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패션과 예술의 조우(collaboration)를 통해 장르간의 경계를 와해하고 혼합하여 새로운 시대양식을 찾고자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오 랜 실험은 다양한 조형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그중 그 라피티(graffiti)는 현대미술과 패션에서 많이 사용하 고 있는 표현양식 혹은 형식 중 하나이다(Roh, 2020). 특히 사회에 대한 저항이나 사회적 결속에 대한 메시 지가 강하게 표출되었던 초기의 그라피티와 달리 현 대의 그라피티는 사회적인 메시지 표출은 물론 개인 적 정체성에 대한 표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므로 개 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 한 조형적 실험방법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Kim, Lee, & Yang, 1997).
그라피티는 1980년대부터 예술 양식의 하나로서 공식적 인정을 받게 되었고(Lee, 2002), 1990년대 이 후에는 패션계에서도 루이뷔통, 샤넬, 디올 등 여러 하이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그라피티 룩을 선보이며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Ryu, 2011).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 그라피티는 점차 음악, 춤, 공연 등 문화 전반에 걸친 문화 양식으로 동시대의 미 학 사조와 혼합되면서 이전과는 달리 그 표현 방법이 확장되고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 그라피티 패션 역시 마찬가지로 더욱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스타일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Kim, 2015;Lee, 2013;Roh, 2020).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은 아디다스에서 디자이 너로 활동할 시기부터 이미 그라피티적 요소를 적극적 으로 활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모스키노의 디자이너 가 된 이후에는 거의 모든 시즌에 빠지지 않고 다양하 고 많은 그라피티의 요소와 기법을 사용하며 컬렉션 에 등장시키는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 모스키노의 초 기 설립자 프랑코 모스키노(Franco Moschino, 1950- 1994)는 기존의 질서에서 탈피하여 전통적인 스타일 링에 충격적인 요소와 재미를 결합하며, 특유의 재치 와 유머로 변칙을 주는 그라피티를 컬렉션에서 발표 하였는데, 제레미 스캇은 이러한 모스키노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표현방법을 추구하였다. 프랑코 모스키노가 광고 캠페인을 통해 동물 학대부 터 에이즈까지 폭넓은 사회 문제를 제기하였다면, 제 레미 스캇은 이라크 전쟁 기간 중 발표한 컬렉션에서 미키 마우스 귀가 달린 군인 헬멧을 선보이는 등 사회 적 메시지를 다루기는 하지만 이를 유희적으로 풀어 내고 있다(Widdicombe, 2016). 그리고 모스키노에서 의 첫 컬렉션을 맥도날드(McDonald’s)의 로고와 유니 폼, 애니메이션 스펀지밥(SpongeBob), 바비 보이, 미 키마우스(Mickey Mouse)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 로 구성하는 등, 그라피티의 특성과 같이 대중문화를 향한 지속적인 접근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그라피티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자신의 패션에 적용하기도 하 고, 다양한 메시지를 문자로 담은 컬렉션을 발표해 왔 는데, 실제로 가디언(Guardian)지와의 인터뷰에서 패 션 디자이너는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가 되어 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하면서(“Franco Moschino”, 1994), 그라피티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인 커뮤니케 이션성을 확인하게 한다. 표현기법 면에서도 원단 표 면에 디지털 프린트를 하는 등 평면적 그라피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그라피티의 입체 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 렉션에 나타난 그라피티의 표현요소 및 기법의 특성 을 분석하는 것으로써, 혼재하고 다층적으로 결합하 는 컨셉이 새로운 작업방식과 스타일을 빠르게 형성 하고 있는 지금, 표현요소 및 기법 분석에 초점을 두 고 면밀히 고찰하여 새로운 조형적 표현과 특징을 규 명하는 것은 창조적 표현방법의 확장된 영역을 파악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연구 방법 및 내용은 선행연구를 통해 그라피티 아 트와 패션의 어원, 등장과 흐름, 내용적 특징, 표현특 성을 고찰하므로 개념 파악을 통하여 그라피티 패션 을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다음,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 나타난 그라피티 패션의 표현요소와 표현기법을 분석하고, 그 특징을 논의하 였다.
본 연구의 연구범위는 제레미 스캇이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2014년 F/W부터 2020년 F/W 컬렉션까지로 하였다. 연구자료는 연구 범위 내의 컬렉션 이미지 중 1차적으로 연구자가 선 행연구에 나타난 그라피티와 모스키노의 표현특성 및 기법 분석을 통해 얻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수집하였 고, 2차적으로 의류학분야 박사 3인의 전문가 집단에 게 키워드와 함께 1차 선별한 이미지를 제시한 후, 그 라피티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다 시 선택하도록 하여 최종적으로 총 561장을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II. Theoretical Background
1. Appearance background of graffiti art and fashion
1) Graffiti art
낙서를 의미하는 그라피티는 벽 표면을 긁어 만든 드로잉 혹은 이미지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그라피 토(graffito)’의 복수 형태이며(Monthly Art [MA], 2013), ‘끝이 뾰족한 필기구’를 뜻하는 라틴어 ‘그라 피움(graphium)’에서 파생하였다(M. S. Kim, 2018). 이 단어는 1550년대 이탈리아에서 처음 등장하였으 며, ‘새기다(graver)’, ‘표면에 흠집을 내다’라는 의미 의 이탈리아어 동사 ‘그라피아르(graffiare)’(M. S. Kim, 2018) 또는 긁은 그림을 뜻하는 ‘스그라피토 (sgraffito)’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MA, 2013).
