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ntroduction
21세기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영상예술 분야에서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쇼, 사진, 영화에서 보여졌던 패션을 표현하는 이전의 방식도 새로운 국면을 맞 이하고있다. 최근‘A Therapy’(Polanski & Brun, 2012), ‘Castello Cavalcanti’(Anderson & Khondji, 2013), ‘A Rose Reborn’(Park & Guadagnino, 2014) 등의 현대 패션필름들은 다른 문화영역과의 결합을 통해 패션 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패션 영상물들은 쇼와 사진과 같은 아날로그적 재현으로 한정되었던 이전의 방식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와 함께 독창적 이미지로 확장시키고 있다. 디지털 매체가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패션필름의 다양한 역동적 이미지 들은 상업적 목적을 넘어서 독립적 영상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패션필름은 특정 브랜드가 제품의 컨셉과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짧은 길이의 동영 상으로 정의된다(Kim & Kim, 2013). 이러한 디지털 패션영상에 대한 선행연구 역시 대부분 패션브랜드 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되거나(Hong & Kim, 2014; Kim, 2014; Kim & Kim, 2013; Lee & Kim, 2011), 작가적 특성(Kim, 2013a; Kim, 2013b)에 대해서 주 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이후로 닉 나이트(Nick Night), 루스 호벤(Ruth Hogben), 쿠엔 틴 존스(Quentin Jones)과 같은 여러 영상작가들은 브랜드 홍보의 목적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창작 영 상물들을 공개하며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 해 예술적 활동을 목적으로 패션을 재해석한 영상 이미지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패션필름들 은 특정 브랜드를 위한 공간이 아닌 패션영상만을 위한웹사이트 ‘쇼스튜디오’(www.showstudio.com), 제 약 없이 누구나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공 간 ‘비메오’(www.vimeo.com) 혹은 ‘유튜브’(www. youtube.com) 등에 공개하며 당대 영향력 있는 패션 들을 공감각적 이미지로서 표현하여 관객과 소통하 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패션필름을 디지털시대 패션을 표현하는 독립적 영상예술의 관점에서 바라 보고 현대 패션필름에 나타난 표현의 특수성을 고 찰해 보고자 한다.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이러한 영상물들이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리얼리티 를 나타내고 있다. Manovich(2001/2004)는 디지털 매 체에 의한 리얼리티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서 메타 리얼리티(metareality)를 언급하고 있다. 메타리얼리 티는 문자 그대로 실제를 초월하는 또 다른 현실로 서 정의될 수 있다. 디지털 영상에서의 메타리얼리 티는 물질적 속성을 뛰어 넘는 형이상학적 실제이 자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의 이미지이다. 따라서 메타 리얼리티로 표현되는 다양한 이미지들에 대한 연구 는 인간이 갖는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한 고 찰이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영상이 갖는 큰 영향력만큼 시각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서 패션필름은 아날로그 공간 속에 머물던 패션을 또 다른 가상의 디지털 공간 속으로 이동시키며 경험적 한계를 뛰 어 넘어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패션이미 지의 전통적인 생산방식과 이를 향유하는 소비형태 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인터넷 환경 속에서 더 욱 가속화 되고 있다. 디지털영상이 보여주는 초현 실적 이미지는 상품으로서의 패션을 물질적 차원을 뛰어넘는 대상로서 전환시키며 디지털 시대 패션문 화의 변화를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 패션필름에 표현되는 메타리얼리티를 살펴보는 것 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새로운 패션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더불어 패션을 정신적 차원으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립적 예술장르로서 패션필름을 정의 내리고 현대 패션필름의 특성을 고찰해본다. 둘째, 디지털 영상 과 메타리얼리티에 대한 개념과 특성을 정의 내린 다. 셋째, 현대 패션필름에서 표현된 메타리얼리티 를 분석하여 패션필름의 표현의 특수성을 정의 내 린다.
