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중국의 복식 문화는 수천 년에 걸쳐 의례 문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 왔으며, 예복은 예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로써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중국 여성 전통 예복의 형태는 주(周)시대에 시작되어 진한(秦漢) 시기에 더욱 발전하였고, 당송(唐宋) 시기에는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명대(明代)에는 등급 제도가 완성되었다. 역사 속에서 여성 예복은 꾸준히 발전하며, 각 시대의 계급 의식, 미학적 사상, 심미적 취향을 결합하여 독특한 복식 문화를 형성 하였다. 각 왕조는 전통 제도를 계승하면서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맞게 예복을 수정하고 조정하여, 사회적 계층을 명확히 하고 봉건적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엄격하고 복잡한 예복 제도를 마련하였다(Wu, 2010).
중국에서는 최근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로 인해 중국 전통 복식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Xia, 2020). 중국 전통 귀족 여성 예복에 대한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예복의 역사, 문화, 제도에 관한 연구, 두 번째는 예복의 스타일, 치수와 패턴에 대한 분석, 세 번째는 예복을 3D로 복원하는 연구이다. 이와 같은 연구는 단순히 특정 국가의 전통 복식을 넘어, 동아시아 전반의 복식 문화와 상호 연관성을 밝혀내는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한다. 또한 본 연구 주제인 중국 심의의 복원은 한국 전통 복식 연구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의 의복 역사, 문화, 제도에 관한 연구로는 시기별로 다양하다. Xu(2005)는 한대 무덤에서 출토된 실물, 도용, 목용, 벽화, 화상석 등의 자료 300여 점을 대상으로 한대 여성 복식의 지역적, 시대적, 계층적 차이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며, 복식에 반영된 사상적 측면을 깊이 있게 논의하였다. Zhao(2014)는 고고학 보고서, 출토 회화, 박물관 소장 등 실물을 연구하고, 포복의 형태와 기능, 장식과 색채, 재료 등을 분석 정리하여 진․한 시대 포복의 변천에 대해 연구하였다.
스타일, 치수, 패턴에 관한 연구로는 Zhang(2019) 의 남송 여성복 스타일의 종류와 구조, 시대적 변화 등을 고찰하고 남송 여성복의 역사적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대수(大袖)의 구조분석에 관한 부분은 본 연구의 패턴분석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Gu and Xu(2020)는 한대, 진대, 당대, 송대, 명대의 대표적인 복식 사례로 패턴의 특징과 구성 기술, 봉제 기법 등을 분석하였다.
3D 복원에 관한 연구로는 Li and Li(2021)의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에 기반한 청대 치파오 기능변형 및 형제의 복원(基於虛擬模擬技術的清代‘旗袍’功能轉型及 形制復原)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청대 만주족 여성 의상인 치파오를 복원하였고, 그 형태 구성 원리와 디지털 복원 방식을 정리하였다. Zhang(2021)은 CLO 3D를 활용하여 십자 형 평면 구조 이론을 바탕으로 전통 한푸(汉服)를 개량한 후, 기존의 한푸와 비교 분석을 진행하고, 십자 평면 구조의 한푸 착의 모델을 구현하였다.
3D 복원 기술은 전통 복식 연구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CLO 3D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복식 복원은 단순히 실물 복원에 그치지 않고, 복식의 착용감, 압력, 변형률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전통 복식의 기능적 측면을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다. 또한 패턴이나 원단 변형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 따른 반복적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는 복식의 외형적 재현을 넘어 착용자의 경험까지 고려한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여, 복식의 실제 착용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복원 기술을 활용해 전통 복식을 연구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 간 복식 문화의 상호 영향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며, 동아시아 전통 복식 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족(漢族) 예복과 관련이 있는 중국의 주요 5개 시기(주, 진한, 수당, 송, 명)를 중심으로 중국 전통 귀족 여성 예복에 대한 연구 중, 진한(秦‧汉) 시기의 곡거심의(曲裾深衣)에 대한 부분이다. 곡거심의는 중국 귀족 여성들이 착용했던 예복으로 당대 사회에서 개인의 신분과 계층을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고대 중국 복식 문화와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곡거심의의 스타일, 치수, 패턴, 문양, 원단을 분석하고, CLO 3D를 활용하여 3D 복원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복식의 형태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물 복원으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서 복식의 동작을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하여 의복의 동적 기능성에 대해 분석하고 복식 문화에 대한 자료를 후대에 전승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Ⅱ. Research Method and Content
본 연구는 출토된 실물이 존재하는 진한 시기 예복인 곡거심의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진행되었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곡거심의의 스타일을 평면 이미지, 입체 인물상, 출토된 실물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하였다.
