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패스트 패션은 현대 소비사회의 특성과 패션 및 유행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며, 최신의 유행과 디자인의 상품을 매우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패션 의 민주화를 가속화시켰고(Yoon, Noh, & Koh, 2014), 소셜 미디어를 통한 디지털 패션 이미지의 복제와 공 유, 생산과 소비는 패션의 글로벌 민주화를 이뤄냈다 (Suh, 2017). 모스키노(Moschino)의 크리에이티브 디 렉터인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은 일반 사람들이 좀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패션의 민주화가 옳다고 믿 기 때문에 자신은 대중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하 였고(HM Korea, 2018),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는 패션쇼를 보러 온 모든 관객이 컬렉션을 잘 볼 수 있도록 좌석 배치를 모두 맨 앞줄(front row) 형식으 로 바꾸며, “이것이 바로 패션 민주주의”라고 외쳤다. 다소 배타적이고 폐쇄적이었던 하이엔드(high-end) 디자이너와 패션쇼, 패션 엘리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홍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패션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살펴보면 패션산업이 더욱 개방되고 대중적이며 민주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두를 위한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 디자인 민주주의(designocracy), 문화 민주화 와 문화 민주주의 등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대에서 패션 민주화, 패션 민주주 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패션 민주화는 18-19세기 혁명의 시기를 지나 20세 기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거쳐 21세기 새로 운 환경을 맞이하였고, 그 의미와 상징 또한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글로벌 패션산업에서 패션 민주화가 미치는 영역이나 영향력 또한 확대되고 있다. 패션은 더 이상 과거의 계급이나 신분 차별을 상징하지 않으 며, 기술 혁신과 발달로 자율성, 접근성과 다양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패션 민주화가 의복의 민 주적인 자유 권리 획득에서 시작하여 기성복의 출현, 오트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 사이의 경계 해체로 성 장하였다면 이제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플러 스 사이즈(plus-size) 패션 등 젠더나 연령, 사이즈, 아 름다움에 관한 고정관념 탈피, 하이엔드(high-end)와 매스(mass), 럭셔리와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 파괴, 모 디스트(modest) 패션 등 탈중심화 현상으로 타자(the others)의 복식 문화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고정 영역 의 경계가 흐려지고 더욱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패션 민주화가 글로벌 패션산업에 미 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패션 민주화에 관한 논의는 복식사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패션 민주 화에 관한 담론(Crane, 2000/2004;DeJean, 2005/ 2006;Finkelstein, 1996/2005;Lipovetsky, 1987/1999) 이나 포스트 모더니즘, 20세기 남성 패션, 디지털 패 션 이미지(Kim, 1998;Kim & Lee, 2002;Suh, 2017) 에서 나타난 현상을 단편적이고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연구(Yoo, 2007;Yoon et al., 2014)에서 한국 패션의 미래와 소비주의 관점에 서 바라본 패스트 패션 현상을 통해 패션 민주화를 부 분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시대에 따라 변화된 패션 민주화의 의미나 상징, 패션 민주화의 특성 등에 관해 서는 이론적 논의가 부족하고, 이와 관련된 실증연구 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패션 민주화는 그 개념이 시작된 이래 패션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산 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산업이 나아가는 방향에 지대 한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불구하고, 패션 민주화와 산 업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따라서 패션 민주화를 둘러싼 기존의 논의에서 벗어나 시대변화에 따른 패션 민주화의 의미와 특성을 분석하고, 복식사 나 사회문화적 차원뿐 아니라, 패션산업의 관점에서 패션 민주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모든 사람의(of the people), 모든 사람을 위한(for the people), 모든 사람 에 의한(by the people)’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에 입각해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사람의’ 그리 고 ‘모든 사람을 위한’ 패션을 성취했다. 더 나아가 패 션 민주화를 누리며 패션을 소비하던 대중이 수동적 소비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직접 제작 에 참여하거나 홍보하는 능동적 소비자로 거듭나면서 ‘모든 사람에 의한(by the people)’ 패션 문화를 만들 어가고 있다. 문화 민주화와 문화 민주주의 차이를 설 명한 연구(Ji & Min, 2015;Suh, 2007)에 따르면 문화 민주화가 불평등을 축소하고 접근성을 확장하는데 초 점을 두고 있다면 문화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동등성 에 중점을 두고 참여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러한 시각에서 볼 때 현재 우리는 패션 민주화를 넘어 패션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패션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패션 민주화는 패션소비행동에 어 떤 영향을 미치는가, 패션 민주화의 고유한 특성은 무 엇인가 등에 관해서는 논의되어진 바가 거의 없다. 그 러므로 패션 민주화와 패션 민주주의의 의미를 고찰 하고, 이론적 논의와 분석을 통해 개념을 살펴보는 연 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시대에 따라 다양하 게 나타나는 패션 민주화 현상을 통해 패션 민주화의 의미와 특성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션 민주주 의, 즉 ‘패셔노크라시(fashionocracy)’ 개념을 제시함 으로써 패션 연구의 주제를 확장하고, 이에 관한 학문 적 논의를 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은 첫째, 프랑스 혁 명 이후의 근현대 복식사에 관한 서적, 논문, 기사, 인 터넷 자료 등 관련 문헌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 라 변화하는 패션 민주화의 의미를 고찰하고, 둘째, 이를 통해 패션 민주화 시기를 태동기, 도입기, 초기 성장기, 성장기 및 성숙기로 분류하고, 패션 민주화의 특성을 도출한다. 셋째, 2000년대 이후 글로벌 패션산 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패션 민주주의 현상을 분석 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글로벌 패션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를 분석한 The state of fashion(The Business of Fashion & McKinsey & Company, 2017, 2018, 2019, 2020, 2021) 보고서의 내용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적, 논문, 관련 보고서, 기사 등의 문헌 자료와 인터넷 검색 자료 등을 이용하 였으며, 이중 패션 민주화 관점에서 패션 민주화 특성 을 잘 나타내는 현상들을 7가지 사례로 범주화하였 다. 패션이라는 영역에 민주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민주화 개 념이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와 평등 을 포괄한 민주주의의 원리들이 확산되고 심화되는 과정(“Democracy”, 2018)이라는 점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패션 분야에서도 패 션 민주화와 패션 민주주의에 관한 적절한 논의가 이 뤄져야 할 것이다.
