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최근 사회, 경제, 문화 환경이 디지털 환경과 함께 급변함에 따라 의식주 라이프 스타일에도 기존 질서에 대한 회의감과 반복적인 놈 코어(normcore) 스타일에 대한 식상함에서 벗어나 새 로운 미적 가치와 개성 및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트 렌드가 등장하고 있다(Kim & Ha, 2016). 이처럼 급변 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전통 복식인 한복도 새 로운 현대적 스타일로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그 개 성을 호소하고 있다(Wang, 2011). 예를 들어, 국내외 유명한 K-pop 아이돌이 그들의 뮤직비디오와 일상에 서 한복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면 서, 한복 디자인이 과거 전통으로서 진부하다는 인식 을 변화시키고, 한복 디자인을 응용한 의상도 현대적 인 패션 트렌드 안에서 세련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 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Kim, 2019). 그러나 이 러한 한복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복 디자인 개발에 활용되는 요소 와 그 응용 범위가 전통적인 한복 구성 요소의 틀 안 에 제한되어, 현 소비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개발에 한계를 겪고 있다(Seomoon & Kim, 2019).
본 연구에서는 한복 디자인의 현대화를 위해 기존 의 가치관과 전통적 질서에서 벗어나 시대적 트렌드 를 반영하는 한국적 패션 디자인의 조형 방법을 ‘해체 주의(deconstructivism)’ 사조에서 찾았다. 해체주의는 80, 90년대 불안한 사회, 경제 상황의 역설적 시도로 시작하여, 2010년대 이후 불안하고 식상한 문화, 시대 적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 소비자의 욕구를 충 족시키는 신-해체주의 사조로 발전하고 있으며, 패션 디자인에서도 전통적인 이상미를 탈피하기 위한 새로 운 디자인 방법론으로 시도되고 있다(Kim & Ha, 2016;Lee, 2019). 해체주의는 현대적 디자인 작품을 통해 탈 형식, 기존 질서의 파괴, 다양성의 공존 특성 을 갖는 디자인 방법들을 제시하는 실험적인 디자인 을 제시하면서 패션 디자인의 시대적 조형과 예술성 의 문을 연 혁신적인 패션 디자인 작품에 접목되고 있 다. 최근 해체주의는 현시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 해체주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의 한 예술 시류로서 해체주의 이후 한동안 패션 디자 인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놈코어(normcore) 스타일 에 식상함을 느낀 디자이너들이 패션의 원동력으로서 변화와 개성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체주의를 새롭게 재시도하면서 신-해체주의의 개념이 탄생하 게 되었다(Kim & Ha, 2016). 이와 같이 패션에서의 해체주의 사조는 오래 지속되어 온 디자인의 질서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추구하는 디자이너의 철학 으로, 전통적인 미의식의 틀 안에서 반복되어 온 한 복 디자인의 식상함을 탈피하여 새로운 한복 디자인 의 조형방법론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에 관한 선행연구는 상당히 많은 수가 해 체주의 패션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유형화하는 데 에 그친다(Eun & Kim, 2002;Kim & Ha, 2016;Zborowska, 2015). Lee, Park, and Kim(2011) 및 Yoon and Kim(2009)과 같이 선행연구에서 도출된 해체주 의적 패션의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션 디자인 작 품을 개발한 연구도 있었지만, 그 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현대적 패션 디자인 방법으로서 해체 주의 패션의 특성을 한국 복식 디자인에 응용한 작품 연구는 찾기 어려워 한국 복식 디자인 연구의 차원에 서도 이러한 연구가 절실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 복식을 대표하는 한복의 현 대적 패션 디자인 조형과 디자인 개발 방법의 필요성 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한복 디자인의 주요 디자인 요소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해체주의 패션 특성을 활용하여 현 소비문화에 필요한 현대적 한복 디자인 을 개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방법과 내용으로, 첫째, 선행연구의 문헌 고찰을 통해 시대, 문화적 변화에 따른 한복 디자인의 개발 양상과 변화하는 한국적 패션 디자인의 시대적 특 성을 살펴보았다. 둘째, 탈-프레임의 조형성을 기반으 로 한복의 전통적 원형에서 벗어나 현대적 패션 디자 인으로서 한복 디자인의 새로운 패션 조형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 방법을 ‘해체주의(deconstructivism)’ 사조에서 찾고 그 특성을 유형화하였다. 셋째, 신-해 체주의를 포함하는 해체주의 패션 작품의 사례 분석 을 통해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 방법의 특성을 구체화 하였다. 사례 분석을 위해 2019년 11월에서 2020년 2 월까지 총 4개월에 걸쳐 ‘해체주의 패션’, ‘해체주의 패션 디자이너’의 국·영문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글 (http://www.google.com)과 네이버(http://www.naver. com) 등 국내외 대표적 포털 사이트 및 패션 전문 사 이트인 보그(http://www.vogue.com)와 퍼스트 뷰 (http://www.firstview.com)를 통해 관련 사례를 수집 했다. 수집한 결과 중, 1980-2019년 사이 활발한 활동 을 보인 해체주의 패션 컬렉션의 대표적 디자이너로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비비안 웨스트 우드(Vivienne Westwood), 레이 가와쿠보(Kawakubo Rei)의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존 갈리아노 (John Galliano) 및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를 최종 선정하고,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조사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적 한복 디자인을 개 발하고, 3D 디지털 패션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활용 하여 이를 반영하는 가상 의상 작품을 제시하였다.