둘째, 1973년에 발굴된 장사 마왕퇴 1호 한묘(長沙 馬王堆一號漢墓) 발굴 보고서 자료를 활용하여 곡거심의의 치수와 패턴을 조사하였다.
셋째, 출토된 유물을 바탕으로 곡거심의의 색채, 문양, 원단을 분석하였다.
넷째, 문헌 자료와 출토된 실물 자료를 종합하여 3D 가상 착의 시스템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다. CLO 3D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치수, 패턴, 색채, 원단 문양을 복원하였으며, 3D 피팅을 통해 착용 형태, 압력, 변형률을 분석하였다.
Ⅲ. Result and Discussion
곡거심의는 옷자락이 길게 이어지며 허리를 감싸는 형태의 호칭으로 곡거포(曲裾袍), 요면포(繞襟袍)라고도 불린다(Zhao, 2014). 곡거심의는 서한 초기에 유행하였으며, 처음에는 남녀 모두 착용하였으나 후에는 남성복에 곡거 사용이 줄어들면서 주로 관리의 조복과 여자의 예복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장사마왕 퇴1호한묘(長沙馬王堆1號漢墓), 후베이 운몽서한묘(湖北雲夢西漢墓) 등에서 견직물, 의류, 토용 등이 출토되면서 진한시대 여성 곡거심의 연구에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마왕퇴1호묘는 기원전 2세기 무렵 서한 시대의 고분으로 이곳에서 출토된 벽화와 복식 유물들은 당시의 복식 문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마왕퇴1호묘에서는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곡거심의 실물이 출토되었고, 본 연구의 곡거심의 복원 및 개발도 이 자료를 참고로 하였다.
1. Analysis of the Wavy ju dress style
1) Research materials on excavated flat images
<Fig. 1>은 출토된 마왕퇴1호T형 백화(馬王堆1號墓 T型帛畫)의 일부이다. 그림 속 노부인은 곡거심의를 착용하고 있고(Fig. 2(a)), 의복에는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이 있으며 소매는 넓고 밑단은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 노부인 오른쪽에 공수하며서 있는 세 명의 시녀는(Fig. 2(b)) 모두 곡거심의를 착용하고 있고, 옷깃 가장자리에 무늬가 있다. <Fig. 2>는 석화 속에 벽을 짚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며 의복 형태는 교령(交領) 우임(右衽)이다. 옷섶은 뒷면에서 허리 앞까지 둘러 허리띠를 두르고 소매는 길고 주름이 있으며 밑단은 발을 덮고 있다. 회화나 부조에 표현된 곡거심의는 그 형태가 모호하게 표현되어 구조를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자료로 보면 옷섶이 뒷면에서 허리 앞까지 감싸고 허리띠를 두르고 긴 소매에 주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밑단은 발을 가리고 바닥에 닿을 정도로 넓고 크며 조형미가 뛰어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2) Research materials on excavated three- dimensional figurines
전국(战国)시대와 서한(西汉) 시대의 목용(木俑)과 도용(陶俑)의 유물에도 곡거심의가 표현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Table 1>의 이미지와 같이 곡거심의의 소매는 넓은 소매, 늘어진 소매와 같이 늘어진 소매, 반소매 등 다양하다. 옷자락을 감는 방식도 한 바퀴 또는 여러 바퀴로 두른다. 목둘레는 속옷이 드러나도록 목둘레선이 넓은 경우가 많고, 밑단은 H라인, 작은 A라인, 플레어라인으로 나뉜다. 곡거심의의 입체 인물상 자료의 대부분은 손을 앞으로 모은 공수자세로 서 있기 때문에 허리 부분의 구조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착용자의 지위에 따라 모양과 착용 방식이 다르다.
