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ntroduction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출현은 기존의 미디어의 파편화 현상을 가져왔으며, 기술의 진전은 소비자의 기호와 마케팅 방식까지도 변화시키 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패션산업은 미디어 플랫폼 을 이용해 브랜드 마케팅의 메커니즘을 재편성하여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는 미디어를 통해 최근의 이슈, 사회적 공감 대, 스토리, 가치, 시간을 더해 능동적으로 브랜드를 확산에 개입한다(Park, 2015). 최근 미디어에서의 가 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스토리로, 패션에서 스토리 혹은 내러티브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이용해 소비 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활동을 이끈다. 디지털의 속성인 연결 및 협업은 새로운 마케팅 비전을 추구하 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서 패션 브랜드가 고객 및 소 비자 간의 연결을 통해 마케팅 미디어를 활용하여 수 요를 촉진시키는 방안으로(Kirby & Marsden, 2007) 패션 내러티브가 활용된다.
최근 패션산업은 차별화된 내러티브를 통해 소비 자와 패션 이미지로 상호작용하여 시간과 공간을 동 일시하고 공유한다. 또한 내러티브는 동시대 패션의 중요한 트렌드 이슈를 만들어 내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시대 이전의 패션에서의 내러티브는 공간과 시간 안 에 인과적 스토리를 반영하는 단순한 스토리 전개에 집중된 광고 캠페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면, 21세기 디지털 혁신은 패션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 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시하여 브랜드의 독보적 퍼스낼리티를 이끄는 중요 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측면에 착안하여 패션 내러티브 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패션 내 러티브의 특성을 고찰하여 그 속성을 파악하고, 커뮤 니케이션 플랫폼에 따른 사례를 중심으로 패션 내러 티브를 분석함으로써 브랜드가 지닌 상업적․예술적 방식의 특징과 차별성을 밝히는데 있다. 이에 따른 연 구의 대상으로는 패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전반적 으로 실행하고 있는 동시에 막대한 자본력과 디자인 역량을 지닌 영향력 있는 럭셔리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Louis Vuitton Moët Hennessy(LVMH)의 루이비 통(Louis Vuitton)을 중심으로 패션 내러티브를 고찰 하고자 한다.
내러티브 관련 선행연구는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광고 및 PR, 영상, 사진 등의 분야에서 주로 다루어지 고 있으며, 단편적인 스토리 구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배경, 인물, 사건 등을 고찰하거나 브랜드의 광고효과 분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룬다. 패션사진에 나타난 시 각적 내러티브 및 스토리텔링의 미적 특성 연구(Jang & Kim, 2010;Park & Yang, 2009;Yun & Yang, 2004), 내러티브 패션 필름의 미학적 성질을 분석한 연구(Khan, 2012), 홍보용 패션필름에서 나타난 패션 의 미사여구와 내러티브 양식의 특성을 분석한 연구 (Mijovic, 2013) 등이 있으나, 명확한 패션 내러티브의 속성을 기반으로 한 매체별 특성과 사례에 관한 논의 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패션 커뮤니케이 션 플랫폼을 중심으로 내러티브의 사례와 특성을 파 악하여 선행연구들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또 한 브랜드 내러티브가 지닌 가치, 경험 그리고 아이덴 티티를 재조명함으로써 그 의미를 파악하여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패션 마케팅 프로모션을 위한 자료를 제시하는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따른 패션 내러 티브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론적 고찰을 통한 문헌 연구와 패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유형별로 분석하 는 루이비통의 패션 내러티브에 관한 사례연구를 실 시하였다.
연구방법으로는 첫째, 패션 내러티브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패션과 디자인 관련 서적, 인터넷 트렌 드 사이트, 저널, 패션 디자이너의 홈페이지 등에서 발 췌한 기사, 광고, 사진, 컬렉션, 영상자료를 중심으로 패션과 내러티브의 개념 및 특성에 대해 살펴본다. 둘 째, 패션에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유형을 알아보 고, 각각의 특성에 대해 정리한다. 셋째, 루이비의 커 뮤니케이션 사례를 통해 패션 내러티브를 도출한다. 연구대상의 선정 기준은 패션과 디지털 미디어 관계 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패션 내러티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기부터를 대상으로 하여 패션에 표현된 내 러티브의 내용과 특성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실시한 다. 패션 내러티브 분석에 있어서의 주안점은 플랫폼 효과와 반영에 두었으며, 연구대상으로는 이러한 미 디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실행하고 있 으며, 패션 내러티브를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하여 프 로모션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브랜드를 선정한다. 이 에 해당하는 기준으로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Interbrand)에서 실시하는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순위(best global brands rankings) 안에 랭크된 패션 브랜드 중 패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해당하 는 쇼, 사진, 필름, 전시, 매장, 소셜미디어 모두를 사 용하는 브랜드로서 활발한 프로모션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선정하였다. 루이비통 은 전 세계 글로벌 패션 브랜드 중 매년 최고의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각 컨설팅 기관에서 시행하는 럭셔리 브랜드 가치평가 순위에서 지속적으로 1위에 랭크되어 있다. 또한 패션시장의 불황에도 매년 지속 적 성장세를 유지하여 괄목할 만한 실적을 창출해 최 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연구범위는 루이비통의 내용 분석을 위해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패션 마케팅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기반 한 내러티브 전략이 본격적으로 나타 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를 대상으로 패션쇼, 패션 사진, 패션필름, 패션전시, 패션매장 VMD, SI, 웹사이 트, 소셜미디어 등의 자료를 기준으로 수집하며, 그 중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패션 내러티브가 뚜렷하게 나타난 사례를 선별하여 전개한다. 본 연구 에서는 유튜브(2005), 인스타그램(2010), 핀터레스트 (2011) 등이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인 2000년 이후의 사례 연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2000년부터 2018 년까지 기획된 자료를 취합하여 협업 사례, 기사, 이 미지 자료 등을 기준으로 사례를 선정하였다. 패션 매 장의 경우에는 상시 판매가 이루어지는 공간의 특수 성을 고려해 다양한 이벤트와 협업이 이루어지는 오 프닝 시점을 기준으로 분석하고자 하며,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의 경우는 불특정하게 정보가 게시되는 점 을 고려해 현시점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Ⅱ. Background
1. Concepts and characteristics of narrative
1) Concepts of narrative
내러티브란 화자가 특정한 혹은 일련의 사건들은 청중에게 재현해주는 광의의 이야기로 인과 관계로 연결되어진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있는 이야기를 말 하며(Kim, 2006), 개인과 사회에서 경험하고 행위하 는 모든 방식이다(Webster & Mertova, 2007). 즉, 사 건과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모든 것들을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는 명료한 음절, 즉 구어 또는 문어, 이미지, 제스처들이 혼합된 신화, 전설, 우화, 이야기, 소설, 서사시, 역사, 비극, 드라마, 희극, 마임, 그림, 스테인드글라스, 영화, 만화, 뉴스, 대화를 포함한다(Barthes, 1977). 이러한 무수한 형식 아래에서 내러티브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사회에서 나타난다. 또한 인과적으로 엮인 상황들과 사건들을 재현하는 것으로, 특정한 세계인 배경을 떠 올리게 하고, 그 세계를 지적 능력이 있는 행위자인 인물로 채운 공간에서 인물들이 특정 행위를 통해 벌 어지는 일, 즉 사건과 플롯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내러 티브 세계에 전반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Ryan, 2004). 내러티브는 영상 기호인 언어, 스틸사 진, 영화 등에서 참여자의 경험을 포괄하며, 미디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내러티브는 하나의 이야기를 연속된 장면 으로 구성하는 장치, 전략, 관습을 일컬으며, 모든 사물 은 이러한 내러티브의 최종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Chung, 2015). 내러티브는 사물과 세계를 인지하고 경험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고 체계이며, 동시에 가장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기도 하다(Fiske, 1992).