이렇듯 인간 본연의 욕구인 표현의 방식을 지칭하 는 그라피티의 기원은 어원에 따라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그라피티는 1960년 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사회문화 현상을 말하며, 고 대로부터 기원하는 그라피티와 구분하기 위해 ‘그라 피티 라이팅(graffiti wri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그라피티를 벽에 새겼던 작업자들이 스스로를 ‘라이터(writer)’라고 부르고 벽에 그리는 행위를 ‘쓰 는 것(writing)’이라고 한 것에서 비롯된다(T. H. Kim, 2018). 그라피티 작업자들은 가명과 자신의 실제 주소 가 결합 된 태그를 사용함으로써 드러냄과 숨김이라 는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였고, 동 시에 일반인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글자체를 사용함 으로써 그라피티가 마치 암호처럼 기능하게 했다(M. S. Kim, 2018).
하지만 그라피티 작업자들은 자신의 그라피티가 최대한 눈에 자주 띄기를 원했기 때문에 1970년 뉴욕 의 거리와 지하철은 그라피티로 뒤덮이게 된다. 이후 그라피티는 범람하는 낙서들 가운데,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로고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Kim et al., 1997). 그라피티 라이터들은 단순 한 이름 쓰기(tag)를 넘어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 들기 시작했으며, 이는 스타일 전쟁(style war)으로 이 어져 그라피티 양식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그림 과 글씨도 점점 커져 1975년에는 열차 전체를 뒤덮는 톱 투 버톰(top-to-bottom) 방식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Kim et al., 1997). 그러나 초기의 그라피티는 자의적 이고 저항적인 ‘반달리즘(vandalism)’으로 여겨지며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후 그라피티 작가들은 활동할 공간을 찾아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미국을 벗어나 유럽까지 영향 력을 미치기 시작했다(M. S. Kim, 2018). 1980년대 그라피티는 유럽으로 건너가면서부터 초기의 부정적 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최첨단의 표현으로 주목받으 며 대중과 친밀한 도시의 거리예술(street art)이 되었 다(Jang, Ahn, & Lee, 2006). 미국의 그라피티 작가들 은 유럽의 영향을 받아 내용과 형식을 가진 새로운 그 라피티 양식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작품은 지하철역 에 그려진 초기의 그라피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 으며, 회화적인 양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들 은 스스로 ‘그라피티스트(graffitist)’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Yang, 2015). 미국의 대표적인 그라피티 아 티스트로 여겨지는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장 미 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작품들이 타임 스 광장 쇼(Times Squares Show)를 통해 공식적으로 소개되며, 비로소 그라피티는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 고 그라피티 아트(graffiti art)로 불리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 그라피티 아티스트는 대중의 인지도 를 얻기 위해 스케이트보드, 민속 미술, 만화 등의 다 른 대중문화들과 융합하거나, 여러 매체들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그라피티의 규칙들을 발전시켰으며(Lemoine, 2012/2017), 스프레이 그라피티, 포스터, 스티커, 벽 화, 착시, 설치, 스텐실, 광고판 변형, LED, 모자이크 타일, 종이 붙이기 등 더욱 풍부한 표현과 기법으로 확장하게 되었다(M. S. Kim, 2018;Yang, 2015). 그라 피티 아트는 초기 그라피티만큼 일반인들이 해석하기 어려운 시각적 기호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로고나 구상적 이미지가 시각 언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Wacławek, 1989/2015). 뱅크시 (Banksy)가 도시의 벽과 공공건물을 넘어서 상점, 미 술관 등을 배경으로 작업을 하며, 기존의 그라피티에 설치 예술과 공연을 가미한 퍼포먼스적 성격을 보여 주고 있는 것과 같이, 그라피티의 표현 방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2) Graffiti fashion
패션에 그라피티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팝아 트가 있었다. 1960년대 팝아트의 영향으로 패션은 오 뜨꾸뛰르의 모방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기호나 낙서 글자 등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활용하였다(Kim et al., 1997). 특히 팝아트의 등장 이후 그동안 저급 문 화, 저급 예술로 여겨지던 것들이 고급 문화, 고급 예 술과 수평적 관계로 놓이게 되었으며(Park & Ha, 2021),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만화, 상표, 교 통표식 등이 의복의 무늬로 사용되었다(Kim et al., 1997).
1970년 펑크문화는 사회고발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라피티를 패션에 반영하기 시작하였다. 낙관 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가진 히피족의 자녀들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절망하게 되었고, 그들의 패션에 반항적이고 반문화적이며 안티-히피적 사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펑크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싸구려 정장에 무례한 문구를 페인트로 쓰거나(Yim, 2003) ‘Anarchy’, ‘No Hope’, ‘No Future’, ‘We Are All Prostitute’ 등 하위문화적 슬로건, 메시지, 소속 등 의 문자를 티셔츠에 프린트하였다(Kim et al., 1997).