연구방법으로는 패션필름, 디지털 영상과 메타리 얼리티의 개념과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문헌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패션필름의 표현 분석을 위해 실증적 분석을 병행하였다. 연구 대상으로는 독립적 예술장 르로서패션필름의특징이잘나타나있는‘The Elegant Universe’, ‘#asif’, ‘Sans Couture’ 세 편을 선정하였 으며, 그 표현 분석을 통해 현대패션필름에 표현된 메타리얼리티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II.Background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는 인간의 역사에 서 기술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했다. 중세 유럽에서 의 시계나 16세기 전후의 유리 제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근대의 지식생활과 경제활동의 발전을 긍정 적으로 평가하면서도(Mumford, 1934/2013), 기술 진 보의 성과가 근대 이후 희망적이기 보다는 퇴행적 으로 변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기계의 발전이 인간 의 정신생활을 제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Mumford, 1952/1999).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기술의 발전은 인간 삶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파괴, 유전공학에 의한 인 간 존엄성 등과 같이 과학 기술이 가져온 부정적 결 과물에 대한 인식 역시 그린테크놀로지(green technology), 생식보조기술(reproductive technology) 등 과 같이 보다 진보한 기술을 통해 오히려 긍정적 시 선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예술에 있어서도 일찍이 Benjamin(1969/1987)은 기술의 발전이 시각 의 무의식의 확장과 충격적 경험에 의한 지각의 심 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설명하며 이에 따라 예술에 대한 대중의 수용방식의 변화를 예견하였다. 현대 디지털 시대에 패션을 표현하는 방식과 수용에 대 한 태도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 라서 본 장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발전시켜 테크놀 로지 시대에 패션에 대한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서 패션필름을 살펴보고, 현대 패션필름이 갖는 디지털 영상의 특성과 메타리얼리티에 대한 개념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1.Fashion film and digital image
1)Fashion film
선행연구들(Kim, 2013a; Kim & Kim, 2013; Lee & Kim, 2011)에서 패션필름은 특정 패션 브랜드의 시즌 컨셉의 전달과 브랜드 정체성의 표현이라는 목적성을 갖고 제작하여 패션 쇼 장내에서 상영되 거나 디지털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10분 이내 분량 의 동영상 이미지로서 패션쇼영상, 브랜드영상, 애 니메이션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패션필름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10년 대 뉴스영화(newsreel) 이후부터이다(Uhlirova, 2013). 패션잡지와 같은 인쇄 위주의 이전의 매체가 시각 의 한정된 이미지를 제공했다면, 영화적 형태는 시· 청각에 의한 공감각과 움직임을 더한 역동적 이미 지를 제공한다. 그 동안의 패션필름들은 영화가 제 공하는 사차원적 영상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효과적 으로 이끌어 광고, 패션쇼, 애니메이션 등의 형태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데 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패션필름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으 로 독립적 예술형태로서 그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 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은 자유로운 이미지 조작을 통해 작가의 예술성을 풍부하게 발현시키고, 패션필름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패션의 독창적 이 미지를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한편 현대 패션 필름의 제작과 확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데에는 인 터넷 환경의 조성 특히, 2007년 본격적으로 국가별 현지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무료 동영상 공유사 이트 유튜브의 영향력과도 관련 있다.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인터넷공간은 패션 브랜드들에게도 효과 적인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형태의 영상예술의 생산과 확 산에 중요한 장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같은 패션필 름에 대한 관심은 ‘A Shaded View on Fashion Film’ (ASVOFF, 2015), ‘International Fashion Film Awards’ (IFFA, 2015)와 같은 국제적 패션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더욱 장려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의 패 션필름은 브랜드의 정체성 혹은 시즌 컨셉과 소비 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패 션에 대한 작가들의 예술성을 발휘하고 관객과 소 통할 수 있는 하나의 영상예술로서 볼 수 있다. 따라 서 본 연구에서는 현대 패션필름을 당대의 패션을 주제로 하고, 디지털 매체에 의해 재해석하여 관객 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 목적으로 하는 영상예술로 서 정의하고자 한다.
패션필름은 내용 구성에 따라 내러티브(narrative) 와 비내러티브(non-narrative)로 구분될 수 있다. 현 대 패션필름은 인터넷 공간의 업로드상의 제약으로 인해 10분 정도의 시간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통 적인선형적내러티브형식의패션필름은비교적간단 한 내용을 극적으로 구성시키거나, 젠야(Ermengegildo Zegna)의 ‘A Rose Reborn’(2014)에서처럼 시리즈 물 로 공개한다. 이에 반해 비내러티브적 구성은 이러 한 한정된 시간 안에 시·청각적으로 효과적인 메 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성은 극의 기승전 결로 전달하기 보다는 다양한 효과를 활용한 함축 적 이미지로서 전개되기 때문에 디지털 영상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비서사적 구성은 대부분 의 패션필름에서 보이는 현대 패션필름의 큰 특징 이 되며, 그 대표적 작가로 닉 나이트를 들 수 있다. 쇼 스튜디오에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디지털 테 크놀로지의 선진적 도입을 통한 새로운 이미지의 표현 특징을 보이고 있다(Kim, 2013b). 패션필름 ‘Sans Couture’(Knight & Harlech, 2014)를 비롯한 대 부분의 그의 작품들이 공감각적 멀티미디어에 의한 독특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비서사적 영상물이다.
현대의 패션필름은 디지털 영상예술의 매체적 특 성을 보인다. 패션필름은 융합예술, 홍보효과, 상호 작용, 탈경계의 특성을 나타내는데(Kim, 2013), 이 는 디지털 매체의 특징들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아날로그시대의 이차원적 이미지는 디 지털 미디어에 의한 사차원적 이미지로서 사진과 영화 사이의 융합예술,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의한 복합적 예술형태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의 구현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정보의 확산이 라는 특성과 함께 브랜드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훌륭한 홍보의 효과로서 작용되고 있다. 패션필름의 탈 경계적 특성은 디지털 영상 테크놀로지에 의해 영상 내 현실과 가상의 사실적 공존을 실현시킴으 로써 나타난다. 더 나아가 디지털 패션필름에서 조 작된 현실은 실제 하는 다른 시공간으로의 전환된 패션 이미지이다.
2)Digital image
디지털(digital)은 사람의 ‘손가락의, 숫자를 사용 하는’ 뜻에서 디지트(digit)에서 유래한 말로, 연속적 으로 변화하는 아날로그와 대응되는 의미에서 임의 의 시간에서 중간 값을 취하지 않는 양을 가리킨다 (Yu, 2000). 이러한 디지털 매체에 의해 구현된 영상 을 디지털 영상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영상은 영상 테크놀로지와 함께 이미지의 리얼리티와 가변적 특 징을 갖는다.
