써 남성적 응시의 규제를 받아 재현 불가능했던 여성성을 해방하고 복원시킬 수 있다. 남성의 욕망 을 재현하는 여성의 가장에 대한 해체적 전략은 시 각 주체의 의미를 구성하는 상상계적 동일시를 확 증하는 가부장적 상징계의 작용을 막고, 상상계를 작 동시키는 문화적 관례로서 이미지/스크린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Foster, 1996/2003). 이로써 여성은 남근의 결여이자 부정으로서 남성 중심주의에 의해 배제되고 타자화된 제2의 성에 머 물지 않고 남성 중심주의적 언어로는 포착될 수 없 는 차이(difference)로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가부장적 담론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 차이로서의 여성은 남성과 다른 여성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강 조한다. 이를 통해 여성은 남녀 이분법적인 구도 속 에서 남성과 대립하며 그 외부에 위치하는 본질로 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혹은 남녀 이분법적인 범주 의 구분을 벗어나 여성 내부의 다양한 차이들로서 의 자신을 드러낸다. 전자는 가부장적 상징계의 담 론에 의해 구축되기 이전에 이미 선재하고 있다고 가정되는 여성 그대로의 모습, 특히 남성 중심주의 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물적 토대로 서 타자화된 여성의 고유한 육체적 특수성과 경험 을 강조함으로써, 동질성을 근간으로 하는 남성 중심 주의를 비판하고 남성과 다른 차이로서 여성을 재현 한다(Grosz, 1994/2001; Irigaray, 1977/2000; Kristeva, 1980/2001). 이에 반해 후자는 남녀 이분법적인 대 립 구도를 떠나 젠더 자체의 해체로 나감으로써, 여 성 내부의 다양한 균열과 차이를 수용하고 긍정하 는 재기입과 재정의화를 향해 열린 공간으로서 여 성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앞서 여성이 남근에 의해 배제된 여분(excess), 잉여(surplus), 혹은 여백(margin) 으로서의 자신을 벗어나, 이를 파열하는 파열적 잉 여(disruptive excess)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라면(Irigaray, 1977/2000), 후자는 남성 담론의 규범적 질서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파열적 수행성(performative)의 공간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여성은 성(sex/gender) 에 관한 본질론(essentialism)을 바탕으로 젠더가 섹 스와의 관계에서 강제적 성별 귀속성을 띤 단일하 고 고정된 여성 정체성에서 벗어나, 젠더 이분법의 틀에 맞추어질 수 없는 다양한 차이들이 수용되는 다중적이고 가변적인 여성성을 재현한다(Butler, 1990/ 2008; Flax, 1990; Mouffe, 1993).
<Fig. 2>의 시각적 재현체제의 개념적 틀을 중심 으로 남성적 응시의 해체로서 여성의 재현을 구조 화하면 <Fig. 4>와 같다. 남성 응시를 해체하는 여성 은 가부장적 담론에 의해 포착될 수 없는 여성의 고 유성과 자율성을 강조함으로써 남성 응시의 대상으 로서 여성의 의미를 구성하는 지배적인 코드 위에 다른 궤적을 그어 나간다. 이를 통해 남성을 주체로 구성하고, 여성을 주체로 부정하는 이미지/스크린의 장치적 역할을 해체하고 남성 응시를 차단한다.
IV.Conclusion
본 연구는 패션사진의 매체 담론적 특성에 주목 하여,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에 관한 종합 적인 분석을 제공하기 위한 이론적 틀을 탐색하고 자 하였다. 이를 위해 Lacan의 응시 이론을 중심으 로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체제를 개념화하고, 이에 나타나는 성별 특성을 토대로 여성의 재현 양상을 구조화하였다. 남성으로 성별화된 카메라의 응시를 중심으로 여성은 응시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남성 적 욕망을 반영하는 기표로 나타나거나, 또는 응시 를 해체함으로써 남성 응시의 구속을 받아 재현 불 가능했던 차이로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남성 응시의 대상으로서 여성은 스스로 기표화되지 못하 고 남성의 언어에 의해서만 쓰일 수 있는 부재의 존 재로,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남성을 위한 다양 한 정체성을 재현한다. 이에 반해 남성 응시를 해체 하는 여성은 가부장적 상징질서에 의해 강요되었던 모든 이분법적 억압에서 벗어나, 남성과 다른 여성 의 고유성과 욕망, 그리고 여성 내부의 다양한 차이 들을 재현한다. 이를 통해 남성 주체가 자신을 마주 하고 복제하는 거울의 잔상이나, 남근 중심주의의 자족적 체계를 보장하는 환영적 공간으로서 여성의 개념을 해체한다. 남성 응시와의 관계에서 이를 해 체하는 여성의 재현은 가부장적 여성 주체의 의미 를 구조화하는 남성 중심주의적 상징계의 개입을 차단함으로써, 가부장적 상징질서의 언어로는 포착 될 수 없는 여성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이 러한 여성의 재현은 결국 여성적 응시를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패션사진에 나타난 응시의 성별 개념은 생물학적 특성의 구분과 무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적 응 시의 실현이 여성 사진작가의 작업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여성적 응시의 실현이 남성 사진작가의 작업 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고유한 주체성, 욕망 이나 욕구를 드러내며 남성적 응시를 해체하는 여 성의 재현이 꼭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여성 사진 작가에 의한 것이라고만 볼 수 없으며, 남성 사진작 가와 여성 모델이라는 전통적인 관습의 지배에 나 타난 응시 개념 또한 남성 중심주의를 중심으로 여 성을 재현하고자 하는 남성 사진작가에 의한 것이 라고만 볼 수 없다. 패션사진에 나타난 성별화된 응 시의 개념은 생물학적 성별 구분에 따른 것이기 보 다는 유행과 가속화된 갱신, 그리고 유혹을 생산하 기 위해 다양한 응시를 인정하고 수용해야만 하는 패션 시스템의 내적 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이다. 따라서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 중심주의적 혹은 남성 중심주의적 여성의 재현은 타자화된 욕 망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그 의미를 순환해야만 하 는 패션사진의 매체적 특성과의 연관 속에서 논의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패션사진에 함축되어 나타나는 응시의 개념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경향을 보인 다. 여성 혹은 남성으로 이분화된 성별 응시의 개 념을 벗어나 젠더, 인종, 계급, 섹슈얼리티 등에 대 한 다양한 차이들을 함축하는 응시의 개념들이 나 타나고 있으며, 그 표현 양상 또한 단일한 응시의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응시의 개념들이 동시에 함축되어 나타나기도 한 다. 이러한 점에서 성별화된 응시를 중심으로 여성 의 재현 양상과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 본고의 시도 가 현대의 패션사진에 함축되어 나타나는 모든 응 시 개념과 여성의 재현 양상을 논의하기에 제한적 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Lacan의 응시를 중심으 로 한 시각 이론, 정신분석학 이론, 사진 이론, 그리 고 페미니즘 이론 등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토대로 패션사진의 시각적 재현체제의 구조와 특성을 파 악하고, 그 속에 나타나는 응시의 성별 특성을 중 심으로 여성의 재현 양상을 구조화하고자 한 본 연 구의 시도는, 자연화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무비판 적으로 지각되는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 에 관해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 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패션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재현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적 틀을 탐색 하고자 한 이론적 연구로서, 제시된 방법론적 틀에 관한 실제 적용은 본 연구의 후속 연구로 남겨두 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