II. Background
1. Design democracy and cultural democracy
디자인 민주주의 용어나 기원은 정확하지 않으나 산업혁명 이후 계급의 붕괴, 자본가의 탄생,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인한 대량생산이 일반화되면서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까지 미술계를 지배 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는 화려한 장식성과 주문 제작방식으로 인해 미술품의 높은 가격을 초래했고, 결국 특정 계층인 브루주아만이 이를 향유할 수 있었 던 것에 반해, 19세기 후반에 발생한 아르데코(Art Déco)는 생산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예술의 기계적 대량생산, 기능성 요소를 갖춘 단순한 디자인의 중요 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생산으로서의 장인 예술, 예술 소비로서의 민중의 권리, 표현방식으로서의 근대기술 을 전제로 하는 바우하우스(Bauhaus)로 이어진다(Ryu, 2015). 바우하우스는 아르누보의 수공예 전통을 계승 하는 동시에 모듈화된 디자인과 표준화된 생산공정을 결합하여 대량생산에 성공하면서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을 추구하였고, 장인과 디자이너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예술과 공예, 산업과 소비자를 아우르는 디자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했다(Ryu, 2015).
부유층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모든 사람의 윤택한 삶을 위한 민주적인 디자인을 중시한 빅터 파파넥 (Victor Papanek), ‘디자이노크라시(designocracy)’를 내세운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가 주장 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 격은 디자인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 다. 디자인 민주주의에서는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 은 북유럽 디자인의 특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그리고 아이슬란드 를 포함하는 북유럽은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 치, 경제, 사회적 특징에 발맞춰 ‘모두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everyone)’, 최종 이용자를 배려하여 남녀 노소 누구나 동등하게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을 추구 하는 디자인으로서 이는 포괄적 사회보장제도, 제도 화된 보편적 사회 권리, 수준 높은 공적 자원과 평등 을 내세우는 스칸디나비아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의 3 가지 핵심 개념과 뜻을 같이 한다(Lee, 2017). 이케아 (Ikea)의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가 제시한 “많은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일상을 창조하 며, 이를 위해 뛰어난 디자인과 우수한 기능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라. 가능한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낮은 가격이어야 한다. 우리는 다수 편에 서기로 했 다”라는 경영철학은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인 ‘데모크 라틱 디자인(democratic design)’, 즉 민주적 디자인으 로 나타난다(Myeong, 2017).
문화에서의 민주주의 논의는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 민주주의’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데 문화의 민주 화가 ‘모든 사람을 위한 문화(culture for everybody)’ 라면 문화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 의한 문화(culture by everybody)’로서 문화수용자의 주체적 측면을 강 조한다(Langsted, 1989). 문화의 민주화는 엘리트주의 적인 문화, 즉 고급문화를 가능한 다수의 사람들이 누 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고, 문화 민주주 의는 미에 대한 주관성과 소비자의 능동적이고 적극 적인 창조 활동을 촉진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한 다(Han, 2017). 문화 민주주의는 순수예술과 기능예 술, 보편문화와 지역문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 분을 파괴하는 예술의 탈 서열화, 대중의 적극적 참여 를 이뤄내고 있다(Han, 2017).
2. Discourse on democratization of fashion
1) The beginning of democratization of fashion
패션 민주화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 나며, 그 의미와 영역 또한 끊임없이 변해왔다. 복식 사를 살펴보면 복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 세기 동 안 개인의 신분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기능을 유 지해왔다. 엄격한 신분 계급 사회에서는 계층 간의 이 동이 거의 불가능했고, 복식이 계층의 구분으로 사용 되면서 신분 상징성이 강했는데, 직물, 색상, 의복의 형태 등 동서양 복식에서 공통적으로 계급에 따른 차 이를 나타낸다(Kwon & Lee, 2000). Lipovetsky(1987/ 1999)는 11세기 말 군주계급들 안에서 시작한 문화혁 명과 궁정 정신에서 나타나는 아름답고 세련된 생활 에 대한 열망, 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열정으로 인해 복식에 끊임없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1350년 부터 젠더에 따라 남성복과 여성복이 분명하게 차별 되는 새로운 의복 유형이 나타나면서 근대 의복의 기 초를 놓은 옷의 혁명이 일어났다고 규정한다. 그는 14 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를 매우 제한된 집단 이 창의권과 창조의 권력을 독점한 패션의 장인단계 이자 귀족적인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Thomas More 는 그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유행이란 사회적 평등 을 깨뜨리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권력’이라고 비판하 며, 옷은 보기에 아름답고 활동하기 편해야 하지만, 이상사회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옷을 입어야 하며, 성 별이나 미혼, 기혼에 따른 약간의 차이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Finkelstein, 1996/2005).
패션 민주화는 13-14세기 초 상업의 발달과 은행업 의 진전으로 막대한 부르주아 재산이 형성되고, 16-17 세기 사이 과도기에 귀족 의복을 모방하는 패션이 부 르주아 중산층, 때로는 하급 부르주아 계층으로까지 파고 들어가면서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Lipovetsky, 1987/1999). 1670년 프랑스의 귀부인들 과 디자이너들이 베르샤유 궁전에 모여 새로운 스타 일, 즉 ‘룩(look)’을 탄생시키며 유행으로 발전시킨 것 을 첫 번째 패션 혁명으로 보기도 하며, 1678년에 시 즌(season) 개념을 도입하면서 패션은 남녀노소 누구 에게나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DeJean, 2005/2006). 또 한 1678년에 새로운 룩으로 소개된 망토(manteau)는 이전과는 다른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보였으며, 치수를 정밀하게 재서 제작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다수가 원 하는 스타일을 쉽게 복제하여 공급할 수 있는 기성복 으로 향하는 첫걸음이자 귀족이 아닌 여성들도 입을 수 있는 최초의 하이패션 의상으로 역사상 최초로 절 대적인 계급의 상징물로 기능하지 않는 의복이 되었다 (DeJean, 2005/2006). 닐 맥켄드릭(Neil McKendrick) 은 그의 저서 <소비사회의 탄생(1982)>에서 ‘유행의 상업화’를 주창하며 상류층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간 절한 욕망이 모방의 강한 원동력이 되었고, 소비자의 취향과 수요 변화가 18세기 혁신의 추동요인이 되었 다고 보았다(Campbell, 1987/2010).