먼저 디지털 영상은 실제와 같은 정확한 이미지 구현이 가능하다. 영상에서 디지털이 갖는 의미는 입력된 정보를 이진법에 의해 정확하게 출력 가능하 다는 점이다. 아날로그 사진이나 영화의 경우 매체 의 물리적 한계가 갖는 정보 값의 손상이 발생하지 만, 디지털로 전환된 영상은 중간 손실이 최소화된 다. 이러한 디지털 매체에 대해서 Manovich(2001/ 2004)는 디지털 미디어의 핵심원리를 수적재현, 모 듈성, 자동화, 가변성, 부호변환이라는 정보의 비물 질적 전환으로 설명한다. 즉, 정보의 전달이 비물질 적 변환의 과정에 의해 스크린이 입력된 값 그대로 의 정확한 이미지를 구현시키기 때문에 디지털 영 상은 실제와 같은 리얼리티를 가능하게 하고 더 나 아가 인간의 가시영역 이상의 것까지 실현시킬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영상이미지들은 현대사회의 시 청각적 동영상 시퀀스 형태의 미디어적 환경에 따 라 영화적 언어를 취한다(Manovich, 2001/2004). 이 러한 디지털 영상의 형태는 시간의 개념이 더해진 사차원적 공간으로서 더욱 현실적인 리얼리티에 접 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지털 영상은 실 제를 더욱 현실과 같은 이미지로 구현시킨 리얼리 티를 보인다.
디지털 미디어의 정보의 비물질적 전환은 이미지 의 변형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의 가변성은 아날로그 시대의 ‘정체된 이미지’와 구 분된다. 아날로그 사진과 영화가 ‘과거의 현재’로서 정보를 그대로 담아 옮기는 ‘전통적 의미의 영상’을 제공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디지털 영상은 ‘실시간 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미지의 조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운용프로그램과 같은 ‘오 퍼레이션(the operations)’은 이미지의 다차원적 조 작을 실현시킨다(Manovich, 2001/2004). 디지털 영 상의 이러한 방향성은 폴 비릴리오(Paul Virillio)가 밝 힌 “내면적(mental) 이미지의 외재화”이며(Lee, 2004), McLuhan(1964/1997)이 주장한 ‘인간기능의 확장’이 다. 이전의 영상이 ‘시간의 몽타주’에 머물렀다면, 컴퓨터 미디어의 오퍼레이션은 디지털상의 그림을 ‘자르고 붙이기’ 즉, 변형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공 간의 합성과 이미지의 꼴라주(collage)를 보다 사실 적으로 구현시킨다. 따라서 컴퓨터 스크린은 인간 내면적 작용에 의해 새로운 시·공간이 만들어지는 디지털 캔버스이며 가상현실적 생산물이 존재하는 공간이 된다. 맥루한이 예견한 미디어의 힘은 메시지 전달을 위한 도구가 아닌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바 꿀 수 있는 내재적 가능성이다(McLuhan, 1964/1997). ‘전기시대(the electric age)’에 디지털 매체는 인간 정신적 작용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정신적 매개체로 서 원본 이미지의 광범위한 변형과 인간에 의해 기 술적으로 가능한 창조적 현실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미 디어의 리얼리티와 가변성은 가상공간 내에서 또 다 른 실재를 만든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것은 아날로 그 패러다임의 ‘사실’을 넘어선 ‘현실을 초월한 사 실’이며 상상에 의한 또 다른 ‘현실’이다. 디지털 영 상의 가상의 이미지는 영화적 외형이라는 복합적 매 체와 비물질적 정보의 다차원적 조작을 통한 초사 실적 합성에 의한다. 디지털 패러다임이 가져온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영상예술은 아날로그 영상시대 에 제한적이었던 시공간의 범위를 가상공간으로 확 장시키고 표현의 물질적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하 고 있다(Park & Kim, 2008). 이러한 변화는 이미지 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현대 시각문화 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2.Metareality
메타리얼리티(metareality)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을 넘어’ 혹은 ‘상위’와 ‘이차적(second-order kind)’ 을 뜻하는 ‘메타(meta)’와 ‘실제’를 의미하는 ‘리얼 리티(reality)’의사전적의미(Oxford Dictionaries Online, 2015)를 가진 단어들의 합성어이다. 여기서 유추되 는 메타리얼리티의 의미는 실제를 초월하는 상태 혹 은 존재로 볼 수 있다. 선행 연구들(Lee, 2005; Park, 2004)에서는 ‘메타’의 의미해석에 따라 메타리얼리 티에 대한 정의를 달리하고 있다. Lee(2005)는 ‘메타 픽션(metafiction)’ 개념에서 차용하여, 실재할 수 없 는 것들을 존재시키는 것으로 메타리얼리티를 정의 하고 실제에 대한 ‘인식의 일탈’로서 관습적 시각에 서 벗어난 확장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으며, Park(2004) 은 실제라는 본질을 비가시적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형이상학(meta-physics)적 차원에서 메타리얼리티를 정의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현대 예술의 갈래 중 특정한 경향인 ‘메타리얼리즘(metarealism)’과 디지 털 미디어적 특성에서 메타리얼리티의 개념과 특징 들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메타리얼리즘은 1970년대 형성된 개념주의와 대 척 점을 이루는 러시아 예술의 경향을 말한다(Epstein, 2000/2009). 1986년 12월 7일 쿠즈네츠키 모스트 (Kuznetsky Most)에서 있었던 “시와 회화에서의 메 타리얼리즘” 선언에서 따르면 메타리얼리즘은 철학 적 차원의 ‘형이상학적’ 리얼리즘과 양식적 차원에서 의 ‘메타포(metaphor)적 리얼리즘’의 두 가지 개념으 로 설명된다(Epstein, Genis, & Vladiv-Glover, 1999). 여기서 메타리얼리즘의 본질은 내적으로 대상의 외 형이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본성이 유지되는 초물리 성을 의미하며, 외형적으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점에 서 상징이나 메타포(metaphor)와는 구별된다(Epstein, 2000/2009). 따라서 이들이 궁극적으로 나타낸 이미 지인 메타리얼리티는 은유나 재현의 대상이 아닌 대상 사이의 내적 본질이 전이되어 ‘변형’된 모습으 로 나타난다.
