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오늘날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단순히 환경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 경제 및 문화적 관점을 두루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 이다(Caradonna, 2014;Markulev & Long, 2013;Throsby & Towse, 2003). 지속가능성은 1970년대 환경보호와 경제 발전 사이의 딜레마 해결 관점에서 논의되기 시 작하였다(Pulvis, Mao, & Robinson, 2019). 이후 1980 년대를 거쳐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론은 환경 및 경제 문제를 넘어서 불평등,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적 영역 까지 확장되었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UN 세계문 화개발위원회(United Nations World Commission on Culture and Development)의 출범과 함께 문화적 다양 성 유지 및 보호의 문제까지 아우르게 되었다(Pulvis et al., 2019;Throsby & Towse, 2003).
지속가능성은 현대 패션 산업계에서 활발히 다뤄 지고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 한 국내에서의 연구가 그간 꾸준히 진행되어 왔음에 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 이나 국내 교육기관 또는 연구기관의 존재는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지속가능 패션 연구동향에 대한 분석 과,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흐 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반면, 유럽권 국가들의 경우 패션 교육기관과 기업 또는 정부 부처 간 협력 네트워크를 긴밀히 구축하여, 이러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 한 공동 연구 및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해 왔다. 특 히 영국 런던예술대학(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UAL])의 지속가능 패션연구센터(Centre for Sustainable Fashion [CSF])는 2008년 설립 이래 패션의 지속가능 성과 관련하여 선도적인 연구 활동 및 다양한 학문 분 야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전 세계 패션 산업의 나아갈 길 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CSF의 연구 및 프 로젝트 사례 고찰을 통해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동향 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가능성 담론의 역사 및 전개 과정에 대해 고찰하고, 이를 환 경, 경제, 사회 문화의 네 분야로 나누어 기술한다. 둘 째, 이를 토대로 패션 산업계의 변화 양상 및 쟁점을 환경, 경제,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나누어 조사 및 분 석한다. 셋째, CSF가 기획 및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와 전시, 행사 및 작업물의 사례를 조사한다. 넷째, 조사 한 사례를 바탕으로 CSF 연구 프로젝트의 특성을 분 석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 다. 지속가능성 담론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관련 도서 와 선행 연구논문 등을 통해 연대별 변화를 중심으로 문헌연구를 진행한다. 그리고 지속가능성 관련 패션 산업계의 변화 및 쟁점에 대한 고찰 역시 선행 연구논 문 및 관련 도서와 기사 등을 토대로 문헌연구를 진행 한다. 이후 CSF 설립 이래 진행된 연구 프로젝트 사 례들을 CSF 공식 웹사이트(https://sustainable-fashion. com)와 UAL 연구 관련 웹사이트(https://ualresearch online.arts.ac.uk), 관련 논문, 기사로부터 수집된 글과 사진을 통해 분석하는 사례연구를 진행한다. 연구 범 위는 CSF가 설립된 2008년부터 본 연구의 종료 시점 인 2020년 6월까지 CSF 공식 웹사이트 및 UAL 연구 관련 웹사이트에 게재된 연구, 도서, 전시 및 행사, 세 미나, 워크숍 등으로 제한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론은 Ma(2018)의 영국 패션 큐레이션 센터 연구사례 분석 방법의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구성하여 적용하였다.
Ⅱ. Theoretical Background
1. Four pillars of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은 매우 포괄적이며 약 반세기에 걸쳐 정립되어 온 개념으로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명 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속가능 성 담론의 전개 양상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지속가능 성의 개념을 세부적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 된다. 이에 본 연구는 선행 연구사례를 토대로 지속가 능성을 다음과 같이 4개 분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1)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 은 1970년대 초반으로, 세계 각국이 환경오염 문제와 경제 성장 간 양립성 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하 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1972년에 열린 UN인간환 경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 보존 및 자원 유 지에 대한 26가지 원칙을 발표했고, 같은 해 로마 클럽 (Club of Rome)은 미래 예측 제1차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1972)>에서 과잉 인구, 환 경오염, 자원 고갈, 식량 부족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 하는 요소들의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성장 위주 시 스템의 한계를 경고했다(Meadows, Meadows, Randers, & Behrens, 1972;United Nations [UN], 1972;Yoo, 2012). 이처럼 초기의 지속가능성 담론은 주로 환경보 호 및 자원의 보존과 경제 발전 사이의 균형을 다루었 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Pulvis et al., 2019).
한편, 환경오염 악화에 따른 국제적 대응의 일환으 로 ‘벨고그라드 환경교육회의(Belgrade Conference on Environmental Education, 1975)’와 최초의 ‘세계 기후 회의(World Climate Conference, 1979)’가 개최 되어, 환경 교육에 대한 기초 프레임워크 설계와 기후변 화 연구 및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졌다(Klarin, 2018;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UNESCO], 1997). 환경 문 제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대응은 ‘몬트리올 의정서 (1987)’와 ‘리우 세계정상회의(1992)’로 이어져 오늘 날 각국 정부의 환경 관련 정책에 영향을 주었으며,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경제, 사회 및 문화적 지속가능 성의 논의 전개를 위한 기본 체계가 되었다(Klarin, 2018).
