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전통은 발전하고 진보하는 현재진행형의 역사다. 우리의 전통복식인 한복은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2010년경 신(新)한복의 등장 이후, 한복은 특별한 날 에만 착용하는 특수복식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그 패 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Jeong & Lee, 2018). 이러한 현상은 케이팝(K-pop)의 세계적인 인기와 맞물려 가 수들이 착용한 한복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서는 ‘A Centuries-old Korean Style Gets an Update’(Yoon, 2020)라는 제목으로 케이팝 스타와 혁신적인 디자이 너들에 의해 변화하는 현대의 한복을 다룬 기사를 게 재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쇼핑몰에서 기모노를 한 복으로 표기하거나, 유명 IT 기업의 사진 분류 시스 템에서 한복을 기모노로 분류하는 등(Jang, 2019;Wang, 2020), 한복과 기모노를 혼동하는 사례가 빈번 하게 발생하고, 한 중국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의 아이 템으로 추가된 한복이 중국의 문화라는 중국 유저들 의 항의와 이에 따른 한국 유저들의 반박이 논란이 되 자 해당 아이템을 삭제하고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하 는 사례와 같이(Cheon, 2020) 한복의 국적 논란도 벌 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복에 대한 그릇된 인 식이 존재하는바, 한복의 바람직한 현대화를 위한 올 바른 시각의 확립과 그 교육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점은 세상에 태어나 보고 듣는 모든 것으로부터 형성된다. Park(2007)의 연구에 따르 면, 전통문화의 정체성은 유아기에 뿌리가 내리고 아 동전기인 5~9세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그림책 을 통한 전통문화 교육 활동은 국가 정체성의 형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그림책은 주변 세계와 이웃에 대한 이해(Lee & Jang, 2011)와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 를 제공함으로써 어린이들이 폭넓은 견해로 세계를 바 라볼 수 있게 한다(Chae, Lee, & Kim, 2015). 즉, 그림 책의 삽화는 어린이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적인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문화와 타문화의 이미지 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통문화에 대한 올 바른 관점의 형성을 위해서는 아동도서에 나타난 전 통문화를 그린 삽화의 정확도를 점검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에는 외국인 작가가 우리의 전통문화 및 한복 을 그린 아동도서가 다수 출판되었다. 다른 문화권에 서 성장하여 활동하는 외국인은 한국인과 다른 시각 으로 한복을 표현할 수 있으므로, 타문화의 시각으로 표현된 외국인 작가의 한복 삽화의 특성을 분석할 필 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한복을 포함한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화 및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논점들은 한국의 동양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식민지 시대를 경험한 역사로 인해 타 인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과 타문화의 영향을 중요 한 논의점으로 다루었다. 여러 학자들은 현재 우리의 생활에 깊이 자리 잡은 서구의 문화 속에서 우리 문화 의 독창성 발굴과 재창조를 역설하였고(Kim, 2009), 이는 서구의 문화적 우위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후기식민주의 관점과 맥을 같이 한다. 후 기식민주의는 식민시대 이후 식민주의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극복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담 론이다(Woo, 2002). 전통문화가 타의에 의해 서구화 되는 변화의 과정을 겪은 국가에서는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문화의 이미지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 구의 관점에서 정의된 전통을 주체적인 시각으로 재 정의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 히 복식 문화 분야의 Fashion Theory: The Journal of Dress, Body & Culture와 같은 국제학술지는 2020년 24권 6호를 패션의 탈식민주의를 주제로 한 특별호 로 발간할 만큼 복식과 패션에 대한 각 국가의 독자적 인 관점 형성이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주요한 방법론으로 후기식민주의 담론이 사용되 고 있다.
