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2383-6334(Online)
DOI : https://doi.org/10.7741/rjcc.2013.21.1.066
현대패션에 나타난 노마드적 표현특성에 관한 연구
- 들뢰즈의 노마디즘을 중심으로 -
A study on the expression of Nomadics displaying in modern fashion - As the central with the Nomadism of Gilles Delleuze -
Abstract
- 01(6)_장윤이, 엄소희.pdf1.37MB
Ⅰ. Introduction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혁명과 매체 및 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다원화와 함께 경계 없이 다양한 사고확장을 통해 물리적 영역을 탈경계적, 탈중심적인 유동적이고 유연한 변화로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동성 및 유연성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며, 이러한 욕망은 과거로부터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유목민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최근 이러한 유목민의 생활방식은 현대문명을 설명하는 개념의 노마디즘이라는 신조어로 회자되고 있다.
노마디즘은 ‘몫을 나눈다’, ‘할당된 곳을 떠돌다’는 의미가 합성된 그리스어 ‘nomos’ 또는 ‘nemos’를 어원으로 하는 ‘nomad’에서 시작된 단어(Englisch, 2002)로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고정된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영역과 가능성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대인의 철학적, 예술적 경향을 표현하는 단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영역과 장르를 초월하고, 시․공간의 제약을 넘나들며, 개인의 개성과 편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노마디즘은 천편일률적인 패션의 유행에서 벗어나 10인 100색의 다양한 패션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의 패션 트렌드 경향과 그 특성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공통된 가치를 시작으로,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노마디즘에 주목하였다. 연구의 목적은 21세기 패션에 표현된 노마디즘에 관한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현대패션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노마디즘의 실례를 조사, 분석하고, 현대패션에 표현된 노마디즘의 외적 표현특성과 내적 표현성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노마디즘에 대한 연구는 철학분야에서 시작하여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영역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그 중 패션영역에서의 노마디즘에 대한 연구는 노마디즘을 문화의 한 분류로 정의하여 논의한 잡 노마드 문화와 패션스타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Choi & Kan, 2003), 의복의 휴대 기능적 특성을 노마디즘의 이동성에 근거하여 상관관계를 정리한 연구(Woo, 2006), 그리고 이러한 이동성을 디자인적 특징으로 표현하는 방법론을 마련한 연구(Son, 2011) 등이 진행되어왔다.
이렇듯 패션과 노마디즘에 대한 연구는 그 단어가 갖는 복합적인 의미 중 일부라 할 수 있는 이동성 및 휴대성과 패션과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대부분 진행되어 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노마디즘이라는 개념이 갖는 복합적인 양상을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를 중심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양상이 현대패션에서 어떤 유형으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외적 측면과 내재적인 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의 진행은 첫째, 문헌연구를 통해 노마디즘의 개념을 유목적인 이동의 삶이라는 의미에서 보다 확장하여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 중 패션 디자인에 적용 가능한 노마디즘의 유형을 분류하여 설명하였으며, 현대사회에 있어 노마디즘의 양상과 디자인 패러다임을 정리하였다. 둘째, 앞서 분류한 노마디즘의 유형을 바탕으로 현대 패션에 나타난 노마디즘 디자인을 추출, 각 유형별로 추출된 디자인을 외적 표현특성과 내면적 표현 특성을 중심으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범위는 세계 4대 패션 컬렉션인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컬렉션의 2005년 S/S 시즌부터 2012년 F/W까지 총 16개 시즌의 여성복(women's ready-to-wear) 컬렉션을 대상으로, 미국 스타일닷컴(www.style.com)에서 컬렉션 이미지를 발췌하였으며,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 중 패션 디자인에 적용 가능한 노마디즘의 유형 분류를 기준으로 총 438개의 작품을 연구 범위로 선정하였다(Table 1). 그리고 범위 내 이미지를 노마디즘적 외적 표현유형과 내재적 표현특성에 따라 분류, 각 분류별 특성을 주제별로 정의하고 분석하였다.
<Table 1> A sampling of research materials
이러한 연구는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최근 패션의 발생배경을 패션의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유추하고 분석함으로써 패션의 방향을 예측하고, 신선하고 모험적인 표현이 더욱 조화롭게 수용되도록 기여하는데 의의가 있다.
II. Theoretical Background
1. The concept of Nomadism and Deleuze's Nomadism
1) The concept of Nomadism
인간의 조상인 영장류는 5천 5백만 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생겨나 수많은 이동의 역사를 거쳐 현재의 인간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 중 가축의 방목을 위해 목초지를 찾아 이동생활을 하는 민족을 유목민(nomad)이라 하며, 최근에는 지역적 이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영역을 넘나드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유목민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노마드(nomad)’는 고정된 거주지 없이 음식, 물, 가축들이 목초 등을 찾아서 계절을 따라 장소를 옮기는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며 (Cha, 2007), 인종이 아닌 문화에 의해 종족을 구분하는 단어이다. 이후 점점 그 의미가 확장되어 1840년 사하라 사람들의 행태를 가리키는 ‘nomadi-sation(노마드화)’, ‘nomadisé(노마드화 된)’, ‘nomadité(노마드성)’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며, 1877년 리트레는 ‘nomadiser(노마드화하다 또는 노마드 생활을 하다)’와 ‘nomadisme(노마디즘/유목주의)’을 자신의 사전에 신조어로 포함시켰다(Attali, 2005).
