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2383-6334(Online)
현대 패션디자인에 표현된 새 이미지 연구
A Study on the Bird Image Expressed in Modern Fashion Design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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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은 그 자체의 자연미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며 인간의 미의식을 자극하여 예술 활동을 이끌어내는 창작의 원천이다. 자연으로부터 시작되는 인간의 조형 문화는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Altamira)와 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에서 보이는 들소, 말, 사슴 등의 동물화로부터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의 많은 존재들 중 동물은 생명감이 넘치는 자연물로 인간과 함께 삶을 영위하며 조형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들의 아름답거나 약동적인 형태는 조형에 응용되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도 하며, 때로는 주술적이거나 상징적 의미로 표현되어지기도 한다.
그 중 새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날개를 지녀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로운 생명체로써 예로부터 인간과 천상을 이어주는 중간적 매개체라는 주술적존재로 인식되며 동경과 신비의 대상이었다. 이에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는 높게 비상하는 동적인 생명감과 지저귐의 아름다움, 부드러운 깃털, 때론 매혹적인 화려한 색감을 가진 미적 대상으로서 인간의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본 논문의 연구 분야인 패션 디자인에서도 새를 형상화하거나, 새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디자이너의 미의식을 표현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새를 디자인 영감의 원천으로 하여 창조된 의복 형태에서 보이는 새 이미지의 다양한 표현방법과 디자이너의 조형의지, 그로 인해 재탄생되는 조형미, 즉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되어온 새라는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호기심, 새가 지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그들의 작품 안에서 재탄생시키려는 심상과 그 결과물로서 나타나는 조형미를 밝히는 데에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의복디자인에 새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디자이너의 조형 의지를 밝혀내어 동시대 디자이너의 창작정신을 이해하고, 새라는 자연물을 대상으로 생성된 새로운 조형미를 현대 패션디자인 창작의 방편으로 활용하는 데에 연구의 의의가 있다.
연구의 방법은 먼저 문헌연구를 통한 일반적 고찰 후 이를 토대로 한 실제 패션 디자인의 사례 분석을 통해 새 이미지가 표현된 패션 디자인의 미적특성과 디자이너의 조형의지를 밝혀내어 결론을 도출하였다.
일반적 사실에 대한 고찰은 인문서, 관련 논문, 선행 연구 자료 등의 문헌 조사를 통해 새라는 생명체가 지닌 생태적, 형태적 특성과 상징적 대상으로서의 새의 내적 특성파악에 초점을 두었다. 이후 본 연구의 주제인 패션 디자인에 표현되어진 새 이미지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고, 디자인의 일부분으로서 혹은 전체로서 표현된 새 이미지를 표현 형태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사례분석 범위는 1980년대 이후 본 연구의 시기인 2011년 현재까지의 여성복으로 한정하였으며, 분석을 위한 자료는 패션관련서적, 1990S/S~2010F/W까지의 Haute Couture와 Prêt-à-Porter 컬렉션 자료,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였다. 새의 일반적 특성의 고찰과 상징성 분석에는 고대로부터 현재까지의 시기 한정 없이 다양한 사례 조사를 통해 연구하였다.
Ⅱ. 일반적 고찰
1.새의 특성
새는 조류(鳥類, birds)로 분류되어지며, 그 개념정의는 다음과 같다.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온혈척추동물로 포유류와 같이 2심방 2심실로 나누어진 심장, 날개로 변형된 전지(前肢), 석회질의 껍질이 있는 알, 주변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시력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후각은 잘 발달되지 않았으며, 청각도 주어진 범위 안의 소리만 들을 수 있으며 대부분 주행성이다. 분류학적으로 조류는 조강(鳥綱Aves)1)에 속하고, 8,700여 종(種)이 현존하며, 절멸된 1,000종 이상이 화석의 기록에 의해 분류되었다.2)
1) 강(綱, class): 생물분류의 한 단계. 문과 목의 중간에 위치. 척추동물아문-조강
2)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사전 19권, (서울: 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93), p. 411.
형태적 특징은 깃털은 얇은 피부에 나며, 땀샘이 없고, 미지선의 기름으로 깃털의 방수를 한다. 입은 위아래 양 턱뼈의 돌출한 부리로 되어 있으며, 각질의 초로 덮여 있다. 다리는 파충류와 같이 비늘로 덮여 있으며, 나무에 앉거나 헤엄을 치든가, 잠수하면서 먹이를 잡는데 쓰인다. 발가락은 일반적으로 앞 세가락, 뒤 한 가락의 네 개의 발가락으로 나뭇가지를 붙잡는데 적합하다.3)
3) 두산세계대백과사전 23권, (서울: 두산동아, 1996), p. 196.
특히 깃털은 조류의 독특한 특징으로서 머리카락에 있는 섬유성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깃털의 구조와 기능은 상당히 다양하다. 조류의 체표면 대부분에 체외형 깃(contour feather)이 형성되어 능률적인 비행을 가능하게 하며, 때로는 방수의 효과도 있다. 기부에는 솜털이 있어서 단열작용을 한다. 전형적인 체외형 깃은 원형의 중앙축과 양쪽으로 1쌍의 깃가지(barb)가 달린 깃털대(rachis)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지가 없는 부분을 깃촉(calamus)이라 한다. 담황색, 적갈색, 흑갈색, 검은색 등은 멜라닌에 의해 나타나는데, 이 색소는 체내에서 합성되어 과립의 상태로 존재한다.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등은 카로티노이드 또는 리포크롬이라는 색소에 의해 나타나는데, 음식으로부터 유입되어 피부와 깃털로 확산된다.4)
4)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사전 19권, op. cit., p. 413.