복식과 패션 분야에서 후기식민주의 관점을 적용 한 연구는 국외에서 1990년대의 유럽중심주의 패션 비평을 시작으로 글로벌화, 불평등, 차별, 착취와 같 은 이슈를 다루며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Jansen, 2020), 국내에서는 Lee and Yim(2020)의 연구에서 패션산업 의 문화 전유와 후기식민주의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 졌다. 외국인이 남긴 기록물에 나타난 한복을 분석한 선행연구로 Baek and Lee(1999), Kim, Lee, Kim, and Jeong(2010), Lee(2008)의 연구에서 근대 한국의 복식 을 고찰하였고, Kim(1996)과 Yi(2011)에 의해 복식과 근대성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복식을 통하여 근대의 여성성을 분석한 연구가 전개되었다 (Kim, 2007;Kim & Lee, 2003;Park, 2014). Kim(1999) 의 연구에서는 영어로 편찬된 전래동화에 나타난 어 린이의 이미지를 분석하는 도구로 한복이 사용되었으 나, 복식의 형태에 대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한 현대 한복 이미지에 대한 논의도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타인에게 소비되는 전통의 이미 지를 후기식민주의 관점을 통해 고찰하고, 이를 바탕 으로 현대 아동도서에 나타난 외국인 작가의 삽화 속 한복의 구체적인 형태적 특성을 분석하여 한복의 현 대화 및 세계화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에 따른 연구문제는 첫째, 개항 이후 식민지 시대에 이르는 근대 복식 삽화의 영향 및 비서구권의 복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장하는 후기식민주 의의 고찰, 둘째, 외국인 작가가 작업한 아동도서의 삽화 속 한복의 형태 분석, 셋째, 한복의 현대화 및 세 계화를 위한 논의점 도출로 설정하였다. 연구방법으 로는 과거 외국인이 남긴 삽화의 영향과 현대 외국인 작가의 삽화에 나타난 한복 이미지가 갖는 의미를 파 악하고, 후기식민주의 관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개항 기 이후 외국인이 그린 한국복식 삽화와 복식 연구에 서 후기식민주의 담론을 이론적 배경으로 살펴보았 다. 다음으로 현대의 외국인 작가가 삽화를 그린 아동 도서 중 27개 출판사의 43종을 선택하여 한복 삽화를 복식의 조형요소인 형태, 색, 소재, 문양 중 형태와 문 양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조형요소 중 풍부한 색채 를 사용해야 하는 아동도서의 특성상 변경될 수 있는 색과 지면상으로 표현의 한계가 있는 소재는 분석 범 위에서 제외하였다. 연구자료의 범위는 출판기록이 완전하게 남아 있는 2000년대 이후 도서로 한정하였 으나, 현재 입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료를 수집함에 따라 전 세계 아동도서를 모두 아우르지 못했다는 제 한점이 있다.
본 연구는 한복의 세계화라는 동시대적 패션 이 슈에 접근하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고, 한국복식 연구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Ⅱ. Background
1. Influences of dress illustrations by foreigners
과거의 복식 문화를 연구하는 자료 중 복식을 입은 상태의 그림 한 장은 형태, 소재, 색, 착용방법 등 다른 자료로 추측하던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유의 미한 근거가 된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우리 복식이 기 록된 것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사마천(司馬遷) 의 『사기(史記)』에는 ‘위만이 조선에 입국할 때 추결 만이복(魋結蠻夷服)했다’는 기록이 있고, 『후한서(後 漢書)』, 『삼국지(三國志)』, 『진서(晉書)』에는 부여, 옥 저, 동예, 삼한의 복식 기록이 남아 있다. 외국인이 복 식 문화에 대해 남긴 최초의 삽화는 송나라의 서긍(徐 兢)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하여 보고 들은 것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 經)』일 것으로 생각되나, 현재 그림은 전하지 않는다.
한국이 기록을 통해 서양에 알려지는 시기는 13세 기 중엽으로, 1254년 몽골을 방문한 프랑스 선교사 루 브룩(Rubruck)의 기행문 『몽골 기행(Itinerarium)』에 ‘섬나라 카올리(Caule)’라고 기술되었고,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는 지도의 발달로 유럽의 지도 속에 한 국이 등장했다(Baek & Lee, 1999).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서양인이 한국의 모습을 그린 시기는 19세기 초로, 1816년 서해안을 탐사한 영국 함대 알세스트 (Alceste)호의 군의 맥레오드(McLeod)와 라이라(Lyra) 호의 함장 바질 홀(Basil Hall)의 항해기에 조선인의 복식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Baek & Lee, 1999). 개항 기에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의 국적은 스페인, 네덜란 드, 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헝가리 등이며, 직업 은 외교관, 학자, 여행가, 의사, 군인, 화가, 선교사 등 이었다(Lee, 2008). 그들이 작성한 복식에 대한 기록 을 종합해 보면 흑립(黑笠)으로 대표되는 두식(頭飾), 백의(白衣), 다채색(多彩色)이 인상 깊었던 것으로 요 약된다(Baek & Lee, 1999;Kim et al., 2010;Lee, 2008). 근대의 외국인들은 조선의 복식을 자신의 화풍 과 미의식을 투영하여 표현했으나, 해당 복식들을 당 시 우리 민족이 착용했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으며, 그들의 그림은 우리의 문화를 재인식하고 아름다움 을 재발견하며, 세계에 잘못 알려진 복식 문화를 파악 할 기회가 되었다(Lee, 2008). 특히 전쟁과 식민시대 로 인한 자료의 소실로 어려울 수 있었던 당시의 복식 문화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조선의 모습을 그린 대표적인 작가 키스(Keith)의 작품은 당시의 복식을 자세하게 나타낸다. <Fig. 1>과 <Fig. 2>는 1900년대 초 조선의 어린이들을 그린 것이 다. <Fig. 1>의 남자아이는 색동저고리 혹은 까치두루 마기 위에 전복(戰服)을 입고 포대(布帶)를 둘렀으며, 머리에는 금박으로 장식된 복건(幅巾)을 썼다. 깃 과 여밈 부분이 다소 어색하게 처리되었으나, 당시의 착용방식과 색감을 잘 표현했다. <Fig. 2>의 아이들은 두루마기에 치마 혹은 바지, 색동저고리에 치마를 입 은 모습이다. 두루마기의 겉감과 대비되는 안감의 색, 바지와 다른 색을 사용한 대님, 저고리의 깃과 섶을 색동으로 장식한 당시 아동복식의 특징이 드러나며, 현존하는 유물과도 색과 형태가 일치한다. 키스의 작 품에 그려진 모든 복식이 완벽하게 재현된 것은 아니 지만, 독자적이고 사실적인 화풍으로 표현되어 사료 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Kim, 2020).