시모어 체트먼(Seymour Chatman)은 내러티브를 내 용적 측면의 스토리와 이를 전달하는 표현하는 방식 으로 담화 혹은 담론으로 구분하였다(O’Neill, 1994/ 2004). 여기서 스토리는 묘사하는 대상인 반면, 담화 는 이야기가 나타나는 본질이자 재현에 해당되는 것 으로 그 대상이 묘사되는 방식인 플롯에 영향을 받는 다. 따라서 내러티브는 스토리를 말하고 묘사하는 화 자와 그것을 듣거나 받아들이는 청자 또는 수화자가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호작용으로(O’Neill, 1994/ 2004) 설명할 수 있다. 즉, 내용적 측면의 스토리와 이 를 전달하기 위한 플롯에 해당하는 미디어 표현방식 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내러티브는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에 따라 디 지털 내러티브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좀 더 진보된 방 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디지털 내러티브 는 새롭고 혁신적인 내러티브 형식을 위한 디지털 기 술과 결합된 뉴미디어의 활용방식으로 미디어의 형식 뿐만 아니라, 문화적 관행의 분야로 이해될 수 있다 (Burgess, 2006). 최근 디지털 내러티브는 디지털 스 토리텔링과 유사한 개념으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으 며, 상보적으로 혹은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연출 및 재 현되고 있다(Jeon, 2017).
2) Characteristics and types of narrative
내러티브는 시대, 장소, 사회에 구분 없이 존재하는 것으로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Barthes, 1977). 여러 가지 시각 혹은 다양한 차원으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으며, 타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수단으로 그 의미를 전달한다. 이야기하는 사람인 화자, 이야기를 듣는 사람인 청중은 이야기와 담화의 이원적 구조로 내러티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표현되기 이전 의 상태인 이야기의 ‘내용’과 어떤 매체를 통해서 ‘표 현’된 두 가지의 형식으로 나뉘며, 이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Yeom, 2002).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의 근본 내용에 다양한 내러티브의 표 현이 가능하다(Yeom, 2002). 이는 내러티브의 특성이 연속성에 있다는 데에 기인하며, 모든 의미들이 전후 의 상황, 인과관계, 전체 맥락 하에서 결정되고 이해 된다(Yoo, 2003). 기승전결이나 인과관계로 전달하기 보다는 개방형 구조로 극적 이미지로 이루어지는 전 개 방식은 내러티브가 아닌 비내러티브(non-narrative) 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내러티브는 인과관계와 상 황의 맥락에 따라 내러티브와 비내러티브의 두 가지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떠한 미디어로 표현되는지에 따라 내러티브의 유형은 Lee(2001)와 Kim(2006)의 분류를 토대로 서술적 내러티브, 시각적 내러티브, 동 적 내러티브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 저 서술적 내러티브는 기사, 논평, 칼럼 등의 텍스트 물이 해당되며, 둘째, 시각적 내러티브는 비언어적 특 징을 가진 그림, 사진, 광고, 화보 등을 들 수 있다. 셋 째, 동적 내러티브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영화나 영상 등의 동적 이미지와 사운드의 복합적 요 소를 가진다.
이와 같이 내러티브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며, 수용자의 참여와 해석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 털 장르와 믹스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성되는 단계부터 소셜미디어 이 용자들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제품, 서비스, 이슈 등 이 형성되고 실현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려하는 것이(Hong & Choi, 2015) 최근의 변화된 현상이다.
2. Concept and characteristics of fashion narrative
패션 분야에 내러티브가 나타나게 배경을 살펴보 면 1960년대 아방가르드(avant-garde) 디자이너 혹은 컨셉추얼(conceptual) 패션 디자이너의 등장에 기인한 다. 이 시기부터 패션에서는 이상적 여성성을 제시하 기 보다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컨셉과 미적 표 현이 더 중요해졌다(Teunissen, 2014). 패션에서 초기 내러티브 활용은 문학과 영화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 이 대부분으로 패션 광고에 선형적 스토리 자체를 표 현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진보로 변화된 패션 미디어의 영향은 패션 브랜드에 있어 내 러티브를 한층 더 차별화된 전달방식으로, 브랜드 스 토리텔링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적 요소가 되었다.
디지털 시대는 오늘날 생산, 표현, 소비, 경험되는 방법을 크게 변화시켰으며, 이에 따라 패션 문화에 대 한 우리의 이해 역시 변화되었다(Uhlirova, 2013). 특 히 디지털 패러다임의 영향으로 패션을 표현하고 전 달하는 방식이나 내용을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스펙 트럼을 만들어냄으로써 현대 패션의 담론의 장이 형 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내용과 표현을 어떠 한 구성 및 방법, 그리고 어떠한 미디어를 통해 다양 하게 전달하고 확산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방 법론에서 출발하여 패션에 내러티브의 개념이 도입되 게 된다.
패션분야에서 이론적 근거는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의 트랜스미디어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젠 킨스(Jenkins, 2006)는 각기 다른 매체를 이용해 여러 콘텐츠를 보여주되, 그 스토리들이 결국 하나의 내러 티브를 생성한다는 컨버전스 미디어 현상을 트랜스미 디어로 보았다. 트랜스미디어 방식의 내러티브는 매 체별 다른 콘텐츠를 생성해내기 위해 다른 내용과 형 식으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표현한다. 여기서 내러티 브는 사용 장치와 연출은 매체의 특성에 따라 상이하 게 조정되지만 하나의 연결되는 브랜드 주제의 지점 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에서의 내러티브는 앞서 고 찰한 기존의 전통적 내러티브 방식과는 다른 성격으 로, 여기서 스토리라인(storyline)의 존재 유무는 중요 하지 않다. 다시 말해 패션 내러티브는 문학과 영화에 반영된 내러티브의 확장된 개념으로, 다양한 커뮤니케 이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브랜드 컨셉을 전달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의 패션 내러티브는 브랜드의 철학, 테 마, 컨셉 등의 메시지를 콘텐츠로 구성해 트랜스미디 어 내러티브 형태로 전달 및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정 의하고자 한다. 즉, 패션 브랜드 컨셉 혹은 메시지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각색되 어 트랜스미디어 형태로 통합됨으로써 패션 내러티브 를 전달한다(Fig. 1).
과거에도 브랜드 컨셉은 존재했었으나, 최근 디지 털 미디어의 발달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적용 하는 방법론 자체를 변화시켰다. 패션 내러티브는 선 형성과 비선형성을 모두 포괄하며, 커뮤니케이션 플 랫폼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의 콘텐츠를 생성하고 전달한다. 즉, 미디어의 성격에 적합한 각기 다른 경 험과 체험을 내러티브로 재구성함으로써 통합된 트랜 스미디어 내러티브를 생성하는 것으로, 새로운 이미 지와 전달방식의 차별화를 통해 브랜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패션 내러티브는 브랜드가 전 달하고자하는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수용자의 몰입을 유도하고, 패션과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낸 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패션 내러티 브를 브랜드 컨셉이 미디어의 환유방식인 커뮤니케이 션 플랫폼을 통해 내러티브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으 로 바라보고자 한다.