2) Economic sustainability
1980년대에 들어 생산 둔화와 무역 전쟁에 의한 수 출입 경제 불황 지속의 여파로 개발도상국 및 제3세 계 국가의 부채 비율이 급증하였다. 이는 국가의 경제 성 장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전세계적 경제 위기 및 성장 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Basiago, 1998;UN, 1987;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 1987).
UN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는 환경보호와 경제 성장 간 균형, 즉 환경적 지 속가능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 간 상호 보완적 관계 를 강조하였다. 즉 경제적 지속가능성이란 경제 시스템 의 유지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며, 각종 의사결정 과정 및 입법 과정에서 환경보호와 경제 성장 간 상호 보완 성을 고려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원활한 경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Basiago, 1998;WCED, 1987). 이에 따라 1987년에 개최된 UN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경제 분야의 지속가능성 실현 을 위한 경제 및 생산 시스템 개선, 그리고 국제사회 의 무역과 금융 구조 개선을 촉구하였다. 이로써 1995 년 세계지속가능기업협의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가 출범하여 각국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을 통한 경제적 지속가능성 실현을 지원하였다(Hohnen & Potts, 2007;WBCSD Annual Review, 2006).
3) Social sustainability
1980년대 전후 경제 호황이 여러 서구권 국가의 삶 의 질 향상에 기여하였으나, 빈곤 및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고, 부의 공정한 분배는 자동적 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바 로잡으려는 시도 또한 미미하였다(Hicks & Streeten, 1979).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빈부격차 및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아우르는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O’Riordan(1985)은 경제적 불평등 문 제를 국제사회의 관점으로 견지하여, 경제적 성취가 월등한 서구권 및 일부 북반구 국가들과 경제 성장이 더딘 남반구의 개발도상국 간 빈부격차 문제를 지속 가능성과 연결하여 조명하였다. 또한 Brown, Hanson, Riverman and Merideth(1987)는 사회적 의미의 지속 가능성이란 지속적인 인간의 기본적 욕구 충족을 포 함하여 치안, 사회적 안정, 교육, 고용, 여가와 같은 보 다 높은 수준의 사회 및 문화적 필요가 충족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 프라 시설 확충과 의료, 교육, 문화 활동과 같은 서비 스 역량 향상 및 적절한 입법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 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회적 의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 및 연구가 이어진 결과, UN 세계환경개발 위원회는 성장이란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인 지속가 능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Pulvis et al., 2019). 이로 써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론은 환경, 경제와 더불어 사 회적 관점으로 확장되었다.
4) Cultural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이 사회적 불평등 및 불균형의 문제와 맞물림에 따라 지적된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문화 간 불평등이었다. 이는 특정 문화권의 국가 위주로 급격 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문화 간 균형 또한 어 긋나게 된 것에서 비롯하였다. 문화적 지속가능성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95년으로, 세계문화개발위원회 (World Commission on Culture and Development [WCCD])가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세대 간, 그리고 동 일 세대 내에서의 문화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정의한 것이 계기였다(WCCD, 1995). 이에 앞서 1989 년 UNESCO는 문화유산을 ‘각각의 문화가 과거로부 터 전승한 물리적 표현의 총체적 산물’로 정의하였다 (UNESCO, 1989).
문화 간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일부 문화권의 문 화적 정체성 훼손과 쇠퇴, 문화적 다양성 약화라는 결 과를 초래할 수 있다. Nurse(2006)는 지속가능 발전과 관련해서 모든 문화가 평등하게 다뤄지지 않으며, 경 제적으로 발전한 서구권 외 지역의 문화는 낙후되고 퇴보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문 화적 정체성, 문화적 다원화, 문화 산업 강화 및 문화 지역성을 지속가능성의 네 번째 요소로서 언급하는 것은 문화 영역의 세계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으로 보았다. 이때 문화적 지속가능성 개념의 중요성은 환 경, 경제, 사회적 지속가능성 개념의 중요성과 동등한 데, 그 이유는 인간의 정체성, 상징적 시스템, 인식 체 계와 같은 문화적 요소가 환경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 기 때문이다(Nurse, 2006). 그러므로 지속가능성의 환 경,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 요소는 서로 영향을 주 고받는 유기적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즉, 지속가능성을 받드는 환경, 경제, 사회, 문화의 네 기둥(four pillars of the sustainability)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때 지속가능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다.
2. Discussion of sustainable fashion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현대 패션 산업계의 대표적 변화 양상 및 쟁점을 다음과 같이 환경, 경제, 사회 및 문화적 관점으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1)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 fashion
패션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실천과 관련된 대표적 예시로 먼저 업사이클링을 들 수 있다. 업사이클링은 자원의 순환을 목적으로 재활용품의 가치를 기존의 제품보다 상승시키는 디자인 창출을 의미한다(Heo, 2019). 패션 분야의 업사이클링은 흔히 재고 및 버려 진 의류를 활용하는 방식과 페트(PET)를 비롯한 플라 스틱 소재를 섬유로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져 왔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의 장점은 석유 없이 폴 리에스터 섬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과 플라스틱 폐 품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는 것이다. 또한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로 면과 실크 섬유를 대체할 경우, 이들 섬유의 가공 과정에서 발생 하는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Patagonia는 1993 년부터 재활용 폴리에스터 생산 기술 개발에 주력하 여 PCR fleece 등 새로운 직물 소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Chelsea College of Arts and Design, n.d.).