한편, 그들의 그림은 외부에 소개되면서 조선과 조 선의 복식에 대한 이미지(image)를 생성한다. 이미지 는 인간의 지각을 통하여 생성되는 외부상황에 대한 주관적이고 선택적인 재표현이다(Kim, 2009). 근대는 시각이 지배했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시각매체 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구문화를 지배하였으며, 이 미지로 재현되는 것에는 그 이미지의 생산에 작용하 는 이해관계, 이데올로기, 의도와 같은 사회문화의 코 드가 내포되어 있었다(Park, 2014). 특히 삽화와 같은 회화 작품은 사진과는 달리 그리는 사람의 사상이나 이해도에 따라 모델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주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체험이 현실적인 토대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 다(Kim et al., 2010).
근대 외국인들이 남긴 삽화는 조선 사회와 조선인 의 복식 문화를 표현하기도 하였으나, 당시 동양이라 고 하는 막연하고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환상을 재생 산하기도 했다. 1892년 출간된 프랑스 소설가 로니 (Rosny)의 소설 『향기로운 봄(Printemps parfumé)』은 ‘춘향전’을 토대로 한 것이다. 로니는 이 소설의 삽화 를 통해 조선인의 이미지를 만들었다(Lee, 2016). 『향 기로운 봄』의 삽화 속 복식은 당시 조선 복식과는 매 우 다른 모습이다. 체코 출신의 삽화가 마롤드(Marold) 와 미티스(Mittis)는 그들이 이전에 보았던 동양에 대 한 이미지들을 섞어서 삽화를 그렸다(Lee, 2016). <Fig. 3>은 춘향이가 그네를 타는 모습이다. 춘향이가 입고 있는 옷은 맨살의 팔이 드러나고 넓은 허리끈이 강조 된 일본의 유카타(浴衣)에 가깝다. <Fig. 4>는 옥에서 끌려 나온 춘향이가 이도령과 마주하는 대목의 삽화 인데, 상의가 벗겨져 어깨와 등을 드러내고, 머리는 일본의 시마다마게(島田髷)를 하고 있다. 『향기로운 봄』의 삽화 속 춘향이는 내용의 전개와는 그다지 연 관성이 없는 신체를 노출하는 복식을 착용하고 관능 적인 포즈로 등장한다. 이러한 삽화는 이야기의 배경 과 상관없이 동양의 복식을 혼동하여 사용하고, 여성 을 성애적 존재로 표현하여 서양인들에게 이국적인 동양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개항기 이후 외국인들이 남긴 삽화들은 조 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왜 곡된 이미지를 심는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2. Postcolonialism discourse in dress studies
후기식민주의(postcolonialism)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서구가 서구 중심의 식민주의와 근대성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담론이다. 접두어 포스 트(post)의 개념으로 인해 영어 발음 그대로 포스트콜 로니얼리즘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포스트식민주의, 탈식민주의로 변역되기도 하는데, ‘포스트’를 축어적 의미인 ‘이후(after)’로 해석하면 식민주의의 연장선상 에서 파악해야 할 일종의 유산이고, ‘초극(beyond)’의 의미로 해석하면 식민주의의 해체와 극복이라는 새로 운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Lee, 2000). Shohat(as cited in Lee & Yim, 2020)은 이러한 양가적 의미의 용어 자체에 패러다임과 역사적 조건의 회복 없이 종 식과 시작으로 정의되는 서구 중심적 인식과 논리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시아 및 식민시대를 경험한 국가들에게는 새로운 개별자로서 주체적인 정체성을 확립하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 서 유효한 논의이다(Woo, 2002).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에서의 식민시대는 실제 식민지를 겪었던 1900년대 초부터 해방 후 잔재가 남아 있는 현재까지로 볼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우리 현실이 식민주의의 연장 선상에 있음을 강조하는 번역어인 후기식민주의를 사 용한다.