조류의 분류는 구조적 특징에 중점을 둔다. 날개깃과 꼬리깃의 수를 포함한 깃털의 특징, 기름샘·나구(裸區)·우구(羽區)·솜털 등의 유무와 후깃대의 유무 등이 분류의 실마리이다. 부리와 발의 특징도 사용되며, 콧구멍 주위의 구개골에 있는 뼈의 배열도 사용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분류체계는 조강을 고조아강과 신조아강으로 분류하며, 고조아강에는 고조목이 속하며, 쥐라기 후기의 시조새가 여기에 해당된다. 신조아강은 치조상목과 신조상목의 2가지로 나누어지며, 치조상목은 백악기 후기의 잠수성 조류가 해당된다. 현존하고 있는 조류는 신조상목에 해당되며 여기에는 약 30여 가지의 목으로 분류되어진다.
새와 사람의 시각과 청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감각기능의 유사성은 이에 대응하는 행동의 유사성을 가져왔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력을 위주로 하는 동물이며,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발성과 청각은 사회적 통신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새와 새의 행동은 사람의 마음을 끌며 우리는 새에 대하여 다른 종류의 생물에 대하여는 거의 없는 동정심, 동료감을 가지고 있다.5)
5) Jurgen Nicolai, 새 (Bird Life), 이성범, 원병오 역 (서울: 범양사, 1984), pp. 14-15.
2.상직적 대상으로서의 새
상징(象徵)의 개념을 한국어 사전에서는 “추상적인 사실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대표성을 띤 기호나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일, 또는 그렇게 나타낸 기호나 사물”6)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상징은 그것을 매개로 하여 다른 것을 알게 하는 작용을 가진 것으로서, 인간에게만 부여된 고도의 정신작용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엘리아데(Eliade)는 상징적 사고는 인간 존재와 공존하며, 상징은 다른 인식수단으로는 전혀 포착할 수 없는 현실의 어떤 심오한 양상들을 밝혀준다. 존재의 가장 내밀한 양상을 숨김없이 드러내주는 기능을 한다7)고 하였다.
6)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2권, (서울: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9), p. 3285.
7) Mircea Eliade, 이미지와 상징(Images of Symbols), 이재실 역 (서울: 까치, 1998), p. 15.
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로부터 등장하는 중요한 상징적 존재로 인간세계의 모든 신화나 문화, 예술의 영역에 그 유산을 남기고 있으며, 특히 대지와 천상의 매개자 또는 초월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8)
8) 윤향기, 이경영, “매창집에 나타난 ‘새’이미지 연구,” 한국문예비평연구 28권 (2009), p. 99.
고대로부터 시작되는 새의 초월적 이미지는 벽화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나는 새를 태양의 상징으로 여겼으며, 육신과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안내자라고 믿었고, 천상과 인간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한다고 여겼다.9)
9) 김현식, 한국문화 상징 사전, (서울: 동아출판사, 1992), p. 410.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볼 수 있는 ‘새머리 모양의 주술사와 부상 당한 들소의 벽화’에서는 머리가 새의 모습을 한 사람이 들소 앞에 두 팔을 벌려 서 있고, 그 옆에는 긴 막대기 끝에 앉아있는 것 같은 새형상을 볼 수 있다(그림 1). 이 벽화에 대해서 들소는 일종의 종교의식을 위한 대상이며, 새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샤먼(shaman)으로 해석되어지기도 한다. 혹은 새는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영혼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10) 고대에서 새는 하늘의 뜻을 땅에 전달하고 지상에 사는 인간의 바람을 하늘에 전달해 주는 영적매개자로 다루어지기도 하며, 샤머니즘에서 새는 천계상승이나 주술과정을 뜻하기도 하여, 어떤 샤먼들은 새 모양의 옷을 입거나 새의 깃털을 몸에 두르고 의식을 거행하곤 하였다.11) 이 동굴 벽화에서 보이는 새 형상이 있는 긴 막대기는 한국의 민속양식에서 나타나는 솟대12)와 같은 주술적 상징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종교와 신화에서는 영혼이 한 마리 새라고 한다. 우리의 육신이 지상에 속한 것이라면 영혼은 하늘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혼은 새장속의 새처럼 진흙 덩어리 육체 저 깊은 곳에 갇힌 채 머물고 있는 날개 달린 어떤 것,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흐르는 의식이다(그림 2).13)
<그림 1> 라스코 동굴 벽화. BC15000, 원시미술의 세계, p. 70
<그림 2> 가면. 19c, 세상을 비추는 거울 미술, p. 25
10) Christoph Vechel, 미술의 역사(The Art), 홍진경 역 (서울: 예경, 2006), p. 19.
11) 임두빈, 원시미술의 세계, (서울: 가람기획, 2001), p. 71.
12) 솟대는 장대 위에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앉힌 신앙대상물로 마을 입구에 세워 평화와 풍요를 기원하였다.