패션 내러티브의 특성을 살펴보면 <Table 1>과 같 다. 첫째, 미학적 관점은 브랜드의 철학, 컨셉, 영감, 주제에 해당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구성하여 내러티브 를 전달한다. 둘째, 전달방식은 내러티브가 다매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제공되어 일방적 혹은 양방향 의 상호작용성을 이룬다. 이러한 상호작용성은 디지 털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 다. 셋째, 패션 내러티브의 연결구조는 선형적 또는 비선형적인 내러티브와 비내러티브 구조를 모두 포괄 한다. 넷째, 표현구조는 패션 미디어로 구현되는 커뮤 니케이션 플랫폼에 따라 구분될 수 있으며,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의 시지각성을 포함한 서술적 내러티브와 시각적 내러티브, 공감각성이 반영된 재현적 측면의 시각적 내러티브와 동적내러티브로 나뉜다. 다섯째, 콘텐츠는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구술 및 시리즈, 극적 형태, 비연속성 등 다감각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포괄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여섯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의 종류에는 패션쇼, 패션사진, 패션필름, 패션전시, 패션매장,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가 해당되며, 다양 한 콘텐츠를 생성해 브랜드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또 한 상호교차와 유기적 연결을 통해 보완 혹은 완전한 의미 구성의 여지를 남겨 놓음으로써 관련 이야기로 이동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Jeon, 2017).
3. Concept and types of communication platforms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학비평가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 디어는 인간의 의사소통 및 사회구조, 패러다임까지 도 재편한다고 보았다(McLuhan, 2003/2011). 이는 매 체가 단순한 정보 전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인간 의 인식과 존재에 있어서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으 로, 최근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에 따른 미디어 간의 무경계성은 이를 대변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디어의 성질과 내적구조는 기술에 따라 변화 될 수 있는 것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제작방 식을 바꾸거나, 완전히 다른 매체로 재탄생시키는 과 정에서 매체는 확장되고, 나아가 매체적 전이현상을 발생시킨다(Semiosis Research Center et al., 2014). 마리-로어 라이언(Marie-Laure Ryan)에 따르면 미디 어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매체에 따라 스토 리를 전달하는 형식이 달라진다고 하였다(Ryan, 2006).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매체만 바꿔 동일하게 제작하는 기존의 크로스 미디어 형태 인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의 개념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트랜스미디어로서 미디 어별 다각적 패션 내러티브를 생산하는 통로가 된다. 즉, 트랜스미디어 관점에서는 다변화된 확장성을 지 닌 미디어는 매개화 및 재매개화되고, 다매체에 의한 융합을 만들어냄으로써 정보 공유를 통한 상호작용성 을 형성한다. 맥루한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행위의 규모와 형태를 형상화하고 제어하는 것이 미 디어라고 언급하였듯이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 단이라고(Ryan, 2004/2014)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 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패션 내러티브를 전달 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자 장(場)으로서 미디어 서 비스 및 콘텐츠 기반을 의미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합 성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communication platform) 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에 제시된 커뮤니케이션 플랫 폼 유형의 분류 기준은 패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실행하고 있는 전통적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를 기 준으로 하였다.
최근 들어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가진 커뮤니케 이션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앞으로 패션 브랜드가 소비자에서 어떠한 방식과 과정으로 패션 내러티브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 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패션에서의 커뮤니케 이션 플랫폼의 유형에 따른 특성과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플랫폼별 사례 제시는 패션 내러티브 표 현에 있어 브랜드 이미지와 컨셉을 집약적으로 효율 적으로 보여주며, 더불어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플랫 폼의 목적과 특성을 잘 활용해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에 주안점을 두고 선별하였 음을 밝힌다.
1) Fashion shows
패션쇼는 1900년대부터 프랑스, 이태리, 영국 그리 고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 패션 산업의 극적이고 촉진 적인 마케팅 일환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Evans, 2001). 현대 패션쇼는 19세기 프랑스 궁정에 서 기원을 둔다고 할 수 있으며, 1849년 영국의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가 디스플레 이를 위해 당시 모델에게 단순한 머슬린(muslin)으로 드레스를 제작하여 입힌 것이 시초가 되었다(S. A. Lee, 2017). 이후 워스는 1858년 파리에 패션 하우스 를 오픈하여 마네킹이라 지칭하는 모델들을 선보였다 (Everett & Swanson, 2013). 초기 패션쇼는 고객과 바 이어를 대상으로 모델이 신상품을 선보이는 살롱쇼로 시작 되었으며, 이후 이벤트와 셀러브리티의 활동과 참여가 접목된 형식이 등장했다. 이러한 퍼레이드 형 식의 쇼 데필레(défilé)는 장소와 시간을 지정해 여러 브랜드의 쇼가 함께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패션위크의 전신이 되었다(S. A. Lee, 2017).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조명, 음악, 무대 등의 구성요소를 쇼 에 도입하여(Diehl, 1976) 장르와 공간이 확장된 개념 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실험적 퍼포먼스를 무대에 도 입하여 내용과 형식면에서 총체적 예술의 특성을 가 지고 대중의 참여와 체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변화 되어 왔다.
패션쇼를 통해 브랜드 내러티브를 집약적으로 전 달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의 경우, 패션쇼에 인종과 이주에 관한 문제 를 퍼포먼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2000년 F/W 컬렉션에 테이블과 의자를 복식으로 변 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거나 무슬림 복장을 한 여 성이 등장하는 무대는 패션쇼와 디자인 테마를 연결 하는 사례에 해당된다.
또한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는 패션쇼 에 모델, 무대, 조명을 제거하고, 패션 보조물로 등장 한 우산에 빛을 밝히거나 포스터에 이미지만을 등장 시키는 쇼를 선보였다(Svendsen, 2006). 이러한 퍼포 먼스는 패션의 일반적 관습에 도전하는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적 브랜드 내러티브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Fashion photography
패션사진은 살롱에서부터 스트리트까지 패션 산업 의 움직임을 따라왔으며, 사진 기술의 진보, 나아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문화 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Kismari & Respini, 2009). 뉴홀(Newhall, 1982/2003)에 의하 면 패션사진은 1913년 미국 보그(Vogue)에 아돌프 드 메이어(Baron Adolph de Meyer)의 패션사진이 게재 된 이래 현재까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속하고 있 다. 사진은 시각적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로 1950년 대와 1960년대를 거치며 다양한 기술과 실험정신을 패 션에 도입하였으며, 여성의 미를 주제로 다루면서 현 대 패션사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Devlin, 1979).