이후, 40여 년 전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가 언급한 노마디즘과 이를 현대사회의 패턴과 연결시킨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주장에 힘입어 현대사회의 복잡 다양함을 표현하는 대표적 단어로 자리매김하였다.
현대로 오면서 노마디즘은 고전적인 공간적 이동의 개념을 넘어 사유적 이동의 개념으로 확대되어 고정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변화하였다. 또한 현대를 대변하는 사회, 문화, 경제적 패러다임인 동시에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주된 동력으로 주장되고 있다(Lee & Lee, 2009).
<Fig. 1> Nomadhttp://www.loupiote.com
유목민적인 삶을 의미하는 노마디즘의 개념은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자크 아탈리의 ‘21세기 사전’(Attali, 1999)과 ‘호모 노마드’(Attali, 2003/2005)의 번역본을 시작으로 그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범위 역시 철학분야 외에도 특히 사회, 정치, 경제, 역사, 신학, 영화 및 연극, 교육, 건축, 디자인까지 다양하다.
2) The concept of Deleuze's Nomadism
노마디즘에 대한 연구 중 다양한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학자는 들뢰즈(Gilles Deleuze)로, 그는 리트레가 신조어로 소개한 ‘노마디즘’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저서 ‘차이와 반복(1968)’에서 언급한 후 1980년 출간된 저서 ‘천의 고원’이라는 책을 통해 철학적 개념의 새로운 주의로 소개하였다. 이후 그들의 ‘천의 고원’이 각국의 다양한 언어로 소개되면서 노마디즘이라는 단어와 사고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되었고, 국내에는 그의 철학적 개념을 정리한 번역서 노마디즘 I, II(Lee, 2002)를 통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들뢰즈는 다양하고 방대한 주제의 사유를 정의 해 온 프랑스의 철학자로 철학, 과학, 예술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특히 문화와 예술분야에 그 영향이 큰 철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들뢰즈가 가타리와 함께 정의한 노마디즘은 1960년대 이후 프랑스에 나타난 후기 구조주의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국내의 선행연구 중 들뢰즈의 노마디즘적 사유와 예술분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노마디즘의 특성을 포괄하는 개념을 분류해본 결과, Lee(2003)와 Kim(2004)의 리좀적 사유, 사건의 계열화, 선적 사유의 분류와 Yeom(2009)의 탈주의 운동, 시뮬라크르의 생성, 리좀적 복합성의 분류 등이 공통된 개념이었다. 이와 함께 들뢰즈의 노마디즘을 소개한 Lee(2002)의 연구와 질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Deleuze, 2001)’에서 전개한 철학적 사유 중 노마디즘의 직접적 사유로 고려할 만한 사유를 추출하여 예술의 분야, 특히 현대 패션의 조형적 특성을 규정하는 유목적 사유를 중심으로 앞의 공통된 개념과 함께 다음과 같이 전개하였다.
(1) Philosophy of fuite
들뢰즈의 철학은 결국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탈주의 철학’이다.
‘탈주’와 ‘창조’는 들뢰즈의 철학을 특징짓는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며, 이 때 탈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들뢰즈는 노마디즘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사용하였다.
탈주의 개념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접속과 흐름, 배치에 의한 탈코드화, 탈영토화, 탈형식화를 모두 포함하며, 탈주를 통한 창조물은 또 다시 기존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탈주의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창조물이 되는 흐름을 갖는다.
(2) Rhizome: immanence or external reason
‘천의 고원’의 가장 첫 부분에 소개되며, 책의 내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 ‘리좀’이다. 리좀은 뿌리줄기 혹은 근경 식물을 일컫는 말로(Yoon, 2009), 일반식물의 수목구조 방식을 거부하고 주변환경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살아가는 근경 식물의 구조를 리좀적 구조라 한다(Lee, 2002). 들뢰즈는 오늘날의 현실을 이러한 리좀적 구조를 인용하여 접속, 이질성, 다양성, 비의미적 단절이 만들어내는 유동적인 변화와 일관성 없는 무작위적 혼성의 시대로 정의하였다.
