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남성 슈트의 디자인은 200년 이상 외관상의 본질적인 동질성을 유지해온 보수적인 의복으로(Hollander, 2016), 한때는 대부분 직장인 남성들의 유니폼이었으나, 지금은 일부 직군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슈트는 지금까지도 남성들에게 장례식, 면접과 같은 공식적인 업무나 행사에 필수적인 의류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전통적 슈트 디자인을 활용하여 다양한 스타일과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 폴 스미스(Paul Smith)와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 Westwood)는 각자 다른 특유의 관용적 표현들을 통해 모드와 펑크를 슈트에 나타내기도 하며,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과 마르틴 마르지엘(Martin Margiela)은 공예와 고급 재료에 초점을 맞춘 엄격한 개념주의를 도입했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톰 브라운(Thom Browne), 라프 시몬스(Raf Simons) 또한 의도적인 자극과 도발적인 기술을 슈트에 적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Breward, 2016).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슈트에 새로운 미학적 개념을 적용하여 나타난 변형된 슈트의 표현 특성을,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의 탈중심적 사고를 분석의 틀로 삼아 분석하고자 한다. 데리다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의 구조 개념을 비판하며 해체와 탈중심성의 개념을 설명하였다(Chung & Kim, 2015). 탈중심화는 형이상학적 인식 체제에서 벗어나 불변의 진리와 기초, 규칙 등을 수용하는 중심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내재하고 있는 구조의 고정된 ‘중심’을 부정하고, 그 대신 다의성, 불확정성, 유동성을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중심이라는 개념은 어떤 고정된 의미나 권위가 존재한다는 전통적 가정을 내포하지만, 탈중심은 이러한 가정을 해체하고, 모든 의미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해석과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전통적인 슈트의 변형된 스타일을 탈중심 슈트로 정의하고, 다양한 탈중심 슈트의 표현 방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현대에 나타난 슈트 디자인의 특성 도출하여 탈중심적 슈트의 다양한 디자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
연구의 내용과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행 연구의 문헌 고찰을 통해 슈트의 개념을 정의하고 등장과 변화 과정을 고찰함으로써 현재 착용되고 있는 슈트 양식의 정립 배경과 슈트의 탈중심화가 이루어진 과정을 살펴보았다. 둘째, 탈-프레임의 조형성을 기반으로 탈중심화의 개념을 포스트구조주의의 해체성을 기반으로 개념을 분석하고 탈중심적 디자인에 대한 표현 방법을 도출한다. 셋째, 탈중심 수트의 사례 분석을 통해 탈중심 수트 패션 디자인 방법의 특성을 구체화하였다. 탈중심 슈트 이미지 수집을 위해 패션 선행 연구 중 데리다의 포스트모더니즘 및 해체 연구를 위해 선정된 적이 있는 디자이너 Alexander McQueen, Martin Margiela, Comme des Garcon, Thom Browne 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각 시즌별 남성복 컬렉션을 www.vogue.com을 통해 수집하였다.
Ⅱ. Theoretical Background
1. Suit
1) Concept of suit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상의와 하의를 같은 천으로 만든 한 벌의 양복을 의미하는 ‘suit’의 표기를 ‘슈트’로 등재하고 있다(“Suit”, n.d.). 슈트(suit)는 재킷과 하의로 이루어진 투피스(two-piece), 혹은 재킷과 하의, 조끼로 이루어진 쓰리피스(three-piece)의 형태를 말한다. 신사복, 양복은 남성의 슈트로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남성 슈트와 같이 만든 여성의 슈트를 ‘테일러드 슈트(tailored suit)’라고 하며, 재킷, 또는 코트와 스커트의 투피스, 스커트, 재킷, 코트의 쓰리피스로 정의된다(Payne, 1965). 흔히 콤비라고 불리는 슈트 세퍼레이트(suit separate)는 상하 같은 직물이 아닌 슈트를 말하는데, 이것은 상하가 같은 원단인 슈트보다 약간 덜 포멀(formal)한 슈트라고 여겨진다.
슈트는 맞춤복과 기성복으로 생산방식에 차이는 있으나,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표준화된 디자인 양식과 규칙을 가지고 있다. 슈트의 디자인은 여밈의 방법(Fig. 1), 라펠의 형태(Fig. 2), 주머니 모양(Fig. 3), 벤트의 수로 변형이 가능하다. <Fig. 4>는 싱글 브레스티드(single breasted) 슈트의 부위별 명칭이다. 앞 여밈은 <Fig. 1>과 같이 싱글 브레스티드와 더블 브레스티드(double breasted)로 나뉜다. 싱글 브레스티드는 앞중심에 버튼이 1개에서 3개까지가 달리지만 일반적으로 단추 2개와 노치드 라펠(notch lapel)의 조합이 많으며. 포멀(formal)한 슈트뿐 아니라, 캐쥬얼 재킷(casual jacket)으로도 사용되는 가장 클래식한 형태이다. 더블 브레스티드의 단추는 4개와 6개, 라펠은 피크드(peaked) 라펠로 조합하는 경우가 많으며 포멀한 슈트의 형태로 알려져 있다. 소매 커프의 경우 단추가 열리는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변형이 일어난다. 단추가 열리는 재킷 커프를 ‘surgeon cuffs’라고 하며 버튼이 서로 겹쳐져 달려 있어서 ‘kissing buttons’ 또는 ‘waterfall buttons’라고 한다(Black Lapel, 2013).