또한, 동물에게서 얻을 수 있는 어떠한 소재도 사 용하지 않고, 환경 친화적 소재를 사용한 패션 제품을 일컫는 비건 패션을 들 수 있다(Kim & Kwon, 2016;Bae, 2020). 비건 패션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SPA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패션 산업계 전반에 걸친 모피 사 용 금지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쳤다(Bae, 2020;Jung, 2019). 이는 비건 패션의 소비 가치가 환경보호와 공유 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Choi & Lee, 2019).
2) Economic sustainability in fashion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한 주 요 사례로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와 공급망 경영(supply chain management)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패션에서의 공유 경제란 패션 상품을 대여하고 교환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이 공유 경제 시스템의 장점은 제품 생산량을 줄임으 로써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 경제를 활 용한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의 패션 렌탈서비스 ‘Rent the runway’와 일본의 ‘AirCloset’ 등이 있으며, 이처 럼 공유 경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 다(House of Commons Environmental Audit Committee, 2019;Kim & Yoon, 2017). 이는 패션 상품의 생산, 유통 및 판매 등 패션 산업계의 구조 전반에 영향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경제 발전과 환경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Gazzola, Pavione, Pezzetti, & Grechi, 2020).
공급망(supply chain)이란 제품, 서비스, 자금, 정보 의 공급 및 분배와 연관된 요소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Mentzer et al., 2001). 패션 산업계에서의 폐쇄 루프 공급망 경영(closed-loop supply chain management)이 란 흠이 있거나 재고로 남은 패션 상품들을 매립 처리 하는 대신 재활용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재생시키는 것을 뜻한다(Choi & Li, 2015). 이러한 공급망 경영은 유통 시스템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자원 절감 및 재활 용을 가능케 하는 방식으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 으로 부상하였다.
3) Social sustainability in fashion
사회적 차원의 지속가능 패션을 위해 패션 산업계 가 주목하는 문제로는 노동 착취 근절 및 노동자의 권 리 보호가 있다. 이는 인권, 남녀 차별, 사회 및 경제 적 불평등과 직결된 문제이며, 패션 산업계의 생산 구 조와도 관련되어 있다. 개발도상국의 패션 또는 직물 생산 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 및 청 소년에 해당하는 경제적 약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 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강압적이고 인체에 해로운 근무 환경으로 인해 건강 악화 및 성희롱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Mukherjee, 2015).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성이란 각종 정보, 규칙, 계획, 실행 과정의 공개에 대한 정부, 기 업, 단체 및 개인의 개방성을 의미한다(Bos-de Jong, 2019). 공급망 투명성 강화는 소비자 및 대중이 패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인지하고 감 시하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수반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및 유통망 전반에 대한 기업의 내부 감사, 하청 및 위탁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정보 수집, 그리고 수집된 정보의 객관적 수치화가 필요하다(Brun, Karaosman, & Barressi, 2020;Business of Fashion McKinsey & Company, 2019). 지속가능 패션을 위한 비영리단체 Fashion Revolution은 2016년 패션 투명성 지수(Fashion Transparency Index)를 발표하여 기업 정책, 개방성, 자체 감사, 협력, 관리 방식의 다섯 가지 기준을 토대 로 패션 기업의 공급망 투명성 정도를 평가할 수 있도 록 하였다(Brun et al., 2020). 패션 투명성 지수는 공 급망 투명성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하 게 하여, 패션 산업의 문제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4) Cultural sustainability in fashion
문화적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패션 산업계에서는 패 션의 오리엔탈리즘과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 가 논란이 되었다. 문화 표현과 문화적 경험의 재생산 차원에서 패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패션을 비롯 한 문화 산업은 문화 간 상호작용 및 융합에 기여한다 (UNESCO, 2019). 그러나 특정 문화권에 대한 편향적 시각은 현대 패션 산업계에 논란을 자아내고 있다. 오 리엔탈리즘은 미학, 학문, 경제, 사회, 역사 그리고 언 어학적 맥락에 지정학적 인식이 분포되어 있음을 의 미한다(Said, 1978). 이는 정치적 요소, 즉 힘의 논리가 특정 사회 또는 문화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반영됨을 뜻한다. Kim and Kwon(2011)은 오리엔탈리즘이 제 국주의 시대 서구의 문화 우월주의와 관련되어 있으며, 오리엔탈 룩의 특성인 문화 혼용적 스타일, 나아가 오 리엔탈리즘적 디자인이 서양 국가들의 그릇된 문화적 가치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란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특정 문화권에 대한 편향적 인식은 현대 패 션 산업계에 심각한 문화적 전유 현상의 원인으로 작 용하고 있다. 문화적 전유란 다른 문화공동체로부터 창작 방식, 예술 형식, 주제 또는 관행을 가져와 사용 하는 것으로, 보통 타 문화권에 대한 서구의 무분별한 전용을 의미한다(“Cultural Appropriation”, n.d.). 패션 산업계에서 중국 및 일본의 복식과 화장법, 터번 등 비서구권의 전통 요소들은 충분한 고증을 거치지 않은 채 상업적으로 무분별하게 이용되어 왔다(Lee, 2019;Seo, 2014). 따라서 패션에서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의 및 체계적 제재방안이 확충되어야 할 것으 로 사료된다.
