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15~16세기는 러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와 발전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의 전신인 모스크바 대공국은 주변 지역을 통합하여 영토를 확장하였고, 1480년 몽골-타타르(Tatar)족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달성했다. 종교적으로는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이 멸망하자 제 3의 로마를 자처하며 동방정교회의 후계자로서 러시아 정교회의 기틀을 마련하였다(Suk, 2005). 이 시기에 러시아 정교회의 발전과 함께 러시아 이콘 (icon)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콘은 예수 그리스도를 비롯한 성서의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한 성화를 의미하며(Sun, 1992) 러시아에서 이콘은 종교적 권위를 지닌 대상이자 러시아의 신학적, 세계관적 담론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Billington, 2010;Kim, 2004;Kwon, 2015). 러시아 이콘의 역사는 998년, 키예프 공국(Kievan Rus)의 블라디미르 1세(Vladimir I)가 비잔티움 제국의 동방정교회를 러시아의 국교로 도입하며 시작되었다(Yang, 2021). 11세기까지 비잔티움 이콘의 전통을 엄격하게 따르던 러시아 이콘은 12~13세기에 이르러 노브고로드(Novgorod), 블라디미르-수즈달(Vladimir-Suzdal), 야로슬라블(Yaroslavl), 프스코프(Pskov) 지역 등을 중심으로 민족적 특색이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15~16세기 모스크바 화파를 중심으로 황금시대를 맞게 된다(Lee, 1995;Lee, 2002). 17세기 이후 러시아 이콘은 서구의 사실적인 재현 방식이 유입됨에 따라 러시아만의 전통적인 색조가 퇴색되고 호화로운 장식품의 목적으로 소비되었다(Kwon, 2015;Lee, 2002).
‘그리스도의 변모(Transfiguration)’는 세 제자를 데리고 산에 올라간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과 옷이 초자연적인 빛으로 변형된 사건을 일컫는다(마태복음 17장 1-9절, 마가복음 9장 2-9절, 누가복음 9장 28-36 절). 이 사건은 성서를 통틀어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서방교회에서는 변모, 동방교회에서는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러시아에서는 프레오브라제니에(Preobrazhenie)로 부르며 한자문화권에서는 현성용(顯聖容)으로 번역한다(Lee, 2008). 동방정교회는 6세기경부터 ‘그리스도의 변모’를 교회의 12대 축일 중 하나로 지켜왔으며 러시아 정교회로 넘어오면서 8월 19일을 정하여 여름에서 가을로의 넘어가는 자연의 변화를 사과의 수확 시기와 관련지어 ‘구세주의 사과 축제(Apple Feast of the Saviour)’라는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러시아 정교회의 역사 속에 가장 중요한 축일 중 하나로 기념되고 있는 ‘그리스도의 변모’는 수세기 동안 가장 즐겨 표현된 이콘의 주제이기도 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비잔티움의 영향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독자적인 이콘 형식이 확립되었다고 평가되는 15~16세기의 러시아 이콘 중 ‘그리스도의 변모’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의 표현을 ‘변모’ 이콘의 원형이라고 평가받는 비잔티움 이콘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러시아성(Russianness)을 규명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러시아성은 러시아의 정체성을 의미하며, 사회-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된 타민족과 구별되는 러시아만의 독특한 존재양식이다(Kwon, 2001). 한 민족의 정체성이 그 민족의 정신적 표현이자 세계관 및 가치체계의 표현이라고 볼 때 러시아인의 사상적 근간을 이루는 러시아 정교회와 그 신앙을 이미지로 표현한 러시아 이콘은(Suk, 2005) 러시아성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연구 주제이다. 본 연구는 먼저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성의 구체적인 특성을 규명하고 러시아 이콘을 비잔티움 이콘과 비교함으로써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러시아적인 특성이 러시아 이콘, 구체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신체와 의복의 표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그 동안 러시아 이콘에 관한 연구(Gatrall & Greenfield, 2010;Jang, 2010;Lee, 2008;Vzdornov, Lazarev, & McDarby, 1997)와 러시아성을 규명하려는 시도(Byun, 2019;Kim, 2011;Kim, 2019;Kim, 2020;Kwon, 2001)는 여러 연구자에 의해 수행되었으나 주로 정치적, 문학적 주제에 치우쳐 있으며 복식에 중점을 둔 국내 연구로는 Han (1996), Kim(2018), Kim(2020), Lee(2018), Liu and Kwon(2020), Liu and Kwon(2021) 등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의 대상이 주로 러시아 전통 복식에 나타난 러시아성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러시아 이콘, 즉 이미지로 표현된 초월적 존재의 신체와 복식에 나타난 러시아성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는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는 러시아 이콘의 복식 연구에 관한 기초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러시아 정교회 신학과 러시아 회화 및 복식학을 아우르는 통섭적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보다 구체적으로 의류학 및 복식사 분야에서 회화 등 평면 이미지에 나타난 복식을 Cosbey, Damhorst, and Farrell-Beck (2002)의 조형성 분석의 틀을 통해 타 문화 및 국가의 복식 이미지와 비교 분석하여 각 집단의 특정 복식에 나타난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규명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 방법은 러시아 정교와 러시아 이콘, 그리스도 신학 및 그리스도의 복식 관련 서적과 학술논문 등의 문헌을 통한 질적연구와 ‘그리스도의 변모’ 이콘의 사례 분석을 통한 실증적 연구와 병행한다. 연구 범위 및 대상은 ‘그리스도의 변모’를 주제로 제작된 15~16세기의 러시아 이콘 및 843년 성화상 논쟁 이후, ‘변모’ 이콘의 원형이 확립되었다고 보는 9세기 이후 제작된 비잔티움 이콘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 분석에 한정한다.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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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문제 1. 선행연구를 통해 러시아성의 특징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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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문제 2. 비잔티움의 ‘변모’ 이콘와 비교하여 15~16세기 러시아의 ‘변모’ 이콘의 그리스도 신체와 복식 표현에 나타난 조형성을 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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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문제 3. 러시아 ‘변모’ 이콘의 그리스도 신체와 복식에 나타난 러시아성을 도출한다.