후기식민주의 담론은 사이드(Edward Said)의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기점으로 하나의 이론 이자 현상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Woo, 2002). 사이드 는 오리엔탈리즘이 유럽의 관념(the idea of Europe) 을 바탕으로 동양에 대한 유럽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문화적 헤게모니의 작용이며, 오리엔탈리즘의 양식은 처음부터 동양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동양화한 동양 을 재구성하여 반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Said, 1978/ 1999). 한편, 복식 연구에서 후기식민주의 담론은 1990년대의 유럽 중심의 패션 연구에 대한 비평을 시 작으로, 2000년대의 패션 글로벌화 연구, 2010년대의 문화적, 초국가적, 후기식민주의 연구로 이어져 왔으 며, 대부분 불평등, 차별, 착취와 같은 현상과 현대 패 션에 의해 침해되고, 거부되고, 지워진 계보, 상호연 결성, 미학의 재확립 등에 관한 것이다(Jansen, 2020). 실제로 식민시대는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 체계는 계속되어 패션의 역사, 이론, 연구는 계속해서 유럽 중심의 관점으로 개념화되고 작성된다(Jansen, 2020). 현재 공론화되는 지속가능성, 불평등, 문화적 전유의 이슈는 모두 근대성과 식민성을 바탕으로 하 므로(Jansen, 2020), 복식 연구에서 후기식민주의 담 론은 가장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의적절한 주제 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플뤼겔(J. C. Flügel)은 복식의 유형을 ‘고정된(fixed)’복식과 ‘유행하는(modish)’복식으로 구 분하고, 유행하는 복식은 주로 서구의 복식에서 나타 나며, 아시아의 전통적인 복식은 고정된 복식으로 과 거와의 연속성이 특징인 것으로 정의했다(Entwistle, 2000/2013). 폴헤무스(Polhemus)와 프록터(Procter)는 플뤼겔의 이론을 바탕으로 패션(fashion)과 안티패션 (anti-fashion)의 이분법을 도입하여 패션은 시간에 따 른 변화와 진보의 상징으로, 안티패션은 지속성과 현 상유지와 관련 있는 것으로 공식화했다(Jansen, 2020).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한복은 민족복식으로서 고정된 복식이고 안티패션이다. 한복은 실제로 끊임없는 변 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중심의 관점에서 시 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고정된 개념의 복식, 시대에 뒤처진 복식의 이미지를 얻었다.
개항기의 조선을 방문한 새비지 랜도어(Savage- Landor)는 1895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제목을 『고요 한 아침의 나라, 조선(Corea or Cho-se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라 하였고, 이 문장은 지금도 한 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활발하게 사용된다. 프랑스 르몽드(Le Monde)의 기자 베나임(Benaim)이 1993년 디자이너 이영희의 디자인을 보고 붙인 ‘바람 의 옷(costume de vent)’이라는 별칭도 이제는 모든 한복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되었다(Park, 2015). 무의식이든 의식적이든 주체는 자신의 욕망과 지식체계에 따라 인식하고자 하는 대상을 제한하고 변형하여 평가한다(Kim et al., 2010). 또한 Said(as cited in Lee & Yim, 2020)의 언급과 같이 서양이 동 양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호의적으로 재현하여 도, 재현된 동양은 서양에 의해 해석되고 서양을 위한 존재가 된다.
후기식민주의 패션 담론은 비서구의 패션을 현대 패션 역사에 포함하거나 인정받거나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역사, 계보, 미학에 따라 복구하고 재평가하고 인정하는 것이다(Jansen, 2020). 전통문화 요소의 선택적인 수용은 세계화의 시대에서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한복이 일방적인 시각으로 일반화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체성에 대한 관점을 스스로 재 확립할 필요가 있다.
Ⅲ. Analysis of Hanbok Images by Contemporary Foreign Illustrators in Children’s Books
아동도서는 어린이를 독자층으로 하는 아동문학이 담겨 있는 책이다. 교육학에서는 아동문학의 연령대 를 넓게는 0세부터 18세까지(Shin, Kwon, & Kwak, 2007), 좁게는 초등학교 취학 전 7세까지로 보는 견해 도 있으나(Chae et al., 2015) 일반적으로 0세부터 13 세까지를 아동으로 정의하고 있다(Jo, Lee, Lee, & Kwak, 2013;Kim, Son, Ko, & Kim, 2016;Lee, Back, Song, & Lee, 2016;Seon, 2013). 따라서 본 연구에서 는 0세부터 13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출판된 도서 를 연구자료로 설정하여 2000년대 이후 출판된 국내 외 아동도서 43종에 나타난 외국인 작가의 한복 삽화 330건을 서구중심주의 관점으로 표현된 요소를 재검 토하는 후기식민주의 관점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그 에 따른 사례와 논의점을 도출하였다. 연구자료 목록 은 <Table 1>과 같으며, 해당 아동도서의 주제는 크게 세계 문화를 다룬 내용과 이야기책으로 분류된다. 출 판 시기는 2000년대 3건, 2010년대 33건, 2020년대 7 건으로, 현재가 2020년대 초인 것을 고려했을 때 도서 의 편수는 늘어가는 추세이다. 삽화를 그린 작가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 인, 독일, 러시아, 일본 등의 출신으로 주로 북미, 서유 럽, 동아시아의 국적이었다.
