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현대 패션산업에서는 환경적 이슈가 지속됨에 따 라 자원 순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업사이클은 지속가능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써 현대 패션 내에서 환경 문제와 자원 고갈의 문제를 해결하 여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 원의 순환을 도우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 바지하고 있다(Shin & Kim, 2018). 업사이클 디자인 은 새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더 이상 쓸모없어 버려진 완전한 형태의 것을 재사용하여 새로운 용도 로 다시 탄생시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재료의 해체와 재구성의 절차가 요구된다(Heo, 2020). 본 연구는 이 러한 과정에서 디자인의 조형성에 주목하여 이를 ‘해 체’를 대표하는 해체주의 이론과 접목시켜 창의적인 디자인을 창출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과 함께 현대 패션산업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성과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회화, 건축, 조각 등 다양한 분 야와의 융합을 이끌어내고 있다(Choi, 2016). 특히 회 화는 의복에 도입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분야로서 (Whee, 2006) 개성성과 예술성을 갖춘 디자인 도출을 위한 영감의 원천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해체주의 패션과 피카소의 예술은 종래의 서열체계를 해체한다 는 공통 목적을 지니고 있다. 피카소는 회화가 사진기 의 대체물로 쓰인 것에 반발하여 사물의 ‘개념’에 초 점을 맞추며 회화를 하나의 미적 존재로 만들고자 했 으며, 이와 유사한 입장으로 해체주의의 창시자 자크 데리다는 글이 음성의 대체물로 쓰인다고 주장하는 구조주의에 반발하여 글과 음성을 각각의 존재로 구 분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두 입장을 고려하여 업사이 클 패션을 회화, 그 중에서도 피카소의 예술과 결합하 여 다루고자 한다.
기존 업사이클 패션에 대한 연구는 재료적 측면이 나 방법적 측면에 중점을 둔 연구가 주를 이뤄왔으며 대부분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이 담긴 디자인으로 나타 났다. 그러나 주제적 측면이나 예술적 측면을 담아낸 업사이클 패션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업사이클 패션디자인의 지속적인 발 전을 위해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과 더불어 피카소 작 품의 조형적 특성을 업사이클 패션에 적용하여 디자인 컨셉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업사이클 패션과 피카소의 예술은 기존의 것이 가 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본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피카소 작품의 표현 특성과 해체주의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업사이클 패션에 적용하여 회 화의 작품성과 철학적 이론을 결합시킨 업사이클 패 션디자인을 제안하는데 있다. 또한 업사이클 패션에 회화적 주제를 도입한 시각적 자료를 제공하는데 의 의가 있다.
본 연구는 단행본과 학위논문, 학술지를 기반으로 분석한 이론적 내용에 따라 의복을 제작하는 과정으 로 이루어진다.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은 다음 과 같다. 첫째, 피카소가 창안한 입체주의 양식에 대 해 전반적으로 고찰하고 작품의 조형적 특성을 5가지 로 분석 및 도출한다. 둘째, 피카소의 작품을 응용한 현대 패션디자인의 사례를 조사 및 분석한다. 자료조 사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하며, 분석 대상은 피카소 의 작품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과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의 작품으로 한정한다. 셋째, 해체주의의 개념과 발생 배 경에 대해 고찰한다. 해체주의를 이끈 자크 데리다의 이론을 기반으로 살펴보되, 다양한 개념 중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 개념 4가지를 중심으로 고찰한 다. 넷째, 해체주의 패션의 표현특성에 대해 조사 및 정리하고, 도출된 특성이 적용된 현대 패션디자인의 사례를 조사 및 분석한다. 자료는 선행연구를 바탕으 로 수집한다. 다섯째, 앞서 도출한 피카소 작품의 조 형적 특성과 해체주의 패션의 표현 특성을 결합하여 폐원단, 폐스와치, 장기간 미착용 의류와 악세사리 등 을 활용하는 업사이클 패션디자인을 개발한다. 응용할 피카소의 작품은 입체주의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며 여인의 주제가 포함되는 작품 6개로 선정한다. 작품 은 CLO 3D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6개의 디지털 패션 디자인을 제시하며, 2개의 작품은 실물로 제작한다.