II. Literature Review
1. Russianness
러시아성은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타 국가 및 문화권과 구별되는 러시아만의 독특한 정체성으로, 본 연구에서는 Billington(2010)에 따라 ‘민족이나 국가의 독특한 성취물이자 신앙과 전통의 복합체’로서의 의미를 지닌 문화의 맥락으로 바라본 러시아의 독특한 특성으로 정의한다.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를 역임하고 러시아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다수의 저서를 펴낸 제임스 빌링턴(James Billington)의 <The icon and axe: An interpretative history of Russian culture>는 러시아 문화의 역동기라 불리는 최근 600년간의 러시아 문화와 예술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다루고 있다. 1966년 처음 출간된 이래 1,218편의 연구가 이 저서를 인용하는(Google Scholar, n.d.) 등 러시아 관련 연구의 고전으로써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을 민족성, 자연환경, 역사, 종교, 정치, 주변국과의 관계 등 다양한 맥락에서 바라봄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이 장에서는 Billington(2010)의 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 정교회와 이콘 관련 선행연구를 통해 러시아성을 관통하는 대표적 특징을 고찰하고자 한다.
1) Creative embracement of foreign cultures
러시아성을 문화사 중심으로 살펴본 Billington(2010)은 러시아의 문화를 ‘이콘과 도끼’로 설명한 바 있다. 이것은 러시아의 독특한 정체성이 인접해 있는 서유럽이나 아시아와 구별되는 광활한 대지의 자연환경과 러시아 정교회의 유산에서 비롯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시대의 서유럽 국가들이 유사한 예술 양식을 공유할 때 러시아는 독자적인 예술 형식을 창조하였다. 성 바실리 대성당(Saint Basil’s Cathedral)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 무스로그스키(Modest Mussorgsky) 오페라의 파격적인 화음,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소설의 진한 구어체 등은 고전적인 미의 규칙과 거리가 먼 러시아의 고유한 독창성을 보여준다(Billington, 2010). Kim(2017)은 러시아 역사를 관통하는 정체성을 수용-창조-파괴의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러시아 문화는 외래 문화의 유입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개되었는데 이것은 10세기 말의 그리스 정교의 수용, 13세기 중반에서 15세기 말까지 이어진 몽골-타타르의 지배로 인한 아시아 문화의 유입, 18세기의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정책 등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15~16세기 러시아 이콘은 외래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한 대표적 예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콘의 주제 중 하나는 어린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로 이 이콘의 원형은 비잔티움에서 전래되었으나 러시아는 약 400가지의 서로 다른 성모 마리아 양식을 고안했다(Billington, 2010). 이뿐 아니라 러시아는 찬송가를 시각적으로 변환시킨 독창적인 이콘을 개발했는데 아카티스토스(akathistos)로 불리는 사순절 찬송가의 여러 장면으로 성모 마리아 주변을 채운 이콘은 오직 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형식이다(Billington, 2010). 이뿐 아니라 러시아는 교회의 지성소와 회중석을 나누는 일종의 칸막이인 성화벽, 즉 이코노스타시스(iconostasis)를 개발함으로써 비잔티움과 구별되는 거대한 크기의 이콘을 제작했으며 이는 러시아 이콘의 독자적인 발전을 이끌었다(Jang, 2010).
2) Pursuit of the spiritual world
Billington(2010)에 따르면 러시아는 비잔티움 제국으로부터 동방정교회를 받아들였지만 이콘은 비잔티움의 양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러시아인의 특성이 반영된 독자적인 양식을 창조했다. 러시아는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비롯한 성서의 인물을 물질성이 배제된 영적인 대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특징이 인물의 자연적인 묘사를 철저히 거부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콘에 등장하는 인물을 상징적 특징을 지닌 양식화된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인물의 구체성을 감소시키고 추상성을 강조하였다(Billington, 2010). 이것은 비잔티움 이콘이나 동시대의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화에서 볼 수 있는 사실적이며 재현적인 경향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러시아 정교회는 그리스도를 포함한 성서의 인물과 성인들을 영적인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조각상을 전혀 만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직 평면인 이콘만이 성스러운 대상을 표현하는 유일한 도구로 여겨 키예프 공국(882~1240) 시대의 전통 공예 기법인 저부조 공예가 사라지는 요인을 제공하였다(Billington, 2010). 또한 15~16세기의 서유럽이 원근법에 의한 객관적인 재현성을 추구한 것과 달리 러시아는 역원근법을 도입함으로써 관람자가 속해 있는 현실 세계와 이콘의 영적 세계를 완전히 분리시켜 관람자가 그림의 구도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았다(Jang, 2010). 이러한 장치들은 이콘의 인물을 실제로나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관념적인 대상으로 만들었고 더 나아가 이콘 자체에 신성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었다(Billington, 2010).
3) Protection of Orthodox tradition
15~16세기 유럽의 광범위한 변화를 이끈 사건은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Oh, 2004). 16세기 초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95개조 반박문으로 시작된 종교 개혁은 로마 가톨릭 교회에 큰 균열을 가져왔고, 1453년, 비잔티움 제국이 이슬람인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하자 그리스 정교회 역시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Lee, 2008). 이렇듯 서방교회와 동방교회 모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러시아는 ‘정교회의 마지막 보루’를 자처하며 모스크바는 ‘제 3의 로마’, ‘제 3의 예루살렘’으로서 더욱 철저히 정교회 전통을 수호하고자 했다(Suk, 2005). 서방교회가 문자 체계인 성서를 통해 교리를 전달하는 데 반해 정교회는 이미지 체계인 이콘이 성서의 역할을 대신한다(Jang, 2010). 정교회 교리에 따르면, 이콘은 성서의 내용이나 인물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위에 현현시킨다. 따라서 이콘 화가는 이콘화법을 엄격히 따라야 했으며 약속된 기호체계로 표현해야 했다(Jang, 2010). 이콘의 표현에 있어서 15~16세기 러시아는 개성의 발산이나 합리주의 철학의 반영이 아닌 러시아 정교회의 신학 안에서 전통의 종합적 재긍정을 추구했다(Billington, 2010). 인문주의에 바탕을 둔 르네상스 시기의 서유럽의 기독교 회화가 더 이상 고유한 신학적 의미를 지니지 못한 채 장식품으로 여겨지거나 성서의 주제 및 신학적 교리의 전달보다 예술가의 개성을 더 중시한 반면(Billington, 2010),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는 별개로 러시아는 비잔티움 제국을 대신한 정교회의 수장으로서 독자적으로 정립한 이콘의 규범을 더욱 철저히 지키고자 했다.