연구자료 43종에 나타난 한복 삽화 330건은 중복 되지 않은 착장의 개수로, 동일한 착장을 여러 인물이 착용한 경우는 한 개의 건으로 간주하였고, 이야기책 에서 등장인물의 극 중 중요도가 낮아 복식이 불분명 하게 표현된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를 복식의 조 형요소 중 아동의 상상력 자극을 위해 다채롭게 사용 해야 하는 아동도서의 특성상 변경될 수 있는 색과 지 면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소재를 제외 한 형태와 문양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형태의 구성요소를 외의(外衣)를 포함한 상의(上衣)의 깃, 고 름, 소매, 길과 섶, 허리로 설정하였고, 하의(下衣)는 치마의 경우 폭, 바지의 경우 폭과 대님으로 설정하였 으며, 착용방법을 잘못 그리거나 한복이 아닌 것을 한 복이라 표기한 경우를 따로 집계하였다. 문양은 실제 한복에 사용되는 것이 적용되었는지에 중점을 두었 다. 전체 삽화 중 같은 인물의 복식이 페이지마다 다 르게 표현된 경우, 작가의 화법에 따른 표현인지 혹은 잘못된 표현인지 불분명한 경우, 그리고 그림책의 특 성상 변형, 과장, 축소 등의 표현이 가능한 경우는 분 석의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그 결과, 깃과 동정 구조 33건, 고름의 위치 26건, 소매의 폭 6건, 허리선 강조 5건, 바지의 폭과 대님 표현 8건, 착용방법 25건, 한복 이 아닌 경우 7건, 문양 7건의 오류가 있었으며, 동일 한 삽화에서 오류가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 다. 이와 같은 결과를 구조와 착장법의 변형, 서구화 된 실루엣, 동아시아 복식으로의 확장의 세 범주로 분 류하여 각각 대표 사례를 정리하고 그에 따른 논의점 을 다루었다.
1. Formal analysis of Hanbok representation
1) Transformation of clothing structure and donning method
복식구조의 혼동에 의한 한복의 형태 변형은 외국 인 작가가 그린 삽화에서 가장 많은 오류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개항기에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은 처음 대 면하는 한국복식의 구조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Fig. 5>는 1859년 조선의 남해와 동해안을 탐사한 영 국 액튼(Acton)호에 승선했던 종군 화가 베드웰 (Bedwell)이 목격한 조선의 여성을 그린 것으로, 서양 인이 직접 목격한 조선 여성을 그린 최초의 드로잉이 다(Baek & Lee, 1999). 그림 속의 여성은 머리에는 두 건을 쓰고 저고리와 치마를 입었으며, 치마 아래로 입 는 속치마가 보인다. 우임(右衽)으로 여며지는 저고리 의 깃과 고름을 표현했지만, 그 형태를 명확하지 않은 선으로 어색하게 처리했다.
현대의 외국인 작가들이 그린 아동도서의 삽화에 서도 저고리의 구조를 혼동하여 표현한 것을 쉽게 찾 아볼 수 있다. 상체의 부위에 따라 패턴이 나뉘어 입 체적으로 제작되는 서양복식의 상의와 달리, 저고리 는 신체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 길, 소매, 곁마기, 끝동, 섶, 깃, 동정, 고름의 면적으로 분할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저고리는 구성요소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면 혼동되는 부분이 많은데, 특히 깃과 연결된 동정과 고 름의 표현이 변형되어 나타난다. 동정은 깃 위에 덧붙 여 봉제되기 때문에 깃의 면을 분할하여 그려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삽화에서 깃과 동정의 면을 따로 그려 동정이 저고리 안에 입은 백색의 속옷으로 표현되기 도 하고(Fig. 6), 깃에 덧붙여 있는 형태가 아닌 별개 의 구조로 나타났다(Fig. 7). 또한 고름의 기능과 위치 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양상을 보인다. 깃이 목둘레에 두른 스카프처럼 표현되어 깃과 고름이 합쳐지거나 (Fig. 8), 저고리를 브이넥(V-neck)의 관두의(貫頭衣) 로 표현하여 깃과 고름은 기능이 없는 장식이 되기도 했다(Fig. 9).
또 다른 혼동은 착용방법에서 나타난다. 한복은 기 후적 요인으로 인해 여러 겹의 가벼운 재질의 의복으 로 구성되어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Yim, 2011). 특히 궁중복식과 같이 고도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복식은 다양한 형태와 색의 의복을 중첩하 여 하나의 착장을 만드는 일습(一襲)의 구성을 이해해 야 한다. 그러나 현대 외국인이 그린 아동도서에 빈번 하게 등장하는 무용복은 일습 구성을 이해하지 못하 고 착용방법을 혼동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조선후기의 연향에서 여령(女伶)이 착용한 정재복식은 화관(花冠)을 쓰고, 황초삼(黃綃衫)을 입고, 안에는 남 색상(藍色裳), 겉에는 홍색상(紅色裳)을 입으며, 붉은 공단에 금박 문양을 넣은 수대(繡帶)를 띄고 오색한삼 (五色汗衫)을 매고, 초록혜(草綠鞋)를 신는다(National Palace of Museum, 2014). 여기에 상의로 입는 것으 로 보이는 저고리와 속바지, 속치마, 적삼 등 기본적 인 속옷을 포함하면 최소 10벌의 복식을 겹쳐서 착용 한다. <Fig. 10>은 ‘신축진찬도 병풍(辛丑進饌圖 屛風)’ 에 그려진 여령으로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어 치마가 풍성하게 표현되고, 복식마다 서로 다른 색이 한 착장 에 어우러져 있다. 여러 개의 옷이 중첩된 탓에 착장 된 모습만으로는 몇 개의 옷을 어떻게 입은 것인지, 그리고 각각의 형태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Fig. 10> 의 여령이 착용한 수대 아래로 백색의 끈 두 줄이 보 이는데, 이것은 허리에 둘러 맨 홍초상의 말기 허리끈 을 앞으로 늘어뜨린 것이다. 그러나 <Fig. 11>과 <Fig. 12>에는 이를 착각하여 안에 입는 속옷의 연장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Fig. 12>는 황초삼과 그 안에 입은 녹색 저고리를 하나의 복식으로 판단하여 저고리를 끝동처럼 그렸다.