Ⅲ. Methodology
본 연구는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 동향을 분석하고자 영국의 지속가능 패션 연구 센터(CSF)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사례 선정은 CSF 공식 웹사이트와 UAL 연구 관련 웹사이트인 UAL research online에 기록되어 있는 연구 프로젝트로 제한하였다. 연구범위는 CSF가 설립된 2008년부터 본 연구 종료 시점인 2020년 6월까지 수행된 총 30건의 연구사례이 다. 이 30건 중에는 CSF가 진행한 연구 가운데 연구 진행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연구사례 3건이 포 함되어 있다.
본 연구는 CSF의 연구를 연구 형식, 연구 분야 및 연구 운영방식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연구 분석의 틀 은 Ma(2018)의 영국 패션 큐레이션 센터 연구사례 분 석방법의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구성하여 적용하였다.
연구 형식은 이론적 연구 형식과 실무적 연구 형식 으로 분류하였으며 연구 분야는 앞서 고찰한 지속가 능성의 네 가지 관점, 즉 환경, 경제, 사회, 그리고 문 화적 지속가능성으로 분류하였다. 이때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패션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경 우, 연구의 핵심 주제 및 내용이 자원 고갈, 생태계 위 기 및 환경오염과 관련함을 기준으로 하였다. 둘째, 패션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경우, 패션 산업의 구조 적 개선 및 각종 패션 산업 분야의 내구성 강화 등 경 제적 사안과 관련함을 기준으로 하였다. 셋째, 패션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경우, 빈부격차, 사회적 평등, 인권 및 노동자의 권리, 인구이동 등 사회 구조 문제 및 윤리적 요소와 관련함을 기준으로 하였다. 넷째, 패션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의 경우, 패션과 관련한 문 화 연구 및 지역 문화 교류 등과 관련함을 기준으로 하였다. 연구 운영방식은 교육 및 산학협력, 콜라보레 이션, 대중과의 소통으로 분류하였다. 이때 분류 기준 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 및 산학협력은 학생과 기 업 간 협업 프로젝트와 지속가능 패션 교육 프로그램 구성 및 프레임워크 제작 등을 포함한다. 둘째, 콜라 보레이션은 CSF와 기업 및 기관과의 연구 프로젝트 를 포함한다. 셋째, 대중과의 소통은 출판, 전시, 세미 나, 교육 및 지역 연구사례를 포함한다.
Ⅳ. Result
1. Analysis of CSF’s research projects
1) The list of CSF’s research projects
2008년 설립부터 연구 종료 시점인 2020년 6월까 지 CSF는 총 30개 프로젝트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 다(Table 1).
연도별 나열 결과, CSF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연구를 연평균 약 3~4회 가량 진행해왔다.
2) Analysis of CSF’s research projects: Research format
CSF의 연구 형식은 이론적 연구와 실무적 연구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이론적 연구 형식에 해당하는 연구사례는 전체 연구 프로젝트의 20%를 차지한다. 이론적 연구는 문헌 및 사례연구를 병행한 출판, 연구 논문, 보고서 작성 및 발표를 포함한다. 이 중 2건의 연구는 연구 저작물로서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출판 또는 게재되었으며, 다른 3건의 연구는 지역 사례연 구에 해당한다. 1건의 연구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 된 교육 목적의 보고서 발표 및 강연회로 진행되었다.
한편, 실무적 연구 형식에 해당하는 연구사례는 전 체 연구 프로젝트의 80%를 차지한다. 실무적 연구의 경우, 각종 협업 프로그램 진행, 패션 및 예술작품 또 는 콘텐츠 제작과 실험 수행, 그리고 온/오프라인 교 육 프로그램 제작 및 개최 등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이 중 협력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연구는 12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 제작 및 진행과 관련된 연구는 9건, 패션 및 예술작품, 콘텐츠 제작 및 실험과 관련된 연구는 3건으로 집계 되었다.
이론적 연구 형식으로 진행된 연구사례의 숫자가 현저히 적은 것은 이론적 연구의 한계 때문으로 사료 된다. 패션 연구의 특성상 기술적 실험이나 소재 및 디자인 연구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실무적 형식의 연구 가운데 패션 및 예술작품 또는 콘 텐츠 제작의 경우 이론적 연구 방식과는 연관성이 적 다고 할 수 있다. CSF는 다양한 패션 기업 및 단체와 여러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기존의 정형화 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산업계의 흐름에 맞춘 다양한 연구 방식을 선호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속가능 패션의 연구 과정 에서 순수과학을 활용한 실험을 진행한 것은 다학제 간 연구 방식을 적용한 연구사례로 볼 수 있다.