Ⅱ. Theoretical Consideration
1. Picasso’s art works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는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로서 20세기 예술에 큰 혁명을 일 으켰으며, 전 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새롭게 발상하고 창조함으로써 다양한 양식과 기법을 선보였다(Park, 2010). 추상주의는 물론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양 식까지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고 회화를 넘어 조각, 판 화, 도자기, 그리고 문학 분야까지 자신의 것으로 소 화시키면서 정해진 규범이나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Lim, 1999). 이러한 피카소의 예술양식은 남다른 광 범위함으로 인해 여러 학자들로 하여금 그의 작품 변 모 과정이 다양하게 구분되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이 러한 피카소 회화 변모 과정의 여러 의견들 중 널리 인정받고 있는 롤란드 펜로즈(Roland Penrose)의 구 분을 참고하되 입체주의 양식이 등장하는 시기부터 말년까지의 시기로 한정하여 7개의 시대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1) Early cubism period (1907-1909)
미술가들은 아프리카의 양식이 드러나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Fig. 1)이 입체주의 회화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지 만, 단면적인 표현 및 입체적 구조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면서 입체주의를 출현하게 했다고 주장한다(Finlay, 2011/2013). 피카소는 기존에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추구해왔던 여성성에 대한 규범을 파괴시키며 기하학 적이고 조각적인 원시예술의 방법으로 그려냈다. 눈 정면 모습과 코 측면 모습의 공존, 납작한 상반신의 모습, 삼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외형의 인체 등 조각적 이면서 원시적인 형태로 나타냈으며, 특히 작품 속 오 른쪽의 두 여인들에는 흑인 조각이 연상되는 아프리 카 가면을 직접적으로 차용했다. 원시예술의 영향과 더불어 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과의 연 관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통적인 인물 형상 재현 과는 달리 육중하게 표현된 여인의 누드, 공간 속 원 근법의 혼동, 우측 하단에 뒤돌아 앉아있는 여인의 왜 곡된 모습 등은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The Bathers, 1898-1905)과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2) Analytic cubism period (1910-1912)
피카소는 세잔의 양감과 공간의 추상적 표현 속에 서 반투명적 구성단위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입체주의 적인 다각형의 면을 도출해 내려고 했다(No, 1993). 이러한 경향은 1910년도 작품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초상(Portrait of Ambroise Vollard, 1910)(Fig. 2)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그는 이 작품에서 대상의 묘출 보다는 회화 자체의 질서를 확립하는데 초점을 두며 선 원근법이나 명암과 같은 회화적 요소의 잠재적인 독립성과 그 요소 자체를 작품의 주제로 만들 수 있다 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피카소는 분석적 입체주의 양식을 통해 시각에 의지했던 르네상스의 제도로부터 화가를 완전히 해방시킴으로써(Rhee, 1985) 대상을 구 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조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관념적 예술을 가능하게 했다(Choi & Shim, 2006).
3) Synthetic cubism period (1912-1916)
피카소는 실재에 가까워지고자 대상을 분해하였으 나, 너무 세부적으로 분해한 나머지 형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대상을 잃어버리는 모순의 결과를 얻게 되자 여러 가지 실험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때 출현한 기법이 바로 콜라주(collage)기법이다.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Still-Life with Chair Caning, 1912; Fig. 3) 에는 카페 테이블을 연상케 하는 타원형 캔버스, 테두 리에 둘러진 밧줄, 등나무 무늬 의자가 새겨져 있는 천 조각이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의 변화는 화면에서 잃어버렸던 색채는 물론, 물체의 질감과 공간적 깊이 까지 회복시키며 풍부한 조형성을 다시 나타나게 했 다(Kang, 2011). ‘JOU’는 Journal(신문이나 잡지)을 의미하거나 jou(놀이), jour(날, 낮), joujou(장난감) 등 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하나의 파편이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내포한다(Jin, 2001). 피카소는 이러한 콜라주 기법을 통해 비예술적 소재로 여겨졌던 일상 의 것들을 오브제로 사용함으로써 대상을 여러 의미 로 재현해 내고자 했다. 즉, 대상을 붕괴시키기보다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임의적이고도 주관적 인 방식으로 형태들을 구성했다(Sung, 2011).
4) Neo-classicism period (1917-1924)
1922년 피카소는 장 콕토(Jean Cocteau)의 극, ‘푸 른 열차(Le Train Bleu)’의 무대 막으로 해변을 달리 는 여인들(Women Running on the Beach, 1922; Fig. 4)을 그렸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인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재현하면서 입체주의적 변형과 형태의 논리성을 함께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Walther, 1994/2005). 해 변에서 질주하고 있는 두 여인은 고대 로마인의 의복 과 유사한 옷을 입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추구하던 이 상적인 여성상과는 전혀 다른 육중한 모습으로 묘사 되어 있다. 거친 붓질은 이러한 무게감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도구로 작용됐다. 여인들의 팔은 원근법이 무 시된 비율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러한 시점 및 신체의 왜곡은 고전주의의 엄격한 비례 규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카소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 피카소는 신고전 주의의 엄격하고 균형적인 고전 예술형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이와 상반되는 그로테스크(grotesque) 한 표현을 반영하며 그의 세계가 담긴 신고전주의 스 타일을 새롭게 규정시켰다.
