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패션 스타일링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방은 개인적인 취향과 만족의 대상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패션 브랜드들 역시 기존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여러 소재와 기법들을 적용한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가방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패션 가방의 장식효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는 패브릭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위해 패브릭을 변조하는 방식에는 첨단 기술의 활용이 가능하지만, 기계 작업으로 예술적 조형성을 표현하기에는 한계점에 부딪히기 때문에 패션의 독창적 감각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수공예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여러 수공예 기법들 중 실 또는 끈을 연결, 삽입, 교차하여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는 기법들을 총칭하는 인터레이스(interlace)(Kwon, 1994)는 2차원적인 텍스타일 표면 형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기법으로 현대 가방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스켓트리(basketry), 플레이팅(plaiting), 브레이딩(braiding), 노팅(knotting) 등의 기법들을 모두 포함한 인터레이싱 기법은 엮는 구조에 따라 다양한 형태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가방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바스켓트리 기법 중 하나인 위빙 기법을 여러 패션아이템에 적용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으며, 다니엘라 그레지스(Daniela Gregis)와 안테프리마(Anteprima) 또한 다양한 감성을 선보이는 인터레이싱 기법의 가방들을 다수 발표하였다. 노팅의 한 종류인 마크라메(macrame)는 홈 인테리어를 위한 핸디크라프트 취미에서 이제는 패션 분야까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으며 손뜨개나 그물 니트, 비즈 장식 등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스타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공예적 패션 트렌드는 만드는 재미와 독특한 개성을 살리는 멋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기에 취미로 니팅(knitting)이나 노팅, 그리고 바스켓트리 기법을 이용하는 라탄 공예를 배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Shin, 2021).
인터레이싱 기법에 관한 선행 연구는 인터레이싱(interlacing)기법을 이용한 의상 디자인 연구(Kwon, 1994), 인터레이싱(interlacing)기법을 이용한 쥬얼리 적용 방법 연구(Jang, 2014)가 있으며, 이 외에도 바스켓(basket)의 형태미와 하프 놋팅(half-knotting)기법의 결합을 응용한 패션디자인 연구(Choi, 2015), 브레이딩 기법을 중심으로 고려청자의 당초 문양을 응용한 의상디자인 연구(Han, 2005) 등이 있다. 이들 연구들은 주로 개별적인 엮기, 꼬기, 땋기 등의 기법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인터레이싱 기법의 다양한 종류들을 포괄하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짜고 엮는 수공예 기법을 의미하는 인터레이싱 기법의 개념과 종류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이를 응용한 조형예술 분야의 표현 유형을 바탕으로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패션 가방의 유형과 조형미를 도출하여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현대 패션 트렌드와 조화되는 가방 디자인의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현대 패션 가방에 나타난 인터레이싱 기법의 체계적인 개념 정립 및 분류를 위해 먼저, 문헌 연구를 통해 인터레이싱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 고찰한 후 다양한 인터레이싱 기법의 기원과 종류 그리고 표현기법들에 대해 조사하였다. 다음으로 조형 예술 분야 중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건축, 미술, 산업 디자인 영역의 사례를 분석하여 인터레이싱 기법의 표현 유형을 도출하였다. 이를 토대로 인터레이싱 기법이 응용된 현대 패션 가방에서 나타난 표현 유형과 특징을 분석하고 미적 조형성을 고찰하였다. 연구 방법은 인터레이싱 기법을 연구한 국내․외 전문서적과 관련 연구 논문, 신뢰도 있는 인터넷 사이트 자료를 통해 이론적 배경을 고찰하였으며,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조형 예술 분야와 현대 패션 가방의 사진을 수집하여 실증적 사례 분석을 하였다. 연구범위는 많은 패션 브랜드의 봄/여름(Spring/Summer) 시즌 컬렉션에서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패션을 선보인 2010년 이후로 하였으며, 패션 런웨이 컬렉션, 브랜드 쇼핑몰 사이트에 소개된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한 가방을 포함하였다. 연구대상은 ‘interlacing’, ‘interlaced fashion’, ‘interlaced bag’, ‘interlaced’, ‘basketry’, ‘plaiting’, ‘braiding’, ‘knotting’ 및 인터레이싱 관련 키워드로 검색한 후 연구범주에 부합하는 총 193점을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Ⅱ. Theoretical Background
1. The concept and history of interlacing
인터레이싱은 사전적으로 짜거나 엮는 행위 또는 여러 다양한 교차 방법으로 만든 끈이나 띠, 장식, 그리고 다양하게 짜 넣은 패턴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교차 문양을 의미한다(“Interacing”, 1997).