3) Analysis of CSF’s research projects: Research field
(1)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CSF의 연구사례는 중복 포함 약 56.6%로 총 연구사례 중 절반이 넘는 연구분 야로 나타났다. <Sustainable fashion and textiles: Design journeys(2008)>와 <Earth logic: Fashion action research plan(2019)>의 경우 섬유 염색 및 가공 과정 등 패션 산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생태계 위기 및 지구온난 화의 심각성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자 기획되었다(Fletcher, 2008;Fletcher & Tham, 2019). <Fashioning the future>와 <Art for the environment residency programme>은 전 세계 학생 및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환경적 지속가능 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장려하고 이를 수집 및 검토하여 패션과 예술 작업을 통한 환경 적 지속가능성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였다(CSF, n.d.a;Williams, 2008).
또한 <Catalytic clothing>과 같이 환경 친화적 신소 재 개발을 통한 대기오염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 개발 연구를 시행함으로써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을 실험하기도 했다. <Fashioned from nature>, <Fashion futures 2030 toolkit>와 <Fashion in a changing world> 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 문제의 실태와 개선 방안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온라인 툴 킷, 애플리케이션 또는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 제작 프 로젝트이며, 지속가능성의 경제, 사회 및 문화적 측면 까지 고루 다루었다.
또한 <Habit(AT)>는 도시화에 따른 지역 내 환경 오염 및 생태계 교란 현상에 대한 지역적 사례연구로 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Lasting>은 CSF와 IKEA, Miele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관련 대기업과 연계하 여 제품의 내구성 개선을 통해 패션 및 생활 폐기물을 감 소시켜 환경오염을 방지하고자 기획되었다. <Clothes well lived> 역시 대형 SPA 패션 기업인 H&M과의 협 업을 바탕으로 매장의 쇼윈도에 환경적 지속가능성 악화와 관련된 설치 예술작품을 전시하여, 대중에게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설치 예술을 활용한 다른 사례 로서 <Antarctica>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생태계 위협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시각적으로 제 시하였다.
CSF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사례를 조사 한 결과, CSF는 문헌연구를 포함하여 패션과 예술, 교 육, 기술 개발 및 외부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 능성의 연구 방식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 Economic sustainability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CSF의 연구 프로젝트 또한 중복 포함 약 56.6%로, 총 연구사례 중 절반이 넘는 연구분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Shared talent>, <London style>, <Fashion. Innovation. Research. Evolution [F.I.R.E]>, <Fostering sustainability practice>, <Bright new things>는 패션 산업계의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 각을 반영한 프로젝트이다. CSF는 패션 제품의 제조 및 공급 과정이 불투명해지는 현상을 패션의 경제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하였다. 이를 토대로 기획된 <Shared talent>는 아프리카와 인 도 지역에서 진행되었으며, 선발된 학생과 CSF 연구 진이 각 지역의 패션 및 텍스타일 생산 시설을 탐방하 고, 워크숍을 통해 패션 생산직 종사자와 디자이너 업 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패션 산업 의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패션 산업의 세계화에 따른 생산 구조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제공하였다(Fletcher & Williams, 2010).
<London style>과 <F.I.R.E.>, <Fostering sustainability practice>, 그리고 <Bright new things>는 대형 패션 기업과 중소규모 패션 기업 간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토대로 진행된 연구사례이다. 패션 기 업 간 구조적 불균형은 중소규모 패션 기업의 경제적 내구성을 위협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패션 산업의 경 제적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네 건 의 연구 프로젝트 모두 런던 내 중소 패션 기업 및 신 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 시장 진출 및 지속가능 디 자인 관련 기술 습득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 트이며, 워크숍, 세미나 형식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 해 진행되었다(Earley & Williams, 2013;CSF, n.d.b).
한편 <The Kering award for sustainable fashion>, <BFTT re-modelling fashion> 등 대형 패션 및 라이 프스타일 관련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 또한 진행되 었다. 이 중 <BFTT re-modelling fashion>은 영국의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기업 ASOS와의 협력 프로젝트 로서, 제품,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혁신을 논의하여 패션 산업계에 경제 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였다(CSF, n.d.c).