2) The introduction of democratization of fashion
18세기 초 영국에서는 복식에 나타난 계급의식을 폐지하는 움직임이 있었고(Hong, 1997), 1791년 재단 사와 쿠튀리에들이 천을 비축하고 판매하는 것을 금 지시켰던 동업조합들이 입법의회에 의해 폐지되면서 중산층과 하층계급을 위한 기성복 생산, 천의 구매, 판 매, 제작 시스템이 재편성되어 의복을 자유롭게 생산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Lipovetsky, 1987/1999). 이후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소위 인권선언이 채택되어 인간의 자연권 을 주장하였고(“French Revolution”, 2020), 1791년 시민에게 금지되었던 귀족복식문화, 복식규제법이 폐 지되면서(Kwak, 2001;Kwon & Lee, 2000) 복장의 자 유가 법으로 보장되어 의복의 민주적인 자유 권리를 선포하게 되었다. 간혹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 량생산이 활발해진 1950년대를 1차 패션 민주화 시 대, 1960년대를 2차 패션 민주화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Yoo, 2007), 프랑스 혁명이 근대 시민사회 성 립의 계기가 되었듯이 이전 사회 계급구조에 의한 철 저한 복식의 구분과 규제의 붕괴(Hong, 1997)는 패션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6-17세기 귀족계급의 복식 스타일이 유행하 며 다수가 착용하게 된 시기를 패션 민주화의 태동기 로 본다면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의복 선택에 있어 최소한의 자유와 평등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개인의 자율성이 확보된 18-19세기 초를 패션 민주화의 1차 시기, 도입기라고 할 수 있다.
3) The early growth of democratization of fashion
(1) The birth of ready-to-wear
19세기는 산업혁명의 완성기로 산업의 기계화와 자본주의, 민주주의 발달로 인해 계층 간 이동이 가능 한 사회계층이 등장하면서 패션 민주화의 2차 시기인 초기 성장기를 맞이한다. 19세기 중반은 상류 및 중류 계급 의상에서 나타나는 계급 경계가 점차 사라졌지 만, 하인이나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종류의 의복이 등 장하여 제복과 직업 의상이 사회적 차이를 나타내는 데 이용되었다(Crane, 2000/2004). Walsh(1979)는 19 세기 후반 등장한 드레스 패턴의 보급이 패션 민주화 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드레스 패턴의 등장 이전에는 패턴사나 봉재사를 고용할 수 있는 귀 족이나 부자들, 부유하고 계급이 높은 사람들만이 스 타일리시한 의복을 자주 착용할 수 있었지만, 시민들 대부분이 집에서 직접 의복을 만들어 입었던 19세기 에는 재봉틀의 발명과 함께 사이즈별로 생산된 드레 스 패턴을 합리적 가격에 대량 생산하여 보급함으로 써 일반인들도 유행하는 의복을 직접 만들어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성복(ready-to-wear) 시장의 출현은 실용적이고 획일적인 남성용 제복 수요의 증 가와 코르셋 폐기 후 여성복 디자인이 단순화되어 표 준화된 생산공정이 가능해지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 량생산이 시작되어 노동자 계층까지 누구나 사 입을 수 있게 되면서 의복에 있어 신분이나 연령에 따른 구 별을 없애는 기회의 평등으로 이어졌다(Kim, 2014).
(2) The advent of haute couture
19세기 중반에 등장한 오트쿠튀르는 본격적으로 패 션의 현대화와 민주화를 성장시키게 된다. 새로운 의복 이 전통의상을 대체하였고(Crane, 2000/2004), 오트쿠 튀르의 성공으로 패션은 민속적 특성을 제거하면서 중앙화되고 국제화되며 민주화되어갔다(Lipovetsky, 1987/1999). 최초의 남성 쿠튀리에(couturier)인 영국 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는 ‘하우스 오브 워스(House of Worth)’로 큰 성공을 거 둔 오트쿠튀르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쿠튀리에는 왕족이나 귀족의 명을 받들어 의복을 만들던 기술적 인 공예가의 지위에서 벗어나 미를 창조하는 예술가 로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고, 귀족이나 부르주아 계 층은 이들의 고객이 되었다(Finkelstein, 1996/2005;Rosa, 2013). 오트쿠튀르는 상층계급의 전유물이 아 니었으므로 누구나 옷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오트쿠 튀르 옷을 입는 것은 새로운 지위를 상징하게 되었다 (Finkelstein, 1996/2005;Rosa, 2013). 유행 현상을 계 급 간 격차, 경쟁, 명성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도 구로 설명한 토스타인 베블린(Thorstein Veblen)은 패 션이 개인을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개인 의 지위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며, 현 실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으로 간주하였다(Finkelstein, 1996/2005). 실제로 유럽과 미국인의 가계수입에서 의복비 지출 비율을 알아본 여러 연구 결과, 의복이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활용되었다는 징후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정점을 달했다가 그 이후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rane, 2000/2004).
이후 20세기 초반 폴 포아레(Paul Poiret), 코코 샤 넬(Coco Chanel),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 등 패션 디자이너의 탄생은 패션이 정치적 권력이나 재력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했으며, 오트쿠튀르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대량생산과 기성 복(프레타 포르테)의 탄생으로 패션의 민주화가 본격 적으로 성립되었다(Kim, 1998). 1909-1910년 폴 포아 레가 여성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킨 후 1920년대 샤넬에 의해 소개된 여성 패션, 골프, 테니스, 수영 등 과 같은 스포츠 활동과 큐비즘과 같은 근대예술의 흐 름은 패션이 민주화되는데 큰 공헌을 세웠다. 오트쿠 튀르는 근대 패션의 관료주의적인 본질에 순응하면서 도 패션의 생산을 주권을 가진 개인이라는 이상에 맞 춘 민주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조직이었다(Lipovetsky, 1987/1999).