메타리얼리즘은 현실을 초월한다는 사전적 의미 에서 ‘하이퍼(hyper-)’ 리얼리티 혹은 ‘초(sur-)’ 현실 주의와 혼돈되지만 현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차 이를 보인다. 하이퍼리얼리즘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 하여 사실성을 기반에 두고 나타냈던 것에 비해, 메 타리얼리즘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실의 개념 자체를 심화시킨다. 1924년 앙드 레 브로통(Andre Breton)의 ‘쉬레알리즘(surrealism) 선언’으로 시작된 초현실주의는 이성적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에 의한 무의식의 세계를 지향했다. 그러 나 메타리얼리즘은 무(無)의식이 아닌 초(超)의식으 로 의식을 깨우는 것에 주목했으며, 현실 도피보다 는 현 세계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취한다(Epstein, 2000/2009). 그러므로 이러한 논의에서 메타리얼리 티(metareality)를 대상에 대한 형이상학적 본성을 유지하며 경험적 외형을 초월하는 ‘현실(reality)을 초월한(meta) 리얼리티’로서 정의하고자 한다.
메타리얼리즘문학과 회화는 방법론적 차이는 있지 만 예술 전반에 걸쳐 공통적인 속성을 보인다(Epstein, 2000/2009). 내적 본질의 외적 전이라는 특성을 기 반으로 메타리얼리즘 예술작품에서 종합한 메타리 얼리티의 특징들을 초물질성, 탈경계성, 다차원성으 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첫째, 메타리얼리티는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여 표현된다. 메타리얼리티는 자신이 갖는 고유한 사물 성을 현실 공간에서 드러낸다. 이때 사물의 외형은 경험적 표면을 뛰어 넘는 외형을 지닌다. Epstein (2000/2009)의 주장대로 메타리얼리티의 각각의 현 상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여 표현되는 것이지 은 유나 상징과 같이 재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되 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메타리얼리티에서 대상의 본성을 유지하는 다른 실재로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지의 구성요소는 가역적으로 표현된다. 이때 나 타나는 외형은 어떤 다른 대상을 상징하거나 은유 하지도 않는 ‘변형’된 대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 러므로 메타리얼리티는 대상의 구조 자체를 현실적 공간에서 드러내는 초물질적 특징을 갖는다.
둘째, 메타리얼리즘은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탈 경계성을 보인다. 메타리얼리즘에서 묘사되는 대상 은 자기 ‘외부’로의 확장능력을 가진 공간이자 가시 적인 형이상학성, 다면성, 신축성을 갖춘 공간이다 (Epstein, 2000/2009). 메타리얼리티로 변형이 이뤄 진 대상은 이미 경험적 외형을 넘어서 공간을 통해 다른 것과의 경계를 접한다. 메타리얼리티는 대상이 자신을 초월하여 타자성으로 확장되어 다양한 차원 을 드러내는 총체적 이미지이다(Epstein, 2000/2009). 따라서 메타리얼리티의 이미지는 대상에 대한 명확 한 형태 혹은 대상으로 분명하게 표현되기 보다는 기하학적인 공간으로 확장된 관점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결국 메타리얼리티는 대상간의 경계를 넘어서 고 공간으로 확장된 연속적 이미지로서 나타나는 탈경계적 성격을 지닌다.
셋째, 메타리얼리티는 다양한 차원의 이미지를 공존시킨다. 메타리얼리즘은 복수적 현실의 리얼리 즘이다(Epstein, 2000/2009). 메타리얼리즘은 현실에 대한 다른 시각을 실현하며, 대상에 대한 다차원적 이미지 변형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 이는 하나의 현실에 속하지 않고 복수의 현실을 엮는 삶 에 대한 일종의 유희이다(Epstein, 2000/2009). 물리 적 본성을 초월한 리얼리티는 대상에 대한 지각의 새로운 도전이다. 현실이라는 개념의 심화는 다양한 지각에 의해 실제를 현실을 초월하여 공존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시각의 이미지의 공존을 실 현시키는 적극적 리얼리티가 메타리얼리티의 이미 지이다.