5) Analysis of dream period (1925-1935)
1927년, 피카소는 당시 17살이었던 마리 테레즈 발 터(Marie-Thérèse Walter)와 교제를 시작했다. 그의 회 화와 조각, 그리고 수많은 소묘를 참작해 보았을 때, 그녀와의 만남은 그의 성적 경험을 포함하여 생애에 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Berger, 1965/2003). 마리 테레즈와 관련한 모든 것, 즉 그녀 의 얼굴과 신체와 그녀를 향한 피카소의 사랑은 그에 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아름답고 풍만한 형 태와 거침없는 뚜렷한 윤곽으로 그의 회화와 조각품 속에 표현되었다(Bernadac & Du Bouchet, 1986/1991). 1932년 작품 꿈(Dream, 1932; Fig. 5)은 의자에 기대 어 잠든 마리 테레즈의 얼굴이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형태로 결합되어 입체적이고 화사하며 경쾌하게 그려 졌다(Kim, 2009). 피카소는 색상 조합에 초점을 두고 현실의 왜곡된 형태를 발명하기 위해 입체주의와 야 수파의 양식을 사용했는데 부드러운 색감을 통해 현 대적인 느낌을 풍기면서 이와 반대되는 강렬한 윤곽 선을 사용하여 형상을 구체화시켰다. 마리 테레즈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주로 둥근 곡선으로 그녀의 관능 미가 강조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이 작품 속 그녀에게 서 느껴지는 관능미에 대해 비평가들은 피카소가 작 품 속 모델의 얼굴 윗부분에 자신의 발기된 음경을 그 린 것 일거라 지적하면서 이 그림의 관능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Pablopicasso.org, n.d.).
6) Anger period (1936-1945)
1937년, 프랑코 장군을 지원하고 있던 독일의 폭격 기가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 있는 소도시 게르니 카를 야만적으로 폭격했고(Bernadac & Du Bouchet, 1986/1996) 이는 수많은 죽음과 파괴를 수반하며 도 시의 불행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파리에 있던 피카소 는 신문기사를 통해 게르니카의 비보를 접하게 되며 이를 주제로 바로 작품 제작에 돌입했고, 약 한달 만 에 그는 거대한 작품 ‘게르니카(Guernica, 1937; Fig. 6)’를 완성했다. 게르니카는 피카소의 작품 중 가장 정치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그림으로(Jiang & Park, 2022), 전쟁의 무자비한 학살과 비인도적인 만행을 고 발하고 있다. 그는 게르니카를 통해 화면의 구성과 배 치, 파편화된 형태, 단색조의 대비를 통해 사람들의 고통과 혼란, 전쟁의 파괴적인 힘, 무차별한 학살 등 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전쟁과 무력에 대한 강한 반대와 평화와 수호에 대한 인식을 은유적으로 역설 했다(Kim, 2011).
7) Vallauris and Mougins period (1946-1973)
1943년, 피카소는 당시 21살이었던 새로운 연인 프 랑스와즈 질로(Francoise Gilot)를 만나기 시작했다. 피카소는 항상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의 안락의 자에 앉은 이전 연인들을 그려온 것과 달리, 질로를 추상적이며 지적인 분위기의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렸 다. 1946년에 그린 초상화 여인-꽃(Le Femme-Fleur, 1946; Fig. 7)에 그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단순하게 그려졌지만 짙은 눈썹과 선명한 쌍꺼풀, 오뚝한 코와 풍성한 머리카락은 한눈에 프랑수아즈 질로를 떠오르 게 한다. 실과 같이 얇은 몸에 비해 크게 묘사되어 있 는 머리는 법학대학 대학원까지 다닌 질로의 지적인 특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피카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Choi, 2004).
이전 연인들과는 달리 지적인 면모와 자기주장이 강했던 질로는 1950년에 접어들면서 피카소와 불화 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들은 결별하게 된다. 이후 피카 소는 발로리스(Vallauris)근처로 이주했지만 그해 6월,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 무쟁(Mougins)으로 다 시 한번 이주하며, 1954년부터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 을 집중적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귀스타브 쿠르베 (Gustave Courbet)를 시작으로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에 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자크-루이 다비드 (Jacques- Louis David)에 이르기까지 서구 회화의 역 사에 한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을 탐사했다(Seoul Museum of Art [SEMA], 2006). 그 중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모방한 알제의 여인들(The women of Algiers; version O, 1955; Fig. 8)은 수많은 습작을 거쳐 변화 시키면서 원작의 인물과 구성만 남긴 채 피카소만의 양식으로 재현된 작품이다. 거장들의 작품을 모방한 그의 목표는 고전적인 규율을 더 잘 이해하고 그것과 겨루기 위해,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 함이었다(Bernadac & Du Bouchet, 1986/1991).
2. Formative characteristics of Picasso’s work
피카소의 작품 특성을 분석한 선행연구를 살펴보 면 Kim(2000)은 다시점, 꼴라쥬, 형태의 겹침, 선의 강조로 도출하였으며 Whee(2006)는 혁명성, 파피에 꼴레와 콜라쥬와 같은 표현양식, 원근법 파괴와 화면 구성, 시점의 복수화로 도출하였다. Park(2008)은 평 면성, 기하학적 조형성, 다시점에 입각한 투명성, 양 감, 오브제의 다양성으로 도출하였으며 Song(2009)은 사실성, 동시성, 도형성, 해체와 재구성, 중첩성으로, Kang(2011)은 유희성, 동시성, 탈 중심성, 자유성으로 도출하였다. Ban(2014)은 대상을 초극한 기하학적 표 현, 표현성과 우연성을 제거한 조형의 질서, 다양한 화면 변화, 보이지 않는 부분의 표현, 전통적인 시각 세계의 탙피로 도출하였으며, Lin and Cong(2016)은 기하학적 조형성, 동시성, 투명성, 콜라주, 해체와 재 구성으로 도출하였다. 이와 더불어 여러 단행본을 살 펴봤을 때 피카소의 거장의 작품에 대한 모방, 모사, 재해석, 모방성은 Galluzzi(2007/2022)와 Daix(1965/ 1991)를 포함하여 항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Table 1).