1980년 이후에는 루이비통, 디올, 샤넬 등 많은 패 션 디자이너들이 로고를 활용한 그라피티를 의류, 가 방,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하므로 상업성을 도 모하였다. 루이비통과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그라피티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와의 협업은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백이 기존에 가지고 있 던 무겁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바꿔놓으므로 놀라운 반응을 일으켰고, 디올도 자사 향수의 로고를 옷에 그 라피티하여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하므로 향수 판매를 위한 홍보 효과를 꾀하였다(Lee, 2002).
2000년 이후의 패션에는 그라피티가 하나의 트렌 드가 될 정도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다(Ryu, 2011). 티셔츠에 슬로건 등을 써넣는 그라피티 요소가 사용 되어 시각적으로는 펑크 스타일과 같이 충격을 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 는 무관한 단어였던 것처럼(Yim, 2003), 그라피티 패 션은 유희적 요소들에 의한 장식적인 성격이 강조되 었다(Kim & Lee, 2012). 뿐만 아니라 레이저, LED 디 스플레이, 프로젝션 등을 사용하여 프린트 효과를 내 며 증강현실로 디지털 그라피티를 구현하는 등 매우 다양한 표현방법을 활용에 이르렀다(Kim & Yoo, 2015).
그라피티 아트와 그라피티 패션은 <Table 1>에서와 같이 시대에 따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그라피티 아 트가 초기에 10대 문화이며 사회체계에 반하는 반달 리즘으로 여겨진 것과 같이 패션에서도 당시 젊은 연 령층이었던 펑크족이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나 공격적 이고 과격한 문구를 옷에 써서 입고 다니며 저항적 성 격을 드러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맞이하며 모든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었고, 여기에 팝아트의 영 향이 더해지며 저급한 것으로 여겨졌던 그라피티가 예술로서 인정받게 되면서 패션 브랜드에서도 그라피 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향으 로 2000년대 이후부터는 그라피티의 메시지 전달 성 격은 지속되었으나, 그라피티 아트와 패션 모두 다양 한 기법과 요소를 활용하며 메시지 전달 특성과 함께 장식적인 성격이 더욱 두드러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2. Content feature and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graffiti in previous studies
1) Content feature of graffiti
그라피티가 내포하는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 라피티의 개념적 토대를 마련한 Jang et al.(2006), Kim(2007), Kim et al.(1997), Kim and Yoo(2015), Lee(2002), Lee and Han(2009), Roh(2020)의 선행연 구를 고찰한 결과, 그라피티는 모방(imitation), 사회적 메시지(social words), 태깅(tagging)의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모방은 작가의 주변 환경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으로, 유명 캐릭터나 인물을 모티프로 하거 나 사진 속의 풍경 등을 확대하여 사실적으로 그린 것 들이 여기에 속한다.
기성 사회의 문제에 대한 불만이나 정치적 발언을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 것은 사회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정치적 발언을 풍자적으로 표현하여 비꼬거나, 동시대에 일어나는 인권문제, 에이즈, 인종 차별, 핵전쟁, 반전 등의 사회적 문제를 향한 메시지 를 작품에 담는 경우가 많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문제 를 계몽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Lee & Han, 2009). 때로는 메시지뿐 아니라 기호와 심벌을 활용해 함축 적으로 사회에 대한 반감과 비판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 외에도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이야기나 간단한 말을 넣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Lee & Han, 2009).
태깅은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가명 또는 필명을 독특한 모양의 글자나 그림 등으로 그려 넣는 행위이다. 태그(tag)는 사인(sign)과 마찬가지로 그라 피티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T. H. Kim, 2018)이기 때문에 그라피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 을 한다. 초기에는 단순히 작가의 가명 또는 필명을 작품에 남겼다면 점차 서명이 디자인화되어 작품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다.
2)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graffiti
본 연구가 주목하고 있는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 나타난 그라피티의 표현요소 및 기법 분석 을 위해서, 선행연구들을 통해 그라피티의 표현요소, 표현기법, 표현특성 등을 파악하여 수집 이미지 분류 근거로 하였다(Gaang & Lim, 2015;Kim, 2007;Kim, 2011;Kim et al., 1997;Kim & Yoo, 2015;Lee, 2002;Roh, 2020;Ryu, 2011). 또, 모스키노 패션디자 인에 대한 선행연구도 고찰하였는데(Kim, 2015;Lee & Cho, 2011), 이미지 수집 시 모스키노 패션디자인 에 다양해진 그라피티 표현방법이 넓게 사용되고 있 다는 점을 선험적으로 알 수 있었으므로, 기존의 그라 피티보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표현방법들에 대 한 특징들을 사전에 이해하여 그라피티 표현방법의 새로운 항목 분류 시 참고하고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 였다.