13) Erik Sablé, 새들의 지혜, 이은진 역 (서울: 뿌리와 이파리, 2004), p. 11.
새의 깃털로 이루어진 날개는 새의 가장 특징적요소로 날개 달린 영적 존재는 고대 신앙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날개 달린 태양은 영혼을 상징하여 묘비의 장식 모티브로 사용되었으며, 사람의 머리를 한 날개 달린 새인 바(ba)와 매의 모습을 한 호루스(horus) 신이 등장한다(그림 3).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들은 날개가 달린 모습이며, 기독교에서 나타나는 천사는 빛나는 날개를 달고 있는 하느님의 전령으로 해석되며, 하느님을 수행하는 영적 존재이다(그림 4).14) 이밖에도 인디언이 머리에 두르는 깃털이 영적 권위를 상징하는 것,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날개와 깃털모양이 장식된 조우관에서도 정신적인 힘과 초월적 능력등을 상징함을 볼 수 있다.
<그림 3> 장례석비. 이집트의 예술, p. 204
<그림 4> 성 카나리나의 신비한 결혼과 여덟 성인들의 세부. 1511, p. 37
14) Laura Word, 수백가지 천사의 얼굴(Angels), 김이순 역 (서울: 안티쿠스, 2007), p. 6.
우리나라의 조류에 대한 숭상은 고대국가의 시조 난생설화, 삼한 지역의 새모양 토기,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조문과 왕권을 상징하는 삼족오, 가야의 새 모양을 장식한 갑옷, 백제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왕의 금제 뒤꽂이에 날개를 펴고 나는 제비를 표현한 것에서도 잘 나타나있다(그림 5~7). 조선시대에는 민화, 도자기, 목가구, 나전칠기, 금속공예, 자수, 복식 등 많은 장르에서 다양하게 새 그림이 나타난다. 특히 봉황은 동양에서 전해오는 상상속의 상서로운 새로 진귀하고 아름다운 영적 존재로 여겨져 조선시대에 호화로운 궁중복식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고, 현재에도 국가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장식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그림 8).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새는 영혼의 전달자, 하늘의 뜻인 천명을 지상에 전달하는 전달자, 곡식을 생장시키고 풍농을 가져다 주는 곡령의 전달자를 상징한다.15)
<그림 5> 오리모양 토기. 3~4C, 한민족과 해속의 삼족오, p. 59
<그림 6> 삼족오. 5C말, 한민족과 해속의 삼족오, p. 213
<그림 7> 금제뒤꽂이. 5C, 한국의 전통문양, p. 58
<그림 8> 활옷. 19C, 실로 잣는 꿈, p. 137
15) 김주미. op. cit., pp. 79-80.
문학에서 새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로 나타나는데 중요 상징재(象徵材)16)는 생명, 비상, 울음, 빛깔, 새에 얽힌 전설 등이다.17) 새의 가장 큰 특징인 비상은 약동적 생명감과 보다 높은 곳을 향해 상승하려는 욕구를 나타내므로 문학에서 초월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 매체는 새이며, 상징문제에 있어 이미 새는 해방과 자유의 상징으로 자주 논의되어 왔다.18)
16) 상징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물의 특성으로 아직 상징성을 동반하기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17) 조동민, “한국 시가에 나타난 새의 상징성 연구” (건국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9), p. 61.
18) 강우식, “한국 현대시의 상징성 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6), p. 151.
우리나라의 고전문학에서는 새의 울음소리를 이용해 민족의 정서적 한을 표상하고, 현대시에서는 현대 문명 속에서 인간이 가지게 되는 내면의 모호하고 다양한 감정을 새의 속성인 비상성이 가지는 이원적 구조를 기반으로 비유, 상징을 결합하여 문명사회의 비판, 새로운 세계의 동경, 내면의 한, 고독한 영혼, 인간의 삶 등 복잡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19)
19) 장근호, “문학작품에 보이는 새의 이미지 연구” (충북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3), p. 11.
이밖에 새의 종류별 일반적 상징 의미는 다음과 같다.
비둘기는 성서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서 하나님의 사자(使者)로 올리브 잎을 물고 노아에게 되돌아온 비둘기는 인류의 화해를 의미하며,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백조는 빛과 죽음, 변신, 아름다움과 우울한 열정을 상징하는 동물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백조는 올림피아 신들의 신성한 사자인 헤르메스와 동일시되며 영혼의 비행에 능한 존재로 여겨졌다.20) 또한 백조의 호수에서처럼 여성적 우아함과 아름다움의 화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 Nicholas J Saunders, 동물의 영혼(Animal Spirits), 강미경 역 (서울: 창해, 2002), p. 122.
학은 십장생중 하나로 지복(至福)과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영적인 서조이다. 특히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은 중국인들에게 사회적 야망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도 학을 고고한 군주에 비유하며 숭배하였다.
원앙은 짝을 지어 사는 새로 어느 한쪽을 잃어도 새로운 짝을 잃지 않는다 하여 부부의 애정과 백년화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에서 새들의 왕으로 간주되었던 매는 죽은 후 하늘로 날아오르는 영혼을 상징했으며, 독수리는 중세 기독교 신앙에서 천국으로 날아오르는 영혼을 상징하며 강력한 힘을 의미했다.