본 연구는 선행연구(Ban, 2014;Kang, 2011;Kim, 2000;Lin & Cong, 2016;Park, 2008;Song, 2009;Whee, 2006)와 단행본(Daix, 1965/1991;Galluzzi, 2007/2022)에서 언급된 피카소 작품을 표현 특성과 방법으로 재분류하였다. 형태의 겹침, 혁명성, 원근법 의 파괴와 화면구성, 양감, 평면성, 탈중심성, 자유성, 유희성, 전통적인 시각세계 탈피, 해체와 재구성은 ‘해방적 혁명성’으로, 다시점, 시점의 복수화, 다시점 에 입각한 투명성, 동시성, 중첩성, 보이지 않는 부분 의 표현, 다양한 화면의 변화, 해체와 재구성, 투명성 은 ‘시각의 유동성’으로, 선의 강조, 기하학적 조형성, 해체와 재구성, 도형성, 대상을 초극한 기하학적 표 현, 표현성과 우연성을 제거한 조형의 질서, 기하학적 조형성은 ‘기하학적 환원성’으로, 콜라주, 파피에 콜 레, 오브제의 다양성, 사실성, 유희성은 ‘복합적 상징 성’으로, 모방, 모사, 재해석, 모방성은 ‘창의적 모방 성’으로 도출하였다.
해방적 혁명성은 고전적인 것이나, 기존의 것으로 부터 벗어나 새로운 수단과 형용을 구사하는 특성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원근법, 형태, 빛과 명암 체계, 색채, 대상과 배경 사이의 경계 및 관계, 르네상스 시 대의 여성성 등과 같은 전통적이며 고전적인 규범들 을 거부하며 재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 을 의미한다. 시각의 유동성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비 춰지는 대상의 여러 가지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특성을 말한다. 단일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을 재현하 는 원근법적 공간을 거부하며 복수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을 구성하는 것이다. 기하학적 환원성은 형태 그 자체의 원형을 파악하기 위해 대상의 형태를 기하학 적 형태로 환원시키고 이를 통해 회화적 요소의 조형 미를 발견하는 특성을 말한다. 즉, 눈에 보이는 물체 의 외형보다는 화면 구조에 초점을 두며 획기적인 질 서와 조화로운 세계를 관념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 미한다. 복합적 상징성은 실재의 사물들을 화면에 직 접 등장시켜 기존의 회화적 환영과는 전혀 다른 방법 으로 새로운 실체를 표현하여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 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함과 생소함, 그리고 이질 감을 부여하면서 사용된 사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 를 상기시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창의적 모방성은 기존의 작품을 모방하되 단순한 모작이 아닌 그로부 터 어떠한 탐구나 발견을 통해 독자적인 창의력을 이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 & The Chosun Ilbosa [CIS](2010)에 따르면 기존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개 별적인 사상이 아니라 다면적인 구성에 주목하여 작 가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3. Contemporary fashion design applying Picasso’s work
본 연구는 디자인에 들어가기에 앞서 피카소 작품 을 차용한 현대 패션디자인의 사례를 조사 및 분석하 였다. 학술검색사이트와 국․내외 포털 사이트를 기반 으로 ‘패션’과 ‘피카소’의 키워드로 검색하여 피카소 작품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현대 패션 디자이 너를 조사한 결과,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과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으로 나타났으며, 피카 소 작품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이브 생 로랑의 작 품 4점, 제레미 스캇의 작품 8점을 수집하였다.
이브 생 로랑은 피카소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Sergee Diaghilev)가 공동으로 작업한 발레극 ‘퍼레 이드(Parade)’로부터 영감을 받아 1979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피카소 작품에 대한 이브 생 로랑의 오마주 (Hommage)는 작품 속 여인이 입고 있는 의복의 분위 기와 디테일을 그대로 가져와 실제 의복에 적용하는 방법과 작품 이미지의 일부분을 패턴으로 활용하는 방법, 부자재를 활용하여 예술과 패션과의 융합을 극 대화시키는 방법으로 나타났다(Fig. 9 and 10). 제레 미 스캇은 모스키노(Moschino)의 2020 S/S 컬렉션에 서 피카소의 작품을 강렬하게 녹여낸 디자인을 선보 였다. 그는 피카소의 그림을 다시 드로잉하여 원단에 프린팅하는 방법과 작품의 요소로부터 영감을 받아 실루엣을 변형시키는 방법, 작품 속 디테일을 비교적 고스란히 담는 방법, 하나의 작품만을 응용하지 않고 다른 작품의 일부 요소를 이끌어와 융합시키는 방법 등을 사용하였다(Fig. 11).