메타리얼리티의 이러한 특성들은 현대 디지털 영 상에서도 확인된다.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영상이미 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구 현한다. 디지털 영상이 갖는 비물질성은 현실에 존 재할 수 없는 다양한 이미지 즉 물리적 실체를 넘어 서는 존재를 실현시킨다. 디지털 영상 테크놀로지는 이미지의 변형과 합성을 용이하게 하여 비경험적 실체, 즉 ‘초물리적’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또한 디지 털 영상이 제공하는 역동성은 움직임과 시간을 더 하여 초현실적 세계를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하는 현실과 같은 사차원적 가상세계로서 위치시킨다. ‘증강현실’과 같은 실재될 수 없는 상황의 이미지들 역시 현실의 다차원적 조작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공존시킬 뿐만 아니라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메 타리얼리티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전의 초현실주의자들은 어떤 이념을 말하고자 하기 보다는 행위와 작품을 통해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나타냈고, 이를 위해 꼴라주(collage), 드페이즈망(dépaysement)과 같은 획기적 표현기법 들을 활용하였다(Alexandrain, 1984/1990). 이에 반 해 디지털 시대 그래픽 프로그램은 ‘오리고 붙이기 (cut and paste)’를 통해 이전 초현실주의자들이 사용 했던 아날로그의 방식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전 기법들이 비현실적 세계를 오브제의 병치와 상반된 이미지의 중첩으로 물질적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관 객에게 몽상적 이미지를 유도했다면, 21세기 디지 털 미디어는 정보의 비물질적 변형, 합성기술에 의 한 이미지의 리얼리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한다. 초기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특유 의 여러 기법들로 보여주었던 관객에게 강요된 이 미지의 연쇄반응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제 관 객을 직접 초현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같이 창 조된 세계는 디지털 매체에 의한 다른 차원으로의 현실화이며, 삶에 대한 도피보다는 유희이다. 따라 서 디지털 영상의 초현실적 이미지는 현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다차원적 지각의 이미지이며 이는 곧 메타리얼리티의 이미지이다.
III.Methods
현대 패션필름에 표현된 메타리얼리티를 살펴보 기 위해 2015년 2~3월 동안 패션필름전문 웹사이트 인 쇼스튜디오(Showstudio)의 ‘Fashion Film’ 항목 내에서 패션영상작가 닉나이트가 제작에 참여한 작 품들을 일차 선별하였다. 쇼스튜디오는 패션영상작 가 닉나이트에 의해 2000년에 설립된 패션전문 웹 사이트로 웨비 어워즈(Webby Awards)에서 올해의 ‘Best Fashion Website’로 선정되는 등 그 가치를 인 정받았으며(The Webby Awards, 2003), 세계적 패션 영상작가로 알려진 닉나이트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의 협업과 영상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당대의 혁신 적 패션 이미지들을 창조하며(Kim, 2013a), 쇼스튜 디오에 그 작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일차로 추출된 영상물들을 다시 독립적 영상예술로서 브랜드 커뮤 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창작물들로 이차 선 별하였다. 그 중에서 현대 패션을 독창적으로 재해석 한패션필름으로평가받는‘Sans Couture’(Copenhagen Fashion Film, 2015), ‘#asif’(“Transhuman after all”, 2014), ‘The Elegant Universe’(Harrop, 2014) 세 편의 디지털 패션필름을 분석 대상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분석 방법으로는 패션필름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표현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패션필름의 표현은시· 청각에 의한 공감각적 영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다시 시각적 표현과 음향효과로 나누어 분석 하였다. 또한 시각적 표현분석을 위해서 미장센(miseen- scene) 개념을 적용하였다. 미장센은 프랑스어로 ‘무대에 위치시키기’라는 의미로서 연극에 기원을 두고 비유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영화에서는 프레 임 안의 내용과 그것들이 구성되는 방식을 의미한 다(Gibbs, 2002). 영화 장면의 효과적인 연출은 미장 센의 요소들과 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영화적 언어로서 디지털영상의 미디어적 특 성을 고려한 시각적 표현 분석을 위해서는 영상을 구성하기 위해 배치된 각각의 미장센 요소들을 살 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Giannetti(1987/2005)는 체계 적인 미장센 분석을 위해 시각을 이끄는 지배요소, 조명의 정도, 쇼트와 카메라 근접도, 카메라 앵글, 색상값, 촬영 대상에 대한 카메라의 렌즈·필터·필 름, 지배요소의 보조 콘트라스트, 질감·밀도, 공간 구도, 형식, 프레임 짜임새, 심도 구성, 인물 위치, 무대화된 자세, 인물 근접도 등 15가지 요소를 제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Table 1>과 같이 Gibbs(2002) 와 Giannetti(1987/2005)의 미장센 요소들을 각각의 역할에따라종합하고패션필름의특성을고려하여조 명과 색(lighting and color), 카메라 앵글(camera angle), 프레이밍(framing), 인물(대상)의 행위(action and performance), 의상과 소품·장식(costume and props· décor) 등으로 분석요소들을 도출하였다.
IV.Results and Discussion
현대 패션필름에 표현된 메타리얼리티를 ‘Sans Couture’, ‘#asif’, ‘The Elegant Universe’ 세 편의 패 션필름을 대상으로 하여, 주제와 시·청각적 표현으 로 구분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후, 분석을 통 해 나타난 외형적 특성들을 논의하였다.
1.Expression analysis
1)Sans couture
‘상 쿠뛰르(Sans Couture)’는 봉제선이 거의 없도 록 만든 의상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닉 나이트, 아 만다 할레치(Amanda Harlech), 패션 저널리스트 알 렉산더 퓨리(Alexander Fury)는 동일명의 패션필름 ‘Sans Couture’에서 상 쿠뛰르를 주제로 옷감의 재 단과 봉제 대신에 원단을 둘러 감싸거나 묶어서 해체 적인 의미로 재해석하였다(Knight & Harlech, 2014).