2. Christ’s body and clothing
1) Historical Christ’s body and clothing
성서나 고대 문헌에서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살았던 실제 예수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찾기 어렵다(Taylor, 2018). 학자들은 성서와 고대 기독교 관련 문헌, 5세기까지의 초기 모자이크나 프레스코화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외모와 복식의 종류 및 형태를 유추해 왔다. Rubens(1973)는 그리스도가 실제 활동했을 기원후 1세기 당시 착용했던 복식을 신약성서에 나타난 유대인의 복식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가 다른 유대 성인 남성과 마찬가지로 콜로비움(colobium; tunic, John 19:23), 수더리움(sudarium; sweat cloth, John 20:7), 술 형태의 찌찌트(tsitsith)가 네 모서리에 달린 히마티온(himation; cloak, Mattew 9:20, Mark 5:27, Luke 8:44)을 착용했을 것으로 보았다. Matthews(2006) 역시 신약성서에 근거하여 그리스도가 요한복음 19장 23절에 묘사된 대로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NIV: This garment was seamless, woven in one piece from top to bottom)’, 즉 솔기가 없는 긴 튜닉인 콜로비움에 찌찌트가 달린 팔리움(pallium, Matt 27:31)을 착용했고, 여기에 샌들이나 고대 로마인이 신었던 칼세우스(calceus)와 같이 발 전체를 감싸는 신발을 신었을 것으로 보았다. Matthews(2006)는 그 당시 유대 남성이 착용한 콜로비움은 종종 어깨부터 밑단까지 이어지는 긴 밴드로 장식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Taylor(2018)는 여러 근거를 들어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에 관해 설명했다. 그녀는 만약 그리스도가 타인과 구별되는 뚜렷한 신체적 특징이 있었다면 성경에 언급됐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리스도의 외모가 고고학자들과 성서의 기록, 그 당시 동전에 묘사된 유대인의 외양 등을 근거로 1세기 유대 지역의 평범한 남성과 같이 갈색 눈에 올리브-브라운의 피부색을 지니고, 지나치게 풍성하거나 길지 않은 턱수염에 머리 색은 짧은 어두운 갈색 혹은 검정색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그리스도의 키는 쿰란(Qumran) 지역에서 발굴된 기원후 1~2세기 경 유대 남성의 골격을 근거로 164~168cm 사이로 추정되며 성경에 기록된 목수라는 직업과 생활상을 근거로 그리스도의 체격은 슬림하면서 근육질이었을 것으로 유추했다(Taylor, 2018). Taylor(2018)는 이스라엘의 사해 근처 동굴과 무덤에서 발견된 직물 및 부조에 묘사된 인물 등을 근거로 그리스도가 같은 시기의 유대 남성이 입었던 짧은 튜닉인 키톤(chiton; tunica in Latin)을 착용했을 것으로 보았는데, 이 튜닉은 벨트를 했을 때 길이가 무릎 바로 아래에 오거나 혹은 종아리 위 정도 오는 길이였다. Taylor(2018)는 다른 학자와 다르게 이 당시 남성용의 긴 튜닉이 있었지만 그리스도가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삼가라(마가복음 12:38-39)’고 언급한 점에 근거하여 긴 튜닉을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았다(Taylor, 2018).
정리하면, 역사적 예수 그리스도는 기원후 1세기의 유대 보통 성인 남성의 외모에, 길이가 짧거나 긴 튜닉 형태의 콜로비움을 착용하고 그 위에 네 모서리에 술이 달린 히마티온 혹은 팔리움을 착용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2) Christ’s body and clothing on Transfiguration in the bible
그리스도의 변모 사건에 나타난 신체와 복식에 관한 묘사를 대표적인 성서 번역본인 개역개정,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KJV(King James Version), NASB(New American Standard Bible)를 통해 살펴보았다(Table 1). 먼저, 그리스도의 변화에 대해 마태복음 17장 2절은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로 묘사하였고, 마가복음 9장 2-3절은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희어졌더라’, 누가복음 9장 29절은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로 묘사하였다. 마태, 마가, 누가복음서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변형된 그리스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광채가 날 정도로 희게 변한 그리스도의 의복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마태복음은 그리스도의 옷뿐 아니라 얼굴도 해 같이 빛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변모’ 사건에 관해 성서에서는 의복 형태의 변화 등에 대한 언급 없이 ‘광채’, ‘흰’ 등 색에 관한 언급만 나타났다. 그리스도의 신체 역시 다른 묘사 없이 해처럼 빛난 얼굴만 언급되었다.