4) The growth of democratization of fashion
정기 컬렉션을 선보인 오트쿠틔르 제품을 복제하 여 대량생산 체제를 보편화시키면서 패션이 민주화되 었다는 점에서 기성복, 즉 프레타 포르테의 성장은 패 션에 대한 민주적인 열망에 부응하며 패션을 민주적 인 체제로 변화시킨 3차 시기, 성장기라 할 수 있다. Rosa(2013)는 패션의 진정한 민주화는 앙드레 쿠레주 (André Courrèges)나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같은 쿠튀리에이자 패션 디자이너가 유명해진 1960년 대에서야 이뤄졌으며, 이때 비로소 여성이 남성이 아 닌 여성 자신을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오트쿠튀르가 도입한 새로운 형태들을 단순하게 모방 하던 기성복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젊고 새로운 패션 을 지향하며 변화하게 되었고, 1970년대와 1980년대 에 겐조(Kenzo),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이 세이 미야케(Issey Miyake) 등 제2, 3세대 디자이너들 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혁신들이 일어났다. 기성복은 현저히 발달한 의복제조기술, 좋은 품질의 제품과 저 렴한 가격이 가능한 대량생산 체제와 쾌락주의적인 대중문화, 청년문화의 출현으로 창조적인 자발성, 독 창성을 띄며 패션의 민주화를 빠르게 진행시켰다 (Lipovetsky, 1987/1999). 또한 1959년 피에르 가르뎅 은 첫 기성복 쿠틔르 컬렉션을 열었고, 1963년 처음으 로 기성복 백화점을 열었으며, 1966년 이브 생 로랑은 리브 고슈(Rive Gauche)라는 기성복 부티크를 열면서 오트쿠튀르와 기성복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1965년 단순하고 구조화된 미래지향적인 모더니즘 스타일을 도입한 ‘쿠레주 컬렉션’은 육체의 편안함과 육체적 성 숙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역동적인 패션을 선보였고, 1960년대 후반 이브닝 팬츠와 턱시도, 사파리 재킷을 선보인 이브 생 로랑은 젠더의 경계를 허물며 젠더리 스(genderless) 패션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5) The maturity of democratization of fashion in the late 20th century
(1) The rise in popularity of jeans
여러 문화권에서 세대, 젠더, 문화, 종교, 계층 간 경계 넘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청바지는 자본주의 수용과 거부를 동시에 보여주며 민주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계층적 차이를 드러내는 커다란 힘을 가지는 데, 대공황 이후 여성에게는 젠더 평등주의, 남성에게 는 계층 평등주의와 연관되면서 젠더와 계층적 위계 를 거부하고, 엘리트주의와 과시적 소비를 혐오하는 젊 은 미국의 상징이 되었다(Miller & Woodward, 2011/ 2017). Miller and Woodward(2011/2017)는 청바지가 인도 영화에 등장하면서 남녀가 함께 입는 반항적이 고 성적인 함의가 풍부한 대표적인 비 인도적인 의상 이 되었고, 겉모습을 계층, 카스트, 집안과 직결시키 던 인도 영화에서 청바지의 지위가 상승하였다고 하 였다. 이브 생 로랑은 비서구권 문화의 영향뿐 아니라, 스트리트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디자이너로 1960년대 에 오트쿠튀르에서 가죽 재킷과 청바지를 선보였으며, 패션은 스트리트로부터 영감을 받는다는 말을 남기기 도 했다(Rosa, 2013). 청바지는 오트쿠튀르와 디자이 너 컬렉션에 등장하기도 하고 다양한 가격대와 디자 인의 제품이 할인점에서부터 고급 부티크에 이르기까 지 다양한 유통망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연령과 젠더, 문화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모든 사람을 위한 의복 이 되었다.
(2) The growth of luxury industry
19세기 후반 복식의 신분 상징과 과시 기능이 퇴색 한 후에도 20세기 럭셔리 브랜드는 또 다른 부의 상징 으로서 사회심리적면에서 접근이 제한된 영역에 머물 러 있었다. 또한 1990년대 이전에는 일부 대도시에만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있었으므로 지역적으로 물리적 접근이 제한되었다. 정치 경제면에서 보면 중상주의를 대체한 자유주의가 20세기 럭셔리 산업이 기하급수적 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는데(Kapferer, 2012), 여러 연구에서 1990년대초 부터 시작된 럭셔리 시장 호황의 배경을 경제환경, 개인 소득 증가, 중국이나 인 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성장, 제품의 뛰어난 품질 외에도 부유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하고 싶은 심 리, 자기 보상을 위한 쾌락 심리로 지목한다(Truong, McColl, & Kitchen, 2009). 이는 럭셔리 브랜드가 20 세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별화를 나타내는 상징 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서 많은 메종(Maison)들이 거대 기업 으로 합병되면서 오트쿠튀르는 그 명성이 퇴색되었고, 대신 더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의 대중화’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났다(Rosa, 2013). 기존 럭셔리 제품보다는 가격이 낮고 매스(mass) 제품보다는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운 ‘어포더블 럭셔 리(affordable luxury)’ 제품군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매스와 프레스티지를 결합한 ‘매스티지(masstige)’, 맥 도널드만큼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의미로 ‘맥럭셔리 (McLuxury)’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럭셔리 브 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더 많은 대 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들은 좀 더 합리 적인 가격대의 지갑이나 펜 등의 액세서리 제품군을 늘렸고, 결과적으로 ‘트레이딩 업(trading- up)’ 소비 현상을 일으키며 럭셔리 브랜드의 접근성과 제품의 다양성을 확대시켰다. 이러한 의미에서 럭셔리 브랜 드의 대중화는 종종 ‘럭셔리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luxury)’로 불리기도 한다. Thubert, Francoulon, Weber, Maniere, and Boyaval(2017)은 럭셔리 브랜드 가 전 세계 공항, 특히 라틴 아메리카, 남 아프리카, 중국, 인도 등의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접근성이 더욱 확대되어 럭셔리의 민주화를 촉진시켰다고 하 였다.
(3) The spread of fast fashion
최신의 패션을 빠르게 대량생산하여 저렴한 가격 에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 섬유 및 의복생산 기술의 진보, 제3국 노동자들의 저렴한 임금, 통신과 운송기술의 발달, 소비 증가 현상과 맞 물려 2000년대 들어 급속한 성장을 보이며 글로벌 패 션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최신 스타일을 모 든 계층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 패 션은 패션을 민주화시켰고(Bick, Halsey, & Ekenga, 2018), 미적 기호의 대중화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18세기 이후 지속되어온 패션 민주화를 완성시켰다 (Yoon et al., 2014)는 평을 듣는다. 패션 민주화의 핵 심을 자율성, 접근성과 다양성이라고 봤을 때 패스트 패션은 소비자의 욕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일부 한 정된 고객들만이 즐겨왔던 디자이너 컬렉션 제품을 비슷하게 모방하거나 변형한 다양한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매장을 열 면서 심리적, 물리적 접근성을 극대화시켰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은 소수에 의해 독점되어 온 패션의 하이엔드 감성을 대다수 소비자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 민주화를 완성하는데 기여했다(Yoon et al., 2014). 더 이상 가격이 저렴한 옷이 단순히 빈부 격차를 나타내 는 기호가 아니며 유행에서 소외되는 것도 아닌 실용 적이고 민주적인 것으로 여겨져 옷이 더 이상 고관여 의 대상이 아닌 일회적이고 소모성이 높은 저관여 대 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려준다(Yoon et al., 2014). 패스트 패션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마음껏 고르고 입어볼 수 있고, 매장 직원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쇼핑한다고 느끼는데(Oh & Choi, 2012) 패스트 패션이 비록 창의적인 디자인은 아닐지 라도 최신 스타일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하이엔드 와 매스패션의 경계 흐리기에 성공하였으며, 일반 소 비자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와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 ‘디자이노크라시(designocracy)’ 와 일맥상통한다.
