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ntroduction
제주는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국내 최고 의 관광지이다. 최근 들어 제주도의 자연경관들이 유네스코 등재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 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을 비롯하여 세 계 7대 자연경관(2011년)으로 선정되면서 매년 관 광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13년 천만 명 이상이 제주를 방문하였으며, 이 중 약 233만 명 정도가 외국인이다(Jeju Special Self- Governing Provincial Tourism Association, 2014).그 러나 국내외 관광객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주 관 광기념품들은 다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 이나 품질이 낮고, 다른 지역의 관광기념품들과 차별성이 높지 못하다. 관광기념품 대부분이 특산 물이나 돌하르방, 조랑말, 해녀 이미지 상품들에 치우쳐 있거나 플라스틱, 금속, 돌 재료를 활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텍스타일 상품은 감물염색 제품과 천연염색 제품에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제주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텍스타일 관광 기념품 개발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텍스타일 디자인이나 상품개발 연구는 매우 소수이다. 제주 지역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연구로는 제주 방사탑 문화자원을 직물 문양으로 활용한 상품개발(Oh & Hong, 2015), 해녀복식 물소중이 형태를 응용한 상품개발 (Yoon, 2012)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상품제작 연구는 아니 지만 제주어의 독특한 음절이나 어휘를 응용한 텍 스타일 디자인 개발(Hyun & Jang, 2013) 연구가 있 다. 이외에 영천의 전통문양(Kim et al., 2007)과 경 주의 전통문양(Kim et al., 2005)을 핸드페인팅 기법 으로 활용한 상품제작 사례가 있다. 이러한 선행연 구들은 지역적 소재를 활용하였다는 점에서는 의 의가 있으나, 상품개발 과정 대부분이 문헌에 의존 하고 있다. 전통문양에 대한 선호도 조사가 이루어 졌을지라도 조사결과가 상품개발 소재로 활용된 전통문양에 대한 선호도와 결부되어 제시되지 못 하였다. 이러한 제한점에 주목하여 본 연구에서는 문헌조사 이외에 소비자 조사와 현지조사를 병행 하여 지역문화상품을 개발한다. 특히, 본 연구는 관 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표선민속촌과 성읍민속촌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주 전통 초가에 주목하였 다. 제주 초가는 1978년 제주 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초가를 짓는 기술과 기술 보유자 ‘성읍리 초가장’은 2008년 제주 무형문화재 제19호 로 지정되었다(Jwa, 2012; 제주 초가[Jeju Choga], n.d.).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주 초가를 모 티브로 활용한 문화상품들이나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의 목표는 제주의 전통적 초가의 형태적 특징을 토대로 지역문화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1) 문헌연구를 통해 제 주 초가의 독창적 차별성과 역사성을 조명한다. 2) 설문조사를 통해 제주 초가에 대한 인지도, 제주 이미지로의 연상 정도, 선호도를 규명한다. 3) 현장 조사를 통해 제주 초가의 형태를 직접 관찰하고, 직물문양 개발에 필요한 시각적 정보를 수집한다. 4) 제주 초가의 조형성을 토대로 초가 문양과 텍스 타일 디자인을 개발하고, 5)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 팅 기법으로 제주 초가 문양의 직물을 발주하고, 발주된 직물을 이용하여 초가 문양의 패션상품을 제작한다. 6) 마지막으로 제작 상품에 대한 소비자 평가(제주 이미지 연상 정도, 선호도, 구매의도)를 실시하고, 관광 기념품으로서의 상품성을 검토한 다. 본 연구는 관광기념품 및 텍스타일 디자인 업 체들의 상품 디자인 발상 및 상품전략 방향을 모색 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리고 제주 초가 문양의 텍스타일 상품 개발 및 판 매는 제주 초가에 대한 인지도와 호의도 향상은 물 론 제주 초가에 대한 역사/문화적 관심과 지식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II.Literature Background
다른 지역 초가와 비교한 제주 초가의 차별성과 제주 초가 고유의 독특성이 최근 문헌과 고문헌을 통해 고찰되었다.
1.The types of Choga
초가란 좁은 의미에서 볏짚, 새풀, 억새풀, 띠풀, 갈대 등으로 지붕을 덮은 집이다(So, 2002; Yoon, 1998; 초가[Choga], n.d.). 정의에서 보듯이, 초가의 가장 큰 특징은 지붕에 사용된 재료이다. 초가의 종류는 <Fig.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붕에 사용된 재료에 따라 크게 볏짚 지붕의 초가(Image 1~6)와 새나리(샛집) 지붕의 초가(Iamge 7~9)로 분류될 수 있다.
여기서 볏짚 지붕의 초가는 볏짚을 이용하여 이 엉을 엮어 지붕을 이은 집으로, 일반적으로 초가라 고 일컬어지며, 농촌에서 주로 볼 수 있다(Yoon, 1998). 새나리 지붕의 초가는 주로 농사를 짓지 않 아 볏짚이 없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집으로 갈대, 억새풀, 띠풀, 새풀로 지붕을 이은 초가를 말하며, 샛집 혹은 새풀 지붕의 초가라고 불린다(Choi & Park, n.d.). 새나리 지붕의 초가에 속하는 갈대 지붕의 초 가는 주로 낙동강 하구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반면, 샛집은 주로 산간 지대에서 많이 관찰되며, 억새풀 지붕은 비교적 수명이 길어 일부 부유한 농가에서 볼 수 있다(Yoon, 1998). 제주 지역의 초가 또한 주 로 새풀로 지붕을 이었다는 점에서 샛집 초가에 해 당되며(Song, 1996), 제주 초가(Iamge 9)는 지붕에 사용되는 재료 이외에 흙과 돌을 이용하여 사방을 돌담으로 둘러쌓는 것이 특징이다(Jejudo, 1996).
2.The characteristics of Jeju Choga
제주 지역에 있는 초가들은 지붕의 재료, 내부 구조, 외부 구조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어 제주 초가만의 고유한 특성을 보인다.