올빼미는 야행성으로 쏘아보는 듯 한 눈과 기이한 울음소리로 초자연적인 힘과 관련되어 예지력을 상징하여 고대 아테네에서는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를 성스럽게 하는 동물로서, 아테나 여신과 함께 동전의 표면에 새겨졌다.21)
21) Richard Bach, 영혼의 비행(Out of My Mind), 도솔 역 (서울: 이레, 2002), p. 112.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부채처럼 펼쳐지는 무지개빛 눈이 달린 공작의 꼬리 깃털은 빛나는 권위를 상징한다. 공작을 태양의 영광과 왕권, 불로장생과 동일시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으며, 고대 인도에서 공작의 꼬리는 널리 만물을 내다보는 태양과 영원한 우주적 순환의 상징으로 서양에서 재탄생과 천상, 우주의 조화를 상징하게 되었으며,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을 상징하는 새로 인자한 관찰력과 관련되어 있다.22)
22) Bach, Richard. Ibid., p. 20.
Ⅲ. 현대 패션에 표현된 새 이미지의 표현 기법
1900년대 이후 현대 패션디자인은 사회, 문화, 예술양식 전반에 있어서 합리성, 기능제일주의에서 탈피하여 인간의 개성과 감성이 존중되고 다양함을 추구하려는 의식구조의 변화에 흐름을 같이 하여 고전적 조형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였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전통에서 벗어나는 다른 형태의 조형미를 창조하기 위해 새로운 대상을 통해 디자인 영감을 찾으려 하였고, 독창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자연물인 새를 인공물인 의복에 재생산해 내는 것은 이러한 수많은 시도 중 하나였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복 디자인에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새 이미지를 의복에 형상화시킨 사례를 표현방법별로 분류하여 살펴보았다.
1.입체적 오브제 표현
이것은 새의 이미지를 구체적인 형태로 조형화하여 오브제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입체적인 새의 형태는 3차원의 공간까지를 포함하여 사고의 확장을 가져온다.
카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은 의복의 구조적인 형태와 표면을 변형시켜 새의 형상을 인체에 오브제화하는 표현에 의해 새를 매개체로 현실의 일상을 떠나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그림 9).
<그림 9> Castelbajac. 1985
이러한 표현 기법은 초현실주의 예술사조23)와 연관되어진다. 1930년대 대두되어진 초현실주의는 순수예술에서 출발하여 상업미술과 패션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3) 초현실주의는 황폐한 현실을 초월하여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여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기쁨과 해방감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사조로 오늘날까지도 예술가들에 의해 계속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표현기법인 데페이즈망(depaysement)기법은 현실적 사물을 대상으로 그 본래의 용도, 기능, 의미를 현실적 문맥에서 이탈시켜 그것이 놓여질 수 있는 낯선 장소에 조합시킴으로써 초현실적인 환상을 창조해 내는 기법24)이다. 즉, 사물의 위치를 전환시킴으로서 현실을 초월한 의외성, 일상적 규칙의 위반으로 예상치 못한 감동, 유희 등의 감흥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24) 호세피에르, 초현실주의, 박순철 역 (서울: 열화당, 1979), p. 21.
데페이즈망 기법에 대해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은 시를 낳는 중요한 요소는 서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사물에 대한 비교, 혹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돌발적이고 충격적으로 이 둘을 대치시키는 것이라 하였다.25) 르네 마그리뜨(Rene Magritte)는 사람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효과는 무엇을 연출함으로써 얻어지며, 그 방법으로는 무엇보다 물체의 전치가 유효하며 물체를 상식적인 환경에서 추방하여 이질적인 환경에 옮겨 놓는 것26)이라 하였다. 이처럼 서로 거리가 먼 상반된 현실 세계의 존재를 한 차원 높은 초현실의 세계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신비감과 자유로운 새로운 세계에 눈뜰 수 있도록 한다.
25) S. 알렉산드리안, 초현실주의 미술, 이대일 역 (서울: 열화당, 1984), p. 132.
26) 현대미술세계대전집 11권, (서울: 금성출판사, 1973), p. 380.
현대 패션에서도 이러한 오브제를 사용한 데페이즈망 기법에 의한 은유적 표현은 무한한 창작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연의 생물을 무생물인 의복과 함께 구성하여 서로 대립되는 요소를 한 공간 안에 배치시킴으로서 예기치 못한 감흥을 주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며, 새도 그 표현 대상으로 많이 활용되어지고 있다.
카스텔바작(Castelbajac)은 초현실적 데페이즈망을 자신의 디자인에 유희적으로 표현해 내는 디자이너로 그의 코트 위 갈매기들은 하늘로 힘차게 비상하는 듯하다(그림 10).
<그림 10> Castelbajac. 1981
이브 생 로랑(Eve Saint Laurent)은 의복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오브제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그림 11). 2008년 월드컵에서는 마티스의 회화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를 제작하였는데, 2마리의 대형 비둘기는 의복의 실루엣을 생동감 있게 변화시키며 작가의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그림 12). 페조스키(Marjan Djodjov Pejoski)는 2001F/W 컬렉션에서 공작, 백조, 타조 등 다양한 새들의 형태를 인체의 형태와 연관시켜 의복 디자인에 적용하는 유희적 디자인을 보여주었다(그림 13, 14).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은 새와 새의 알이 들어있는 둥지를 의복의 일부분인 헤드드레스로 오브제화하였다. 이것은 자연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그대로 의복의 일부분으로 차용함으로써 일반적인 복식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에 충격을 주며 새로운 미의식을 이끌어 내었다(그림 15).