<Table 2>의 분석결과와 같이, 그라피티의 표현요 소에는 기호화된 문자나 형태(광고, 만화, 상표, 교통 표식), 낙서, 글자, 사회고발적 메시지, 통속적 메시지, 브랜드 로고와 심볼, 이미지화된 브랜드 로고, 로고의 조형성 강조, 태그, 슬로건, 소속, 도형, 만화적 표현, 통속적 이미지, 아동적 기법에 의한 그림, 유아적 착 장, 동화적 요소 등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라피티의 표현기법으로는 원색의 사용, 색채대비(원색의 대비), 신체이미지 변형(왜곡된 인체), 왜곡, 과장, 변형, 생 략, 반복, 대치, 전환, 결합, 단순화, 간략화, 확대와 축 소, 패러디, 액션페인팅, 콜라주, 데칼코마니, 번지기, 뿌리기, 뭉개기, 우연적 효과,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 램 활용 등이 나타났다. 그라피티와 모스키노 컬렉션 의 표현방법 및 특성에 있어서 공통적인 점이 많았으 나, 모스키노의 패션디자인에서는 일상적인 요소와 착시와 이질적 오브제의 차용이라는 기법을 다루고 있다.
III. Characteristics of Expressive Elements and Techniques of Graffiti in Moschino Collection of Jeremy Scott
본 장에서는 제레미 스캇이 모스키노의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2014년 F/W부터 2020년 F/W 컬렉션을 연구범위로 하였고, 그라피티가 사용 된 작품을 수집하여 표현요소 및 표현기법을 분석하 였다. 연구범위 내의 컬렉션 이미지 총 761장 중 1차 적으로 선행연구에 나타난 그라피티와 모스키노 패션 디자인의 표현요소 및 기법 특징 분석을 통에 얻은 키 워드를 참고하여 연구자가 총 590장을 수집하였다. 2 차적으로 의류학분야 박사 3인의 전문가 집단에게 동 일한 키워드와 함께 1차 선별한 이미지를 제시한 후, 그라피티 특성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 사진을 다시 선택하도록 하여 최종적으로 총 561장을 선정하고, 연구자와 함께 그라피티 표현요소 및 표현기법의 항 목별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선행연구에서 분석한 그라피티 표현요소 및 기법과는 달리,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 나타난 그라피티 표현방법은 다음과 같이 새로운 항 목으로 분류되었다.
표현요소는 메시지(슬로건), 기호화된 문자나 형태, 로고와 브랜드 상징, 그라피티(낙서), 유아적 요소, 일 상적 요소의 6개의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표현 기법은 원색 사용(색채대비), 변형, 왜곡, 과장, 착시, 콜라주(반복), 단순화(평면화), 이질적 오브제 차용 등 7개의 항목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아래 <Table 3>, <Table 4>와 같으며, 한가지 착장에 표현요소 및 기법 의 여러 분류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이미지 합산 수량과 각 항목의 분류 수량이 다르다는 것을 명시한다.
1. Analysis of the expressive elements and expressive techniques of graffiti in Moschino collection of Jeremy Scott
1) Expressive elements
메시지(슬로건) 항목은 사회고발이나 통속적 내용 등을 담고 있다. 2014년 F/W 컬렉션에서는 인조모피 로 만들어진 코트에 진짜 모피라는 뜻의 ‘Fur Real’을 써넣음으로써 역설적인 슬로건을 소개하고 있다(Fig. 1). 또한 같은 컬렉션에서 젖소 무늬 자켓에 시장 점 유율은 높지만 성장 가능성은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 를 뜻하는 경제용어 ‘Cash Cow’를 새겨넣어 언어 유 희적인 재미를 추구했다. 2016년 S/S 컬렉션은 마치 공사현장을 보는 것 같이 구성되었는데, ‘Dangerous couture ahead’, ‘Runway closed’, ‘High heels only’와 같이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경고문구를 변형하여 디 자인에 활용함으로써 재미를 더했다(Fig. 2). 2015년 S/S 바비 컬렉션에서 제레미 스캇은 ‘Moschino for ages 5 and over’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모든 여자 아이들과 게이 소년이 그런 것처럼 저도 바비를 좋아 합니다. 바비는 좋은 언니이고 또 그냥 재밌어요 (Phelps, 2014).”라고 말하면서 ‘재미’라는 컬렉션의 주제를 명확하게 했다. 이와 같이 제레미 스캇의 모스 키노 컬렉션은 갖가지 말장난이 담긴 티셔츠에 사회 적 메시지를 풍자적으로 담아냄으로써 표현하고자 하 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기호화된 문자나 형태는 광고, 상표, 교통표식 등을 담고 있다. 2016년 S/S ‘공사를 위한 옷(Clothed for construction)’ 컬렉션에서는 교통 표지판에 위트를 더 해 변형한 기호들을 사용하였다. <Fig. 3>에서 같이 수 영복을 금지한다는 의미의 표지판을 원피스 수영복에 프린트한 모순성이 컬렉션에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목걸이의 펜던트와 가방 역시 둥근 표지판으로 매치 하여 모델이나 의상보다는 표지판으로 시선이 집중된 다. 컬렉션의 후반부에는 쇼장이 세차장 테마로 바뀌 었고, 비누방울이 사방에 날리며 세차용품에서 영감 을 받은 디자인의 의상들이 소개됐다. 모스키노에서 는 2016년 자동차 세정제 모양의 향수 ‘Fresh’를 발표 하였는데, 이 향수의 상표를 원단에 크게 프린트하거 나 콜라주한 의상이 컬렉션 후반부에 소개되었다. 자 사 향수의 패키지를 컬렉션 디자인에 활용한 것은 상 업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팝아트에서 말하는 상 품 시장의 고발적인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Fig. 4).