Ⅱ. Background
1. The modern meanings of hanbok
1) Current status of hanbok design
우리 민족의 전통 복식인 한복은 시대에 따라 변화 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Park & Kahng, 1994). 예를 들어, 사회계층에 따른 착용 방법에 따라 또는 기 녀와 같은 특정 계층이 유행시키는 복식의 형태에 따 라 변화하기도 했다. 특히, 개화기 서구 문물 도입의 영향으로 한복 디자인은 서양 복식의 영향을 받아 형 태와 장식이 간소화되는 변화를 겪었다(Hong, 1990). 한복은 기본 구성요소로 속옷, 저고리, 치마 혹은 바 지, 마고자, 포, 두루마기 등의 의상 아이템을 갖추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각 아이템은 패턴의 넓이 또는 길 이의 다양한 변화뿐만 아니라, 전통 원형의 부분적 유지와 변형, 원형 자체 또는 부분을 서양 복식의 형 태로 양복화한 디자인 또는 한복의 전통적 구성 요소 를 양복에 접목한 디자인 등 구성요소의 보존과 개량 비율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 형태로 변화했다(Nam, 1990). 저고리는 가장 많은 디자인의 변화를 나타낸 아이템으로 앞길, 뒷길, 등솔, 섶, 소매, 깃, 동정, 고 름 등 각 구성 요소에서 스타일의 다양한 양상이 나타 났다.
현대 사회에 들어 많은 현대 디자이너들(e.g. 고(故) 이영희, 김혜순, 차이 킴, 진태옥, 이상봉 등)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복 작품을 소개하고, 현대적 패션 디자인 으로서 한복 디자인의 미적 가능성을 홍보하는 패션 쇼를 진행하였다. 최근 샤넬(Chanel), 캐롤라이나 헤 레라(Carolina Herrera)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한복 디자인을 현대 패션 컬렉션 작품에 접목하는 것 을 볼 수 있다. 또한, 한류(e.g. K-drama, K-pop, Kbeauty 등) 콘텐츠를 통해 한복 디자인이 널리 알려지 고 있어, 한복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 다(Kim, 2019). 이처럼 한복은 현대적 패션 디자인 요 소로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와 같은 한복의 세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 들은 전통적인 한복 디자인의 불편함과 디자인적 측 면에서 멋과 트렌드에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한복을 기피한다고 밝혔으며(Kim, 2016), 여전히 한복 디자 인 개발에 활용되는 요소와 응용 범위가 전통 한복 구 성 요소의 틀 안에 제한된 한복 디자인 개발의 한계점 을 찾아볼 수 있다(Seomoon & Kim, 2019). 따라서 한복 기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는 전통적 디자인의 개선과 현대적 디자인의 개발이 필요하다.
2) Hanbok and Korean fashion design
한복은 한국적 패션을 표현해 주는 데 많이 활용되 는 전통 문화 요소이다(Geum, 1999). 한국적 패션 디 자인 경향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한복 또는 한복 구성 요소의 높은 활용도 때문에, 한국적 패션 디자인은 한 복 디자인의 변화와 발전의 개념 안에서 해석된다. 한 복을 활용한 한국적 패션 디자인은 한복이 가지고 있 는 전통적 디자인 특성뿐만 아니라, 현대화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되거나 도입된 다양한 서구 문화의 복식 특성까지도 한국적 패션 디자인에 포함된다(Seomoon & Kim, 2019;Yoo, 2011). 현대 사회에서 한국적 패 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국제화 시대 흐름과 문화적 보편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요소의 활용에 따라 전통 적 요소의 사용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Seomoon and Kim(2019)의 한국적 패션 디자인의 변 화 동향과 특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초기 전통 복식 의 형태와 소재 등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에서 점차 전통 복식의 형태보다 단순한 실루엣, 전통 소재보다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소재의 사용을 통해 전통과 현 대를 조화시킨 세계적인 스타일에 맞춰가는 추세를 보인다. Yoo(2011)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적 패션 디자인 전문가들은 한복에 전통적인 디자인 요 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거나, 상업적 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다소 직접적이고 과장된 표현 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한국적 인 표현 방법 그리고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밖에도 외형적인 디자인 요소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한국적 디자인의 독자적 인 철학을 구축하여 차별화된 한국적 디자인의 이미 지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내의 한국 적 패션 디자인은 여전히 한복의 전통적 디자인 요소 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 이는 전통 한복의 디자인 요소 활용에 국한된 한복 디자인에 변 화가 필요하다는 소비 인식과 트렌드에 부합되지 않 는다. 따라서 한복 디자인 연구에 있어서 한국적 정체 성을 기반으로 하되, 현시대의 해체주의적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패션 디자인 개발의 요구에 부 응하기 위한 한국적 패션 디자인의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Kim, 2016;Seomoon & Kim, 2019;Yoo, 2011).
2. Deconstruction fashion
1) Concepts of deconstructivism
‘해체주의’는 서양 형이상학을 해체하고자 한 후기 구조주의의 목적을 위해 주창된 예술 사조로, 기존 질서의 단순한 부정이나 파괴가 아니라, 그 기반 자체 를 흔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살피고 숨겨져 있는 의미 발견을 목적으로 한다. 해체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으로 시작되어 기능주의를 비판하는 비합리적인 예술 작업을 통해 드러났으며, 디자인 전 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해체주의가 설명되는 대표적인 디자인 분야는 건 축 분야로, 1988년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해체주의 건축 전시(deconstructivist architecture)는 현대 세계 의 불완전성을 인식하는 작품 전시를 통해 건축 디자 인의 ‘불안함의 즐거움(MoMA, 1988)’을 표현하였다. 이 전시의 작품들은 대각선, 호, 뒤틀린 평면 등의 사 용에 초점을 맞추어 기존의 모더니즘 건축이 추구하 던 ‘조화(harmony), 통일(unity), 명료함(clarity)’의 특 징을 ‘부조화(disharmony), 균열(fracturing), 불분명함 (mystery)’ 등의 해체주의적 특성으로 대체 및 차별화 하였다. 해체주의의 개념이 중요한 영감으로 등장한 또 다른 분야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였다. 헐버트 스펜 스(Hurbert Spencer)의 ‘모던 타이포그래피의 개척자 들(Pioneers of modern typography)’과 ‘해방된 페이 지(The liberated page)’ 책은 인쇄 매체에 해체주의를 처음으로 도입한 예로 전통적인 타이포그래피의 이상 적 조화를 무너트렸다(Hong, 2011). Hong(2011)은 해 체주의적 그래픽 디자이너 선구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펠라(Edward Fella)의 작품 연구를 통해 해체주의 디 자인을 재조명하였는데, 특히, 반유미적(anti-aesthetic) 표현, 그리드 시스템의 붕괴, 가독성의 저하, 손글씨 (calligraphy)의 유희, 텍스트의 회화화, 초현실주의적 사고로 해체주의 디자인의 특성을 정리하였다.