인터레이싱 기법은 오랜 세월동안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행해지던 보편적인 기법으로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식물의 줄기나 껍질 또는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땋거나 꼬아 만든 끈을 엮고 맺으면서 사냥이나 낚시 등에 쓰이는 용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Fig. 1>의 빌렌도르프(Wilendorf) 비너스 머리장식은 하나 또는 두 개의 유연한 식물 섬유를 가지고 ‘바구니 세공의 한 방법처럼 중앙에서 매듭으로 시작하여 방사선이나 나선형으로 돌려서 손으로 엮어 만든’ 모자에 가깝다. 이러한 머리쓰개들은 구부리거나, 펼치거나, 꼬는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머리에 꼭 맞는 그물이나 그물 댕기 등으로 보인다.
폴리네시아인(polynesia)들과 태평양 섬 원주민들은 정교한 인터레이싱 기법을 발전시켜 왔는데, <Fig.2>의 뉴기니 여성의 가방은 무거운 농작물이나 장작을 담거나 돼지 같은 가축을 기를 때 사용하는 그물 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식물 섬유를 꼬아 만들었다(Anawalt, 2009).
한국에서도 주거용품이나 농기구를 넣는 망태 등 생활도구 제작 시 짚을 엮거나 짜는 기법을 이용했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발굴품들을 통하여 고대 모든 문화권에서 원시인들에 의해 인터레이싱 기법이 행하여졌음을 입증할 수 있다(Glashausser & Westfall, 1976).
바구니나 머리쓰개, 의복에서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한 실제 제작물 외에도 인터레이싱은 짜진 끈, 짜기, 엮은 끈, 띠와 다양하게 짜 넣은 패턴에 의하여 만들어진 교차 문양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문양적인 요소 측면에서의 역사 또한 살펴볼 의의가 있다.
비잔틴(Byzantine)은 4~15세기 사이 유럽에 군림한 예술 문화로 <Fig. 3>에서 보이듯이 수직선과 수평선을 활용한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어내 비잔틴 인터레이싱이라는 양식을 발전시켰다(“Interacing”, 1997). 반면, 프랑스 남부 지방에 살던 유목 민족인 켈트(Celt)족은 비교적 곡선적이며 자유로이 짜진 끈이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켈틱(Celtic) 인터레이싱이라고 불리는 기법을 발달시켜 왔는데, 인간이나 기타 자연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추상화, 문양화하여 초자연적인 힘을 기호적 수단을 통해 현실화하여 나타내는 것을 조형의 목적으로 삼았다(“Celtic art”, 1998). <Fig. 4>의 고대 켈트족의 십자가에는 굵은 끈이 교차된 형태가 돌에 새겨져 있는데, 이러한 부조적 표현 기법은 착시 효과를 만들어냈다. 켈틱 매듭이라 불리는 이 표현 기법은 종교적 영원성을 의미한 것으로 돌이나 켈스서 등에 새겨져 왔으며(Song, 2007), 현재까지도 타투나 패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레이싱 기법은 일반적인 조직기법 중의 하나로 직기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되었으며, 이 방법에 의해 여러 형태가 탄생하였다(Ryoo, 2000). 실생활에 필요한 수단으로 쓰였던 매듭은 보다 멋지고 더욱 보기 좋게 꾸미려는 미의식으로 마크라메, 태피스트리, 레이스 등으로 분화 발전되었다(Jang, 2014).
2. Types of interlacing techniques
1) Basketry
바스켓 위빙(basket weaving)이나 바구니 짜기(basket making)기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총칭하여 바스켓트리라고 한다. 이것은 1차원의 끈이나 대를 이용해 3차원의 입체 형태를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인터레이싱 기법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엮기 기법으로 만든 바구니는 인간이 최초로 사용한 도구로서 초기 바구니를 엮는 행위는 원시인의 두뇌 발전을 빠르게 만들었으며 석기시대에는 풀로 엮은 간단한 구조의 바구니가 사용되었고, 후기 구석기시대에는 돌칼로 갈대와 질긴 풀을 베어 주거지의 매트와 바구니를 만들었다 (Ryoo, 2000).