이 밖에도 <Sustainable fashion and textiles: Design journeys>는 텍스타일을 비롯한 패션 산업계의 산업 구 조 및 경제적 논리를 다루었고, <Earth logic: Fashion action research plan>은 패션 산업계의 관행 및 패션 산업의 지역화를 다루었다. <Fashion ecologies: Local wisdom>은 패션 산업의 지역적 분산(decentralization) 및 지역 패션 산업 경제의 활성화가 경제적 지속가능 성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사례이다. <Habitat(AT)> 역시 지역 사례연구 프로젝트로서 연 구 과정에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찰을 내포하 였으며, <Making for change: Waltham Forest>의 경 우 패션 교육을 통한 지역 주민의 구직활동 지원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종합하자면, CSF는 다각적인 관점에서 경제적 지 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규모 패션 기업의 지원을 통한 패션 산업의 경제적 내구성 향상에 관한 연구내용은 국내 패션 시 장을 고려했을 때 시의성이 있는 연구로 사료된다. 또 한 패션 산업의 지역화에 대한 연구는 향후 패션 산업 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대안을 제 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Social sustainability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CSF의 연구 프로젝트는 중복 포함 약 46.6%로 나타났다. 이 중 <Dress for our time>과 <Za’atari action>은 서로 연계된 프로젝트로 서 사회적 불안정성 심화로 인해 발생하는 중동 지역 의 난민 문제에 대한 연구사례이며, CSF와 UN난민기 구(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가 공동 기 획하였다. 요르단의 Za’atari 지역에 파견된 CSF 연구 진은 다양한 교육 활동 및 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 하여 난민에게 경제 및 사회적 재활 지원과 예술 활동 의 기회 제공을 꾀하고자 하였다(CSF, n.d.d).
<All party parliamentary group on ethics and sustainability [APPG]>는 윤리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초당적 국회 모임으로, CSF는 APPG의 공동 사무국으로서 영국 내 패션 산업계에 존재하는 여러 법률적 한계 및 사회 적 부조리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연구를 진행했다. 이 후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패션 산업계의 지속가능성 을 위한 영국 입법부의 노력을 촉구하여, 2015년 노동자 권리 개선 및 공급망(supply chain) 투명성과 동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법안 수정을 이루어냈다(Baroness Young of Hornsey, 2013).
<Making for change: Waltham Forest>는 지역 커 뮤니티와의 협력을 토대로 소외 계층 및 유소년을 대 상으로 수공예 기술 교육 및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교 육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역 주민의 구직활동 활 성화에 기여하였다(CSF, n.d.e).
<Habit(AT)>와 <I stood up> 역시 서로 연계되어 있는 프로젝트로서 지역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하여 분석하고, 이 를 디자인 프로젝트로 연결하여 일반 시민과 함께 패션 디자인 관련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외에도 <Sustainable fashion and textiles: Design journeys>의 경우 패션의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텍스타일 산업계에 만 연한 노동 착취와 부당 임금 지불 등에 대한 문제점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CSF가 진행한 패션의 사회적 지속가능성 연구는 패션을 통한 지역 사회 융합과 국제사회 간 협력을 목 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난민과 같은 비자발적 인구이동 현상 이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연관이 있음을 인식하여, 이 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러한 문제 의식을 패션에 적용한 것은 기존에 진행되었던 지속 가능 패션 연구 방식의 틀을 넘어선 참신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패션 산업계의 윤리적 변화를 위한 정 치적 합의를 유도하여 패션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질적 해결 방안을 도출한 것 역시 모범적 연구 선례로 사료된다.
(4) Cultural sustainability
문화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CSF의 연구 프로젝트는 중복 포함 약 33.3%로 나타났다. <Fashioning the future> 와 <Art for the environment residency programme>의 경우 참여 학생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화적 교 류의 장을 형성하였으며, <Shared talent> 또한 참가 자에게 아프리카 및 인도의 지역 문화 탐방 기회를 부 여하였다. 특히 인도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 프로젝 트 <Shared talent 3>에서 CSF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인도의 윤리 및 문화적 요소를 탐구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패션 텍스타일 개발 및 개선을 위한 새로 운 기준과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연구 참가자들 은 인도의 패션 텍스타일 산업 생산 공정, 지역 커뮤 니티 등을 탐방하여 지역의 텍스타일 제조 문화 및 생산 과정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였다(Williams & McIntosh, 2009). 또한 <Habit(AT)>, <I stood up>, <Fashion ecologies: Local wisdom>과 같은 지역 사례연구 프로 젝트 역시 의생활 문화를 포함한 지역 문화 연구를 수 반한다. 이들 프로젝트의 경우 지역 탐방, 지역 주민 인터뷰, 지역 관련 정보 수집, 사진 촬영 및 스케치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인류학 및 민족학 등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된 요소를 고려하였다. 이러한 연구 수행을 바탕으로 의생활 양식을 비롯한 문화적 관습을 도시화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현상과 연결하 여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였 다(Corby, Williams, Sheth, & Dhar, 2016;Williams, 2014;CSF, n.d.f).
CSF가 진행한 패션의 문화적 지속가능성 연구는 패션의 지속가능성 연구에 인문학적 요소를 반영함으 로써 학제 간 연구의 장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가 있다고 사료된다. 이와 함께 타 문화권의 패션 및 텍스타일 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문화의 다원 성 유지 및 문화적 지속가능성 발전에 기여하였다.