1990년대 이후 등장한 패션사진은 이상적이고 고 전적인 미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양식, 팝과 청년문화, 그리고 비주류에 초점을 두었 다. 이러한 주요 원인으로는 패션 그 자체의 변화, 패 션 청중의 변화, 그리고 패션이 시장에 선보이는 방식 의 변화를 들 수 있다(Kismaric & Respini, 2009). 특 히 1990년대 이후 패션사진에는 간략한 스토리라인 이 존재하며, 포토스토리 혹은 에세이 성격의 연속간 행물 형태로 소개된다. 과거의 패션사진이 복식 재현 에 목적을 두었다면, 이후 패션사진은 독특한 이미지 를 창조하기 위해 프레임 안에 연속적이거나 비연속 적인 내러티브를 내포시킴으로써 타 브랜드와의 차별 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21세기 들어 패션사진을 예술적 이미지로 바라보 고자 하는 시각적 확장이 이루어져 패션필름과 더불 어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있기도 하다. 시간 속의 순간을 표현(Kismaric & Respini, 2009)하는 특 별한 속성을 지닌 사진은 여성의 미에 대한 패션 소비 자의 욕망을 포착하여 제품을 인지시키는 중요한 광 고 및 홍보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패션사 진은 크게 에디토리얼/화보(editorial) 패션사진과 애드 버타이징/광고(advertising) 패션사진으로 나뉘며 에디 토리얼 패션사진의 경우도 시각적 속성으로 인해 광 고의 연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패션잡지 또한 시장의 변화에 따른 전자잡지(e-magazine)가 보급되기 시작 하였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패션광고를 더욱 쉽게 접하게 되었으며, 광고 캠페인 사진을 통해 다양한 브 랜드 메시지를 전달하여 패션 브랜드 내러티브를 전 달한다.
입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은 1977년부터 2012 년까지 광고사진에 관능과 에로틱 관련 주제를 다양 한 방식으로 담았다. 남녀 모델의 누드를 파격적으로 등장시킨다거나 회화 작품을 차용한 예술적 표현을 스틸 이미지로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행보가 이어졌 다. 여기서 입 생 로랑은 마네(Edouard Manet)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Le déjeuner sur l’herbe), 디에고 벨라 스케스(Diego Velazquez)의 로크비의 비너스(The Rokeby Venus),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모나리 자(Mona Lisa) 등 예술적 이미지를 차용한 광고 시리 즈로 선보였는데, 이는 예술성이라는 아우라를 통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고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것으로(Svendsen, 2004/2013), 브랜드가 추 구하는 예술성을 패션 내러티브의 방식으로 연결시킨 사례에 해당된다. 또한 2012년부터 생 로랑은 중성적 이미지와 록뮤직에 영감을 받은 록시크 컨셉을 광고 에 대입시켜 생 로랑이 추구하는 브랜드 내러티브에 변화를 주었다.
이와 같이 패션사진은 내러티브를 전달에 효율적 인 플랫폼이자 시각적 스토리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소품과 장소를 선택해 특유 의 촬영기법과 그래픽 표현을 더해 상징적인 브랜드 아우라를 형성한다.
3) Fashion films
패션필름은 패션을 영화적 언어로 표현한 독립적 장르로서 브랜드, 디자이너, 온라인 매거진, 영상 아 티스트 등에 의해 제작된 10분 내외의 창작 영상물로 19세기 동적 영상매체인 필름의 등장에 따라 패션 표 현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S. J. Kim, 2017). 패션 필 름이란 명칭은 이미 1911년에 파세(Pathe) 뉴스 시네 마와 연관되어 이미 사용되었고, 2000년대 패션 산업 에 의해 마침내 그 용어는 ‘문화적 적합성’을 달성하 여 널리 채택됨에 따라(Uhlirova, 2013) 관련 기술의 진보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패션필름은 패션 에서 오랜 기간 컬렉션 및 쇼의 기록으로 사용되어 왔 지만 현재는 하나의 장르로 발전했으며(Stark, 2018), 테크놀로지의 측면에서 미디어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내러티브를 사용해 브랜드의 개성과 일련의 경험을 창출하는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초기 패션필름은 제 작과정, 트렌드, 컬렉션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Díaz Soloaga & García Guerrero, 2016) 정보전달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홍보용 단 편필름(short film) 제작이 활발해짐에 따라 패션필름 은 브랜드에 있어 상징적인 생산의 필수 아이템이 되 었다(Mijovic, 2013).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확장은 가상 적 공간 안에 역동적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 태의 표현방식들에 주목하게 되었고, 브랜드 홍보 목 적의 영상물을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이는 패션 내러티브의 개념과 구 조에 연결되는 지점으로 패션을 이용해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토대가 되어준다.
온라인 브랜딩과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단 편 패션필름은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 용한 패션의 상징적 생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다. 패션산업의 관점에서는 신기술을 활용한 비용 효 율적 방식이다(Mijovic, 2013). 대표적으로 패션필름 을 홍보의 도구로 잘 활용하는 프라다(Prada)의 ‘Past Forward’는 2016년 미국 작가 데이비드 러셀(David O. Russell)이 제작한 멀티 플랫폼 합작영화로, 인종 이 다른 여성과 남성을 3명씩 등장시켜 초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구성하였다. 이 영화는 전통적 내러 티브 방식을 거부하면서 시나리오, 등장인물, 의상, 장르, 결말이 반복 및 변형되는 등(Maxwell Orgell, 2018) 불확실한 스토리라인을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여기서 러셀은 복잡한 콜라주 요소로 캐릭터를 제시 해, 무엇이 실제이고 꿈인지, 그리고 그들 사이의 기 억과 경험에 대한 의문을 남겨놓음으로써(Maxwell Orgell, 2018) 중복과 차이를 구별하도록 열린 결말로 전개되었다.
프라다의 디퓨전 라인(diffusion line) 미우미우(Miu Miu)는 2011년 루크레시아 마르텔(Lucrecia Martel) 이 감독한 패션필름 ‘Muta’에서 전통적인 내러티브 방 식이 아닌 8명의 여성 모델들이 다수의 정체불명 의 식에 참여하는 것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의도적 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단어 몇 개만이 들릴 뿐 대사가 없으며, 영상은 기계 혹은 벌레 소리와 같은 풍경소리 를 수반한다(Mijovic, 2013). 모든 장면은 모델들의 얼 굴이 프레임, 조명, 소품, 다양한 신체 부위 혹은 연초 점의 활용으로 가려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은 폐는 영화의 모호한 이야기 및 성격 묘사가 전적으로 의상, 액세서리 및 메이크업의 활용을 통해 구성된다 는 점을 의미하며, 얼굴 없는 모델들을 비인격화된 마 네킹을 통해 패션의 실험적이고 예술화되는 경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 이 고든 폰 슈타이너(Gordon von Steiner)의 비디오와 함께 촬영한 미우미우(Miu Miu)의 2015 F/W 캠페인 ‘Subjective Reality’는 패션필름의 전통적인 개념을 거부하고 공식적인 기술과 구성을 사용하는 대신 일 상적인 시나리오를 전개하였다. 모델들은 낙서가 흩 뿌려진 거리를 지나쳐 걸어가고, 택시 드라이버와 미 묘한 관계로 묘사되며, 지역 푸드 트럭에서 햄버거를 먹으려고 멈춰 서는 등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따라 간다.
이와 같이 패션필름은 입체적 이미지를 통해 고객 의 이해를 유도하며, 직간접적으로 제품을 자연스럽 게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미지와 영상인 시청 각을 이용해 타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내러티브로 각 인시키는 효용성이 높은 매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 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빠른 시간 전파 되어 간접적 홍보효과를 끌어들일 수 있다.