1)The morphological characteristics of roofs
제주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벼농사가 거의 이 루어 지지 않는다. 그래서 초가의 지붕을 이는 재 료는 주로 띠 풀이 사용되었다. 띠풀 재료를 사용 하였다는 점에서 제주의 초가는 샛집에 속하기는 하나 제주 초가에 사용되는 띠 풀(또는 새)은 다른 지역에서 자라는 것과 매우 다르다. 즉 제주 초가 에 사용되는 새는 남부 도서 지방의 해촌에서 사용 되는 것과 달리 길이가 매우 길고(약 1~1.5m) 질겨 서 내구성이 매우 높은 특성을 지닌다(Song, 1996). 또한 다른 지역에서는 초가의 지붕을 이을 때 용마 름 밑으로 볏짚이나 띠 풀을 내린 후 이를 굴비 엮 듯이 가로로 고정시키지만 제주 초가는 <Fig. 2>에 서 보듯이 지붕에 사용되는 새를 이엉 엮듯이 엮는 것이 아니라 새풀로 지붕을 덮은 후 밧줄을 이용하 여 가로 세로 일정한 간격으로(Image 10) 새풀을 눌러 그물처럼 씌우는 것이 특징이다(Son, 2002). 여기서 새끼를 꼬는 것을 “줄을 놓는다”라고 하고, 꼬아 놓은 새끼줄을 ‘집줄’(Image 11)이라 한다(Kim,2013). 그리고 처마 밑으로 내려온 집줄은 처마 바 로 밑에 있는 대나무나 막대로 된 ‘거왕’에 묶어 고 정한다(Image 12). 또한 제주 초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풍채’가 달린다(Image 13). 풍채는 지붕과 동 일한 재료를 덮어서 만든 작은 덧지붕으로, 처마 밑에 달아서 뜨거운 햇빛이나 비바람이 초가에 직 접 들이치는 것을 막는 차양 기능을 한다(Yoon, 1998). 따라서 제주 초가지붕의 가장 큰 시각적 특 징은 새 풀을 누르는 줄에 의해 드러난 바둑판 ‘격자 무늬’, 처마 밑에 가로 놓인 ‘거왕대’, 거왕대 밑으로 내려오는 ‘집줄’, 처마 밑에 달린 덧지붕 ‘풍채’라고 할 수 있다.
2)The internal and outer structures of Jeju Choga
제주 초가의 외부 구조는 <Fig. 3>의 평면도에 서 볼 수 있다. 제주 초가는 벽을 흙이나 나무로 만 들어 축조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Fig. 2>에서 보듯 이 현무암 돌담으로 축조되며(Image 10, 12), 돌담 사이에 벌어진 틈새는 보리짚을 섞어 짓이긴 진흙 으로 바르는 것이 특징이다(Jejudo, 1996). 그리고 초가가 한 개의 건물로 축조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 초가는 한 집 울타리 안에 여러 개의 건물이 축조 된다(Image 10). 한 울타리 안의 여러 개 건물 들은 안거리, 밖거리 등으로 불리며, 건물의 수에 따라 외 거리(1개 건물), 두 거리(2개 건물), 네 거 리(4개 건물)의 집으로 구분된다(So, 2002). 한 울타 리 안에는 일반적으로 우영 밭(텃밭, Image 10), 쇠 막(외양간, Image 14), 눌왓(소 먹이 건초 쌓는 곳, Image 15), 통시(화장실, Image 16)가 있다(Lee, 2012). 쇠막은 소를 키우는 공간이지만 분리된 옆 공간에 멍석이나 농경구들이 함께 보관된다(Kang, 2004). 집에 따라서는 울타리 안에 있는 마당으로 들어서는 대문 기능을 하는 이문간 건물(Image 17) 이 있거나, 간이 대문인 정낭(Image 18)이 있고, 이 문간이나 정낭을 나와서는 동네 밖으로 통하는 좁 은 돌담 골목인 올레(Image 19)가 있다(Kang, 2004; Park et al., 1999).
일반적으로 제주 초가의 내부 공간은 <Fig. 3>에 서 보듯이 구들(방), 상방(거실 마루), 챗방(찬장이 있는 조그만 공간), 정지(부엌), 고팡(식품 창고인 곳간), 굴묵(난방을 위해 불을 때는 곳), 정지 입 구에 있는 물팡(물허벅을 올려 놓는 돌 받침대) 등 으로 구성된다(Yoon, 1998; Park et al., 1999; Lee, 2012). 제주 초가에서 난방은 굴묵에서 이루어지며, 취사는 정지(Image 20)에서 이루어져서 두 공간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 굴묵을 때는 공간에는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벽에 구멍이 있다(Image 12). 그리고 정지 문을 나서면 물팡(Iamge 21)이 있 다. 한편, 제주 초가에서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공간은 난간과 기단이다. 난간은 방과 거실 마루를 나와 마당 외부 공간으로 나가는 지점 을 연결하는 폭이 좁은 긴 마루 공간을 의미하며 (Image 13), 기단은 습기와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초가를 지면에서 조금 높게 위치시키는 기능을 한 다(Lee, 2012). 기단은 재료적 측면(현무암)에서 차이 가 있지만, <Fig. 1>에 제시된 다른 지역의 초가들에 서도 볼 수 있다.
3.The records and characteristics of Jeju Choga appeared in old literatures
제주 초가의 차별적 특성에 대한 역사성과 전 통성은 16세기 고문헌(1519년 김정의 제주풍토록), 17세기 고문헌(1601년 김상헌의 남사록, 1653년 이원진의 탐라지), 18세기 고문헌(1704년 이형상 의 남환박물), 19세기 문헌(1843년 이원조의 탐라 지 초본 상)을 비롯하여 과거 고문헌 희귀본 내용 이 재기록된 20세기 문헌(1953년 담수계의 증보 탐라지) 번역본 내용을 통해 조사되었다. 번역본 을 찾을 수 없는 것(김춘택의 북헌집, 추사 김정희 의 편지)들은 이를 해석한 논문들(Jung, 2011; Hong, 1996)을 통해 제주 초가에 관한 내용이 고찰되었 다.