4) Analysis of CSF’s research projects: research operation
(1) Education & industrial cooperation
30%의 연구사례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산학 협력으로 연구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The Kering award for sustainable fashion>은 LCF와 Kering 그룹 이 연계하여 학생들이 제시한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심사하여 우수한 학 생에게 상금 및 인턴십 기회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진 행되었다. 이에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구찌(Gucci) 등 영국과 이탈리아의 주요 패션 브랜드가 참여하였다 (CSF, n.d.g). 한편 <Clothes well lived>는 SPA 패션 브랜드인 H&M과의 산학협력 연구 프로젝트로서 학 생들이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설치 작품을 고안 및 제작하여 영국 주요 도시의 H&M 매장에 설치하 였다(CSF, n.d.h). 이 프로젝트들은 패션 브랜드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지속가능 디자인에 대한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고,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새롭 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SPA 패션 브랜드를 아우르는 산학협 력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두 영역의 패션 기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Fashioning the future>, <Shared talent>, <PhD community: Expanded fashion practice>, <Art for environment residency programme>, 그리고 <Shared talent>는 학생 간 문화 교류 및 네트워크 활성화를 목적 으로 한 연구 프로젝트이다. 특히 <Art for environment residency programme>의 경우, CSF의 교육 프로그램 에 따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기획 되었으며, 프로젝트 참가자 간 연구를 위한 협력 네트워 크가 형성되었다. <PhD community: Expanded fashion practice>은 UAL 박사과정 재학생 커뮤니티를 활성 화하고 지속가능성의 다학제간 연구 장려를 위해 기 획된 교육 프로젝트로서 세미나, 토론회 등의 형식으 로 진행되었다. <Shared talent>의 경우 각 지역의 패 션 교육기관의 학생들과의 공동 연구가 수행되었다.
<Fashion SEEDS>는 유럽 지역의 패션 교육기관과 협력하여 학생들의 전공 관련 전문성을 함양하고, 지 속가능 패션 교육 프레임워크를 연구 및 기획하기 위 해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수행 결과 지속가 능 패션 교육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온라인 플랫폼, 교수법에 대한 온라인 툴킷 제작 및 공동 연구 보고서 발표가 이루어졌다(CSF, n.d.i).
종합해 보면, CSF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패션 기업 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패션 산업계에서 이루어지는 지속가능 패션을 탐구하도록 지원하였다. 특히 지속 가능 패션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 를 형성한 것은 향후 패션의 지속가능성 교육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지속 가능 패션의 발전을 위한 중요 자료로서 학생들의 아 이디어를 활용한 점은 지속가능성 연구 및 실천을 위 해 새로운 관점을 포용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가 크다.
(2) Collaboration
40%의 연구사례가 컬래버레이션으로 연구를 운영 한 것으로 나타났다. CSF는 다양한 규모와 배경의 패 션 기업, 교육기관, 정부 부처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참여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 하고, 토론 및 강연, 세미나 형식의 행사를 개최함으 로써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연구의 진전을 도 모했다.
<London style>, <F.I.R.E.>, <Fostering sustainable practices>, <Bright new things>, <Fostering sustainability practice>는 모두 소규모 패션 기업과 신진 디자이너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토대로 기획된 연구 프로젝트 로, 패션 산업계에서 소외되기 쉬운 소규모 패션 사업 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라는 공 통점을 갖는다. 특히 <Fostering sustainable practices> 와 <F.I.R.E.>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와 학술연구기관 간 지식, 기술 교류 및 협력 체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BETT re-modelling fashion>, <Lasting>, <Making>, <The sustainable fashion glossary> 와 같은 대규모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 관련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 또한 진행하여 패션 기업과의 협력에 있어서 다양성을 유지하고, 지속가능 패션을 위한 전 체적인 연구 흐름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였다(Conde Nast, n.d.;CSF, n.d.j).
<Catalytic clothing>은 UAL과 University of Sheffield 간 파트너십을 통해 공기 정화에 사용되는 광촉매를 각종 텍스타일 및 의류 제품에 적용하여 의상을 제작 하였다. 이후 전시를 통해 환경 친화적 소재 개발의 중요성을 시사하였다. <Catalytic clothing>은 예술과 과 학 기술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텍스타일 및 패션 제품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사례이다(CSF, n.d.k).
한편 윤리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초당적 국회 모임 (APPG)과 협력하여 영국 내 패션 산업계의 제도적 보완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Za’atari action> 프로젝트 의 경우 UN 난민기구(UNHCR)와 협력하여 난민 문제 를 중심으로 국제적 인구이동의 실태를 연구하였다.
CSF는 패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패션 산업계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고, 패션과 순수과학 분야의 협 업을 통해 향후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을 시사하였다. 또한 정부 및 국제기구와의 협업을 통 한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 또한 개선을 위한 가시적 변 화를 이끌어내고, 관련 제도적 추이를 보다 면밀히 파 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협업 운영방식이 전체 연구 프로젝트의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CSF가 다양한 배경의 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종 합적 연구방식을 지향함을 시사한다.
(3) Public communication
30%의 연구사례가 대중과의 소통으로 연구를 운영 한 것으로 나타났다. <Fashion futures 2030 toolkit>, <Fashioned from nature>, <Fashion in a changing world>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 툴킷 및 프로그램 기획 프로젝트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Fashion in a changing world>는 Kering 그룹과의 파 트너십을 바탕으로 기획된 무료 온라인 강의 프로그 램으로,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이론 및 실무 지식 전 달과 패션의 지속가능성 관련 럭셔리 패션 산업계의 동향 및 비즈니스 전략 등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 였다.