한복은 단순한 선으로 구성된 의복이지만, 착용했 을 때 옷과 신체의 윤곽선이 모두 달라지는 모호함을 가지고 있고, 여러 겹의 의복을 착용하기 때문에 구조 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형태가 변형되 어 재현된다. 현대 외국인 작가의 삽화에서는 한복의 대표적인 상의인 저고리와 일습 구성의 복식의 착용 모습을 변형된 구조로 표현하는 사례가 나타났고, 이 러한 현상은 실제 한복 또는 복식자료의 상세한 확인 없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략의 이미지를 재현 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2) Westernization of silhouette
한복의 실루엣은 자연스러운 곡선과 풍성한 형태 감이 특징이다. 특히 조선후기 여성의 저고리는 속저 고리가 외복화되면서 인체에 밀착된 형태가 되었지 만, 남성의 저고리와 바지는 포(袍) 안에 입는 내복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작았 고, 포류를 첨가하는 착장법으로 풍성한 실루엣을 보 였다(Geum, 1994).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본주의 사상으로 인해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몸을 드러내기 시작 했고, 몸의 윤곽을 드러내는 의복은 전문 재단사가 몸 에 맞게 치수를 재서 만들어내는 형태로 특권층의 부 를 상징하게 되면서 몸에 밀착되지 않는 평면적인 옷 은 테크닉의 부재로 여겼다(Park & Yim, 2014).
<Fig. 13>은 앞서 언급한 영국 알세스트호의 군의 맥레오드가 출간한 항해기에 수록된 조선인이다(Baek & Lee, 1999). 그림 속 남자는 큰 갓을 쓰고 있지만, 한복의 저고리, 바지와는 달리 소매와 바지통이 몸에 타이트하게 붙는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다. 현대 외국 인 작가의 삽화에도 남성의 한복이 몸에 꼭 맞는 서구 화된 실루엣으로 나타난다. <Fig. 14>, <Fig. 15>. <Fig. 16>은 저고리의 소매를 팔의 모양 그대로 통을 좁게 그려 타이트한 티셔츠처럼 표현하였다. <Fig. 14>의 바지는 일자형에 가깝고, <Fig. 16>의 바지는 통이 넓 지만 한복 특유의 드레이퍼리가 생략되어 테일러드형 에 가깝다.
또다른 특징은 남성이 포를 입은 모습에서 허리선 을 강조하는 것이다. <Fig. 17>은 왕이 곤룡포(袞龍袍) 를 입은 모습이고, <Fig. 18>은 두루마기로 추정되는 포를 입었다. 두 삽화 모두 착용자의 허리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포의 상체 부분이 밀착되었고, 허리 아래 부분은 A-라인의 치마와 같은 실루엣으로 표현되었 다. 이를 2016년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문헌과 유물을 바탕으로 고증하여 재현한 영조의 곤 룡포 착장 모습 <Fig. 19>와 비교해 보면, 곤룡포 안에 고의(袴兒), 한삼(汗衫), 장유(長襦), 바지(袴), 중치막 (中赤莫), 답호(褡護)를 입어 넓은 품이 안정적이고 풍 성한 실루엣을 나타낸다. 또한 포에는 무가 달려있어 상의에서 하의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데, 이때 허리 위치는 고려되지 않아 허리를 강조하는 장치는 없으 며, 허리띠인 옥대(玉帶)를 두를 때도 허리를 조이는 것이 아니라 배와 허리 부분에 걸쳐놓는 형태다. 신체 의 어느 부분도 강조되지 않고 의복과 착용자가 하나 가 된 실루엣은 서구화되어 나타나는 삽화의 한복과 비교된다.
서양복식에서는 몸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몸을 구조적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대상으로 인식하였 으며, 근대에 이르러 복식의 형태가 전체적인 인체의 실루엣과 각 인체부위에 대응하는 구조를 갖춤으로써 복식을 통해 인체의 윤곽과 분절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Yim, 2011). 특히 서양복식에서는 팔, 허 리, 다리와 같이 굴곡이 있는 신체 부분의 형태와 위 치를 정확하게 드러내고자 했으나, 한복을 포함한 동 양복식은 옷과 신체가 동화되어 특정 부분의 형태, 위 치 그리고 경계의 파악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따라 서 한복을 신체의 윤곽이 드러나는 형태로 그리는 표 현은 한국의 복식을 서양의 관점으로 파악하는 데에 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Extension to East Asian dress
서양에서는 동양의 복식을 정확한 국적과 관계없 이 ‘동양풍’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하고, 한복 을 인접국인 중국, 일본의 복식과 혼합하여 사용하는 오리엔탈리즘의 인식이 남아 있다. <Fig. 20>은 유럽 의 다국적 식품회사인 리빅(Liebig)사가 1904년에 발 행한 판촉용 광고 카드에 그려진 조선 여성이다(Baek & Lee, 1999). 그녀가 입고 있는 화려한 색의 관과 의 복은 당시 조선의 복식이 아닌 중국 청나라의 희극복 장이다(Fig. 21 and 22).