(4) The influence of social media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과 웹2.0을 기반으로 한 새로 운 미디어로 전통 미디어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쌍방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변형시켰고, 사용자 참여 와 유연한 개방성에 기반하여 커뮤니케이션 행위자를 컨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형시키면서 누구나 적 은 비용 혹은 무비용으로 정보를 게시 또는 접근할 수 있어 지식과 정보의 민주화 확산에 기여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Seol, 2009). 영화, 잡지, 미디어, SNS 등의 영향으로 패션에서의 취향과 욕구가 평준화되어 가고(Yoon et al., 2014) 새로운 형태의 참여미디어로 써의 소셜 미디어는 기존 상류층이나, 모델, 배우나 가수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일명 셀러브리티 로 대변되던 패션 영향력 집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 향력 집단을 탄생시켰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브랜드의 78%가 인플루언서(influencer) 마케팅 캠페인을 시도했고, 패션과 뷰티 브랜드에서는 홍보 비의 40% 정도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할애하고 있 다(Berezhna, 2018). 패션산업에서는 오랜 기간 럭셔 리 브랜드가 상징적 가치와 특권적 위치를 점유해 왔 고, 사회 지도층이나 유명인사, 예술가 등으로 이루어 진 패션 엘리트층이 다소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방식 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패션 권력의 특권을 누 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등장한 ‘소셜 인플루언서(social influencer)’들과 그 특권을 공유하게 되었고, 마침내 패션 권력은 엘리트주의에 서 벗어나 대중에게 이동하며 ‘모든 사람의, 모든 사 람을 위한, 모든 사람에 의한’ 패션 민주주의로 향해 가고 있다. 패션 민주화 시기별 구분과 핵심 단어는 <Fig. 1>과 같다.
III. Discussion
1. Characteristics of democratization of fashion and discussion on fashionocracy
복식 역사가들이 제시한 민주화 논제의 핵심은 복 식에 있어 사회적 계급 차이가 뚜렷하지 않거나 존재 하지 않는 표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이었다(Crane, 2000/2004). 복식은 프랑스 혁명 이후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었지만 19세기 후반까지도 여전히 계급 을 나타내거나 암시하는 사회적 신분 상징의 기능을 유지해왔다. 13세기 서유럽을 지배한 옷의 통일성이 나 동일성 대신 14세기에서 19세기까지 민족적인 옷 의 형태를 생산함으로써 패션이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공동체에 속한다는 귀속감을 강화시켰고(Lipovetsky, 1987/1999),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계급이나 젠 더, 문화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패션은 개인화 되고 자율적 선택이 가능해졌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패션 민주화의 가장 큰 쟁점은 개인화(personalization)를 중심에 둔 자율 성(autonomy), 접근성(accessibility), 다양성(diversity) 임을 유추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1791년 복식 규제법 폐지로 복식의 민주적인 자유권리를 법으로 보장함으로써 개인에게 신분이나 계급에 따른 규제없 이 의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졌고, 재봉틀, 드레스 패턴의 보급, 기계화로 인한 대량생산이 가능 해지면서 기성복이 출현하며 자율성과 접근성이 확대 되었다. 오트쿠튀르는 자유와 평등, 기쁨을 추구하며, 개인을 절대적인 가치로 인정하는 개인주의 이데올로 기 안에서 개인화되었고(Lipovetsky, 1987/1999), 왕 족이나 귀족 중심의 패션 권력이 쿠튀리에 측으로 이 동하면서 정치적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자율성을 확보 하였다. 1909-10년에 폴 포아레가 코르셋을 제거하면 서 새로운 미를 제시하였고, 1920년대 샤넬과 쟝 파투 (Jean Patou)의 등장 이후 패션은 모방이 쉬워지면서 접근성이 증가하였으며, 여성의 옷 형태는 더욱 다양 해지고 여성 외모의 비통일성을 가져오며 자율성과 다양성을 확보한 패션 민주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나타난 청년문화는 쾌락주의 적인 가치와 개인적인 표현, 여유있는 휴식, 유머, 그 리고 자발성을 촉진시켰는데(Lipovetsky, 1987/1999), 개인주의는 옷에서 나타나는 지위의 상징을 축소시키 고, 미적인 취향을 드러냈다. 자율성과 접근성이 19-20 세기 패션 민주화 초기에 나타난 특성이고, 개인화가 오트쿠튀르를 통한 패션 민주화의 특성이라면 다양성 은 청년문화와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나타나는 특성 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나타나는 고 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전통적 경계의 붕괴, 탈권 력과 탈중심화 현상, 성의 혼돈과 불확정성,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는 현시대 글로벌 패 션시장에서 나타나는 패션 민주화 현상과 맥락을 같 이 한다. 럭셔리 산업의 대중화는 럭셔리 브랜드의 접 근성과 제품 다양성을 확대시켰고, 패스트 패션은 저 렴한 가격의 최신 스타일을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함 으로써 접근성, 다양성, 자율성을 지닌 모두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 즉 패션 민주화의 특성을 모두 지닌다.
복식은 계급이나 사회적 지위의 상징 외에도 젠더 와 연령, 문화, 종교 측면에서 구별짓기 역할을 하는 데, 그중에서도 여성복과 남성복은 오랜 기간 동안 명 확한 경계를 지켜왔다. 따라서 여성성과 남성성, 즉 젠더의 경계 무너뜨리기는 패션 민주화의 특성인 다 양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다. 19세기 후반 많은 여성들이 넥타이, 남성용 모자 와 수트 재킷, 양복 조끼, 남성용 셔츠 같은 품목을 기 존의 여성복과 혼합하여 착용하였는데, 특히 검은 벨 벳 리본타이, 맥고모자나 수트 재킷은 거의 모든 사회 계급 구성원들이 착용하면서 여성의 신분에 대한 상 징적인 선언과 지위에 대한 논쟁의 요소가 되었다 (Crane, 2000/2004). 넥타이는 여성의 독립을 상징하 는데,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이 선보인 바지정장이나 턱시도 드레스, 1977년 영화 애니홀(Annie Hall)에서 다이앤 키튼(Diane Kiton)이 넥타이를 착용한 애니홀 룩은 1980년대 매니시한 여성 수트로 이어진다. 이러 한 스타일은 사회계급뿐 아니라, 성별의 경계를 허물 면서 패션의 민주화를 이뤄낸다.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는 패션에서 계급이나 신분 상징 파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던 젠더의 고정 관념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우며 개인의 취향을 존중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는 패션 민주화의 특 성인 개인화에 기초한 자율성, 다양성을 표현한다. 패 션 민주화의 특성인 자율성, 접근성, 다양성과 대표적 인 특징은 <Fig. 2>와 같다.