로고와 브랜드 상징은 로고의 조형성을 강조하는 것, 소속을 나타내는 태그, 이미지화된 브랜드의 로고 를 담고 있다. 모스키노 브랜드 로고인 ‘Moschino’와 첫 알파벳인 ‘M’을 활용한 로고를 컬렉션 전반에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모스키노는 물음표 두 개를 겹쳐 놓은 것 같은 로고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샤넬과 구찌의 로고와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Fig. 5). 모스키노는 다른 브랜드의 이름, 로고,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재해석하는 시도를 해왔다. 특히 제레미 스 콧은 맥도날드의 알파벳 ‘M’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 는 것을 통해 재치있는 디자인을 전개했다(Fig. 6). 모 스키노의 디자인은 여러 심볼을 가지고 있는데, 반전 심볼은 세계평화를, 노란 스마일 심볼은 AIDS 퇴치, 하트 심볼은 사회적 차별 반대를 의미한다(Fig. 7). 또, 타 브랜드의 로고를 패러디한 로고들이 사용되는 데, 이는 유희와 풍자라는 목적도 있지만 단순히 로고 의 조형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바비 컬렉션에서도 모스키노의 로고를 ‘마텔(Mattel) 사’의 ‘바비 버블 레터(Barbie-bubble-letter)’의 형태로 패러디하였다(Fig. 8).
그라피티(낙서)는 낙서 형태의 그라피티를 그대로 차용한 것과 우연적 효과,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그림 들 그리고 액션페인팅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15년 F/W 컬렉션의 후반부에서는 다양한 그라피티가 프린 트된 드레스가 연달아 등장했다. <Fig. 9>와 <Fig. 10> 처럼 뉴욕 거리의 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프레 이로 휘갈겨 쓴 낙서 형태의 그라피티를 디자인 요 소로 활용하였다. 또, 2019년 S/S 컬렉션에서는 마 치 러프하게 스케치한 패션 일러스트를 그대로 의 상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마카 터치의 그라피티가 나타났다(Fig. 11). 2020년 S/S 컬렉션에서는 스페 인 화가인 피카소의 작품인 ‘Guitar(1914)’,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그리고 ‘Girl before a mirror(1932)’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드 레스들이 소개되었다. 입체파 작품이 연상되는 거 친 붓 터치의 페인팅 기법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모델의 헤어 메이크업에도 이와 같은 기법으로 붓 터치 효과를 주어, 마치 모델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Fig. 12).
유아적 요소는 동화를 주제로 한 초현실적 공간을 구성하여 관객들이 어린 시절 가졌던 동화적 환상을 상기시킨다. 모스키노의 컬렉션에서는 만화나 캐릭터, 인형 등의 요소를 사용하고 있는데, 스펀지밥, 루니툰 (Looney Tunes), 파워퍼프걸(The Powerpuff Girls), 마이리틀포니(My Little Pony) 등의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나 트롤, 베르사유의 장미 등의 캐릭터를 변형하고 재해석하여 만든 디자인을 통해 유년시절에 보았던 만화의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Fig. 13 and 14). 또한 모델을 종이인형이나 바비인형처럼 표현한 것 등이 이 분류에 포함되었다. 2017년 S/S 컬렉션의 모든 드레스는 어린시절 한 번 쯤 해보았을 종이인형 옷 입히기 놀이를 떠올리게 한 다(Fig. 15). 드레스에는 종이인형에 고정하기 위해 꺾 어 접을 수 있는 조각들이 붙어있고, 착시를 불러일으 키는 신체가 다양한 포즈로 그려져 있다. 모델 자체를 바비인형처럼 표현한 2015년 S/S 컬렉션은 유아적 요 소를 그려내는 평면적 차원을 넘어서서 입체적 차원 으로까지 확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Fig. 16). 특 히 이 컬렉션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마텔사와의 콜 라보레이션으로 이어졌고, 모스키노의 바비 컬렉션을 입은 백인과 흑인 여성의 두 가지 종류의 바비인형이 출시되었으며(Fig. 17), 같은 디자인의 의상이 ‘멧 갈 라(Met gala)’에 소개되며, 바비인형은 빠른 시간 내에 품절되었다(Fig. 18). 바비인형에 영감을 받은 컬렉션 의상이 다시 인형의 옷이 되는 이 과정은, 어린시절 추 억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키덜트(ki-dult)들이 모스키 노의 바비 컬렉션에 열광하며 유아적 요소와 동화적 환상으로 공감하고 소통한 심화된 예시로 볼 수 있다.