(3) Simulacre
시뮬라크르는 플라톤에 의해 정의되었던 개념이 들뢰즈에 의해 재해석된 이론이다. 플라톤의 시뮬라크르 이론이 ‘실재하는 것이 복제되고, 다시 복제된 시뮬라크르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완전한 복재가 아닌 실재와 다를 수밖에 없는 복제물’을 의미한다면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는 ‘단순한 복제물이 아닌 전혀 다른 독립성을 가진 또 하나의 실재로 존재하는 창조물’이라는 이론이다. 이때의 창조된 복제물은 대상에서 탈주하여 유동적이며 무작위적인 변화를 통해 만들어지므로 리좀의 개념을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들뢰즈의 철학으로 분류한 탈주의 철학, 리좀, 시뮬라크르는 각각 독립적인 개념이 아닌 서로 연결된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1968년 가장 먼저 정의된 시뮬라크르 이론을 시작으로 리좀적 사유, 탈주의 사유 등으로 들뢰즈의 철학이 점차 구체화된 과정에서 생겨난 철학이론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이론들을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 중 노마디즘을 설명하는 개념이자 가장 큰 특성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Nomad tribes
노마디즘은 유목민적인 삶을 의미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사유이다. 노마디즘 또는 노마드라는 단어가 빈번히 사용되면서 사회 구성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유목민 또는 노마드라는 단어와 사회 현상을 대표하는 단어와의 조합을 통한 복합단어들이 탄생하며, 현대사회의 신종족을 일컫는 분류로 소개되고 있다.
1) Job nomad
1970년대 초 캐나다의 미디어 연구가 마셜 맥루언(Marshall Macluhan)과 1990년대 독일의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Gundula Englisch)는 직업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거나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일을 처리하는 다이나믹한 네트워크 형태를 지니고, 일과 사생활 사이의 경계도 없는 유동적인 직업을 갖는 이들을 잡 노마드(job nomad)라 일컬으며(Choi & Kan, 2003), 탈영역성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무한 이동의 사이버 공간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신 종족의 개념으로 소개하였다.
2) Digital nomad, Ubi nomad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가 규정한 단어로(Kim, 2006), 디지털 기술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더 좋은 정보와 업무생산성, 효율성을 찾아 이동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언제 어디서든 최첨단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인간군의 유비노마드(ubi nomad)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신조어이다. 또한 자크 아탈리는 현대의 새로운 유목민을 하이퍼 유목민(hyper nomad), 버츄얼 유목민(virtual nomad), 인프라 유목민(infra nomad)의 세 그룹으로 분류 , 디지털 유목민을 이 세 그룹 중 하이퍼 유목민에 해당하는 분류로 정리하였으며(Cho, 2006), 이 하이퍼 유목민에 의해 노마드 사회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3) Nobless nomad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여 자신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데 과감히 돈을 쓰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자신의 만족과 행복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직접 일정을 짜는 손쉽고 럭셔리하게 자주 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쇼핑이나 비즈니스보다는 여행의 질과 자유, 개인의 경험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젯셋(Jetset)족(Kim, Lee, Kim & Lee, 2010)과 다른 이들로 구분된다.
4) Green nomad
노마드에 자연을 의미하는 그린(green)을 붙여 만든 신조어로 도시유목민이라고도 하며, 자연을 도피처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상과 공존하는 동반자적 존재로 인지하는 이들(Kim, Lee, Kim & Lee, 2010)을 말한다.
5) Global nomad
그린노마드, 디지털노마드, 잡노마드에 이어 이 모든 것을 총칭하는 단어로, 다문화 국적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거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아 다중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며, 특정지역을 고정적 거처로 삼지 않고 전 세계를 다니며 글로벌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들로 현재 다국적 거대기업 인력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다(Hong, 2003).
이와 같이 노마디즘을 삶의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 전반에 걸쳐 노마디즘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을 표현한 단어들은 공통적으로 안정된 기반이나 정체된 생활보다는 변화를 추구하고 움직이는 이들이라는 점을 공유한다.
3. Nomadism patterns and design paradigms in modern society
현대사회에서 노마디즘은 예측불가능, 불안정한 도시생활, 탈영역성과 탈중심성의 하이브리드 문화 디지털 , 커뮤니케이션, 무한이동의 사이버공간, 불확정성, 유희성 등의 무한 다양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며, 현대사회 또는 미래사회의 방향을 설명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과거 양분적 사고관에서 벗어나 개별성과 이질성을 인정하며 영역간의 경계가 해체되는 다원주의와, 다원화된 구성원들 간의 평등한 개별화를 존중하는 탈중심적 양상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체계라는 사회, 문화적 배경이 현대사회에 있어 노마디즘의 발달에 기여했다.
<Table 2>는 노마드적 사고에서 바라본 21세기 사회변화의 방향을 크게 사회 ․ 문화적 배경과 기술적 배경으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현대 노마디즘의 패러다임은 다원화와 탈중심화, 유기체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 · 문화적 배경에 디지털 혁명과 유비쿼터스 & 네트워킹 기술, 그리고 재료공학 및 시공기술의 발달이라는 기술적 배경이 연결되어 다원화된 사회를 형성하며 이루어져왔다.
