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패션 전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들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다 양한 콘셉과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시 큐레이팅을 포함한 패션 전시 기획 및 제작, 연출, 설치 등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패션 큐레이션에 대한 대념 과 연구사례에 대한 선행연구로는 Ma(2018)의 “패션 큐레이션 유형과 특성연구”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패션 전시에 대한 연구는 패션 박람회나 매장을 분석 하는 패션 커뮤니케이션과 전시 공간(Jang & Yang, 2011), 현대 패션박물관의 전시유형과 역할(Jung & Ha, 2016), 패션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패션전시 에 관한 연구(Hahn, 2012) 등 대부분 하나의 패션 브 랜드나 디자이너 또는 전시를 분석에 중점을 둔 것으 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국내 패션 전시 큐레이터와 전시 기획자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고취 시키고자 패션 큐레이션 분야에 선구적인 패션 큐레 이터이자 패션 전시 기획 및 제작자인 주디스 클락 (Judith Clark)의 전시사례를 통해 패션 전시의 연출방 식의 특징과 큐레이션 방향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주 디스 클락(Judith Clark, 이하 클락)은 영국 런던을 기 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큐레이터이자 패션 전시 제작 자이고 현재 UAL의 London Colleage of Fashion에 서 박물관학과 패션 큐레이션 전공 교수 및 IUAV, Bennis의 문화예술학과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부터 Centre for Fashion Curation 디렉터로 활 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패션 하우스 디자이너의 La Galerie Louis Vuitton(2015/2016), Cristóbal Balenciaga Fashion and Heritage-conversations(2018) 등의 전시 들을 기획하였다. 본 연구는 클락의 전시사례에 나타 난 연출 방식의 특징에서 큐레이션 방향을 제시하여 국내에서 패션 전시 기획 및 제작, 연출, 설치 분야에 서 보다 실험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초적, 선행적 연구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본 연구 내용은 첫째, 패션 전시와 패션 큐레이션 의 개념 및 현황을 고찰한다. 둘째, 주디스 클락이 큐 레이션하거나 기획, 제작 및 연출한 패션 전시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본다. 셋째, 사례들의 연출 방식의 특징 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클락의 패션 전시 큐레이션 방향을 도출한다. 연구 방법은 첫째, 패션 전시와 패 션 큐레이션에 관한 이론적 고찰은 관련 서적과 선행 연구논문 등을 통한 문헌연구를 진행한다. 둘째, 클락 의 전시사례들을 공식 웹사이트, 관련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 기사 등에 게재된 사진들과 글을 통해 사례연 구를 진행한다. 연구 범위는 주디스 클락 공식 웹사이 트에 게재된 총 23개의 전시사례로 지정하였다.
Ⅱ. Theoretical Background
1. Concept and types of fashion exhibition
전시는 통상적으로 특정 공간에 정해진 주제 및 콘 셉에 따라 어떠한 물품을 연출하여 보여주는 것을 의 미한다. 전시의 유형은 전시물과 주제 등 정보의 특 성, 전시공간의 공간성과 시간성에 의해 분류되는데, 정보의 특성에 따라 주제 전시와 교육 전시로 나누며, 전시의 공간성에 따라 관내 전시, 관외 전시로 나누 고, 시간성에 따라 상설 전시, 기획 전시, 특별 전시로 구분한다(Table 1). 주제 전시는 정해진 주제에 따라 전시물이나 작품을 전시하여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 며, 교육 전시는 정보와 전시물 또는 작품을 결합시켜 전시 기획 의도를 전달한다. 관내 전시는 박물관, 미 술관, 전시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를 말하며 이 외 의 전시를 관외 전시로 볼 수 있다. 상설 전시 공간에 는 전시물이나 소장품 등을 정기적으로 교환하여 전 시하며, 기획 전시는 목적, 주제, 전시물 등의 내용으 로 기획된 다양한 형태로 전시된다. 마지막으로 특별 전시는 기획 전시보다는 횟수가 적은 새로운 전시물 이나 기증 유물전 등 특별전이 이에 해당한다(Moon & Lee, 2008).