2) Suit tailoring
1820년대 줄자의 도입으로 인해 표준화된 측정 방식이 확립되고 재단 기술이 향상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테일러들을 위한 저서들이 출간되면서 신체 비율로 재단할 수 있는 공식들이 제시되어 대중적인 기본 슈트 패턴을 제작 할 수 있게 되었다(Breward, 2016). 19세기 영국의 새빌로우(Savile Row) 지역의 테일러들은 디자인에서부터 제작까지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슈트를 제작하였는데, 19세기 후반 계급 정체성, 남성다움, 패션 사이 긴장의 변화들을 반영하여 제작하였다.
슈트를 제작하는 방식에는 비스포크(bespoke)와 MTM(made-to-measure), 그리고 RTW(ready-to-wear)가 있다. 비스포크와 MTM은 맞춤 슈트에 해당되나, 비스포크는 테일러가 소비자의 채촌과 체형을 바탕으로 패턴을 제작하고 전체 슈트 제작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MTM은 브랜드의 규격화된 패턴에 소비자의 사이즈를 적용하여 제작되는 방식이다. 비스포크는 고객의 방문으로 디자인과 생산이 진행되지만 현재 MTM의 경우,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직접 디자인을 고르고 채촌하여 슈트를 구매 할 수도 있다. RTW는 기성복 슈트를 말하며, SPA 브랜드 H&M, ZARA에서부터 나폴리의 재단사들에 의해 제작되는 Cesare Attolini와 같은 고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 Cesare Attolini와 같이 MTM와 RTW를 함께 진행하는 브랜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슈트는 또한 남성성의 상징인 견고한 가슴과 반듯한 어깨를 형성하는 다양한 심지를 사용하는데, 가슴 부분을 견고하게 하는 모심지의 종류와 부착하는 방식에 따라 비접착(full-canvassed)(Fig. 5), 반접착(halfcanvassed), 접착(fused)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접착 공법은 부착된 심지와 심지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스티치가 남아있으며, 열가소성 수지, 즉 접착제가 도포된 접착(fusible)심지 없이 제작하는 방법이다. 비접착 심지는 심지 제작 시 패드 스티치(pad stitch, 팔짜뜨기)와 아이론 작업으로 몸판에서 가슴부위에 볼륨을 살리고 라펠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분을 계산하여 제작한다. 이러한 비접착 공법의 슈트는 외관상으로도 원단 자체의 결이 살아나고, 인체의 곡선에 맞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고급스러움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습도에 민감한 고급 울 원단의 수축과 팽창에도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오래도록 착용이 가능하며 통기성과 보온성 또한 우수하다.
비스포크의 경우 테일러의 손바느질로 제작되며, MTM의 경우 고가의 패드 스티치 기계(Fig. 6)를 활용하여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반접착은 라펠 부위만 모심지를 사용하며, 접착의 경우는 몸판/라펠 전체에 접착심지를 사용하여 작업한다(Kim, 2008). RTW의 저가 라인은 대부분 접착 제조 공법을 사용하여 마꾸라지, 어깨패드, 간단한 울심지 정도의 최소한의 부자재가 들어간다. 슈트는 제작되는 방식에 따라 공정의 수와 과정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RTW의 경우에도, 심지를 사용하는 방식과 안감 디자인(Fig. 7)에 따라 공정의 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슈트 안감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체 안감(fully-lined), 부분 안감(halflined)과 안감이 없는(unlined) 것으로 구분되며, 웰트 포켓과 겨드랑이에 땀받이와 같은 디테일이 있다.
2. Decentralized fashion
1) Concept of decentralized
탈중심 개념은 구조주의적 사고의 전형적인 비판 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개념은 특히 자크 데리다의 해체철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며, 포스트구조주의의 맥락에서 이론화된다. 탈중심은 텍스트, 신호, 문화적 실천 등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내재하고 있는 구조의 고정된 ‘중심’을 부정하고, 그 대신 다의성, 불확정성, 유동성을 인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중심이라는 개념은 어떤 고정된 의미나 권위가 존재한다는 전통적 가정을 내포하지만, 탈중심은 이러한 가정을 해체하고, 모든 의미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해석과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탈중심화(decentralized)는 원리들로부터 사유를 주장하는 형이상학적 인식의 지배 체제인 불변의 진리, 기초, 규칙 등을 수용하면서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Frank, 1989).