<Table 2> Developmental background of contemporary Nomadism paradigm
노마디즘은 기존의 가치관과 미적 기준에 정체되지 않은 끊임없는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존의 문화 예술학적 경계를 극복하여 보다 다양하고 개성적인 표현을 창조적으로 추구하는 도구로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설치미술가 서도호는 작품 ‘서울의 집/LA의 집/NY의 집(1999)’에서 서울 집의 외관을 한국의 전통적인 옷감인 얇고 투명한 은조사로 제작하여 가볍고 이동하기 편리한 현대 유목민의 천막으로 만들어 집의 외형만이 아닌 집에 새겨진 기억까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집을 고안하였다(Fig. 2). 작가는 자신이 나고 자랐던 집을 ‘적극적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 한 문화의 정체성이 다른 문화의 정체성과 정답게 어울림을 이루어냈다(Cho, 2006).
<Fig. 2> Do-Ho Suh, Seoul Home/L.A. Home/New York Home(1999)http://www.artnet.com
<Fig. 3>은 샤넬(Chanel)이 '99-00 F/W 컬렉션에서 발표한 밀레니엄 백(millenium bag)으로 틀에 박힌 일반적인 가방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신체를 상징하는 유기적 형태의 외관 디자인으로 표현하여 성적 유머러스함을 담았다. 이는 사물이 무엇과 접속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는 이미지의 유동적 변화와 가벼운 유희성을 노마드적 특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Fig. 3> Chanel, Millenium Bag(1999)http://forum.purseblog.com
노마디즘의 디자인적 연구는 전통적으로 거주지라는 공간의 이동을 중심으로 한 노마드의 생활특성에 기인하며, 틀에 박힌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와 생성, 파괴와 결합 등의 새로운 시도를 통한 창조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공간적 디자인 분야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패션과 생활 잡화 등 실생활과 가까운 분야로 확대되어 다양하고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표현되고 있다.
III. Methods
1. The formative characteristics of Nomadism in contemporary fashion
들뢰즈의 노마디즘적 사유 중 현대패션의 디자인 특성에 나타나는 표현유형과 관련된 사유를 중심으로 앞서 들뢰즈의 노마디즘적 사유로 분류한 탈주의 철학과 리좀, 시뮬라크르의 철학적 의미를 현대패션의 표현형태로 연결하여 현대패션에 나타난 노마디즘의 외적 표현특성과 내적 표현성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현대패션의 외적, 내적 유형분류의 사유를 들뢰즈의 노마디즘적 사유를 바탕으로 분류하였다.
<Table 3> Representation type of Nomadism appeared in contemporary fashion
21세기 패션에 나타난 노마디즘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외적 표현의 유형은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적 특성을 기준으로 시 · 공간 · 젠더의 혼재적 표현, 자기해체와 다양성 추구, 휴대 및 변형 가능한 시스템 의복, 그리고 유희적 감성 중심의 소프트 파워적 표현의 네 가지 양상으로 분류하였으며, 그러한 외적 표현특성을 중심으로 내적 의미를 분석하였다. 첫째, 탈주의 철학은 탈경계성과 확장성의 철학을 담은 사유로 다양한 측면에서 그 특성을 살펴본 바 패션의 영역에서는 시 · 공간 또는 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의 차용이나 혼용 등의 표현과 공통적 특성을 볼 수 있어, 시·공간·젠더의 혼용이라는 표현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이 된 현대 패션 컬렉션 작품 중 총 132개 스타일, 30%의 작품이 이 분류에 포함된다.
둘째, 들뢰즈의 리좀은 복합성, 다양성, 개방성을 통한 유동적 변화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패션영역에서 이질적인 소재나 이미지를 패션으로 차용하거나 속옷이나 겉옷과 같이 각각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 온 용도 및 아이템의 재배치를 통해 표현되는 현대패션의 양상과 공통적 특성을 볼 수 있어, 이를 자기해체와 다양성이라는 표현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총 185개 스타일, 42%의 비중으로 네가지 외적 표현 중 가장 많은 작품이 이러한 외적표현특성을 보였다.
셋째, 탈주의 철학 중 탈경계성의 철학적 사유를 시공간적 경계확장을 위한 이동성과 경계의 범위 안에 머물러 있던 디자인이 착용 후 변화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하는 연속성의 의미로 나타나는 양상을 반영하여 휴대 및 변형을 현대패션의 세번째 외적 표현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총 10개 스타일, 2%의 작품이 이에 해당하였다.