<Fashion ecologies: Local wisdom>은 지역 탐방, 인터뷰, 지역 간담회 등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바 탕으로 진행된 사례연구이다. 이 연구는 지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 및 전통에 대한 고찰을 통해 패션 산업 의 지역화를 새롭게 분석하고, 시장 논리를 넘어선 패 션의 의미와 지속가능 패션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 프 로세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었다. 연구 결과 의 복, 의생활 문화, 생산 방식, 인간 그리고 생활 공간의 유기적 연결성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지 역을 연구 대상으로 한 인문학적 연구와 지속가능 패 션 연구를 융합하여 다학제간 연구를 진행한 점에서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CSF, n.d.f;Fletcher, 2010).
<Habitat(AT)>는 도시화가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및 도시화와 패션, 그리고 문화 간 상관관계에 대한 지역 사례연구이다. 런던의 문화, 예술, 사회, 환 경, 정치 및 경제 분야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런던 지역의 디자이너를 모집하여 도시화로 인한 문제를 패션 디자인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공동 연 구하였다(Williams, 2014).
<I stood up>은 <Habitat(AT)>와 연계되어 뉴델리 와 런던을 중심으로 기획된 지역 사례연구 프로젝트 로 각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를 연구하 고, 연구 과정에서 지역 시민이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 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개인 및 집단의 정체성이 패션 디자인에 반영되 는 현상을 관찰하고 디자인이 현대 사회에 지니는 의 미를 분석하였다. <Habitat(AT)>와 <I stood up>은 도 시 환경을 배경으로 정치, 경제, 문화의 속성이 개인 및 집단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과 그 정체성이 패션 에 투영되는 현상을 분석하였다는 점, 그리고 하향적 디자인과 같은 기존의 디자인 방식이 아닌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디자인의 가능성과 가치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Corby et al., 2016;Williams, 2014).
<Sustainable fashion and textiles: Design journeys> 와 <Earth logic: Fashion action research plan>은 다양 한 독자층을 겨냥하여 패션 및 섬유 산업계의 구조 개편 과 지속가능 패션의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저 작물이다. 특히 <Earth logic: Fashion action research plan>은 성장 위주의 기존 패션 산업계 구조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패션 산업의 지역화 와 지속가능 패션의 긍정적 순환, 그리고 패션 산업의 문화적 다원성 등 여러 요소들을 다루었다(Fletcher, 2008;Fletcher & Tham, 2019).
이 외 <Making for change: Waltham Forest>는 지 속가능 패션 디자인 교육을 통해 소외된 지역 커뮤니 티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Waltham Forest 지 역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 패턴 커팅, 천연 염색, 자수, 의류 수선 기술 등 다양한 지속가능 패션 교육을 진행하였다.
Ⅴ. Conclusion
본 연구는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동향 분석을 위하 여 CSF의 연구사례 및 성과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사례들을 이론적 연구 형식과 실무적 연구 형식 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CSF는 기존의 정형화된 이 론적 연구 형식보다 다양한 실무적 연구 형식에 중점 을 두었음이 나타났다. 또한 연구 분야별로 분석한 결 과 문헌연구를 포함하여 패션과 예술, 교육, 기술 개 발 및 외부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성의 연구 방식을 확장하고 패션 산업의 경제적 내구성 향상 및 패션 산업의 지역화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지역 사회 융합 및 국제사회 간 협력 증진, 문화적 다양성 유지 및 문화적 지속가능성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수행 하였음이 나타났다. 그리고 연구 운영방식 별로 분석 한 결과, 지속가능 패션의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아이 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관점을 포용하고, 패션 산업 계의 다양한 측면 연구 및 패션과 순수과학 분야의 협 업을 통해 향후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을 시사하였다. 그리고 지역 사회 및 대중과의 소통 및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 패션을 위한 디자인 프로세 스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CSF는 다학 제간 연구를 통해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보다 유기적 인 관점에서 연구했다. 둘째, CSF는 연구 형식, 연구 분야, 연구 운영방식을 통해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가 능성을 확장하였다. 즉 CSF는 학문 간 융합을 토대로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연구 를 수행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패션 산업이 추구해 야 할 가치와 책임을 환기하고 지속가능 패션 연구의 모범적 선례를 제시하였다.
국내에는 아직 CSF와 같은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 연구 기관이 없으며,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개념 또 한 대중에 인식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는 국내 패션 산업계 역시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으 며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부족 했던 탓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개 선할 수 있는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 된다.
국내 패션 산업이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기 위해서 는 CSF와 같은 연구 기관을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패 션 연구에 대한 후원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 부 기관과 기업, 그리고 학계의 관심과 지원이 선행되 어야 한다. 본 연구가 CSF의 연구 사례를 통해 향후 국내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학계 및 산업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 킬 수 있는 선행 자료로써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