가장 대표적인 바스켓트리 기법은 위커워크(wickerwork)이며 그 밖에 트위닝(twining)과 코일링(coiling)이 있다. 위커워크란 지지대 역할인 날대, 즉 워프 스테이크(warp stakes, 날실)를 기준으로 웨프트(weft, 씨실)가 위아래로 교차하면서 형성되는 구조로서 위빙과 혼용되고 있으며, 위빙은 날실을 사용하고 위커워크는 날대를 사용한다는 소재 차이가 있다. 보통 목재, 대나무, 밀, 풀, 잔가지, 고리버들, 버드나무가지 등 대개 빳빳한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오늘날에는 플라스틱, 얇은 철사, 종이, 펠트 등의 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Choi, 2015).
2) Plaiting
플레이팅은 ‘엮기’라는 뜻으로 체인(chain)처럼 요소들을 꼬아서 연결시키는 기법이다. 이러한 플레이팅은 규칙적으로 교차된 엮은 끈에서 특징이 나타난다(Plait, 1997).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아래․위 변경(교대)의 리듬으로 고정된 각도에서 서로 엮어지고 교차지점들은 재료의 탄성에 의해 안정되는 것이 특징이다(Jang, 2014). 플레이팅은 쪼개기(splitting), 감기(wrapping) 등의 기법으로 응용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스프랭(sprang)과 보빈 레이스(bobbin lace)가 있다.
스웨덴어 스프랭그닝(sprangning)으로부터 유래된 스프랭은 신축성을 가진 직물을 만드는 기법으로, 직기 엮기(loom plaiting), 그물 짜기(meshwork)로 알려져 있다. 경사 없이 위사를 프레임에 거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실을 서로 꼬거나 교차시켜 그물 구조의 패턴을 형성해간다(Lim & Kwen, 2004). 보빈 레이스는 16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직조 방법 중 하나인 노티드 레이스(punto a groppo, 푼토 아 그로포)로 알려진 매듭 레이스 기법에서 유래하였다.
3) Braiding
브레이딩은 앵글로 색슨어로 ‘이리저리 앞뒤로 움직이다’란 ‘bregdan’에서 나온 것으로 ‘땋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Han, 2005). 한 세트 또는 그 이상의 요소를 함께 엮는 브레이딩은 세트의 끈들을 외부에서 내부로, 혹은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사선을 이루며 교차시킨다. 한 세트는 최소 세 가닥으로 이루어지지만, 3개 이상의 가닥으로도 엮는 것이 가능하다. 브레이딩은 평면 땋기(flat braids) 또는 입체 땋기 (dimensional braids)를 통해 끈을 둥근 형태로 땋을 수도 있고 그 외에 평면, 주머니 모양 등 다양한 종류로 응용이 가능하다. 브레이딩은 직조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청동기 시대에 생활 도구를 만들던 방식으로서 평면의 단순한 매트나 바구니를 엮을 때 외에도 다차원적인 현대 섬유예술 작품을 구성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4) Knotting
손으로 매듭(knot)을 이어가며 조직을 만들어 가는 노팅은 끈목을 사용하여 매고 쥐며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수법의 일종으로 한 줄 내지 두 줄 이상의 끈을 이용하여 엮거나 짜서 만들어진 형태를 말한다 (Jang, 2014).
수공예 니팅의 기원이 되는 노팅에는 대표적으로 네트(nets)와 마크라메(macrame)가 있다. 먼저, 네트는 ‘그물 짜기’라는 뜻으로 네팅(netting)이라고도 하 는데, 한 줄의 선이 서로 교대로 엇갈려 얽히거나 묶여 짜여지는 망 형태를 말하며(Yun, 2008), 교차점에는 그물을 형성하기 위한 고리 또는 매듭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어망이나 주머니류 외에도 여성복이나 핸드백, 커튼감으로 많이 쓰인다. 마크라메는 수놓은 베일을 뜻하는 아랍어 미그라마(migramah)와 터키어의 냅킨 또는 수건이라는 말인 마크라마(makrama)에서 유래된 것으로 두꺼운 실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매듭지어 만든 레이스 또는 프린지이다(“Braiding”, n.d.). 마크라메는 초기 장식용 술 매듭의 의미에서 현대에는 매듭의 의미로 정착되었으며, 이후 의복이나 장식품 제작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Table 1>은 인터레이싱 기법의 종류를 정리한 것 이다.
3. Interlacing techniques in the field of plastic arts
인터레이싱 기법은 특유의 조형성과 응용 가능성으로 인해 건축, 미술, 산업 디자인 등 여러 조형예술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현대 디자이너들도 기존의 섬유 제조기법을 응용하여 여러 장점을 결합시킨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1) Architecture
패션과 건축은 인간의 신체를 중심으로 합목적성과 심미성을 고려하여 3차원적인 조형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Lee & Song, 2018). 아키텍스타일(archtextiles)은 건축과 관계맺는 텍스타일을 아우르는 신조어로서 건축적으로 구현된 텍스타일의 특성과 구조, 텍스타일 자체를 의미한다.