패션 전시는 특정 공간 안에서 패션 오브제, 전시 공간, 메시지를 통해 스토리를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이너 혹은 패션하우스가 관람자 또는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도구이며, 전 시 디자인은 소통을 위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하나이다(Jang & Yang, 2011). 패션 전시의 오브 제들은 대개 의상과 같은 전시물을 착용한 마네킨과 패션 모델들을 통해 연출된다. 또한 전시 공간의 디스 플레이를 비롯한 전체적인 전시 디자인은 전시를 구 성, 제시하는 방법과 순서에 따라 고객 또는 관객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Hahn, 2012). 여 기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패션 전시를 전시물과 관람자 사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패션 전시는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이벤트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특정 메시지가 설치 오브제와 공간과 어우러져 관람 객들에게 전달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 다. 이러한 패션 전시는 잠재적인 고객과 소통 창구가 되는 점에서 마케팅의 도구가 되기도 하며(Jung & Ha, 2016), 최근에는 사회문화적 또는 미학적 함의를 담고, 개념예술에서 표방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 달하기도 한다. 종합해 보면, 패션 전시는 공간 안에 서 특정 의도나 철학 등을 담은 메시지를 패션 오브제 연출을 통해 전달하고, 보는 이는 그 메시지로 하여금 브랜드나 디자이너 또는 패션 전시 자체와의 커뮤니 케이션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패션 전시의 유형은 주제별, 장소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주제별 전시는 디자이너 혹은 유명인을 기리 는 회고 전시, 패션현상이나 특정 주제 및 콘셉에 주 목한 주제 전시로 나눌 수 있으며, 장소별 전시는 국 가와 도시를 이동하며 전시하는 순회 전시, 자체박물 관을 활용하는 패션하우스 전시로 나눌 수 있다(Park & Ham, 2014).
2. Concept and types of fashion curation
큐레이션이라는 용어는 과거에 주로 박물관 전시 나 도서관의 도서배치 등 공간을 기획하는 업무를 지 칭하였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의미가 디지털 이미 지, 웹링크, 영화 파일을 편집하는 것까지 포함하며, 특히 소셜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면서 적용되기 시작 하였다(“Digital Curation”, 2018). 큐레이션의 유형은 디지털 큐레이션, 데이터 큐레이션, 소셜 큐레이션, 콘텐츠 큐레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다(Table 2; Im, Chang, Choe, & Ock, 2016). 디지털 큐레이션은 디 지털 시대의 다양한 기관들이 제공해야 할 새로운 디 지털 정보 서비스로(Kim, 2015), 디지털 자원을 수 집, 유지, 영구보존, 제공 등을 위한 아카이빙 활동으 로 이러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하는 것이다(Digital Curation Center, n.d.). 소셜 큐레이션 은 이미 존재하는 막대한 양의 온라인 콘텐츠를 주제 에 맞게 효율적으로 필터링하고, 재정립할 수 있는 도구로, 전문성과 통찰력을 활용한 필터링을 기반으 로 정보를 재구성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 공한다(Lee, 2013). 마지막으로 콘텐츠 큐레이션은 매우 다양한 정보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특정한 주제 나 관심사에 따라 수집하고 분류하며 구성하는 일련 의 과정을 의미한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디지털화된 콘텐츠를 통해 기존에는 분류되고 재구성되기 힘들 었던 정보들을 처리하고, 정보 이용의 목적에 맞게 제공해 분석하는 방법으로도 볼 수 있다(Choi, 2015).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 등 종류의 데이터가 ‘콘텐 츠’라는 용어로 수렴되는 현재, 콘텐츠 큐레이션이 가장 포괄적으로 큐레이션을 대표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Im et al., 2016).
이렇듯 큐레이션의 개념의 변화에 따라 패션 큐레 이션의 개념도 변화하였다. 과거의 패션 큐레이션은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소장한 작품을 정해진 전시 진 열 및 연출 규정에 맞게 전시를 기획하는 분야를 지칭 했다면, 현재의 패션 큐레이션은 보여주고자 하는 메 시지를 오브제의 연출 방법을 기반으로 관람자와의 생각, 가치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기획하 는 것으로 변화하였다(Table 3). 따라서 패션 큐레이 션은 여러 학문적 리서치들을 바탕으로 관람자가 전 시된 의상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관람 자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Ma, 2018). 패션 큐레이션의 개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대표적인 예로 영국 UAL 산하의 패션 큐레이션 연구소(Centre for Fashion Curation)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소는 주디스 클락 디렉터를 중심으로 관련 전공 교수 및 연구진들과 함께 해외 대학이나 전 시관련 기관과 협업하여 다양한 패션 전시 프로젝트 를 진행하면서, 패션 전시 큐레이션에 대한 연구를 활 발히 실행하고 있다.