인류 문명 전체에 미치는 패턴을 발견한다는 동기 부여가 있는 구조주의는 모든 것에 중심․의미․근원․진리․목적 등은 항상 있음을 전제하게 된다. 포스트 구조주의는 구조주의의 기본 전제를 모두 의심하며 나타났으며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개념으로,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주의가 구축한 진리관과 구조를 해체하여 허구성을 드러내고, 사유의 공간에서 허구성을 소멸시켜 탈중심화 경향을 나타낸다(Won, 1996). 이 개념은 특히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리다의 해체 이론은 구조주의 토대의 언어학을 해체를 바탕으로 센터 중심의 구조주의 이론을 해체 한다. 즉, 탈중심화 한다. 데리다의 포스트 구조주의 사상은 자신을 완전히 일관되고, 중심이 있으며, 합리적이라고 제시하는 모든 담론의 비판적 해체를 불러 온다. 중심은 현존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위치가 없으며 고정된 장소가 없음을 주장하며, 초월적 기의의 없음으로 의미화의 과정을 확장시키고 유희를 가능케 한다. 중심을 확정하는 것은 구조주의적인 것이며, 중심의 없음으로 인한 유희를 인정하는 것인 해체주의 적인 것이다(Kim, 1992).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른 원칙에 기초한 반론을 활용하여 특정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담론을 점유하고 그 안의 간극, 모순, 역설, 유예를 드러냄으로써 해체하며, 그것의 확립된 위계, 이분법, 논리적 결론, 원칙들이 주장자 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느슨하게 구조화되고 다성적임을 밝히는 것이다(Crick, 2016).
탈중심은 어떤 단일한 의미나 진리가 중심을 차지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는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의미의 해석은 더욱 유동적이고 다의적이 된다. 또한, 전통적인 구조주의적 접근에서는 모든 요소가 중심적인 원리나 목적에 의해 정렬되나 탈중심은 이러한 ‘중 심’이 부재하며, 따라서 모든 요소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가치를 갖게된다. 이는 구조 내에서의 권위나 우선순위가 없음을 의미한다. 탈중심은 중심이 없음으로 다른 텍스트나 문화적 산물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는 의미가 절대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체계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이러한 접근은 특히 문학, 예술, 철학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비판적 관점과 창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2) Characteristics of decentralized fashion design
패션에서 탈중심성은 데리다의 해체주의 개념을 기반으로 차연, 상호 텍스트성, 탈중심성, 불확정성, Dis, De의 탈현상을 미적 가치로 정리하여, 위의 미적 가치 중에 하나로 탈중심성을 설명한 연구가 대부분이다(Kwon, 2004; Kim & Ha, 2016) 탈중심성이 설명하는 미적 가치는 중심에 있는 것들을 해체시키고 내적으로 억압되고 소외되었던 비주류 문화와 하위문화의 재조합을 이용하여 패션에 나타나게 하는 것을 대표적인 표현 방법으로 정의한다.
한편, 포스트구조주의의 사유 개념으로 탈중심을 고찰하고 분석한 패션 관련 연구는 Chung and Kim (2015), Kwon(2004), Kim(2011)의 연구가 있다. 이들 연구는 데리다뿐 아니라, 포스트 구조주의의 대표 철학자들의 개념을 중심으로 탈중심 사유를 고찰하고 패션 전반에 나타난 탈중심 현상을 분석한다.
Kwon(2004)은 포스트구조주의를 정의하고 라캉, 데리다, 푸코, 들뢰즈 등, 포스트구조주의 학자들의 주체와 타자의 이론 고찰을 통해 탈중심의 사유를 추출한다. 그리고 탈중심의 사유를 현대패션에 나타나는 의복 규범의 파괴와 풍부한 표현적 자율성을 제공하는 인식의 틀로 제시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그 미적 가치를 밝혔다. 탈중심 사유는 기존 패션디자인의 원칙에서 무시되었던 소외된 미적 대상을 인식하며 패션의 미적 표현 영역을 확장시켰음을 밝히며, 탈중심의 사유가 의복 규범에 나타내는 표현 방법적 특성을 탈구성, 불연속, 미적타자의 인식으로 분류하였다, 탈구성의 조형적 특성은 수평, 수직의 해체, 규모의 변형, 형태의 왜곡, 완벽성의 파괴이며, 불연속 표현 양식의 조형 특성으로는 이미지의 연속성 단절과 이접적 표현이 있고, 미적 타자의 인식 형식에는 훼손, 과다한 장식, 과정의 포착 등의 조형 특성으로 도출되었다.
Chung and Kim(2015)은 탈중심화 현상에 나타난 해체성을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의복을 묘사하는 ‘모드의 체계’를 기반으로 존재와 자질을 나타내는 존재 변수, 아이덴티티, 형상화, 질료, 측정, 연속성으로 분류하고, 하나의 의복을 구성하는 요소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관계 변수로 위치, 배열, 결합으로 구분하여 조형적 특성에 따른 외형미와 착용미를 분석하였다. 조형미의 탈중심화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미적 특성과 미적 가치를 밝히고자 하였다. 존재 변수는 생략, 모조, 훼손, 미완성으로 형상의 해체는 형태 왜곡과 부적합 사이즈로, 질료는 이질적 소재의 혼용과 부적절 소재 사용, 측정 기준의 해체는 규모변형, 연속성의 해체는 이질적 삽입과 탈부착, 위치의 해체는 수직, 수평의 파괴와 전위, 배열의 해체에는 반복, 중첩과 이접, 결합방식의 해체는 부정형과 착용 순서의 해체로 정리하였다.