3) Christ’s body and clothing on Transfiguration icon of Byzantium
‘그리스도 변모’ 도상의 기원은 6세기경, 이탈리아의 라베나(Ravenna)에 위치한 생 아폴리나르(St. Apollinaris) 바실리카(Basilica)의 제단 벽감의 후진(後陣, apse)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모자이크 패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Аlexander, 2021). 이 모자이크에서 그리스도는 인간의 형상이 아닌 원 안의 십자가로 표현되었다. 초기 기독교 예술은 박해를 피해 그리스도를 십자가, 양 혹은 목자, 닻, 물고기 등의 상징으로 표현했으며 이러한 전통은 8세기까지 이어졌다(Nam, 2012). 이 모자이크에서 그리스도의 세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양의 모습으로 표현된 반면, 구약 시대의 인물인 모세와 엘리야는 인간의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십자가의 좌, 우편에 배치되어 있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와 잔디밭 등은 그리스도의 변모가 일어났다고 알려진 타볼(Tabor) 산의 표현이다. 이렇듯 라베나 모자이크는 상징과 사실적 표현이 혼합되어 사용되었으며 초기 기독교 예술의 알레고리(allegory)에서 자연주의(naturalism)로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Аlexander, 2021;Andreopoulos, 2005).
6세기 중반에 제작된 시나이(Sinai)의 성 캐서린 수도원(Monastery of St. Catherine)의 천정 모자이크는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변모’ 이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라베나 모자이크와 동일하나 상징으로 표현되던 그리스도와 세 제자가 각각 독특한 시각적 특징을 지닌 사람의 형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모세와 엘리야 역시 다른 인물들과 구별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Аlexander, 2021). 이 모자이크에서 그리스도는 푸른 색의 만돌라(mandola)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금색 배경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신체를 분리함과 동시에 성서에 묘사된대로 빛처럼 밝게 빛나는 그리스도의 흰 옷과 강렬한 색상대비를 이룬다. 또한 그리스도의 신체는 보다 입체적으로 묘사된 두 선지자 및 제자들과 달리 평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만돌라의 푸른 빛이 신체에 투과되듯 반투명하게 묘사되었다(St. Catherine’s Monastery, n.d.).
약 9세기 경에 등장한 비잔티움 제국의 성경필사본인 클루도프의 시편(Chludov Psalter; Fig. 1)에 묘사된 세밀화(miniature)인 ‘그리스도의 변모’는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구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스도는 타볼산으로 상징되는 바위 꼭대기에 서 있으나, 바위를 밟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옆의 모세와 엘리야도 공중에 부양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바위 아래의 세 제자는 격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마치 눈이 부시도록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스승을 감히 바라볼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엎드려 있다. 이러한 구성 및 표현은 ‘변모’ 이콘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여기에서 벗어난 이콘은 예외적인 것으로 여겨졌다(Аlexander, 2021).
3. Theological significance of Christ’s body and clothing in the Transfiguration
‘변모’ 사건은 그리스도의 신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지닌다. McGuckin(1986)은 기독교 신학의 기초를 다진 교부들의 저술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변모’의 핵심 주제를 크게 신성의 현현인 에피파니(epiphany)로서의 변모, 구원론의 관점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예고하는 사건으로서의 변모, 그리스도의 재림과 부활의 예표로서의 변모로 설명했다.
신학자들은 또한 ‘변모’ 이콘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신체와 의복의 의미를 다양한 신학적 관점으로 해석했다. 유대교의 전통에서 ‘변모’ 사건을 분석한 Riesenfeld(1947)는 그리스도의 희게 변한 의복을 유대교의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갈 때 입는 흰 옷으로 해석했다. 즉 그리스도가 입고 있던 의복이 희게 변하거나 광채가 난 것이 아니라 의복 자체가 대제사장이 입는 흰 예복으로 변했다고 보는 견해이다. Riesenfeld(1947)에 의하면, 그리스도와 함께 산에 올라간 세 제자는 유대 전통에 익숙한 사람들로써 그리스도가 대제사장의 흰 예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모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 즉시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중재하는 대제사장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신분을 분명하게 인지했을 것으로 보았다. 한편, ‘변모’의 신학적 해석을 이끈 초기 교부이자 최초의 기독교 신학자인 오리 게네스(Origenes)는 그리스도의 의복을 성서 그 자체와 연결시켰다. 즉 그리스도는 복음이며 복음서의 글이나 페이지는 그의 옷이라고 해석했다. 그리스도의 변모가 그의 옷으로 확장된 것과 같이 기독교 복음은 말씀을 통해 더 빛이 나고,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고 해석했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변모’ 사건을 신의 에너지인 ‘창조되지 않은 빛’이 발현한 사건으로 해석한다. 러시아 정교회의 대표적 교리인 헤시카즘(Hesychasm)을 확립한 성 그레고리오스 팔라마스(Gregory Palamas, 1296~1359)는 이 빛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으나 피조된 빛과 달리 그리스도 안에 내재된 신적 본질에서 비롯된 에너지가 발현된 것이라고 하였다. 헤시카즘은 고요함과 정적, 침묵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Hesychia(ἡσυχία)에서 파생된 용어로 인간이 수행과 기도를 통해 신의 빛을 내면화함으로써 신의 영광에 참여하여 결국 신과 같이 되는 ‘신화(神化, deification)’가 가능하다고 보는 교리이다. 팔라마스는 이 신의 빛을 그리스도가 발하던 빛과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Lee, 2008).
III. Research Method
1. Literature review and data collection
15~16세기 러시아 ‘변모’ 이콘의 그리스도 신체와 복식에 나타난 러시아성을 규명하기 위해 역사적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 러시아 정교회 신학 및 이콘 관련 서적과 학술지 논문을 통한 문헌 연구와 박물관의 웹페이지, 인터넷 기사와 자료, 843년 이후 제작된 비잔티움 이콘과 15~16세기 러시아 이콘의 사례를 통한 질적 연구를 수행한다. 이콘은 예수 그리스도를 비롯한 성서의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한 성화로써 비잔티움 이콘은 프레스코화, 모자이크, 필사본 성서의 세밀화 등을 포함하며, 러시아 이콘은 나무 패널화 및 성화벽의 성화상을 포함한다. 이미지는 대표적인 검색 엔진인 구글(google.com)에서 키워드 ‘Byzantine transfiguration icons’, ‘Russian transfiguration icons’으로 검색한 후, 검증된 이미지 공유 웹사이트, 박물관 및 홈페이지 등에서 비잔티움 이콘 총 14점(Table 2), 러시아 이콘 총 20점(Table 3)을 수집하였다.