Ⅲ. An Analysis of the Exhibition Case of Judith Clark
1. Judith Clark
주디스 클락(Judith Clark)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큐레이터이자 패션 전시 제작자이다. Bartlett(UCL)과 건축협회(Architectural Association), Warburg Insitute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1997년부 터 2003년까지 런던에 위치한 Judith Clark Costume Gallery에서 21회의 패션 전시를 진행하였으며, 이후 해외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패션 전시를 기획 및 진행하였다. 클락은 현재 UAL의 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박물관학과 패션 큐레이션 전공 교수 및 IUAV, Bennis의 문화예술학과 객원 교수로 재직 중 이며, 2014년부터 Centre for Fashion Curation 디렉터 로 활동하고 있다(Judith Clark Studio, n.d.a). 그녀는 건축을 공부할 때부터 어느 장소에 가든지 그곳에서 받은 영감, 느낌, 분위기 등에서 얻는 아이디어를 놓 치지 않기 위해 스케치북과 줄자를 가지고 다닌다고 하였다(Jeon, 2016). 예를 들어 어느 한 건물에 방문하 면 벽과 천장, 바닥의 재질, 그리고 거기에서 얻는 느 낌 등을 기록하여, 전시 기획 단계에서 필요한 익스테 리어 및 인테리어 구성 및 소재 등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함이다. 클락은 이 단계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 으로 전시 기획을 위한 러프 스케치 또한 직접 손으로 구상, 기록한다(Fig. 1 and 2).
2. Types of Clark’s exhibitions
본 연구는 클락의 전시 사례를 이론적 고찰에서 패 션 전시의 개념을 바탕으로 유형을 분석해 봤을 때, <Table 4>와 같이 회고 전시, 주제 전시, 재현 전시 유 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Retrospective exhibition
앞서 Ⅱ.1절에서 기술하였듯이, 회고 전시는 대표 적으로 Anna Piaggi: Fashion-ology(2006), Simonetta: La Prima Donna Della Moda Italiana(2008) 등 총 4개 의 전시사례에 나타났다. Anna Piaggi: Fashion-ology (2006)는 Anna Piaggi의 패션을 도면, 사진, 스토리 보드, 드로잉, 잡지 및 단편 영화 등으로 문서화하고 시각화하는 상상력(Karim, 2006)을 연출하려 하였다. Cristóbal Balenciaga Fashion and Heritage-conversations (2018) 전시는 Balenciaga가 연구를 통해 얻은 개념으 로 미학적인 이상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에서 나타 나는 디자인 철학과 이에 나타난 작품성과 예술성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발렌시아가 작품을 회 고하는 큐레이션(Cristóbal Balenciaga Museoa, 2018) 을 기획하였다.
2) Theme exhibition
특정 주제나 콘셉에 메시지를 담아 의미를 전달하 려는 작업을 나타내는 주제 전시가 나타났다. 대표적 으로 Spectres: When Fashion Turns Back(2004), Carapace: Dai Rees(2006), The Concise Dictionary of Dress(2010) 등 총 11개의 전시사례에 나타났다. 먼 저, The Concise Dictionary of Dress(2010)의 전시에 서는 11개의 단어로 드레스를 정의하고 각 단어에 맞 도록 큐레이션하였다(Petrov, 2012). 예를 들어, ‘구성 주의자’라는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유리 케이스 안의 마네킨은 머슬린 가운을 입고, 그 뒤에는 복사된 패턴 이 묘사되어, 그 단어의 의미를 설명 및 특정 콘셉을 전달하였다. Washed Up(2011)의 전시에서는 프로젝 트 오션(Project Ocean) 캠페인의 일부로 멸종위기의 산호 껍질들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과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가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의상들 을 전시하였다. 전시에서는 죽은 산호들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연출하였는데, 이는 휴가에서 가져오거나 밀수한 사람들로부터 압수되어진 것이다(Alter, 2011). 이는 환경보호 메시지를 죽은 산호를 오브제로 전달 하려는 사례라 볼 수 있다.
3) Representation exhibition
특정 시대를 재현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재현 전시가 The Art-of Fashion-Installing Allusions(2010), Carnaby Street 1960-2010(2010) 등 총 8개의 전시사례에 나 타났다. Carnaby Street 1960-2010(2010)은 런던의 Carnaby Street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1960년 대의 런던의 38 Carnaby Street를 그대로 재현하였다. 1960년대에 초점을 맞춰 그 역사를 배경으로 잡지, 비닐 레코드 등으로 작업한 콜라주들과 60년대 사진 작가 필립 타운센드(Philip Townsend)의 이미지를 이 용해 시대에 대한 정보(Weiss, 2010)를 재현하였다. Britannica 1951-1953(2012)에서는 모자 디자이너 스 티븐 존스(Stephen Jones)와 협업하여 1950년대 스타 일을 동시대인들이 착용했던 모자를 통해 재해석하여 보여주었다.