Kim(2011)은 탈중심 사유를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보드리야르의 철학에서 근원적 사유를 찾고, 디지털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 양상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탈중심 사유를 내재적 생성과 탈영 토화, 복제적 생성을 통해 역동적이고 열린 생성의 흐름을 의미하며, 단일한 의미가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와 생성을 추구하여 중심에서 벗어난 사고의 해체로 개념적이거나 방법적인 측면으로 이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탈중심 패션은 전통적인 패션 산업의 규 범과 표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형태를 창조하는 디자인으로 기존의 패션디자인에서 볼 수 없던 비전통적인 재료 사용, 구조의 해체, 전형적인 의복 형태의 변형을 통해 표현된다(Kwon, 2004). 예를 들어, 전통적인 의복의 형태나 실루엣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여, 의복이 갖는 기존의 의미나 역할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디자이너는 재료의 전통적인 사용 방식을 무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재료를 조합 하거나 형태를 변형시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또한 탈중심 패션은 패션디자인을 구성하는 주요 원인인 유행, 성별 구분, 실용성 등의 개념에 도전하며, 패션을 통한 자기 표현의 한계를 확장한다. 이는 착용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며, 사회적 규범이나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다. 포스트구조주의의 사유 개념으로서 탈중심화 패션 표현 방법 관련 선행연구를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오랫동안 전형적인 디자인과 전통적인 제작 방법에 대한 규칙이 확립된 슈트는 스스로 남성적 권위와 중심적 의미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탈중심 사유를 적용하여, 이러한 디자인, 제작 방법 및 상징적 의미를 해체하고, 유동적이며 변화가능한 슈트디자인을 탈중심 슈트로 정의할 수 있다. 탈중심적 접근은 전통적인 구조주의에서 강조하는 중심 원리나 목적의 부재를 강조하며, 이에 따라 모든 요소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이는 특정한 권위나 우선순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의미는 다른 요소와의 상호작 용을 통해 형성된다. 탈중심 사유를 반영한 슈트는 비대칭, 불균형, 부조화, 비형식 등의 요소를 통해 전통적인 기준을 파괴하고,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탈중심 슈트의 디자인 표현 방법 분석을 위해 의복 디자인 구성 요소에 관한 선행연구(Kim, 1996; Lee & Choi, 2008; Lee & Kim, 2011; Lee & Lee, 2007; Mete, 2006)를 바탕으로 색채, 재질, 장식, 공간, 형, 선, 실루엣, 문양 등을 의복 디자인의 주요 구성 요소로 도출하였으며, 전통적인 슈트를 상징하는 무채색을 기반으로 한 색채 분류를 디자인 구성 요소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슈트의 재킷과 팬츠 아이템 디자인 변형에 집중하고 재킷과 팬츠 아이템의 스타일링 변형을 착용 방법 변형으로 간주하여 실루엣 범주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슈트의 표현 방법을 실루엣, 디테일, 소재로 분류하여 탈중심 슈트의 디자인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탈중심 표현 방법을 실루엣, 디테일, 소재의 디자인 요소로 분류할 때, 탈구성, 불연속, 무질서로 구분하여(Table 2) 분석에 활용하였다.
탈구성(decomposition)은 의복의 실루엣을 구성하는 패턴과 착용방법 및 기능에 관련 것으로, 전체로서 존재하는 패션 구조를 단편화하여 개체로 분해하고 새롭게 재조합하여 새로운 형태를 구성한다. 탈구성의 개념은 통일, 전체성을 부정하는 철학적 해체와 유사하다(Kwon, 2004). 탈구성은 의복을 착용하는 인체로의 탈피라고 할 수 있다. 조형적 특성으로는 비대칭(수평, 수직의 해체), 중첩, 왜곡 등이 있다.
불연속(discontinuity)은 구조 자체의 조형적 연속성개념 속에 내포되는 일관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의복을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표출되는 전위, 위치전환의 개념과 함께 논의될 수 있다. 앞중심과 상하를 축으로 연속적 ‘틀‘의 해체하며 이질적 소재, 부조화된 디자인 결합(Eun & Kim, 2002)의 표현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의복으로써 예상되는 형상 이미지의 연속성 단절을 일으키는 표현 방식으로 형태적으로는 생략, 간격두기, 분리 등이 있으며, 소재의 표현으로는 이질 적소재의 혼용, 이질적 삽입 등이 있을 수 있다.
무질서(disorder)의 개념은 소재에 나타난 손상과 찢김으로 인한 노출, 미완성의 불완전함, 낙서, 낡음 등의 조형적 특성을 나타내며 파괴, 혐오, 과격, 추의미를 표현한다. 이것은 억압된 것의 복귀 현상을 나타내는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관으로 미/ 추, 완전성/불완전성으로 대표되는 복식미의 이분법적 중심적 사고가 해체되는 탈중심적 가치가 적용된 다(Chung & Kim, 2015). 1970년대 후반의 안티 패션인 펑크는 해체주의적 패션의 초기 표현 방식이며 반 심미적 성향을 반영한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던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써 모즈, 스킨 해드, 테드, 히피 등과 함께 논의될 수 있다. 패션스타일은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고급문화에서 이와 같은 비주류 혹은 하위문화 스타일로 이양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탈중심화로 볼 수 있다(Kwon & Keum, 2008).