터키에서 섬유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복합 용도로 지어진 <Fig. 5>의 건축물 ‘Argul Weave’는 인터레이싱 기법의 하나인 바스켓트리 기법을 연상케 한다. 넓고 납작한 선을 규칙적으로 교차시켜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창문으로 활용한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다. 특히 선과 선이 만나 교차하는 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입체적으로 건축함으로써 단단한 콘크리트를 유연한 원단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도록 표현하였다.
다음으로 브랜드 롱거버거(Longaberger)는 <Fig. 6>에서와 같이 자사에서 생산하는 바구니를 건축물로 표현하여 이목을 끌었는데, 바스켓트리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바구니 형태의 건물외관은 재미있는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낼 뿐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견고하게 하였다. 실제 건축의 재료는 단단한 목재, 시멘트 등으로 이를 교차하거나 엮어내는 방식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대한 끈과 끈이 만나 교차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일종의 착시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듯 인터레이싱 기법은 패션과 건축을 넘나들며 더욱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가 된다.
2) Artwork
직물의 제작 기법이자 다양한 표현을 위한 인터레이싱 기법은 미술 작품에서도 예술적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간 예술로도 분류되는 <Fig. 7>의 네트 하셀트(Net Hasselt)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 여러 층의 유연한 그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레이싱 기법 중 하나인 네팅 기법을 활용한 각 그물의 편평 한 층은 각기 다른 지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옵아트적인 구성을 연출하며 해먹 커뮤니티를 만들어냈는데, 관람객이 직접 올라타 눕거나 활동을 하였을 때 네트 기법의 특징인 투과성으로 인해 다른 지점에 위치한 타인과 함께 소통할 수 있으며 부드러운 소재로 된 인터레이싱으로 안락함 역시 느낄 수 있다. Anna Wagner-Ott의 「Siblings #5」라는 작품 <Fig. 8>은 실제 실과 끈을 일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고 무작위로 교차하고 엮거나 꼼으로써 평면의 원단을 입체적이고 전위적인 형태로 구성하였으며, 여기에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채색하여 색의 혼합과 번짐, 그리고 다채로운 톤 변화에 따른 끈들의 입체적인 공간감을 연출하였다.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미술 작품은 원단이나 소재를 짜고 매듭짓거나 교차시키는 방법을 통해 입체적인 질감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다공성을 이용하여 투시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정교한 디테일을 통해 마치 실제로 원단이 교차하는 것처럼 그려낸 시각적으로 착각을 유도하는 표현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3) Industrial design
근본적으로 인터레이싱은 인간이 더욱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생겨난 기법으로서 여러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널리 응용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여러 종류의 인터레이싱 기법을 혼용하거나 다양한 소재에 응용하는 방식을 통해 기능과 심미적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디자인의 산업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Rhee & Kwon, 2012).
<Fig. 9>의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의 매듭 의자(Knotted chair)는 마크라메의 칠보기법을 적용하여 만든 것으로 평매듭을 여러 가닥의 실을 합한 굵은 끈목으로 엮어냈다. 나무 혹은 메탈을 재료로 하여 제작되는 가구들이 딱딱하고 직선적인 형태를 띠는데 비해 인터레이싱 기법을 적용하여 제작된 가구들은 수공예적인 표현을 통해 부드럽고 안락한 아트 퍼니처 (art furniture) 형태를 구현한다. <Fig. 10>의 「Lawless Sofa」는 규칙 없는 소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철제 틀로 형태를 만든 다음 패딩한 원단들을 질서 없이 엮고 교차하여 소파의 부드러운 질감 표현과 함께 전위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었다. 이렇듯 산업 디자인 제품에 있어서도 인터레이싱 기법은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창조적인 디자인이 나타나고 있는데, 네팅 기법을 이용한 다공적 투시 표현과 여러 방향으로 교차 시켜 부조적인 입체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상 건축, 미술,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보이는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건축 분야에서는 주로 착시적 형태로 표현하고자 하는 오브제를 건물 외관에 나타냈으며, 공간 여백을 둔 부분은 창문으로 설계하기도 하였다. 미술이나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는 재료의 물성을 살려 표면의 질감을 부조적으로 표현하거나 다공적 투시구조 형태로 제작하여 구체적인 오브제를 표현한 작품들로 나타났다.