2. Deconstructivism fashion
1) Concept and background of deconstructivism
해체주의(Deconstruction)는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자크 데리다가 제창한 철학적 개념으로, 서 구 형이상학 체계를 비판하며 구조주의(Structuralism) 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했다. 해체의 목표는 전통 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모든 것을 뒤엎고 기호와 언어, 텍스트와 컨텍스트, 작가와 독자, 역사의 역할, 해석 의 의무나 비평 형식 등 기존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 는 것이며, 명백하게 구분되어 존재하던 범주를 전략 적으로 역전시킬 뿐 아니라 정해진 우열순위와 그 체 계를 이루고 있는 개념까지 해체하는 것이라 할 수 있 다(Kim & Lee, 2006). 이러한 개념에서 해체주의는 기존의 제반 가치를 불완전한 상태로 만들고 다른 새 로운 형태를 만들어냄으로써 개념, 기호, 구조 등 견 고하였던 연구의 영역에 끊임없는 연결성과 분산성을 불러일으켰다.
2) Expression characteristics and methods of deconstructivism fashion
패션에서의 해체주의는 이때까지 고수해오던 관습 을 거부하고 규칙을 파괴하며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형태로 나타난다(Park, 2015). 본 연구는 다양하게 나 타나는 해체주의 패션의 표현 특성과 표현 방법을 유 형화시키기 위해 선행연구(Han, 2021;Heo, 2020;Kwon, 2007;Lee, 2011;Lee, 2022;Park, 2015)를 참 고하여 4가지로 정리하였으며 이를 기준으로 각각의 특성과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불확정성은 모든 것은 확실하게 정의되거나 고정 적일 수 없는, 즉 명료화된 하나만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의복을 어떻게 착용하 느냐에 따라 인체와 외부와의 경계의 모호성과 무한 한 가능성을 가지는 비구조적, 비구성적의 의복 형태 로 나타난다. 상호텍스트성은 이분법적 표현 방법을 무너뜨리고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시키는 것을 의미한 다. 이는 속옷의 겉옷화와 같은 T.P.O에 따른 착장 방 식을 무시하는 방법과 여성 의복과 남성 의복의 구분 을 허무는 방법, 이질적이고 상반되는 소재들을 결합 하는 방법 등으로 나타난다. 차연은 과거와 현재, 그 리고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결합시 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의 스타일에 현대나 미 래적 요소를 대입시키는 방법, 제작이 진행 중에 있음 을 드러내는 미완성의 표현, 시간의 흔적을 나타낼 수 있는 의도적 풀어헤침과 재활용, 콜라주 방법 등으로 나타난다. 탈현상은 기존에 형식을 갖춰 존재하는 것 들로부터 탈피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탈중심성, 탈 구성성, 불연속성, 탈기능성으로 구분된다. 탈중심성 은 계층의 질서를 해체하는 특성으로, 내적으로는 제 3의 세계, 여성, 거리 패션, 억압으로부터 소외된 것 등의 비주류 문화나 하위문화, 보편주의에 대한 반동 으로 나타나고, 외적으로는 중력장 속에 존재하는 수 직․수평이라는 절대적 질서로부터 탈피하여 중력의 작용 방향을 왜곡하는 것으로 나타난다(Won, 2000). 탈구성성은 기존의 의복구성의 방식으로부터 탈피하 는 것으로, 분해, 왜곡, 과장, 삭제, 비대칭, 불균형, 부 조화, 미완성, 훼손, 분열, 붕괴, 생략 등으로 표현된 다. 불연속성은 내적인 연속성과 외적인 연속성의 일 반적인 틀을 해체하여 획일화된 규칙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혼합, 중첩, 반복적 우연, 삽입, 왜곡, 용해의 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탈기능성은 의복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는 의복에 존재하는 기능을 비실용적으로 재구성함으 로써 형태 부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나타난다.
Ⅲ. Development of Works
1. Intention of design works
피카소에게 ‘인물’은 핵심 대상이면서 예술의 중재 자였고, 어떠한 것이든 그것을 비재현적이며 혁신적 인 형태로 재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적용하려는 시도가 그의 창조적 특성을 표출시킨 궁 극적 동기였다(Finlay, 2011/2013). 그중에서도 ‘여인’ 은 피카소의 삶과 예술의 원동력이었는데, 그가 사랑 했던 여인들은 항상 작품의 모델로서 등장했으며 그 의 대부분의 작품을 차지하는 불가분의 관계였다(Seo & Popelard, 2021). 이에 본 연구는 작품 제작을 위한 피카소의 모티브 작품 선정에 있어 여인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피카소의 작품을 응용하기에 앞서 이브 생 로랑과 제레미 스캇의 디자인을 분석한 결과, 두 디자이너는 피카소 작품의 이미지를 프린팅하여 그대로 사용하거 나 작품의 요소를 실루엣과 디테일에 적용시킨 것으 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방법들을 참고하되,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을 결합하고 이와 더불어 공장 등의 폐원단, 버려진 스와치, 1년 이상 착용되지 않아 더 이상 쓸모없어진 의류, 버려진 사물과 액세서리 등 을 활용하는 업사이클 패션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차 별성을 가진다.