넷째, 시뮬라크르는 복재를 통해 새롭게 창조되는 과정에 어떠한 규칙이나 확정된 것이 없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으며, 이는 현대패션에서의 비대칭, 탈규칙성에 의한 일탈적 표현이나 착시현상을 이용한 유머러스한 표현, 노출적 에로티시즘을 통한 표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감성 중심의 유희적 표현유형으로 분류하여 총 111개 스타일, 총 25%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IV. Results
1. The external expressiveness of Nomadism in contemporary fashion
1) Mixed expressions of time ․ space and gender
고정된 체계와 질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흐름과 창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들뢰즈의 탈주의 철학에 기인한 노마드적 패션은 확장적 네트워크에 의하여 선택된 우연적 선택이 진화 또는 피드백하여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자료가 재조합되고, 기억의 이질적 파편들을 가볍게 조합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형태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또한 탈경계를 통한 타문화 영역의 자료가 차용 복제되며, 탈주를 통한 창조물의 재탈주의 과정은 성의 양면성이라는 혼성적 표현으로 나타난 시 공간 젠더의 혼재적 양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로코코 시대 남성복인 르뎅고뜨의 2중 칼라 장식을 페플럼에 응용한 여성재킷으로 표현하며, 시간의 영역을 탈피함과 동시에 로코코 시대 남성복을 여성복으로 표현하는 성적 영역의 혼재를 표현하였다(Table 4, (a)).
<Table 4> The formative characteristics of Nomadism in contemporary fashion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는 아일렛 장식의 라이더 가죽재킷에 태국 카렌족의 전통적 구리링 장식과 의상으로 연출한 작품(Table 4, (b))을 통해 시간의 혼재를 표현하였고,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은 사무라이 갑옷의 전통적 구조와 이미지를 현대적인 소재와 조화시킴으로써 이질적 문화공간과 서로 다른 시대의 경계를 초월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또한 2008년 발표한 장 폴 고티에의 웨딩드레스(Table 4, (c))는 여성용과 남성용 웨딩드레스의 디자인 구성을 혼성하는 성의 혼재적 양상을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웨딩드레스가 갖는 특성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탈주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시간과 공간, 성의 영역에서 벗어난 탈경계를 통해 새로운 미적 표현을 창조해내는 표현방법은 개방적 공간의 성격과 선적 사유방식을 통한 탈주의 선을 속성으로 하는 노마디즘의 유목적 가치로 설명할 수 있으며, 노마드 신종족 분류 중 지역, 공간적 경계 없이 유동적 직업을 갖는 잡 노마드족의 특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2) Pursuit of diversity through self-dismantling
자기해체를 통한 다양성 추구는 역동성을 기반으로 한 노마디즘의 시뮬라크르로써 탈영역적 특성을 보여주는 유형이다. ‘복제물은 단순한 복제물이 아닌 전혀 다른 독립성을 가진 또 하나의 실재로 존재하는 창조물’이라는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는 이론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때 창조된 복제물은 자기해체를 통해 유동적이며 무작위적인 변화를 통해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따라서 시뮬라크르의 창조과정을 통한 자기해체는 리좀의 개념을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으로 패션과 예술, 패션과 과학 등 장르 간 하이브리드를 통해 영역간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자기해체를 통해 서로 다른 장르가 뒤섞여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난다.
질 샌더(Jil Sander)는 피카소의 초상화 일러스트를 스웨터에 그려 넣어(Table 4, (d)) 캔버스 위의 피카소를 패션의 장르로 옮겨오며 패션과 미술의 장르 간 경계해체를 보여주었고, 후세인 샬라얀은 LED를 넣은 원피스(Table 4, (e))를 통해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LED 조명의 과학과 패션의 장르 간 경계해체를 시도했다. 또한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는 블라우스의 위치를 재킷의 겉면에 배치함으로써 옷의 고유 위치와 착용방법이 갖는 특성적 장르의 해체를 통해 다양성을 수용하는 하이브리드를 표현하였다(Table 4, (f)).
자기해체를 통한 다양성 추구는 배열과 착장의 오류로 표현되는 자기해체와 착장의 다양성, 미적원리를 무시한 변형의 표현을 통해 기존 가치체계에 대한 저항적 이미지를 표현하며, 상상을 초월한 믹스 매치 코디네이션을 창조해낸다. 노마드 신종족으로는 다양한 문화적 영역을 넘나드는 글로벌 노마드족이 해당된다.
3) Clothing systemization of mobile and deformable
무한이동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등 이동성 및 휴대성이라는 노마디즘의 개념을 표현해주는 유형으로, 최근 디지털기기의 일반화와 함께 다양한 패션으로 소개되고 있는 디지털 오브제와의 결합, 즉 흔히 말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나 바쁜 현대인의 이동을 돕는 다목적 의복 등으로 나타난다.