중간 톤의 조명과 전반적으로 유지되는 페일 색 조는 대상에 대한 중성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Fig. 1>은 이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금색의 패브릭 과 프레임 장식, 검정색의 의상과 액자 바깥의 배경 의 색상 대비는 상 쿠튀르의 우아함을 극적으로 표 현하고 있다. 영상 전반에 걸쳐 보이는 아이레벨(eye level)의 카메라 앵글은 피사체와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지만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액자 프레임은 대 상들로 표현되는 역동적 움직임들에 몰입할 수 있 도록 위치하고 있다. <Fig. 2>는 영상 내의 인물(모 델)들이 화면 뒤쪽에 위치한 금색 패브릭과 대비되 는 극적인 포즈와 움직임을 연출하고 있음을 보이 고 있다. 모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위는 유연성이 좋기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 모델 엘레나 수다코바 (Elena Sudakova)와 영국 출신 발레리나 올리비아 코레이(Olivia Cowley)의 과장된 몸동작에 의해 취 해진 유연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건축적 이미지에 가까운 포즈로 표현되었다. 일반적인 신체의 움직임 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포즈를 통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시키고 있다. 영상 내에 대상들은 각각 다른 포 즈를 취하는 동일 인물을 한 공간 안에 등장시키면 서 신체의 일부분만 드러내거나, 천으로 둘러쌓아 신체의 윤곽으로 나타내어 프레이밍하고 있다. <Fig. 3>에서는 동일인물이 갖는 다른 시간차를 한 공간 안에 움직임을 통해 구성함으로써 시간의 다차원적 이미지를 공존시키며 봉제선 없는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영상 화면은 액자를 활용하여 피사체와 배경 을 구분하고, 프레임 내에서 대상들을 예술작품으로 연출해내고 있다. 영상 내에 피사체들은 모델과 모 델, 공간과 공간에서 연결선 없이 하나의 장면 안에 혼합되어 경계선 없이 합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 미지들은 대상과 대상 사이의 물질적 경계가 무너 지며 서로에게 흡수되어 확장되어 나타나고 있다. <Fig. 4>에서 신체 역시 프레임 안에서 바람에 날리 듯 움직이면서 천으로 흡수되거나 모래처럼 흩어져 사라지며 그 본질적 형태가 소멸되어 나타내고 있 다. 소품으로 사용된 2014년 F/W 시즌 발표된 아르 마니(Armani Privé), 샤넬(Chanel),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베르사체 (Atelier Versace), 발렌티노(Valentino), 마틴 마르지 엘라(Masion Martin Margiela), 장폴고띠에(Jean Paul Gaultier) 등의 의상들 역시 배경과 함께 섞이고 중 첩되면서 현실의 물리적 형태를 벗어나며 나타난다. 영상 내내 바람에 날리며 등장하는 금색 패브릭은 모델과 혼합되면서 다양한 관계를 이루며 드라마틱 하게 연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등장하는 각각의 오뜨꾸띄르 컬렉션에 대한 알렉산더 퓨리와 아만다 할레치의 설명 영상도 같이 공개되었는데, 그들의 꾸띄르에 대한 코멘터리는 악기음과 혼합되어 독특 한 배경음향으로 탄생하였으며, 시각적 연출과 함께 표현되었다. 디지털 공간에서 꾸띄르는 패브릭과 인 간의 초물리적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들의 공 존으로 인간과 인간간의 경계 없는 융합의 이미지 로서 상 꾸띄르로서 표현되고 있다.
2)#asif
닉나이트와스타일리스트시몬폭스톤(Simon Foxton) 의 협업으로 제작된 ‘#asif’는 미래에 대한 패션이미 지들을 나타내고 있다. 시각적 브리꼴라주(bricolage) 로서 인터넷의 시각 언어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의 웹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미학, 집착 그리고 기호들 을 한데 모아 표현했다(Knight & Foxton, 2014). 영 상은 다양한 오브젝트들의 사실적 합성을 통해 가 상공간 속 패션이미지들을 실현시키고 있다. 인터넷 공간 내에서 패션문화는 디지털 아이콘들과 경계 없이 한데 뒤섞이며 기괴한 모습의 오브제들로 표 현되고 있다. 기계와 혼합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 화할 신인류(transhuman)에 대한 미래의 패션이미지 를 나타내고 있다 (“Transhuman after all”, 2014). 디 지털 문화와 인간의 초물리적 결합을 통해 표현되 는 다양한 언캐니(uncanny)의 이미지들은 미래의 새 로운 인류를 만들어내는 브리콜라주의 ‘과정’으로 드러내고 있다. 등장하는 이형의 이미지들은 가상과 실제는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들까지도 사실적 으로 합성되어 현실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여러 층위의 그래픽들은 멜팅 팟(melting pot)이 되 어 경계를 무너뜨리며 혼합의 이미지로서 유희적으 로 표현되고 있다.
<Fig. 5>에서는 콘트라스트 없는 하이키(high-key) 조명과 흰색의 주 배경으로 하여 원색의 오브젝트 들과 대비되며 활동적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인다. 카메라는 <Fig. 6>에서 대상과 수평적 위치 를 두다가도 상·하, 앞·뒤 혹은 360도 회전하며 다각도의 카메라 워크(work)로 피사체를 역동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카메라 앵글은 이렇게 빠른 움직임 속에 이미지들은 서로가 혼합되어 변형되는 과정을 다각화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Fig. 6>과 <Fig. 7>은 컴퓨터 조작음과 함께 대상들을 혼합시키고 있다. 이 장면에서 현대 스트리트 패션을 이끄는 ‘Hood by Air’, ‘#BEENTRILL#’, ‘KTZ’ 의상을 입은 남성 모델들은 소셜 미디어 어플리케이션(social media application), 페티쉬적 비디오 영상, 아이콘(icon), 에 러(error) 메시지, 외국어 텍스트 등 온라인 공간에 서 존재하는 다양한 사물들과 뒤섞이며 이형적 모 습을 보인다. 이러한 디지털 문화 객체들의 각각의 행위보다는 대상들 간의 역동적인 혼합의 이미지들 로 프레임을 구성시키고 있다. 디지털 공간 속에서 보이는 오브젝트의 브리콜라주는 <Fig. 8>에서처럼 객체들이 갖는 물리적 형태를 무너뜨리고 실제 이 미지와 디지털 오브젝트들을 공존시키며 표현되고 있다. 음향 역시 클래식 음악과 컴퓨터 조작음이 혼 합되어 연출되고 있으며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 문화와의 혼합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패션은 인간 사고방식의 바로미터이다. 영상에서 표현된 디 지털 문화와 인간의 브리꼴라주는 패션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역동적 움직임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패션매체는 정지된 ‘과거의 현재’ 에 머물러 영원한 인간 욕망을 꿈꿨다. 디지털 패러 다임은 미래의 모습을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며 나 타내고 있다.