문헌고찰 결과, 제주 초가의 존재, 제주 초가의 재료, 초가의 지붕을 만드는 방법, 초가의 내부적/ 외부적 구조에 관한 내용들이 발견되었다. 이 내용 들은 주로 제주에 부임한 제주 목사들(병와 이원진, 응와 이형상), 경차관(금남 최부), 어사(남봉 김치), 및 유배되었던 관리들(충암 김정, 청음 김상헌, 북 헌 김춘택, 추사 김정희)이 조선시대(1500년대 초~ 1900년대 초)에 저술하였던 고문헌, 한시, 편지들에 기록된 것이다. 아래 고문헌 내용들에서 보듯이, 조 선시대 제주에는 띠로 지붕을 덮은 초가가 많고, 기 와집이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제주 초가의 축 조시기에 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본 연 구에서 고찰한 고문헌들 중 가장 오래된 1519년 충 암 김정의 ⌈제주풍토록⌋에서 “사람들은 모두 초가 에서 사는데”란 내용이 나오는 점을 볼 때(as cited in Lee, 1653/1991, p.8) 제주 초가의 역사는 1519년 이전인 것으로 알 수 있다.
고문헌들 거의 모두에서 조선시대 제주 초가의 지붕 재료는 새(혹은 띠)임을 밝히고 있다. 특히 새 로 지붕을 만드는데 있어 그 방법이 다른 지역과 매우 차별적임을 강조하는 기록들이 많다. 예컨대, 김정의 ⌈제주풍토록⌋과 이형상의 ⌈남환박물⌋ 기록 에서 제주 초가는 다른 지방에서처럼 새(띠)를 이 엉으로 얽거나 엮지 않고, 새를 지붕위에 나란히 그리고 두텁게 얹거나 쌓은 후에 나무로 가로질러 눌러 놓는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지붕을 새를 덮은 후 밧줄로 묶는 제주 초가지붕의 특징을 말하 는 것이다.
이원진 ⌈탐라지⌋ 풍속이 어리석고 검소하며 예절이 있 다: 풍속이 어리석고 검소하다. 초가가 많고, 남녀들은 짚 신을 즐겨 신는다. 방아가 없고 여인들이 손으로만 절구 를 찧는다. - 중략- (as cited in Lee, 1653/1991, p.5)
이원진 ⌈탐라지⌋ 탐라 작은 고을에 띠 집을 지으니 맑 고 깨끗함이 진실로 송옥(宋玉)의 집과 같네. 귤 향기 바 람에 날려 자리까지 들어오고 달빛에 매화 그림자 섬돌에 졌구나. 북으로 머리를 돌리니 한라산이 가로 놓였고 남 해를 멀리 바라보니 하늘에 닿았네. 아침에 울리는 나팔
소리 사절을 재촉하니 장한 놀이에 시흥이 얼마나 남았는 고. (as cited in Lee, 1653/1991, p.135)
이원진 ⌈탐라지초본(상)⌋ 唐書에 이르기를, “용삭 초 (661년경)에 담라(儋羅)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 왕 유리도 라(儒理都羅)가 사신을 보내어 입조하였다. 그 나라는 신 라 무주(전남 광주) 남쪽 섬 위에 있다. 풍속이 허름하고 개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 여름에는 초집(새집)에 서 살고 겨울에는 굴에서 산다. 처음에는 백제 부용국이 었으나, 나중에는 신라의 부용국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as cited in Lee, 1843/2007, p.21).
김정 ⌈제주풍토록⌋ 띠를 엮지 않는다: ⌈풍토록⌋에 “사 람들은 모두 초가에서 사는데, 띠를 엮지를 않고 지붕에 쌓아 놓고 긴 나무를 옆으로 엮어 눌러 놓는다. 기와집이 극히 적다. 품관 벼슬을 하는 집 이외에는 온돌이 없으니 땅을 파서 구덩이 만들고, 돌을 메우고 그 위에 흙을 발라 서 다 마르면 그 위에서 잔다”고 하였다. (as cited in Lee, 1653/1991, p.8).
한편, 고문헌들은 제주 초가 내부의 구조적 특징 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즉, “각 채가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라는 기록이 있다(김정의 ⌈제주풍 토록⌋).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쓴 편지에는 제주 초 가에서 안채와 바깥채에 속하는 각 공간에 대한 묘 사가 제시되고 있는데, 여기서 “눈썹 같은 튓마루” 는 난간을 의미한다. 이 고문헌들에 나타난 내용들 은 한 울타리 안에 독립된 건물(예: 안거리와 밖거 리)들이 따로 있는 제주 초가의 구조적 특징을 언 급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의 ⌈제주풍토록⌋, 이형상 의 ⌈남환박물⌋, 임제의 ⌈남명소승⌋에 따르면, 관인 의 집을 제외하고는 제주 초가에 온돌이 없다. 이 에 대해 이형상은 ⌈남환박물⌋에서 바다의 차가운 짠물과 건조하고 뜨거운 온돌방의 온습도 차이, 그 리고 이에 따른 피부병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특 히, 부엌(정지)은 취사의 공간이며, 난방 기능과는 관련이 없음이 묘사되고 있다. 이것은 제주 초가에 서 난방은 굴묵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짐 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조사한 고문헌들에서 ‘굴묵’에 대한 설명은 찾아 볼 수 없 었다. 이외에도 김상헌의 ⌈남사록⌋에는 제주의 흙 은 점도가 약해 흙만으로 벽을 축조하지 않는 제주 초가의 특징이 언급되고 있다.
김상헌 ⌈남사록⌋ -중략- 포량서하니, 높은 누각은 구름 가에 나란하고, 들쑥날쑥 띠집들이 수없이 떨어졌고, 백 리에 태평하여 으스름 달 낮게 떴네 (as cited in Kim, 1601/1992, p.148).