<그림 11> Yves Saint Laurent. 1988SS
<그림 12> Yves Saint Laurent. 2008 worldcup
<그림 13> Pejoski. 2002SS
<그림 14> Pejoski. 2001FW
<그림 15> Alexander Mcqueen. 2006FW
이처럼 자연의 생명체인 새가 인공물인 의복의 부분이 되어 나타남으로서 서로 다른 요소의 배치로 낯선 감흥을 주며, 그들만의 비상하는 동적 생명력과 어디로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자유로움까지를 의복 디자인에 부가하고 있다(그림 16).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의복이라는 사물에 더해진 새의 형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연상작용으로 움직임이라는 공간의 확장과 함께 즐거운 상상력을 일으키며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준다. 또한 새라는 비상하는 자유로운존재에 대한 인간의 동경에서 비롯되는 소유욕으로 새들을 새장에 가두어 가까이 두고자 하는 모습에서처럼 잡을 수 없는 존재를 옷 위에 형상화시킴으로써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대리 만족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그림 16> Avshalom Gur. 2006SS
2.부조적 표현
의복에 표현된 새의 형태가 반입체의 부조적 형태를 지니는 것으로 패션디자인에 있어 부조적인 조형기법이라 함은 자수, 비즈 장식, 콜라주, 아플리케, 컷 아웃, 니팅 등 여러 수공예적인 장식방법을 포함한다.27)
27) 이현숙, “현대패션에 나타난 부조적 표현의 예술적 복식미에 관한 연구” (세종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9), p. 4.
부조의 일반적인 개념은 한 표면이 다른 표면으로부터 높아지는 것28)으로 부조의 기법은 전체 작품의 결과적 형태를 계획하여 제작된 기초 평면 위에, 특정된 디자인이나 2차적 형태가 표면 위로 돌출되거나 도려내진 것처럼 평면상에 형상을 부출(浮出)시켜 만든 조형기법이다.29) 이러한 부조는 형태의 표면을 평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충만되어 있는 내부의 질량을 전제하면서 요철과 표면대비에 의해 팽창성을 높임으로써 내부에서의 충실함과 외부로 분출하는 생명력이 강조된다.30)
28) 세계백과대사전 17권, (서울: 학원사, 1974), p. 109.
29) 정혜순 “기하학적 모티브를 응용한 복식디자인 연구”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9), p. 37.
30) 최병상, 조형, (서울: 창미서관, 1978), p. 32.
앞에서 살펴본 새의 오브제 표현에서 보여지는 의복과 오브제 사이의 공간적 거리를 의복에 밀착시켜 부착함으로써 장식성을 유지하면서도 착용자는 움직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특히 부조는 평면적 형상화 기법과는 달리 소재의 재질감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평면의 서페이스 디자인에서 느낄 수 없는 반입체의 소재감 혹은 아플리케에 의한 덧붙여지는 이질적 소재의 대비 및 조화, 자수실의 요철감, 비즈, 스팡글, 핫피스 등의 딱딱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소재의 광택에 의한 표현은 화려하고 독특한 장식성을 지닌 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림 17〉은 올빼미의 날개 형태를 인체의 팔의 형태와 연관시켜 의복의 소매 부분에 아플리케함으로써 장식성과 함께 유희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프라다(Prada)는 원피스에 여러 가지 색상의 소재를 아플리케하여 새의 형태를 재구성적하여 표현하고 있다(그림 18). 빨강색 원피스는 앞 중심에 금사로 학을 자수하여 동양적인 단아한 아름다움과 함께 학이 주는 장수와 행복의 상징적 이미지까지를 의복에 담고 있다(그림 19).〈그림 20〉은 새의 깃털을 연상시키는 소재의 재질감을 부조적 기법으로 형상화 하고 있다.
<그림 17> Tsumori Chisato. 05-06FW
<그림 18> Prada. 05SS
<그림 19> Zucca. 06SS
<그림 20> House of Jazz. 03-04FW
봉황을 형상화 시킨 드레스는 부조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머리 부분은 자수기법으로 의복표면에 최소한의 높이로 표현하였으며, 몸통과 날개의 이미지는 깃털 느낌의 소재로 표현함으로써 상의는 몸에 밀착하고 하의 부분은 볼륨이 풍성한 실루엣으로 완성하여 장식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의 디자인으로 보는 이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그림 21, 22).