2. The phenomena of fashionocracy in the global fashion industry
1) The concept of fashionocracy
‘Fashionocracy’ 용어는 Symonds(1933)에 의해 처 음 사용되었다. 그는 1930년대에 미국이 고용문제와 무역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Technocracy(기술주의적 사회경제사상)’를 채택한 것처럼 영국도 절약과 소비 억제정책 대신 패션을 의도적으로 빠르게 변화시켜 대량생산을 장려한다면 소비 증가와 고용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전 세계적으로 무역과 산업을 증진시키 는 패션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라인(line)이나 실루엣뿐 아니라, 텍스타일의 변화는 기술의 발전과 생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이러한 패 션의 힘은 여러 무역 장벽을 넘어 영국 텍스타일 산업 을 다시 부흥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비록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주장된 것이지만 패션이 기술의 변화, 생산체계의 변화, 그리고 소비변 화를 유도하며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전 히 유효하다.
패션 민주화 초기에 나타나는 자율성과 접근성, 포 스트 모더니즘 이후 나타나는 다양성의 특성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능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오가는 멀티채 널의 유통구조를 바탕으로 모두의, 모두를 위한 패션 민주화를 이뤄냈다. 또한 새로운 럭셔리가 된 스트리 트웨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모디스트(modest) 패션, 젠더의 경계를 무너뜨린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급성장한 플러스 사이즈 패 션(plus-size fashion)과 시니어 트렌드 세터의 등장, 인클루시브(inclusive) 디자인 등은 모두 뚜렷한 젠더 의 구분이나, 연령, 사이즈, 서양복 위주였던 기존 패 션의 고정 영역을 탈피하여 경계를 넘나들며 더욱 다 양하고 넓게 확장된다는 점에서 패션 민주화가 글로 벌 패션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Brydges, Hracs, and Lavanga(2018)는 장소, 중재자 (intermediary), 리테일, 지속가능한 패션의 측면에서 패션 민주화를 연구했는데, 지금의 패션은 뉴욕, 밀란, 파리, 런던으로 대표되는 4대 패션 도시 중심에서 벗 어나 스웨덴, 독일, 홍콩 등 패션의 지형(geographies of fashion)이 확장되고 있으며, 패션 블로거나 인플루 언서 등 새로운 중재자의 등장으로 수평적 전파가 이 뤄져 소비자의 힘이 더욱 커지는 패션 민주화를 이루 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패션으로의 접근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고, 소비자들이 소비 주체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자와 전파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 서 기회의 평등을 상징한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 예 를 들어 3D 프린터를 통해 개인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게 되면 이들은 디자이너이자 생산자가 되고 동시에 소비자가 되어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패션 민주화를 넘어 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창조활동을 촉진하는 ‘모두에 의한(by the people)’ 패션 민주주의를 실현하 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술과 기술 통합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개인의 확산은 민주주의의 확장을 상징하는 데(Ryu, 2015), 이제는 기업이나 브랜드, 엘리트에 의 한 패션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 대중에 의한 패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소수 취향의 다양화로 이전과는 다른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Fig. 3>과 같이 글로벌 패션산업이 자율성, 접근성, 다양성을 바탕으 로 ‘모든 사람의’, ‘모든 사람을 위한’ 단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에 의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패셔노크라 시’ 즉 패션 민주주의로 들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 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환경과 동물 보호, 작업환 경, 윤리적 소비로 민주화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패션 민주주의, 즉 패셔노크라시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고려한 모두를 위한 제품(product), 합리적 가 격(price),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은 유통(place),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홍보(promotion), 소비와 창조의 경계 를 오가는 소비자(people)와 지속가능한 환경(planet) 등의 6P 요소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2) Examples of fashionocracy in the global fashion industry
(1) The evolution of fast fashion
‘Fashionocracy’ 용어를 처음 사용한 Symonds (1933)는 패션을 빨리 변화시킨다면 소비 증가와 고 용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ymonds의 관점에서 본다면 유행의 급속한 변화와 빠른 상품 회전으로 소비를 증대시키는 패스트 패션 은 'fashionocracy’의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패스 트 패션이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모방에 관한 논란에 서도 패스트 패션이 럭셔리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 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소수의 소비자가 아닌 더 많은 소비자가 럭셔리 디자인을 누릴 수 있 고, 이로 인해 유행이 점차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으므로 디자인 모방은 디자이너와 소비자, 패션산 업에 모두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패션 민주화 에 공을 세웠다는 견해도 있다(Raustiala & Sprigman, 2006).