피카소 작품의 조형적 특성 분석 결과, 해방적 혁 명성, 시각의 유동성, 기하학적 환원성, 복합적 상징 성, 창의적 모방성으로 나타났으며,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 분석 결과, 불확정성, 상호텍스트성, 차연, 탈현 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피카소 작품 의 조형적 특성과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을 각각 2가 지 이상을 활용 및 결합하여 구체적인 디자인 방법으 로 적용하고자 했다. 작품 제작 계획표는 <Table 2>와 같다.
2. Development of 3D digital fashion design
본 연구는 입체주의의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면서 여인이 등장하는 피카소 작품 6개를 모티브 작품으로 선정하여 피카소 작품의 조형적 특성과 해체주의의 특성을 융합한 업사이클 패션을 구현하였다.
디자인 1은 피카소가 페르낭드 올리비에(Fernade Olivier)를 모델로 그린 배와 여인(Woman with Pears, 1909)을 응용한 작품으로, 강한 묵직함과 부피감을 강 조하고자 했다.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 두꺼운 가죽 재킷과 울 재킷을, 부피감을 표현하기 위해 남성복을 업사이클 재료로 활용하였다. 그림의 대표 특성으로 드러나는 기하학적 환원성은 재킷의 본래 구성을 분 해하고 새롭게 중첩시키면서 분해된 조각들이 각각 가지는 조형미를 표출시키는 것으로 응용했다. 이에 더해 레이어드 룩을 입은 듯한 형태로 구성하여 해체 주의의 불연속성을 적용시키는 동시에 큰 사각형 형 태의 실루엣으로 연출하여 기하학적 도형성을 한층 더 강조하였다. 재킷의 뒷모습은 무거운 가죽 소재와 대비되는 가볍고 투명한 오간자 소재를 배치함으로써 상반된 소재가 결합된 것이 특징에 포함되는 상호텍 스트성을 나타냈고, 스커트는 매우 짧게 구성하여 본 래 의복의 용도, 즉 신체 보호를 하지 못하는 탈기능 성의 특성을 담아냈다(Fig. 12).
디자인 2는 피카소가 에바 구엘(Eva Gouel)을 모델 로 그린 나는 에바를 사랑해(Nude; I Love Eva, 1912) 를 응용한 작품으로, 완전히 분해된 도형성과 당시 그 림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색감을 적극적으로 활용 한 디자인이다. 그림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환원성을 표현하기 위해 축구 유니폼 티셔츠와 여성 스트라이 프 셔츠를 분해한 후 재구성하였고, 이와 더불어 시각 적인 작품성을 강조하고자 원단의 색상을 고려하여 유사한 배치로 구성하였다. 그림에서는 대상과 대상, 대상과 배경 간의 경계가 모호한 해방적 혁명성이 드 러나는데, 이를 위해 오간자 소재를 활용하여 의복과 배경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고, 빨간색의 원단을 위·아 래로 맞물리게 배치함으로써 재봉되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도록, 즉 대상과 대상간의 경계 를 구별할 수 없도록 표현하였다. 오버로크는 일반적 으로 잘려진 원단 끝부분의 올 풀림을 방지하기 위해 의복 제작 과정 중에 활용되지만 본 작품에서는 의도 적으로 오버로크된 부분을 노출시킴으로써 미완성의 특징을 포함하는 차연의 특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또 한 투명한 오간자 소재를 의복의 비교적 상당 부분에 배치하여 탈기능성을 표현했고, 불규칙적인 원단 조 각들을 무질서적으로 재봉하여 비균형적인 형태의 탈 중심성과 탈구성성을 나타냈다(Fig. 13).
디자인 3은 피카소가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그린 붉은 안락의자(The Red Armchair, 1931)를 응용한 작 품으로, 여인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을 모방 및 재해석 했다. 여인의 오른쪽 어깨에 비어있는 부분을 고려하 여 어깨 부분을 단추 여닫이로 구성하였고, 팔의 둥근 외곽형태를 그대로 표현하고자 부풀린 형태의 소매로 디자인하였다. 털처럼 표현되어 있는 소매 끝자락은 니트 소매를 활용하여 표현했다. 그림의 분위기를 한 층 더 살리고자 여인이 앉아있는 소파의 줄무늬를 스 커트 주머니의 안쪽 소재로 활용하였다. 본 디자인에 서 가장 핵심이 되는 디자인인 분리된 셔츠 조각은 그 림 속 가슴 부분에 그려져 있는 곡선 라인을 재해석하 기 위해 ‘셔츠의 한쪽 앞판’이라는 요소의 암홀 라인 을 활용하여 디자인적 구성과 조형의 미를 이끌어냈 다. 이와 더불어 이의 비스듬한 배치는 수직·수평의 질서로부터 탈피시킨 해체주의의 탈중심성을 담아낸 것이다. 셔츠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스커트는 기존의 고정된 의복 구성 방식으로부터 탈피시킨 탈구성적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Fig. 14).