4) Fashion exhibitions
패션전시는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철학 그리고 아 이덴티티를 전달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 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20세기부터 다양한 유형 으로 변모하고 있다. 패션전시라는 용어가 대두되기 이전 복식은 19세 유럽에서는 가치가 낮고 하위개념 의 장식미술로 인식되었다(Fukai, 2010). 유럽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16~17세기부터 의복과 액세서리 등을 수집했으나, 이 시기 의복과 소품은 장식미술에 그친 평가를 받아 회화와 조각보다는 열등한 미술품으로 간주되었고, 불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시장에서 복식은 단순히 당대의 복식사를 반영하는 고고학적 유물로서 선보이는 것에만 그쳤다(Y. R. Lee, 2017).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혼합이 가 능해진 탈구조주의의 영향은 패션과 예술의 조우를 통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패션은 물질적 매개체인 오브제가 공간에 특정한 컨셉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 상승을 위해 관람객에게 브랜드의 가 치와 비전을 선보이는 장으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패 션전시는 주제전, 회고전, 순회전 형식으로 나뉘며, 브 랜드가 추구하는 지향에 따라 기획을 달리 한다. 패션 전시의 유형은 전시에서 내포하고자 하는 개념 및 방 향, 성격, 내용에 따라 회고전, 패션브랜드전시, 특별 주제전시, 패션사진과 필름전시, 가상전시로 세분화 할 수 있다(Ye, 2018).
패션전시는 과거와 다르게 다양한 매체를 끌어들 여 새로운 형식을 제안하고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 술관(Bilbao Guggenheim Museum)에서 열린 아르마 니(Giorgio Armani) 전시의 경우 전시공간이 실제 패 션 매장의 구성으로 설치됨으로써 예술과 상업 공간 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대표적 패션 브랜드 순회전시로는 건축가 자하 하 디드(Zaha Hadid)와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해 체 가능한 패널을 이용해 건축물을 세워 이슈가 된 샤 넬의 ‘모바일 아트 파빌리온(Mobile Art Pavilion)’ 전 시가 있다. 2008년 시작해 2010년까지 7개의 도시를 순회하며 이루어진 이 전시에서 샤넬은 대표적 아이 콘인 퀼티드백을 자유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였으 며,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마치 한 편의 영화 를 관람하는 것처럼 스토리라인을 따라 작품을 관람 할 수 있게 하였다(Kim, 2008). 이러한 이동 가능한 컨셉의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는 프라다의 ‘웨이스 트 다운(Waist Down)’ 전시는 2009년 서울 경희궁 안 에 트랜스포머 프로젝트 일환으로 열렸으며, 렘 쿨하 스(Rem Koolhaas)가 설계한 패션, 미술, 영화의 복합 적 예술장르가 함께 이루어진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2014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 의 ‘장소의 정신(Culture Chanel)’은 2007년부터 모스 크바, 파리, 베이징, 상하이 및 광저우에 이어 개최되었 다. 여기서는 가브리엘 코코 샤넬(Gabrielle Coco Chanel) 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장소들을 소개해 샤넬만의 창 조적 언어에 초점을 두었다. 총 10개에 이르는 전시 공간은 각각 마드모아젤 샤넬의 인생에서 특별한 의 미를 지닌 장소를 대변하며, 프랑스 파리가 패션 작업 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명하였다(Seo, 2014). 샤 넬의 아이코닉 제품의 재현과 반복, 브랜드 창시자 코 코샤넬의 예술가적 예우를 통해 인지도를 활용하는 패션 내러티브 기법의 커뮤니케이션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패션전시는 21세기 들어 도시의 유명한 명소이자 가치를 지닌 미술관에서 예술과 패션을 아 우르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 브랜드가 가진 혁신, 존경, 역사, 실험정신, 예우, 공경 등을 통해 패 션이 예술과 문화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사회, 경제, 정치적 부분까지 통합한 개념을 제시하는 장으로 변 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Fashion stores
패션매장은 단순한 리테일 공간이 아닌 경험하고 몰입하는 체험의 장소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징적으 로 보여준다. 이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직접 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 다.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의 경우 유명 한 건축물이자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하여 브 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홍보 효과가 크 다고 인식된다. 이에 패션 브랜드들은 복합공간으로 서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더불어 패션매장은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공간 마케팅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소비자의 구 매심리를 직접 자극해 판매를 유도하는 프로모션을 실행한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은 플래그십 스토어 를 오감을 이용한 특별한 경험 제공을 통해 브랜드 아 이덴티티를 창출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하 고 있다. 이처럼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특성을 체 험할 수 있는 맞춤 체험형 유통매장으로, 그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패션매장을 통해 브랜드 내러티브를 전형적으로 전달하는 프라다는 과거 구겐하임 미술관의 뉴욕 소 호 분점 자리에 2001년 12월 15일 최초의 에피센터를 공개했다. 프라다는 렘 쿨하스가 주도하는 OMA/AMO 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건축 및 인테리어 설계를 하 고 있으며, 에피센터의 경우 영화 상영과 공연이 가능 한 실험적 공간이자 예술적인 형태의 매장으로 구성 하였다. 또한 공간 전체에 매달려 있는 유리 새장 형 태의 구조물에(Shin, 2008) 패션 아이템들을 설치했으 며, 매장 전체에 걸쳐 있는 진열품들 사이의 수평 선 반 위에는 평면 전자 스크린이 놓여있어 브랜드와 제 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프라다는 의류 상품들이 지닌 특별한 위상과 이미지를 강화해 브랜 드 내러티브를 표현한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적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참여한 샤넬의 오사카 매장, 디올과 펜디의 로마 매장과 더불어 뉴욕의 루이비통 매장은 예술의 다양한 양식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가 가진 스토어 아 이덴티티를 구축한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는 건축물의 외관과 실내 공간 인테리어 및 디스플레 이, 다양한 미디어의 활용을 통해 소비자가 다양한 감 각을 체험하고 인지할 수 있는 경험을 구매하는 라이 프스타일 복합매장으로서의 역할을 지닌다. 샤넬의 긴자 매장의 경우는 레스토랑과 카페, 공간마다 브랜 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구조와 공간, 조명, 벽 면, 문, 파사드를 이용해 그 자체만으로도 광고의 기 능을 하는(Nagasawa & Sugimoto, 2010/2011) 전략을 세워 매장 자체가 샤넬의 라이프스타일이자 내러티브 가 되었다.
이와 같이 패션 매장은 다양한 미디어 활용을 통해 다중감각의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내러티브를 복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6) Website and social media
소셜미디어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트위 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미디어 채널 사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사용되며(Stark, 2018), 패션 쇼 동영상, 광고 캠페인, 필름, 전시 등의 콘텐츠를 활 용해 다양한 내러티브를 홍보 방식으로 전달한다.
초고속 인터넷과 제타바이트(zetabyte) 환경에서 커 뮤니케이션의 성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한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으며, 소셜네트워크로 대변되는 페이스북은 2004년에, 트위터는 2006년에, 그리고 Instagram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모 바일 환경의 급진적 변화는 영상과 호환되어 소비자 와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매체로 급부상했다. 또한 일 반 소비자들도 브랜드,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 터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짐에 따라 디지 털 소셜미디어의 경우 그 창작자가 조직이든 개인이 든 상관없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빠르고 쉽게 개 발 및 창조하고, 배포 및 소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다(Smith, Wollan, & Zhou, 2010/2011).