(2) Gender-neutral phenomenon
페이스북은 여성과 남성의 젠더 구분에서 벗어나 LGBQT(lesbian, gay, bisexsual, queer, transgender) 외에도 무성(no gender), 미정(questioning)까지 개인 의 젠더 선택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이렇듯 성의 고정관념이 바뀌면서 최근에는 남성복과 여성복 을 구분 짓던 성별(gender)의 경계도 희미해지는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성별의 경계를 초월하고 자유로울 권리를 추구하는 다원화 현상으로 여성복에 서도 여성의 성역할 변화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재 정립되고 있다(Kim & Lee, 2016). 루이비통은 2016 년 S/S 여성복 컬렉션의 모델로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를 내세웠고, 캘빈 클라인은 영 턱(Young Thug) 을 여성복 컬렉션의 모델로 세웠다. JW 앤더슨 (Anderson), 톰 브라운(Thom Browne), 프라다 등 디 자이너들도 남성복과 여성복이 혼합된 컬렉션을 선보 이거나 남녀 구분없이 같은 원단이나 문양, 색상을 사 용하는 등 젠더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특히 아동복에서 는 여아와 남아복을 구분 짓던 핑크나 네이비 등의 특 정 색상이나 문양, 아이템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고 혼합하여 자유롭게 사용하는 등 젠더리스(genderless) 혹은 젠더풀(genderful)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3) The advent of modest fashion
유럽과 북미, 아시아 중심이었던 패션시장의 관심 이 무슬림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슬림 인구는 MENA(Middle East North Africa)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들의 평균연령이 약 30세로 젊으며 밉스터(mipster)로 불리는 무슬림 밀레 니얼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무슬림 시장은 2015년 243조 달러에서 2019년 327조 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 망이다(Khan, 2017). 그러나 이슬람 전통의상, 특히 여성 신체의 대부분을 가리는 부르카(burka)와 니캅 (niqab)은 여성억압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프랑 스,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 부르카의 착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면서 복장의 자유 침해에 관해 큰 논란이 일기 도 했다. 한편, 이슬람 여성들은 자율적인 선택으로 히잡을 착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좀 더 스타일리시한 히잡패션을 선보이는 히자비스타(hijabista)가 등장하 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유대감을 지키면서 동시에 패셔너블하기 원하는 무슬림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런 던과 터키 등에서는 모디스트 패션위크가 열렸으며, 유니클로, H&M, DKNY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도 무슬림 소비자를 위한 모디스트 패션을 선보이고 있 다. 모디스트 패션의 성장은 소수 취향의 소비자로 간 주되어 소외되었던 무슬림 소비자에게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누릴 선택의 자율성을 제공하며 패션의 다양 성과 의복 선택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패션 민주화 가 한걸음 더 나아간 현상으로 볼 수 있다.
(4) The growth of plus-size fashion market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는 기업에서 정한 몇 가지 사 이즈의 제품을 제공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최대 8종류의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대부분 3-5개 사이즈(xs, s, m, l, xl 혹은 44, 55, 66, 77)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마르고 날씬해야 한다는 편협한 미의식으로 인해 기성복 사이즈에 자신의 몸을 맞춰야만 했다. 패 션이 ‘모두의’, ‘모두를 위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상 정해진 틀 밖에 있는 사람들, 특히 플러스 사이즈로 불리는 사이즈 14 이상의 여성 소비자에게는 ‘모두를 위한’ 패션이 아니었다. 스타일리시한 제품이나 하이 엔드 브랜드에서는 더욱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의 숨겨 진 패션 욕구에 부응하면서 등장한 플러스 사이즈 패 션 시장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17%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24조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The fashion”, 2017). 플러스 사이즈 브랜 드인 레인 브라이언트(Lane Bryant)나 애쉴리 스튜어 트(Ashley Stewart) 외에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 에버 21, 타깃, JC 페니 등과 마이클 코스, 빈스 카뮤 토(Vince Camuto) 등 하이엔드 디자이너, 나이키, 언 더아머 같은 액티브 웨어, ASOS,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플러스 사이즈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편견에서 벗어나 사이즈나 몸매에 관계 없이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라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태도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양 성을 확산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Choi(2018)는 실 증조사를 통해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 수요의 변화는 비만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변화에 따른 것으로 미 국의 영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자신의 체형에 당당하고 의복선택행동에 적극적이며, 영 플 러스 사이즈 마켓이 세분시장으로의 실체성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5) The evolution of streetwear
힙합과 스트리트웨어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슈프림(Supreme)이나 고샤 루브 친스키(Gosha Rubchinskiy) 같은 스트리트웨어는 새 로운 럭셔리다. 최근에는 LVMH가 오트(haute) 스트 리트웨어인 오프 와이트(Off-white)를 설립한 버질 아 블로(Virgil Abloh)를 루이비통의 남성복 아티스틱 디 렉터로 임명했고, 런웨이에 등장한 후드티와 로고 티 셔츠, 캐주얼한 아이템들은 젊은이의 거리문화로 여 겨졌던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패션의 소비문화의 경계 마저 허물었다. 또한 출근복장이 자유로워지고 캐주 얼, 이지웨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2017년 전 세계 운동화 매출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35억 유로(약 4 조 3,700억 원)를 기록했다(Kim, 2018). 발렌시아가, 구치, 루이비통 등의 럭셔리 브랜드도 운동화 판매 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편하지만 못생겼다고 해서 어글리 패션(ugly fashion) 아이템으로 불리웠던 크록스(Crocs)와 버킨 스탁(Birkenstock)은 세린느, 발렌시아가, 크리스토퍼 케인 등의 럭셔리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며 새로운 ‘잇(it)’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럭셔리 소비자에게는 편안함을 일반 소비자에게는 익 숙한 아이템을 다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럭 셔리 브랜드로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양 방향 접근성을 확대시켜준다. 또한 이러한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 허물기 현상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 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개인화를 나타내주 는 패션 민주화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6) Fur for ethical consumption
윤리적 소비도 패션 민주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자유와 평등, 약자에 관한 관심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모피나 가죽은 인류 역 사와 함께 성장해 온 의복 재료였지만,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와 같은 동물보호 단체가 시작한 모피반대운동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패 션산업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동물 권 리(animal rights)와 동물 복지(animal welfare)에 관심 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모피나 가죽 외에도 토끼 털, 오리털, 모헤어(mohair), 울 등 동물성 섬유를 채 취하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동물학대에 관한 잔인한 영상과 보도 자료들은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스텔라 맥카트니, 랄프로렌, 아르마니, 휴고 보스 등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모피 사용을 포기하 는 ‘fur-free’를 선언했으며, 구치와 베르사체, 육스 (Yoox)와 네타포르테(Net-a-porter), 자라(Zara)도 모 피 판매를 금지했다. 노스페이스나 파타고니아 등은 오리나 거위에서 채취한 다운(down) 대신 ‘대안 다운 (alternative down)’을 사용하고 있고, 모헤어를 채취 하는 과정에서 잔인한 동물 학대가 이뤄진다는 사실 이 밝혀지면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에버 21 (Forever 21)이 모헤어 사용 금지를 선언했다. 사회 전 반에 걸쳐 확산된 동물보호와 윤리소비에 대한 소비 자들의 관심으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생 산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패션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Yoh, 2018), 허핑턴 포스트는 ‘모피 금지가 패션의 미래(fur-free is the future of fashion) 가 될 것’이라는 예측(Smith, 2017)을 내기도 했다. 페 이크 퍼(fake fur) 또는 에코 퍼(eco fur)는 학대받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하였지만, 기 술의 발전으로 지금은 진짜 모피보다 더 진짜 같으면 서 색상이나 디자인 표현의 자유로움을 더해 더 많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훌 륭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모피를 원하 지 않는 소비자들도 취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물 을 보호할 수 있는 창의적이며 민주적인 선택이 가능 해졌으며, 이러한 모피반대나 동물보호운동은 패션 산업이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7) The power of social network service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패션 액티비즘(activism) 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주도와 참여로 착한 소비, 환경 보호, 노동문제 개선을 위한 문제를 공론화하며 패션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Chung & Yim, 2020). 또한, SNS에서의 개인 영역을 넘어 팔로워들과 일반 대중들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 즉 소셜 인플루 언서(Wiedmann, Hennings, & Langner, 2010)들은 실 시간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자 신의 일상과 함께 패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 하고, 대중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네트워크 참여자 에게 영향을 미친다(Kim & Choo, 2019). 패션이나 뷰 티산업에서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브랜드 홍보에 활용 하면서 패션뿐 아니라, 뷰티, 건강, 가전 등 산업 전반 에 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는 6세 일본 어린이 코코에서 88세 대만 문린 할머니까 지 일반인도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정보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소셜 인플 루언서들은 패션 엘리트가 누리던 특권을 공유하며 새로운 권력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 플 랫폼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소비자와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소비자 의견에 대한 즉각적인 호응 및 실시간 채팅으로 소비 자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 를 유도한다(Kim & Park, 2021). 이러한 현상은 ‘모두 의’ ‘모두를 위한’ 패션 민주화에서 능동적이고 적극 적인 참여와 경험을 중시하는 ‘모두에 의한’ 패션 민 주주의로 나아가는데 큰 역할을 한다.