디자인 4는 피카소가 22세 마리 테레즈의 모습을 담아낸 꿈(Dream, 1932)을 응용한 작품으로, 여인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을 모방 및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그림에서 소매가 흘러내려간 듯 보이는 상의와 목에 둘러져 있는 목걸이의 형태를 응용하여, 바이어스로 끝부분을 마무리한 오간자 소재와 일부분 분해시킨 흰색 면바지를 결합시켜 상의로 디자인했다. 이때 본 래 하체에 입는 바지를 상의에 적용하고 엉덩이 부분 을 앞쪽으로 배치시킴으로써 시각의 유동성을 담아내 고자 했다. 여인이 입고 있는 흰색의 하의는 흰색 셔 츠 원피스의 소매 부분을 분리시킨 후, 남은 부분을 활용하여 허리에 두르는 하의 액세서리로 재구성하였 다. 이는 허리에 두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끼 원피 스로도 착용이 가능하며, 이러한 특징은 착용 방식의 불확정성을 나타낸다. 스커트는 그림 속 벽지의 패턴 을 본 연구자가 직접 손으로 다시 그려내어 원단에 프 린팅한 디자인이다. 본 작품은 비균형적 형태와 기존 의 구성방식을 탈피한 형태, 비규칙적인 형태, 겹쳐 입어야 하는 착장 방식, 오로지 미적인 형태만 부각시 키는 비실용성 등 전반적인 탈현상의 특징을 가진다 (Fig. 15).
디자인 5는 피카소가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그린 ‘시계를 찬 여인(Woman Watch, 1936)’을 응용한 작 품으로, 여인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을 재해석한 디자 인이다. 본 작품은 자투리 원단과 앞서 디자인 3에서 사용하고 남은 여성 스트라이프 셔츠를 활용하여 제 작한 것이 특징이다. 버려진 자투리 원단과 분리된 의 복의 조각들을 결합하여 각각의 재질이나 형태를 그 대로 남기는 동시에 하나의 드레스로 조합을 이루게 함으로써 형태의 원형을 파악하고 화면 구성에 목적 이 있는, 또한 요소의 조형미를 발견하고 표출하는 기 하학적 환원성의 특성을 담아냈다. 그림 속 여인이 입 고 있는 격자무늬 패턴은 네모 형태 자투리 원단들을 결합시킨 것과 체크무늬 원단을 활용함으로써 나타냈 다. 이와 더불어 검정색 동그라미 무늬는 진주 장식으 로 재해석함으로써 창의적 모방성을 담고자 했다. 작 품의 왼쪽 팔에는 셔츠 조각이 손에서부터 끼워 넣는 방식으로 착용되어 있는데, 이처럼 드레스 뒤판의 일 부분인 셔츠 조각을 팔에 끼워 겨드랑이 구멍 아래 단 추에 잠그는 방식과 팔에 끼우지 않고 드레스의 뒤판 으로 그대로 남기는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다. 본 작 품은 비균형적 형태, 다양한 방향의 존재, 비대칭, 비 규칙성, 중첩, 평면화 등 전반적인 탈현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Fig. 16).
디자인 6은 피카소가 도라 마르를 모델로 그린 도 라 마르의 초상(Portrait of Dora Maar, 1937)을 응용 한 작품으로, 여인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을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본 작품은 가발과 머리핀, 볼캡(ball cap) 를 재활용하여 디자인한 것이며, 이를 통해 실제 사물 의 등장, 즉 복합적 상징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가발 과 머리핀은 이질적 소재로 상호텍스트성을 띄고 있 다. 볼캡은 그림 속 여인이 착용하고 있는 의복의 실 루엣을 고려하여 어깨에 배치하였다. 그림 속 의상 가 운데에 그려져 있는 형태를 보며 헤어핀이 떠올랐고, 그 안에 수직 방향의 검은색 선을 보며 헤어핀과 연관 되는 가발이 연상되었으며, 이러한 두 사물을 상의 중 앙에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획일화되고 일반적인 틀 을 해체하는 불연속성의 특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블 라우스의 상단부분과 스커트의 상단 부분은 그림 속 패턴과 유사한 패턴의 원단으로 제작하였다. 스커트 는 발끝까지 오는 기장과 오간자 소재를 겹쳐 한층 더 우아한 느낌으로 끌어올리는 한복의 특징을 응용하여 과거의 양식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차연의 특성을 담 아낸 것이다(Fig. 17).
3. Works production
본 연구에서는 ‘디자인 3’과 ‘디자인 4’의 디지털 작품을 실물 작품으로 구현하였다. 작품 1에서 사용 한 업사이클 소재는 소비가 다 되어 버려진 카키색의 니트와 1년 이상 입지 않은 검은색의 셔츠이다. 이 외 에 검정색의 새 코튼 원단과 줄무늬가 새겨진 새 원단 을 추가로 활용함으로써 의복의 실용성과 심미성을 더욱 살리고자 했다. 본 의복의 주재료로 사용한 두 가지의 업사이클 원단 중 카키색 니트의 앞판과 뒤판, 커프스를 활용하여 본 작품의 상의 앞, 상의 뒤의 요 크, 커프스, 스커트 앞 하단 부분에 적용했다. 검정색 셔츠는 왼쪽 앞판과 오른쪽 앞판의 여밈 영역, 커프스 1개, 뒤판을 활용하여 본 작품의 상의 앞부분의 포인 트 디자인, 어깨 여닫이, 목의 일부분, 뒤판에 적용하 였다(Fig. 18).