3)The elegant universe
2014년 S/S시즌 닉 나이트를 중심으로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 아만다 할레치(Amanda Harlech), 모델 알렉시아 와이트(Alexia Wight), 3D 그래픽 아티스 트 케브 스테닝(Kev Stenning)은 이 작품에서 오뜨 꾸띄르의 제작 기술을 수학적(mathematics) 아름다 움으로 표현하였다(Knight & Harlech, 2014). ‘끈이 론(string theory)’을 다루고 있는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의동명저서‘The Elegant Universe’ 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상은 물리학 이론에서 단서 를 얻어 다차원적 시각으로 해석한 꾸띄르의 미학 을 표현하고 있다.
로우톤(low-tone) 조명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 위기를 연출하며, 검정색 배경과 피사체와의 강한 대비는 관객의 시선을 대상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닉나이트가 “컴퓨터가 보는 것과 작가가 보는 것을 병치하고자 했다”고 언급한 것(Knight & Harlech, 2014)처럼, <Fig. 9>에서는 원형의 프레임으로 등장 하는 이미지들을 처음에 하나의 원형 이미지로 시 작되었다가 이후 두 개의 시점으로 분리되어 나타 내고 있다. 아이레벨로 두고 근거리를 유지하는 카 메라 앵글의 시선은 인간과 컴퓨터의 두 개로 향하 며, 카메라 앵글은 교차를 이루거나 공존시키며 프레 이밍 된다. <Fig. 10>에서 대비되는 이미지의 대상은 실제 인간의 모습이 여러 그래픽 효과를 더해 드러 내거나 3D 스캐닝 되어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공된 모델이다. 이러한 피사체들이 행하고 있는 것은 스스 로를 움직이며 드러내기 보다는 다양한 컴퓨터 그래 픽 효과에 의해 변형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신체는 <Fig. 11>에서처럼 흐릿한 형체로 드러내고 배경과 융합 혹은 중첩되어 등 부드러운 표면 효과 처리되 어 표현된다. <Fig. 12>는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의 모델을 분할되어 흩어졌다 재조합되어 나타 내고 있으며, 신체의 조각들이 변이되어 뒤섞이며 패턴을 만들면서 표현된다. 영상 내의 오브젝트들 역 시 실제 꾸띄르 의상을 착용한 모델이 그래픽으로 전환되어 변형된 이미지들이다. 인간과 기계에 의한 두 가지 시선의 이미지들은 유연하고 부드러움과 거칠게 파편화된 날카로운 질감들 간의 극한 대비 를 이루며 나타났다. 꾸띄르의 다차원적 시선은 우 아한 아름다움과 기계적으로 해석된 수학적 아름다 움을 공존시키며 표현되고 있다. 같은 대상에 대한 이와 같은 다차원적 모습은 이미 물리적 형태가 해 체되었으며 파편들은 재조합되거나 공간으로 확장 되어 표현되고 있다. 영상 전체에 걸친 음향은 물리 학을 전공한 모델 알렉시아 와이트의 음성으로 구 성되었다. 소리의 중첩을 통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표현된 내레이션은 영상 전체에 걸쳐 3차원에서부 터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Yau manifold)에 이르기 까지 여러 차원(dimension)에 대한 개념을 의상과 연결시키고 있다. 가시영역 너머의 ‘다차원 (multi dimension)’의 개념을 화려한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예술적 의상인 꾸띄르와 만나고 있다. ‘The Elegant Universe’에서 꾸띄르는 기계에 의한 수학적 아름다 움의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인간의 시선과 동일한 위치에서 교차하며 기계적으로 해석된 다른 차원의 시선은 다양한 그래픽 효과와 음향에 의해 패션의 미학을 다차원적 시각으로 표현되고 있다.
2.The characteristics of metareality expressed in digital fashion film
앞서 살펴본 메타리얼리티의 외적 특징들을 토대 로 디지털 패션필름에 나타난 메타리얼리티는 <Table 2>와 같은 표현 특성들을 보이며 그 세부 내용은 다 음과 같다.
1)Atypical form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한 신체는 이미 물리적 외 형을 넘어서고 있다. 소재와 봉합으로 이뤄진 패션 역시 전형적 모습을 넘어 변형된 이미지들로 표현 되고 그 외적 형태를 계속해서 변화시키며 나타나 고 있다. 디지털 영상으로 나타난 패션은 실용성, 물 질적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체와 뒤섞이며 가 변적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유동적 이미 지들은 입혀지는 수단으로서 패션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대상 그 자체로서 표현되고 있다. 이종의 형 태로 표현되고 있는 이러한 비정형적 특징은 패션 이 지닌 물질적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며 패션의 다 양한 외적 형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형태의 해 체는 더 나아가 외부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공간 속으로 확장되어 총체적 이미지로 표현된다. 이러한 패션의 비물질적 이동은 외형적 아름다움을 무형의 에너지로 표출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메타리얼리 티로서 표현되는 다차원적 이미지들은 도구로서의 패션을 대상으로 하는 전도된 공간으로 관객을 이 끌며 나타나고 있다.