2017년 구찌(Gucci)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해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을 합성해 만든 회화작품을 연 상시키는 사진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듯한 작품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을 마케팅 커뮤 니케이션의 도구이자 리소스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2017년 85% 의 럭셔리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발표했다(D’Arpizio, Levato, Kamel, & de Montgolfier, 2017).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은 Z세대를 향해 마케팅 채널을 조정하고 있 으며,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언어를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구찌의 경우 #TFWGucci(That Feeling When Gucci) 캠페인을 통해 구찌를 연상시키는 시각적 의미를 담 은 일련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으며, 꼼 데 가르송 (Comme des Garcons), 베르사체(Versace), 칼 라거펠 트는 그들의 이모티콘을 만들어 공개할 정도로 밀레 니얼 세대를 위한 다양한 내러티브를 이용한 홍보활 동을 전개하고 있다.
Ⅲ. Fashion Narrative: Case Study by Communication Platforms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사례를 선정하기 위해 글 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 2018) 에서 실시하는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순위 (best global brands rankings)의 상위에 랭크된 패션 브랜드로 루이비통(Louis Vuitton), 나이키(Nike), 에 이치엔엠(H&M), 자라(ZARA), 에르메스(Hermès), 구 찌(Gucci), 아디다스(Adidas), 까르띠에(Cartier), 티파 니(Tiffany & Co.), 버버리(Burberry), 프라다(Prada), 디올(Dior), 샤넬(Chanel) 등을 1차로 분류하였고, 커 뮤니케이션 플랫폼, 즉 패션 미디어에 해당하는 쇼, 사진, 필름, 전시, 매장, 웹과 소셜미디어 전체를 프로 모션 전략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로 글로벌 럭셔리 브 랜드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구찌, 디올, 버버리, 프라다를 2차 선별한 후, 그 중 가장 상위에 랭크된 루이비통을 최종적으로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Table 2). 럭셔리 브랜드는 비용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인 프 로모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자산과 환경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창성, 희소성, 예술성을 동시에 추 구한다. 루이비통은 LVMH S.A.의 가장 핵심적인 브 랜드로 선도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으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가방, 의류, 주얼리, 신 발 등의 패션 제품군만이 아니라, ‘삶 속의 예술(art de vivre)’이라는 모토아래 예술, 건축, 환경, 세계 아 동 후원, 와이너리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활 동을(S. B. Kim, 2017) 펼쳐왔다. 루이비통의 내세우 는 전략적 아이덴티티는 창의적 비전, 장인정신, 독창 성, 한정판, 판매량 제한, 희소가치성, 세컨드 라인 지 양, 개인 맞춤화, 시티 가이드 컬렉션, 아티스트와 콜 라보레이션 등으로 프랑스가 가진 정통성에 기반으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루이비통의 브랜드 내러 티브를 살펴보기 위한 분석 유목과 기준을 패션 내러티 브 속성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Table 3).
1. Narratives in fashion shows
루이비통은 패션쇼에 공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차 별화된 패션 내러티브를 선보이기 위해 고도로 계산 된 극적인 무대 미술, 움직임, 음악 등이 결합된 이미 지를 시각화하였다.
2012년 S/S 컬렉션에서 회전목마를 실제로 무대에 등장시켜 꿈과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모델들은 실 제로 목마에 앉아 로맨틱한 레트로 감각의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오르골 연주와 함께 원더랜드로 시․공 간을 이동하는 상황을 연출해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 했다. 2012년 F/W 컬렉션은 실제 기차 플랫폼 무대에 기적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익스프레스(express)를 등 장시켰고, 모델들이 기차에 내리면 포터가 여러 개의 가방을 들고 에스코트하는 행위가 펼쳐졌다(Fig. 2 and 3). 이러한 장면들은 실제로 고전 연극이나 영화 의 플롯이 연상되게 함으로써 그 시절 향수(鄕愁)를 느끼게 하며 루이비통의 전통에 대한 역사를 회상시 키는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감각적 시 간 여행을 표현하는 배경과 여러 장치들을 이용해 ‘여 행’이라는 내러티브를 강조한다.
2017년 F/W 컬렉션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에서 루이비통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의미를 담아냈다. 17~18세기 신고전주의 조각 작품들 사이의 런웨이는 루이비통의 ‘예술’에 대한 지속적 참조라는 브랜드 내러티브의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루이비통은 패션쇼를 통해 이벤트 성격 의 무대와 소품, 음악과 패션 장치들, 그리고 장소의 규모로 이어지는 방대한 조형적 요소를 활용하여 지 속적으로 제시하는 ‘여행’과 ‘예술’이라는 내러티브를 재현한다. 즉, 브랜드 컨셉을 퍼포먼스와 같은 예술적 형태와 무대가 결합된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총체적 성격의 종합예술의 성격으로 변모시킴으로써, 단순히 상업적 성격의 ‘의류’라는 속성을 자연스럽게 은폐시 키고, 브랜드가 지닌 내러티브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 내고 이를 각인시킨다.
2. Narratives in fashion photographs
루이비통은 여행을 테마로 2007년부터 패션 광고 사진을 통해 기업 PR 및 브랜딩의 일환으로 코어 밸류 캠페인(Core Values Campaign)을 지속적으로 진행하 고 있으며, 저명한 인사와 셀러브리티를 광고에 기용해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은 여행이다(Life is Journey)’ (Choi, 2015)라는 관조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아 매 시즌 광고 캠페인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2011년 캄보디아 아이를 입양한 배우 안 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를 모델로 기용해 캄보디 아의 씨엠립(Siem Reap) 지방을 배경으로 광고 캠페 인을 선보였다(Fig. 4).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 에 의해 촬영된 이 광고 캠페인은 여행을 통해 자아를 발견한다는 컨셉으로 캄보디아의 전통적 유산과 자연 그대로가 보존된 이 지역 풍경을 평화롭고 서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했다. 이와 같이 루이비통은 여행을 테 마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캠페인 시리즈는 유명인사 의 삶과 여행을 투영시켜 루이비통이 전달하고자 하 는 메시지에 감동과 이해를 더한다.
스티브 마이젤(Steven Meisel)이 촬영한 2012년 F/W 광고 캠페인은 열차 안에 모여 앉아 여행을 즐기 는 여성의 모습을 레트로 풍의 잿빛 화면으로 연출하 고 있다(Fig. 5). 열차 안 여성들은 정적인 자세로 창 밖을 응시하는 장면을 통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을 포착한 듯한 느낌을 현대적 감 각으로 재해석했다. 더불어 핸드백과 모자가 강조된 프레임 구성은 고급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여행을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와 같이 루이비통은 패션사진을 통해 미지의 세 계로 떠나는 여행과 그 여정을 표현하여 시간성, 공간 성, 초현실성을 내러티브로 전달한다. 더불어 감성적 이고 고전적 이미지를 강조해 루이비통의 역사를 되 짚는 모티프를 마련한다.