일상적 요소는 통속적으로 볼 수 있는 대중적 이미 지를 포함하고 있다. <Table 5>는 제레미 스캇의 모스 키노 컬렉션이 시작된 2014년 이후의 표현요소들을 종합한 것으로, 매우 다양한 일상적 요소들을 평면적 이거나 입체적인 그라피티 기법으로 해마다 컬렉션에 소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F/W 컬렉션에서 는 햄버거, 감자튀김의 포장지나 음료컵처럼 보이는 액세서리를 함께 매치하거나 핸드백을 맥도날드의 갈 색 쟁반에 올려 워킹하는 등 일상적 요소가 드러난다 (Fig. 19). 이 외에도 2017년 F/W 컬렉션에서는 쇼핑 백이나 쓰레기 등 하이 패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통속적 요소들을 디자인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택배 박스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디자인은 사실 버려지는 택 배 박스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재활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Fig. 20). 친숙 한 소재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면서도 제레미 스캇 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컬렉션에 담으려 한 다. 일상적 사물을 컬렉션에 담은 그의 시도는 극사실 주의처럼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극적이고 특 별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갖는다.
2) Expressive techniques
원색사용(색채대비)은 강렬한 원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거나 대비되는 여러 가지 원색을 사용한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제레미 스캇은 자신이 시각적 요소에 매우 민감하며 자신의 작품은 늘 강력하다고 말한 만 큼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의 원색을 자주 사용한 다. 2가지 이상의 원색을 한 착장에 배치하여 색채대 비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Fig. 21>의 드레스는 그 라피티를 다양한 원색으로 구성하여 조화롭게 배치한 모습이다.
변형은 디자인 요소의 위치를 변형한 것, 형태 및 기능을 변형한 것이나 전혀 다른 기능을 부여한 것을 포함하고 있다. 2017년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쇼핑 백 모양의 드레스는 쇼핑백의 형태와 기능을 변형하 여 드레스라는 전혀 다른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Fig. 22). 이 외에도 스니커즈 모양의 하이힐, 남성 속옷 모 양의 여성 브라탑, 핸드백 모양의 의상 등이 이 분류 에 속했다.
왜곡은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한 것 을 담고 있다. <Fig. 23>은 업무 공간에 어울리는 오피 스 룩과 휴양지의 비키니라는 두 개의 반대되는 개념 을 한 착장에 표현하고 있다. 과장은 지나치게 확대하 거나 축소한 것, 팽창이나 돌출한 것을 포함하고 있 다. <Fig. 24>에서와 같이 목걸이와 허리 벨트, 선글라 스 등을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핸드백을 장식 요소만 큼 작게 축소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인 크기보다 지나 치게 확대되거나 축소된 디자인을 통해 의외성을 만 들어내며 관객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재미를 느낀다.
착시는 신체나 의상 자체의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것을 담고 있다. <Fig. 25>에서 소매 와 드레스 뒤쪽에 보이는 주름은 사실 원단 표면에 세 로줄을 그려 넣은 것이며, 세모 모양의 단추도 실제로 는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다. 이러한 눈속임 기법은 평 면적인 원단 표면에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착시를 경 험하게 하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는 재 미를 느끼게 된다. 2016년 F/W 컬렉션에는 마치 불에 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드레스를 선보였다 (Fig. 26). 드레스 원단 표면에 불에 탄 것 같이 검게 그을린 효과를 주고 뚫린 구멍 사이로 속치마가 보이 게 연출한 것뿐 아니라, 무대 중간에 연기가 나오게 연출하여 마치 실제 화재 현장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극사실주의적 표현을 통해 실 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실제가 아닌 상황에서 관객 은 놀라움과 재미를 경험한다. 콜라주(반복)는 여러 이미지를 한데 이어 붙이거나 반복적으로 배치한 것 을 담고 있다. 잡지를 잘라서 이어 붙인 것 같은 프린 트 원단으로 디자인한 착장이나 동일한 이미지를 반 복적으로 배치한 디자인이 콜라주(반복)로 분류되었 다(Fig. 27 and 28).
단순화(평면화)는 신체나 의상을 단순화, 평면화하 거나 간략화, 생략한 것을 담고 있다. 2020년 S/S 컬 렉션에서는 모델이 하나의 액자가 되어 워킹을 하였 는데, 의상으로 표현된 액자에는 누드의 인체가 그려 져 있고, 얼굴, 손, 다리는 실제 모델의 인체가 드러나 게 함으로써 부분적으로 모델의 인체를 평면화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Fig. 29). 2017년 S/S 컬렉션은 모든 착장이 마치 종이인형이 그대로 걸어 나온 것 같 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분홍색 드레스에 컬러링 북을 연상시키는 꽃무늬가 배치되어 있고, 한쪽 팔은 실제 모델의 것이 아니라 그림의 일부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의상 가장자리에 달려있는 흰색 직사각형 조각들은 종이인형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Fig. 30). 제레미 스캇은 “우리는 곧 대면으로 소통하 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될 거에요. 즉, 세상을 2D 로 보는 것이 익숙해질 거라는 거죠(Phelps, 2016).”라 고 말하며, 사람 크기의 종이인형 컬렉션의 의미를 설 명했다. 이 컬렉션의 의상은 평면적인 표면에 입체적 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 형태이고, 액세서리나 가방 등 도 종이 인형의 것처럼 납작하게 표현되었다. 이런 과 정에서 인간의 신체가 생략되거나 평면화되기도 하 며, 복잡한 의복 구조가 단순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이질적 오브제 차용은 서로 다른 성격의 주제를 한 착장에 구성하거나 전혀 연관성이 없는 오브제를 사 용한 것을 포함하고 있다. 2020 F/W 컬렉션에서는 마 리 앙뚜아네트가 연상되는 로코코 스타일의 드레스에 일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함께 구성하여 서로 다 른 성격의 주제를 한 착장에 구성하였다(Fig. 31). 2019 F/W는 90년대 무드의 화려한 의상들이 등장했 고, 황금, 달러, 보석 등 부유함을 상징하는 주제로 컬 렉션이 진행되었다. 그와는 상반되게 탄산음료의 포 장지나 치약 포장 등이 원단에 프린트되어 사용되었 고, 치약 모양의 액세서리를 함께 매치하기도 하였다 (Fig. 32). 전체적으로 상류층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 는 것 같은 컬렉션에서 탄산음료나 치약 같은 통속적 이고 서민적인 요소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이질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풍자적인 유머를 불러일으킨다.