후세인 샬라얀은 기계공학적으로 설계된 드레스를 통해 메탈 조각으로 장식된 드레스의 패널이 움직이며 H실루엣에서 디올의 뉴룩(New-look) 실루엣으로 변신하는 의복 디자인(Table 4, (g))과 모델이 움직이면 스커트 햄라인이 서서히 올라가며 발목길이의 스커트가 무릎길이의 스커트로 변형되는 기능성 의복을 선보였다.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은 식물성 오일과 글리세린에 염료를 혼합한 액체를 넣은 플라스틱 장식이 모델의 체온에 의한 발열 작용을 통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적 디자인(Table 4, (h))을 선보이며 패션과 스마트 오브제의 결합을 표현했다. 샤넬(Chanel)은 텔레비젼 모니터가 부착된 벨트장식의 수영복을 선보이며, 야외활동 중에도 자유롭게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는 디지털 아이템과 패션의 만남을 연출했다(Table 4, (i)).
휴대 및 변형 가능한 의복 디자인은 최근에는 보다 발전된 기능성과 이동성, 편리성을 가진 유비쿼터스 패셔너블 컴퓨터(UFC: Ubiquitous Fashionable Computer) 디자인이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패션의 아름다움 표현이라는 면과 함께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며, 복식과 타 영역 간의 경계를 해체함과 동시에 물질문명을 이용하는 인간의 스마트함을 보여주는 미래지향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첨단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디지털 노마드족 또는 유비 노마드족이 이에 해당한다.
4) Temporary amusement, lightness, an expression of the ride rules
일시적 유희, 가벼움, 탈규칙성의 표현으로, 들뢰즈의 시뮤라르크의 사유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 유목민적 삶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특성으로 예측불가능, 불안정한 도시생활, 불확정적인 환경에 대한 일탈적 표현유형을 보여준다.
장 폴 고티에는 행잉슬리브 디테일의 바디수트에서 가슴부분의 시스루 매쉬 소재와 지퍼 디테일을 사용하여 노출적 에로티시즘을 통한 유희적 표현을 만들어냈다(Table 4, (j)).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은 매니시한 재킷 위에 핑크 컬러의 드레스를 덧붙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마치 드레스를 입은 듯한 착시현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으며(Table 4, (k)), 재킷 위에 핑크 컬러의 장갑을 덧붙이는 디테일의 작품(Table 4, (l))을 선보였는데, 이는 1930년대 스키아파렐리에 초현실주의적 디자인을 차용한 표현으로 모델이 자신의 몸을 손으로 감싸고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수트와 드레스, 재킷과 장갑의 요소를 연결하는 연접성을 통한 리좀적 표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표현은 어떤 원칙이나 개념 없이 자기해체와 원본 없는 복제의 다양성, 복합적 표현을 일삼는 절충주의와 상상, 쾌락, 욕망 등의 유희성과 진지하지 않은 가벼움을 패션에 반영함으로써 합리성과 효율주의를 거부하고 사소한 감성 중심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에 해당하는 노마드 신종족은 경험을 중시하는 노블레스 노마드족과 자연을 일상과 공존하는 동반자적 존재로 인지하는 감성을 가진 그린 노마드 족을 들 수 있다.
2. The inherent expressiveness of Nomadism in contemporary fashion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에 따라 21세기 패션에 나타난 노마디즘의 외적 표현 특성을 네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탈주의 철학을 통해본 시·공간·젠더의 혼용이라는 외적 표현특성은 시·공간 또는 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차용이나 혼용 등의 표현을 볼 때 패션의 무경계성이라는 표현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리좀과 탈주의 철학적 사유로부터 분류한 자기해체와 다양성 추구, 휴대 및 변형 가능한 시스템 의복의 외적 표현특성은 기존의 중심에서 탈피하고, 한 가지 기능에서 벗어난 다중심·다기능성이라는 표현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복재를 통해 새롭게 창조되는 과정으로써의 시뮬라크르의 철학적 사유로부터 분류된 유희적 감성 중심의 소프트 파워적 표현은 디자인의 감성지향성이라는 표현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네 가지 양상의 외적 표현특성에 따른 내적의미는 무경계성, 다중심·다기능성, 감성지향성의 특성으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1) Unbounded fashion
패션의 무경계성이란 새로움의 생성을 위해 각 영역이 범주화하고 있는 카테고리를 해체하는 특성을 갖는다. 시간과 공간의 영역 안에 고정된 실체와 본질에 대한 사유를 거부하고, 그 영역적 경계를 뛰어 넘는다는 점에서 탈영역화, 탈코드화의 의미를 담은 그룹이다.
꼼 데 가르송은 대표적인 매니시 아이템인 셔츠와 연출한 블랙 하의의 반쪽을 레드컬러의 러플 스커트로 장식하여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반영하는 다중심성과 함께 무성의 느낌을 주는 앤드로지너스 룩으로 성의 양면성을 통한 탈중심적 작품을 선보였다(Table 5, (a)).