작품 2는 1년 이상 입지 않은 흰색 셔츠 원피스와 중고의류 판매점 ‘아름다운 가게’에서 구입한 흰색 면 팬츠를 활용한 업사이클 디자인이다. 또한 흰색 오간 자 원단과 본 연구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프린팅한 원 단을 추가로 사용함으로써 의복의 실용성과 심미성을 한층 더 나타내고자 하였다. 1년 이상 입지 않은 흰색 셔츠 원피스는 의복의 상태가 양호한 편임을 고려하 여 소매 부분만 분리한 후 나머지 부분은 모두 사용하 였다. 모든 끝부분을 말아 박음으로써 업사이클 패션 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자 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헌 옷의 수명을 더욱 연장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허리에 도 두를 수 있고 조끼 원피스로도 활용할 수 있게 다 용도의 의복으로 디자인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중고 의류로 구입한 흰색 면 팬츠는 한쪽 다리 부분을 일부 분 잘라내고, 나머지 다른 한쪽의 다리 부분은 넓은 면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쪽 허벅지 부분의 봉제를 풀어 사용하였다. 허리벨트 부분은 원상태 그대로를 두어 상의의 액세서리로 탈바꿈시켰으며, 가슴 사이 즈에 맞게 잠글 수 있도록 단추를 추가로 부착하여 활 용도를 높였다(Fig. 19).
Ⅳ. Conclusion
본 연구는 지속가능성이 자리 잡은 현대 패션산업 의 사회적 책임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개성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피카소의 예술과 해체주의 패션을 결합시킴으로써 심미성과 활용성이 가미된 업 사이클 패션디자인을 개발하였다. 디자인 진행에 앞 서 피카소 작품세계와 해체주의의 배경 및 개념에 대 해 고찰한 후 피카소 작품의 조형적 특성과 해체주의 패션디자인의 표현 특성을 도출하였다. 먼저 피카소 작품의 조형적 특성은 해방적 혁명성, 시각의 유동성, 기하학적 환원성, 복합적 상징성, 창의적 모방성으로 나타났으며, 해체주의 패션디자인의 표현 특성은 불 확정성, 상호텍스트성, 차연, 탈현상으로 나타났다. 도 출해낸 특성을 기반으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패션디 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표현기법은 회화적 표현의 응 용, 부자재를 활용한 시각적 측면의 극대화, 기존의 구성 및 착장방법 무시, 기능성 약화 등으로 나타났 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분석결과를 적용하여 폐원단, 폐스와치, 장기간 미착용 의류와 악세사리 등을 활용 한 업사이클 가상 착의 6개와 실물 착장 2개를 제작하 였다. 작품 개발 및 제작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업사이클 패션디자인 연구는 환경적 측면이나 구성적 측면에 중점을 둔 연구가 주를 이뤄 왔으며, 소비자의 개성을 고려한 연구는 한정적이었 다. 본 연구는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소비자의 개성을 충족시키고자 미적 표현에 초점을 두어 회화적 주제, 즉 피카소의 작품 이미지를 도입하여 기존 업사이클 패션디자인과는 차별적인 컨셉 중심의 디자인을 개발 하였다. 이를 통해 업사이클 패션디자인 연구의 주제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둘째, 업사이클 디자인은 해체하고 재구성했을 때 더 큰 범위의 디자인을 생산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체적으로 해체주의를 적용한 업사이클 디자인이 생 산되고 있다. 본 연구는 비교적 ‘해체’에 정체되어 있 는 업사이클의 방법을 디자인적으로 다양화시키고자 피카소의 회화방식을 결합시켰다. 해체 및 재구성한 것들로부터 시각적 조형미를 표출시켰고,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형태 및 기능의 의복 구성을 통해 착각을 일으키는 디자인을 전개하였으며, 소재의 다 양한 활용으로 본래의 기능을 변형시키기도 했다. 또 한 업사이클 디자인에 실용성을 불어넣고자 새로운 원 단을 결합하기도 하였으나, 오로지 미적인 형태만 부 각시키는 비실용적인 방법을 적용시키기도 했다. 이 와 같이 피카소와 데리다의 태도와 그들이 발견해낸 방법들을 결합하고 응용시키며 업사이클 패션디자인 을 구성 및 전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얻을 수 있었다.
셋째, CLO 3D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지털 패션디 자인 전개는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으며, 다양 한 표현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패 턴이나 도식화 상태를 바로 확인하고 적용이 가능하 였다. 향후 소재 적용이나 표현 부분에 있어 좀 더 다 양한 프로그램의 활용 방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