<그림 21> Roberto Cavalli. 06-07FW
<그림 22> Roberto Cavalli. 06-07FW
〈그림 23〉은 원피스의 형태를 커다란 새장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 새의 형태를 다양한 색상의 재질감 있는 소재로 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그림 24〉의 화이트 셔츠 형태의 원피스에서 보이는 꽃과 공작새의 화려한 색의 자수는 단순한 실루엣의 의복의 이미지를 복잡하고 화려하게 변화시킨다.〈그림 25〉와〈그림 26〉은 비닐이나 인조가죽 등 커팅에 의해 끝처리가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여 새의 형태를 반입체화하여 장식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 23> Yoichi Nagasawa. 05-06FW
<그림 24> Dsquared 2. 05SS
<그림 25> Alexandre Herchcovitch. 05-06AW
<그림 26> Castelbajac. 08SS
3.평면적 표현
이것은 의복 소재에 프린트를 하거나 핸드 드로잉, 염색, 코팅 혹은 직조에 의해 새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의복표면에 밀착하는 평면적인 표현 방법 즉, 서페이스 디자인(Surface Design)이라 할 수 있다. 서페이스 디자인은 의복에 사용된 소재의 표면에 보이는 시각효과의 총칭으로31) 2차원의 표면에 나타난 소재의 특징에서 시작된다. 표면은 의복에 시각적인 결과를 창출할 많은 방법들에 의해 다양화될 수 있고, 표면 위에 프린트 하거나 다양한 색상의 섬유들을 함께 직조하여 질감이 있어 보일 수도 있다.32)
31) 김주희, “패션디자인에 활용된 서페이스 디자인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1), p. 4.
32) Marilyn Delong, 복식조형을 보는 시각(The Way We Look), 금기숙 역 (서울: 도서출판이즘, 1997), p. 53.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은 단색의 의복에 새의 서정적 이미지를 자연의 나무, 꽃 등과 함께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그림 26, 27). 이렇게 의복 표면을 하나의 화폭으로 표현하는 것은 의복 안에 새로운 창작 공간을 창출하면서 회화 작품이 지닌 예술적 가치까지 더하여 주므로 다원성을 추구하는 현대 디자인에서 많이 활용되어지고 있다(그림 31). 또한 그림이나 이미지가 갖는 직접적인 전달성으로 디자이너의 조형의지와 정신세계가 보다 명백하게 보는 이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림 26> Alexander Mcqueen. 07SS
<그림 27> Alexander Mcqueen. 07SS
<그림 31> Robert Cary-Williams. 04SS
〈그림 28〉의 에스닉한 이미지의 원피스는 민속적인 문양과 같은 색감의 새와 나무를 프린트하여 통일감을 주면서 에스닉한 감성를 더욱 강조하였다. 이러한 자연물의 직접적인 묘사는 자연으로 회귀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바람을 표현하는 에콜로지(ecology) 패션의 한 형태로도 보여진다. 에콜로지의 직접적 표현으로서 꽃과 새 등의 가든 프린트, 열대의 이국풍물을 담은 트로피컬 패턴, 동식물과 관련된 패턴 디자인 등으로 환경위기 의식과 자연의 동경을 나타낸다33)고 하였다.
<그림 28> Matthew Williamson. 06FW
33) 김미영, “자연의 조형성을 응용한 현대 의상디자인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2), p. 35.
날아가는 제비의 형상이 프린트된 원피스는 단순한 실루엣의 의복에 동적 에너지를 부여하며 벨트의 회색 톤과 조화를 이룬다(그림 29). 공작새의 장식적 깃털 형태가 프린트된 원피스는 쉬폰 등 중량이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여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깃털이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듯한 입체적 효과를 준다(그림 30). 앵무새가 프린트 된 원피스는 화려한 색감을 의복 전체에 표현함으로써 단순한 의복의 실루엣을 보다 장식적이고 변화 있어 보이게 한다(그림 32). 이러한 프린트는 색감이 중요한 요소가 되어 의복에 강한 시각적 효과를 부여하며 모티브의 크기나 색상을 변화시킴으로써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그림 33).
<그림 29> Miguel Adrover. 04SS
<그림 30> Miguel Adrover. 04SS
<그림 32> Dolce & Gabbana. 02SS
<그림 33> Just Cavalli. 06-07FW
〈그림 34〉는 원피스의 앞부분에 날아가는 새의 형태를 검정 단색의 면으로 도식화하여 의복의 평면적인 구성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페조스키는 니트 디자인에 학의 형태를 단순하게 도식화하여 니트의 바닥과 대비되는 단색으로 직조하여 새의 이미지를 모던하게 표현하였다(그림 35). 새의 형태를 단순화, 평면화 하여 도식화시켜 표현하는 방법은 자연의 형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인공물의 표면을 조화롭게 디자인한다.
<그림 34> Roberto Cavalli. 03-04FW
<그림 35> Pejoski. 02SS
이와 같이 디자이너들은 의복의 표면에 새 이미지의 프린팅이나 직조 등의 다양한 서페이스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각적 효과를 창출시키고 있으며, 특히 복잡하고 회화적인 이미지와 새가 지니는 환상적 색감을 보다 쉽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4.특징적 요소의 표현
이것은 자연의 수많은 생물 중 새만이 지니고 있는 형태적 특징인 날개와 깃털의 부분적 요소를 의복 디자인에 활용하여 새 이미지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실제 깃털 혹은 인조 깃털, 깃털과 유사한 재질감을 가진 소재를 사용하여 의복의 전체 혹은 부분에 표현하고 있다.