3) Research materials on excavated artifacts
현재까지는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만 곡거심의 실물이 출토되었다.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곡거심의 실물 유물은 총 9점이었으나, 2점(357-5번, 437번)은 파손이 심하여 본 연구에서 제외하였다. <Table 2>와 같이 연구에 사용된 7점의 곡거심의는 형태, 구조, 원단은 거의 비슷하며 사이즈, 색채 및 문양 부분에 차이가 있다. 이 의복들은 섶이 오른쪽에 있는 우임방식으로 옷깃을 여미며, 넓은 가선과 좁은 단장 식이 특징이다(Hunan Provincial Museum [HPM], 1973a). 이 중 A(신기수갈라기면포 信期绣褐罗绮绵 袍)와 F(장수수강자리기면포 長壽繡絳紫羅綺綿袍)의 가선 가장자리에는 좁은 비단 줄이 장식되어 있다. 이러한 넓은 가선 및 좁은 비단 장식은 전국시대의 곡거 채회용(曲裾彩绘俑) 입체 인물상 유물에서도 잘 나타나, 이 시기 지역의 곡거심의 스타일이 일치함을 보여 준다.
2. Analysis of the dimensions and patterns of the Wavy ju dress
1973년에 발간된 장사마왕퇴1호한묘(長沙馬王堆1 號漢墓) 발굴보고서는 당시 발견된 유물들에 대한 기본 데이터를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나, 복원 기술의 한계로 곡거심의에 대한 보완 연구가 필요하다. <Table 3>은 곡거심의 의복의 부위별 명칭과 위치이다.
<Table 4>는 발굴된 보고서 데이터를 근거로 <Table 2> 곡거심의 7점 치수를 정리한 것이다. 곡거심의 F를 제외하고 6점의 소매가선의 너비는 가선너비-밑단가 선너비-깃가선너비의 순으로 되어 있고, 곡거심의 F는 밑단가선너비(66cm)-소매가선너비(20+6cm)-깃가 선너비(15+5cm) 순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상체가 가볍고 하체가 무거운 시각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후난성 박물관 자료(HPM, 1973a)에 따르면 발굴된 무덤 주인의 키와 팔 길이는 154cm이다. 곡거심의를 착용했을 때 소매는 팔보다 29~48cm 더 길고, 옷기장은 바닥에서 1cm 올라가거나 최대 31cm 길게 늘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의 평면 이미지와 입체 인물 자료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Table 5>는 7점의 곡거심의 치수 비율 분석표이다. 장사마왕퇴1호묘에서 출토된 곡거심의의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곡거심의의 치수를 허리너비/소매부리, 밑단너비/허리너비, 진동너비/소매부리, 통소매길이/팔길이의 비율을 계산하였다. 대부분의 곡거심의의 허리너비는 52~63cm로 밑단너비와 허리너비의 비율이 1~1.3배이며 7점 중 5점이 1.1배로 동일하게 나타나 전반적으로 밑단너비와 허리너비의 비율은 변화가 거의 없고, 밑단은 좁은 A라인을 형성하여 안정감을 주고 통일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소매부리너비는 24~28cm로 변화가 적고 진동너비는 30~39cm로 어느 정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곡거심의의 진동너비와 소매부리너비의 비율은 1.2~1.6배 사이이며, 7점 중 4점이 1.3배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소매는 가늘고 긴 나팔소매 형태를 띠고 있으며, 시각적으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리너비와 소매부리 너비의 비율은 2배에서 2.6배로 나타나 전체적인 의복에서 중요한 시각적 요소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으며, 소매는 가늘고 긴 나팔소매 모양으로 추정된다. 곡거심의의 소매는 사람의 손끝을 넘어 39~48cm로 길고 통소매 길이와 팔 길이의 비율은 1.5~1.6배 사이로 나타나 소매 길이가 팔길이보다 훨씬 길다. 이러한 비율로 인해 곡거심의를 착용할 때 팔이 수직인 상태에서 소매가 인체의 종아리 부분까지 내려오고, 팔을 움직일 때 소매에 여러 겹의 주름이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로 곡거심의의 디자인이 각 부위별로 일정한 비례와 규범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곡거심의 중 유물 상태가 가장 양호한 A(신기수갈라기 면포 329-10)를 중심으로 종적, 횡적, 너비 치수를 분석하였다. 의복 양식은 교령 우임의 비파(중국악기) 모양이며, 소매는 비교적 헐렁하고 아래로 늘어져 있다. 신기수갈라기 면포의 패턴 및 부위별 사이즈를 바탕으로 기하학적 구성법을 적용하여 치수를 산출하였다. 상의는 6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운데 네 부분에 사용된 원단은 모두 한 폭이고, 좌우 소매 끝에 인접한 두 부분은 반 폭이지만 원단 폭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Zhang, 2016).