3. Characteristics of Clark’s exhibition style
앞서 Ⅱ.1절에서 기술한 전시의 구성요소 중 오브 제와 공간 측면에서 본 전시사례의 연출방식의 특징 과 클락 전시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연출방식의 한 특징으로 도출하였다(Table 5).
첫째, 클락의 대부분의 전시에서 전시하는 의상과 함께 관련 회화, 조각, 설치 등의 예술작품이나 사진, 문서 등의 각종 오브제들을 활용한 연출을 선보인 것 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Spectres: When Fashion Turns Back(2004) 전시에서는 회전목마 톱니 의 형태를 가진 장치를 사용하여 현대의 패션이 과거 의 패션과 마치 톱니처럼 맞물려 영향을 받으며 밀접 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Fig. 3). 그 리고 Carapace: Dai Rees(2006) 전시에서 정육점 테이 블을 모방한 테이블을 함께 연출함으로써 전시의 시 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였다(Fig. 4). 특히, 클락이 전시 연출시 중요시하거나 생각하는 오브제는 단연 마네킨 이라 할 수 있다. 매 전시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시대에 맞는 인체 실루엣을 재현한 마네킨이나 컨셉에 맞는 마네킨을 제작하였다. The Judgment of Paris(2011)에 서 클락은 마네킨을 사용하여 스토리 또는 기록을 재구 성하고 표시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Fashion Space Gallery, 2011).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여신의 현대적 표현을 위한 마네킨 연출이나 머리가 없는 마네킨 또는 중성 마네킨의 유행에 맞서기 위해 흉상 마네킨만을 사용하여 연출하였다(Fig. 5 and 6). 이처럼 클락은 다양한 오브제 활용을 통해 연출하고 자 하는 전시 주제나 컨셉, 또는 분위기를 최대로 구 현하고자 한 것을 엿볼 수 있다.
둘째, 클락의 전시 중 10개 전시에서 전시 공간을 또 다른 공간들로 분할하거나, 여러 공간을 다른 의미 의 공간으로 나누어 연출하였다. Anna Piaggi: Fashionology( 2006)에서는 안나 피아지의 일생을 시간 순으 로 13개의 문장으로 나누어 각 문장마다 분할된 다른 공간에 디자이너의 가치관과 철학을 담아 전시하였다 (Fig. 7 and 8). 그리고 Chloé. Attitudes(2013)에서는 현대 여성의 개념을 60여 년 역사에서 나타나는 연대 기를 기준으로 전시공간을 나누었다. 또한 Chloé의 시그니처 금속 케이스를 배열하여 그래픽, 게임 등의 주제별 메시지를 넓은 복도에 주제별 공간 분할로 연 출하였다(Fig. 9). La Galerie Louis Vuitton(2015/2016) 에서는 클락이 파테키(Pateki)라는 일종의 퍼즐게 임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 공간을 분할했고, 입출구 가 여러 곳으로 통해 있어 관람객의 동선이 자유롭 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Fig. 10 and 11). Femminities-Guy Bourdin(2017)에서는 집안이라는 한 정적 전시 공간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피팅룸, 쇼 룸, 전시장, 이벤트 공간 등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 하였다(Fig. 12). 따라서 클락의 전시는 공간을 분할하 여 관람자의 동선을 다양하게 만듦에 따라 전시 공간 의 경험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성하도록 한 것으로 보 인다.
셋째, 클락의 13개의 전시에서 정신분석학자, 큐레 이터, 헤어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 업을 통해 전시를 기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The Concise Dictionary of Dress(2010)에서 정신 분석학자 아담 필립스(Adam Phillips)가 드레스 에 대해 11가지로 정의한 용어를 바탕으로 전시를 연 출하였다(Fig. 13). 그리고 Diana Vreeland After Diana Vreeland(2012)에서는 큐레이터 마리아(Maria Luisa Frisa)와 공동으로 기획하여 Diana Vreeland의 일생을 35개의 마네킨에 투영하여 연출하였다(Fig. 14). Simone Handbag Museum(2012)전시는 국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헤어아티스트인 안젤로 세미나라(Angelo Seminara)가 디자인한 다양한 형태의 헤어를 마네킨 의 헤드에 씌워 전시를 연출하였다. 핸드백을 든 평범 한 마네킨이 아닌 핸드백을 든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 고자 한 전시 의도를 잘 보여 준 협업이다(Fig. 15). 이렇듯 클락은 패션 전시 연출에 있어서 시각적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 자신의 기획 의도를 최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였다.