2) Concepts and characteristics of deconstruction fashion
‘해체주의 패션(deconstruction fashion)’ 개념은 1988년 앞서 언급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건축 박람회 이후 패션 평론가들에 의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하였 다(McLeod, 1994). 현대 패션 컬렉션에서 해체주의 패션에 대한 논의는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1989-1990 년 F/W 파리 컬렉션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여기에 서 ‘해체’의 개념은 패션의 전통적인 형태에 대한 반 란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즉, 해체주의 패션은 노출, 파괴, 해체 또는 풀어헤침의 부정적 행위 관점 을 갖는 예술 사조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 방법으로, 의상의 구성과 조형 방식에서 기존 관념을 해체하는 패션 디자인으로 해석되었다(Jo, 2003).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에 대한 선행 연구는 크게 철 학적 개념(Eun & Kim, 2002;Kim & Kim, 2008;Lee, 2019;Lee et al., 2011)과 조형적 개념(Gill, 1998;Granata, 2013;Zborowska, 2015)의 틀에서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우선, 철학적 개념에 서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은 ‘차연(différence)’, ‘상호텍 스트성(intertextuality)’, ‘의미의 불확정성(uncertainty of meaning)’, ‘탈중심(decentering)’, ‘탈현상(dis·de phenomenon)’으로 설명된다. ‘차연’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해체한다는 맥락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결합 된 시공간의 초월을 의미하고, ‘상호텍스트성’은 개별 적인 범주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흔적을 받아들임 으로써 그 경계를 해체하는 것이다. ‘의미의 불확정 성’은 개념의 전체 체계를 해체하여 다의적으로 해석 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며, ‘탈중심’은 패션의 중심인 주류문화에서 소외되었던 비주류 문화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주류 패션에 접목함으로써 위계적 차 별 및 질서를 해체하여 다문화의 성향을 나타내는 개 념이다. ‘탈현상’은 기존 구성 방식의 파괴 및 조형 개 념의 해체를 의미한다.
조형적 개념을 중심으로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을 분 석한 대표적인 연구자로서 Gill(1998)은 해체주의 패 션을 ‘미완성(unfinished)’, ‘해체, 분리(coming apart)’, ‘재활용(recycled)’, ‘투명(transparent)’, ‘낡음(grunge)’ 의 특성으로 분류하였다. Zborowska(2015)의 연구에 서는 해체주의 패션을 ‘미완성(non-finished)’, ‘파괴 (destructed)’, ‘재활용(recycled)’, ‘평면(flat)’, ‘과장 (enlarged)’의 특성으로 설명하였다. Granata(2013)는 일반적인 해체 패션의 ‘미완성(unfinished)’, ‘바깥쪽 바느질(seams stitched on the outside of cloth)’, ‘옷 감이 아닌 재료를 옷감으로 활용(using subsidiary materials as fabrics)’, ‘과장(oversized)’의 특성이 데 리다의 사상뿐만 아니라, 문학평론가이자 철학자인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사상과도 부합한 다고 설명하면서 해체주의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한 특정 디자이너의 과장적 특성을 지닌 작품을 중심으 로 바흐친의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와 그로테스 크(grotesque)의 특성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한편, 최근 해체주의의 동시대적 해석으로 신-해체 주의 양상이 패션 디자인에서 다시 강조되면서 신-해 체주의 사조를 반영한 현대적 패션 디자인의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Kim and Ha(2016)는 신- 해체주의의 미적가치는 이전의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관점에서 사회 문화적 문제를 해소한 기존의 해체주 의 개념과 다르지만, 그 특성은 철학적 관점에서 이전 의 해체주의와 매우 유사한 ‘시·공간의 재조합(차 연)’, ‘성 경계의 해체(상호텍스트성)’, ‘하위문화의 재조합(탈중심)’, ‘비확정적인 착장 방식(불확정성)’ 및 ‘복식 구조와 디자인 원리 해체(탈현상)’로 공유될 수 있다고 밝혔다. Kim and Kim(2017)은 신-해체주 의가 해체주의의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표현 방식에서 긍정적이고 유희적이며, 대중적인 표현 방식으로 변 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Lee(2019)는 신-해체주의 특성을 사회에 대한 저항, 빈곤, 소외 등을 해학과 위 트, 우회적인 표현으로 표현하는 ‘유희성’, 불안한 사 회적 분위기를 낙관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긍정성’, 성별, 나이, 계층 등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소비자 니즈의 개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소통성’, 비주류와 주류 문화의 화합을 시도한 ‘다양성과 다원성’ 및 해 체 후의 ‘포용적 재조합과 재창조’의 특성으로 분류하 였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선행연구의 이론적 고찰을 통 해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을 다음 <Table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주화할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학자들 로부터 정의되던 해체주의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크 게 불완성, 해체와 재구성, 재활용, 투명, 낡음, 평면 화, 과장의 7가지 유형으로 재정리할 수 있었다. 불완 성(not-finishing)의 개념은 학자 간의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은 의복으 로 정의되었다. 해체, 분리, 도치와 파괴의 개념은 해 체와 재구성(decomposing and recomposing)의 조형 적 특성 프레임 안에서 해석할 수 있으며, 기존의 의 복을 해체하여 일부를 재구성하거나, 전통적 의복 제 작의 방식 또는 착장 순서를 해체하여 새로운 방식으 로 의복을 제작, 착용하는 공통적 특성을 보인다. 재 활용(recycling)의 특성은 일반적인 옷감 소재를 사용 하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폐기물 또는 신제품을 포 함하여 옷이 아닌 다른 용도의 제품을 의상 소재로 활용하는 것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이 외에 투명 (transparent)의 특성은 의상을 통해 신체 부위를 노출 함으로써 기존의 몸을 보호하고 가리는 의복의 기능 을 파괴하는 특성을, 낡음(grunge)은 옷을 의도적으로 낡게 표현함으로써 새 의상 제품이 깨끗한 상태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평 면화(flattening)는 3차원의 형식으로 제작되고 입혀지 는 의상 개념을 해체하여 2차원적으로 의복을 표현하 고 새로운 착장 방식을 찾는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이 다. 마지막으로, 과장(exaggeration)은 일부 패턴의 크 기나 길이를 크거나 길게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인 체의 이상적 비율을 강조하는 의복의 구성 비율을 파 괴하는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III. Characteristics of Modern Deconstruction Fashion Design
패션 디자인 방법론적 관점에서 해체주의 패션 의 특성을 도출하기 위해 앞서 살펴본 해체주의 패션 의 조형적 특성을 중심으로 해체주의 패션 디자이너 의 작품 사례에 나타난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 및 그 표현 방법을 구체화하여 정리하였다. 이는 본 연구의 목적으로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한복 디자인 기반 현대적 패션 디자인 기획 및 개발을 위한 이론적 기초 로 마련하기 위하여 진행하였다.