Ⅲ. Expression Types and Aesthetic Formativeness of Interlacing Techniques Applied to Contemporary Fashion Bags
1. Expression types of interlacing techniques applied to contemporary fashion bags
인터레이싱 기법이 응용된 현대 패션 가방은 조형 예술 분야에서 도출한 유형 분류를 근거로 착시적 시각 유형, 부조적 표면 유형, 다공적 투시 유형과 오브제 차용 유형으로 분류하여 표현기법과 특징을 살펴 보았다. 연구대상이 된 총 193점의 가방을 분석한 결과 부조적 표면 유형이 53.9%(104점)로 과반 정도를 차지하였으며, 다음으로 다공적 투시 유형 31.1%(60점), 착시적 시각 유형 8.3%(16점) 그리고 오브제 차용 유형 6.7%(13점) 순으로 나타났다.
1) Optical illusion visual type
착시(optical illusion)란 시각에 관해서 생기는 착각으로서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착시효과를 응용한 트롱프뢰유 (trompe l’oeil) 기법은 초현실주의 패션의 대표적인 표현기법 중 하나로 정교한 눈속임 작업을 통해 시각적 환영과 충격을 준다(Cho, 2009).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가방 디자인에서 보여지는 착시적 시각 유형은 실제로 인터레이싱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소재의 질감 표현을 위해 그림을 그리거나 사실적 이미지를 프린팅하여 마치 인터레이싱 기법으로 제작된 것처럼 눈속임을 콘셉트로 한 것이다.
가벼운 소재 사용으로 실용성을 증대시킨 진저백 (Gingerbag)은 끈이나 실을 엮거나 꼰 인터레이싱 기법이 적용된 표면을 프린팅하거나 그림으로 그려낸 것으로, <Fig. 11>은 블루와 그린의 가죽끈이 서로 교차한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사용한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원단에 3D 입체 포토 프린팅을 하여 구현한 백이다. <Fig. 12>는 위빙백의 대표주자인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인데, 위빙 기법을 응용한 이미지를 직물 위에 프린팅함으로써 입체감이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편평한 디자인으로 부드러운 소재감을 함께 나타낸다. <Fig. 13>의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가방은 마치 바스켓트리 기법을 활용한 바구니에 장미 꽃을 넣어둔 모양을 연상시키게끔 디자인된 것으로, 레진으로 전체 외관 형태를 만든 다음 입체적인 질감 표현과 채색을 통해 마치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한 듯한 착시 효과를 낸다.
2) Relief surface type
부조(relief)는 평평한 면에 형상을 입체적으로 조각하여 반(半)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섬유제품 역시 인터레이싱 기법을 이용해 섬유 표면을 돌출시키거나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직물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릴리프, 즉 부조적인 조형 효과를 나타낸다(Chung, 2013). 이는 현대 예술의 조각적이고 회화적인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직물 표면의 질감 변화뿐만 아니라 두께 변화의 유도는 직물을 2차원적인 영역에서 벗어나게 하여 2차원과 3차원이 결합된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낸다. 특히 인터레이싱은 1차원적인 소재로 기존의 실이나 천뿐 아니라 비닐이나 가죽 등 다양한 재료를 선택하여 디자이너의 의도를 충족시키는 깊이와 공간감을 표현해낸다. 이러한 표현 기법에는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하여 섬유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기존의 편평한 직물에 장식적인 요소를 더해 엮어 내는 방식, 그리고 바스켓트리 기법을 이용하여 빳빳 하고 단단한 소재가 교차하여 표면의 돌출과 후퇴를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시비디니(Cividini)의 <Fig. 14>의 가방은 니트 원단을 규칙적으로 교차시켜 리듬감과 동시에 소재 특유의 두께감과 질감을 디자인으로 표현해낸 것으로 바스켓 트리 기법을 활용하였다. 다니엘라 그레지스(Daniela Gregis)의 가방 <Fig. 15>는 빳빳한 라탄과 부드러운 털실 등 다양한 소재를 플레이팅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얽고 엮어 재료 자체의 특성과 함께 표면에 저부조 효과를 내었는데 거의 평면에 가까우면서도 불규칙적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은 내추럴한 감성을 표현한다. <Fig. 16>의 프라다(Prada)의 가방은 다양한 색상과 톤을 지닌 굵은 가죽끈을 브레이딩 기법으로 땋아 내어 구성한 형태로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 표면의 돌출과 후퇴를 형성하며 부조적 질감을 만들어낸다.