Ⅲ. The Expression Methods and Characteristics of Decentralized Suits
본 연구에서는 탈중심 슈트 표현 양식 분석을 위한 이미지 수집을 위해 탈중심화 및 해체주의 선행연구에서 주로 다루었던 디자이너 브랜드로 Alexander McQueen, Martin Margiela, Comme des Garçons, Thom Browne을 선정하였다. 사례는 2009년부터 2023 년까지의 menswear collection을 통해 269개를 수집하였으며, 탈중심적 슈트 중 탈구성은 150개, 불연속은 97개, 무질서는 22개로 탈구성 표현 방법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왜곡이 63개로 가장 많았고, 비정형적 착장이 48개, 재질의 전환이 34개 순을 이루었다 (Table 3).
Alexander McQueen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표현 방법은 재질의 전환과 비대칭이 각 14건,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에서는 재질의 전환으로 19건이며, Maison Margiela는 미완성이 12건으로 가장 많았 다. Thom Browne에서는 왜곡이 49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것은 2015 SS의 시즌 전체를 인체가 왜곡된 형태를 슈트를 통해 표현하여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Thom Browne에서 그다음으로 많이 나타난 표현 방법은 비정형적 착장으로 35건이다. Alexander McQueen 은 재질의 훼손보다 구성과 디테일 요소를 활용한 표현 방법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Thom Browne은 클래식한 슈트를 주요 품목으로 제작하는 브랜드로서 오히려 구성을 유희하며 역설적으로 탈구성하며 왜곡과 비정형적 착장 표현방법을 통해 탈중심적 슈트를 표현하였다. 하위 문화적 디자인 특성 표현인 훼손은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며 반심미적 성향이 슈트를 통해서도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완성의 표현은 Maison Margiela 에서만 나타났는데 의복의 착용 기능이 해체되며 과정의 불완전성의 미를 포착하여 표현하였다.
1. Decomposition
탈구성은 의복을 구성하는 패턴과 착용 방법 및 기 능에 관련된 것으로 기본 슈트의 구성에서 벗어난 형태 표현 방법으로 정리하였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슈트가 상징하는 격식과 예의를 갖춘 의복으로써의 기능성을 약화시키며 슈트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던 기존의 의도는 해체되고 전혀 다른 의미와 목적을 갖게 된다. 표현 방식으로는 비정형 착장, 비대칭(수직, 수평의 불균형), 중첩, 왜곡으로 정리된다.
1) Unconventional attire
비정형적 착장은 비전통적이거나 실험적인 방식으로 의복을 착용 것으로 기존 아이템의 형태를 일부 유지하면서 전통적 착용 방식을 유희하고 그 의미를 삭제하여 올바른 착용을 우선시하는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것에는 상의와 하의 및 겉과 안을 전위(Chung & Kim, 2015)하고, 재킷과 팬츠를 인체에 드레핑하며, 일부 형태의 흔적만 남기고 분해와 재조합하여 리디자인한 재활용의 기법 등을 볼 수 있었다.
Thom Browne은 팬츠를 목에 감아 홀터 넥을 만들고 셔츠까지 착장된 재킷을 스커트로 붙인 듯이 표현 하면서, 완제품 슈트를 인체에 드레이핑하여 슈트와 재킷의 위치를 전위하여 슈트를 활용하여 리디자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Fig. 8), 재킷의 앞뒤가 뒤바뀐 Back and forth의 형태로 착장되고 여러 벌의 코트와 셔츠를 몸에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착용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Fig. 9).
기존 재킷과 팬츠를 분해 및 재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아이템으로 그 착장의 형태를 변형한다. 마치 두 가지의 팬츠를 결합하여 만든 듯한 스커트(Fig. 10), 슈트 재킷의 형태를 변형하여 팬츠와 결합하여 점프 슈트(Fig. 11), 재킷의 소매를 해체하여 케이로 제작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Fig. 12). 비정형적 착장은 Thom Browne 2019 FW 컬렉션에서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는 5건, Alexander McQueen과 Maison Margiela는 각 4건으로 나타났다.
2) Overlaying
중첩은 동일한 의복 요소를 겹치거나 포개는 방식으로 개체의 무의미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착장 방식을 제안한다(Chung & Kim, 2015). <Fig. 13> 및 <Fig. 14>의 재킷은 칼라와 라펠을 반복하여 부착하고, <Fig. 15>는 몸판의 길이와 크기를 다르게 반복하여 겹쳐 입은 효과로 인한 시각의 단계적 연결성이 표현된다. <Fig. 16>의 재킷은 두 재킷을 겹쳐 입은 후 불규칙적인 스티치를 추가하여 표면감에 깊이와 질감을 표현하였다. <Fig. 17>의 캐킷은 원색의 컬러 재킷을 겹쳐 입어 중첩의 느낌을 더욱 극명하게 나타낸다. 중첩은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에서 11건, Alexander McQueen 5건, Thom Browne 3건, Maison Margiela는 각 1건을 찾을 수 있었다.