1. Not-finishing
해체주의 패션 작품에서 ‘불완성’은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며, 다양한 디자인 방법을 통해 그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요 지 야마모토는 그레이딩(grading) 패턴의 흔적과 시침 실을 의상 표면에 그대로 노출하거나 봉제 부분을 의 도적으로 봉제하지 않음으로써 완성되지 않은 의상의 형태를 디자인하였다(Fig. 1 and 2). 이는 의상의 형태 가 기존 봉제 방법의 틀 안에서 완성되어야 한다는 고 정관념을 파괴하는 디자인 방법을 강조한다. 마르탱 마르지엘라 역시 패션 바디 형태를 의상화하고, 그 위 에 드레이핑 중인 미완성된 의상 형태를 작품의 완성 된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의 불 완성 특성을 표현하였다(Fig. 3).
2. Decomposing and recomposing
‘해체와 재구성’은 의복 구성의 기존 질서를 해체 하고, 그 일부를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패션 조형성 을 만들어내는 특성으로, 해체주의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에 나타난 해체와 재구성의 방법은 이질적 디자 인 구성 요소의 다채적(varied) 결합의 방법을 통해 드 러났다. 예를 들어,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여성과 남성 의 혼성을 기반으로 의상을 제작하였고(Fig. 4), 꼼데 가르송은 오뜨꾸뛰르(haute-couture) 의상과 기성복의 이질적 결합을 추구하며(Fig. 5), 존 갈리아노는 연회 복과 작업복의 이질적 디자인 요소를 혼합하는 방식 으로 해체주의적 패션을 제시하였다(Fig. 6). 또 다른 방법으로는 하나의 의복 안에서 기존의 의상 제작 방 식을 해체 및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는데, 마르 탱 마르지엘라와 요지 야마모토는 <Fig. 7>과 <Fig. 8> 에서와 같이 의상의 안쪽 시접 부분을 겉에 드러나도 록 노출하여 배치하거나, <Fig. 9>와 같이 하의를 상의 로 변형하여 재구성하는 등 해체주의적 패션 디자인 의 다양한 시도를 보였다.
3. Recycling
해체주의 패션에 나타나는 ‘재활용’의 특성은 주로 옷이 아닌 다른 용도의 제품을 가공하여 의상 소재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폐기된 패션 제품을 재사용하는 방법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개발 된 새 제품도 의상 소재로 재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일 반적인 의미의 재활용 개념과 차이가 있다. 해체주의 패션에 나타난 재활용 특성의 예로, 요지 야마모토는 패션 디자인에 목재와 금속 소재를 활용하였고(Fig. 10), 꼼데가르송은 장갑을 활용하여 의복을 구성한 작 품(Fig. 11)을 선보였다.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Fig. 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상의 소재와 파트를 구성 하는 부자재로 양말을 활용하여 해체주의적 패션의 새로운 조형 특성을 재정의하였다.
4. Transparent
‘투명’은 신체를 노출함으로써 몸을 보호하고 가리 는 의복의 근본적인 방어적 기능에서 벗어나는 특징 을 나타낸다.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에 나타난 투명의 특성은 꼼데가르송과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작품(Fig. 13 and 16)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출된 몸의 일부 모 습을 시각화하여 의상의 표면에 표현하거나,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작품(Fig. 14)과 같이 투명한 소재를 사 용하여 마치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것 같은 착시 효 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존 갈리아노와 마르탱 마르지 엘라는 투명한 소재를 활용하여 의상을 통해 신체의 형태가 보이도록 드러냄으로써 기존의 의복 기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해체주의적 패션 조 형을 제시하였다(Fig. 15 and 17).
5. Grunge
‘낡음’의 특성은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에서 찢기, 탈색, 염색, 올 풀기, 깁기 등의 섬유 가공 기법을 통 해 의상의 외형과 표면을 해지거나 바래게 하여 새 의 상 제품의 상태가 무결(無缺)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 을 파괴하였다. 그 예로,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1997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Boymans van Beuningen Museum)에서 의상에 실제 곰팡이를 피워 완성한 컬렉션을 전시하였다(Fig. 18). 또한, 1990년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에서 전시한 비비안 웨스트 우드의 ‘컷, 슬래시 앤 풀(Cut, slash, & pull)’ 작품은 의상의 표면을 칼로 긋고, 자르고, 실올을 뽑는 방법 을 통해 낡음의 해체주의 디자인 미학을 표현한다 (Fig. 19). 레이 가와쿠보는 1982년 파리 컬렉션에서 니트 의상에 구멍을 뚫고 실올을 풀어 해체하여 낡은 누더기와 같이 표현한 ‘레이스 스웨터(Lace sweater)’ 작품을 선보였다(Fig. 20).