2. Theological frame
‘그리스도 변모’ 이콘의 원형이라고 보는 비잔티움 이콘과 비교하여 15~16세기 러시아 이콘에 나타난 러시아성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연구에서(Banning & Gam, 2018;Cha & Chun, 2011;Plummer, Sanders, & Baytar, 2017) 이미지에 나타난 복식의 조형성 분석에 관한 이론적 틀로 널리 활용되어 온 Cosbey et al.(2002)의 의미 분별 척도를 활용하였다(Table 4). 각 특성은 대비되는 형용사를 양 극단에 배치하여 그 사이를 5점 척도로 나누어 측정했으며 경우에 따라 각 단계의 중간 점수도 허용했다. 모든 분석자는 각 용어의 정의와 예시를 숙지하고 실제 이미지를 통한 실습을 거쳐 의견을 조율함으로써 분석의 일관성을 높이고자 했다. 구체적인 분석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재의 특징은 각각 원단의 광택(matt-shiny), 입체감(flat-3 dimensional), 드레이프성(stiff-flowing), 불투명도(opaque–transparent)에 관한 것으로 음영 대비가 높게 표현되었을 경우 광택으로 인지했다. 입체감은 Cosbey et al.(2002)의 제안에 따라 원단의 터프팅(tuft)이나 파일(pile) 조직, 니트의 골(wales)처럼 원단 표면의 재질감이 느껴지는 정도에 따라 구분하였고, 드레이프성은 직물이 신체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정도로 측정했으며 불투명도는 피부나 아래 직물이 비치는 정도로 측정했다.
색채의 경우, 촬영자 및 조건에 따른 색채 분석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Cosbey et al.(2002)이 제안한 대로 이미지를 채도가 0인 상태, 즉 무채색으로 변환한 후 먼셀(Munsell)의 11단계 그레이스케일과 비교하여 복식과 신체(얼굴)의 명도를 0에서 10 사이의 숫자로 표기했다. 문양은 종류 및 형태에 따라 기하학적-유기적(geometric-organic)으로, 배열의 규칙성에 따라 규칙적-불규칙적(regular-irregular)으로, 문양과 바탕천과의 관계에 비추어 저대비-고대비(low contrast-high contrast)로 분석했다.
다음으로 기타 미적 특성의 분석에 관한 Cosbey et al.(2002)의 설명은 DeLong(1987)의 이론과도 일치하는데, 디자인의 각진 정도와 둥근 정도(angular– rounded)는 복식과 신체 사이의 공간을 살펴서 전통적인 테일러드 재킷처럼 어깨가 각진 스트레이트 실루엣의 경우 각진 디자인으로, 신체를 감싸는 핏이거나 러플, 퍼프 등의 곡선 장식이 있는 경우 둥근 디자인으로 분석했다. 한편, 단순성과 복잡성(simple-complex) 은 보통 규칙적인 문양과 매끄러운 표면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불규칙한 문양 및 장식이 과도하게 사용된 경우는 복잡한 디자인으로 해석했다. 또한 명료성과 불명료성(determinate–indeterminate)은 의복의 외곽선과 공간과의 경계가 뚜렷한 정도에 따라 측정했다. 단색, 딱딱한 외곽선, 평평한 표면은 명료한 디자인으로, 반대로 섬세한 문양, 주름 등의 표면 장식이 포함된 이미지는 불명료한 디자인으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복식의 맞음새(fitted–loose)는 상체, 허리 부위, 하체로 나누어 마찬가지로 5점 척도로 측정했다.
측정 결과는 의류학 연구와 실무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연구자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두 명의 연구자가 교차 확인하였다. 수집된 비잔티움 이콘은 14점, 러시아 이콘은 20점으로 모두 표본이 30개 미만이므로 두 집단 간 차이를 구하기 위해 R 기반 오픈소스 통계 분석 프로그램인 자모비(Jamovi) 2.5.3버전을 활용하여 Mann-Whitney U test를 실시하였다.
IV. Results and Discussion
1. Representation of Christ’s body
‘그리스도의 변모’ 이콘에 나타난 그리스도 신체의 재현성을 고찰하기 위해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기원후 1세기 유대인의 평균 키(164~168cm)를 평균 머리 길이인 약 18.6cm(Jacobs & Fishberg, n.d.)에 대략 5cm 정도의 머리카락 두께를 더한 23.6cm로 ‘두신지수(키 /머리길이)’를 계산한 결과, 6.4등신 값을 추출하였다. 이것은 대략적인 추정치로 근본적인 목적은 비잔티움 이콘에 비해 러시아 이콘의 그리스도 신체 표현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Table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잔티움은 평균 6.4등신으로 기원후 1세기경 평균 유대인 남성과 유사한 두신지수를 보였고, 러시아는 평균 7.3으로 키가 더 크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의 피부색은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Table 6>과 같이 비잔티움의 경우 평균 7.25의 고명도로 표현된 반면, 러시아는 평균 4.40의 저명도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선행연구에서 역사적 그리스도가 그 당시 보통 유대 남성과 같이 올리브-브라운 계열의 피부색을 지녔을 것으로 보는 의견과 달리 비잔티움은 더 밝게, 러시아는 훨씬 어둡게 표현한 것이다. 비잔티움의 경우 ‘변모’ 사건에서 성서의 표현대로 그리스도의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났다’는 내용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더 어둡게 표현하였다. 이 것은 관람자로 하여금 고명도의 의복과 대비되면서 비현실적인 피부색의 그리스도에게 더욱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러시아 정교회의 주요 교리인 팔라마스의 헤시카즘은 묵상을 통해 기도자가 신과의 연합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보이는 밝고 신성한 빛이 ‘변모’ 사건에서 그리스도가 발하던 빛과 같은 것으로 본다(David, 2021). 따라서 헤시카즘의 전통에 따라 이콘을 관조하며 기도하는 관습을 지닌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인과 구별되는 어두운 피부색의 그리스도는 그가 신성을 지닌 초월적 존재임을 각인시키는 회화적 장치임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비잔티움(Table 2)과 러시아(Table 3) 모두 그리스도는 턱수염이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고 가운데 가르마의 헤어스타일은 전체적으로 귀 아래까지 내려오는 둥근 형태의 굽이진 단발에 뒷머리가 더 길어서 어깨에 놓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그 당시 보통 유대 남성의 머리 모양과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이자 그림 속 세 제자의 짧은 곱슬머리와도 구별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물결치는 장발로 묘사되기 시작한 것은 약 6세기부터이다(Palmer, 2011). 그리스도가 장발에 턱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 번째는 예수를 하늘의 보좌에 앉은 왕 중의 왕으로 묘사하는 데 있어 그리스 로마신화의 주피터(Jupiter)나 넵튠(Neptune)과 같이 수염을 기른 장년 남성의 이미지를 차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견은 존스 홉킨스의 미술사학자인 케슬러(Herbert Kessler)의 주장으로써 고대 시대에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넵튠처럼 물과 관련된 신을 묘사할 때 물결처럼 긴 머리카락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 역시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물 위를 걷는 등 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물의 신과 유사한 모습으로 묘사하기를 선호했다고 하였다(Palmer, 2011).