뮈글러(Thierry Mugler)는 의복 전체를 화려한 색감의 깃털 형태로 장식하여 착용자를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환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그림 36). 맥퀸은 원피스 전체에 깃털 문양을 프린팅하고 네크라인과 어깨부분에는 실제 깃털 형태를 과장된 실루엣으로 장식하여 화려한 원색적 새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그림 37). 그의 다른 두 드레스에는 새의 날개 형태를 의복의 일부분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감흥을 주고 있다(그림 38, 39). 또한 검정과 흰색을 적절히 배색하여 깃털이라는 다소 질감 있는 소재와 매끈한 드레스소재를 조화롭게 연결시키고 있다. 깃털로 장식된 드레스 역시 새 이미지를 의복 전체에 표현하여 새를 의인화 시키고 있다(그림 40). 이처럼 날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표현하거나 깃털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새와 인간의 형태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림 36> Thierry Mugler. 97-98FW
<그림 37> Alexander Mcqueen. 08SS
<그림 38> Alexander Mcqueen. 08SS
<그림 39> Alexander Mcqueen. 08SS
<그림 40> Gaultier. 99-00FW
이렇게 깃털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 외에도 깃털 느낌의 소재가 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포근한 부피감으로 가녀린 여성적 이미지를 강조하여 의복의 여성미를 부각시기도 한다(그림 41, 42).
<그림 41> Coccapani. 03-04FW
<그림 42> Cividini. 05SS
또한 가벼운 깃털 소재의 사용은 키네틱 아트(kinetic art)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흔들림의 미학을 제공하기도 한다. 의복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깃털은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의복의 실루엣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끊임없이 변화시킨다(그림 43, 44). 그러나 키네틱 아트의 구조적 움직임과는 달리 작고 잔잔한 우연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 여성스러운 이미지의 여운을 남긴다.
<그림 43> Undercover. 07-08FW
<그림 44> Roberto Cavalli. 03-04FW
이 밖에도 깃털은 그 자체만으로도 섬세한 소재질감과 화려한 색감을 가진다. 프라다의 스커트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공작새의 깃털은 자연 그대로 신비한 색감을 지니고 있어 의복의 소재로 사용하였을 때 환상적인 이미지를 더하여 준다(그림 45).
<그림 45> Prada. 2005SS
이처럼 새의 특징적 요소인 날개는 인간에게는 없는 비상의 상징이며,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소유하고 싶은 형상으로 의복 디자인의 일부분에 날개를 표현함으로써 착용자는 새처럼 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새의 날개 혹은 몸통 전체를 덮고 있는 깃털은 섬세하며 부드럽고 가냘픈 이미지로 흔히 연약하고 아름다운 특질을 지닌 여성성과 결부되어 의복 디자인에 표현함으로서 여성적인 감수성을 높여준다.
<그림 46> 현대패션에 표현된 새 이미지의 표현기법과 미적특성
Ⅳ. 현대패션에 표현된 새 이미지의 미적 특성
자연의 동·식물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예술작품을 통해 재탄생될 때 더 큰 미학적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현대 패션에 나타난 새 이미지의 표현 유형을 통해 밝혀 낸 미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1.은유적 상징성
이것은 새의 특징적 요소인 날개로부터 시작된다.
날개는 인간에게는 없는 비상의 상징이며,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소유하고 싶은 대상이므로 의복에 형상화함으로써 착용자는 새처럼 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이상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즉, 날개로부터 연상되는 자유와 희망, 이상을 의복을 매개체로 은유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날개를 구성하는 깃털은 새의 부드러움과 따뜻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날개의 부분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날개가 지니는 상징성도 함께 가진다. 의복의 일부분 혹은 전체의 소재로 사용되어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상징한다.
이와 같이 날개와 깃털은 새의 특징적 요소로 고대로부터 정신적인 힘, 초월적 능력 등을 상징하며, 현대 패션 디자인에서도 그 상징성을 이어가고 있다.
2.초현실적 유희성
새를 오브제로 사용한 데페이즈망 기법에서 생성되는 조형미로 무한한 창작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연의 생물인 새를 인공물인 의복과 함께 구성하여 서로 대립되는 요소를 한 공간 안에 배치시킴으로써 예기치 못한 의외성과 유희성을 창출한다.
또한 날개와 깃털을 부각시켜 새의 형태를 강조하거나 의복 전체에 깃털을 장식함으로써 인간과 새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의인화 표현 등에서도 초현실적 유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오브제의 다양한 배치법과 규칙을 벗어나는 형태, 색상 등으로 확장되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입체적 오브제에 의한 표현 외에도 아플리케나 프린트, 직조 등 평면적 표현 기법을 사용하여 의복의 소매부분에 새의 날개 형태를 표현하는 등 인체 형태와 새의 형태를 연관시켜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유희적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3.서정적 자연미
자연의 존재인 새를 의복 디자인의 일부분에 표현함으로서 획득되어지는 조형미이다. 새 자체가 지니는 생명감, 자연물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프린트 기법이나 핸드 드로잉, 염색 등의 기법으로 소재표면에 새의 형태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함에 의해 생성된다. 주로 나무나 꽃 등의 자연물과 함께 회화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에의 동경과 회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손으로 그린 듯한 서정적인 필치 혹은 수채화의 자연스럽게 번지는 색감 등에서 느껴지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과 여유로움은 현대인들의 고독한 정서를 위로하여 주고 있다.
또한 입체적 오브제 표현에 의해 의복 위에 구체화된 새의 형상은 인공물인 의복을 자연의 세계로 이끌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새로운 3차원의 공간을 형성한다.