6. Flattening
‘평면화’는 의상이 인체의 3차원 형식에 맞추어 제 작되고 착장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2차 원의 의상 제작 및 새로운 평면적 착장 형태를 찾는 특성으로 나타났다. 해체주의 패션에 나타난 평면화 특성의 예로,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1999년 봄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 바지를 평면에 펼쳐 놓은 상태를 그대로 착장한 모습을 표현한 해체주의적 패션 디자 인 작품을 선보였고(Fig. 21), 1999년 봄·여름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는 <Fig. 22>에서 보는 바와 같이 3차원의 의상 이미지를 사진에 담아 평면 판넬에 전 사한 뒤, 이를 의상의 일부분으로 결합하는 디자인 방법을 선보였다. 또한, 꼼데가르송은 평면 패턴 상태 의 의상 개념 자체를 삼차원 형태의 의상 구조에 결 합한 새로운 패션 디자인의 형태를 제시하였다(Fig. 23).
7. Exaggeration
‘과장’의 특성은 패턴 일부의 너비나 길이를 정해 진 치수보다 크게 변형하여 기존의 인체 비율을 파괴 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해체주의 패션의 과 장 특성은 인체의 이상적인 미의 질서를 해체하여 비 인간적인 바디 형태를 구현하거나, 의상의 특정 부위 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꼼 데가르송은 <Fig. 2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의를 구 성하는 패턴들의 비례적 관계를 파괴하고, 소매의 구 조와 길이를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의복의 이상적인 형태 개념에서 탈피한 해체주의적 패션 디자인을 제 시하였다. 요지 야마모토 역시 <Fig. 25>와 같이 소매 패턴의 길이를 비정상적으로 늘린 의상의 형태를 표 현하였다. 이외에도 존 갈리아노는 상의와 하의의 특 정 부위의 형태와 크기를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기 존의 이상적인 미에서 벗어난 해체주의적 패션 조형 의 작품을 선보였다(Fig. 26).
이처럼 조형성을 중심으로 살펴본 해체주의 패 션 디자인의 디자인 방법론적 표현 방법을 요약하면 <Table 2>와 같다.
Ⅳ. Planning and Making of Works
1. Design plans
1) Design purpose and intention
본 연구는 선행연구를 통해 앞서 살펴본 바와 같 이, 한복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한복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놈코어의 진부함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의 변화 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는 새로운 한국적 패션 디자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를 위해 전통 한복 디자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패션 조 형의 특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작품의 개발을 시도하 고자 하였다. 현대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의 특성으로 앞서 도출한 불완성, 해체와 재구성, 재활용, 투명, 낡 음, 평면화, 과장의 디자인 방법적 특성을 한복 디자 인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전통 한복의 저고리, 치마, 도포, 바지 및 전통 승무 모자를 모티브로 활용하여 한복의 전통적 아이덴티티의 개념적 틀을 유지하면서 한복의 기존 구성과 전통적인 제작 방식, 본 용도 및 착장 방식 등을 해체하여 전통 미학의 틀 안에서 반복 되어 온 한복 디자인 방법을 탈피하고자 하였다.
각 작품 별 디자인의 의도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작품 1은 한복 스커트의 전통적 의복 구성에 의해 정해진 봉제 위치와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본래 의 용도와 착장 방식을 재구성하여 기존 한복 구성과 차별화된 해체주의적 패션 디자인을 제시함으로써 전 통의 틀에 의존하는 디자인의 질서를 깨는 작품을 표 현하고자 하였다. 이 작품에서 패턴 기호 및 구성선의 외부 노출과 의도적으로 마감 처리를 하지 않는 등의 ‘불완성’, 반투명한 재료 사용을 통한 신체 노출, 그리 고 ‘평면화’의 특성과 함께 이질적인 재료와 재료를 구성하는 단위들의 재구성을 통한 ‘해체와 재구성’의 특성은 전통적 한복 원단 사용에 한정되던 디자인 방 법에서 탈피하여 한국적 전통 소재와 이질적인 느낌 의 올이 굵은 편성물 니트 소재를 주재료로 함께 활용 함으로써 재구성의 표현 특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자 한 것이다.
작품 2는 앞서 나열한 방법들과 일부 패턴의 의도 적인 미봉제를 통한 ‘불완성’의 특성, 봉제 위치 및 패 턴 구성의 변경을 통한 ‘해체와 재구성’의 특성, 반투 명한 소재 활용을 통한 ‘투명’의 특성, 니트 실의 장식 적 요소를 통한 ‘낡음’의 특성, 2차원과 3차원 패턴의 공존 및 부분적 미봉제를 통한 패턴의 ‘평면화’, 그리 고 패턴의 길이와 너비를 크게 함으로써 ‘과장’의 특 성을 강조하였다. 전통 한복의 저고리, 치마, 전통 승 무 모자를 활용하여 구성한 작품으로, 해체주의 표현 특성을 활용하여 한복 디자인이 전통 한복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재미와 생소한 이미지를 추구 하는 현대 패션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는 패션 스타일 로 재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작품 3은 남자 한복 저고리의 형태를 토대로 여성 재킷을 디자인한 작품으로, 전통 한복의 대칭적 구성 과 정해진 비율 등의 기존 고정된 질서에서 탈피하고, ‘불완성’, ‘해체와 재구성’, ‘평면화’, ‘과장’의 특성을 활용하여 한복 조형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던 새롭고 현대적인 패션 조형의 표현성을 외부로 노출하고자 하였다.