김치 ⌈유한라산기⌋ -중략- 이리구불 저리구불 돌면서 남쪽을 향하여 가서 한 정사(精舍)에 도착하였다. 높은 곳 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아래로는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보는 그런 곳이었는데 바로 존자암(尊者庵)이었다. 널판으로 지은 집 8~9칸을 모두 띠로 덮었는데 사치스럽지도 않고 누추하지도 않았다. -중략-. (as cited in 담수계 [Damsugye, 1953/2005, p.55)
추사 김정희의 편지 글 -중략- 이 집은 읍 아래 좋은 곳에 있었으며 정갈하고, 윤택하였네, 온돌방은 한 간이 나 남향으로 눈썹 같은 툇마루가 있고, 동쪽에는 작은 부 엌이 있으며, 작은 부엌 북쪽에도 두 칸쯤 되는 부엌이 있 으며 또 광이 한 칸 있는데, 이것은 바깥채일세. 또 안채 도 이와 같은 것이 있는데 안채는 곧 주인으로 하여금 예 전과 같이 살게 하고 있네. 다만 바깥채를 반분하여 나누 었어도 족히 살만하니 작은 부엌을 온돌방으로 고치면 손 님이나 종들이 또 들어가 살 수 있으며 이것은 변통하기 어렵지 않다고 하네. -중략- (as cited in Hong, 1996, p.38)
이형상 ⌈남환박물⌋ 집에는 정지와 온돌이 없다. 집은 모두 새(草)로써 지붕을 덮는다. 그러나 새를 엮거나 뜨거 나 하지 않고 새를 쌓아서 두텁게 덮고서 문지도리로써 빽빽하게 맺는 것은 바람이 두렵기 때문이다. 굴뚝이 없 는 것은 잠수하는 무리들이 따뜻한 방에 들어가면 피부가 갈라지고 살이 문드러져 반드시 큰병을 얻기 때문에 땅바 닥에 잠자는 풍습은 예로부터 습속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노부모가 있는 사람은 간혹 작은 온돌이 있으나, 또한 천백 에 하나일 뿐이다. 정지(부엌)는 오직 솥만 놓고 밥을 해 먹 는다. (as cited in Lee, 1704/2009, p.109).
김상헌 ⌈남사록⌋ -중략- 흙이 점액(粘液)이 없어 지붕 을 덮거나 벽을 바르는 재료(흙)는 모두 山밑 십여리 되 는 땅에서 가져온다. -중략- (as cited in Kim, 1601/1992, p.160).
제주 초가의 외부적 특징 또한 아래 고문헌들에 서 언급되고 있다. “자갈밭과 초가 섶 문짝은 낮고 작네”(최부의 탐라시삼십오절), “주거지엔 돌담으 로 문을 거네”(김춘택의 시) 등의 내용은 양옆에 돌 기둥(정주목)을 세우고, 그 돌기둥 구멍에 2~3개의 나무 장대를 끼우거나 걸치는 ‘정낭’ 대문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초가 주변에 돌로 울타 리를 쌓고, 이 돌담 울타리를 따라 길이 만들어진 다는 내용 또한 볼 수 있는데(임제의 남명소승, 김 정희의 편지), 이것은 제주 초가의 외부 구조적 특 징에 나오는 ‘울담’과 ‘올레’의 모습을 설명한 것으 로 보인다.
최부 ⌈탐라시삽십오절⌋ 가죽띠, 짚신에 칡베옷 입어 자갈밭과 초가 섶 문짝은 낮고 작네. 등에 허벅 진 시골 아낙네 물 긷고 가오, 젓대 부는 어린이는 말 몰고 돌아오 네. (as cited in Lee, 1704/2009, p.233)
북헌 김춘택 ⌈金春澤時⌋ 누가 달팽이 뿔 같은 조각 땅 나누어 큰 파도 사이에 떨구어 두었나. 백성들 풍속 가죽 뚫어 옷 해 입고 주거지엔 돌담으로 문을 거네. 밭에 소금 기 많아 곡식 자라지 못하고, 배는 바람에 요동치다 돌아 오지 못하네. 북쪽 나그네 이 땅에 와서 어찌 괴로운 얼굴 안 할 수 있으리. (as cited in Jung, 2011, p.285)
임제 ⌈남명소승⌋ -중략- 산과 들에는 천백 마리쯤 되 는 수 많은 짐승들이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밭을 일구 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돌담을 밭둘레에 쌓아 놓았다. 사 람이 사는 집에도 모두 돌로 울타리를 쌓고 용으로 문을 만든다. 고, 부, 문(高夫文) 세 성씨가 우마 1천 마리를 갖 고 있으나 침실에는 온돌이 없다. -중략- (as cited in Monthly Jeju Tour, 1986, p.99)
추사 김정희의 편지 글 -중략- 울타리는 집의 형태를 쫓 아서 둘렀는데, 돌담 사이에 밥을 날라 올 수 있는 곳을 터 놓았으니 분수에 지나칠 뿐일세. 주인도 또한 지극히 순박 하고 조심성 있어서 기쁘네. (as cited in Hong, 1996, p.38)
김상헌 ⌈남사록⌋ -중략- 가죽띠 미투리에 칡으로 옷해 입고, 돌 밭 띠집에는 얕으막한 싸리문, 허벅지고 촌 아낙 은 물길러 가버리고, 피리불며 애데리고 말치기 돌아오 네. -중략- (as cited in Kim, 1601/1992, p. 79)
이상의 고문헌들에 제시된 기록들은 현재 제주 에서 관찰되는 초가의 형태가 적어도 과거 조선시 대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제주 사람들과 함께 해온 제주 초가의 오랜 역사성을 보 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차별적 독특성과 역사성을 갖춘 제주 초가를 지역문화상품 개발 소재로 활용 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
III.Research Method
1.Consumer survey before and after the development of products
상품개발에 앞서 제주 초가에 대한 타 지역 소비 자들의 반응(인지도, 제주 이미지로의 연상 정도, 선호도)이 조사되었으며, 상품개발 후 제작된 상품 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검토되었다.