Ⅳ. Conclusion
패션 큐레이션은 패션 작품을 정해놓은 콘셉이나 연출 방법에 따라 관람자와의 생각, 가치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조성을 기획하는 목적을 가지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패션 전시를 기획 및 제 작, 설치를 하는 패션 큐레이터 주디스 클락의 전시 사례를 조사, 분석하여 연출 방식의 특징과 패션 큐레 이션의 방향을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클락은 전시에 서 전시하는 의상과 함께 관련 회화, 조각, 설치 등의 예술작품이나 사진, 문서 등의 각종 오브제를 활용하 고, 전시 공간을 또 다른 공간들로 분할하거나, 여러 공간을 다른 의미의 공간으로 나누어 연출하여 공간 분할을 통한 동선의 다양화로 전시를 보다 입체적으 로 조성하였다. 또 정신분석학자, 큐레이터, 헤어아티 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의 다양한 협업으로 시각적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 자신의 기획의도를 최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 렇게 클락의 전시에는 세 가지의 연출방식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연출방식의 특징에 따라 시 대 재현 기반 큐레이션, 스토리텔링 기반 큐레이션, 탈경계성 기반 큐레이션 방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 클락의 전시 큐레이션 방향으로 복식사 또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인체 및 당시의 시대 재 현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시하는 의상이 제작되거나 착용되던 해당 시대의 상황을 사 실적으로 재현하여 관람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 하고, 당시의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함에 의미가 있다. 특히 클락은 마네킨 제작자와 자주 협업하여 전시에 서 표현하고자 하는 시대 당시에 이상적으로 여겼던 인체 실루엣에 의상을 입혀서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 밖에도, 심리학자와 역사학자 등과 협업하여 학술적 으로 분석하는 등 역시 클락의 시대의 재현에 대한 세 심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둘째, 클락은 관람객과 의 소통을 위한 도구로 스토리텔링 콘셉을 활용하였 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한다는 의미 외에 시 각, 촉각, 후각 등 다른 감각을 포함하며, 상황의 공유 와 그에 따른 상호작용의 의미를 지니며, 가치 체계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소통도구이다(Lee, 2014). 클락 의 전시는 다양한 오브제 활용과 콘셉에 맞는 공간 조 성 등을 통해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공 간 안에 펼쳐 관람객의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감각적, 정서적 체험을 극대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람객과 전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창작 과정에서의 탈경계성은 비주얼의 복합적 표현, 다양 한 분야와의 열린 공동작업, 창작과정의 개방성과 참 여성에서 나타난다(Kim, 2013). 클락의 전시에서는 다양한 오브제의 제작과 사용을 통해 비주얼의 복합 적 표현이 나타났으며, 정신분석학자, 큐레이터, 마네 킨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전문가들과의 열린 공 동작업으로 패션 전시 및 연출 형식의 경계를 두지 않 았다. 또한 동선의 다양화를 통한 연출에서도 관람자 와의 경계를 두지 않고, 동선을 다양하게 만드는 등 보다 자율적인 관람 경험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전시 기획 및 연출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복합적인 방법 과 과정의 개방성에서 탈경계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락의 패션 전시 큐레이션 방향에 따라 국 내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공 간, 관람객과의 소통의 공간, 여러 분야들의 복합적 연출 공간으로서의 패션 전시들의 새로운 시도를 지 향한다.
국내 패션 전시들은 대부분 해외 유명 패션하우스 들의 순회전시에 집중되어 있어 아직 클락과 같은 전 문 패션 큐레이터나 패션 전시를 전문적으로 기획하 는 인물이 없다. 앞으로 국내에 여러 패션 전시들이 활발히 개최되기 위해서는 패션 전시 관련 연구나 프 로젝트를 전문적으로 연구, 기획하고 실행될 수 있도 록 기업과 정부, 또는 교육기관으로부터 다양한 형식 의 프로젝트를 통한 패션 전시분야에 관한 관심과 지 원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가 주디스 클락의 전시 사례를 분석해 도출해 낸 패션 전시 큐레이션 방 향을 통해 패션 전시의 연구 및 실행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초적, 선행적 자료로 역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