3) Asymmetry (imbalance of vertical and horizontal)
전통 슈트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단추 여밈을 중심 으로 칼라와 라펠, 포켓의 형태가 대칭을 이루며 소매, 몸판, 밑단의 평행한 수평선이 전체적인 의복의 단정함과 균형을 이룬다. 수직 수평의 불균형은 슈트의 엄격한 규칙을 벗어나 좌우, 상하의 비대칭적 디자인을 수용하고, 사선 혹은 지그재그 등 의외의 디자인 선을 형성하여 비대칭, 불균형적인 형태를 통해 불확정적 복식미를 나타낸다. 좌우 몸판 길이에 차이를 주고 한쪽 밑단이 사선으로 흘러내리거나 수평선을 이루지 않는 형태로 좌우 비대칭의 형태를 보이느 사례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조형 요소의 전체적인 비대칭과 수직 수평의 불균형은 경직된 슈트 디자인의 유연함을 부여한다.
<Fig. 18>은 베스트(vest)의 앞중심 여밈이 완전히 돌아가 중심선의 부재를 나타내며 셔츠의 스트라이프 와 사선으로 떨어지는 어깨 가죽끈과 사선으로 떨어지는 밑단들이 방향성 없이 혼재되어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Fig. 19>의 재킷은 라펠의 크기와 재질을 양쪽을 다르게 표현하여 규모의 비대칭을 이루었고 <Fig. 20>은 소매와 몸판 좌우의 길이를 비대칭으로 제작하여 크기를 불균형화하고 밑단 수평선을 불규칙적으로 디자인하였다.
4) Deforming
왜곡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과장 혹은 축소, 추가하는 형태의 복식 표현으로 비례, 조화, 균형 등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외형에서 벗어난 기형적 외형미를 창조한다(Chung & Kim, 2015). 슈트에서 나타나는 왜곡은 Thom Browne 49건과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14 건으로 두 브랜드를 통해서만 나타난다. <Fig. 21>의 Thom Browne 재킷은 카라를 허리선까지 길게 내려 오게 하여 팬츠의 허리 밴드가 보이도록 구성하여 전통적 슈트 재킷의 카라와 라펠의 비율을 완전히 벗어나게 디자인하였고, <Fig. 22>의 재킷은 어깨와 근육 과장하며 인체의 형태를 슈트 재질을 통해 왜곡하듯 표현하고 있다. Comme des Garçons Homme Plus에서는 가슴 부분만을 인체 비율에 맞지 않게 패드를 넣어 확장하여 왜곡하여 표현하였다(Fig. 23).
2. Discontinuity
불연속은 슈트로써 예상되는 형상 이미지의 연속성 단절을 일으키는 표현 방법으로 슈트 재킷과 팬츠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삭제하고 생략함으로 인한 단절과 기본 디자인과 상징성에 반하는 이질적 소재의 혹은 장식의 삽입이 있었으며, 단일 소재로 상하의를 제작하는 슈트의 특성에 반하는 통일되지 않은 소재의 혼용 사용 등이 나타났다.
1) Omit
슈트는 일반적으로 긴바지와 긴소매 재킷으로 구 성되며, 재킷에는 단추로 앞을 채울 수 있는 형태에 라펠과 주머니가 달려 있다(Breward, 2016). 생략 (omit)은 슈트의 일반적 디자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칼라, 라펠, 몸판과 소매, 팬츠 등의 구성요소를 삭제 및 제거함으로써 전통적 슈트로의 디자인적 완벽성을 파괴하며 구성에 변형을 일으켜 시각적 연속성을 단절한 표현이다. <Fig. 24>의 재킷은 테일 슈트의 형태가 남아 있으나, 칼라와 라펠, 팬츠의 종아리부분이 잘려나가 부위의 생략이 일어났다. <Fig. 25>의 재킷은 양쪽 허리 부분 몸판이 삭제된 형상을 나타낸다. <Fig. 26>은 재킷의 소매를 삭제하여 베스트로 착용하고 재킷의 상단을 삭제하고 하단만을 벨트로 고정하여 착용한 스타일이다.
2) Material transition
슈트는 한가지의 소재로 재킷과 팬츠를 제작하는 기본 형태와 재킷과 팬츠 각각 다른 원단으로 제작되 는 세퍼레이트 슈트(separate suit)의 형태가 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 원단의 불연속 조합을 이루어내는 표현 현상을 재질의 전환으로 구분하였다. <Fig. 27>은 재킷 내에서 상하, 좌우의 재질을 변형시켜 시각적 연속성을 단절시킨다. <Fig. 28>의 재킷은 데님 재킷과 슈트를 결합하여 커프 부분과 재킷의 밑단 부분을 데님 소재로 전환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슈트 재킷과 데님 재킷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두 아이템이 가진 형태와 소재의 특성을 결합하여 아이템이 가진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3) Heterogeneous insertion
남성 슈트에 사용되는 부자재는 형태를 형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심지와 앞 중심에서 잠금 역할을 하는 단추뿐이다. 이러한 슈트에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러플(Fig. 29), 레이스, 프린지(fringe) 등 전통적 슈트에는 없는 디자인 요소를 삽입하여 이질적 표현을 일으키는 사례들로 정리하였다. <Fig. 31>은 전혀 다른 질감과 색상인 코르셋을 재킷위에 배치하였다. 이 외에도 16세기 남성이 착용했을 코드피스(codpiece)가 연상되는 요소를 추가하는 등 여러 가지 의외의 요소들을 삽입하여 시각적 이질감을 나타내고 있다.