1)The development of questionnaire and measure
제주 초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다른 문화자원 들과 함께 상대적으로 평가되었다. 설문지에 포함된 평가항목들은 제주 상징물에 관한 저서(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2008, Kang, 2006)에서 제 시된 자연경관/자연물 관련 항목, 민속문화 관련 항 목, 역사 관련 항목을 비롯하여 인터넷 포탈 사이 트 키워드 검색(제주문화, 제주 이미지, 제주의 상 징, 제주관광, 제주에서 가볼만한 곳, 제주 관광 상 품)을 통해 나타난 각종 정보원들(포탈 사이트, 개 인 블로그, 공공기관 홈페이지, 뉴스 기사)로부터 추출되었다. 추출된 제주 이미지 요소들 중 중복된 것은 하나만 포함되었으며, 추출된 각 요소는 1차 적으로 제주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한 전문가(교수 1명, 대학원생 3명)들과 소비자들(12명)을 통해 평 가되었다. 1차 평가에서 ‘잘 모르는 단어’로 평가된 요소들은 제외되었다. 최종적으로 161개 항목(자연 경관/자연물 관련 53개 항목, 민속문화 관련 40개 항목, 신화/설화/민속신앙 관련 29개 항목을 비롯하 여 역사 유적지, 관광지, 특산물 관련 39개 항목)이 설문지에 포함되었다.
최종 선정된 항목들이 제주 이미지로 연상되는 정도는 5점 평점척도(1점: 제주도 이미지로 거의 연상되지 않는다, 2점: 제주도 이미지로 별로 연상 되지 않는다, 3점: 약간은 제주도 이미지로 연상된 다. 4점: 제주도 이미지로 잘 연상된다, 5점: 제주도 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로 측정되었다. 응답자들 이 설문지에 제시된 상징물들을 모를 수 있기 때문 에 인지도를 검토하는 1문항(들어본 적이 없는 전 혀 모르는 단어이다)이 함께 포함되었다. 선호도는 최종 선정된 161개 항목들에서 ‘응답자가 좋아하거 나 응답자에게 좋은 모습으로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제주 이미지’를 5개 이상 표시하도록 하여 선택형 으로 측정되었다. 이외에 응답자의 인구사회적 특 성이 선택형과 개방형으로 측정되었다.
2)Data collection and respondent characteristics
현재 제주지역에 거주하고 있지 않는 타 지역 소 비자(20~5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총 300부의 설문 지가 오프라인으로 배부되었으며, 253부의 설문지 (84.3%)가 회수되었다. 본 연구에 적합하지 않은 설문지(남성 응답자, 무응답, 무성의한 설문지)를 제외한 총 211부가 SPSS 18.0을 이용한 통계분석 (빈도분석, 백분율 분석)에 이용되었다. 본 연구의 응답자들은 <Table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령별 로 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나, 50세 이상의 여성 비율 은 매우 낮았다. 반면, 기혼, 대학교 졸업, 직장인 비 율이 비교적 높았고, 사무직(44명, 20.9%), 전문직 (23명, 10.9%)에 종사자 비율이 높았다. 서울(41명, 19.4%), 울산광역시(34명, 16.1%), 인천광역시(23명, 10.9%), 대구광역시(13명, 6.2%), 경기도(39명, 18.5%), 전라도(24명, 11.4%), 충청도(21명, 10.0%) 등 전국 각 지역 거주자들이 비교적 골고루 포함되었다.
3)Consumer evaluation for the actual products developed in this study
실제로 제작된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검토하기 위해 상품개발 후 소비자 평가가 실시되 었다. 평가자 접근성과 제작 상품의 이동/진열이 용이하면서도 연령, 직업이 다양한 소비자 참여를 위하여 평생교육원(11명), 교회(24명), 의류학과(13 명)에서 자료가 수집되었다. 제주 이미지 연상도, 선호도, 구매의도, 인구사회적 요인(연령, 결혼 여 부, 제주 거주년도, 직업, 전공)을 묻는 항목들이 포함된 설문지를 배부하고, 진열된 제작 상품을 실제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진 후 각 상품에 대해 평가하도록하였다. 제주이미지 연상 정도(1점: 전 혀 연상되지 않는다 ~ 3점: 보통이다 ~ 5점: 매우 잘 연상된다), 선호도(1점: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다 ~ 3점: 보통이다 ~ 5점: 매우 마음에 든다), 구 매의도(1점: 전혀 구매하고 싶지 않다 ~ 3점: 보통 이다 ~ 5점: 매우 구매하고 싶다)가 5점 척도로 평 가되었으며, 인구사회적 요인은 개방형으로 측정 되었다. 상품 평가자 총 48명의 연령은 18~69세 의 여성이며(20대 18명, 30대 12명, 40대 9명, 50 대 6명, 60대 2명, 무응답 1명), 20대와 30대 여성 이 비교적 많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기혼 여성(28 명)이 미혼 여성(20명)보다 약간 많았다. 제주 거 주년도(10년 미만 21명, 11~20년 8명, 21~30년 16 명, 30년 이상 2명, 무응답 1명)와 직업(학부생 11 명, 대학원생 2명, 전문직 9명, 자영업 9명, 사무 직/서비스/영업직 8명, 주부 7명, 가사도우미/농업 인 2명)은 비교적 다양하였다.
2.Field research at Seongeup folk village and Haga-ri village
제주 초가의 형태적 특징을 소재로 직물 문양을 개발하는데 있어 기존 문헌의 시각적 자료들은 불 충분하였다. 문양 디자인에 필요한 자세한 시각적 정보를 얻기 위하여 제주지역 성읍민속마을과 애 월읍 하가리 마을을 직접 방문(2014년 6월, 12월)하 여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성읍민속마을이 선정된 것은 다른 민속촌들과 달리 과거에 초가를 짓고 사 람들이 살던 마을로 현재도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으며, 관광명소로 재현한 다른 공간(예: 표선민속 촌, 돌문화공원 등)의 초가들보다 과거의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애 월읍 하가리는 제주 민속자료 3호로 지정된 제주 초가들이 있는 곳이다. 현장조사에서는 학술문헌이 나 고문헌에 제시된 제주 초가의 특징들을 눈으로 직접 관찰, 확인하는 한편, 초가의 주요 특징들이 사진으로 촬영, 관찰되었다.