2)Irrational combination
패션필름에 표현된 다양한 오브젝트들은 디지털 합성에 의해 사실적으로 결합된 융합의 이미지들을 나타내고 있다. 공간의 몽타주, 다른 차원(different dimension)의 공존, 브리꼴라주가 보여주는 다차원 적 시각의 합성은 현실적으로는 비경험적 결합의 결 과이며 이성을 초월하는 언캐니의 이미지를 보인다. 현실을 초월하여 융합시킨 이러한 패션 이미지들은 다양한 미적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공간의 편 집은 패션에 대한 입체적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며, 디지털 그래픽으로 전환된 기계적 이미지는 이형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섬유의 물 질성을 벗어난 패션은 신체나 사물은 물론 언어와 같은 무형적 재료와도 혼합하며 새롭게 확장시킨 자신을 드러낸다. 패션필름이 표현하는 여러 융합의 이미지들은 패션이 갖는 물질적 경험을 파괴시키며 능동적 표현되고 있다.
3)Playfulness of motion
패션필름이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하나의 시공간에 멈추지 않는다. 계속된 움직임으로 표현되 는 이미지들은 무엇이 된 모습보다는 역동적 운동 을 통한 유희를 보여준다. 또한, 경험을 초월한 이질 적 패션이미지들의 융합, 생성과 소멸 등의 반복적 활동이 현실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타난 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완성된 형체를 드러내는 것 대신에 움직임을 표현함으로써 과정으로서의 패션 에 대한 가능성을 보인다. 유희의 본질이 육체적 행 동이 아닌 정신적 원리를 말하는 것(Lee, 1998)이라면, 정신적 작용으로서 디지털 스크린과 영상은 유희적 도구가 된다. 패션의 이러한 다양한 외적 변형은 억 제된 물리적 한계를 탈피하고 정신적 자유로운 활 동을 그대로 드러내는 유희적 표현이다. 따라서 디 지털 패션필름은 패션에 대한 시간을 포함하는 움 직임의 유희이자 다차원적 유희이다.
V.Conclusion
기술의 변화는 인간사회의 시각의 변화를 이끈 다. 21세기 디지털영상문화는 패션을 표현하는 방 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쇼와 사진과 같은 아날로그 매체에서 한정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패션은 이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등 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 패션필름은 패션의 커 뮤니케이션으로서 주로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정 보전달과 그 수단으로서 논의되어왔지만, 최근 가속 화 되고 있는 패션필름의 다양한 활용의 모습은 단 순히 소비와 촉진을 위한 도구가 아닌 패션에 대한 개념의 변화로서 패션을 표현하는 독립된 영역으로 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디지털 영 상예술로서 패션필름을 확인하고 현대 패션필름에 나타나고 있는 표현적 특성을 연구하였다.
현대의 패션필름은 디지털언어를 통해 소비와 표 현하고자 하는 욕구 사이의 영역을 허무는 것이며 패션을 표현하는 독립적 장르로서 자리 잡고 있다. 비물질성이 이끄는 디지털 패러다임은 영상의 리얼 리티와 가변성을 제공하며 패션에 있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영상테 크놀로지는 현실과 공존하는 초현실적 이미지들을 생산하며 메타리얼리티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메타리얼리티는 형이상학적 현실의 또 다른 실재이 다. 재현이 아닌 내적 본질의 전이의 측면에서 메타 리얼리티는 초물리적, 탈경계적, 다차원적 특징들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는 디지털패션필름의 표현 분석을 주제와 시각적, 청각적 표현으로 구분 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현대패션필름에 표현된 메타리얼리티는 비정형성, 비이성적 결합, 움직임의 유희의 특징을 보였다. 패션필름 속 대상들은 초물 질적 형태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나타나고, 비 정형적 모습의 특징을 보였다. 또한 대상들 간의 비 경험적 결합을 실현시킴으로써 자아와 타아를 혼합 시키는 탈경계적 융합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러한 이질적 이미지들은 정지된 이미지가 아닌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메타리얼리티를 실현시키 는 움직임으로서 과정의 유희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현대패션필름이 표현하는 메타리얼리티는 현실 의 한계를 초월하는 패션에 대한 또 다른 적극적 태 도이다. 물리적 현실을 넘어선 패션은 인간의 정신 적 활동으로서 내제된 감성을 일깨울 수 있는 새로 운 도구가 되고 있다. 현대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디 지털 영상에서 패션필름은 패션을 표현하는 새로운 예술로서 패션을 물적 대상이 아닌 형이상학적 대 상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패션은 인간의 삶 과 생각을 대변하기에 현대패션필름에서 나타내고 있는 메타리얼리티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는 시각 문화적 가치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패션필름을 패 션에 대한 독립적 디지털영상예술로서 조명하고, 디 지털 시대에 경계를 넘나들며 등장하는 패션에 대 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데 의의를 지닌다. 이를 계기 로 디지털 시대에 패션 미디어를 통한 디지털 패션 영상물들의 다차원적 이미지와 그 예술적 가치에 대한 후속연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