4) Separation
분리는 연결되거나 원래 하나의 요소였던 부분에 시각적 간격과 개체 간의 거리를 만듦으로서 노출이나 분리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어떠한 형태의 파악을 의도하며 시각적 인식을 지연시킨다. <Fig. 32>는 슈트에서는 앞몸판의 허리선 부분을 분리하며 안쪽 레이어링이 되었던 배색의 재킷이 기하학적 형태로 나타나도록 표현하였다.
3. Disorder
무질서는 복식 요소의 연속성이 무질서한 경향을 띄는 것으로, 비의도적으로 표현되어진 것과 같은 원단의 훼손과 구김 등을 의미한다. 슈트라는 정해진 형태의 규칙이 있는 디자인에서 원단은 슈트의 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서 슈트 제작 과정에서 원단의 질감 표현을 위해 원단에 맞게 제작 공정이 변경된다. 하지만 슈트의 탈중심적 디자인에서 이러한 원단의 훼손을 나타낸 표현 방법은 물질주의의 저항 및 유희적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옷감을 불규칙으로 아무렇게나 주름을 고정시킴으로써 구김의 효과를 낸다거나 옷감의 손상, 찢기 등 훼손을 나타내는 이러한 표현방법들은 기존의 패션을 평가하는 심미적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며(Kwon & Keum, 2008), 미완성의 낡은 느낌을 표현한다.
1) Graffiti
낙서는 비정형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미학을 구현한다. 전통적인 원단과 정장에 낙서를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질서나 아름다움의 기준을 깨는 것이다. 2021 알렉산더 맥퀸의 슈트는 전통적인 하얀색 슈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위에 다양한 낙서와 그림들로 장식되어 전통적인 정장의 개념을 탈피한다. 낙서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장식적 요소를 넘어서, 의복 자체에 새로운 의미와 컨텍스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Alexander McQueen의 재킷에 사용된 낙서는 각기 다른 심볼, 텍스트, 이미지를 포함하여 다양한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Fig. 33). 예를 들어, 꽃이나 특정 텍스트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상징할 수 있다. 낙서는 다양한 두께와 스타일로 그려져 장의 단조로운 면을 깨고 복잡한 시각적 효과를 창출한다.
2) Damage
슈트에서 찢김의 표현은 원단을 물리적으로 찢거나 잘라내어 부분적인 노출을 만들며, 슈트의 전형적인 실루엣을 무너뜨린다. 이는 디자인 요소를 삭제한 생략과 디자인 요소는 모두 존재하지만 분리하여 시각적 지연을 일으키는 방법과 구분된다. 찢김은 소재의 부분을 손상시키며 나타나는 디자인 표현 방법이다.
1980년대 파리로 진출하여 파리의 꾸뛰르와 스트리트 패션에 침투했다는 평을 받는 레이가와쿠보의 Comme des Garçons은 해체주의적 패션의 표현 방식 인 하위문화의 반심미적 성향을 적용한 컬렉션을 선 보인다. 찢김 표현은 Comme des Garçons에서만 8건이 나타났다(Fig. 34 and 35).
3) Unfinish
복식에서 미완성은 의복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이며 ‘과정의 포착이다’(Chung & Kim, 2015; Kwon, 2004). 의복 제작과정의 포착으로 그 형태는 완성품인 의복의 흔적일 뿐이며, 형태의 구분이 모호하고 불완전함을 나타낸다. 슈트에서 나타난 미완성의 형태는 심지의 노출과 심지부착 시 발생하는 스티치가 제거되지 않은 모습으로 Maison Margiela에서만 총 12건이 나타났다.
Maison Margiela의 재킷은 심지를 몸판에 부착할 때 생기는 심지 고정 스티치가 겉면에 남아있고, 소매 등과 연결되지 않은 앞판을 허리띠로 묶어 착용하였다. 그것은 재킷의 초기 제작 단계의 모습이며 인체에 허리띠라는 매개로 묶여있지 않다면 의복으로서 존재 할 수 없는 상태의 원단 조각일 뿐으로 의복으로서의 기능과 착용 방법의 해체이며 존재 자체의 해체를 표현한다. 또한 재킷이 완성된 형태를 나타내지만 심지 고정 스티치가 제거되지 않아 마무리가 되어 있지 않은 모습으로도 표현되고 있다(Fig. 36). <Fig. 37>의 재 킷은 가슴부위와 라펠, 카라부분의 심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모두 재킷을 제작하는 과정들의 어느 순간을 포착한 모습이나 완성의 재킷 형태는 아닌 것으로 과정들을 완성으로 정의하여 표현한 방법이다.