3. Narratives in fashion films
루이비통의 코어 밸류 캠페인 ‘인생이 당신을 어디 로 데려갈 것인가?(Where will life take you?)’(Anakin, 2009) ‘한 번의 여행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A single journey can change the course of a life)’(Yoo, 2011)의 문구의 티저 광고 필름은 광고 사진의 연장 선상에 놓인 것으로서, 여행에 대한 의미와 삶에 있어 서의 가치를 돌아보고 자아를 발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고 캠페인 사진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했 던 이미지와 여정을 보여줌으로 루이비통과 함께하는 여행과 자유, 자아를 발견하는 시적인 내러티브를 보 여준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카피 문구와 글을 삽입해 시적인 감성을 입히고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끄는 내 러티브 기법으로 구사해간다.
2012년 루이비통의 ‘그슈타드 리조트(Gstaad Resort)’ (Fig. 6)는 새로운 감정과 경험으로 가득 찬 발견의 여 정을 보여준다. 이는 실제로 스위스 베른 알프스에 오 픈한 루이비통 부티크 매장을 기념해 제작되었다. 스 위스 블로거 크리스티나 바잔(Kristina Bazan)이 루이 비통 매장으로 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전개로 신비한 동화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과 주인공이 추 리해가는 과정을 통해 루이비통의 여행과 관련된 정 통성을 강조한다.
이어서 루이비통은 ‘여행의 정취(Spirit of Travel)’ 시리즈 중 두 번째 카브리해를 배경으로 제작된 2015 년 S/S 광고 캠페인은 바다, 항해, 부두에서의 모험을 키워드로 자유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내러티브를 보 여준다(Fig. 7). 모래사장에 모던한 감각의 레트로 스 타일 여행 가방을 쌓아두거나 부두에 일렬로 나열한 연출 기법, 푸른 하늘과 바다, 햇살이 비치는 초원과 대자연의 풍경은 모델의 의류와 제품의 대비를 통해 미장센을 표현한다.
4. Narratives in fashion exhibitions
루이비통은 패션전시를 통해 전통과 혁신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그들이 가 진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한다. 전시의 규모와 설치된 오브제들은 일반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을 만큼 고급스럽고 화려한 예술적 도구로 연출되었다.
루이비통의 2015년 ‘Series’ 순회전은 로스앤젤레 스, 서울, 런던, 싱가포르에 이르는 세계 주요 도시를 무대로 ‘현재, 과거, 미래(Past, Present and Future)’에 대한 컨셉을 접목해 루이비통의 1864년 창립부터 현 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에 대해 시각화하였다. 루이비 통의 경우 전시에서 디스플레이에서 등장하는 필름 영상은 그들의 전통을 표방하는 제작과정을 따라가는 프레임화된 장인의 생산기술과 재화를 다큐멘터리 형 식으로 보여주거나 실험실이나 연구소 같은 공간을 내러티브의 시각적 이벤트로 끌어들인다. 이후 화면은 확대되어 장인의 숙련된 수작업으로 특별하게 제작된 액세서리, 소품과 장식, 소재에 대한 완벽한 마감 처 리에 초점을 맞춘다. 마치 아티스트가 한 작품을 완성 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과 같이 공력을 들 인 전문가에 의한 제작을 강조해 범접하기 힘든 하나 의 작품이라는 브랜드 내러티브를 자연스럽게 각인시 키는 것이다. 이러한 영상물은 실제 전시 공간에서 실 제로 시연되기도 한다.
루이비통의 2017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에서 선보인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Fig. 8)는 파리를 시작으로 도쿄에 이어 열린 순회전시로 새로운 향수 출시에 맞춰 이를 프로모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이 전시의 컨셉은 ‘여행’으로 루이비통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할 수 있는 컬러, 아트월, 오브제, 영상 등을 이용해 장인 정신을 강조하였고, 루이비통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내러티브 방식으로 풀어내어 브랜드가 가진 전통과 유산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루이비통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유산은 그들의 모토가 되는 장인정신을 바탕 으로 새로운 혁신의 자리를 표방하는 내러티브가 내 재되어 있다. 특히 전시장의 유리관에 보관된 앤티 크 트렁크는 보존가치가 높은 역사적 유물 같은 오 브제로서 예술화된 내러티브를 보여주었다. 이는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 드 주위의 특정 물체와 재료를 전시물로 선정하는 것으로, 대중 앞에 제시되는 역사는 의도적 구성 (deliberate construction)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Bai, 2017).
루이비통은 패션전시를 통해 관람자와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운 체험을 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패션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미디어를 전시 공간에 끌어들여 공감각을 통한 내러티브를 경험하게 만든다. 이를 통 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예술적 감성, 가치의 확 장, 몰입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의 능동적 참여와 브랜 드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브랜드가 가진 상 징적 내러티브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 는 전시라는 예술성 짙은 홍보 수단을 이용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이 해할 수 있다.
5. Narratives in fashion stores
루이비통은 패션매장을 시각적 이미지에 후각, 청 각, 촉각 등의 다감각을 더해 경험하고 느끼는 창의적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브랜드 가치성 과 혁신성에 기반을 두고 창의적인 건축물에 특별한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를 더해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 지를 강화한다.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브랜드 특성에 맞는 특별한 공간 구성과 소품을 활용해 소비 자의 체험을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자 예술적 성격의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함의하게 한 다. 이러한 문화적 경험의 공간이자 예술적 체험의 공 간인 패션매장은 여러 미디어를 혼합해 브랜드 내러 티브에 주목하게 만든다. 루이비통의 플래그십 스토 어는 특별한 내러티브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고객의 경험을 이끄는 감각적 전략을 실행 한다.
루이비통이 여행가방을 중요한 내러티브 코드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루이비통의 서적과 소품 들이 배치된 고급스러운 공간의 아카이브로 상류층의 엘리트 이미지를 강조한다거나, 이니셜을 새겨주는 셋팅 도구들이 있는 공방 성격의 부스 등은 루이비통 만의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루이비통이 가진 브랜드 내러티브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
2005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Champs-Élysées) 매장 오픈닝 축하 행사에 이탈리아의 현대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포트그래퍼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의 컨셉추얼 퍼포먼스 아트를 선보였다. 여 기서 비크로프트는 가방 진열대에 비크로프트와 루이 비통의 ‘VBLV’ 철자가 새겨진 여성 누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게 하여 모델들의 몸이 상업적 성격의 일 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Fig. 9). 이러한 루이비통 의 상징적 모노그램 가방과 피부색이 다른 여성 모델 들의 컬러 대비는 루이비통이 추구하는 예술성을 나 타내며, 패션 매장이 예술 공간화 되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이는 브랜드의 독점적이고 차별적인 모습 을 보여주기 위해 예술을 차용한 것이다. 이 개점 행 사에서는 비크로프트의 공연 이외에도 설치 예술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비디오 예술가 팀 화이트 소비에스키(Tim White-Sobieski)가 참여해 루이비통 을 위해 제작된 작품을 함께 전시하였다.