현재에도 주변국의 복식을 한복으로 그린 삽화는 여전히 나타난다. <Fig. 23>은 2014년 출판된 프랑스 작가가 삽화를 그린 동화책의 주인공이다. ‘고요한 아 침의 나라’의 공주인 것으로 보아 조선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추측되고, 이름도 전형적인 한국인인 ‘영희’ 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는 가체(加髢)를 올려 장식한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으나, 비녀를 꽂은 모습이 오히려 일본의 장식을 연상시키고, 상의는 근대의 중 국 것에 가깝다(Fig. 24). 또한 조선의 왕은 상복(常服) 으로 곤룡포를 착용할 때 익선관(翼善冠)을 쓰는데, <Fig. 25>의 세종대왕은 곤룡포에 청나라 황제가 길복 (吉服)에 착용하는 관인 길복관(吉服冠)(Fig. 26)을 쓴 모습이다.
이처럼 중국, 일본 등의 복식이 혼합되어 한국의 복식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국적이 명확하지 않은 장식화된 디테일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문양은 오 랜 역사를 통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민족의 미의식 을 축적시킨 상징체계이다(Jeong & Jeong, 1995). 동 아시아 국가들의 복식에는 오랜 역사적 교류와 유교, 불교, 도교라는 공통된 종교의 영향으로 인해 유사한 문양이 다수 사용된다. 그러나 국가와 시대에 따라 복 식에 사용되는 문양에는 각각의 분명한 제도와 특징 이 있다. <Fig. 27>의 저고리와 치마에 그려진 화문(花 紋)과 <Fig. 28>의 옥황상제가 착용한 포에 표현된 파 도 문양과 같은 기하학 문양은 동양의 문양을 표현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한국은 물론 어느 국가에서 사용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Fig. 29>의 선녀가 입은 스란치마의 스란단에는 부채꼴의 문양을 그렸는데, 조선시대 스란단에는 용문, 봉황문, 봉황기린문, 수복 화문, 동자문, 화조문 등이 사용되어(Heo & Song, 2014) 한국 복식의 제도에 어긋난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Fig. 28>과 <Fig. 29>의 인물이 정확한 시대를 특 정할 수 없는 신화적 인물이기 때문에 복식에 작가의 상상력이 표현될 수 있으나, 모호한 동양풍의 문양 사 용이 아시아 국가의 문양이 갖는 상징과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음을 보여준다.
한복을 동아시아의 복식으로 확장한 표현은 인 접국가 간의 독립적인 전통복식을 고려하지 않고 작 가의 인식에 동양의 복식이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혼 합되어 서양인의 시선에 동양풍인 것 같은 이미지가 재현된 것이다. 또한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으로 생산 된 동양풍의 복식은 서구의 관점에서는 동양의 복식 이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동양의 어느 문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상의 특성들을 요약하면 <Table 2> 와 같다.