러시아 이콘도 대체로 비잔티움 이콘과 마찬가지로 컬이 있는 단발 형태로 묘사되었으나 뒷머리가 옆머리에 자연스럽게 연결된 비잔티움 이콘과 달리 마치 곱슬머리를 인위적으로 이어 붙인 것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러시아 이콘 화가들이 그리스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의도보다 비잔티움 전통에서 이어진 그리스도의 특징을 과장되게 인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그리스도를 식별할 수 있도록하는 약속된 기호로 활용하고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2. Representation of Christ’s clothing
학자들은 역사적 그리스도가 그 당시 평범한 유대인 남성과 마찬가지로 튜닉 형태의 콜로비움을 착용하고 그 위에 네 모서리에 술이 달린 히마티온과 같은 외투를 착용했을 것으로 보았는데 모든 비잔티움 이콘과 러시아 이콘에서 술이 달린 히마티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Taylor(2018)는 실제 예수 그리스도가 목수로서 활동성이 좋은 짧은 튜닉을 착용했을 것으로 유추했는데 모든 이콘에서 그리스도의 튜닉은 발목까지 오는 길이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성화상 논쟁 이후로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복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일정한 규칙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식이 다양한 색의 상징성으로 표현된 다른 주제의 이콘과 달리 ‘변모’ 이콘의 그리스도 복식은 성서에 나타난 ‘광채’, ‘흰’ 등의 묘사를 투영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특히 러시아 이콘에서 두드러진다. <Table 6>에서 볼 수 있듯이, 비잔티움과 러시아 모두 그리스도 복식을 각각 평균 7.50, 평균 9.43의 고명도로 표현하였으나 러시아의 그리스도 복식은 완전한 흰색인 10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비잔티움의 경우, 파랑 콜로비움 + 빨강 히마티온, 파랑 콜로비움 + 초록 히마티온, 보라 콜로비움 + 주황 히마티온, 흰색 콜로비움 + 주황 히마티온 혹은 파랑 히마티온, 파랑 콜로비움 + 흰색 히마티온, 빨강 콜로비움 + 파랑 히마티온 등 거의 동일한 조합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색채의 사용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비잔티움도 다른 주제의 이콘과 비교하여 그리스도의 복식에 흰색을 혼합함으로써 성서의 묘사대로 창조되지 않은 빛을 발하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였다. 다만, 러시아는 <Table 3>의 총 20개 사례 중 15세기 이콘인 처음 네 사례에서만 색상이 사용되었으며 이 또한 흰색이 많이 섞여 채도가 아주 낮게 표현되었고, 16세기 이콘은 금색 등으로 표현된 주름을 제외하고 바탕 직물은 모두 흰색으로 표현되었다.
3. Characteristics of Christ’s body and clothing
질적연구와 더불어 양적연구방법으로 비잔티움과 러시아의 ‘변모’ 이콘에 나타난 그리스도 신체와 복식 표현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분석하였다. 독립된 두 집단의 차이를 보기 위해 Mann-Whitney U test를 실시한 결과는 <Table 6>과 같다.
1) Expression of materials
<Table 6>에서 A부터 D는 소재에 관련된 특징으로 직물 표면의 조직감에 관한 B는 비잔티움과 러시아 모두 평평한 질감을 보였다. 따라서 평균에 차이가 없으므로 t-test가 무의미하였다. A는 광택의 유무에 관한 것으로 비잔티움과 러시아 모두 2점대 초반의 무광택에 가까운 재질감을 보였다. 다만 비잔티움이 의복의 묘사에 광택으로 양감을 주려는 시도가 관찰되어 평균이 러시아보다 약간 높았다. 드레이프성의 C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비잔티움은 그리스도 복식을 더 드레이퍼리하게 표현한 반면, 러시아는 보다 경직된 형태로 묘사했다. 직물의 불투명도에 관련된 D도 역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는데 비잔티움, 러시아 모두 불투명하게 직물을 표현했으나 비잔티움의 경우, 배경의 파란색 등이 옷에 비쳐 보이는 경우가 발견된데 반해 러시아는 흰색이나 금색의 단색으로 의복을 더 불투명하게 표현하였다.