또한 2009년 오픈한 일본의 롯폰기 힐스(Roppongi Hills) 매장은 아티스트 스티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와 협업으로 제작된 그라피티를 매장 외벽에 사용함으로써 예술가들과의 조우를 통해 루이비통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예술성이라는 내러티브를 보여준 다(Fig. 10). 2017년 프랑스 파리의 방돔(Vendome) 플 레이스에 세워진 플래그십 스토어는 베르사이유 궁전 을 건축한 쥘 아르두앙 망사르(Jules Hardouin-Mansart) 가 건축한 호텔을 매장으로 재탄생시켜 고전적 요소 와 현대적 이미지를 결합했으며, 예술가들의 작품 33 점을 매장 내 전시하고 건물 외관에 루이 14세의 태양 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설치하여 루이비통의 예술적 참조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루이비통은 매장의 내부와 외관을 예술작 품과 다양한 설치미술 작업을 이용해 예술참조에 관 한 브랜드 스토리나 예술적 상징이 드러나는 내러티 브를 전달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6. Narratives in website and social media
루이비통 사이트는 크게 공식 웹사이트(Louis Vuitton Official Website)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The Foundation Louis Vuitton)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관련 소셜미디 어 계정은 2005년 유튜브, 2009년 6월 페이스북, 2012년 6월 인스타그램, 2011년 핀터레스트, 2009년 6월 트위터, 2014년 10월 인스타그램 LV 순서로 런 칭되어 브랜드의 광고와 홍보를 다양한 형태로 진행 하고 있다.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는 상품의 카테고리에 따라 제 품의 컨셉, 여행과 예술에 대한 콘텐츠를 비롯해 브랜 드의 최신 정보와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으며,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홈페이지는 미술관에서 행해지는 행 사, 공연, 전시 등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 공해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Fig. 11).
소셜미디어의 경우 페이스북(Fig. 12)에는 페이지 기능을 활용해 현재 진행하는 전시 관련 이미지와 작 품들 위주의 게시물, 뮤지컬이나 음악회 등의 이벤트 가 업로드되며, 인스타그램은 웹사이트의 정보를 실 시간 모바일 버전과 연결되어 필름 혹은 애니메니션 영상이나 캠페인 이미지, 전시를 미리 홍보하는 성격 의 특별한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핀터레스트는 사진 과 연결된 링크로 상품의 이미지를 주로 확인할 수 있 다. 트위터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공유개념의 리트윗 (retweet)을 활용하기 위해 인증 혹은 전시회 현장사 진을 올린다. 나아가 루이비통은 유튜브를 통해 프로 젝트 관련 프리뷰 영상이나 진행과정, 인터뷰, 예술가 와의 인터뷰, 패션쇼 영상물 등을 게시하여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또한 루이비통 어플리케이션은 모바일 숍이자 온 라인 상품 판매의 공간으로 구매 가능한 시스템을 구 축하고 있으며,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지역과 여행에 대한 정보를 도시별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문화예술과 장소에 대한 취향을 대한 내러티브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데, 세계 주요 도시 가 이드 북을 발행한 기념으로 제작된 모바일 앱 혹은 커 넥티드 워치의 역할을 하는 ‘땅부르 오리종(Tambour Horizon)’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정보와 서 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Fig. 13). 도시의 특성이 반영 된 리포터와 포토그래퍼 그리고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레스토랑, 카페, 미술관, 호텔 등을 통해 여행에 관한 메종 고유의 독자적 관점을 전 세계 독자들과 공유한 다(Chung, 2018).
이와 같이 루이비통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혁신 을 통해 여행이라는 패션 내러티브를 구사함으로써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체험의 가능성 을 제시한다.
앞에서 살펴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별 루이비통의 패션 내러티브 특성을 정리하면 <Table 4>와 같다.
Ⅳ. Conclusion
최근 소비자의 트렌드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 을 넘어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커뮤니케이션함으 로써 개인의 감각을 경험화 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 어져 있다. 이러한 감각의 확산은 내러티브로 귀결된 다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을 투영한 감정 자체의 이입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과 기호를 발견하는 것으 로 제품의 컨셉과 브랜드의 정체성이 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패션 내러티브는 비즈니스 차원의 상업적 성격을 강조하기보다는 내러티브가 가 지고 있는 브랜드의 컨셉, 성격, 이미지를 강조해 브 랜드 아이덴티티를 공유하고 전개하는 것으로 파악되 었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루이비통의 패션 내러티브 특 성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패션쇼에서는 단순 히 상업적 성격의 상품을 선보이는 차원을 넘어 스펙 타클 무대와 퍼포먼스를 활용해 여행과 예술에 대한 내러티브를 활용하고 있으며, 패션사진에서는 패션쇼 에서 선보였던 컨셉을 새로운 장소와 무대로 옮겨 예 술과 여행을 시리즈 성격으로 강조하였다. 또한 패션 필름은 패션쇼와 사진에서의 등장했던 배경과 모델을 등장시켜 특정한 장소에서 여행의 여정을 따라가는 연출방식을 시도해 몰입감을 높였다. 패션전시는 루 이비통의 아이템, 오브제, 예술작품, 예술가와의 협업 등을 선보여 브랜드의 역사성과 신화적 성격을 표현 함으로써 예술과 여행에 대한 루이비통의 아이덴티티 를 홍보했다. 패션매장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조 형적 건축물과 예술적 성격의 오브제를 활용한 매장 디스플레이, 루이비통의 역사성을 여행을 대표하는 트렁크를 통해 선보여 감각적 체험을 이끄는 패션 내 러티브를 구축했다. 마지막으로 패션 웹사이트와 소 셜미디어는 앞서 실행하고 있는 루이비통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방식을 통합해 예술과 여행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홍보하여 소비자의 공유와 참여의 장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브랜드 내러티 브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루이비통은 정통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구축된 패션 내러티브를 이용해 ‘예술화(artification)’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여행을 주제로 루이비통의 역 사와 철학을 상기시키고, 상류층의 엘리트 라이프스타 일을 자연스럽게 노출함으로써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 성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따라서 패션 내러티브는 브랜드 컨셉, 아이디어, 창조적 과정, 다차원적 제품 경험(Teunissen, 2014)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적 방법론으로 광고와 홍보의 성격을 가진다.
루이비통의 패션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공통적으 로 집약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잘 짜인 장인정신과 예 술화를 강조한다. 둘째, 삶, 자연, 자유를 찾는 여행이 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신흥 브루주아 라이프스타일 을 표현한다. 이렇듯 루이비통은 장인정신과 혁신, 예 술과 여행을 위시한 메시지를 패션 내러티브로 전달 하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넘나드는 다감각 의 변화를 이용해 브랜드가 가진 예술적 콘텐츠를 강 조함으로써 삶이 곧 여행이며, 예술이라는 존재적 가 치에 의미를 두고 이를 관조적 입장에서 바라봄으로 써 상업적 마케팅 방식과는 거리 두는 듯한 홍보 방식 을 취한다. 따라서 패션 내러티브는 브랜드의 정체성 과 가치 그리고 경험을 접촉하는 감성과 상상력을 소 구하는 새로운 메시지 전달방식이자 브랜드 커뮤니케 이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패션 내러티브 특성을 분석한바 럭셔리 패션 브랜드 의 전반적 내러티브 전략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는 한 계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후속 연구에서는 그 외의 영향력 있는 럭셔리 브랜드의 변화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따른 내러티브를 분석하여 패션 내러티브를 심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향후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의 기술적 진화와 더불어 패션 내러티브의 방식을 다 양한 형태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패션 기업에서 브랜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론이자 마케팅 전략의 차별화를 위해 시각적 아 우라를 지향하는 패션 내러티브 전략의 분석이 이루 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