IV.Research Results
1.Consumers' responses on Jeju Choga
제주 초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조사한 결과, <Table 2>에서 보듯이 타 지역 여성 응답자 211명 중에서 제주 초가를 ‘모른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은 소수였다(27명, 12.8%). 그리고 제주 이미지로 연 상되는 정도는 3.46점으로, 제주 초가는 민속 문화 관련 총 40개 항목들 중에서 8위를 차지하였다. 한 편, 선호도 평가에서 제주 초가를 선택한 사람은 211명 중 34명(16.11%)으로, 제주 초가는 161개 항 목에서 29순위를 차지하였다. 따라서 제주 초가에 대한 인지도와 제주 이미지로의 연상 정도는 높은 반면 선호도는 약간 낮았다. 그러나 민속 문화 40개 항목들 중에서는 상위 10순위 안에 포함되었다. 즉 귤(104명, 49.29%), 해녀(103명, 48.82%), 돌하르방 (93명, 44.08%), 조랑말(75명, 35.55%), 사투리(61명, 28.91%), 돌담(50명, 23.70%), 제주 초가(34명, 16.11%), 갈옷(28명, 13.27%), 감물염색(20명, 9.48%), 흑돼지 (16명, 7.58%) 순으로 선호되었다. 제주 초가의 울 타리 역할을 하는 돌담에 대한 선호도는 또한 6순 위(89명, 42.18%)로 높았다.
한편, 올레(길)은 최근 트래킹 코스로 개발되어 자연경관/자연물 범주에 포함될 수 있지만, 과거에 는 제주 초가와 연결된 골목길을 의미했던 외부공 간으로 민속 문화 범주에 포함될 수도 있다. 민속 문화 항목들만 비교하면, 올레(길)에 대한 선호도 (89명, 42.18%)는 돌하르방 다음으로 높았고, 조랑 말이나 제주 사투리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Table 2> 에는 제주이미지로의 연상도가 20위 안에 포함된 항목들만 제시되었다. 이것은 20위 밖의 항목들인 경우, 말총 공예(83명)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명 이 상(104~214명)이 ‘모른다고’ 응답하였을 뿐만 아니 라, 선호도 평가에서 20위 밖의 항목들을 선택한 소비자들(0~5명)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고려할 때, 제주 초가의 형태적 독창성을 패션문화상품 개발에 도입하는 것은 인지도와 호의 도 측면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The results of observation for Jeju Choga
제주 초가 총 247가구들(성곽 내부 81가구, 성곽 외부 166가구)이 한 곳에 모여져 있는(Jwa, 2012) 성읍민속마을을 방문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Fig. 4>에서 보듯이 제주 초가의 지붕, 벽, 덧지붕, 한 울타리 구조, 외부 주변 구조들이 관찰되었다. 성읍 민속마을에 있는 모든 초가의 지붕들은 사진 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로 세로 격자 형태를 보 이고 있었다(Photo 1~9). 지붕에서 격자 형태를 만 들고 처마 밑으로 내려온 집줄들은 거왕대에 하나 씩 묶여져 있었고(Photo 2), 거왕대 밑으로 내려오 는 집줄들 대부분은 거왕대 바로 밑에서 바싹 짧게 잘라져 있거나(Photo 3) 조금 길게 내려져 있었다 (Photo 4). 그리고 돌담 사이를 흙으로 채우고 있는 벽들(Photo 4)과 덧지붕 역할을 하는 풍채 없는 초 가(Photo 4)도 간혹 보이기는 하였지만, 풍채는 거 의 모든 초가들에서 관찰되었다. 특히, 풍채의 숫자 가 1개인 초가보다 2개인 초가들(Photo 5~7)이 더 많 이 관찰되었으며, 3개인 초가(Photo 9)도 간혹 보였 다. 한 울타리 안에 여러 채의 건물들이 들어선 초가 들(Photo 10, 11) 역시 자주 관찰되었으며, 돌담이 골 목길처럼 초가로 이어지며, ‘올레’ 역할을 하는 구조 (Photo 12)도 관찰되었다. 거왕대 밑의 불규칙 길이 의 집줄은 주로 집줄을 놓는 과정(Image 11)에서 관 찰될 수 있는 것으로 지붕 이는 일을 마무리할 때는 거왕대 밑의 집줄을 일정 길이로 자르기 때문에 성 읍민속마을 현장조사 시점에서는 볼 수 없었다.
애월읍 하가리 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사 진들이 <Fig. 5>에 제시되었다. 집줄의 길이가 짧고 길게 불규칙적으로 내려와 있을 뿐만 아니라(Photo 13, 14), 동그란 고리 형태(Photo 15, 16)로 묶은 모 습도 보인다. 이러한 모습들은 제주 성읍민속마을 의 초가들이 줄을 거왕대 바로 밑에서 바짝 자른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면담결과(제주에서 70년 이상 거주한 어른), 집줄의 길이가 불규칙한 것은 지붕에 쌓아 두었던 새(띠)들이 시간이 흘러 주저 앉게 되면 다시 집줄을 잡아 당겨 거왕대에 묶는데, 이 때 쌓아 두었던 새(띠)의 두께가 줄어들어 원래 의 집줄이 더 길게 내려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집줄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기존의 집줄을 잡아 당겨 다시 묶을 때 꼬인 집줄이 풀리거나, 집 줄이 삭아서 저절로 잘라지면 사진과 같이 짧고 긴 집줄들이 불규칙적으로 남게 된다. 제주 초가의 또 다른 외부적 특징은 초가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때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이다. 제주 성읍민속 마 을 현장조사에서도 정낭과 올래는 쉽게 관찰되지 않았다. 간혹 관찰된 것은 손상에 의해 새로 재건 된 것들이었다. 현장조사에서 관찰되지 못한 정낭 은 인터넷 포탈사이트 키워드 검색을 통해 사진 이 미지로 관찰되었다. 제시된 정낭 사진 이미지(Image 22)는 추사 김정희의 초가이다(2012년 11월 사이트 에 올린 서귀포시 안성리 소재의 초가 사진).