<Table 5> The inherent expressiveness of Nomadism in contemporary fashion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의 작품(Table 5, (b))은 무대 위 조명과 시스루 소재의 상의, 캐주얼한 화이트 팬츠가 주는 현대 모던과 고딕시대를 대표하는 헤드드레스를 함께 스타일링하여 시간적 모호함이 주는 혼재적 표현을 보여주었다.
장 폴 고티에는 서양의 대표적인 스트리트 패션아이템인 후드원피스에 동양 전통복식의 모자와 호랑이 패턴을 혼합하여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두 공간을 하나의 복식에 표현하며, 고정된 영역으로부터 탈주하는 탈경계성을 담은 작품이다(Table 5, (c)). 시간적 역행이나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패션의 결합과 조화를 통한 시간적 혼재나 동·서양의 만남, 그리고 성의 양면성이 함께 공존하는 등 새로운 배치와 배열을 통한 무경계의 확장성이 지속되고 있다.
2) Multi-center, multi-functional
현대패션의 외적 표현유형을 통해 나타나는 노마디즘은 다양함을 추구하는 내재적 특성을 갖는다. 이것은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의미로, 예술의 각 장르들이 기존 자아의 고유함을 해체하고 다른 이미지와 합쳐지면서 스타일의 혼합, 이질적 요소들의 믹스매치 등을 통해 극도로 복잡하게 섞여 표현되어 현대패션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미적 가치를 제공하는 이미지의 유동적인 변화와 함께 고정된 질서로부터 탈주하여 중심이 다양하게 존재함을 보여주는 탈중심적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불안정한 · 도시생활에 대한 잠재성 발현의 표현방법으로 의복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기능 매개체로서의 멀티디자인과 첨단소재의 사용, IT를 이용한 인간능력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패션이 의복의 시스템화로 나타나는데, 이는 탈근대적, 반 형이상학적이며, 현대의 다원주의와 현대패션에 나타나는 다양함과 복잡함을 반영한다.
장 폴 고티에는 컬렉션 관객들에게 모델 3D 안경을 착용토록 하여 모델의 의상에 프린트된 우주적 이미지가 3D의 입체 프린트로 표현되도록 연출하는 첨단 디자인을 소개하며(Table 5, (d)), 디지털 시대의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다양성을 연출했다.
루이 뷔통(Louis Vuitton)은 뷔스티에와 브리프의 이너웨어가 시티웨어로 변신하며 속옷이라는 실체의 장르가 겉옷의 영역으로 혼재된 표현을 나타내며, 알렉산더 맥퀸은 매쉬 드레스가 마치 아프리카 원주민의 타투인 듯 표현된 작품으로 의복이라는 장르가 타투의 장르와 결합된 동시에 타투가 갖는 피부라는 영역적 경계를 옷의 공간이 대신하는 경계의 해체와 의복 영역의 확대를 보여준다(Table 5, (e)).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의 원피스(Table 5, (f))는 텅스텐 조명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면서 원피스와 조명이 하나의 의복으로 표현된 패션과 기계의 조합과 함께 옷과 무대로 나뉘었던 경계를 허물고 옷이라는 공간 속으로 무대의 일부를 포함시킴으로써 의복이 단독 장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장르와의 상호병행 인용을 통해 표현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실험적 디자인은 시도해 보지 않은 영역의 것을 독창적인 사고로 전환하여 기존패션 관념에서의 일탈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신선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렇듯 장르간 하이브리드를 통해 패션이라는 영역의 범주를 확대시키거나, 패션과 다른 영역과의 장르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현대 산업 및 마케팅의 화두인 ‘협업’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 및 산업이 새롭게 선보이는 전략적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3) Emotional directivity
감성 중심의 소프트 파워적 표현 역시 현대패션의 노마디즘을 통해 만들어지는 특성이다. 목적이나 유용성에는 관심이 없이 초현실적이고 유희적인 표현을 통하여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공함으로써 현재적 쾌락이나 일탈을 표현하고자 한다. 유희적이고 즐거움을 담은 디자인을 통한 욕망적 자기해체와 뚜렷한 기준이나 확실한 중심이 없어진 원칙이나 형식의 틀에 맞추어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효과를 표현한다. 독자적인 내적 견해가 필요하지 않고 무한으로의 자유로운 표현이 조형적으로 연출된다.
알렉산더 맥퀸은 튤 드레스와 면사포의 엘레강스한 스타일링에 순록의 뿔이라는 이질적인 결합을 통해 표현요소들이 원래적 의미로부터 이탈된 맥락의 단절로 인한 낯선 감성적 표현을 보여주었고(Table 5, (g)), 바소 앤 브룩은 컬러풀한 드레스의 드레이핑과 형태 변형을 통해 마치 한 다발의 꽃을 포장한 듯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왜?’라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는 의외성과 일시적 표현, 유희적 즐거움을 표현했다.