3) Porous perspective type
일종의 선과 선이 만나 만들어지는 인터레이싱은 벌어진 틈이 없도록 조밀한 간격으로 제작할 수도 있지만, 선과 선을 성기게 교차하거나 매듭을 지었을 때는 여러 개의 구멍을 연출할 수 있다. 이러한 다공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선과 선, 면과 면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부의 신체 또는 본체에 대한 투시 효과를 창출한다. 다공성이 뛰어난 의상은 루프와 루프가 형성되는 등 구조가 치밀하지 않기 때문에 인체의 움직임을 자유스럽게 하며(Lee, 2011), 이러한 특징은 패션 가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공성으로 인해 내부가 비치는 가방은 치밀하지 않은 구조로 유동성이 있어 가방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한다. <Fig. 17>의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컬렉션에 등장한 가방은 다수의 끈을 노팅하여 네트망 형태로 만든 것으로서 안에 넣은 가죽 가방 형태와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어 겉을 둘러싼 그물 외형과 다른 이질감을 표현하여 색다른 조형미를 창출한다. 겐조(Kenzo)의 2014년 컬렉션인 <Fig. 18>에서는 두꺼운 원통형의 끈이 불규칙적으로 짜여진 탓에 네트의 구멍 크기가 균일하지 않고 자유로우면서 수공예적인 멋이 나타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2017년 컬렉션인 <Fig. 19>에서는 기존의 가죽 가방에 프린지를 달아 장식하였는데, 이 때 네팅 기법을 이용하여 더욱 세련되게 연출하였다. 이러한 다공성은 구멍을 통해 가방의 반대편을 투시시켜 은근한 상상력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4) Object borrowing type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현대 패션 가방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다른 용도와 기능을 가진 오브제가 디자인의 일부로 차용되어 신선한 재미와 흥미를 주기도 한다. 이것은 초현실주의 예술사조 표현 특성에서 나타나는 데페이즈망(depaysment) 기법과 유사한데, 어떤 대상을 원래 위치해 있던 곳에서 떼 어내 전혀 엉뚱한 곳에 두는 것을 가리킨다. (Kwon, 2009). 그러한 예로 돌체 앤 가바나는 <Fig. 20>에서와 같이 오브제인 하트를 바스켓트리 기법 중 위커워크 기법을 이용하여 입체적인 가방형태로 만들었다. <Fig. 21>의 샬롯 올림피아(Charlotte Olympia) 2017년 컬렉션 역시 바스켓트리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반으로 자른 수박에서 차용한 가방디자인을 선보였다. 브레이딩과 위커워크 기법을 함께 사용하였으며 수박의 색인 핑크, 그린, 화이트 그리고 수박씨까지 블랙으로 칠하여 유머러스한 표현을 완성했다. 인터레이싱 기법은 현대의 다양한 섬유 작품들이 2차원적 평면에서 탈피하여 3차원적인 오브제 형태로 표현하는 데 적절하고 유용하다. 사용되는 재료만 적절히 선택한다면 기법 자체가 일정한 형태를 지닌 구조물로 표현해내는데 있어 매우 쉽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Ryoo, 2000).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의 <Fig. 22> 가방은 네트 기법과 바스켓트리 기법을 적절히 섞어 제작한 것으로 가면 형태의 플랩 부분이 유머러스하고 키치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2. Aesthetic formativeness of interlacing techniques applied to contemporary fashion bags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현대 패션 가방에 나타난 미적 조형성은 규칙과 질서에 의한 기하학적 조형미, 수공예적인 토속성을 반영한 자연친화적 조형미, 그리고 무질서한 해체와 이질적 조합에 의한 전위적인 조형미로 분류할 수 있다. 분석대상이된 총 193점 의 가방 사례를 살펴본 결과 수공예적인 토속성을 반영한 자연친화적 조형미가 46.1%(89점)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규칙과 질서에 의한 기하학적 조형미 38.9%(75점), 그리고 무질서한 해체와 이질적 조합에 의한 전위적인 조형미 15%(29점) 순으로 나타났다.