3.The development of cultural products with the patterns of Jeju Choga
1)Textile designs using Jeju Choga patterns
제주 초가에 대한 문헌연구, 소비자 조사, 현장 조사 결과, 나타난 제주 초가의 시각적 특징들을 토 대로 기본 문양들이 디자인되었다. 본 연구의 관심 은 지역 문화자원에서 디자인 발상 소재를 얻어 현 대적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글로벌 상품이 아니 라, 제주 여행을 기념하는 문화상품 개발이다. 초가 의 형태를 왜곡시키는 창의적 변형은 상품에 재현 된 제주 초가에 대한 식별을 어렵게 하여 제주 이 미지로의 연합 정도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관광기념품으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특 히, 초가가 제주 민속문화재란 점을 감안할 때, 전 통적 형태 그대로를 형상화하여 기본 문양을 디자 인하는 것이 문화자원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 를 증진시키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기본 문 양들은 <Fig.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른 지역의 초 가와 비교하여 가장 큰 특징을 보이는 초가지붕의 격자 형태, 거왕대에 묶여 밑으로 내려진 줄(Drawing A, B), 현무암 돌이 드러난 측벽(Drawing A), 처마 밑의 덧지붕 풍채(Drawing B, D), 열리거나 닫힌 정 낭(Drawing C~E), 집 울타리를 둘러싼 울담(Drawing C~F), 집으로 이어진 올레(Drawing F)의 특징을 살 려 디자인되었다. 이외에도 일부 기본 문양에는 초 가를 받치고 있는 현무암 기단이 표현되었다(Drawing B). 드로잉 작업으로 완성된 총 6개의 기본 모티브 들을 반복단위로 활용하여 재배열한 텍스타일 디 자인들은 <Fig. 7>과 <Fig. 8>에 제시되었다. 즉, 동 일한 형태의 기본 문양들을 자유롭게 반복 배열한 디자인(Textile design A)과 서로 다른 기본 문양 6 개를 혼합하여 자유롭게 반복 배열한 디자인(Textile design B)은 흑백 컬러(white and black)로 디자인되 었다. 가로 반복 배열 디자인은 블루 컬러(sky blue, royal blue)로 디자인되었다(Textile design C).
한편, 기본 문양이 제주 초가 문화원형에 충실한 반면, 반복배열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었다. 예컨대, <Fig. 8>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로 다른 기 본 문양들이 격자 형태의 공간(Textile design D~F), 사각형 공간(Textile design G), 스트라이프 공간 (Textile design H) 안에 반복 배열되었다. 여기서 격자 형태, 스트라이프 형태, 사각 형태의 공간 구 성 및 윤곽선들은 제주 초가의 지붕, 거왕대에 묶 는 밧줄, 돌 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제주 초가의 기 본 문양들을 다양하게 레이아웃하여 최종 완성된 텍스타일 디자인들은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Digital Textile Printing)을 통해 면직물과 옥스퍼드 직물에 인쇄되었다.
2)The textile products with the patterns of Jeju Choga
최종 발주된 DTP 면직물, 옥스퍼드 직물, 부자 재들(합성피혁, 지퍼, 기능성 악세서리 고리와 링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가방 상품(크로스 백, 백팩, 멀티백, 쇼퍼백, 에코백, 숄더백, 토드백 등)과 지갑 상품들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제주지역 에서 텍스타일 관광기념품의 생산/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천연염색 업체(73개 업체) 대부분이 지갑/가방 (56.2%) 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는 점(Kang et al., 2012)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개발된 텍스타 일 디자인이 의류상품보다 가방상품 적용에 더 적 합한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최종 제작된 상 품들은 <Fig. 9>에 제시되었다.
지갑 상품은 장지갑 형태로 제작되었으며(Photo 18, 19) 때가 타도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블랙 칼 라가 이용되었다. 가방 상품은 종류별로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예컨대, 최근 남녀 소비자 연령 구분 없이 모두에게 소비 트랜드가 된 크로스백은 옥스 퍼드 직물을 이용하여 플랫 형태의 미니 크로스백 (Photo 20, 21)과 이 보다 조금 큰 스몰 크로스백 (Photo 22)으로 개발되었다. 백팩은 옥스퍼드 직물 을 이용하면서 옆 지퍼를 통합하여 수납이 가능하 도록 기능성을 높인 작은 사이즈의 원웨이 백팩으 로 개발되었다(Photo 23). 백팩과 크로스백의 장점 을 겸비한 옥스퍼드 천의 멀티 백(Photo 24) 또한 제작되었다. 그리고 조금 두꺼운 캔버스 직물과 합 성 피혁 부자재를 이용한 쇼퍼백(Photo 25)은 다른 가방 제품들보다 비교적 사이즈가 크게 개발되었 다. 양면 사용이 가능한 에코백(Photo 26), 기본 문 양 하나를 단독으로 활용한 사각형 숄더백(Photo 27), 원형 숄더백(Photo 28)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옥스퍼드 직물에 작심지를 넣고 누벼서 만든 미니 토드 백(Photo 29)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위쪽을 접 어서 클러치 백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4.Consumer evaluation for the actual products developed in this study
제작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실시한 결과, <Table 3>에서 보듯이 제주 이미지 연상도(3.0~4.0) 는 모든 상품에서 ‘보통(3점) 이상’으로 성취된 반 면, 선호도(2.53~4.24)나 구매의도(2.44~4.12)는 제 작 상품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났다. 즉, 제주 이미 지 연상 정도가 높게 나타난 상품들은 연령집단에 관계없이 초가의 문양 크기가 크게 프린트된 사각 숄더백(Photo 27), 에코백(Photo 26), 원형 숄더백 (Photo 28)인 반면, 지갑 제품(Photo 18, 19)에서는 제주 이미지 연상도가 조금 낮게 평가되었다. 한편, 선호/구매의사에 대한 순위는 연령 집단 별로 약간 의 차이를 보였다. 20대 집단의 경우, 1순위로 선호 도와 구매의도가 모두 높은 것은 사각 숄더백(Photo 27)이었으며, 2순위로 구매의도가 높으면서 선호도 또한 1순위 만큼 높은 것은 빅 사이즈 쇼퍼백(Photo 25)이었다. 그리고 3순위로 구매하고 싶은 것은 스 몰 크로스백(Photo 22)이었지만, 1순위 만큼 선호도 가 높은 것은 지갑제품(Photo 18)이었다. 한편, 30 대 이상 집단 또한 1순위로 선호도와 구매의도가 모두 높은 것은 빅 사이즈 쇼퍼백(Photo 25)이었다. 그리고 2순위로 구매의도가 높으면서 1순위 만큼 선호되는 것이 스몰 크로스백(Photo 22)이었다. 사 각 숄더백(Photo 27)은 선호도와 구매의도 모두에 서 3순위였다. 반면, 모든 연령집단에서 선호되지 못한 것은 에코백(Photo 26)이었으며, 연령 집단에 따라 순위에 약간 차이는 있지만 ‘보통’이하의 점 수를 받아 선호도가 낮은 것은 멀티백(Photo 24), 원형 숄더백(Photo 28), 클러치백(Photo 29)이었다. 이외에 백팩(Photo 23), 지갑(Photo 19)의 구매의도 가 보통 이하였다.