톰 브라운(Thom Browne)은 머메이드 스커트에 클래식한 가디건과 목걸이를 스타일링 했으나, 일반적 프로포션 형식에서 벗어난 탈주의 표현을 통해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으며(Table 5, (h)), 빅터 앤 롤프는 셔츠의 커프스 사이즈를 변형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셔츠 커프스의 고유한 위치를 탈피한 일탈의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디테일을 선보였다(Table 5, (i)).
이와 같이 노마디즘에서 의복은 단순히 이동성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필요한 부가적 기능이 더해지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끊임없이 개발되는 디지털기기와 디지털문화의 발전에 의한 통해 인간을 시공간을 초월한 활동영역으로 안내했으며, 지역이라는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 이제는 현실공간을 넘어 가상공간으로의 이동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감성 중심의 표현은 디자이너들에게 미래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과 함께 사고의 영역을 넓혀 새로운 창작 영역과 무한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V. Conclusion
혼합과 수용 , 그리고 조화의 개념이며 최근 하이브리드 경향 및 감성 문화와 디지털 환경의 영향으로 그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노마디즘의 개념을 질들뢰즈의 철학적 사유를 중심으로 전개하며, 현대패션에 나타난 노마드적 표현특성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유목민적인 삶을 의미하는 노마디즘의 개념은 현대사회 및 현대패션에서는 지역적인 영역을 확대하는 노마드의 개념에서 확장하여 다양한 영역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보다 포괄적인 벗어남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질들뢰즈의 철학적 사유 중 이러한 노마디즘적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사유로 탈주(fuite)의 철학, 리좀(rhizome): 내재성 혹은 외부의 사유 그리고 시뮬라크르(simulacre)를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본 연구는 들뢰즈의 노마디즘적 사유 중 현대패션의 디자인 특성에 나타나는 표현유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유를 고려하여 현대패션에 나타난 노마디즘의 외적 표현특성과 내적표현성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현대 패션에 나타난 노마디즘의 표현유형은 시·공간·젠더의 혼재적 표현, 자기해체와 다양성 추구, 휴대 및 변형 가능한 시스템 의복 그리고 유희적 감성 중심의 소프트 파워적 표현의 네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첫째, 시·공간·젠더의 혼재적 표현은 확장적 네트워크에 의하여 선택된 우연적 선택이 진화 또는 피드백하여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자료가 재조합되고, 탈경계를 통한 타문화 영역의 자료가 차용복제되면서 기억의 이질적 파편들을 가볍게 조합하는 브리콜라주 형태로 표현되고 있었다. 둘째, 자기해체를 통한 다양성 추구는 역동성을 기반으로 한 노마디즘의 탈영역적 특성을 보여주는 유형으로 패션과 예술, 패션과 과학 등 장르 간 하이브리드를 통해 영역 간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자기해체를 통해 서로 다른 장르가 뒤섞여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났다. 셋째, 휴대 및 변형 가능한 시스템 의복은 무한이동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등의 노마디즘적 개념을 표현하는 유형으로, 최근 디지털기기의 발달 및 일반화와 함께 다양한 패션으로 소개되고 있는 디지털 오브제와의 결합, 즉 흔히 말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나 바쁜 현대인의 이동을 돕는 다목적용 의복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넷째, 일시적 유희, 가벼움, 탈규칙성의 표현으로 예측불가능, 불안정한 도시생활, 불확정적인 환경에 대한 일탈적 표현유형을 보여주었다.
현대패션의 외적 표현유형을 통해 나타나는 노마디즘의 내재적 특성은 패션의 무경계성, 다중심·다기능성, 감성지향성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무경계성은 새로움의 생성을 위해 탈영역화 하는 특성을 가지며,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의미로 고정된 실체와 본질에 대한 사유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탈근대적, 반 형이상학적이며 현대의 다원주의에 부합하는 의미를 담은 그룹이다. 둘째, 다중심·다기능성은 시간적 역행이나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패션의 조화를 통한 시간적 혼재나 동·서양의 만남, 그리고 성의 양면성이 함께 공존하는 등 중심이 다양하게 존재함을 보여주는 탈중심적 양상으로 현대패션에 나타나는 다양함과 복잡함을 반영한다. 셋째, 감성지향성은 목적이나 유용성보다 현재적 쾌락이나 일탈을 표현하며 유희적이고 즐거움을 담은 디자인을 통해 욕망적 형식의 틀에 맞추어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효과를 표현한다.
이와 같이 철학 및 예술적 경향으로 시작된 노마디즘이 디자인의 측면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경계를 넘나들며, 보다 폭넓은 산업 및 사회, 문화 전반으로 그 범위를 넓히며,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국 노마디즘의 특성은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최근의 패션특성을 아우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표현을 더욱 조화롭게 수용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과거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신선하고 모험적인 표현이 자유롭게 시도되는 패션디자인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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