2. Discussion
Nissen(as cited in Jansen, 2020;Welters & Lillethun, 2018)은 서구의 현상만을 특별한 것으로 정의하는 관 습에는 패션 프로세스의 핵심인 권력 관계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하며, 복식과 패션 연구에 내재된 유럽문 화에 초점을 맞춘 관점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와 같은 유럽 이외의 문화를 보는 유럽중심 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세 계적으로 공론화되는 복식에서의 후기식민주의 담론 을 한복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으며, 지금은 한복 이미 지의 오류를 전과 다른 시각으로 인식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는 2000년대 이후 출 간된 국내외 아동도서에 나타난 외국인 작가의 한복 삽화를 후기식민주의 관점으로 분석함으로써 외국인 이 표현한 한복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복식구조와 착 용방법의 변형, 서구화된 실루엣, 동아시아 복식으로 의 확장의 구체적인 특성으로 범주화할 수 있었고, 이 미 이와 동일한 경향이 개항기에 조선의 복식을 그린 외국인의 삽화에서도 나타났던 것을 확인했다. 이러 한 특성의 저변에는 사이드가 주장한 서구의 관점으 로 동양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서구중심주의 사상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삽화 를 제작한 현대 외국인 작가들에게 과거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와 같이 비서구의 문화적 가치와 차이를 체 계적으로 폐기하거나 부정하고(Gandhi, 1998/2000), 이국적인 동양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타문화를 깊은 배움과 이해 없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왜곡의 우려가 있는 재현물의 생산이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 로, 그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외국인이 표현하는 한복문화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에서 출판되는 아동도서의 한복 삽화는 한복이 생소한 외국의 작가들에게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작가의 삽화에서도 한복 형태의 오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Fig. 30>은 동정을 저고리 안에 입은 속옷으로 그려 서 깃과 동정이 분리된 구조가 되었고, <Fig. 31>은 깃 의 구성선이 생략되어 동정으로 추정되는 백색의 선 이 깃처럼 보이고, 고름의 위치도 어색하게 표현되었 다. <Fig. 32>와 <Fig. 33>의 저고리와 바지는 팔과 다 리의 윤곽이 드러나는 서구화된 실루엣으로 나타난 다. 이러한 한국인 작가의 한복 표현 오류는 도서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한복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 하고, 그 삽화를 참고하는 외국인 작가들에 의해 형태 가 왜곡된 한복 이미지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Kim(2002)은 한국에서 출판된 전래동화 그림책은 신중성과 일관성이 없는 한복 삽화로 인해 문화적 신 뢰도(cultural authenticity)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아동에게 그림책을 통한 전통문화 교육의 중요도 에 비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통복식 삽화는 고증 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복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 구 및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한국복식사 의 번역서 출판이 시급하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 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으로 과거보다 많은 번역서가 제작되고 있지만, 시대, 성별, 아이템, 현대화 등으로 세분화되어 발간되는 중국이나 일본의 복식 도서와 비교하면 그 수가 여전히 적은 편이다. 따라서 시대순 으로 정리된 기본서는 물론, 한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문서적의 번역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독자 를 대상으로 한 전문성 있는 입문서가 요구된다. 아동 교육기관에서는 다원화 사회로 향해 가는 세계적 흐 름 속에서 그림책을 활용한 전통문화 교육의 시행이 아동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켜나가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교사의 관심과 지식이 부족하고, 관련 그림책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 으로 나타났다(Kwon & Lee, 2011). 따라서 한복을 처 음 접하는 아동, 그리고 아동을 가르치는 교사 등 여 러 독자의 눈높이와 필요에 맞추면서도 전문성 있는 입문서의 제작과 보급이 필요하다. 셋째, 전통복식 삽 화의 출판 시 복식 전문가의 자문이 필수적으로 포함 되어야 한다. 전통문화는 한 국가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복식 전문가가 아닌 작가의 삽화는 의도하지 않은 왜 곡으로 전통문화를 훼손하고,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전통문화를 주제로 하는 도서는 출판 전 해당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문화적 신뢰성을 높 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외국인 작가의 다양한 표현방법의 삽화는 어린이가 어린 시절부터 예술성이 높은 그림을 접 하면서 심미안을 기르고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Kim et al., 2016). 또한 세계화는 상호 의존성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국가와 사회의 상호 작용을 포함하며, 아이디어의 확장을 위한 과정을 제공한다(Welters & Lillethun, 2018). 2000년대 이 후 외국인 작가가 한복 삽화를 그린 도서의 수는 계속 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인의 한복에 대한 관 심을 증명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외국인 작가가 타 문화의 복식을 그리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그 작품을 접하는 어린이들은 다양한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된 자문화와 타문화의 복식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는 타문화에 깊이 있는 이해를 바 탕으로 접근해야 하며, 내부에서는 타인이 표현하는 우리 문화를 우리의 관점에서 수용하고 비판하는 인 식이 필요하다. 동시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획일화 된 한복의 이미지를 고수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세계 화의 흐름 속에서 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바탕 으로 현대적 문화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Ⅳ. Conclusion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출판된 아동도서에 나타 난 외국인 작가가 그린 한복 삽화의 특성을 복식형태 를 중심으로 후기식민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통문 화에 접근하는 인식 및 향후 연구 방향을 논의하였다.
현대 외국인 작가의 한복 삽화에는 작가의 이해 부 족에 따른 복식구조와 착용방법의 변형, 한복을 서양 복식처럼 표현하는 실루엣의 서구화, 주변국의 복식 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동아시아 복식으로의 확장의 세 가지 특성이 나타났으며, 이미 동일한 경향의 표현 이 개항기에 조선의 복식을 그린 외국인의 삽화에서 도 나타났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특성은 서구중심 주의, 즉 타문화를 자문화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자문 화중심주의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과거 와는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전통복식은 예술 적인 가치가 상승하여 세계의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 지가 생성되며, 특히 어린이들은 그림책의 복식 삽화 를 통해 자문화와 타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따라서 외부적으로는 타문 화에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요 구되며, 내부적으로는 타인이 표현하는 우리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내부 자료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및 세계의 어린이들이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있는 한복 삽화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 의 한국 복식 도서의 번역서 출판, 여러 독자의 필요 에 맞춘 입문서의 제작과 보급, 복식 전문가의 자문 필수화 등의 실천이 수반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작가들의 삽화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여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복문화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의논하기 위한 하 나의 관점 제시에 목적이 있다. 이후 세계의 어린이들 에게 한복을 바르게 알리고 관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방면의 후속 연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