IV. Conclusion
패션에 관한 관심이나 정보는 넘쳐날 정도로 많지 만 정작 패션에 관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이해는 덜 발달해 있고, 패션에 대한 개념적 접근이나 문제적으 로 탐구할 만한 가치를 갖지 못한 채 피상적인 문제로 치부되며 이론적 탐구가 결여되어 있었다(Lipovetsky, 1987/1999). 패션 민주화는 여러 서적이나 연구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패션 민주화를 탐구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본 연구는 시대의 흐름에 따 라 나타난 패션 민주화 현상들을 서적, 논문, 보고서, 기사 등을 중심으로 한 문헌연구를 통해 패션 민주화 의 의미와 특성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패션 민주 주의, 즉 ‘패셔노크라시’의 개념을 제시하며, 글로벌 패션산업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패션 민주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패션 민주화는 태동기, 1기 도입기, 2기 초기 성장 기, 3기 성장기, 4기 성숙기로 구분할 수 있으며, 자율 성, 접근성과 다양성의 특성을 지닌다. 복식은 남성복 과 여성복이 확연히 구분되어진 14세기 이전까지는 민족적 통일성이나 동일성을 중시했고, 프랑스 혁명 이전에는 민족복으로서 귀속감을 강화시키고 신분이 나 계급의 지위 상징성을 지녔으며, 16-17세기 귀족계 급의 복식 스타일이 유행하며 다수가 착용하게 된 시 기를 패션 민주화의 태동기로 볼 수 있다. 패션 민주 화 1기 도입기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원칙에 따라 신분이나 계급의 제한없이 개인이 복식 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면서 시작되 었다. 2차 초기 성장기에는 기성복의 출현과 19세기 후반 오트쿠튀르가 등장하면서 왕족이나 귀족이 쥐고 있던 패션 권력의 중심이 쿠튀리에로 이동하였고, 정 치적인 권력이나 재력에 휘둘리지 않는 자율성을 띄게 되는데, 오트쿠튀르가 개인화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접근성을 보장하였다면 3기인 성장기에는 기술의 발 전으로 대량생산체제가 이뤄지며 나타난 기성복이 더 욱 저렴한 가격대와 다양한 스타일을 대량으로 선보이 며 선택의 자율성과 접근성, 다양성을 확보하며 패션 민주화를 성장시켰다. 패션 민주화 4기에는 대중문화 와 청년문화의 등장으로 연령과 젠더, 문화의 경계가 흐려졌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양한 인종 과 문화, 개인 중시 현상으로 패션에 있어 다양성이 증가하였다. 럭셔리의 대중화는 럭셔리 패션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증가시켰고, 패스트 패션은 많은 사 람들이 모방 혹은 변형되어진 최신 유행 스타일의 복 식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시키며 패션 민주화는 성숙기에 접어든다.
2000년대 이후 급속화된 글로벌화와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마침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다각화하였고, 패션의 지형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소셜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패션의 수평적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3D 프 린터, 클라우드 소싱 등 소셜미디어와 결합한 기술의 진보로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위치 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자와 전파자가 됨으로 써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사람의 패션에서 참여와 경험의 주체가 되는 모든 사람에 의한 패션을 이루며 패션 민주주의 단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패션 민주주 의 ‘패셔노크라시’는 능동적이며 생산적인 소비자, 젠 더와 연령,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모두를 위한 다양 한 제품, 지속가능한 환경, 합리적인 가격, 온오프라 인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멀티 유통채널, 소셜 인플 루언서, 마이크로 블로거에 의한 수평적 홍보 등 6P (people, product, planet, price, place, and promotion) 의 구성요소를 가진다.
본 연구의 의의와 제안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 금까지 패션 민주화를 계급이나 신분 상징의 철폐, 오 트쿠틔르, 기성복, 패스트 패션 등에서 나타나는 일시 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패션 민주화 가 지닌 의미와 상징가치를 시기별로 고찰하여 적극 적으로 규명함으로서 패션 민주화를 패션 연구의 중 요한 연구 주제로 담론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패션 민주화가 지닌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패션 민주화는 사회문화적 변화 흐름과 맥을 같 이 하며 정치, 경제 변화와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영 향관계에 놓여 있다. 패션 민주화와 패션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으나, 그 의미의 변화나 상징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부족하였고, 패션 민주화가 패션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 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패션 민주화와 산업의 관 계는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본 연구는 글로벌 패 션산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들을 패션 민주화의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복식사나 사회문화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 시각을 포함하여 패션 민주화 연구의 폭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또한 다각적 차원의 논의를 통해 ‘패션민주주의(fashionocracy)’의 개념을 정립하 고, 이를 바탕으로 패션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패션 민주주의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소비자 가 패션 민주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패션 민주주의 가 소비자 태도와 패션소비행동에 미치는 영향관계를 파악하는 후속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 한 글로벌 민주화의 시대일지라도 패션 민주주의에 관한 소비자의 태도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 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국가나 지역 간 소비자 태 도, 소비행동의 차이를 알아보는 후속 연구를 제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