1) Geometric formative beauty based on rules and order
기하학적 형태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조형 요소는 바로 점․선․면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조합한 인터레이싱 기법은 현대 패션 가방에 일정한 규칙을 따라 반복되는 질서성을 부여하며 기하학적 조형미를 나타 낸다. <Fig. 23>은 프라다의 2020년 봄 컬렉션으로 가방끈 부분에는 브레이딩 기법을 사용하였고 본체는 가죽을 절개하여 서로 교차시켜 손잡이와 조화되도록 표현하였다. 여기서 본체의 절개선은 인터레이스를 통해 서로 겹쳐지면서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는 반복되는 과정에서 기하학적인 규칙과 질서를 나타낸다. 필립 림(Phillip Lim)의 2020년 컬렉션인 <Fig. 24>는 서로 다른 색상의 가죽을 불규칙적인 크기로 절개하여 인터레이스 하였는데 폭과 길이가 일정하지 않음에도 수직선과 수평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반복교차하여 나타내는 패턴에서 변화있는 질서와 규칙에 의한 기하학적 조형미를 볼 수 있다. 브레이딩 기법으로 가방의 본체와 끈을 모두 만든 어웨이크 모드(A.W.A.K.E. Mode)의 <Fig. 25>는 크고 두꺼운 패딩끈을 여러 갈래로 만든 다음 브레이드하여 원통형을 형성했다. 특히 누빔끈의 밝은 색은 땋기 기법에서 나타나는 교차 지점의 명암대비를 강화함으로써 부조적 질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일정한 규칙성은 통일감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2) Nature-friendly formative beauty reflecting handicraft locality
자연의 재료를 활용하여 인터레이싱 기법으로 만든 패션 가방은 수공예적인 토속성을 반영한 자연친화적 조형미를 나타낸다. 토속성이란 그 지방의 특유한 풍속을 담고 있는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 인터레이싱 기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여러 문화권에서 자연의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며 발전해 왔으며, 현대 패션 가방에도 이를 응용한 조형적인 가방들을 볼 수 있다. 수공예 와이어 가방으로 이목을 끌었던 브랜드인 안테프리마(Anteprima)의 2010년 봄 컬렉션 <Fig. 26>은 식물성 소재의 끈을 이용하여 가방 외곽의 스칼럽 형태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일정한 패턴으로 나열한 둥근 원의 교차지점을 마크라메 기법으로 매듭지었다. 다소 빈티지한 감성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이 가방은 수공예적인 토속성을 반영한 조형미를 나타낸다. <Fig. 27>의 다니엘라 그레지스의 가방은 위커워크 기법을 사용해 전통적인 바스켓트리 형태로 디자인한 것으로 손잡이 부분에 다양한 색상의 실을 수공예 느낌이 나도록 불규칙적으로 엮음으로써 토속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었다. <Fig. 28>의 돌체 앤 가바나의 2015년 봄 컬렉션은 바스켓트리 기법과 플레이팅 기법을 함께 사용하여 가방 본체를 만든 다음 장식적인 요소로 이국적인 전통 문양과 색상이 들어간 원단과 트리밍을 추가하여 에스닉한 무드의 전통적인 디자인 감성을 연출하였다. 이렇듯 수공예적 기법을 활용하거나 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한 인터레이싱 기법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던 역사 속의 토속적인 가방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최근에는 심미성에 치중한 새로운 버내큘러적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수단으로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나타나고 있다.
3) Omnidirectional formative beauty by disordered deconstruction and heterogeneous combination
서로 다른 선을 엮고 짜고 교차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인터레이싱 기법은 이질적인 소재를 조합하거나 기존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혼용 이나 변형을 통해 해체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미적 기호의 수용을 거부하면서 파괴적이며 왜곡되고 과장된 표현을 강조하는(Kim & Kim, 2017) 이러한 해체와 재조합은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한 패션 가방에서 형태를 왜곡하거나 이질적 소재를 결합, 전위하는 방식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다니엘라 그레지스의 2016년 봄 컬렉션 <Fig. 29>는 색상과 디자인이 다른 재료를 노팅 기법을 사용해 불규칙이고 무질서하게 엮음으로써 해체에 의한 전위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서울에서 진행되었던 샤넬(Chanel)의 2016년 리조트 컬렉션의 가방 <Fig. 30>은 컬렉션의 주제인 한국과 동백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통조각보자기에서 보여지는 다채로운 색감의 끈들을 인터레이스하여 조화시켰다. 이 때 폴딩된 원단의 끝을 마무리하지 않고 외부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방식은 정돈되지 않은 무질서적인 표현으로 해체주의적 성격을 나타낸다. 다니엘라 그레지스는 <Fig. 31>에서 플레이팅 기법 외에도 니팅 기법 등 여러 방식을 불규칙적으로 혼용함으로써 전위적이고 유니크한 감성의 가방 구조를 표현하였다. 가방 표면에 사용된 이질적 소재를 불규칙적으로 매듭짓거나 플레이팅하고, 다공성으로 인한 투시성으로 가방 안쪽의 이너백과 대비효과를 연출하였다. 이렇듯 기존의 인터레이싱 기법의 규칙을 해체하고 여러 이질적인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무질서하게 조합하여 표현한 가방은 전위적인 조형미를 나타낸다.