4.환상적 여성미
새가 지니는 가냘픈 이미지의 연상 작용, 즉 깃털의 이미지와 연관된다.
깃털은 섬세하며 부드럽고 가냘픈 이미지로 흔히 연약하고 아름다운 특질을 지닌 여성성과 결부되어진다. 특히 가벼운 깃털의 부드러운 흔들림의 이미지는 여성이 이미지와도 일치하며, 의복의 전체 혹은 부분에 사용되어 신비로움과 여성성을 부여한다.
또한 공작새나 앵무새 등에서 보이는 깃털의 화려한 색상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한 색상조화로 많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의복의 소재로 사용되어 환상적인 이미지를 더하여 주고 있다.
깃털 소재의 사용 외에도 자수나 비딩 등의 수공예 기법에 의한 표면장식은 비즈, 금속 재료, 광택소재, 다양한 색상의 자수 등에 의한 화려한 반짝임의 장식적 효과로 의복에 환상적 이미지를 부가시키며 여성미를 더욱 강조하여 준다.
Ⅴ. 결 론
아름다운 자연미를 원천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예술표현 의지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동적 생명력이 넘치는 동물 조형으로 나타나며, 그 중에서도 새는 날개가 있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표 1> 현대패션에 표현된 새 이미지의 미적특성
이에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는 높게 비상하는 동적인 생명감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날개, 부드러운 깃털, 지저귐의 아름다움, 매혹적인 화려한 색감을 가진 미적 대상으로서 인간의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새의 조형성과 상징성은 현대 패션 디자인에도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여, 새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디자이너의 미의식을 표현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대 패션에 나타나는 새 이미지의 표현은 입체적 오브제 표현, 부조적 표현, 평면적 표현, 특징적 요소의 표현의 네 가지 표현 양상을 보인다.
입체적 오브제 표현은 새의 이미지를 구체적인 형태로 조형화하여 오브제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초현실주의 예술사조에서 보여지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현실적 사물을 대상으로 그 본래의 용도, 기능, 의미를 현실적 문맥에서 이탈시켜 낯선 장소에 조합시킴으로써 초현실적인 환상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즉, 자연의 생명체인 새가 인공물인 의복의 부분이 되어 나타남으로써 서로 다른 요소의 배치로 현실을 초월한 의외성, 일상적 규칙의 위반으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준다.
부조적 표현은 의복에 표현된 새의 형태가 반입체의 부조적 형태를 지니는 것으로 자수, 비즈 장식, 콜라주, 아플리케, 컷 아웃, 니팅 등 여러 수공예적인 장식방법을 통해 표현된다. 부조는 소재의 재질감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특징으로 화려한 장식성을 지닌 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평면적 표현은 의복 소재에 프린트를 하거나 핸드 드로잉 혹은 염색, 직조 등에 의해 새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의복의 표면에 새로운 시각적효과를 창출하는 서페이스 디자인(Surface Design)기법이다. 특히 프린트가 많이 나타나며 새 형태의 직접적인 묘사 표현은 자연회귀 사상의 에콜로지(ecology) 패션의 한 형태로도 여겨진다.
특징적 요소의 표현은 새의 형태적 특징인 날개와 깃털의 부분적 요소를 의복 디자인에 활용하여 새 이미지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실제 깃털 혹은 인조 깃털, 깃털과 유사한 재질감을 가진 소재를 사용하여 의복의 전체 혹은 부분에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현대 패션에 나타난 새 이미지의 표현 유형을 통해 밝혀 낸 미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유적 상징성. 새의 특징적 요소인 날개는 인간에게는 없는 비상의 상징으로 의복 디자인의 일부분에 표현함으로써 착용자는 자유와 희망, 이상을 은유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초현실적 유희성은 새를 오브제로 사용한 데페이즈망 기법에서 생성되는 조형미로 자연의 생물인 새를 인공물인 의복과 함께 구성하여 예기치 못한 의외성과 유희성을 창출한다. 또한 날개와 깃털을 부각시켜 형태를 강조하거나 의복의 전체에 장식함으로써 인간과 새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의인화 표현과 아플리케나 프린트, 직조 등에서 보여지는 인체형태와 연관시킨 새의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셋째, 서정적 자연미는 새 자체가 지니는 생명감, 새 형태의 구체적이고 사실적 묘사, 나무나 꽃등의 자연물과 함께 회화적으로 표현함 등에 의해 획득되어지는 조형미이다. 특히 손으로 그린듯한 필치 혹은 수채화의 번지는 느낌 등에서 느껴지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과 여유로움은 현대인들의 고독한 정서를 위로하여 준다.
넷째, 환상적 여성미는 깃털의 이미지와 연관된다. 깃털은 섬세하며 부드럽고 가냘픈 이미지로 흔히 연약하고 아름다운 특질을 지닌 여성성과 결부되어진다. 특히 공작새나 앵무새 등에서 나타나는 깃털의 화려한 색상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한 색상조화로 의복의 소재로 사용하였을 때 환상적인 이미지를 더하여 준다.
이와 같이 새는 그가 지닌 외적형태의 조형성과 내적 상징성으로 인류역사를 통해 예술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되어 미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새를 패션 디자인에 표현하고 있는 디자이너의 조형의지와 그 결과물로서 나타나는 조형미를 규명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현대 패션디자인 창작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디자인 원리의 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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