2) Aesthetics features
E에서 G는 전체적인 미적 특성에 관한 내용으로 단순성과 복잡성을 의미하는 F와 복식의 명료성과 불명료성을 의미하는 G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 F에서 비잔티움은 전형적인 그리스도 복식의 색조합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이 입체감있게 표현된 경우가 많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색상이 사용되었고, 주름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등 복식의 표면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활용되었다. 반면, 러시아의 그리스도 복식은 성서에 따라 대체로 흰색으로 표현되었을 뿐 아니라 주름도 신체나 의복의 양감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기보다 단순한 직선으로 표현되었다. G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반영되었는 데 비잔티움에 비해 러시아 복식이 배경과 분리되어 명료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3) Colors
러시아와 비잔티움 이콘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바로 의복과 얼굴의 색이었다. 촬영조건 등에 따라 색은 정확히 분석하기가 어렵다. 명도 역시 촬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얼굴과 의복의 명도차는 동일하다. 비잔티움은 의복이 평균 7.50, 얼굴이 7.25로 큰 차이 없이 모두 고명도로 표현되었다. 반면 러시아는 의복이 평균 9.43점, 얼굴이 평균 4.40으로 의복은 가장 밝은 명도인 흰색에 가까웠으나 상대적으로 얼굴은 저명도로 나타났다.
4) Patterns
I부터 K는 문양에 관련된 특징이다. 비잔티움과 러시아 모두 그리스도 복식에 나타난 분양은 튜닉의 오른쪽 어깨에서 발견되는 세로줄 장식이다. 문양의 종류와 규칙적인 정도는 비잔티움과 러시아의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문양의 대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 비잔티움은 세로줄의 색상을 의복의 바탕색과 대비되는 빨강, 검정, 파랑 등의 색으로 강조한 반면 러시아는 거의 줄무늬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바탕색과 유사한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5) Silhouette
L1~L3는 의복의 맞음새에 관한 것으로 각각 상체, 허리 부위, 하체로 나누어 맞음새를 확인하였다. 세 부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평균을 비교해 보면, 러시아의 그리스도 복식이 비잔티움에 비해 상체, 허리 주변, 하체 모두 더 여유로웠으며 특히 상체가 가장 여유롭게 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리스도의 신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신 체로 대변되는 인간적인 특성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4. Russianness on the Christ’s body and clothing
1) Creativity
비잔티움의 ‘그리스도 변모’ 이콘과 비교하여 러시아 이콘의 그리스도 신체와 복식에 나타난 특징을 통해 본 러시아성은 먼저 창조성이다. 러시아의 창조성은 앞의 선행연구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러시아 예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Billington(2010)은 러시아의 독특한 정체성이 인접해 있는 서유럽이나 아시아와 구별되는 광활한 대지의 자연환경과 러시아 정교회의 유산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였고, Kim(2017)은 예술 영역의 러시아성을 외래문화의 유입과 관련해 수용-창조-파괴의 과정으로 설명한 바 있다.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988년, 러시아의 그리스 정교의 수용은 비잔티움 이콘이 러시아에 전래된 계기가 되었으며 11~13세기의 러시아 이콘은 비잔티움 이콘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Lee, 2008). 그러나 비잔티움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과 멀리 떨어진 러시아 북동부의 도시들은 비잔티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으며 특히 13세기 타타르 몽골족의 침입으로 비잔티움과의 교역이 막힘으로써 14세기 들어 러시아의 지역색을 반영한 이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5세기부터는 노브고로드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비잔티움 이콘의 규범에서 탈피한 독창적인 러시아 이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Jang, 2010;Lee, 2008). 이러한 선행연구의 언급과 같이 본 연구의 분석 결과, 비잔티움 이콘이 그리스도의 표현에 있어 큰 명도차 없이 부드러운 색조로 표현한 것과 달리 러시아 이콘에 표현된 그리스도는 복식과 신체 표현에 뚜렷한 명도차를 보였다. 또한 비잔티움의 전통화법과는 달리 은색의 신성한 빛에 완전히 휩싸인 것처럼(Jang, 2010) 입체감 없이 두껍게 채색된 그리스도의 복식은 채도가 높은 강렬한 색으로 채색된 전신 후광인 만돌라와 대비되어 그리스도의 윤곽선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러시아가 비잔티움 이콘을 수용하면서도 그 규범을 그대로 전승하기보다 러시아 정교회의 신의 빛의 내면화라는 헤시카즘 신앙을 반영한 새로운 이콘 규범을 창조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2) Abstractness
다음으로 도출된 러시아성은 추상성이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러시아는 이콘에 등장하는 성서의 인물 및 성인들의 초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물 표현을 양식화시키고 구체성을 감소시키는 등 추상성을 부각시켰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양감과 물질성을 지닌 조각상과 부조는 성스러운 존재의 표현에 적합하지 않아 평면성을 강조하는 이콘만이 신적 존재의 유일한 표현 방식으로 활용되었다(Billington, 2010). 이뿐 아니 라 이콘에 역원근법을 도입하여 이콘의 세계가 현실 세계와 구별되는 관념적 세계임을 강조함으로써 이콘을 관조의 대상일 뿐 아니라(Lee, 2008) 더 나아가 숭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Jang, 2010). 이러한 특징은 본 연구의 주제인 15~16세기 러시아 ‘변모’ 이콘의 그리스도 신체와 복식의 표현에도 동일하게 드러났다. 분석 결과, 비잔티움의 이콘은 인물 윤곽의 섬세한 표현, 다양한 색조와 부드러운 색상의 사용 및 자연스러운 표정과 그리스도의 신체를 자연스럽게 감싸는 드레이퍼리 등 그리스 전통의 고전주의를 연상케하는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표현 특성(Lee, 2008)을 보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그리스도는 길게 늘인 신체, 인위적인 머리카락의 표현, 신체의 양감이 드러나지 않는 경직된 형태의 주름 등 사실적인 재현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또한 복식은 양감의 표현이 없는 평면적인 흰색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신체가 지닌 물질성을 제거하고 빛 그 자체의 색이자 헤시카즘에서 강조하는 신의 빛으로써 그리스도가 지닌 신성, 즉 자연주의 법칙을 넘어서는 신적 존재로서의 추상성과 관념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3) Tradition