<Fig. 3>은 신기수갈라기 면포의 세로, 가로, 가선 너비 치수이다. 상의는 인체 앞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상의 길이는 55cm, 진동 너비는 36cm, 소매 부리 너비는 28cm이다. 하의 길이는 95cm, 허리 너비는 60cm, 밑단 너비는 67cm로 좁은 A라인을 보이고 있다.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예복은 모두 넓은 가선(소매, 자락, 밑단, 깃)이며 이는 중국 창사시에서 출토된 한나라 포(漢袍)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깃 가선 너비는 23cm, 소매 가선 너비는 33cm, 밑단 가선 너비는 28cm이며, 자락 가선 너비는 밑단 가선과 일치한다. 깃 가선, 소매 가선, 자락 가선, 밑단 가선에는 가선 외에 폭 5cm의 좁은 비단 줄이 있고 안감 가장자리를 뒤집어 구성하였다.
3. Analysis of the colors, patterns, and fabrics of the Wavy ju dress
1) Color
<Table 6>은 대표적인 평면 이미지, 입체 인물상과 출토 실물 복식 3가지 자료에서 색채를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색채분석은 이미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색에 대한 CMYK 값을 5번 추출 후, 평균값을 구하였다.
평면이미지인 백화(帛畫)에서 주인은 오색 곡거심의를 착용하고 있고, 오른쪽 시녀들은 흰색, 빨간색, 회색 곡거심의를 착용하고 있다. 입체이미지인 채회용은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곡거심의이며, 몸통과 소매는 흰색, 옷깃과 소매가선이 짙은 갈색, 깃 가선은 붉은색이다. 몸통과 소매 문양은 짙은 갈색을 위주로, 붉은색을 포인트로 하고 깃과 소매부리 가선은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곡거심의 실물에는 주홍, 갈색, 백색, 황색, 짙은 자색 등이 있다.
결론적으로 서한 초기 곡거심의는 따뜻한 색조와 중저 명도, 중저 순도의 짙은 색 위주로 배합되어 있으며,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소박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음을 알 수 있다.
2) Pattern
서한 초기 여성 곡거심의의 문양은 주로 금(錦), 형염(型染), 자수가 사용되었다.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직물을 대상으로 한 문양 분석 결과는 <Table 7>과 같으며 해당 직물 사진과 문양 추출은 장사마왕 퇴1호한묘 발굴보고서와 시아티엔(Xia, 2020)의 연구를 참고하였다. 선진부터 한대까지의 형초(荊楚) 복식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문양의 형태와 특징을 분석하였다.
문양 A(金銀色火焰紗)는 짙은 회색을 바탕으로 은회색, 은백색, 금색 문양이 사용되었다. 문양 B(印花散 彩紗)는 회색, 주홍색, 남보라색, 핑크색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구성되었다. 문양 C(信期繡)는 짙은 녹색, 연갈색, 주홍색이 사용되었고, 문양 D(長壽繡)는 짙은 남색, 연갈색, 주홍, 감람색이 사용되었다. 문양 E(乘 雲繡)는 황갈색, 주홍, 연갈색, 감람색이 사용되었다.
진한 시기 곡거심의 문양은 자연계의 동식물과 인간의 염원을 결합하여, 불로장생과 우화등선을 기원하는 도가(道家)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봉황을 중심으로 한 문양은 초문화의 영향을 받아 곡선을 강조하며, 균형 잡힌 대칭적 구도를 통해 낭만적이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구현한다. 이 시기의 곡거심의 문양 은 도가 사상과 초 문화에서 비롯된 복합 예술 형식으 로, 변형된 구름, 봉조, 새, 짐승, 식물 등이 주를 이루며, 구도는 균형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선은 주로 곡선을 활용하여 아름답고 유려한 느낌을 주며, 곡선은 공간의 여백과 형태의 조화를 이루며, 정적인 요소와 동적인 요소가 균형 있게 배치되어 리듬감 있는 디자인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서한 초기 곡거심의의 문양은 당시의 도가사상과 초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예술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Xu & Xu, 2020).