2. Discussion of the expressive characteristics of graffiti in Moschino collection of Jeremy Scott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 나타난 그라피 티의 다양한 표현요소와 표현기법의 분석 결과를 통 해서 그 표현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모스키노 컬 렉션은 전반적으로 유희나 풍자적 특징이 강하게 드 러나고 있다. 그러나 제레미 스캇이 담당한 모스키노 컬렉션에서는 일상적 표현요소와 비재현적 표현기법 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Table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 노 컬렉션에 나타난 그라피티의 표현요소 및 기법 분 석 결과에 대한 네 가지 특징을 논의해 볼 수 있는데, 이 특징들은 미적 가치와 연관된 표현특성이 아니라, 표현요소 및 기법에 대한 전반적인 특징으로, 유아적 유희, 상업적 풍자, 일상적 표현요소의 사용, 비재현 적 표현기법의 차용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제레미 스캇은 모스키노 컬렉션에서 스펀지 밥, 루니툰, 파워퍼프걸 등의 만화 캐릭터를 평면의 만화적 표현요소로 사용하고, 바비인형, 종이 인형과 같은 입체적 오브제로서 유아적 요소를 활용하여 관 객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노스텔지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삭막한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 나 해방감과 자유를 느낀다. 제레미 스캇은 기존의 통 속적인 문구를 조금 변형하여 유머를 만들어낸다 (Minthe, 2017).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이 친숙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갖 고 있다(Minthe, 2017).”고 말한 제레미 스캇은 2016 년 S/S 컬렉션에서 ‘stop(멈춤)’ 표지판을 ‘shop(쇼핑)’ 으로 변형하거나 경고표지판의 문구를 ‘Dangerous couture ahead’로 바꾸어 디자인에 사용하였다. 이 드 레스는 자칫 주변에 즐비한 통속적인 표지판을 사용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이 의외의 것이라고 인식 하면서부터 관객들은 상황적인 부조화를 경험하고 유 머를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이 유아적 유희는 유아적인 장식이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재현하거나 동화적인 환상을 프린트기법을 통해 유머러스한 기호와 메시지 로 전환하여 상황적인 부조화에서 오는 의외성의 유 머를 표현하므로(Kim, Chun, & Ha, 2016), 어린 시절 의 향수를 느끼게 하여 즐거움을 유발하는 것이다.
둘째, 2017 F/W 컬렉션은 제레미 스캇이 쇼 노트 에서 “업사이클링에 경의를 표한다(Singer, 2018).”라 고 말한 것처럼 밀라노에서 버려지는 2천5백만 톤의 쓰레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처럼 보인다. 2017년 F/W 컬렉션의 쇼 장에서 쓰레기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모델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단순히 재밌어 보이기도 하지만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 레미 스캇이 쇼 이후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미국 정치 에서 매우 기민한 시기’라고 말한 것과 2017년 당시 미국 정치를 포함해 많은 것들을 ‘쓰레기(trash)’라고 표현하는 것이 유행한 것을 고려하면 그가 미국 정치 에 대한 불만을 컬렉션을 통해 표출한 것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Iredale, 2017). 제레미 스캇이 버려지는 쓰 레기들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무섭도록 적절한 은유를 사용해 전달하고 있는 바와 같이, 상업적 풍자는 기존의 가치 체계에 대한 저항적 표현이며, 극도로 발달된 소비문 화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포함한다(Kim, 2007).