작품 4는 한복의 도포와 치마, 전통 승무 모자를 재 구성하여 코트, 조끼, 모자를 디자인하였으며, 평면적 인 패턴이 서양 복식의 형태와 봉제됨으로써 일어나 는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의상 실루엣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작품 5는 해체주의 패션의 ‘불완성’, ‘해체와 재구성’, ‘투명’, ‘평면화’의 특성을 활용하여 전통 한 복의 저고리, 한복 바지, 전통 승무 모자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의상에서 사용한 니트 실의 장식적인 구성 은 한복의 장식적 요소에 대한 고정된 규범을 넘어선 예상하지 못한 낯설음의 표현성을 제시한다. 아래 <Table 3>은 앞서 설명한 디자인 목적과 전체적인 디 자인 의도를 요약한 표이다.
2) Design methods
작품 전체에서 불완성의 해체주의적 표현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우선, 의상 제작 초기에 사용하는 패션 바디의 이미지를 기본 이너웨어(innerwear) 디자인에 차용하여 인체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는 라인 테 이프(line tape)가 둘린 형태의 니트 의상을 디자인하 였다(Fig. 27). 이 의상은 작품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가상 모델의 이너웨어로 착장된다.
작품의 공통된 디자인 방법은 ‘불완성’과 ‘해체와 재구성’의 특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기법에 기반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시접을 구성선 밖으로 노출하고, 가봉 과정의 시침실의 흔적과 패턴의 기호들을 의상 의 외형에 표현하며, 마감 처리를 생략한 원단 표현을 전체 의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기존 한복 패턴의 제작 방식을 해체하고, 각 패턴의 구성 및 봉 제 위치의 변경을 통해 해체와 재구성의 특성을 표현 하였다. 또한, 한복 디자인의 전통적 평면 패턴의 조 형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한복의 평면 패턴 이미지를 의복 구성의 일부분으로 평면화하여 표현하고, 한복 디자인의 부분 디테일 구조를 새로운 의상 디자인 요 소로 차용하였다. 작품 제작에 사용한 주재료로 한복 소재인 면, 양단, 투명한 노방과 함께 이질적인 해체 주의적 조형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편성물 직물을 혼용하였다. 니트 원단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해체 하고 재구성하면서 나타나는 씨실과 날실의 변화된 구조적 형태를 잘 드러내도록 올이 굵은 니트 원단을 주로 사용하였다. 색상 배색을 위해 한국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백의민족의 대표적 색상인 흰색과 회색, 검 은색을 주색으로 사용하고, 전통적으로 높은 권위와 상서로운 일을 상징하며 한국인의 결속력을 표현하는 붉은색을 포인트 색상으로 배색하여 디자인하였다 (Jeong, 2002).
<Table 4>는 작품 별 디자인 방법의 방향성을 요약 한 표이다. 각 작품의 구체적인 제작 방법은 다음 절 에 이어서 설명하였다.
2. Development methods (using 3D digital fashion design software)
작품 제작은 3D 디지털 패션 디자인 프로그램인 CLO3D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였고, 기획한 디자인 의 도에 따라 총 5벌의 디지털 패션 디자인 작품을 개발 하였다. 최근, 3D 디지털 패션 디자인 시스템은 현재 국내외 패션 산업에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는 디 자인 과정에서 디자인 작업과 샘플 생산을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최근,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 술과의 융합을 토대로 브랜드의 홍보 및 온·오프라 인 매장의 가상 쇼핑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Hwang, 2019). 3D 디지털 패션 디자인 방법은 디자인, 패턴 제작, 샘플 제작 및 수정 등에 필요한 패션 디자인 프 로세스의 전 과정을 다룬다. 이 방법을 통해 본 연구 에서 기획한 현대적인 한복 디자인 작품의 실물과 근 접한 가상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으며, 프로그램 내에 서 작품 수정이 용이하여 작품 제작 프로세스의 시간 과 비용 면에서 높은 효율성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최근 지속 가능한 디자인 방법의 일환으로, 디자인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적 방법으로서의 의의가 있다(Sustainable Ethical Fashion Hub, 2019).
3D 패션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작품의 제작 과정 및 방법은 <Table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획한 의상의 2D 패턴을 제작한다. 둘째, 제작한 2D 패턴을 3차원의 아바타 바 디에 맞추어 배치하고 가상 봉제한다. 셋째, 가상 착 의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통해 아바타에 의상을 착장하고, 핏(fit)을 확인하며 패턴을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한다. 넷째, 각 패턴별 원단의 물성과 재질감을 구현한다. 마지막으로, 아바타의 포즈 설정 후 렌더링 (rendering)으로 작품의 최종 결과물을 촬영한다.
3. Descriptions of design works
작품 1은 이너웨어, 스커트, 모자로 구성하였다. 여 자 한복의 기본 상의인 저고리 패턴을 해체하여 스커 트의 형태로 재구성한 디자인에 초점을 두었다. 특히, 소매 패턴의 위치를 변경하여 스커트의 주머니로서 재구성하고, 평면 패턴 제작에 사용하는 패턴 기호를 스커트 표면에 디자인 요소로서 노출함으로써 기존 의복 구성 요소의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하였다(Fig. 28). 또한, 두꺼운 니트 원사를 활용하여 가봉 실을 의 상 표면에 표시함으로써 패턴의 미봉제 상태를 드러 내 해체주의의 불완성 특성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 와 함께, 스커트를 구성하는 평면 패턴 조각들은 미봉 제 상태 그대로 스커트 표면에 봉제하여 해체주의 패 션의 평면화 특성을 표현하였다. 모자는 한국의 전통 고깔의 형태에서 착안하여 안감의 구성선과 시접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모자 표면에 노출하여 제작하였 다. 본 작품의 재료는 면, 노방, 양단을 활용하여 투명 의 특성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복 느낌을 재현하면 서 굵은 조직감의 니트 원단을 재가공하여 해체적 원 단 느낌을 표현하고, 과장된 크기의 니트 실의 복합적 구성을 이용하여 스커트와 모자를 장식하였다.