3) Fabric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곡거심의의 겉감은 라기(羅綺)이며, 안감은 무늬가 없는 견(絹), 가선은 견과 기모금(起毛錦)으로 구성되었다. 라기는 얇고 투명한 무늬가 있는 비단을 말하고, 기모금은 직물의 표 면을 긁어서 보풀이 일어나게 하여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을 내는 원단을 말한다. 본 연구의 3D 복원 과정에서는 의복의 몸통 및 소매 부분 원단으로 시뮬레이션하였으므로 원단은 라기와 일반 견을 분석하였다. 라기는 고대부터 고급 비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명대 와 청대 시기에는 귀족층 의복 및 장식용 직물로 사용 되었으며, 얇고 무늬가 있는 견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Vainker, 2004). 가볍고 얇으며 통기성이 좋고 촘촘한 조직으로 윤기와 광택이 있고 얇지만 매우 견고하여 마모에 강하고 장시간 착용해도 형태를 잘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Table 8>의 원단 A는 강릉마산1호초묘(江陵馬山1 號楚墓)에서 출토된 채색 줄기 기(綺)이고, 원단 B는 같은 장소에서 출토된 라기 자수 옷의 일부이다. 견직물은 오래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출토된 기와 라기는 실물이 많지 않다. 라기는 매우 고급스럽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의복에 쓰이는 라기는 대부분 촘촘하며, 경사는 1cm당 보통 100~120개, 위사는 3~40개/cm 정도이다. 견은 숙사(熟絲)로 만든 흰색 평직 직물로, 진한(秦漢)시대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Hubei Provincial Jingzhou Regional Museum [HPJRM], 1985). 초기에는 경위사의 밀도가 낮았으나, 가공 과정을 거쳐 표면 광택이 좋아지고 단단하며 마모에 강해져 안감과 가선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밀도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쓰였는데, 1cm당 100개 이상의 가는 올은 주로 곡거심의의 가선에, 60~100개의 올은 안감, 치마, 양말 등에 사용되었다. 밀도가 60개 이하인 굵은 견은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었다(HPM, 1973b). 원단 C는 장사마왕퇴1호한묘에서 출토된 장수수강 자라기면포(長壽繡絳紫羅綺錦袍)의 일부이며 1cm당 44~56개의 경밀도를 가진 원단으로, 레이어드가 뚜렷하고 외관이 화려하며 문양이 매우 입체적이다.
4. Restoration of the Wavy ju dress using CLO 3D
본 연구에서는 분석된 패턴 데이터 및 디자인에 따라 신기수갈라기면포의 패턴을 ET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설계하였다. CLO 3D를 이용하여 패턴을 봉합하고 원단 물성을 실크 새틴으로 무게는 26.777g/m2, 두께는 0.23mm로 설정하였다. 자세는 직립 자세, 공수 자세, 앉은 자세의 3가지로 하고, 착의 형태, 압력 테스트, 변형률 테스트 등을 분석하였다.
1) Wavy ju dress pattern
곡거심의의 패선 설계는 본 연구의 분석된 패턴 치수 및 디자인을 근거로 하였다(Fig. 4). 상의 패턴은 소매 가선을 포함하는 패턴과 부위별 치수이고, 하의 패턴은 자락 가선과 밑단 가선을 포함하는 패턴이다. 곡거심의 상의는 평면 십자 구조로 통소매 길이 250cm, 상의 길이 55cm, 깃 너비 10cm 뒷목 너비 1cm이다. 네크라인의 가장 넓은 부분은 어깨선이 아닌 어깨선 아래 8cm 부분이다. 하의 길이는 95cm, 허리너비는 60cm, 밑단 너비는 67cm이다.
2) Garment silhouette
본 연구에서 3D 가상 복원을 위해 사이즈와 포즈를 설정하고 발굴보고서의 묘주인 연령과 신장 정보를 반영하고, GT/B 2008 여성복 표준사이즈 (Standardization Administration of China, 2008)를 결합하여 가상 인체 사이즈를 정하였다(Table 9). 여기에는 키, 경추점 높이, 앉은 자세 경추점 높이, 팔길이, 허리선 높이,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 목둘레, 어깨너비 총 10가지 데이터가 포함된다.