<Fig. 32>는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다양한 현대 패션가방의 표현유형과 미적 조형성을 정리한 것 이다.
Ⅳ. Conclusion
독창적인 개성 표현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의 하나로 직조 기법과 구분되는 수공예 기법인 인터레이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시시대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어온 생활도구를 제작하는데 널리 활용되어 왔으며 오늘날 새로운 트렌드를 보이며 발전하고 있다. 인터레이싱 기법은 크게 바스켓트리, 플레이팅, 브레이딩, 그리고 노팅 기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서로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무한한 응용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인터레이싱 기법이 응용된 패션 가방의 표현 유형과 미적 조형성을 이해하기 위해 조형 예술 분야 중 인터레이싱 기법이 응용된 건축, 미술, 산업 디자인의 사례를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인터레이싱 기법이 응용된 조형 예술 분야의 표현 유형은 착시적 시각 유형, 부조적 표면 유형, 다공적 투시 유형과 오브제 차용 유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형들은 패션 가방에서도 나타났는데, 착시적 시각 유형은 인터레이싱 기법을 직접 활용한 것이 아닌 현실감 있는 그림으로 프린팅을 하거나 마치 인터레이스된 것처럼 입체적으로 묘사하여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는 표현 유형이다. 부조적 표면 유형은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한 가방들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형으로 기법 자체로 인해 텍스타일 표면의 입체적인 질감과 공간감을 표현하는 유형이다. 다공적 투시 유형은 공간 여백을 두고 인터레이스함으로써 다공성을 통해 은근하게 드러나는 본체 혹은 반대편의 시야로 투시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유형이며, 오브제 차용 유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대상으로부터 형태나 이미지들을 가져와 표현하는 유형으로 인터레이싱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조형적인 가방디자인을 구성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레이싱 기법을 응용한 패션 가방에서 나타난 미적 조형성은 규칙과 질서에 의한 기하학적 조형미, 수공예적인 토속성을 반영한 자연친화적 조형미 그리고 무질서한 해체와 이질적 조합에 의한 전위적인 조형미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인터레이싱 기법 자체의 정형적 규칙을 질서 있게 반복시키는 과정에서 보이는 균일하고 일정한 조형성은 직선과 곡선, 또는 면이 형성하는 규칙과 질서에 의한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나타낸다. 둘째, 과거 역사 속의 버내큘 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한 인터레이싱 기법의 가방은 천연의 자연소재와 전통 기법을 응용하여 조합시킴으로써 수공예적 토속성을 반영한 자연친화적 조형미를 나타내며, 현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레이싱 기법의 일관적인 규칙성을 따르지 않고 여러 소재와 다양한 기법을 재조합한 전혀 새로운 아방가르드한 형태의 가방은 무질서한 해체와 이질적 조합에 의한 전위적인 조형미를 나타낸다. 특히 버려지거나 폐기되는 원단을 재사용하는 데 인터레이싱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업사이클링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인터레이싱 기법은 오랜 역사 속에서 사용되어온 기법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발전 양상을 보여왔고, 그 응용 방식에 제한이 없으며, 업사이클링, 버내큘러적 디자인 외에도 새로운 방향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 인터레이싱 기법을 활용한 패션디자인과 가방의 차이점은 기법의 다양한 응용성보다 소재에 있는데, 패션디자인의 경우에는 인체의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부드러운 소재가 주로 많이 사용되며, 가방은 구조적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소재나 틀을 사용하는 등 더 광범위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조형성을 보이는 디자인들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는 창의적이고 독특한 조합과 변형을 보이는 인터레이싱 기법의 활용을 통해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현대 패션 트렌드와 조화되는 가방 디자인의 개발 및 응용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리라 본다. 다만, 본 논문은 현대 패션 가방에서 나타난 사례만을 연구 하였기에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 신발, 장신구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한다면 아이템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터레이싱 기법의 표현 양상의 발달과 차별화된 테크닉 수집에 도움될 것이며, 이를 통해 창조적인 패션 영감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기여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