마지막으로 15~16세기 러시아 이콘에 나타난 독특한 특성은 전통성이다. 이 시기 러시아 정교회는 이교도에 의해 무너진 로마교회와 비잔티움 교회를 계승하는 정통성을 지닌 유일한 교회라는 ‘모스크바 제3 로마설’을 주장하며 정교 신앙의 수호 국가로서의 역할을 자처하였다(Jang, 2010). 따라서 보는 성서로 일컬어지는 이콘 역시 교의의 철저한 수호라는 원칙 아래 이콘도상규범을 엄격히 지켜야 했다. 이러한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은 16세기 후반 교회의 정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콘의 변형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러시아 정교회의 용인 이전, 17세기 초 서유럽의 문화 및 회화예술이 러시아 왕실에 유입되기 전까지 지속되었다(Jang, 2010).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구체적인 예시로 이러한 선행연구를 뒷받침한다. 비잔티움 이콘은 각 이콘마다 전체적인 그림의 구성은 유사하나 그리스도 복식은 같은 시기라도 색채와 무늬, 드레이퍼리의 표현에 큰 차이가 있다. 반면 러시아의 그리스도는 자세, 빛에 의해 완전히 희게 변한 복식의 색상, 왼쪽 소매의 물결치는 드레이퍼리, 평면적인 단순한 주름의 표현,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의복의 형태 등, 독자적으로 완성한 그리스도 표현의 전통을 2세기 동안 큰 변화 없이 고수하였다. 특히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는 만돌라의 색과 형태에는 차이가 있으나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의 표현은 비잔티움과 달리 이 시기의 모든 러시아 이콘이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러시아 ‘변모’ 이콘이 신적 존재로서의 그리스도의 초월성을 일관되게 강조함으로써 비잔티움에서 비롯되었으나 러시아 정교회에서 완성된 헤시카즘 교리를 이콘 작가의 개성적 표현에 의한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V. Conclusion
이 연구는 비잔티움의 영향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독자적인 이콘 형식이 확립되었다고 평가되는 15~16세기의 러시아 이콘 중 ‘그리스도의 변모’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의 표현을 ‘변모’ 이콘의 원형이라고 평가받는 비잔티움 이콘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통시적인 시각으로 러시아성을 규명하였다.
분석 결과, 러시아 이콘에서 그리스도의 신체는 비잔티움에 비해 키가 더 크게 묘사되었고 피부색이 더 어둡게 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리스도의 복식은 비잔티움이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 데 반해 러시아는 주로 흰색을 사용하여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광채’와 ‘희게 변함’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러시아 이콘에 나타난 러시아성은 그리스도를 역사적 인물이 아닌 신적인 존재로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실증적 연구방법으로 비잔티움 이콘과 러시아 이콘을 복식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하는 이론적 틀인 Cosbey et al. (2002)의 의미 분별 척도로 분석하고 Mann-Whitney U test를 실시한 결과, 직물의 드레이프성과 불투명도에서 러시아가 비잔티움에 비해 더 경직된 주름과 불투명한 재질감으로 직물을 표현하였음을 발견하였다. 미적 특성에서는 러시아가 비잔티움에 비해 색이나 주름 등을 더 단순하게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었고 배경과의 명도 및 채도차에 의해 흰색으로 표현된 그리스도의 복식이 더 명료하게 나타났다. 색채는 얼굴과 의복에서 모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는데 표현하는 방식은 비잔티움과 러시아가 서로 대조를 이루었다. 비잔티움은 의복과 얼굴의 명도가 모두 7점대의 고명도로 표현된 반면, 러시아는 의복은 9점대의 흰색에 가까운 고명도로, 얼굴은 4점대의 저명도로 표현되었다. 문양은 바탕색과 문양의 대비에서만 차이를 보였는데 비잔티움은 문양을 바탕색과 대비되는 색으로 뚜렷하게 표현한 반면 러시아는 문양이 바탕색과 유사한 색으로 표현되었다. 마지막으로 맞음새로 살펴본 실루엣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으나 평균으로 보았을 때 러시아가 비잔티움에 비해 더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표현되었다. 이를 통해 도출된 러시아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조성이다. 러시아 이콘은 비잔티움 이콘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창조성을 발휘했다. 13세기 이후 러시아 이콘은 비잔티움 모델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특성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15세기부터는 비잔티움 이콘의 규범을 넘어서는 러시아만의 그리스도 표현 규범이 창조되었다. 둘째, 추상성이다. 러시아 이콘의 그리스도는 길게 늘인 신체, 인위적인 머리카락, 경직된 주름 등 사실적인 재현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또한 비잔티움에 비해 복식은 양감의 표현이 없는 평면적인 흰색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신체가 지닌 물질성을 제거하여 그리스도가 지닌 신성, 즉 자연주의 법칙을 넘어서는 신적 존재로서의 추상성과 관념성을 부각시킨다. 셋째, 전통성이다. 러시아의 그리스도 표현은 자세, 복식, 주름 등에서 2세기 동안 큰 변화 없이 일관된 전통을 유지하였는데, 이는 신적 존재로서의 그리스도를 일관되게 강조함으로써 러시아 정교회의 헤시카즘 교리를 이콘 작가의 개성적 표현에 의한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그리스도의 신체와 복식 이외에 이콘에 묘사된 그리스도를 둘러싼 배경이나 다른 성인들과의 관계 등을 함께 분석하여 러시아성의 범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시적 관점으로 15~16세기의 로마 카톨릭 교회의 ‘변모’ 이콘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러시아성의 특징을 더 세밀하게 다듬는 작업이 요구된다. 다만 러시아 문헌을 충분히 참고하지 못한 점, 이미지 수집의 한계와 현장 조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량적 분석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연구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회화 등 이미지에 나타난 복식의 조형성을 객관적인 틀을 활용하여 분석하고 이를 타 문화 및 국가의 복식 이미지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각 집단의 특정 복식에 나타난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규명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 덧붙여, 이 연구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이콘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신학과 회화, 복식학을 아우르는 통섭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