작품 2는 이너웨어, 재킷, 스커트, 모자로 구성하였 다. 앞서 사용한 해체주의 패션 특성 중 불완성과 해 체와 재구성의 조형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기존의 의복 구성과 봉제 방법의 질서를 파괴하는 새 로운 형식의 패션 디자인을 제안하였다(Fig. 29). 저고 리 형태를 차용한 재킷은 옆 솔기를 미봉제하고, 소매 를 부분적으로 절삭하여 겉에 그대로 배치시킴으로써 평면적 패턴을 강조하였다. 부분적으로 절삭한 소매 패턴은 안쪽에 위치한 몸판 패턴에 연결하였으며, 패 턴의 길이와 너비를 일반적인 치수보다 길고 넓게 표 현하는 방법으로 과장의 특성을 표현하였다. 스커트 는 패턴의 구성선을 의상 표면에 드러내거나 미봉제 하여 미완성된 형태로 보이도록 디자인하고, 해체와 재구성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패턴 기호 이미지와 시접 부분을 외부로 노출해 의상의 안과 겉이 바뀐 것 같은 착시효과를 더했다. 모자는 앞서 사용한 고깔의 모양을 차용하여 제작하되, 의상에 표현된 해체주의 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장식을 빼고 안과 겉이 뒤집 어진 상태로만 디자인하였다. 의상의 주재료로는 앞 작품에서 사용한 재료와 같지만, 스커트 디자인의 투 명성을 더하기 위해 노방을 활용하였고, 과장된 형태 와 크기의 니트 실을 이용하여 재킷의 표면 장식 수를 표현하였다. 장식 수에 활용된 실은 일부 느슨하게 연 결하거나 끝부분을 아예 풀어둠으로써 낡음을 표현하 였다.
작품 3은 이너웨어, 재킷, 모자로 구성된 디자인으 로, 남자 한복의 저고리 형태를 토대로 여성 재킷을 제작하여 여성성과 남성성이 혼성된 해체주의적 패션 재킷을 제작하였다(Fig. 30). 이 작품은 미봉제된 소매 패턴의 안 솔기 선과 소매산 부분의 형태, 노출된 시 침실의 그래픽적 표현과 마감 처리가 안 된 밑단 표현 등을 구현함으로써 해체주의 패션에 나타나는 불완성 의 특성을 표현하였다. 또한, 겉으로 노출한 시접과 패턴의 식서 및 구성선들, 그리고 과장되게 표현한 니 트 장식선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현대적 해 체주의 패션의 해체와 재구성 특성을 강조하였다. 일 부 패턴의 2차원적 특성을 강조하고, 소매 패턴의 길 이는 앞서 본 작품보다 더욱 길게 과장하여 양쪽 소매 의 길이 차를 극대화하였다.
작품 4는 이너웨어, 오버코트, 조끼로 구성한 디자 인으로, 앞서 설명한 작품들과 동일한 디자인 방법으 로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의 불완성 특성을 표현하고 자 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전통 도포의 평면 패턴의 부분적 미봉제와 일부 패턴 봉제 위치의 변경을 통해 평면화된 형태의 오버코트를 디자인하고, 코트의 안 감으로 사용되는 원단을 의상의 겉에 배치하여 전통 적인 의상 제작 방식에서 탈피하는 시도를 하였다 (Fig. 31). 이 작품의 주 아이템인 전통적 도포 형태에 서 착안한 오버코트는 평면적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 해, 앞판과 뒤판의 진동 부분에 도포 소매의 배래 부 분을 봉제하여 의상을 착장했을 때 미완성된 2차원의 패턴 작업의 중간 과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하였다. 또한, 오버코트의 뒷부분에 평면 패턴 제작 단계의 뒤판 패턴 형태를 단추로 연결하여 현대 해체주의 패션에서 나타난 평면화의 특성을 강조하였 다. 이 밖에 내부에 입는 스커트의 형태를 해체하여 조끼 형태의 상의로 재구성함으로써, 의복 구성의 기 본 질서를 해체하고 기존 의상의 새로운 용도를 창작 하는 시도를 하였다. 본 작품에서는 오버코트의 평면 적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뒤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고깔모자를 디자인에서 제외하였다. 작품에 사용된 주 재료와 낡음의 특성은 앞서 사용한 방법과 동일하다.
작품 5는 이너웨어, 재킷, 바지, 모자로 구성하였 다. 현대 해체주의 패션의 불완성과 해체와 재구성의 특성을 표현하는 디자인 방법은 위 작품들과 동일하 다. 이 작품은 전통적 한복 저고리의 형태에 착안하 고, 저고리 패턴의 봉제 위치를 변형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저고리 형태를 해체, 재구성한 디자인을 제시 한다(Fig. 32). 저고리 패턴의 앞판과 뒤판의 진동 부 분에 저고리 소매의 배래 부분을 봉제하여 부분적으 로는 한복 저고리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된 해체주의적 디자인의 재킷 형태를 제시한다. 바지의 경우, 반투명한 원단을 사용하여 신체의 형태를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기존의 바지의 역할을 파괴하면서 해체주의의 새로운 형식적 표현을 갖도록 디자인하였다. 바지 뒷부분에는 바지 의 원형 패턴을 단추로 연결하여 평면화의 특성을 강 조하였다. 모자 디자인과 재료의 사용은 앞의 작품들 에서 사용한 방법과 동일하다.