이와 같이 현대 남성 탈중심 슈트 디자인에 나타난 표현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젠더 뉴트럴과 카테고리 프리(gender-neutral and category-free)적 특성을 확인 할 수 있다. 슈트의 전통적인 구성은 탈구성의 비정형적 착장 표현 방법을 통해 재킷은 스커트로, 팬츠는 상의로, 슈트는 점프슈트와 드레스와 같이 다른 아이템으로 아이템이 변형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동일한 아이템을 남, 여 함께 착용하며 나타난 톰 브라운의 컬렉션을 통해서도 슈트의 강력한 형식성과 남성적 이미지가 해체되고 탈중심 슈트에서는 남, 녀의 스타일 구분이 희미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이러한 특성은 이질적 삽입의 표현 방법 속 러플과 레이스 등을 슈트에 삽입하여 나타난 디자인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전통적 슈트는 주로 성별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 디자인을 제공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특정한 사회적 역할과 미적 규범을 부여하였다. 탈중심 슈트는 성별이라는 전통적 중심에 얽매이지 않고, 슈트라는 카테고리조차 해체하여 새로운 스타일과 규범을 창출한다. 이는 성별 이분법이라는 전통적 구조를 해체하고, 착용자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 하는 방식이다. 카테고리 해체는 슈트가 더 이상 특정 용도를 위한 옷으로 제한되지 않도록 하였다. 전통적으로 격식 있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착용되던 슈트는 탈중심화 과정을 거치며,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도 때로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되어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되었다.
둘째, 비전통적 요소의 조합(integrating unconventional elements)이다. 단일 소재를 사용하는 슈트의 고유한 특성이 해체되고 전통적이지 않은 소재들이 슈트 디자인에 결합되어 새로운 의미와 형태를 창조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어깨 패드와 같은 전통 적 남성성을 상징하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불필요한 장식을 추가하여 기존의 기능과 미학을 재해석하였다. 이는 각기 다른 관점과 주체성을 허용하는 디자인 접근법으로 볼 수 있으며, 전통적인 규범과 대조되는 다양한 정체성을 담아내려는 시도이다. 도출된 표현 방법 중 재질의 전환과 이질적 삽입을 통해 슈트와 다른 아이템들의 결합 및 다양한 부자재들의 결합은 슈트의 전통적 구성과 디자인, 소재사용을 전체적으로 해체하는 탈중심 슈트의 대표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지속가능 디자인성(sustainable design in decentralized suits)을 나타낸다. 탈중심 슈트의 디자인 표현 방법은 마치 기존 슈트의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폐기된 슈트의 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슈트 업사이클링에 매우 적합한 기법으로 사료된다. 탈중심 슈트는 재료의 선택과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기존의 자원 낭비적이고 대량 생산적인 슈트 제조 방식과 달리, 탈중심적 슈트는 기존 슈트를 재활용하여 제작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보여줬다. 탈중심 슈트 표현 방법 중 특히 비정형 착장, 중첩, 생략, 이질적 삽입 및 무질서의 모드 표현방법은 폐기되어 버려져야 하는 슈트를 새로운 형태의 의류를 재창조 할 수 있을 것이다.
Ⅳ. Conclusion
본 연구는 전통적인 슈트의 변형된 스타일을 탈중심 슈트로 정의하고, 다양한 탈중심 슈트의 표현 방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현대에 나타난 슈트 디자인의 특성 도출하여 탈중심적 슈트의 다양한 디자인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론적 고찰을 통해 탈중심의 개념을 정의하였으며, 그 특성을 기반으로 현대 탈중심 슈트의 표현 방법과 특성을 분석하였다. 해체주의 패션 컬렉션의 대표적 디자이너 브랜드로 마르탱 마르지엘라, 꼼데가르송, 알렉산더 맥퀸, 톰 브라운의 컬렉션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탈중심적 슈트 269점 수집하여 그 표현 방법을 분석하고 탈중심 슈트의 특성을 도출하였다.
탈중심 표현 방법은 의복을 구성하는 구조(구성), 디테일, 소재를 기준으로 탈구성, 불연속, 무질서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디자인 특성을 정리하였다. 탈구성의 구체적 표현 방법은 비정형적 착장, 중첩, 비대칭, 왜곡으로 나타났으며, 불연속은 구조의 연속성을 배제하며 생략, 이질적 삽입, 재질 전환, 분리로 표현되었다. 무질서는 찢음, 낙서, 미완성으로 나타났다. 표현 방법에 따른 디자인적 특성으로 젠더 뉴트럴, 카테고리 프리, 비전통적 요소의 조합, 지속가능 디자인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젠더 뉴트럴, 카테고리 프리 특성은 슈트의 강력한 형식성과 남성적 이미지가 해체되어, 더 유연하고 다양한 성별 표현이 가능해지며, 더 이상 슈트라는 특정한 아이템 유형에 제한되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 둘째, 비전통적 요소의 조합 특성은 유형화된 슈트 디자인 요소인 카라, 라펠, 포켓에러플, 스트링과 같은 디테일과 미완성 혹은 훼손 및 낙서 등의 디자인 요소들이 조합되어 새로운 디자인 형태가 나타났다. 셋째, 지속가능 디자인의 개념으로 탈중심 슈트의 작업 방법은 기존 슈트의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표현 방법들에 대한 특성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폐기된 슈트의 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업사이클링에 매우 적합한 기법으로 사료된다. 탈중심 슈트 표현 방법 중 특히 비정형 착장, 중첩, 생략, 찢기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폐기되어 버려져야 하는 슈트를 새로운 형태의 의류를 재창조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현대에 전통적 슈트 디자인을 활용하여 다양한 스타일과 미학이 적용된 슈트의 표현 특성을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탈중심적 사고를 분석의 틀로 사용하여 정리하였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나타난 탈중심 슈트의 표현 방법을 체계 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향후 탈중심 슈트 디자인 개발의 기초 자료로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