V.Conclusion
본 연구에서는 제주 초가에 관한 문헌연구, 현장 조사, 소비자 조사를 통하여 제주 초가의 차별적 독특성과 제주 초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검토하 였다. 검토 결과를 토대로 제주 초가의 문양을 개 발하고, 이를 활용한 텍스타일 디자인과 지역패션 문화상품을 개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 고, 실무적 시사점 및 향후 연구에 대해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 초가는 16~18세기 고문헌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는 역사적 전통이 깊은 제주의 민속 문화자원으로, 다른 지역의 초가와 차별화되는 독 특한 제주 고유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제주 초가 고유의 독특한 특징은 새 풀로 꼬아 만든 집줄이 지붕의 새 풀들을 덮으면서 만들어진 격자문양의 초가지붕, 거왕대에 묶인 후 밑으로 짧거나 길게 내려뜨려지는 집줄, 돌담 틈새를 보리 짚 흙으로 채워 만든 현무암 측벽, 처마 밑에 만들어진 덧지 붕 풍채, 초가 입구에 세워진 대문 정낭, 초가의 안 과 밖을 잇는 돌담길 올레 등을 들 수 있다. 제주 초가에 대한 타지역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매우 높 았으며(87.2%), 제주 이미지로 연상되는 정도 또한 40개 민속문화 자원들 중 8순위로 비교적 높았다.
따라서 제주 관광기념품 혹은 지역문화상품 개발 에 제주 초가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역사적· 문화적 관점 및 소비자 관점 모두에서 유용한 것으 로 뒷받침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적 제주 초가 원형을 토대로 기본 문양이 디자인되었으며, 이를 다양한 방식으 로 반복 배열하여 디자인된 8개 유형의 텍스타일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개발된 흑백 컬러의 캔버스와 옥스퍼드 DTP 직물을 소재로 12개의 가방과 지갑 제품(크로스백, 백팩, 멀티백, 쇼퍼백, 에코백, 숄더 백, 지갑 등)이 제작되었다. 실제로 제작된 12개 상 품들은 모두 제주 이미지 연상도가 ‘보통’ 이상으 로 구현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일부 상품들 (에코백, 클러치백, 멀티백, 원형 숄더백)을 제외하 고는 대부분이 ‘보통’ 이상으로 선호되었을 뿐만 아 니라, 구매의사 또한 일부 상품들을 제외하고는 ‘보 통’ 이상이었다. 따라서 제주 초가 문양의 텍스타 일 상품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소비자 지향적 제주 관광기념품으로 생산업체나 유통업체의 신상 품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특히, 제작된 12개의 상품들 중에서 선호도(3.42~4.24점)와 구매 의도(3.39~4.12점)가 높은 빅사이즈 쇼퍼백(Photo 25), 스몰 크로스백(Photo 22), 사각 숄더백(Photo 27)의 특징을 고려한 상품 기획이 가능할 것이다. 이 상품들은 제주 초가 문양이 자유롭게 반복 배열 된 화이트 컬러 직물에 블랙 컬러의 인조가죽이 믹 스매치되어 상품의 형태 안정성이 높은 특징이 있 다. 가방 형태 디자인 또한 최근의 트렌드를 따르 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각 숄더백처럼, 돌담으 로 가방 테두리를 장식하여 제주 초가 사진을 액자 에 넣은 형태로 보이는 디자인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본 연구에 제시된 상품 사례들 이외에도 초가 문양이 주생활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문양이 란 점에서 다양한 용도의 인테리어 소품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격자 공간 내에 초 가 문양이 반복 배열된 텍스타일 디자인(Textile design D, E, F)의 누빔 문양 카펫, 스트라이프 공간 내 초가 문양이 반복 배열된 테스타일 디자인 (Textile design H)의 테이블 러너, 사각 공간 내에 초가가 반복 배열된 텍스타일 디자인(Textile design G)의 쿠션/방석 상품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의 의의는 제주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 한 고문헌 기록들을 토대로, 개발되는 지역패션문 화상품의 역사성을 조명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품개발을 위해 문헌조사 이외에 소비자 조사와 현장 조사를 실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상 품개발 전에 제주 초가 문화자원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것은 물론 제작 상품에 대해 사후 평가를 실 시한 것은 기존 연구들에서는 시도되지 못한 것으 로 기업의 시장 반응 예측에 매우 유용한 정보로 활 용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학문간 융합과 통섭 교과목의 개발과 운영에 유용 한 시사점을 제공해줄 있다. 예컨대, 상품 기획, 상 품 디자인, 혹은 상품 개발에 지역적 소재들이 어떠 한 프로세스를 통해 접목될 수 있으며, 역사문화성 과 소비자 선호성 모두를 충족시켜야 되는 문화상 품 개발에서 두 관점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용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중소기업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교과목 수업에서 인문사회 콘텐츠를 적용한 산학협력 모델 및 창업 모델 개발에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러한 연구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한계점은 제작 상품에 대한 사후 평가에 도외 여행객들이 참 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작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착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타 지역 소 비자들을 섭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 리고 40대와 50대 연령집단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못한 점도 본 연구의 한계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결 과를 일반화하는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후속 연구에서 평가 표본의 규모를 확대하여, 제작 상품 에 대한 연령 집단 간 선호도와 구매의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검증된다면, 기업의 대량생 산에 앞서 타겟 소비자 집단별로 시장반응을 예측 하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