<Table 10>은 자세별 착의 형태이다. 직립 자세일 때 넓고 헐렁한 형태를 보이며, 소매는 거의 바닥에 닿고 밑단은 바닥에 겹쳐져 있다. 옷깃 부분이 매우 넓어 뒷목 부분도 주름이 생긴다. 공수 자세일 때는 가상 모델의 전면에 소매 주름이 많이 생겼으며 활모양으로 늘어져 있다. 뒷면에는 상의와 하의에도 주름이 생겼다. 앞뒤 소매 암홀 부분의 주름은 직립 자세 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이 외에도 허리의 맞음새는 매우 좋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안정적이다. 앉은 자세에서 착의 형태는 소매, 암홀, 상의 등에 주름이 많이 생기고 엉덩이 아래와 종아리에도 주름이 많이 생긴다. 옆모습은 옷깃이 바깥쪽으로 쏠려있다. 이는 가상 모델이 앉은 자세에서 허리 앞쪽은 크기가 작아지고 가슴에 빈 공간이 생겨 어깨선이 뒤로 이동하면서 옷깃이 바깥쪽으로 쏠렸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3) Pressure test
<Table 11>은 각 자세별 압력 테스트 결과이다. 직립 자세일 때 압력은 옷깃 뒷부분, 어깨, 가슴 부분에 주로 분포하며, 옷깃 뒷부분에 집중되고 기타 부위는 압력이 낮게 나타난다. 공수자세 일 때의 압력은 옷깃 뒷부분, 어깨, 허리 부위에 집중되며, 공수 자세 및 허리띠의 영향으로 옷깃 뒷부분과 어깨의 압력은 감소하지만 허리띠 부분은 압력이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공수 자세와 넓은 허리띠로 인한 허리 압력은 눈에 띄게 높아졌고 다른 부위 압력은 낮아졌다. 앉은 자세에서 압력 포인트는 주로 옷깃 뒤, 어깨, 엉덩이, 무릎에 집중되었다. 옷깃 뒷부분과 어깨부분의 압력치는 공수 자세에 비해 감소 되었고, 착용 자세 때문에 허리와 엉덩이, 무릎에서 압력은 높아졌다.
4) Strain testing and comparative analysis
<Table 12>는 자세별 변형률 결과이다. 직립 자세 일 때 변형은 주로 옷깃 뒷부분, 어깨, 암홀, 상의, 하의, 깃 가선 부분에 집중된다. 옷깃 뒷부분과 어깨 부분은 무게감을 받고 변형률은 높게 나타났다. 암홀 부분에도 약간의 변형이 나타나고, 상의, 하의, 암홀, 깃 가선 부분은 무게감과 가선의 휘감은 방식에 영향을 받아 변형률의 차이를 보였다. 공수 자세에서 변형률은 옷깃 뒷부분과 오른쪽 어깨, 허리 뒤쪽의 옷자락에 집중되었다. 옷깃 뒷부분에 변형이 있고 오른쪽 어깨는 왼쪽이 높게 나타났다. 그 이유는 허리띠를 묶고 옷자락이 당겨져 왼쪽 어깨보다 오른쪽 어깨 변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앉은 자세 시 변형률은 옷깃 뒷 부분과 어깨, 엉덩이 무릎에 집중된다. 옷깃 뒷부분과 어깨 부분의 압력치는 공수 자세보다 감소하였고, 착용 자세로 인해 허리와 엉덩이, 무릎에서는 압력이 높아졌다.
5) Pattern and fabric simulation of Wavy ju dress
원단 시뮬레이션은 비교적 출토 상태가 양호한 신 기수 갈라기면포(信期繡褐羅綺綿袍, 329-10)의 문양을 복원한 후 진행하였다. 원단은 견직물을 기준으로 물리적 속성을 조정하였다. 신기수 갈라기면포의 상의와 하의 문양은 <Fig. 5>와 같고, 기본 문양 단위는 가로 11.5cm, 세로 5.5cm로 설정하였다. 주요 문양은 빨간색 이삭 모양의 유운(流雲)과 황색의 권지화초(卷枝 花草)로 구성하였으며, 주황색 포인트를 주어 강조하였다. 문양 복원 단계는 윤곽 추출 후 영역을 나누어 색을 입히고 바탕색을 채워 최대한 현실감 있게 복원하였다. <Fig. 6>은 가선 부분 마름모무늬의 복원 단계이고 세로로 배열된 긴 마름모꼴로 양옆에 불완전한 작은 마름모꼴을 하나씩 붙였다. 전폭에 도드라진 무늬가 11~14개, 빈 공간이 11~13개가 있으며, 무늬와 공백이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다. 1개 당 길이가 5cm 정도이고, 너비는 2cm 정도이며,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것이 비교적 크다(HPM, 1973b).