Ⅴ. Discussion
본 연구는 해체주의 패션의 표현 특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한복 디자인의 개발에 대한 통찰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본 연구는 전통 한복의 구성, 형태뿐만 아니 라, 소재에 있어서도 전통적 요소에만 국한되던 기존 한복 디자인의 방법을 신-해체주의 개념과 함께 재부 상하는 해체주의적 디자인 특성에 기반하여 새롭게 재구성하는 작품을 기획하였다. 특히, ‘불완성’과 ‘해 체와 재구성’의 특성은 해체주의의 주요 표현 특성으 로서 본 연구 작품의 패턴 디자인에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저고리 패턴이 전통적인 의복 구성에 의해 정해 진 봉제 위치와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본 연구 작품 의 하의를 구성하는 패턴으로 활용하거나, 치마를 조 끼 패턴에 응용함으로써 원래 한복 치마 부분의 형태 를 갖되 그 용도와 착장 방식을 재구성하여 기존 한복 구성과 차별화된 새로운 디자인 조형 결과물을 제시 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하나의 완성된 한복의 구성 개념을 이루는 요소들의 재구성은 전통의 틀에 의존 하는 디자인의 질서를 깨는 새로운 디자인 접근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양단, 공단, 무명 등의 주된 전 통 한복 재료 사용에 한정되던 디자인 방법에서 벗어 나 한국적 전통 소재와 이질적인 느낌의 올이 굵은 편 성물 니트 소재를 주재료로 함께 활용함으로써 해체와 재구성의 표현 특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할 수 있었다.
둘째, 전통 한복의 평면 패턴 제작 방식에 따라 완 성된 형태의 의도적인 해체와 재결합의 과정은 전통 한복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재미와 낯선 이 미지를 추구하는 현대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는 패션 스타일로 재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안감에 위치해야 할 시접과 구성선 등을 겉감에 드러 내고, 시접을 그대로 노출한 한복 깃의 평면적 패턴을 기존 한복 깃의 위치에 한 번 박아 강조하며, 전통 깨 끼 바느질을 활용하여 정교하게 마감되는 밑단을 마 감 처리가 필요 없는 니트 원단을 사용하거나, 올 풀 림으로 마무리하는 불완성의 표현을 통해 한복 디자 인의 고정된 시대적, 경험적 조형의 표현을 넘어 현시 대가 보여주는 낯설음, 불안함의 코드 안에서 신-해체 주의 패션 디자인이 지향하는 해체된 형태의 생경한 매력(Kim & Ha, 2016)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해체주의 패션의 ‘평면화’ 특 성을 활용하여 완성된 의상 결과물의 형태에서 한복 의 전통적인 평면 패턴의 조형 특성을 강조할 수 있었 다. 이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롭고 희한할 수 있는 입체적 구성의 재조합 방식을 통해 의상이 완성 된 후에도 한복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평면적 매 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전통적 구성의 부재에 따라 전 달되는 해체주의 패션의 불완성 특성을 표현한다. 또 한, 평면적인 패턴이 서양 복식의 형태와 봉제됨으로 써 일어나는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실루엣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전통적인 코드 안에서 해석되던 한복 디자인의 개념과 방법을 탈피하고, 이질적이고 다양 성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 문화의 배경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해체주의적 한복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넷째, ‘과장’을 강조하는 해체주의적 표현 특성을 토대로, 전통 한복의 부분 또는 전체 형태 조형을 대 담하게 변형하여 한복 조형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던 새로운 표현성을 창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저고 리의 대칭적인 구성 이론, 아이템 간의 표준 비율, 앞 품, 뒤품의 정해진 치수 등의 기존 질서를 탈피하거 나, 깃, 리본, 장식 수 등의 한복의 장식적 요소에 대 한 고정된 규범을 넘어서, 다양한 표현성과 움직임을 인정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섯째, 앞서 사용한 해체주의 표현 특성 외에 ‘투 명’, ‘낡음’, ‘재활용’의 특성은 해체주의 패션 디자인 방법에서 ‘해체와 재구성’, ‘불완성’ 등과 같이 중심적 인 미의식을 구성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한복 디자인 을 응용한 한국적 패션 디자인의 근원적인 미의식을 흔드는 표현성으로서 본 연구가 의도하는 가변적이고 평범한 온전함을 벗어나 현대적이고 해체적인 한복 디자인 방법을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었다. 이는 앞 서 강조한 바와 같이, 과거 전통 한복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듯이, 현시대의 사회, 문화 환경의 새로운 맥락과 관점에서 기존에 활용되지 않았던 미의식과 조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현대적인 한복의 새로운 미의식을 확장하고, 변화하는 소비자의 새로 운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적 패션 디자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VI. Conclusion
본 연구는 한복 디자인을 활용한 현대적이고 한국 적인 패션 디자인 연구를 목적으로, 변화하는 현대 소 비 트렌드에 부응하고 패션 디자인 방법의 이론적 틀 을 해체주의 디자인에서 찾아, 그 주요 특성을 기반으 로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한복 디자인을 개발하는 연 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방법으로 이론 고찰 및 사례 분석을 통해 조형성 및 디자인 방법론적 관점에서 본 현대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들을 유형화하고, 한복 디 자인의 새로운 패션 디자인 방법으로서 이러한 해체 주의 패션의 주요 특성을 시각화할 수 있는 디지털 패 션 디자인 작품을 제작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현대 해체주의 패션의 특성 은 불완성, 해체와 재구성, 재활용, 투명, 낡음, 평면 화, 과장의 총 7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으며, 도출 된 표현성을 응용한 5개의 디자인 작품을 개발하였 다. 기획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해체주의 패션의 불 완성과 해체와 재구성의 주요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존의 한복 디자인 의복 구성, 제작 순서 및 제작 방법에서 벗어나 의상 전체에서 한복 디자인 의 정체성을 부분적으로 추구하되, 현대 사회의 이질 적이고 가변적인 조형적 특징들을 드러냈다. 이를 통 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 는 현대적이고 한국적인 패션 디자인 조형성을 구현 하는 방법으로 해체주의 패션 특성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또한, 3D 디지털 패션 디자인 방법을 토 대로 실제 의상의 재현성을 갖는 가상 의상으로 작품 을 제작하여 한복 디자인 개발 연구에 있어서 디지털 디자인 프로세스의 높은 효율, 의상 표현의 유사성 재 현, 그리고 친환경의 지속 가능 미래 패션 디자인 방 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한복 디자인 개발이 전통 복식의 연구 범주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 패션 조형 연구의 일 환으로 그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