셋째, 제레미 스캇은 모스키노의 아트 디렉터로써 의 첫 컬렉션에서 맥도날드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 인을 선보였다. 또, 모델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사용하 는 갈색 쟁반에 핸드백을 올려놓고 워킹을 하게 하는 등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차용하여 일상성을 상징화하 였다.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와 일상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상업성과도 관련이 있다. 모스키노의 2016 S/S 컬렉션 후반부에서 패션 쇼장은 수많은 비누방울이 사방에서 날아들며 거대한 세차장처럼 연출되었고, 그중 한 모델은 당시 새로 출 시된 자동차 세척제 모양의 향수 ‘Fresh’를 들고 워킹 을 하였다. 이 모델은 향수의 포장지가 프린트된 의상 을 입고 캣워크에 나와 새로운 향수 출시를 관객들에 게 알리는 상업적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이렇듯 일상 적 표현요소의 사용은 일상적 요소와 레디메이드 오 브제를 차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일상에 상징을 부 여하고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팝아트적 성격을 가지는데, 일상적 레디메이드 오브제는 사물 그대로 의 형태로 예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 며, 이를 상품으로 출시함으로써 일상을 환기한다 (Cho & Kim, 2019).
넷째, 아방가르드한 표현기법적 특징으로 차용하는 비재현적 특징이 있다. 모스키노의 2017 S/S 컬렉션 에서는 종이 인형 옷 입히기 놀이를 연상시키는 평면 적인 의상들을 실제 모델에게 입혀 입체적인 인체를 납작하게 보이게 하는 착시를 일으켜 단순화의 표현 기법으로 비재현적 특성을 형성하였다. 반대로 모델 의 인체를 커다랗게 확대하고 과장하거나 변형, 왜곡 하는 표현기법으로 비재현적 특성을 형성하기도 하였 는데, 잔뜩 부풀려진 의상은 마치 하나의 조형물과 같 은 형태를 가지게 되므로 몸의 형태에 대한 인식이 불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호와 메시지를 통해 비재현적 특징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제레미 스캇은 2016 S/S 컬렉션에서 모델의 몸에 딱 붙는 의상에 커다랗게 표 지판을 그려 넣고, 그 위에 메시지를 적어 넣었다. 비 재현적 표현기법의 차용은 인체의 형태를 완전히 무 시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그것을 뒤덮어 새로운 인체 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델의 신체를 하나의 캔버스로 삼고, 더불어 모델이 있는 공간 또한 대상으로 삼아 하나의 표현의 장으로써 사용하는 것 이다(Yim, 2007). 이런 방식의 표현기법으로 시선을 모델이 아닌 메시지로 유도하고, 메시지가 인체를 압 도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IV. Conclusion
그라피티는 현대 패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이다. 그라피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패션 브랜드에서도 그라피티적 표현요소와 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디 자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캇 은 거의 모든 컬렉션에서 그라피티적 표현요소과 기 법을 사용하는 디자이너이다. 본 연구에서는 문헌 연 구를 통해 그라피티의 어원과 시대적 흐름, 그라피티 의 내용에 대해 살펴봄으로 그라피티의 개념을 고찰 하였다. 사례연구로는 제레미 스캇이 모스키노의 크 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2014년 F/W부터 2020년 F/W까지의 컬렉션 중 그라피티의 특성을 반 영하고 있는 561개의 작품을 선정하고 분석하여 그라 피티의 표현요소와 기법 분석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표현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표현요소는 메시지(슬로건) 44개, 기호 화된 문자나 형태 365개, 로고와 브랜드 상징 302개, 그라피티(낙서) 370개, 유아적 요소 312개, 일상적 요 소 354개의 6개의 항목으로 나타났다. 표현기법은 원 색 사용(색채대비) 341개, 변형 117개, 왜곡 131개, 과 장 165개, 착시 303개, 콜라주(반복) 259개, 단순화(평 면화) 135개, 이질적 오브제 차용 162개 등 7개의 항 목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그라피티의 다양한 표현요소와 표현기 법의 분석 결과를 통해서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 렉션에 나타난 표현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모스 키노는 유희나 풍자적 테마를 즐겨 사용하는 컬렉션 을 발표해 왔는데, 제레미 스캇이 모스키노 컬렉션을 담당한 이후에는 일상적 표현요소와 비재현적 표현기 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 다. 결과적으로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 나 타난 그라피티의 표현요소 및 기법 분석을 통해 유아 적 유희, 상업적 풍자, 일상적 표현요소의 사용, 비재 현적 표현기법의 차용의 네 가지 표현적 특징을 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서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아적 요소를 활용하여 즐거움을 자아내거나, 상황적 부조화를 통해 의외성 의 유머를 유발하는 유아적 유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둘째, 관객에게 친숙한 요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하 는 상업적 풍자의 특징이 나타났다. 셋째, 레디메이드 오브제는 사물 그대로의 형태로 예술과 현실을 연결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일상적 표현요소를 사용 하여 일상에 상징을 부여하므로 상업성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넷째, 인체의 형태를 완전히 무시하고 변형, 왜곡을 통해 착시를 주는 방식으로 몸의 형태에 대한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아방가르드하고 비재현적인 표현기법을 차용하였다.
이와 같이 제레미 스캇의 모스키노 컬렉션에 나타 난 그라피티의 표현요소와 표현기법은 혼합적으로 사 용되면서 다양한 표현적 특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석을 통해 그동안 디지털 프린트에만 집중되어 다뤄졌던 그라피티 패션은 다양한 표현 방 식을 사용하므로 표현의 가능성과 범위를 확장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사료된다. 동시대의 예술과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는 패션을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가 다양한 해석의 가능 성을 여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