신기수 갈라기면포의 상의와 하의 원단은 밀도가 높은 라기(羅綺)이고, 가선은 기모금(起毛錦)으로 모두 견직물이다. 그동안 자료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와 육안으로 최대한 비슷한 원단이라고 판단되는 물리적 속성과 원단 강도, 바이어스 강도, 변형률, 밀도, 마찰 계수, 두께 등을 CLO 3D에서 조절하여 원단을 생성 하였다. <Fig. 7>은 신기수 갈라기면포의 문양과 원단의 시뮬레이션 모습이다.
6) Final CLO 3D virtual fitting
<Table 13>은 신기수 갈라기면포의 자세별 최종 3D 가상 피팅 모습이다. A는 직립 자세, B는 공수 자세, C는 앉은 자세이고, 전체적인 실루엣 형태는 본 연구의 평면과 입체 이미지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 아래의 최종 시뮬레이션으로 알 수 있는 곡거심의의 특징 및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곡거심의의 뒷목 부위는 밀착도가 높아 옷깃 가장자리가 쉽게 변형되어 전체적인 미감과 편안함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원단과 헤어스타일 선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둘째, 곡거심의의 좌우 패턴이 대칭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넓은 형태의 의복으로 무게에 의해 허리선 이하에서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다. 허리띠를 착용하면 이러한 비대칭을 개선할 수 있다.
셋째, 가상 피팅 실험은 실제 착용 효과와 유사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안감 봉제와 패치워크 등의 절차는 생략하였으므로 실제 착용 효과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Ⅳ. Conclusion
본 연구는 중국 진한 시기의 여성 예복인 곡거심의를 대상으로, 스타일, 치수, 패턴, 문양, 원단을 분석하였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CLO 3D를 활용해 착의 형태를 시뮬레이션하였다. 곡거심의는 당시 여성 예복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 고대 의복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곡거심의의 스타일 분석을 통해 형태와 착용 방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였다. 평면 이미지 자료를 근거로 형태와 착용 방식을 분석하였고, 입체 이미지 자료를 통해 소매 모양을 넓은 소매, 늘어진 소매, 반소매 등으로 구분하였다. 밑단은 H형, A형, 플레어형으로 나누었다.
둘째, 발굴된 곡거심의의 치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장과 경추점 높이, 밑단폭과 허리폭, 암홀폭과 소매 부리폭, 허리폭과 소매부리 폭, 통소매 길이와 팔길이의 비율을 산출하였다. 신기수갈라기면포를 복원 모델로 하여 치수 분석을 하였으며, 발굴보고서 자료를 결합하여 도형 비례법을 이용하여 가로와 세로 치수를 합리적으로 추정하였다.
셋째, 출토된 유물 자료를 통해 곡거심의의 색상, 원단, 문양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복식의 심미적 요소는 도가사상과 초 문화의 영향을 받아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곡거심의가 단순한 의복을 넘어, 당시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곡거심의의 3D 복원 과정을 통해 치수와 형태, 패턴, 직조방법, 착의모습 등을 분석하고 출토된 실물 복식에서 얻을 수 없는 복식의 원래 모습을 재현하여 전통 복식이 디지털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
본 연구는 곡거심의의 패턴과 3D 복원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으나, 3D 복원 과정에서 원단의 실제 물리적 특성과 디지털 시뮬레이션 간의 차이로 인해 복원 결과가 실제와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고대 중국 여성 예복인 곡거심의의 복원과 분석을 통해 전통 복식을 디지털 재현하여 실물 복원의 한계를 넘어 정밀한 복식 연구와 보존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전통 복식의 기능성과 실용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며 고대 복식의 미적․기능적 측면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